★★★☆☆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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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집을 짓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고, 그래서 건축, 집짓기와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생각과 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채나눔'으로 유명한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집을 지으며 주고 받은 e메일(A4 기준으로 208쪽, 82통이라고 함)을 수록한 책입니다.
이일훈 선생의 채나눔 건축론과 불편하게 살기 철학은 평소에도 호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고, 송승훈 선생은
'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2012)'를 읽을 때 '허생은 왜 돈을 버렸을까?'라는 글 꼭지를 읽으면서 관심을 두게 되었죠.
집을 짓고 싶은 사람들에게 꽤 잘 알려진 집 중 하나인 '잔서완석루'를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과정이 건축가와 건축주의 끊임없는 e메일 소통의 결과라는 것도 신기해서 읽기 전에 기대가 컸죠.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몇 가지가 저랑 맞지 않아서 좀 실망했습니다.
첫째는 건축 자금을 조달한 경로입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는 해도 부모님의 돈까지 끌어다(그것도 결코 적지 않은 돈을) 지은 것은 저랑 맞지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끔찍하게 생각하는 대출을 받을지언정 집을 짓기 위해 부모님을 비롯한 지인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생각이거든요. 돈이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짓거나 돈을 더 모아서 짓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죠. 그런 점이 저랑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둘째는 집의 크기입니다. 저는 큰 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청소 등 관리하는데 손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넓다고 편안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작게, 그러면서도 수납에 어려움이 없는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집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제가 건축과 관련해서 초반에 찾아 읽은 책이
'두 남자의 집짓기(2011)'인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런데 잔서완석루는 제 기준으로는 거의 거대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저랑 맞지 않았습니다.
셋째는 잔서완석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재인데 저는 평소 서재를 책들의 무덤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서재의 크기는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책을 공유하고 돌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북 크로싱도 시작한 것이고요. 그런데 잔서완석루는 제가 싫어하는 거대한 서재가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어서 제 가치관과 맞지 않습니다.
넷째는 자신의 집을 동료, 후배 교사를 위한 공부방으로 내주는 부분(아마도 그래서 크게 지었겠지요)인데 손님들을 고려하여 손님용 화장실까지 좌식이 아닌 쪼그리고 앉는 방식으로 지었더군요. 저는 내성적인 사람이라서 제 공간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별로 편치 않습니다. 집을 지은 뒤에도 제가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공개할 생각이 없어요. 북 카페의 꿈도 접은 지금은 더더군다나요. 그래서 나눔을 가정하고 탁 트인 공간 활용을 도입한 잔서완석루는 저랑 맞지 않습니다.
건축주가 건축가와 충분한 이야기를 통해 가치관과 철학을 나누고 그것을 집이라는 실체로 구현하는 과정을 엿보는 건 충분히 즐거웠지만 제게는 좀 먼 나라 이야기같아서 몰입이 잘 안되는 면이 많았습니다.
저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라면 굳이 챙겨서 읽으실 필요까지는 없는 책입니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덧2. 처음으로 e-book으로 읽은 건축 관련 책인데 사진이 들어간 책은 e-book으로 읽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무리 reader가 좋아도 자꾸 튕겨나가거나 렉이 걸려 속도가 느려 속이 터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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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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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년 전 쯤에 땅콩집 붐을 몰고 온
'두 남자의 집짓기(2011)'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이 집짓기의 appetizer라면 이 책은 코스 요리쯤 됩니다.
이 책은 건축주와 건축가, 그리고 시공자가 함께 모여 단독 주택을 짓는 과정을 이야기한 결과물입니다. 3명의 건축가, 3명의 건축주, 1명의 시공자가 함께 썼습니다.
'두 남자의 집짓기'가 이현욱 건축가의 관점이 주로 반영되어 있고 건축주 입장에서 구본준 기자의 시각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좀 아쉬웠는데 이 책은 아예 1부 집짓기에 관한 거의 모든 것, 2부 들려주고 싶은 나의 집 이야기로 나누어서 2부에서 세 명의 건축주가 자신의 집을 짓는 과정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모두 할 수 있게 안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결로 현상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그걸 해결해 나가는 과정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한 건축주도 있어 더없이 생생하고 실감나더군요. 시공한 지역과 주택도 서울 평창동 주택, 충북 청원 파노라마 하우스, 경기 용인 땅콩집으로 다양해서 각각의 관심사에 따라 집이 어떻게 지어지는 지 골고루 맛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1부 집짓기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서는 집을 지으려는 건축주라면 알아야 하는 거의 모든 것을 총망라해서 다루고 있더군요.
자신과 맞는 건축가를 찾는 법, 집을 지을 땅을 고르는 법, 설계 의뢰하는 과정과 비용, 시공사 선정하기, 설계 시 각 구성 요소 점검하기, 공정 과정 중 챙겨야 할 부분 등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특히 각 단계에서 상세한 사진을 곁들인 과정 설명이 인상적이었고 각 장마다 말미에 많이 나오는 질문을 모아 별도로 답변까지 제공해서 더욱 좋았습니다.
저는 패시브하우스, 제로에너지하우스, 친환경 자재, 목조 주택 등에 관심이 많은데 요새 흐름과 추세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다루고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한번 보고 말 책은 아니고 두고두고 챙겨보면서 공부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처럼 목조 주택, 친환경, 에너지 절약형 주택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덧. 자신의 집을 짓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번은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픈 책이지만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각 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강조점이 책 안에 이미 여러가지 색깔로 마킹 인쇄되어 있는데 저처럼 형광펜이나 색연필로 마킹하면서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헷갈릴 수 있습니다.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다시 찾을 때 보니까 의외로 상당히 헷갈리더군요. 이 점을 감안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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