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평가의 결과 해석은 결과가 산출되는 과정에서 아무런 오류가 없다는 가정 하에서만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심리평가 결과를 어떻게 하면 잘 해석할 수 있을까는 경험과 노하우의 영역이라서 노력과 연륜이 쌓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아집니다.
하지만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오류나 실수는 경험과 노하우의 영역이 아닌 습관의 영역이라서 습관을 잘못 들이면 아무리 열심히 공부했고 현장에서 오래 일했다고 해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습니다.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만 나이 계산입니다. 이 포스팅을 '상담자용'이라고 국한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임상의 경우 수련 과정에서 만 나이 계산을 실수하지 않도록 초반부터 아주 혹독하게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반드시 알고 계셔야 하는 원칙 중 하나는 모든 심리검사의 연령 기준은 우리나라 나이가 아닌 만 나이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나이 기준으로 연령 규준을 산정한 심리검사 도구는 제가 알기론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아주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만 나이 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만 나이가 기본인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만의 나이 체계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임신을 해서 태내에 아이가 생겼을 때부터 아이가 생겼다고 보느냐 출산을 해서 어머니의 몸 밖으로 나온 때부터 계산할 것이냐의 문제로 이건 어디까지나 가치관과 문화의 차이이므로 옮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없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우리나라 나이와 만 나이가 다르기 때문에 심리평가를 할 때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1972년 4월 1일 생인 수검자가 있다고 해 보죠. 우리나라 나이로는 올해 50세가 됩니다. 하지만 만 나이로는 48세이기 때문에 두 살 차이가 납니다. 만약 1972년 3월 1일 생이라면 우리나라 나이로는 동일하게 올해 50세지만 만 나이로는 49세가 됩니다. 생일이 지났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생일이 지났느냐 지나지 않았느냐에 따라 만 나이와 우리나라 나이는 두 살까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많은 상담자가 TCI, MMPI-2/A와 같은 자기 보고형 검사를 실시할 때 응답지에 수검자가 적은 만 나이를 그대로 코딩하곤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나라 나이에 익숙한 일반인들은 만 나이 계산을 해 본 적이 거의 없고 또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수검자가 기록한 것을 믿지 말고 반드시 평가자가 손으로 계산을 해야 합니다. 정확하게는 검사를 실시한 평가일로부터 생년월일을 빼서 ~년 ~월 ~일까지 계산한 후 ~년에 해당하는 나이(이것이 만 나이죠)를 채점 프로그램에 입력해야 합니다.
실수를 했다고 해도 연령 기준대가 바뀌지 않으면(예를 들어 48~50세가 같은 연령 기준인 경우) 상관없지만 운이 없으면 46~48 연령대와 49~50 연령대가 다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만 나이로 입력했을 때와 우리나라 나이로 입력했을 때의 결과 차이가 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할 때 MMPI-2/A, TCI, SCT의 만 나이가 모두 다른 극단적인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았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실수를 용납하기 시작하면 정확한 검사 결과 해석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합니다.
제가 supervision을 하면서 제 사례도 아닌데 이런 실수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수련 과정에서 절대로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반복 훈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검사지를 보면 무조건 만 나이부터 계산하고 시작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만 나이만큼은 직접 계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주)마음사랑에서 프로그램에 TCI, MMPI-2/A 답안 입력 시 자동으로 만 나이를 계산하도록 구현해주면 좋겠지만 프로그램 수정이 어려운 지(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습니다만) 아직까지 개선이 되지 않고 있으니 적어도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직접 손으로 계산하시는 게 좋습니다.
손으로 계산하는 게 정 싫은 분은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사이트도 있으니 그걸 이용하셔도 됩니다.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만 나이를 계산해 줍니다. 아래에 링크를 달아 드릴테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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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는 임상심리학자의 주무기이면서도 훈련 과정의 체계가 가장 부실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Clinician's Thesaurus처럼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과 관련된 세부 내용을 꼼꼼히 가르쳐주는 책이 없는 것은 물론(Zuckerman의 걸출한 이 책마저도 국내에는 아직 번역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을 가르쳐 주는 책은 성태훈 선생님이 쓰신 책이 유일할 정도입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심리평가보고서의 양식에 포함되어야 하는 필수 요소에 대해서도 수련 기관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심리평가보고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개인 정보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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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노출하지 않으려면 정신건강의학과처럼 등록 번호로 대치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피검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식별 번호/부호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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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이 많은 수련 레지던트들의 경우 현재 피검자의 문제와 가장 비슷한 보고서를 찾아 덮어쓰는(overwrite) 경우가 많은데 이 때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성별을 그대로 두어 성별이 바뀌는겁니다. 주의를 기울여 확인해야 하는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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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 심리평가에서 사용하는 나이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나이가 아닌 만 나이이기 때문에 피검자에게 들은 나이를 그대로 기입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많게는 두 살까지 차이날 수 있습니다.
바람직한 방법은 만 나이를 물어보지 말고 양력 생년월일과 검사 일시를 같은 영역에 기록하여 그 자리에서 빼는 것입니다. 그러면 만 나이가 정확하게 계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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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연한 : 대부분의 심리평가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핵심 정보는 아닙니다만
신경심리평가를 실시할 때는 꼭 필요합니다. 헷갈리면 안 되는 건
최종 졸업한 학교가 아니라 교육을 받는 년 수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배경 정보 중
성별, 연령(교육 연한)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심리검사가 요구하는 해석 규준에 이 정보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지능 검사의 경우는 만 나이를 알아야 하며, MMPI의 경우는 성별을 알아야 합니다. 신경심리평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K-BNT의 경우는 교육 연한을 알아야 하죠. 심리검사 해석을 위해 필요한 정보라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무턱대고 수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 유무, 직업의 종류, 종교 등은 심리평가 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는 아닙니다.
하지만 성별, 연령, 교육 연한 정보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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