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01/01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The Mind Works, 1997) (2)
- 2017/07/28 심리학의 다섯 가지 질문(2016) : 상처에 대한 과학적 심리학과 인문학의 만남 (2)
- 2016/01/14 무조건적인 사랑을 믿으시나요? : 부모님용 (4)
- 2015/09/13 분석적인 상담자 vs. 공감적인 상담자 : 상담자용 (23)
- 2015/03/27 공감에도 마음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다 (8)
- 2015/02/15 '기대'를 버리고 '비교'하지 않는 방법 (20)
- 2014/07/19 내담자를 부르는 호칭 문제 : 상담자용 (8)
- 2013/01/10 머리가 아닌 마음을 따르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 (2)
- 2012/08/11 그래도 자신이 뭘 좋아하는 지 모르겠다면 :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는 방법 2탄 (8)
- 2012/07/26 [북 크로싱] 달라이라마, 마음이 뇌에게 묻다(Train Your Mind Change Your Brain, 2007)(국민도서관에 보관 중) (34)
- 2012/07/18 달라이라마, 마음이 뇌에게 묻다(Train Your Mind Change Your Brain, 2007) (13)
- 2012/05/04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는 방법 (12)
- 2012/04/21 행복은 비빔밥이다 (6)
- 2011/12/13 [북 크로싱] 평화로운 전사(Way of the Peaceful Warrior, 2000)(국민도서관에 보관 중) (16)
- 2011/12/04 평화로운 전사(Way of the Peaceful Warrior, 2000) (2)
- 2011/11/27 행복하기 위한 필요 조건 (6)
- 2011/10/20 도박 중독자의 가족은 왜 칭찬에 인색한가 (4)
- 2011/04/07 선택의 기로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나만의 방법 (18)
- 2011/03/03 생각 버리기 연습(Kangaenai Renshu, 2010) (6)
- 2011/02/04 행복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나만의 방법 (20)
- 2010/06/13 [북 크로싱]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거야(2010)(국민도서관에 보관 중) (50)
- 2010/06/12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거야(2010)
- 2010/04/13 마음보다 몸이 먼저다 (4)
- 2010/02/08 마음에게 말걸기(Learning from the heart, 2008) (4)
- 2009/05/08 대인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는 머리가 아닌 마음에 있다 (6)
- 2009/03/01 [영화] 워낭소리(Old Partner, 2008) (4)
- 2008/12/27 [서적]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Who Ordered This Truckload of Dung?, 2004) (8)
- 2008/11/26 스스로 감정을 다루기 위해 필요한 것 (6)
- 2008/03/27 그냥 음악 한 곡 들으면서 마음 정돈하시라고~
- 2006/03/28 [서적] 마음 가는 대로 해라 (4)
- 2005/02/14 뭐니뭐니해도 마음이 최고입니다
- 2004/12/14 마음백과 (4)
이 책은 세계적인 언어/진화 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 교수의 3부작 시리즈 중 '언어 본능'과 '빈 서판'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저작입니다. 그래서인지 언어에 관한 내용이 따로 없습니다. 저자는 이를 언어에 대한 내용은 전작인 '언어 본능'에서 다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언어 본능'이 '언어 본능' - '단어와 규칙' - '생각 거리'로 이어지는 언어 3부작의 첫 책이고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빈 서판' - '생각 거리'로 이어지는 마음 3부작의 첫 책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 책은 스티븐 핑커의 저작 중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핵심 고리라고 할 수 있죠.
'언어 본능'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빈 서판'은 2006년에 읽었을 때도 너무 감명깊게 읽어서 별 5개로 평가할 정도였습니다.
그 때도 4만 원이라는 무시못할 가격과 엄청난 분량의 압박 때문에 읽느라 고생 좀 했는데 이 책도 만만치 않습니다. 역시나 4만 원이라는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가격에 865페이지라는 엄청난 두께를 극복해야 합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마음이 일종의 연산 체계'라는 겁니다. 마음은 뇌의 활동인데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고 사고는 일종의 연산이어서 마음을 연산 체계라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이고 마음이 여러 개의 모듈(module)로 구성되어 있고 각 모듈은 세계와 특정한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진화한 특별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러한 모듈의 기본 논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되고요.
스티븐 핑커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역설계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정상적인 설계에서는 어떤 기계가 특정한 일을 하도록 설계되었다면 역설계에서는 거꾸로 특정한 기계가 어떤 일을 하도록 설계되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죠. 자연 선택에 의해 말이죠.
이러한 역설계 방법을 통해 인간의 마음이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는 걸 검증할 수 있고 저자는 이를 다방면에 걸쳐 해 냅니다.
상당한 집중력과 인지적 자원을 요구하기 때문에 완독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는 책이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는 독서였습니다.
언어 심리학, 진화 심리학, 인지 과학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닫기
* 지적인 존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관련된 결과들을 추론하면서도 단지 '유관한' 결과들만을 추론해야 한다. 데닛이 지적한 대로 이것은 로봇 설계의 중대한 과제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인식 과정을 분석하는 인식론의 중대한 과제다.
* 우리는 더 이상 연쇄살인을 하는 컴퓨터나 비밀결사대를 조직하는 실리콘을 걱정하지 않는다. 시각, 운동신경 조율, 상식처럼 악의도 컴퓨터 안에서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프로그래밍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 마음의 복잡한 구조가 이 책의 주제다. 우리는 그 핵심 개념을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마음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식량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특히, 사물, 동물, 식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 위해 설계한 기관들의 연산 체계다. 이 요약된 문장을 풀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장이 나온다. 마음은 뇌의 활동인데, 엄밀하게 말해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며 사고는 일종의 연산이다.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 즉 마음 기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세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모듈의 기본 논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된다. 이러한 모듈들의 작용은 인간의 진화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렵 채집 시기에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다양한 문제들은 사실 그들의 유전자가 직면했던 하나의 큰 문제, 즉 사본의 수를 최대한 늘려 다음 세대에 남기는 문제의 부차적 과제들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심리학은 일종의 역설계다.
* 진화심리학은 두 과학혁명을 하나로 결합했다. 하나는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인지혁명으로, 사고와 감정의 동역학을 정보와 연산 개념으로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진화생물학 분야에서 일어난 혁명으로, 생물체의 복잡 적응 설계를 복제자들 사이의 선택이란 개념으로 설명했다. 두 이론은 강력한 짝을 이룬다. 인지과학은 마음이란 것이 어떻게 가능하며, 우리는 어떤 종류의 마음을 갖고 있는가를 이해하게 해준다. 진화생물학은 '왜' 우리가 그런 종유의 마음을 갖게 되었는가를 이해하게 해준다.
* 마음은 단일한 기관이 아니라 여러 기관들로 구성된 하나의 체계로, 각 기관은 심리적 기능 또는 마음 모듈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 많은 사람들이 자연선택은 신체를 만든 숙련공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의 마음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다.
*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더 쉽게 개조할 수 있으므로 사실 마음은 신체보다 더 쉽게 개조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에게서 새롭고 인상적인 인지 능력을 발견한다고 해도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언어가 가장 분명한 예일 것이다.
* 인간의 악의 밑에 깔려 있는 심리 구조에 대한 사실적 이해는 그 어떤 해도 끼치지 않는다. 가치를 따지자면, 마음은 모듈들의 묶음이라는 이론은 악한 행동을 낳는 선천적 동기와 그런 행동을 피하게 하는 선천적 동기를 모두 인정하기 때문이다.
* 행동의 원인이 유전자든 무엇이든, 그것은 자유의지와 책임의 문제를 비껴가지 못한다. 행동을 설명하는 것과 용서하는 것의 차이는 고대부터 전해 오는 도덕적 사유의 주제로, '이해하는 것은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격언에도 담겨 있다.
* 마음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문제는 '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와 '의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다. 인지과학이 출현함으로써 우리는 지능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계산주의 마음 이론이 옳다는 것을 암시하는 또 다른 증거는 인공지능, 즉 인간처럼 지적 과제를 수행하는 컴퓨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 일반화는 마음이 마음 표상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 것이다.
* 인간의 뇌가 최소한 네 종류의 주요한 표상 포맷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첫 번째 포맷은 시각적 이미지로, 두 번째 포맷은 음운 표상으로, 이 표상은 단기기억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세 번째 포맷은 문법 표상이고, 네 번째 포맷은 마음어, 즉 우리의 개념적 지식을 담고 있는 사고의 언어다.
* 생명은 계단이나 사다리가 아니라 가지가 무성한 숲이며, 살아 있는 유기체는 우리보다 낮은 단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가지 끝에 존재한다.
* '왜 이런 생물은 이런 기관을 갖고 있을까?'라는 질문은 그 자체로는 무의미하고 어떤 것과 비교하는 구절이 붙어 있어야 의미 있는 질문이 된다.
* 창조론자들은 '최종 형태만이 유용하다면 복잡한 기관이 어떻게 점차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최종 형태 이전에는 사용이 불가능했으리라는 전제가 잘못이다.
* 여러 종류의 동물들 중에서 뇌가 가장 크고 가장 영리하게 행동하는 종들은 대부분 사회적 동물이다. 예를 들면, 벌, 앵무새, 돌고래, 코끼리, 늑대, 바다사자, 원숭이, 고릴라, 침팬지 등이다(영리하지만 거의 혼자 사는 오랑우탄은 당혹스러운 예외다).
* 인간의 마음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이후에 벌어진 뒤죽박죽 사건들이 아니라 우리 가족들이 식량을 수집하면서 활동 시간의 90퍼센트를 바쳤던 소규모 집단생활에 맞춰져 있다.
* 학교에서 문제를 풀 때 적용해야 하는 기본 원리는, 알고 있는 다른 것들을 모두 무시하고 문제에 언급된 전제에만 기초해서 추론하라는 것이다.
* 마음은 범주 형성으로부터 어떤 이득을 얻어야 하는데 그 이득은 바로 추리다. 분명 우리는 모든 사물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대신 우리는 사물의 몇몇 특징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한 범주에 할당하고, 그 범주로부터 우리가 관찰하지 못했던 특성들을 예측한다.
* 마음은 논리적 규칙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논리적 규칙은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채택되고, 세계 지식과 섞이고, 당면한 내용에 적합한 특별한 추론 규칙들에 의해 보충되거나 대체된다.
* 우리의 몸에는 과거의 흔적들이 남아 있지만, 수정되지 않고 그저 과거의 생물종에게만 필요한 채로 남아 있는 기관은 거의 없다. 심지어 충수도 현재 면역계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생산 라인에 고정된 로봇과는 달리) 자유롭게 행동하는 로봇들이 매 순간마다 다음에 할 일을 알 수 있으려면, 감정과 비슷한 어떤 것이 프로그래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생후 2년은 음식 학습에 민감한 시기이다. 그 기간에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음식 섭취를 조절하고 아이들은 허용된 범위 내에서 무엇이나 먹는다. 그런 다음 아이들의 입맛은 자연스럽게 위축되어 민감한 시기에 먹었던 음식만 입에 넣는다.
* 마이어스와 디너는 부는 건강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부유하지 않으면 비참해지지만, 부유함이 행복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점에서다.
* 직접적인 행복 추구는 불행한 삶을 만들어 내는 조리법이다.
* 자연선택은 사람들을 경쟁하도록 설계하지, 마음 행위자들을 포함하여 기관들을 경쟁하도록 설계하지 않는다. 개인 전체의 이익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 많은 문화권에서 교차사촌과의 결혼은 장려되고 평행사촌과의 결혼은 금지된다. 교차사촌은 어머니의 형제나 아버지의 누이의 자식이고, 평행사촌은 어머니의 자매나 아버지의 형제의 자식이다.
* 모든 문화에서 어린아이들은(여자아이를 포함해) 때때로 어머니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이고 어머니의 배우자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 부모-자식 갈등 이론은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한다.
* 부모가 자식을 만든다는 생각은 너무나 뿌리 깊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자명한 진리가 아니라 시험 가능한 가설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오늘날 그 가설은 시험을 거쳤으며, 그 결과 심리학의 역사 상 가장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한 가정에서 자랐는지 서로 다른 가정에서 자랐는지는 기껏해야 성격 차이의 5퍼센트를 설명해 준다. 부모가 자식에게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임신의 순간인 셈이다. 주디스 해리스는 세계의 모든 곳에서 아이들이 부모가 아니라 또래집단에 의해 사회화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를 수집했다.
* 부모들은 어떻게 절박한 상황에서 한 아이를 희생시키는 소피의 선택을 할까? 어떤 인간 사회에서도 어린 자식이 태어났을 때 부모는 큰 자식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가 자식을 죽일 확률은 아이의 나이에 정비례하여 꾸준히 낮아지는데, 이 현상은 특히 아이가 취약한 첫해 동안에 두드러진다.
* 남자들의 성적 욕구가 여자를 향하든 남자를 향하든 똑같다는 사실은 그것이 여성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이론을 논박한다.
* 아름다움은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남자들이 여성을 객관화하고 억압하기 위해 꾸며 낸 공모가 아니다. 정말로 성을 차별하는 사회에서는 여자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차도르로 감싼다. 미를 광신하는 쪽은 정작 여자들이었다. 이것은 간단한 경제학과 정치학으로 설명된다(정통 페미니즘의 분석은 그것을 설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성에게 모욕을 줄 수 있다. 여자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게끔 세뇌당한 얼뜨기가 되기 때문이다).
* 진화심리학이 도전하는 대상은 페미니즘의 이상과 목표가 아니라 페미니즘 이론이 채택해 온 현대의 정통적인 마음 이론이다.
덧. 이 책은 국민 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태그 -
뇌,
단어과 규칙,
마음,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빈 서판,
생각 거리,
스티븐 핑커,
언어 본능,
언어 심리학,
역설계,
인지 과학,
진화 심리학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257
★★★★★
이미지 출처 :
YES24
심리학자 중에도 글을 잘 쓰는 분들이 꽤 많죠. 심리학의 난해한 전문 지식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풀어 쓰는 재주를 가진 분도 많고 몇몇 분은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기준에서 가장 문학적인 향기가 물씬 풍기는 글을 쓰는 심리학자는 단연코 이흥표 선생님입니다.
이 책은 이미 전작인
'사람은 왜 아픈가(2012)'에서 진솔하면서도 감동적인 글쓰기의 진수를 보여준 이흥표 선생님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입니다.
'사람은 왜 아픈가(2012)'가 상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일어나는 역동을 마음으로 따라가는 책이라면 이 책은 사람은 대체 왜 상처를 받는 것인지, 사람이 이런 상처를 과연 치유할 수 있는 것인지, 결국 사람이 선택해야 하는 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의 답을 생각으로 따라가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의 결과물을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1. 마음은 왜 아픈가
2. 신은 인간을 치유할 수 있는가
3. 인간은 인간을 치유할 수 있는가
4. 무엇이 인간을 치유할 수 있는가
5. 인간은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가
굉장히 방대한 연구들의 review 결과에 기반하여 엄정하고 과학적인 글쓰기를 지향하면서도 인문학의 향기를 담아내는데도 소홀하지 않고 있어 읽는 맛이 남다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볍게 읽자면 책장이 술술 넘어가게 읽을수도 있고, 그 안에 담긴 함축된 의미를 진지하게 음미하려면 한 구절 한 구절을 곰씹으며 천천히 읽을 수도 있는 묘한 매력의 책이죠.
예전에 이흥표 선생님이 상처에 대한 인문학적인 책을 쓰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걸 기억하기에 저는 그냥 가볍게 출, 퇴근 시간을 활용하여 훌훌 읽으려고 마음 먹고 집어 들었는데 제 손과 눈과 마음을 잡아끄는 대목이 많아서 자꾸 읽는 속도가 느려지더군요.
상처는 피할 수 없으며(운이 좋다면 최소한의 상처만 받겠지만) 잊을 수도 없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죠. 그 상처를 받아들일 지 말 지를 결정하는 건,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건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있고요.
상처받은 분들과 그 상처를 '그루밍'하는 자의 길에 서겠다고 결심한 모든 분들에게 현명한 선택의 지혜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여 많은 분들과 함께 읽겠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429
부모님 사랑은 내리 사랑이자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들 합니다. 부모가 되어 봐야 아낌없이 주는 부모님의 바다와 같은 사랑을 진정으로 깨닫게 된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부모의 사랑은 자식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일까요?
저는 그런 사랑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상담일을 하면 할수록 무조건적인 사랑은 허구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짙어지거든요.
자녀가 사소한 일로 감정이 폭발해 부모님은 항상 나를 무시한다고 울분을 토하는 걸 듣고 황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온 부모님이 계십니다. 당신은 자녀를 무시하는 마음을 품은 적이 한번도 없다고 억울하다고 하시면서요.
그런데 왜 그 자녀는 부모님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그건 그동안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부모가 나에게 조건부 사랑을 줬다고 느꼈는데 그 사랑을 받기 위한 기대를 충족할 능력이 본인에게 없으니 답답했던 것이죠.
부모와 자식의 이런 생각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이런 차이를 보이는 가족이 정말 많습니다. 저는 이럴 때 부모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순서대로 합니다.
1. 자녀를 사랑하시나요?
: 놀랍게도 이 질문부터 선뜻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부모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자녀를 사랑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 부모가 별로 없거든요. 물론 자식을 사랑하는게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2. 사랑한다면 왜 사랑하시나요?
: 안타깝게도 이 질문에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고 대답하는 부모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사랑한다고, 부모가 자녀를 무슨 이유가 있어서 사랑하느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 부모가 스스로의 마음을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사랑하는 이유가 무언가는 반드시 있더군요.
3. 자녀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도, 내 기대에 반하는 삶을 살아도 사랑할 수 있나요?
: 아직까지 이 질문에 대해 진정으로 그렇다고 대답하는 부모를 한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 질문을 들은 모든 부모가 주저하거나 대답을 꺼리고 피하더군요.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 면을 세워주고, 내가 바라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원하는 배우자를 얻고, 내가 봤으면 하는 손주를 안겨 주고, 내가 원하는 효도를 한다면 그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반대라면요? 그래도 사랑할 수 있나요?
세 질문에 모두 "예"라고 선뜻 대답할 수 없다면 조건부 사랑이 아닌지를 의심해 보세요. 즉, 내가 원하는 것을 해 줘야,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사랑하겠다는 메시지를 나도 모르게 주고 있지는 아닌지를요.
조금 과격하게 말한다면 그건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투자를 한 겁니다. 게다가 그 투자는 상대방이 원치 않은 것이라는데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앞서의 예로 돌아가 자신을 무시하지 말라고 울부짖는 자녀는 이미 부모의 속마음을 읽고 있던 겁니다. 그냥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해 달라고 절규하는거지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무조건적인 사랑은 없으며 모든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는 게 아닙니다.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마음을 다쳤거나 마음이 약해진 분들이 대부분이니까요. 마음이 건강한 분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기대가 충족되어야만 조건부로 사랑하면서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부모와 그런 부모의 기대가 너무도 부담스러워 그 사랑을 굴레처럼 느끼는 자녀의 관계는 건강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일방적인 관계지요.
부모가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욕심과 기대를 명징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 자신의 부모로부터 받은 기대가 자신도 모르게 대물림되어 자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때, 그 때가 되면 비로소 진정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포스팅에서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에 국한해서 말씀드렸지만 연인, 배우자, 친구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면 별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내가 사랑하는 대상을 아무런 기대 없이 사랑하고 있는지를요, 상대방이 내 기대에 반하는 삶을 살아도 사랑할 수 있는지를요. 만약 그렇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면 당신은 정말 행복한 관계를 맺고 있는겁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059
공감은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자 상담자에게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 능력으로 간주됩니다.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상담 및 심리치료적 접근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이죠. 그만큼 상담에서는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 수련 과정에서 공감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애도 많이 쓰고 공감을 잘 하는 상담자는 실제 상담에서 유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공감이 잘 안되는 상담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제가 그렇습니다.
지금도 좀 그런 편이지만 제가 처음 상담을 하던 당시에도 저는 내담자가 하는 말을 들으면 내담자가 갈등을 겪은 상황이 정확하게 머리에 그려지고 왜 힘이 든건지 감이 오지만 공감만큼은 도무지 잘 되지를 않았습니다.
공감이 잘 안 되니 아무래도 내담자의 말에 반응하는 것이 서툴게 됩니다. 상담이 종결된 이후에 내담자가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한번도 안 해 주시더라는 불평 아닌 불평을 듣게 되기도 하고, 2년 이상 상담을 하고 있는 내담자가 오늘은 선생님이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기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듣게 되기도 합니다(사실은 아직도 좀 당혹스러워요;;;).
내담자에게 공감을 잘 못하는 건 상담자에게 큰 결함이라고 배웠기에 고민을 많이 했더랬습니다. 어떻게 하면 공감을 잘 할 수 있을까.... 나도 상담을 받아 봐야 하나, 예술을 자주 접하면 마음이 좀 열릴까(실제로 이건 효과가 좀 있습니다~) 등등.
많은 내담자들이 자신의 장점을 보지 못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성격, 습관, 대인 관계 기술, 외모 등을 고치려고 집착하는 것처럼 저 또한 공감을 못하는 제 자신만을 탓하면서 많은 시간을 낭비했죠.
그러다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공감이 그렇게 안 되는데 왜 나는 내담자의 입장과 갈등의 이유, 의사 결정의 중요도와 우선 순위가 도표를 그리듯이 자동적으로 번호가 매겨지면서 정리가 되는건지.... 왜 어떤 내담자가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말끔하게 정리되고 혼란이 가라앉아서 좋아요 라고 말한 건 놓치고 있었던 것인지...
상담에는 머리와 마음이 모두 필요하지만 머리가 더 발달한 상담자가 있고, 마음이 더 발달한 상담자도 있는거지요. 머리가 발달했다고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그랬다면 상담자가 되지도 못했을 겁니다)
결정적으로 저는 제 TCI 결과표를 보고 나서 왜 공감이 잘 안 되는지, 그런데도 왜 상담자의 일을 하고 있을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 TCI 기질 유형은 LLL유형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Schizoid 유형이죠. 점수대가 39-38-35T이니 점수도 꽤 극단적인 편입니다. LLL 유형의 특성 상 다른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으니 그 사람에게 진정한 공감을 하는 게 어려운 겁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어떻게 상담이란 걸 하고 있느냐 하면 제 성격 유형이 HMH 유형이거든요. 연대감 차원의 백분위 점수가 65.4 정도 되니 관계 맺기가 어느 정도 되는 것이죠. 게다가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Schizoid 기질이 병리적인 방향으로 활성화되지도 않고 잘 통제되고 있고요.
그래서 저는 제가 머리 80, 마음 20 정도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담자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예 공감이 안 되지는 않으니 부족한 공감 능력은 부족한대로 인정하고 그보다 특화된 분석 능력을 강점으로 활용하는 상담자가 되어 내담자를 돕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제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인정하다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야기가 길었습니다만 이 포스팅에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머리와 마음을 자유자재로 잘 사용하는 균형잡힌 상담자는 그리 많지 않으니 본인이 공감을 잘 못하는 상담자라며 자책만 마시고 강점 영역을 잘 찾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내담자를 도울 수 있다는 겁니다.
저처럼 공감에 서투른 상담자 선생님들, 화이팅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978
남성은 이성, 여성은 감성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들 합니다. 남자는 입장과 처지를 이해받는 게 중요하고, 여자는 마음을 알아주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그것이 생각이든, 마음이든 간에 어쨌거나 나를 알아주는 것, 내가 받아들여지는 것,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원하죠.
이걸 상담에서 흔히 사용하는 개념인 공감에 포함된 중요한 내용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공감이란 게 정작 말처럼 쉽지는 않아서 현장에서 일하는 상담자도 개념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병상련도 아니고 단순한 측은지심도 아니면서 동정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죠.
사설이 길었는데 오늘은 상담 현장에서 사용하는 공감 말고 흔히 우리가 말하는 공감(위에서 이야기 한 나를 알아주는 것과 유사한 의미의)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모든 대인 관계에서 내가 받아들여지는 것, 나를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부부 관계를 포함한 친밀한 쌍방 관계에서는 더더욱 중요하죠.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전업주부인 아내가 가사와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당신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남편에게 불만을 토로합니다. 당연히 남편은 그게 얼마나 힘든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 위로하려고 애를 쓰죠. 하지만 아내는 당신은 머리로만 이해를 하지 내 감정을 마음으로 아는 것 같지 않다면서 쏘아 붙입니다.
위의 예에서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고통을 머리로만 이해하려고 할 뿐, 마음으로 느끼지 못한다고 불평하지만 제가 볼 때 이 문제의 핵심은 이해냐 감정이냐가 아닙니다.
아내가 자신의 고통과 힘겨움을 남편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남편의 이해가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공감은 행동을 기반으로 작동하거든요.
말로는 혼자서 살림하고 애보느라 얼마나 힘드냐며 위로하지만 정작 퇴근하면 나 몰라라 자신만 씻고, 밥 먹고, TV 보고, 일찍 자고, 새벽에 아이가 울어도 모른 척하고, 주말에는 일 핑계를 대면서 휴일 근무를 나가거나 라인 관리를 해야 한다며 골프나 등산을 가면서도 정작 아내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을 한 것이 없기 때문에 당사자가 공감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겁니다.
일반적인 상황에 대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지만 상담에서도 사실 마찬가지입니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한다면 알게 모르게 자연스레 행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내담자의 고통에 공감이 되면 감정의 흔들림을 느끼게 되고 공명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내담자가 고통을 이겨낼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해 탐색하게 됩니다.
'네가 왜 힘든 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고통의 원인으로는 A와 B, 그리고 C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B인 것 같고 나머지 두 개의 이유는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으니 환경 개선을 통해 이들의 영향력을 최소화시키고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온전히 직관할 수 있도록 자동적 사고를 교정할 필요가 있겠다'
이처럼 머리에 기반한 상담자의 문제 이해는 공감에 이르는데 턱없이 부족합니다.
공감을 한다면 말이 아닌 행동을 하게 되고 행동을 하다 보면 더 깊은 공감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니 진정한 공감을 하고 싶으면 먼저 행동이라도 하세요. 하루라도 혼자서 아이를 돌보면서 모든 집안 일을 해 보면 아내의 고통이 어떤 수준인지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 이후에 공감을 더 깊게 하게 만드는 다른 바람직한 행동으로 이어질 지, 공감을 방해하고 차단하는 회피 행동으로 이어질 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행동을 해야 공감의 가능성이 생깁니다.
태그 -
감성,
고통,
공감,
내담자,
동병상련,
동정,
마음,
부부 관계,
상담,
상담자,
이성,
측은지심,
행동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878
2012년 9월에
'관계는 기대 때문에 망하고, 불행은 비교 때문에 느낀다'는 포스팅을 하면서 우리가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기대'와 '비교'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위의 글과 내용이 이어집니다.
매사에 자꾸 기대를 하게 되면 그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 실망하거나 원망하고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대인 관계가 악화됩니다. 또한 자신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며 불행을 느끼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며 얻게 되는 일시적인 위안에 매달리게 되죠.
행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대'와 '비교'를 내려놓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아무 것에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가능하겠지만 그건 경지에 이른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마음가짐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아무런 욕심도 갖지 않는다면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리고 무기력에 빠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적절한 수준의 욕심은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의 두 가지 생각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때때로 꺼내 되새겨 보세요.
1.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맞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빨리 인정할수록 좋습니다. 세상이 공평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면 기대가 꺾이는 경험을 계속 반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왜 부자가 아닐까', '왜 나는 예쁜 여자 친구가 없을까', '왜 나는 한번에 취업이 안 되는 걸까'에 대한 원인을 '부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나지 않아서', '내가 못생겼기 때문에',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해도 안 되니까'처럼 원인을 자신에게 귀인하게 되고 쉽게 좌절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불공평한 일이 일어나게 마련이라고 생각하면 고통을 덜 느끼게 됩니다. 안 아프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덜 아프죠. 세상을 살면서 안 아플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조금 덜 아픈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너무 아프면 아픔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어 문제 해결적인 대처 방법을 사용할 수가 없게 되거든요.
2. 다른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다
세상사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라는 걸 빨리 받아들이는 겁니다. 내가 제아무리 옳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담보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마련이고 어떤 사람이냐,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냐, 지금 어떤 상황과 처지에 놓여있냐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 더 신기한 것이죠. 나는 왜 자꾸 다른 사람들과 마찰을 빚고, 오해가 생기며, 사람들이 내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하면 그건 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나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딴지를 거는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그냥 주어진 환경에 맞춰 패배자처럼 참고만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빨리 인식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확률이 증가하게 됩니다. 최소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 속에서 낭비되는 에너지와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나만 싫어하는 것 같고, 세상이 나만 홀대하는 것처럼 느끼는 분이 계시다면 기대를 내려놓고 비교를 하지 않기 위해 오늘 말씀드린 두 가지를 한번 차근차근 곰씹어 보시기 바랍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실거에요. 저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841
상담에서 만나는 내담자가 특정한 대상에만 국한되어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한 특수한 유형의 내담자들을 주로 만나는 상담자라고 해도 이직을 해서 다른 세팅으로 옮기거나 개업을 하게 되거나 하면 다시 다양한 내담자를 만나게 되지요. 그러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은 자신의 내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담자는 이런 다양한 내담자들을 어떻게 호칭해야 할까요?
제가 사용하는 호칭법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대학생 이상 성인의 경우는 ~님으로 통일하고 미성년의 경우는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지만 대신 말높임을 합니다. 최대한 중립적인 호칭을 사용하려는 노력인데요.
다른 상담자들도 대체로 저처럼 내담자를 호칭하지 않을까 싶은데 문제는 이를 지키기가 어려운 상황이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EAP 사내 상담을 하는 경우 회사 직원을 대상으로 상담하면 full name에 ~님을 붙여 호칭하기보다는 ~대리님, ~차장님 등의 직책으로 호칭하기 쉽습니다. 또한 아동/청소년 상담을 할 때 부모를 함께 상담하는 경우 ~어머님, ~아버님으로 호칭하기 쉽죠.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됩니다.
관계에 의해 규정되는 호칭을 사용하게 되면 상담에 임하는 내담자의 마음도, 상담에서 다루게 되는 주제와 내용 모두 관계의 틀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제약을 받게 됩니다.
얼핏 보면 대수롭지 않은 문제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이 제약의 틀이 상당히 견고한데 사내 상담에서 ~차장님이라고 계속 불리는 상태에서는 내담자가 중간 관리자의 시야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상담의 내용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고 ~어머님으로 불리는 내담자는 자신의 내면 문제나 원가족과 관련된 문제를 성찰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관계지향문화인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약이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상담자는 내담자가 아무런 관계틀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라도 full name으로 호칭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본인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내담자에게는 꽤 중요한 문제입니다.
태그 -
EAP,
EAP 상담,
full name,
관계,
내담자,
마음,
사내 상담,
상담,
상담자,
성찰,
아동 상담,
직책,
청소년 상담,
호칭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49
월덴 3에서도 몇 차례 나름대로 답변을 드린 적이 있고 포스팅으로도 몇 번이나 머리보다 마음을 믿고 따르라는 조언을 드렸지만 여전히 주저하고 결정을 못 내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당연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랬으니까요.
머리를 따르지 말고 마음을 따라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머리가 하는 소위 합리적라고 부르는 생각을 따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습관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자라면서 생각을 해라, 머리를 써라, 논리적/합리적으로 생각하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받습니다.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머리를 믿지 말고 마음을 따르라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평생을 그렇게 머리가 분석하는 정보만 믿고 의사결정을 해 왔으니 습관이 되어버린 머리를 버리고 갑자기 마음을 따르는 건 경천동지할 변화를 겪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일이죠.
둘째 이유는 머리가 마음보다 시끄럽기 때문입니다.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려고 하면 마음이 말하기 전에 이미 머리가 나서서 A는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고 B는 또 이러쿵 저러쿵 벌써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합니다. 이미 정신이 산란해지죠. 왁왁대는 머리의 소리가 듣기 싫은 사람은 그 중요한 결정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깁니다. 그런데 조언을 구한 그 사람도 머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결정한 것과 별로 진배없는 결론에 이르는데 그걸 자신이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는 근거로 받아들이고 뿌듯해합니다.
셋째 이유는 마음은 이유를 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걸 사람들이 마음을 따르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보는데 왜 그런 결정을 했냐고 물으면 머리는 이런저런 이유를 잘도 갖다 붙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면 그리 합리적인 것도 아닌데 그러거나 말거나 당장은 청산유수같이 내뱉죠. 하지만 마음은 의사결정의 이유를 대지 못합니다. 아무리 재촉해봐도 '그냥 좋아서' 정도가 다 입니다. 마음은 논리정연과 무관한 의사결정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왜 그게 더 끌리냐고, 혹은 왜 그걸 피하고 싶냐고 물어도 제대로 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유없는 묻지마 선택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머리가 시키는대로 결정하고 맙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합리화 기제를 발동시키죠. 자신의 선택이 옳지 않았다는 걸 주변 사람들과 특히 자기 자신에게 납득시켜야 하니까요.
그래서 머리가 아닌 마음을 따르는 것이 정말로 어려운 겁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145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면서(체험하면서) 원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으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우리들이 어린 아이였을 때에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찾고, 결정하고, 표현하는 것이 너무나 쉬웠습니다. 오히려 그걸 왜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는 어른들의 질문이 바보같이 느껴졌으니까요.
그런데 자라면서 세상에 물들고 영악해지면서 좋아하는 걸 마음에 물어봐도 마음은 침묵하고 어느새 팽팽 돌아가는 머리만 거기에 대답합니다. 될 수 있으면 새 것, 비싼 것, 근사해 보이는 것,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것을 고르라고 말이죠.
그래서 자신이 뭘 좋아하는 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는 방법'이라는 글에서 저는 태그 클라우딩을 하라고 조언 드렸습니다. 그냥 무작정 떠오르는 마음에 드는 낱말을 적어서 목록을 만드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점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구체화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낱말이 잘 떠오르지 않으면 어떡하죠? 쥐어짠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요.
그럴 때는
싫은 것(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연히 머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설득, 협박, 회유를 할 겁니다. 하기 싫어도 미래를 생각해서 참고 억지로 하라고,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느냐면서요. 개무시하세요.
'머리에 드는 것'을 무시하고 '마음에 드는 것'만 잡으세요.
싫은 일, 싫은 사람을 멀리하고 싫은 것을 하지 않을 때 비로소 그 빈자리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채워지게 됩니다.
그제서야 내가 정말로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038
월스트리트저널의 과학 칼럼니스트인 샤론 베글리가 쓴 '달라이라마, 마음이 뇌에게 묻다(Train Your Mind Change Your Brain, 2007)'를 북 크로싱합니다.
뇌의 가소성(plasticity)에 대한 연구의 흐름을 한 권의 독서로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소개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명상 수련으로 지능을 높일 수 있다는 식의 어설픈 주장을 하는 책이 전혀 아닙니다.
난도가 좀 높습니다만 인내심을 갖고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훌륭한 책입니다. 강추합니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021
★★★★★
이미지 출처 :
YES24
처음에 이 책이 제 손에 들어왔을 때, '엄한 달라이라마를 팔아서 또 누가 책 한권 냈구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겉장의 맨 위에 떡하니 써 있는 '당신의 뇌를 바꾸는 마음혁명'이라는 문구를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착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을 보면 'Train your mind Change your brain'이죠. 마음을 단련해 뇌를 바꾸라는 뜻입니다. 응? 뇌를 단련해 마음을 바꾸는 것이 아니고 마음을 단련해 뇌를 바꾼다고?
이 책이 나오된 경위는 이렇습니다.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던 달라이라마(저도 몰랐던 사실)가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신경과학자들과 뇌의 변화 가능성(뇌신경의 가소성(plasticity))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난 세기 동안 신경과학계의 정설이었던 유년기에 일단 형태 구성이 끝난 뇌는 이후에 구조가 변할 수 없다는 논리의 허점이 하나 둘씩 발견되면서 불교 수행의 대변자이자 본인 스스로 수행자인 달라이라마가 불교의 명상 수행이 뇌의 가소성을 촉진할 수 있지 않은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심층적인 연구를 촉발합니다. 그래서 달라이라마의 협력 하에 1,500시간에서 55,000시간에 이르는 수행을 쌓은 라마 고승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게 됩니다.
그 결과를 포함해 뇌의 가소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2002년에 '사이언스 저널'의 창간을 주도했고 '뉴스위크'에서 수석 과학 기자로 일한 경력도 있으며 현재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과학 칼럼니스트인 샤론 베글리가 엮었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마음을 수행함으로써 뇌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단, 주의집중과 부단한 마음 수련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먼저 변화하기를 원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만.
'사용에 따른 피질의 재구획화'에 대한 내용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번갯불을 듣고 천둥소리를 보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은 저로서도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또한 신체적 운동만으로도 새로운 뇌 세포를 생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아주 흥미진진했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강요된 운동은 뉴런 생성을 촉진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자발적 동기의 중요성이 뇌 가소성 연구에서도 입증된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정신적 연습이 실제 연습과 동일한 운동 회로를 활성화시켰고 동일한 결과를 냈다는 걸 증명한 실험도 재미 있었습니다. 마인드 컨트롤과 시뮬레이션 훈련이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한 것이니까요.
신경생리학이나 생리심리학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난도가 조금 높을 수 있습니다만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어느 순간부터 짜릿한 지적 자극을 받으실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책을 심리학 카테고리로 분류했습니다.
명상 수련으로 IQ를 높일 수 있다는 식의 어설픈 논리를 전개하는 책이 절대로 아닙니다. 뇌 가소성에 대한 최신 연구가 총망라 되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태그 -
brain,
mind,
plasticity,
뇌,
뇌 가소성,
달라이라마,
마음,
명상,
생리심리학,
샤론 베글리,
신경과학,
신경생리학,
심리학,
피질의 재구획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017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최소한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물론 알고 있는 것과 몸으로 행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만....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하고자 해도 도대체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멀리에서 찾을 것도 없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난 대체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아마 쉽게 답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뭐가 더 효율적이고, 뭐가 더 시간을 절약해 주는지, 뭐가 더 남 보기에 있어 보이는지와 같은 합리적 잣대로만 머리를 굴려왔기 때문에 이제와서 갑자기 마음에 물어봤자 답이 나올리가 만무하지요.
암만 머리를 쥐어짜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뭘 해야 행복한 건지 물어봐도 머리만 아플 겁니다.
제가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할테니 한번 고려해보세요.
사실 별로 어렵지도 않아요. 그건 바로 일종의 태그 클라우드(Tag Cloud)를 만드는 겁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찾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만드는 것인데 추상적인 단어든, 구체적인 단어든 가리지 말고 생활하면서 떠오르는대로 계속 리스트에 추가하는 겁니다. 노트나 일기장에 적어도 되고 스마트폰에 입력해도 됩니다.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하면 더 좋겠지요.
처음에는 '떡볶이', '아이폰'처럼 아주 구체적이고 단순한 물건의 이름이 기록되지만 점점 무의식에 담긴 내용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렇게 모인 태그 클라우드를 앞에 놓고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르게 됩니다.
진짜냐고요?
최소한 저는 이 태그 클라우딩을 통해 월덴 3라는 블로그를 시작했고, 심리평가/심리치료 supervision을 시작했으며 나눔과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맞아들였지요. 아 참,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구매했고 운동도 시작했네요. 여행도요. 어때요 꽤 많지 않나요?
앞으로 또 어떤 것들이 제 내면에서 튀어나올 지 기대가 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936
그렇지 않아도 자본주의가 기승을 부려온 마당에 이제는 신자유주의까지 엄습하여 뭐든지 돈으로 환산해야만 직성이 풀리는데다 경쟁은 기본이고, 경쟁의 승자도 적절한 대가를 돈으로 받아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와 반비례해서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수는 급격히 줄고만 있지요.
다들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돈과 비교 경쟁의 프레임에서 빠져나오는 건 쉽지 않습니다.
자발적인 가난을 선택하고 소비를 줄이고, 자연친화적으로 사는 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결단력을 요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돈을 버리라고 말하기보다는 맛있는 비빔밥을 만드는 방법처럼 살자고 말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맛을 내고 값비싼 재료라고 해도 그것만 넣어서는 비빔밥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다양한 재료가 골고루 섞여야 오묘한 조화의 맛을 내는 법이지요.
신선한 나물도 필요하지만 김가루도, 깨도, 참기름도 넣어야 더 맛있어집니다.
그러니 돈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도, 즐거운 취미 생활도, 마음의 평안도, 신체적인 건강도 모두 필요하고 또, 그것이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일품 요리가 아닌 비빔밥같은 행복을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921
댄 밀맨의 롱런 셀러 '평화로운 전사(Way of the Peaceful Warrior, 2000)'를 북 크로싱합니다. 원래 이 책은 1980년에 출판되었지만 한국에 소개된 것은 2000년 재개정판입니다.
저자가 대학 시절 소크라테스로 불리는 미스테리한 실존 인물을 만나 슬럼프를 극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입니다.
이 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고요.
참 좋은 책입니다. 심리학자가 쓴 책도 아니고 심리학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것이 심리학 책이 아니라면 뭘 심리학 책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태그 -
Book Crossing,
댄 밀맨,
두뇌,
마음,
북 크로싱,
북크로싱,
소크라테스,
심리학,
심리학자,
지혜,
평화로운 전사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773
★★★★☆
이미지 출처 :
YES24
전 세계 체조 챔피언으로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스탠포드 대학의 체조 코치와 오벌린 대학 교수를 역임한 댄 밀맨이 슬럼프를 겪던 대학 시절 인생의 멘토를 만나 변화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펴낸 자전적 소설(?)입니다.
무려 28년 동안 팔리고 있는 롱런 셀러이죠. 1980년에 처음 세상에 나왔지만 1984년에 개정, 2000년에 재개정된 책입니다. 한국에는 2007년에 소개되었고요.
얼핏 보면 서양식 무협 소설처럼 보이는 이 책에는 굉장히 중요한 지혜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세상이 곧 수수께끼지. 꼭 알 필요는 없네"
"내가 누군지는 내가 누구이기를 희망하는 자네의 마음에 달렸지"
"적절한 스승을 만났는지 아닌지는 자네가 무얼 배우고 싶은가에 따라 결정된다네"
"여기 이 세상은 학교야, 유일한 진짜 스승은 삶이지. 그건 수많은 경험을 제공하지만 경험 그 자체가 지혜와 성취를 가져다준다면 나이든 모든 사람이 행복하거나 깨달았겠지. 하지만 경험이 주는 교훈은 숨어 있다네"
"무언가를 알려면 끝에 이를 때까지 기다리는게 상책이야"
"벌벌 떨면서 소심하게 실수를 피하기보다, 온 정신을 다해 실수하는 편이 나은거야"
물론 맥락을 모르고 하나 하나 떼서 본다면 영 시덥잖은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곰씹어 보면 단순한 말에 내포되어 있는 엄청난 지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너무 딱딱하거나 교훈적이라면 읽고 싶어지지 않을텐데 이 책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지혜를 전달합니다. 훈계하거나 강요하는 투의 자기계발서에 질린 분들께 추천하는 책입니다. 어떤 책이 아주 오랫동안 팔릴 때에는 대개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덧. 이 책의 내용에 거의 동감하지만 두뇌와 마음의 역할에 대한 설명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두뇌를 믿고 마음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전 정반대로 보고 있거든요. 번역의 문제인지 이성에 의한 합리주의를 따르는 서양식 사고 방식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전 제 맘대로 사회화 과정에 의해 오염되기 쉬운 두뇌(혹은 머리)를 따르지 말고 마음을 따르라고 반대로 이해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이런 차이를 생각하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759
상담을 할 때나 개인적으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 저는 행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걸 네 바퀴의 균형이라고 말합니다. 바퀴의 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균형입니다.
사람들마다 행복을 달리 정의하겠지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기본적인 전제는 다음의 네 가지 요소가 삶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죠.
그것은 바로
신체, 정신(또는 마음), 관계, 영혼입니다.
각각의 요소는 정도를 비교할 수 없이 모두 중요합니다. 어느 하나만 빠져도 행복하기 어렵죠.
다른 것이 모두 갖춰져도 몸이 아프다면 행복할 수 없습니다.
다른 것이 모두 갖춰져도 마음이 건강하지 않다면, 명확하게 생각할 수 없다면 행복할 수 없습니다.
다른 것이 모두 갖춰져도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습니다.
다른 것이 모두 갖춰져도 영혼이 황폐하면 행복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인 풍요가 행복을 가져올 것으로 착각하지만 물질적인 풍요는 위의 네 가지 요소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채울 수 없습니다. 부유하면 마음이 평안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물질적인 풍요인지 아니면 평안인지...
둘은 같은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지나친 물질은 오히려 평안을 해치고 두려움과 불안을 몰고옵니다.
지금 자신의 네 가지 바퀴를 점검해보세요. 어느 하나의 바람이 많이 빠져 있다면 당장 채워넣어야 합니다.
몸이 건강하지 않다면 치료를 받고 주기적으로 즐거운 운동을 하세요.
마음이 건강하지 않다면 상담을 받거나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면 마음을 달래줄 즐거운 활동을 하세요.
관계가 건강하지 않다면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기 위해 당분간 홀로살기를 연습해 보세요.
영혼이 건강하지 않다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한 여행(명상 등)을 하거나 신과의 대화를 시도해보세요.
어느 바퀴 하나에만 의지하면 안 됩니다.
운동만 열심히 한다고 행복할 수 없고
음악만 듣는다고 행복할 수 없고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운 대화만 한다고 행복할 수 없고
신앙생활에만 몰입한다고 행복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네 바퀴가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세요.
그러고 나서 자신이 찾고 있는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보세요.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미 답을 찾았을 수도 있고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753
예전에
'도박 중독자는 칭찬에 목마르다'라는 글에서 도박 중독자가 얼마나 가족들의 칭찬을 갈구하는지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도박을 하지 않고 참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힘든 일인데 도박자는 가족의 인정과 용서를 받기 위해 집안 일을 돕거나 대소사에 신경을 쓰는 등의 갖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무심하게도 그런 도박자의 행동에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물론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고 참는 것이라든가, 집안일을 돕는 것 등의 행동이 가족들 입장에서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고 어찌보면 당연하기 때문에 도박자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생각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에 빠지기 이전에는 가족들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던 도박자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가족을 아끼고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면 눈에 띄지 않을리가 없지요. 그런데도 대부분의 가족들은 무심하고 칭찬에 인색합니다. 왜 일까요?
그건
가족들도 칭찬을 하고 싶지만 혹시라도 도박자가 교만해져서 변화하려는 긍정적인 노력을 멈추거나 만에 하나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강한 두려움이 아직도 마음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앞선 글에서 저는 도박 중독자의 긍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라도 칭찬을 해 주라고 가족분들께 주문했지만 이번에는 도박자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그러한 두려움에서 가족들이 벗어나 마음껏 칭찬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만 참고 오히려 한 번 더 노력하라고요.
사람의 마음이 바뀌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한번 제대로 바뀌기만 하면 그 변화는 터진 둑과 같습니다.
태그 -
가족,
교만,
도박,
도박 중독,
도박 중독자,
도박자,
도박중독,
도박중독자,
두려움,
마음,
인정,
칭찬,
회복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706
세상에 아무런 고민 없이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인생은 매 순간마다 선택을 요구하죠. 사소하게는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에서부터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와 같은 진지하고 심각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폭과 깊이는 매우 다양합니다.
선택이 우리에게 주는 딜레마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선택을 하든 100%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선택하지 않는 것에 대한 후회가 따른다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누구든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 유일하게 위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선택에서 저는 머리가 아닌 마음에 물어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리에 물어보는 것을 감안한다면 반대의 선택을 하는 것이죠. 우리는 머리가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서 꼼꼼히 재고 따져보면 확률적으로 후회를 줄이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인간의 머리라는 것은 의외로 그리 정확하지 않으며 오히려 상당히 많은 객관적인 정보를 주관적으로 왜곡하거나 윤색합니다. 그래서 뜻밖의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마음(뭐 영혼 기타 등등으로 불러도 됩니다)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온통 오염된 머리와 달리 비교적 순수한 편이죠. 그래서 저는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아무리 조건이 좋고 눈앞에 이득이 되는 것도 선택하지 않습니다.
마음과 머리를 구분하기 어려운 분들께는 두 번째 방법을 추천합니다.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을 때 이런 저런 조건을 따지고 저울질하지 말고 이것을 선택해서 경험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만약 그렇다는 답이 나오면 무조건 하는 겁니다. 잘 생각해보시면 첫 번째 방법과 유사하죠.
제 인생이 바뀐 그 시점부터 지금까지 저는 거의 모든 선택을 위의 두 가지 방법에 따라 해 왔지만 크게 후회한 적이 한번도 없고 대부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모든 선택의 근거를 합리적인 이성의 판단에만 맡겨왔던 분으로 선택의 결과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제가 사용하는 방법을 한번 고려해 보심이 어떨까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517
★★★★☆
이미지 출처 :
YES24
인간이 생각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고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놈의 '생각' 때문에 행복한 인생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게다가 너무 많이 생각해서 문제가 되는 일이 날이 갈수록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저자인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은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생각을 버림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 챙김 명상에서 배운 것들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생각을 멈추고, 말하기, 듣기, 보기, 냄새맡기, 먹기, 쓰기 등 'here & now'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죠. 이 책을 읽고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마음 챙김 명상을 접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아 보이거든요.
이 책에는 단순하지만 아주 중요한 개념이 또 하나 계속해서 소개됩니다. 바로 솔직하자는 것이죠. 제가 도박 중독자와 상담할 때 강조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좋아보이고 이득이 되는 것 같아도 솔직하지 않으면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그 사람을 덮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하지 않은 상태에서 얻은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행복을 가져오지 않습니다. 그저 마취시킬 따름이지요.
저는 요새 사람들에게 선택하기 어려울 때에는 머리에 묻지 말고 마음에 물으라고 합니다. 우리의 머릿속에 쌓여 있는 많은 생각 중 대다수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불필요하게 오염된 정보이고 현명함이나 지혜와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마음은 아직까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도와줍니다. 그저 하고 싶은대로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솔직함으로 무장하고 솔직하게 물어봐야 합니다. 이건 해 봐야 압니다. 순수한 마음의 힘을 믿으세요.
닫기
*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원인은, 과거로부터 엄청나게 축적되어온 생각이라는 잡음이 현실의 오감을 통해 느끼는 정보를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 불교에서 권하는 대처 방법은 억압과 발산이라는 길이 아닌 제3의 길, 즉 '응시'이다. 이 때 우리가 응시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이다. 만일 화가 치민다고 생각되면, 이 "화가 치민다"를 따옴표로 묶어 버린다. 그 다음 '나는 "화가 치민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한다. * 불교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상대방에게 의미가 없는 것은 모두 쓸데없다고 보면 된다. * 어떤 의미에서 보면, 걱정이란 자기 맘대로 즐기는 취미활동 같다. 진정 상대를 위한다기보다는 자기가 걱정하고 싶으니까 걱정하는 것이다. 보통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 걱정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불안과 동요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이다. 불쌍한 것은 이 사람이지, 내가 아니다. 큰일난 사람도 이 사람이지 내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걱정함으로써 자신의 불안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을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500
행복이라는 건 과연 뭘까요? 수많은 현인과 철학자들이 행복의 본질을 찾고자 노력해왔고 현대 심리학도 그 대열에 공격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아직도 뭐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죠.
그래도 그런 노력의 결과 행복이 돈이나 명예와 같은 것들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는 걸 이제는 일반인들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 알려면 무엇보다 먼저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행복하다는 것이 생각인지 느낌인지, 아니면 그 둘의 적절한 조합인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저는 느낌 쪽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제가 행복하다는 걸 알 수(aware) 있는 두 가지 기준이 있는 데 오늘은 그걸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하나는
마음의 편안함입니다. 무념무상의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고민과 번뇌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 편안함을 느끼게 되면 주변 사물의 세세한 부분까지 그대로 느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마음이 산란하면 운동을 나갔다 와도 뭘 보고 뭘 들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는 얼굴에 쏟아지던 햇살, 개울물이 흘러가는 소리, 비 온 뒤의 물냄새까지 모두 기억납니다. 그야말로 '아, 좋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마음 상태이죠. 이런 마음 상태를 한번 경험하게 되면 계속 유지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그리고 당연히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기간이 늘어나게 되죠. 상승 효과가 나타나는 겁니다.
두 번째는
내 주변에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저는 유유상종이라는 사자성어를 매우 신뢰하는 사람인데 단순히 비슷한 성격이나 성질 뿐 아니라 행복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의 부정적인 기를 잘 느끼고 함께 있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나눠주고 행복을 전염시킬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행복과 불행은 상극이라서 행복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행복한 사람들에게 끌리고 불행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들만 눈에 띄이는 법입니다. 그러니 더욱 자신의 삶이 지지리 궁상처럼 느끼게 되지요. 그러니 지금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세요. 주변에 못살고,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만 보인다면 당신은 현재 불행한 사람입니다. 반대로 인생을 즐겁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면 당신은 비교적 행복한 사람입니다. 만약 당신이 불행한 사람이라면 가능한 한(행복한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싶어하지 않으니) 행복한 사람과 가깝게 지내고 그들의 비법을 배우세요. 당신의 불행이 불행한 사람들을 자석처럼 쉽게 끌어들인다고 그냥 자포자기하고 있으면 계속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행복도 노력입니다.
저는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 겁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474
모처럼 괜찮은 심리치유 에세이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거야(2010)'를 북 크로싱합니다.
마음이 찢겨서 상하고, 아프고, 뻥 뚫린 듯 허전한 분들께 위로가 되는 책입니다.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지만 상담자들보다는 일반인들에게 더 추천합니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은 별사탕님이 소장하던 책을 북 크로싱하는 것입니다. 별사탕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290
★★★☆☆
이미지 출처 :
YES24
전문성과 글솜씨를 모두 갖춘 사람이 지은 책은 지식과 감동과 읽는 맛을 동시에 선사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런 지은이는 매우 드물죠.
지식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다 보면 딱딱하고 어려운 교양서가 되기 쉽고 그렇다고 재미와 읽는 맛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시덥잖은 글 나부랑이가 되기 쉽습니다.
저는 이 책을 별 세 개로 평가했지만 그건 현장에서 일하는 상담가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도를 평가했기 때문이지 일반인의 입장에서 평가를 하라고 했다면 별 네 개는 충분히 주었을 겁니다.
그만큼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는 책입니다. 아마도 저자가 블로그나 칼럼에 게재했던 글들을 모아 다듬어서 내놓은 모양인데 '사랑받고 싶은 마음', '이해받고 싶은 마음', '위로받고 싶은 마음', '치유받고 싶은 마음', '분석받고 싶은 마음'의 5 section으로 구분한 것도 상당히 적절하고 아무래도 저자가 현장에서 상담을 한 경험이 많은데다 그 경험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잘 갈무리해서 나름대로 정리를 해 왔던 것 같아서 내용이 겉돌지 않고 마음에 바로 와 닿습니다. 책이나 논문만 달달 읽어서는 절대로 이런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런 치유 에세이류가 독자에게 와 닿으려면 두 가지 중 하나의 노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이거 완전히 내 이야기인데!'라는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독자에게 주거나 확실한 해결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은 첫 번째 노선을 충실히 따른 책으로 보이는데 내용이 아주 충실한데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저자가 상담 현장에서 경험한 내용을 정리해 놓은 자료를 기반으로 하다보니 책을 내기 위해 이론적인 설명을 덧붙인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출판사에서 요구를 했거나 혹은 저자가 아무래도 독자를 위해 이론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랬을 수는 있는데 그러지 말고 그냥 저자가 생각한 그대로 밀고 나갔으면 더 좋았을 뻔 했습니다.
물론 이론적인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다루는 치유 에세이인 만큼 인지적인 부분을 배격하고 다소 비전문적으로 보이더라도 정공법으로 마음만 붙잡고 늘어졌더라면 훨씬 좋은 책이 나왔을 것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저자가 현장에서 경험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도 충분히 좋았을 것 같고요.
저자가 좀 더 유명해지고 내공이 쌓여서 아무도 함부로 흠잡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 그런 글을 자신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대되는 분이네요.
이 책을 추천하는 대상은 자신의 마음을 좀 더 알고 싶은 사람들, 자신을 좀 더 소중히 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덧1. 김혜남 선생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2008)'를 읽느니 이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288
상담자나 심리치료자는 마음의 문제를 주로 다루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온통 열과 성을 쏟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작 마음보다 더 중요한 몸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이 건강하지 않은 내담자가 마음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요?
몸이 건강하지 않은 상담자가 내담자를 잘 상담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할리야 없지만 효율성이 많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굳이 마음의 문제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신체화 장애가 아니라고 해도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그 몸에 담긴 마음과 영혼이 건강하기가 어렵죠. 몸이 아픈 우울증 환자는 신체적인 장애가 없는 우울증 환자보다 더 어려운 치유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Anima Sana in Corpore Sano'는'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육체에 깃든다'는 라틴어입니다. 이 말의 약자로 이루어진 ASICS는 일본 스포츠 상품의 브랜드 네임으로 사용되기도 했죠. 개인적으로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하고 마음의 문제를 다루는 임상가들일수록 몸의 중요성을 항상 새겨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추천합니다.
상담을 잘 하려고 해도 체력이 따라야 하고, 상담을 잘 받으려고 해도 무엇보다 먼저 몸이 건강해야 합니다.
그러니 내담자 뿐 아니라 상담자도 평소에 건강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즐거운 마음으로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의 중요성은 일반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일주일에 3번 이상 1시간 이상씩 꾸준히 운동을 하는 건 살을 빼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이 사람 믿어주세요~ ^^;;;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237
★★★★☆
이미지 출처 :
YES24
학습 장애로 인해 낙제를 거듭하여 대학을 두 번이나 옮겼고 천신만고 끝에 박사 학위를 받고 촉망받는 심리학자로 탄탄대로를 막 걸어가려던 무렵 33세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 사고로 척수 손상을 입어 전신 마비가 된 사람, 그 이후 이혼과 지독한 우울증, 자녀들의 방황, 아내, 누나, 부모님의 죽음을 차례로 경험한데다 둘째 딸이 낳은 유일한 손자가 자폐증 판정을 받은 사람, 그가 바로 이 책을 쓴 대니얼 고틀립 박사입니다.
이 책은 그가 자신의 마지막 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쓴 책으로 자신의 투병 생활에서 느낀 점과 임상가로서 현장에서 경험한 인생의 지혜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책입니다.
이 책은 절망을 딛고 일어선 사람만이 말 할 수 있는 소중한 내용들로 가득한데 결코 투쟁기나 성공담이 아닌 그야말로 내려놓기를 몸소 실천한 한 임상가의 솔직한, 그러면서도 친절하고 따뜻한 자기 고백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모든 실패와 좌절을 겪어본 사람의 자기 고백이기에 그만큼 더 절실하고 마음을 울리며 다가옵니다.
절망의 나락에서 '수용(acceptance)'과 '내려놓기'를 그야말로 몸으로 체득한 사람의 말이기 때문에 그런 소중한 지식을 너무나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좋다기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사랑, 후회, 연민, 죽음, 불안, 평가, 분노, 연민, 마음, 경청, 평화, 적응, 미래, 인생, 외로움, 영혼, 상처, 사색, 치유...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과 유머가 마음을 울리는 책, '마음에게 말걸기'
모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태그 -
Learning from the heart,
경청,
대니얼 고틀립,
마음,
마음에게 말걸기,
미래,
분노,
불안,
사랑,
사색,
상처,
심리학,
연민,
영혼,
외로움,
인생,
임상가,
적응,
죽음,
치유,
평가,
평화,
후회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172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말다툼의 이유는 (거의) 대부분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라 지극히 감정적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벼운 차량 접촉 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상소리가 오가는 이유는 겉으로 보기에는 과실 비율을 따져서 자신의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건방지게 끼어든 침입자에게 한방 먹여서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고 내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픈 심리가 작동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교통 신호 위반이니, 정지선 준수니 하는 말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나이가 얼마냐는 둥, 말하는 싸가지가 없다는 둥 인신공격적인 언사가 난무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나오는 상대방에게 합리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이야기를 아무리 해 봤자 쇠 귀에 경 읽기 꼴이 됩니다. 이 때에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그에 맞추어 적절한 반응을 해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나 도의적인 책임이 약간 있는 일을 꼬투리 잡아 상대방이 화를 낸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러니 내 책임은 별로 없다고 하면 상대방이 알았다고 수긍할까요? 전혀 아니죠.
일단 상대방의 비난을 그대로 수용합니다. 인정이나 납득이 아니라 수용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당신이 하는 말이 맞습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얼핏 보면 불합리한 책임 전가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수용하는 것은 상대방의 상한 감정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이 수용하면 더 이상 공격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그건 엄청난 죄책감을 유발하니까요.
이런 수용은 나 스스로 떳떳하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진실이 외부 평가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대신 절대로 상대방을 무마하기 위해 겉으로만 수용하는 척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오히려 역효과만 납니다. 상대방에 대한 측은지심을 유지해야만 진정한 수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물을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당신의 마음이 풀리겠습니까?"
지금까지 상대방이 나에게 하고 있던 공격이 전적으로 감정적인거라면 그리 신통한 답이 나오지 않을겁니다. 이미 확실한 공감을 받았으니까요.
만약 아주 구체적인 답이 나온다면 이해 득실을 따지려는 생각도 상당히 섞여 있는 겁니다.
상대방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생각해 보겠습니다"라는 정도만 답하면 됩니다.
나중에 어떤 해결 방법을 제시하든 상대방은 최소한 무리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할 겁니다.
감정적인 갈등이 없으면 적어도 합리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는 기본 바탕은 마련된 겁니다.
거기에서부터 진정한 화해가 시작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824
★★★★☆
이미지 출처 :
씨네 21
저는 사실 여행 갈 때를 제외하고는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사전 정보를 모으는 편이 아닙니다. 어차피 사람마다 느낌과 생각이 다르니까요. 남이 생각하고 느낀 것은 뭐가 중요하겠어요.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
그래서 그냥 대~충 '감'으로 선택하곤 하죠.
이 영화도 기냥 봤습니다.
봤더니 좋았습니다.
뜨거운 눈물이 울컥 쏟아져 나올 정도로 감동적인 것도 아니었고, 무릎을 치며 포복절도할 정도로 재미난 것도 아니었지만 마음이 짠~ 한 것이 울림이 있더군요.
아마도 할아버지가 그 소를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적잖이 실망했겠지만 할아버지와 소가 어떤 관계인지는 짐작만 할 뿐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로 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정 붙이고 사용하던 물건도 버릴 때에는 꼭 친구랑 헤어지듯이 섭섭하고 가슴 한 켠이 서늘하고 그런데 반 평생을 함께 지낸 소가 죽는다면 그 속이 어떨지는 참.... 유년기를 함께 보낸 개를 떠나 보내고 나서 창피함도 모르고 꺼이꺼이 울었던 적이 있는 저로서는 아주 조금은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헌 것은 지겹고, 느리고, 재미없고, 싫증나고, 새 것은 무조건 좋고, 멋지고, 간지나고, 쿨하다고 생각하는 요즘의 세태에서 한번 쯤 뒤돌아 보면서 '과연 그럴까?'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추천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710
★★★★★
이미지 출처 : YES24
제가 좋아라 읽었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 수업'과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을 출판한 이레 출판사의 책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레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책을 잘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번역본의 경우 번역이 깔끔하게 잘 나오는데다 영성, 마음을 다스리는 책을 많이 내거든요.
이 책의 스타일은 '인생 수업'과 많이 닮았습니다. 겉장만 보고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인 줄로 착각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론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깨달음을 얻고자 태국으로 건너가 당대의 고승인 아잔 차의 밑에서 수행을 하고 남반구 최초의 절을 세운 아잔 브라흐마가 썼습니다.
제목에서도 금방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마음을 다루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으며 마음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내려놓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잔 브라흐마가 평소에 했던 법문 108가지를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으로 어렵게 씌여있지 않고 읽기에 수월합니다.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고 심리학과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그러면서도 깨달음의 깊이는 결코 뒤지지 않는 책입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닫기
* 삶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원하는 어떤 것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원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인간이 추구하는 자유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욕망의 자유'이고, 다른 하나는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이다. * 왜 우리의 문화에서는 언제나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좋은 덕목으로 여기는 것일까? 왜 우리는 타인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더 비판적이며, 더 가혹할까? 그것은 언제나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아직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 우리는 우리의 배우자가 가진 결점들에 감사해야 한다. 만일 애초부터 그런 결점들이 없었다면,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나은 누군가와 결혼할 수 있었을 테니까!* 이성과의 사랑에서 우리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을 사랑할 뿐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이다. * 좋은 친구나 상담자는 바닥이 없는 쓰레기통과 같다. 그리고 너무 가득 차서 또 다른 사람의 문제를 들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결코 없다. *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는, 아무 것도 하지 말라. 물살이 당신보다 더 강할 때, 그때는 물살과 함께 흘러갈 때이다. 당신이 무엇인가 할 수 있을 때, 그 때가 바로 온 에너지를 쏟아 부을 때이다. * 일정표 속에 '가장 소중한 돌들'을 반드시 맨 먼저 넣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하루 속에 그것들을 결코 집어넣지 못할 테니까. 아마도 우리의 '항아리' 속에 먼저 넣어야 할 가장 소중한 돌들은 내면의 행복일 것이다. 우리 안에 행복이 없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줄 행복도 없다. * 왜 우리는 만족스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먼저 힘들게 일해서 부자가 되어야만 한다고 믿는가? * 어떤 장소든 당신이 그곳에 있기를 원치 않는다면, 아무리 안락하더라도 당신에게는 그곳이 감옥이다. 이것이 '감옥'이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다. 당신이 머물고 싶어하지 않는 어떤 상황, 그것이 곧 감옥인 것이다. * 당신이 당신 자신의 에고를 버릴 때, 누구도 당신을 놀릴 수 없다. 누군가 당신을 바보라고 부른다면, 당신이 기분 나빠하는 유일한 이유는 그 말이 사실일지 모른다고 당신이 믿기 때문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602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내려놓지 못해 괴로움을 호소하는 내담자들이 많습니다. 무거운 짐을 진 것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자신을 옥죄는 심리적인 고통감으로 괴로운 것이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감정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지 않으면 오히려 감정을 내려놓을 수가 없게 됩니다. 시험을 앞두고 불안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예민해지고 불안 수준이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죠.
감정을 충분히 다루지 않은 상태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싫다고 억지로 내려놓으려고 하면 잘 될리가 만무합니다. 그래서
우선 감정을 충분히 다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밥을 뜸들일 때 마음이 급하다고 뚜껑을 열게 되면 밥이 설익게 되듯이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충분히 뜸을 들여야 다룰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에는 생각을 따르지 말고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은 감정에 비해 교육과 사회화 과정을 통해 이미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감정의 본질에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생각으로 감정을 다루려고 하다보면 서둘러서 감정을 덮거나 합리화 과정을 통해 문제를 축소하려고 애쓰기 쉽습니다. 이래서는 감정을 제대로 다룰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보통 생각의 힘을 지나치게 신봉하고 따르기 때문에 생각이 하는 말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어렵죠. 이럴 때에는
신체의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남편과 싸우고 난 뒤 분노가 치밀어 올라올 때 '남편의 입장을 이해해야지', 또는 '아이들 등교 준비도 해야 하는데' 등의 생각으로 문제를 축소하고 감정을 닫으려고 하지 말고 잠시라도 조용히 앉아서 '가슴이 심하게 뛰는구나', '얼굴도 상기되었네', '뒷목이 뻣뻣한 것 같은데'와 같이 신체의 변화를 그대로 따라서 어떤 감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지금 & 여기'에 머무르면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보통 감정을 따라 흘러가는 것을 파도에 몸을 맡기는 surfer에 비유합니다. 파도를 거슬러 서핑을 할 수 없듯이 감정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함께 굴러야 합니다.
억지로 감정의 흐름을 바꾸려고 시도하면 신체가 저항하게 됩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거나 뒷골이 땡기거나 하는 신체적인 증상은 감정의 흐름을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시도하는 데에 따른 부작용입니다.
감정의 파도와 함께 구르다보면 흙탕물같던 감정이 가라앉으면서 '사금'과 같은 핵심 감정만 남게 됩니다. 이때가 되어야만 핵심 감정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대처 방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감정 일기 쓰기'와 같은 ventilation 기법을 사용해 볼 수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스스로 감정을 다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핵심 감정'을 찾아내기 위해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몸과 마음을 온전히 맡기고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편해지기 위해 감정을 내려놓으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언제부터인가 이미 내려놓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547
개인적으로 요 며칠 정말 바빴습니다. 뭐 그렇다고 이제는 덜 바쁜 것은 아닙니다만...
블로깅에서도 밀린 포스팅거리가 30개를 넘어선 지금 마음을 완전히 비웠습니다(정말?).
분위기 좀 바꾸는 의미에서 얼마 전에 무한감동을 받아
음반 크로싱까지 한
영화 원스(Once, 2006)의 삽입곡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인 If You Want Me를 들려드립니다.
닫기
Are you really here or am I dreaming
정말 당신인가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I can't tell dreams from truth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가 없어요
for it's been so long since I have seen you
당신을 본 지 너무 오래되었으니까요
I can hardly remember your face anymore
이제 그대 얼굴조차 잘 기억나지 않아요
When I get really lonely
너무나 외로워 질 때면
and the distance causes our silence
우리 사이가 긴 침묵으로 휩싸일 때면
I think of you smiling
난 당신의 미소를 생각해요
with pride in your eyes a lover that sighs
자신 있는 당신의 눈빛, 사랑의 속삭임
If you want me satisfy me
나를 원한다면 내 맘을 알아줘요
If you want me satisfy me
나를 원한다면 내 맘을 알아줘요
Are you really sure that you'd believe me?
당신은 정말 나를 믿나요?
When others say I lie
모든 사람이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I wonder if you could ever despise me
당신은 날 외면하지 않을건가요
when you know I really try
내가 최선을 다 하는 걸 알고 있잖아요
to be a better one to satisfy you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당신을 기쁘게 해 주고 싶어요
For your everything to me
당신은 나의 전부이니까
and I'll do what you ask me
당신이 원하는 건 다 들어줄께요
if you'll let me be, free
날 자유롭게 해 준다면
If you want me satisfy me
나를 원한다면 내 맘을 알아줘요
If you want me satisfy me
나를 원한다면 내 맘을 알아줘요
If you want me satisfy me
나를 원한다면 내 맘을 알아줘요
If you want me satisfy me
나를 원한다면 내 맘을 알아줘요
편안한 저녁 되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