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이후 민주화는 과연 실패하였는가에 대한 화두를 다양한 영역에서 진보 논객들의 입을 빌어 분석해 당대비평 편집위원회에서 내농은 단행본, '더 작은 민주주의를 상상한다(2007)'를 북 크로싱합니다.
참여정부 시절에 나온 책인데도 MB 정권 하의 우리나라 뿐 아니라 박근혜 정권 치하의 현재에 대입해도 (말 그대로)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내용들이 참 많습니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의 '소개글'을 참고하시고요.
이 책은 dung님이 북 크로싱하는 책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dung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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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당대비평 편집위원회에서 단행본으로 내놓은 기획작으로 87년 이후 민주화는 과연 실패하였는가에 대한 화두를 정치, 법, 문화, 종교, 노동계, 언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논객들의 입을 빌어 분석한 내용을 실었습니다.
함께 한 필진은 다음과 같습니다(2007년 기준).
김우창 : 고려대 명예교수
최장집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상길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김두식 : 경북대 법대 교수
권인숙 :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방현석 : 소설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장하준 :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성태 : 자유기고가
임지현 : 한양대 사학과 교수
박노자 : 오슬로 국립대 교수(한국학)
김기봉 : 경기대 사학과 교수
김진호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이국운 : 한동대 법학과 교수
조계완 : 한겨레 21 기자
임영호 :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서동진 : 문화평론가
우석훈 : 성공회대 외래교수
보시다시피 꽤 쟁쟁한 분들도 많고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분들이 참여했더군요.
2007년이면 아직 참여정부 시절이고 MB 집권 전이기 때문에 어떻게 분석을 했고 어떤 전망들을 내놓았을까 궁금했는데 MB 이후 박근혜 정권인 지금에서 읽어도 통찰력있는 글꼭지들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김두식 교수의 '아직 끝나지 않은 노래', 박노자, 임지현 교수의 대담인 '외길이 아닌 여러 갈래의 민주주의', 그리고 권인숙 교수의 '6월 민주화 항쟁, 그 이후에 찾은 질문들'이 특히 좋았습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들이 많았어요.
아 물론 전혀 동의할 수 없는 글(대표적인 것이 서동진 문화평론가의 '민주화 이후의 문화와 진보를 생각하며')도 있습니다. 평론가에 대한 제 선입견을 한층 강하게 만든 어이없는 글이었네요.
386 세대도 아니고 87년 민주화 항쟁의 핵심에서 살짝 벗어난 시기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지만 그래도 알건 알아야하겠기에 생각을 좀 넓혀보자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 독서였습니다.
세대가 어찌되었든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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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연의 영역'이 되어버린 자본주의를 '자유의 영역'인 민주주의가 충분히 견제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지 못한 실패의 파장은 너무도 컸다. 그것을 10년 뒤, 또 20년 뒤에 거듭 안타까워했어야 할 만큼.
* 우리나라 경제 정책은 분배의 문제도 전부 성장을 통해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합니다.
* 성장이냐 복지냐,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 공동체를 성장에 종속시키느냐, 아니면 공동체의 필요를 충족하는 가치에 중심을 두느냐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도덕의 강조는 분명 억압적인 담론입니다. 권력자나 시장에서 경제적인 강자들이 국가의 이익이나 전체 사회, 공공의 이익을 강조하면서 작은 이익이나 갈등의 분출을 억압하고 대안을 막는데 사용하면서 도덕이 이데올로기적인 기능을 합니다.
*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적 특수성으로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독재정권이 경제 분야에서는 지극히 개입주의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제한하는 것이 민주주의적이고 심지어는 '진보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 우리는 늘 정의로웠다, 우리는 늘 피해자였다, 우리는 가해자일 수 없다와 같은 말처럼 집단을 구별화시키고, 통합시키고, 집단으로서의 명분을 부여하는 데 집단적 정의감만큼 효과적인 게 없습니다.
*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은 프랑스 혁명 이래로 역사와 사회를 독해하는 오래된 문법이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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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 문제와 정치 사상사에 대한 글을 주로 쓰는 필리프 사시에가 지었고 홍세화 선생님이 번역한 똘레랑스에 대한 책, '민주주의의 무기, 똘레랑스(Pourquoi La tolerance, 1999)'를 북 크로싱합니다.
역자 인터뷰나 해설이 실린 책 중에서 이처럼 책 내용 이해를 돕는 경우는 별로 못 봤던 것 같네요.
똘레랑스와 앵똘레랑스의 기원, 형성, 현대의 의미 등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의 '소개글'을 참고하시고요.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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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 문제와 정치 사상사를 전문으로 하는 필리프 사시에가 쓰고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로 알려진 홍세화 선생님이 번역한 책입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 편집인이 밝힌 것처럼 '평등한 세상을 위한 지식'을 담으려는 시리즈 중 한 권이고 똘레랑스를 그러한 지식의 하나로 생각했네요.
CD가 제공되기도 하지만 이 책의 서두 부분에는 홍세화 선생님의 '성찰하는 개인에서 행동하는 시민으로'라는 제목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이런 인터뷰는 시야를 좁게 만들어 정작 책 내용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 책은 예외의 경우로 앞으로 읽게 될 똘레랑스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잘 요약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해가 잘 되더군요.
똘레랑스와 앵똘레랑스는 관련 분야의 식자층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개념이지만 의외로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똘레랑스의 기원, 어떤 역사적 절차를 거쳐 형성되었는지, 그것이 현재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아주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만 항상 잘 읽히는 책만 볼 수는 없는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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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똘레랑스의 의미를 가장 간단하게 줄인다면 '관용'보다는 '용인'에 가깝습니다. 관용이라는 말에는 아랫사람의 실수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해 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똘레랑스는 그런 게 아니라 '차이'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 중용과 외유내강이 개인에 중점을 둔 문제라면 똘레랑스는 사회적 가치라는 의미가 좀 더 강합니다. 똘레랑스는 집단과 집단 사이의 문제로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 똘레랑스가 마치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어영부영 우유부단한 것으로 보는데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똘레랑스는 앵똘레랑스에 대한 '단호한' 반대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더 단호한 자세를 요구하는 거죠.
* 차이를 용인하라는 똘레랑스를 풀어서 얘기하면, 차이를 차별, 억압, 배제의 근거로 하지 말라는 겁니다.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지적 인종주의가 뭐냐 하면 사람이 태어날 때 어떤 사람은 두뇌 용량이 크게 나올 수 있거나 아이큐가 높은 사람이 있고 낮은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그건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데, 그것이 학업 성적의 차이로 나타나고 학업 성적의 차이가 사회적 차별을 낳는 것, 또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지적 인종주의라고 부른 것입니다.
* 앵똘레랑스가 기득권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소수자나 약자에 대해 억압하고 배제하는 것이 작동되는 이유가 다수자, 다수에 속하는 집단들의 자기 만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똘레랑스가 확장되는 것은 기득권의 약화와 연관될 수 밖에 없습니다.
* 종교개혁 시기, 당시의 똘레랑스는 공적인 소관 사항으로서, 종교의 진리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탄압하지 않는 정치와 그런 정치를 실행하는 군주의 개인적 태도를 가리켰다.
* 18세기 말에 이르러 똘레랑스는 국가의 처신을 계속 지탱함과 동시에 오늘의 '인간관계의 바람직한 방식'으로서의 개인적 태도로도 지칭하게 되었다.
* 볼테르는 앵똘레랑스를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 자를 선험적으로 유죄라고 평가하도록 유도하는 정신적 자세로 보았다. 앵똘레랑스를 폭력적 행동 이전에 가장 분명하게 내면화된 것으로 본 사람은 틀림없이 루소였다. "나는 자기가 믿는 모든 것을 믿지 않으면 선의의 인간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또 자기와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 자들 모두에게 냉혹하게 저주를 내리는 모든 사람을 앵똘레랑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앵똘레랑은 더 이상 진리의 이름으로 약탈하고, 죽이고, 박해하는 자만을 뜻하지 않게 되었고, '생각하는' 죄인, 즉 생각의 죄인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 로크는 견해를 달리 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견해에 동의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자부심과 자만심에서 온다고 보았다. 요컨대 앵똘레랑은 다른 사람들을 오직 그 자신에게 복종시키는 사람이다.
* 로크는 똘레랑스가 참된 교회의 주된 특정이라고 썼다. 만일 우리가 인간에게 그가 기독교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선, 친절, 그리고 호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명백히 기독교인 자체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 인간에게 유일한 의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명백한 것 앞에서 굴복하는 의무이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 이래로 명확한 사실에 의도적으로 눈을 감는 자는 "거짓되고 범죄의식"을 가진 자이므로 우리는 그런 의식의 잘못된 자유를 정당하게 구속할 수 있다.
* 똘레랑스가 정착되려면 이중의 확증이 있어야 한다. 하나는 차이의 질서에 대한 확증이고, 또 하나는 다른 것들의 평화적 공존을 전제하는 유사성의 질서에 대한 확증이다.
* 똘레랑스는 모든 경우에서 서로 침투할 수 없는 두 개의 질서를 긍정하는 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질서가 어떤 질서이든.
* 모든 사상의 대결을 받아들이는 똘레랑스는 따라서 정확하게 진리를 구성한다.
* 똘레랑이 되어야 하는 까닭은 자기 자신과 마주한 의무-도덕-가 각자 그것에 공손히 복종하도록 놔두어야 할 만큼 충분히 진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똘레랑스는 인간을 그 자신의 내면의 확신에 복종하게 놔두는 것이다.
덧. 이 책은 2000년 상형문자 출판사에서 발간된 '왜 똘레랑스인가'를 개정하고 원고를 추가하여 2010년에 다시 펴낸 것입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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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활동하고 있는, 가장 급진적이고 정치적인 예술가로 평가받는 Seth Tobocman의 글과 그림을 모은 작품집입니다.
도서출판 다른에서 '다른 만화 시리즈'로 내놓은 작품 중 세번 째 만화이고요. 이 시리즈 중에서는 예전에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2008)'를 월덴 3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는 '다른 만화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었죠.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는 하워드 진이 글을 쓰고 노동 만화가인 마이크 코노패키가 그림을 그렸다면 이 책을 낸 세스 토보크먼은 원래 만화가이고 전 세계의 시민운동가들에게 포스터와 플랭카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기 작품을 제공하던 반세계화, 반전 운동가입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너무 급진적이라는 평가 때문에 뉴욕타임스에서 연재 중단된 것들입니다. 제 기준으로는 별로 급진적이지도 않은 당연한 것들입니다만.....
이 만화집은 다섯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항 하나. 유쾌 발칙하게 저항하기
저항 둘. 독점 자본에 저항하기
저항 셋. 지금 당장 전쟁을 멈춰라
저항 넷. 국가 폭력에 저항하기
저항 다섯. 우리 집을 돌려 달라
를 통해,
2000년 학생 동맹 휴업, IBRD 반대 시위, 의료 민영화, 911 사태 바로보기, 세계경제포럼 반대, 칼라일 그룹의 추악한 진실, 신자유주의 문제, 팔루자의 민주주의, 이스라엘의 베두인 문제, 카타리나 이후 뉴올리언스의 공영주택단지 철거 문제 등,
'국가에 의한, 국가를 위한, 국가의 정치에 맞서는 가장 가난하고 가장 약한 자들의 역습'과 연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토보크먼의 그림은 판화처럼 강렬한 느낌을 주는데 거친 종이에 세밀화를 그린 뒤에 디지털로 확대하는 기법을 사용해서 그렇답니다. 하나 하나의 컷이 그대로 포스터나 플랭카드에 사용되어도 충분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입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무미아 아부자말(고문과 조작에 의해 경찰관 살해 혐의를 뒤집어 쓰고 복역 중인 미국의 흑인 운동가) 말마따나 '예술은 예술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술은 우리 시대와 우리 자신에 대한 진실을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예술은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죠'.
예술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추악한 진실에 당당히 직면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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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에드워드 버네이스(Edward Louis Bernays)는 프로이트의 조카(친조카 겸 처조카)입니다. 아버지가 프로이트의 아내인 마사 버네이스의 오빠이고 어머니가 프로이트의 여동생인 안나 프로이트거든요.
코넬 대학교에서 농학을 전공하고 뉴욕시상품거래소에서 곡물 유통 업무를 하다가 그만둔 뒤 들어간 잡지사에서 자신에게 홍보의 재능이 있음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PR 영역으로 뛰어들어 PR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라는 평을 듣는 사람입니다.
버네이스는 구스타브 르봉(Gustave Le Bon)(의
'군중심리'는 전에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과 월프레드 트로터(Wilfred Trotter)의 대중 심리학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결합시켜 최초로 선전과 홍보에 이용하면서 홍보를 과학, 산업으로 최초 정립하기도 했죠. 이후에는 바넘(P. T. Barnum)과 이반 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의 학문 업적까지 끌어들였다고 하니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사람의 업적을 보고 아돌프 히틀러가 그에게 나치 제국의 선전 전략을 맡기려고 열심히 회유했다고 합니다. 결국은 실패했지만.
이 책에서는 선전의 태동, 기업과 대중, 정치, 여성, 교육, 사회사업, 예술과 과학에 미친 선전의 영향을 면밀히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서두에서 버네이스가 '선전'에서 불길한 기운을 걷어내고 원래의 의미대로 순수성과 중립성을 되찾아주는 것이 이 책을 집필하는 목적이라고 애써 밝혔지만 책 안에서조차 자신이 직접 진두지휘한 사례를 소개하면서도 자신이 했다는 표현을 절대로 사용하지 않고 '이루어졌다', '입증되었다'는 식의 표현으로 마치 제 3자가 이루어놓은 일을 자신은 단지 소개하고 있을 뿐이라는 식으로 음험한 가면을 벗지 않고 있죠.
특히 자신은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고 아내의 흡연조차 극구 반대했으면서도 러키 스트라이크 담배 회사의 홍보를 의뢰받아 담배 시장을 여성으로 크게 확대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일과 여론을 조작해 과테말라를 소련의 공산주의 전초기지로 낙인찍음으로써 CIA를 움직여 1954년 과테말라 민주 정부를 전복시키고 친미 성향의 과두정부가 들어서게 했던 일까지 있어 일각에서는 그를 '민주주의의 암살자'라고 부르며 격하게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선전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려고 애 많이 썼습니다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오히려 선전, 선동이 무지한 대중을 얼마나 쉽게 농락할 수 있는지, 얼마나 나쁘게 악용해 민중의 삶을 처참하게 짓밟을 수 있는지 확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노엄 촘스키 교수의 말처럼 전체주의는 폭력을 휘두르고 민주주의는 선전을 휘두르는 것이니 상대방의 선전 전략이 어떠한 것인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알아차리려면 이런 책도 읽어줘야 합니다.
덧. 1928년에 나온 이 책의 머리말을 2004년 뉴욕 대학교의 마크 크리스핀 밀러 미디어학 교수가 썼는데 주석까지 꼼꼼히 붙여서 무려 54페이지나 주절거려놨더군요. 저자 본인의 말인 줄 알고 진지하게 읽었는데 내용이 뭔가 이상하길래 확인했더니만 이렇습니다. 대체 뭐하는 겁니까? 이런 건 서평처럼 뒤에 부록으로 붙여놓든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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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전가가 세상을 지배한다. 그의 패러다임을 이렇게 요약해도 무방할 듯하다. 대중은 정확히 선전가의 의도대로 따른다. 그 사실을 모른 채.
* 집단화와 제휴라는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호 교류 구조야말로 지금까지 민주주의가 집단 사고를 조직하고 대중의 생각을 단순화해온 방식이다.
*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선전이 좋은지 나쁜지는 내세우고자 하는 명분의 가치와 발표되는 정보의 정확성에 달려 있다.
* 현대의 선전은 기업이나 사상 또는 집단과 대중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건을 새로 만들거나 일정한 방향으로 끼워 맞추려는 일관된 노력이다.
* 대중의 의중을 파악해 대중에게 제작자의 목표를 이해시키는 것이 PR의 이상이다.
* 트로터와 르봉은 집단 심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사고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사고 대신 충동, 습관, 감정이 자리한다.
* 자본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 이윤율이 얼마나 높으냐, 서비스의 질이 얼마나 좋으냐는 중요하지 않다. 여론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실패하고 만다.
* 정치는 미국 최초의 대기업이었다. 따라서 기업은 정치에서 모든 것을 배운 데 비해 정작 정치는 기업으로부터 생각과 제품의 대량 보급 방법을 별로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오늘날의 정치인이 기업계에서는 흔한 방법을 채택하는 데 굼뜬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언제든 언론 매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선전이 성공을 거두려면 먼저 목표를 설정한 뒤 대중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선전의 현명한 사용을 통해서만 국민의 지속적인 행정 기구인 정부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인 대중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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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담서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이기도 한 박성준 대표와 이재성 대표가 만든 '책과 차와 음악과 우정이 있는 문화 놀이터'랍니다. 우리의 옛 서원의 전통을 이어받아 현대적인 서원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꿈을 갖고 탄생한 곳으로 이 길담서원에서는 '청소년 인문학 교실'을 운영하고 있죠.
그동안 길, 일, 돈, 몸, 밥, 집, 품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하였고 한 글자 인문학 교실이 끝나면 사랑, 평화, 철학, 역사, 인간, 종교, 공부 등 두 글자 주제로, 다시 세 글자 주제로 계속 뻗어나갈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 책은 '돈'을 주제로 청소년 인문학 교실에서 행한 소설가 이시백,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글말쟁이 박권일, 철학자 강신주, 교사 송승훈, 노동자 김진숙(이 책에는 내용이 빠짐)의 강의 내용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강. 돈 내면 지각해도 되나요? 이시백
2강. 가치 기준에 따라 행복도 달라진다. 제윤경
3강.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길. 박성준
4강. 자본주의 바깥을 상상하자. 박권일
5강. 돈이란 무엇인가? 강신주
6강. 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강신주
7강. 허생은 왜 돈을 버렸을까? 송승훈
강의 내용을 책에 그대로 수록했기 때문에 거의 입말에 가까운 수준이라 쉽게 읽힙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의이기 때문에 내용도 이해하기 쉽고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돈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돈의 주인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는 좋은 책입니다.
이런 좋은 책은 많이 읽어야죠.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강하게 인간답게 살려면 말이죠.
닫기
* 제대로 된 용돈이라면 필요한 지출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많든 적든 필수 비용을 용돈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해요.
* 돈의 문제는 가치의 문제
* 돈의 함정에 빠진 사람일수록 가처분 소득이 낮아요.
* 소득이 높을수록 주변과 비교하는 일이 잦습니다.
*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자기 삶을 주도하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 우리나라 교육이 그렇게 만듭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할 틈을 안 줘요. 만날 해야 할 과제만 내주니까 실제 내가 이걸 왜 하는지, 내가 어떤 걸 했을 때 행복한지 생각을 못 해요. 학교가 가르쳐 주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깨우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언제 기쁜지, 자꾸 생각을 해야 해요. 자신의 욕구를 발견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고 시행착오가 있습니다.
* 저축은 쓰려고 하는 겁니다. '자산'을 불리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전쟁이 없어도 빈곤, 기아, 영양실조, 질병, 환경오염 등이 있으면 '평화는 없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비평화'의 요소들을 제거하고 충분한 의식주, 의료, 위생적 생활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평화를 이루는 지름길이라는 겁니다.
* 우리가 보통 돈을 어떻게 쓰느냐를 따질 때, 소비자로서의 측면을 주로 이야기하잖아요. 하지만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으로서의 측면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착한 기업' 물건을 사는게 아니라 아예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천규석 선생이나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님 같은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소비 자체를 줄이지 않고서는 이 악순환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이죠.
*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산다고 믿지만 사실은 아주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이걸 보지 못하는 것은 착시 현상 때문입니다.
* '매개'는 '연결'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단절'을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 진짜 저항은 자기를 상품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 보들레르는 사물의 존재 방식을 도구, 상품, 상징, 기호, 이렇게 네 가지 차원으로 구분했습니다.
* 훗날 여러분이 나이가 들었을 때 60~70살이 되어서 훌륭한 사람으로 남는다면, 그건 여러분이 자본주의를 없애서가 아니라 그 험한 급류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일 거예요. 위대한 사람들은 무언가를 완성한 사람이 아니라 버틴 사람입니다. 끝까지 버티는 거죠. 힘닿는 데까지.
* 인간은 부당한 것을 뛰어넘으려는, 정의를 향한 열망이 있는 존재예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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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2010년 1월 27일에 타계하셨습니다. 내일이 서거 2주기네요. ㅠ.ㅠ)과 함께 미국의 양대 실천적 지성인으로 불리는 노암 촘스키의 2000년 작입니다.
노암 촘스키의 저작에 대해서는 그동안 월덴 3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를 드린 바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 중 '뉴욕 타임스'의 불공정 보도와 많이 겹치는
'여론조작 : 매스미디어의 정치경제학(2002)'도 있었고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2002)'도 있었죠.
이 두 책을 보신 분이라면 그리 특별한 느낌을 받지는 않으실겁니다. 내용이 많이 겹치거든요. 이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위의 두 책을 집필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요.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중미, 남미 국가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뉴욕 타임스가 불공정하게 보도한 것에 대한 내용을 저는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지 참신하지 않았습니다. 데자뷔 같았어요.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은 제목과 달리 교육 현장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나 분석이 주 내용이 아닙니다. 이 책을 엮은 도날도 마세도와의 대담 내용도 수록되어 있고 오히려 역사의 조작이나 신자유주의에 의해 파괴되는 민주주의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론조작'을 읽은 분들은 굳이 다시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도 학교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화를 학생들에게 주입시키기보다 민주주의를 몸으로 체험하도록 해주는 현장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촘스키의 실천적 지성이 빛을 발하네요.
항상 배움보다 행함의 중요성을 강조한 촘스키의 가치관이 녹아 있어 새로운 정보는 없어도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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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경제학 교과서'라는 원서의 제목대로 이 책은 미시 경제학에서 거시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정통 경제학에서 다루는 11개의 주요 이론을 체계적으로 비판하고 재해석하고 있으며 특히 영미식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까부수는' 책입니다.
경제학이 근본적으로 분배와 정치, 권력의 문제인데도 경제학자들이 이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에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학은 불확실성을 가정하지 않고 있어 아무 것도 예측하지 못하며 특히 신자유주의가 목을 매는 자유 경쟁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항상 나쁜 결과(특히 하향평준화)를 낳는다는 점을 다양한 예시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자본주의의 죄'에 대해 요약한 부분을 보시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대충 감 잡으실 수 있습니다.
닫기 "한번 자본주의의 죄를 증언하는 수많은 비판을 열거해보자. 자본주의 경제의 악착스러운 생산주의는 점증하는 공해를 낳고, 온난화를 초래하고, 기후를 변하게 하고, 지구를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바이러스와 질병의 전염을 강화한다. 불평등은 괴물처럼 증가하고 대중의 빈곤과 실업이 거대한 부와 동시에 존재한다. 가족, 교육, 운동, 문화 등 모든 인간관게에서 펼쳐지는 경쟁과 상업화는 사회적 관계를 총체적으로 파괴한다. 개개인은 광고에 조작당하고 우둔한 대중매체에 순종하며, 최고 행복을 추구하다가 일중독과 스트레스에 빠져 자신은 소외되며, 자신의 삶 일부를 상실한다. 보편화된 부패가 자리잡고 마피아와 이익집단들이 지배하며 오래된 명예와 봉사, 고귀함의 가치는 탐욕과 세속성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진다. 그러고도 이러한 불행의 목록은 한참 계속될 수 있다"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현대 사회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문화는 더 확산되고 보건도 좋아지고, 문맹 역시 사라졌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경제 발전과 자본주의때문이라고 쉽게 생각하죠.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는 것은 진보, 지식, 문화, 발명, 예술, 문명은 인류의 비영리적인 부분이라는 것이죠. 인류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상업 자본주의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비영리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함께 갈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한 분들께 경종을 울리는 책입니다.
끝으로 책 내용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문구 하나를 소개합니다.
"경제학이 당신에게 효율성을 들먹이는 목적은 당신이 시장을 위해 일한다는 것과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잊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내용이 아주 좋은 책인데 제가 달랑 별 2개로 평가한 이유는 2009년 2월에 소개한
'생각이 직관에 묻다(2007)'처럼 번역으로 망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프랑스의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경제 뉴스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한 것을 보면 원서 자체가 어려운 것 같지는 않고 아무래도 번역의 실패같습니다.
집중해서 열심히 읽었는데도 일주일이나 걸렸습니다;;;;
그래서 추천드리기는 아무래도 어렵겠네요. 그래도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북 크로싱을 기다려주세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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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를 이은 주제 사라마구의 또 하나 걸작입니다.
상황 묘사보다는 심리 묘사에 더욱 치중한 바람에 내용 이해가 조금 더 어려워졌습니다. 문단을 잘 나누지 않고 대화를 따옴표로 처리하지 않는 작가의 문체 특성도 그 어려움에 여전히 한 몫 하고요. 흐름을 잘 타면서 읽어야 하는 소설이죠.
눈먼 자들의 도시가 가식적인 인간의 내면을 후벼팠다면 눈뜬 자들의 도시는 인간의 권력욕이 얼마나 추악한 지 낱낱이 드러냅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였던 수도에서 4년 뒤 실시된 어느 투표에서 70%가 넘는 시민들이 기권표도 아닌 백지표를 던집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가장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것이죠. 브라보~ 우리나라 정치를 생각할 때마다 온 국민이 이렇게 정치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잠시 대리 만족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기존 정치세력은 이것을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와 위협으로 간주하고 원인 색출에 나섭니다. 나중에는 수도를 옮기고 도시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봉쇄하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시민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일관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와중에 4년 전 백색 실명 질병 당시 눈이 멀지 않았던 안과 의사의 아내와 이 문제의 관련성에 대한 투서가 날아듭니다. 당연히 전혀 관계가 없지만 이미 실컷 당황한 정부는 희생양이 필요하죠. 그래서 수사팀을 도시로 투입합니다. 정부의 명령은 사실 상 수사가 아니라 증거 조작이죠. 그리고 수사팀의 책임자인 경정이 이를 양심의 힘으로 거부합니다. 그리고.... (결말을 말씀드리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여기까지)
역자가 후기에서 날카롭게 지적하듯이 이 책은 "짖자, 개가 말했다. - 목소리들의 책에서 -'라는 문구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의미심장하게도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나는 개짖는 소리가 싫어"입니다. 저도 이 연결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대중이 눈을 뜬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짖는 소리가 싫은 일부의 비타협과 비동조만으로도 민주주의는 언제든 침해, 조작, 선동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민주주의의 참담한 현실만을 알려주고 그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작가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행동은 눈뜬 자들에게 맡겨진 것이겠지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백지표로 정치인들을 심판할 수 있을만큼 시민 의식이 성숙되었으면 좋겠네요.
강력 추천합니다. 특히 주제 사라마구의 팬이거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재미나게 읽은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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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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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돌이들의 백돌이를 찾아라.눈먼 자들의 도시. 그 4년후 얘기다. 투표로 시작한다. 결과는 백지투표 80%. 정부는 주동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찾지 못하고, 하루밤 사이에 도시를 비워..
귀화한 한국인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더) 우리 사회의 추악한 가식과 허례허식, 속물주의를 날카로운 시각으로 낱낱히 파헤치는 촌철살인의 사회주의자 박노자의 만감일기를 북 크로싱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는
'리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모아 내놓은 책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쉽게 읽히는 것 같네요.
새 책은 아니지만 밑줄 하나 긋지 않고 읽어 상태는 양호한 편입니다.
박노자를 싫어하는 분을 제외한 모든 분께 월덴지기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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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정치 자체에 대한 제 기본적인 입장은 '정치혐오주의자'에 가깝습니다. 특히 한국 정치에 대해서는 끝없는 절망감으로 인한 정신분열을 막기 위해 제 정신을 의도적으로 사회 현실과 격리해왔을 정도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생각하고 정치와 사회 현실에 대해 그동안 귀막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틀렸습니다. 눈감고 귀막고 있다고 현실에서 영원히 도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아무것도 모른 채 이용당하고 있다는 자괴감만 커졌을 뿐입니다.
그래서 직접 몸 담기는 어려워도 두 눈 부릅뜨고 현실을 알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 읽기는 그런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 책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재직 중인 최장집 교수가 2002년에 출판한 책의 개정판으로 지난 50여 년의 현대 한국정치를 소재로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과 구조, 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4부로 전개 흐름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1부에서는 민주화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를, 2부에서는 보수적 민주주의의 기원과 갈등을, 3부에서는 민주화 이후의 한국사회를, 4부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과제를 제기함으로써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최장집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극단적으로 이분화한 이념적 대표체제, 사실상의 보수와 극우만을 대표하는 정치적 대표체제, 그리고 대기업화된 거대언론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의 희망을 정당정치의 되살림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민주화 이전 냉전반공주의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보수독점의 이념적, 사회적 기반을 갖는 정당체제'를 부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죠(100% 동의합니다).
이 책은 한국현대정치사에 대해 비교적 쉽게 접근하면서도 정수를 관통할 수 있는 입문서를 찾고 계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정치 관련 서적은 무조건 어렵다는 분들의 편견도 어느 정도 깰 수 있는 책입니다. 조금만 정성을 갖고 읽으신다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음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사소한 단점이라면 '~적'이라는 일본식 표기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나온다는 점인데 이런 표기법에 익숙한 세대인 저도 눈에 거슬릴 정도라면 심하기는 하지요. 그래도 가독성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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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있나? -_-a).
'소극적인' 신자유주의자 노무현을 피하려다 '적극적인' 신자유주의자 이명박을 산중군주로 추대한 것을 빗대기에 안성맞춤인 속담이죠.
한미 FTA를 졸속으로 추진한 거랑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한 것은 저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이 사회에서 권위주의의 물을 쫘악 뺀 것이나, 부동산 정책을 강도높게 추진한 것(최소한 원칙론의 측면에서라도) 등은 점수를 좀 주고 싶었는데 이제 특별히 점수를 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채점되게 생겼습니다.
완전 헛방인 대운하 공약은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자사고 설립,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 산은 민영화(한전 민영화의 초석이죠. 덜덜덜), 여성부, 환경부 통합 폐지, 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 등 2MB의 후덜덜한 공약이 그야말로 줄줄이 대기중입니다.
그런데 상위 1%는 고사하고 10%에도 낄래야 낄 수 없는 순진한 민초들이 공약집 한번 안 읽어보고 그저 노무현 정부의 실패한 정책(사실 자기들에게 실질적으로 해당되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을 심판한답시고 2MB를 찍었다는 것이 아직도 아스트랄합니다.
거기에 시장 중심 경제의 뜻을 동네 '시장'이 중심이 되는 경제로 알아듣고 투표한 시장 좌판 아주머니의 슬픈 인터뷰는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안타까운 표들이 대집결하면서 정작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으로 담을 수 있는 정당 정치는 실질적으로 붕괴되었고 올 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점유하는 경우 2MB 정부는 정권 말기까지 아무런 견제도 없이 폭주기관차처럼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 사태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고작 '경제를 살리겠다'는 2MB 프로파겐다에 생략된 수식어구 '누구의'에 해당하는 부분이 무엇일까에 국한된다는 것이 참으로 씁쓸합니다.
그 '누구의'에 해당하는 위치에 들어갈 수 있는 낱말이 '재벌의', '가진자의', '기득권층의'가 아닌 '빈곤층의', '국민의'가 되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으니까요.
'그래도 나는 내 발등찍는 바보같은 짓은 안 했으니까 생각 없이 손가락 놀린 멍청이들은 앞으로 피눈물 흘리면서 후회하셈. 쌤통이다'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직까지 그렇게 제 마음이 강퍅하지는 않네요. 휴우~
역시 아는 것이 힘입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배워야 합니다. 이미 많이 늦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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