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계속 추적추적 내리고 호텔에 짐을 풀고 나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배도 출출하기에 리틀 인디아 지역을 둘러보기에 앞서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미리 알아보고 간 Sakunthala's Restaurant이 근처에 있길래 구글 지도를 켜고 찾아 나섰습니다.
알고 보니 호텔에서 걸어서 5분도 채 안되는 거리에 있더군요. 북인도와 남인도 요리를 모두 제공하는 인도 레스토랑인데 간판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비건 전문 레스토랑은 아닙니다. 외관은 평범합니다만 안이 생각보다 넓고(깊다고 해야 하나) 종업원들이 통일된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는데 서빙하는 직원의 수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관광객들보다는 주로 현지인들이 많이 오는 음식점입니다.
북인도 음식은 화덕에서 구운 탄두리 치킨이 메인 요리이고, 남인도 음식은 매콤한 음식이 많죠.
그 중에서
현지인들에게도 인기있다는 Vegetarian Meal을 주문했습니다. 1인 분에 7불 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거하게 한 상 차려 나옵니다. 밥은 리필 가능하고요. 바나나 잎 위에 밥과 각종 반찬, 소스가 함께 나오는데 하나같이 맛있습니다. 게다가 양도 많고요. 리필이 필요없는 정도의 양이에요. 채식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현지인들은 오른 맨손으로 먹지만 외국인들을 위해 (당연히) 숟가락과 포크도 제공합니다.
먹다보니 살짝 짠 듯 목이 마르기에 제 완소 아이템 워터멜론 주스도 시켰습니다.
역시나 인도 음식점에서는 워터멜론 주스를 마셔줘야 합니다. 원츄~ 얼음을 넣은 워터멜론 주스는 1잔에 3.5불입니다. 음식 대비 음료수의 가격이 좀 비싼 듯 하네요. 그래도 안 마시기 어려워요.
저녁을 먹은 뒤 론플이 추천하는 워킹 투어 코스(약 3km 코스)를 따라 리틀 인디아 지역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 새 빗줄기는 많이 가늘어졌지만 그래도 DSLR을 꺼내들고 다니기에는 무리가 따르더군요. 그래서 사진을 많이 못 찍었습니다.
높은 건물이 별로 없고 옛날 거리의 모습을 어느 정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제가 기대했던 수준(네팔에서 보던)의 고풍스러운 거리는 아니어서 그냥저냥이었습니다.
뭐랄까요. 헐리우드 세트장 같은 느낌이랄까요?
1층은 보통 상점이고 2층은 살림집으로 쓰는 것 같았습니다.
론플에서 추천하는 워킹 투어 코스를 돌다보면 보시는 것 같은 무슬림 사원을 계속 만나게 되는데 역사적 배경은 어떨 지 몰라도 그렇게 눈길을 끄는 매력은 없습니다. 웅장한 것도 아니고 화려한 것도 아니어서 말이죠.
마침 예배 시간이어서 그런지 경건하게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엄숙한 분위기를 깰까봐 사진은 이거 한 장으로 끝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습도가 높아서 덥게 느껴지는 날씨에 비까지 내리니 푹푹 찝니다. 처음 계획은 론플 워킹 투어 코스를 다 둘러보는 것이었지만 비슷한 거리 모습에 비슷한 무슬림 사원이 계속되는 통에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무스타파 센터로 빠졌습니다.
무스타파 센터는 싱가포르 유일의 24시간 개방 쇼핑몰입니다.
천정이 높고 탁 트인 우리나라 대형 쇼핑몰만 봐서 그런지 첫인상은 남대문 수입상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대략 이런 분위기입니다.
고층 쇼핑몰은 아니지만 꽤 넓습니다.
문제는 기념품을 사려고 해도 하나같이 조잡한 것들 뿐이어서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멀라이언 조각품이라도 하나 사려고 했는데 보세요. 저걸 어떻게 사겠습니까~ 괜히 무겁기만 해요. ㅠ.ㅠ
영국을 상징하는(대체 왜?) 우체통 장식품(이것도 무겁다!!).
반지 등의 장신구를 걸어두는 거치대인 것 같은데 모아놓으니 왠지 섬뜩합니다;;;
이것도 귀고리나 그런 걸 걸어두는 거치대인 듯.
그래도 식품 코너에서 선물용 초컬릿(비건들이 먹을 수 있는 초컬릿도 있어요. 대박~)과 차 종류를 샀습니다.
아 그리고
무스타파 센터에서 싸게 살 수 있는 물건으로는 히말라야 화장품하고 타이거 밤이 있는데 타이거 밤은 이 날 못 찾아서 결국 다른 곳에서 샀고 히말라야 화장품은 화장품 코너를 찾아내 대거 구매 완료했습니다. 싸기는 정말 싸네요. 자세히는 몰라도 국내 가격과 비교해서 대략 반값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계산을 하면 비닐 봉지(우리나라처럼 두껍지 않고 얇고 질이 좋지 않은)에 넣고 케이블 타이로 묶어서 다시 열 수 없도록 만들어 줍니다. 계산하고 나서 몰래 물건을 집어넣는 걸 막으려는 것 같은데 아마도 바코드를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1.5 리터 생수도 하나 샀는데 1.3불 정도 하네요. 확실히 싱가포르는 선진국이어서 그런지 생활 물가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느낌입니다.
호텔로 돌아와서 사 온 물건 정리하고 무스타파 센터에서 사온 채식 컵라면을 뜯어서 폭풍 흡입하고 샤워한 뒤 11시 30분 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닫기
* 인천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사용한 택시비 : 20,000 원
* 인천공항 Gloria Jean's Coffee에서 먹은 아침
-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 : 4,500 X 2 = 9,000 원
- 건포도 스콘 : 2,700 원
- 어니언 베이글 : 3,000 원
- 일회용 크림치즈 : 700 원
- 에스프레소 샷 추가 : 600 X 2 = 1,200 원
= 촏 16,600 원
* MRT 창이공항역 티켓 오피스에서 Tourist Pass 3일권 구입 : 30(+10, 보증금) X 2 = 80 불
* Sakunthala's Restaurant에서 저녁 식사
- Vege Meal : 7 X 2 = 14 불
- 워터멜론 주스 with ice = 3.5 X 2 = 7 불
= 총 21 불
* 무스타파 센터 쇼핑
- 히말라야 화장품 : 74.20 불
- 라면, 초컬릿, 차 : 47.60 불
* 생수 1.5리터 : 1.2 불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59
창이공항역에서 East West Line을 타고 40분 정도 시내로 들어와서 Bugis역에 내렸습니다. 4박 5일 일정의 싱가포르 여행 기간 동안 2박 3일 씩 나눠 두 군데의 호텔에 묵었는데 첫 번째 호텔인 Wanderlust 호텔이 Bugis 역 근처에 있거든요. 정확하게는 Bugis 역과 Little India 역 중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빗줄기가 가늘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실비가 내립니다. 현지인들은 이 정도 비쯤이야 그냥 맞고 다니는 듯 합니다만...
구글 지도로 Wanderlust 호텔을 검색한 뒤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출발했습니다. 구글신이 지시하시는대로 A출구 버스터미널 방향으로 대략 5~10분 정도 걸리더군요.
Wanderlust 호텔은 리틀 인디아 지역에서도 끝 블럭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어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처음 찾아갈 때는 구글신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Wanderlust 호텔은 제가 예약할 당시 론플에서 추천하는 호텔이었고 Tripadvisor에서도 순위가 꽤 높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중에 여행 출발 전에 다시 확인하니 Tripadvisor에서 47위로 주저앉았더군요. 왜 그런가 궁금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해외 여행에서 선호하는 호텔은 작지만 특색있는 부띠끄 호텔입니다. 예를 들면
체코 여행 때 묵었던 Hoffmeister 호텔 같은 스타일의 호텔을 좋아하죠. 호텔 예약을 할 때 둘러보니 Wanderlust 호텔도 그런 줄 알고 예약했는데 부띠끄 호텔이 아니라 부띠끄 모텔에 가깝더군요;;; 어떤지 함께 보시겠습니다.
외관은 예쁘장한 것이 부띠끄 호텔처럼 보입니다만....
호텔 정문도 부띠끄 호텔 답게 작고 아담합니다. 체인 호텔의 웅장하고 큼지막한 정문하고는 확실히 다르네요.
호텔 입구에서 왼쪽으로 바라본 풍경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서 그런지 조용합니다. 술집이나 식당이 밀집된 거리와 조금 떨어져 있거든요.
정문 안쪽에서 오른쪽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정문 앞쪽은 계단이고 좌우로 경사로를 만든 구조입니다. 해가 뜬 것 같지만 여우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아주 제대로 여우비입니다. 빗줄기가 뜨끈뜨끈해요.
정문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자그마한 reception desk가 있고 오른쪽은 식당 겸 Bar로 연결됩니다. 요기까지는 분위기가 좋아요.
소품도 아기자기하고 의자도 모두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아마도) 카피한 의자들입니다.
입구에는 눈에 익은 이발소 의자가 놓여 있는데 실제로 앉아보니 엄청 편하네요. 집에 하나 가져다 놓고 싶었다는...
인테리어 소품들이 하나같이 아기자기합니다.
일러스트북 등을 팔기도 하는데 나중에 보니 싱가포르의 일러스트북이 꽤 유명하더군요. 여기서는 아니고 나중에 다른 서점에서 저도 3권이나 사 왔는데 해외 여행 나가서 책은 처음 사 봤습니다~
연필 등의 디자인 문구류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판매하는 상품들보다 display하는데 사용된 함이 더 예쁘네요.
이건 이발소 의자를 활용한 display
1층의 Bar 한 켠에 마련된 기념품 shop도 괜찮았습니다. 정작 문제는 객실에 있었다는 거. 나중에 체크아웃할 때 보니 제가 묵었던 객실이 가장 좁고 디자인이 별로더군요. 복불복인 것 같은데 운이 좋으면 마음에 드는 방에 묵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묵었던 객실이 워낙 별로라서 복불복에 여행운을 시험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조식 포함 2박 숙박료로 45만 7천 원이나 결제했으니 싱가포르 호텔 숙박료가 아무리 비싼 편이라고는 해도 운에만 맡기기에는 부담이 좀 큽니다. 싱가포르 여행 시 Wanderlust 호텔을 고려하고 계신 분들은 좀 더 신중히 결정하시기를 권합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싱가포르에서 묵은 호텔은 둘 다 엘리베이터 내부에 객실용 전자키를 접촉해야 층 버튼을 누를 수 있습니다. 외부인이 reception desk의 직원 눈을 피해 몰래 엘리베이터에 타 봤자 원하는 층으로 올라갈 수가 없는거죠. 보안용으로 좋기는 합니다만 항상 전자키를 챙겨 다녀야 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보이는 모습입니다.
세련되게 보이려고 노력은 했습니다만 신통치는 않습니다. 이 때부터 살짝 불안했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모습입니다. 오 마이 갓~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디자인 모텔과 분위기가 너무 흡사하지 않나요? 게다가 저 푸르스름한 간접 조명은 시간이 지나면 계속 바뀝니다. ㅠ.ㅠ
방 크기 보세요. 침대에 누워서 TV라도 볼라치면 눈이 나빠지는 정도의 거리입니다. 인구 밀도가 그렇게 높다는 홍콩의 호텔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참고로
홍콩에서 묵었던 Harbour Plaza Metropolis 호텔과 비교해 보세요.
입구 오른쪽에 놓여 있는 미니바와 가방 거치대입니다. 나름 디자인 감각을 살리면서 공간 집약적으로 꾸미려고 노력한 듯 보이지만 불편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미니바는 마음에 들더군요. 모두 공짜(라고는 하지만 객실료가 워낙 비싸니 원)인데다 매일 리필 됩니다. 싹 다 비우면 다시 그대로 채워놓습니다.
우리나라 모텔 일반실 크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욕조는 없고 샤워 부스도 좁습니다.
침대 맡에는 조명을 control할 수 있는 스위치와 필립스 다목적 기기가 있는데 알람, 라디오, 스피커 기타 등등 기능이 되는 것 같지만 아이폰을 가져갔기에 아무것도 사용 안 했습니다. 조명이 어느새 푸른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죠? ㅠ.ㅠ
미니바 말고 마음에 드는 게 하나 더 있군요. 캡슐 커피 머신이 있어서 맛좋은 커피는 맘껏 먹었습니다. Wanderlust 호텔 다음으로 옮긴 Pan Pacific Singapore 호텔에도 캡슐 머신이 있었던 걸 보면 싱가포르의 웬만한 호텔에는 다 비치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콘센트를 보시면 3구라서 한국에서 가져간 가전 기구를 사용하시려면 트래블 어댑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Wanderlust 호텔에서는 따로 요청할 필요 없이 객실 내에 3구 플러그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이런 세심한 서비스는 좋네요.
여행기를 쓰다 보니 amenity는 알차게 갖춰놓은 것 같은데 객실 크기와 분위기가 워낙 충격적이어서 장점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네요.
아, 투숙객을 위한 설명서가 특이한데 재생지를 활용한 듯 보이는 travel diary 형태로 되어 있고 안에 호텔 이용 안내 뿐 아니라 리틀 인디아 지역의 지도와 hot spot 소개, 메모장까지 포함된 수첩이라서 들고 다니면서 활용하기 좋습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더군요.
침대 머리맡에 창문이 있는데 위쪽은 그대로 뚫려 있고 아래쪽은 연못처럼 조성을 해놔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오른쪽 벽에 창문이 있고 그쪽으로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제가 묵었던 방의 침대가 보인다는 거. 샤워하고 무심코 발가벗고 침대에 눕다가 다른 투숙객들에게 흉한 꼴을 보일 위험이 있더군요;;;;;;;
짐을 풀고 리틀 인디아 지역을 돌아보기 위해 길을 나서려다 2층에 Jacuzzi가 있다고 해서 구경 갔습니다.
야외 시설이라서 아무래도 수영복을 입고 이용해야겠더군요. 넓지는 않지만 나름 깔끔하게 꾸며놨습니다.
비가 오니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네요.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비가 계속 내리기에 우산을 챙겨서 길을 나섰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