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뮤다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업체는 별로 없을 겁니다. 성능은 별로인데 디자인으로 감성충들의 등골을 빼먹는 악덕 업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다이슨처럼 발뮤다 매니아로 불릴 만큼 좋아하는 사람도 있죠.
'[오감만족] 정말로 죽은 빵을 부활시키는 발뮤다 토스터'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발뮤다가 유명해진 이유인 선풍기, 가습기 등의 감성 가전들은 모두 이미 다이슨 제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발뮤다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후에 나온 블루투스 스피커나 조명 등은 제 취향이랑 맞지 않았고요.
하지만 일단 발뮤다 토스터로 살려낸 빵 맛을 보고 난 뒤에는 발뮤다의 스팀 기술만큼은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발뮤다 더 브루가 출시되었을 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죠.
리뷰를 좀 찾아보니 커피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혹평 일색이었습니다. 커피 관련 유명 유투버들도 이 가격에 이걸 살 바에는 차라리 밀리타의 아로마 보이를 사겠노라며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발뮤다 더 브루에 비해 1/7~1/10의 가격이었으니 더 브루를 사는 건 돈GR이거나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커뮤니티 게시판이든 유튜브 영상 댓글이든 정작 더 브루를 구매한 사람들은 모두 호평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게 제 눈길을 끌었고 결국 구매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습니다. 발뮤다 토스터를 살 때도 비슷했거든요. 안 써 본 사람은 그 가격에 왜 그걸 사냐고 욕하는데 정작 사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만족하며 사용 중이었거든요.
어쨌든 공홈 기준 779,000원인데 저는 온라인 쇼핑몰 최저가로 664,510원에 구매했습니다. 정가보다 10만 원 넘게 싸게 샀지만 싸게 샀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비쌉니다. ㅠ.ㅠ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아주 만족하며 매일 사용 중입니다.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금도 돈값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브루로 내린 드립 커피를 맛본 이후 캡슐 커피로 만든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카페도 안 가게 되었고요. 웬만한 카페 커피보다 더 브루로 내린 드립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서 마시는 게 더 맛있거든요.
입맛 까다로운 커피 애호가이거나 핸드 드립의 미학을 사랑하는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나는 커피 원두를 고르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신경쓰고 싶지 않고 그러면서도 항상 균질하게 맛있는 드립 커피를 빠르고 손쉽게 만들어서 즐기고 싶다는 분들만 구매하세요. 그런 분들께는 강력 추천할 수 있습니다.
크기 비교를 해 보면 맨 왼쪽이 네스프레소 오리지널 머신인 에센자 미니이고 왼쪽에서 두 번째가 네스프레소 버츄오 플러스 머신입니다.
오른 쪽이 더 브루인데 폭이 140mm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좁은 공간을 활용하기에 좋습니다. 대신 높이는 379mm이기 때문에 다른 캡슐 커피 머신에 비해 높습니다.
깊이는 297mm로 네스프레소 버츄오 플러스 머신보다 얕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입니다. 많은 분들이 비판하는 포인트가 가격이 그렇게 비싼데도 본체 등 대부분의 재질이 플라스틱이라서 싸구려 같다는 것인데 처음 구매했을 때는 그런 부분이 실망스럽게 느껴지지만 정작 자주 사용하면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습니다. 일단 디자인이 깔끔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기기가 가볍기 때문(총 중량 3.4kg)에 세척하거나 할 때도 부담이 없거든요.
기기 뒷면에 물통을 결합하여 사용하는데 필요한 물의 양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MAX까지 채우면 대략 500ml가 됩니다. 밑에서 설명하겠지만 regular 모드로 3잔을 내리면 한 통을 거의 다 씁니다.
보시는 것은 드리퍼 스탠드와 계량 스푼입니다. 계량 스푼 안쪽에는 g표시가 되어 있어서 그라인딩된 커피 가루를 계량할 수 있습니다.
필터는 종이 필터 기준으로 하리오의 V60 원추형 필터를 사용하면 됩니다. 드리퍼에 필터를 장착하고 그라인딩한 커피 가루를 담습니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조명에 불이 들어옵니다. 3가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하고 추출하고자 하는 양을 1~3잔 중 선택한 후 Start 버튼을 누르면 끝입니다.
띠링하는 음악과 함께 발뮤다 특유의 똑딱똑딱하는 메트로놈 소리가 추출하는 내내 기대감을 증폭시킵니다. 중간 중간에 들리는 스팀 소리와 커피 냄새까지 시각, 청각, 후각까지 신경 쓴 제품입니다.
Regular 모드는 일반적인 모드로 정확하고 세밀하게 드립하여 깔끔한 끝맛이 좋은 커피를 추출합니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모드입니다. Strong 모드는 짧은 간격으로 물을 떨어뜨려 원두의 맛을 보다 강하게 추출하는데 원두의 강렬한 맛을 느끼고 싶거나 카페오레, 라떼, 비엔나 커피 등을 만들고 싶을 때 주로 사용합니다. 카페에서 내리는 드립 커피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ICED 모드는 그야말로 아이스 커피용으로 추출하는 겁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아이스 라떼를 만들 때 사용합니다.
클리닝 모드는 월 1회 구연산수를 이용해 편리하게 세척할 때 사용합니다.
시작 버튼을 누르면 우선 100도의 스팀으로 서버를 데운 뒤 93도의 스팀으로 원두를 뜸 들입니다.
0.2ml 단위의 정확한 드립으로 원두의 맛을 응축시켜 향을 온전히 추출해 낸다고 합니다. 91~92도에서 산뜻한 산미와 고유의 쓴맛을, 90~91도에서 단맛을, 82~89도에서 감칠맛나는 쓴맛을 순차적으로 추출합니다.
그리고 나서 86도의 바이패스로 마무리를 하는데 총 4~7분이 걸리는 추출 과정 사이에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원두에서 용출되는 잡미 성분을 배제하기 위해 초반 최상의 커피 추출 이후 자동으로 후반 커피 추출을 멈춘 뒤 제 2노즐로부터 적절한 온도의 물을 추가해 추출된 커피의 맛과 온도를 최상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입니다.
서버는 냉,온 보존 기능이 있어 원하는 만큼만 따라서 마시면 처음부터 끝까지 균일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사실 싱글 오리진 원두 기준으로 브라질 산토스를 맛있다고 생각했던 초보자라서 맛보다는 분위기로 커피를 마셨던 사람인데 더 브루를 사용하면서 드립 커피의 맛에 눈을 떴고 새로운 원두를 찾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처럼 다양한 원두만 고르고 나머지는 모두 자동으로 해결해주면서 균일하게 맛있는 드립 커피를 마시고 싶은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 장점
- 원두만 맛있다면 100% 맛있게 드립해줌
- 극대화된 사용자 편이성
-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
- 반박하기 어려운 디자인 감각
* 단점
- 사악한 가격
- 한 번에 최대 3잔까지만 추출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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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은 오감만족 시리즈 세 번째 포스팅입니다. 오늘은 미각편입니다.
'비건의 흔한 점심 식사 루틴'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점심은 항상 과일(식이섬유) -> 요거트(유산균) -> 샐러드(지방과 단백질) -> 빵(탄수화물)의 순서로 먹는데 저는 빵돌이라서 마지막 순서인 빵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다 토스터에 눈길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빵을 넣어서 작동시키면 위로 튀어나오는 2구짜리 싸구려 토스터를 사용했는데 이사를 한 김에 욕심을 내서 발뮤다 토스터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발뮤다는 선풍기로부터 시작해 소위 감성 가전의 붐을 일으킨 브랜드인데 깔끔한 디자인과 일본 제품 특유의 기능 디테일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샤오미의 가성비에 맛들인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사악한 가격으로 악평이 자자해 호불호가 갈리는 업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가습기, 선풍기 등 공기 역학을 사용하는 기기들은 모두 무리를 해서라도 신뢰할 수 있는 다이슨 제품을 사용하고 있기에 그동안 발뮤다 제품 구매를 고려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발뮤다 토스터가 첫 기기였습니다.
저희 집에는 반려인이 직접 만든 원목 가구가 많았기에 원목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색깔로 베이지를 골랐습니다. 일단 크기 합격, 모양새 합격입니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디자인입니다.
왼쪽의 다이얼로는 빵의 종류에 따라 토스트, 치즈 토스트, 바게뜨, 크로와상 모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 모드는 모두 발뮤다가 대박을 친 스팀 테크놀러지가 적용됩니다. 더 오른쪽으로 다이얼을 옮기면 높은 온도로 굽는 모드입니다.
오른쪽의 다이얼은 누르면 전원 온/오프이고 1분에서 15분까지 30초~1분 간격으로 설정할 수 있는 타이머입니다.
설명서와 레시피북을 주기는 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뒤적이는 건 귀찮은 일인데 기기 상단에 각 모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되어 있어 사용하기 편합니다.
뚜껑을 열면 앞 쪽 상단에 물을 넣을 수 있는 급수구가 있습니다.
액세서리로 주는 5cc 플라스틱컵입니다. 너무 작아서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에 저는 다이소에서 구입한 자석 후크를 기기 옆면에 붙여서 걸어 두었습니다. 발뮤다와 콜라보를 한 이은주 작가의 도자기 컵을 따로 구매하는 분도 있던데 저는 아무래도 사용 중에 떨어뜨려 깰 것 같아서 그냥 이걸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잠시 물을 넣는데만 사용하니까요.
이건 따로 구매(35,000 원)한 이은주 작가의 도자기 트레이입니다. 그냥 식빵으로 토스트를 할 때는 상관이 없는데 토핑을 많이 얹은 빵이나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지는 빵을 넣으면 청소하는데 애로 사항이 꽃피기 때문에 트레이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대신 도자기 트레이라서 열 전도가 잘 된다고 해도 없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성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제가 즐겨 먹는 흑미 세글러노아를 넣었습니다.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지는 빵이기에 트레이를 사용했고요.
냉동된 빵이 아니기에 2분 30초로 맞추었습니다. 전원을 켠 상태에서 시간을 설정하면 자동으로 딸깍-딸깍하는 메트로놈 소리가 나면서 타이머가 작동됩니다. 작동이 멈추면 띵똥하는 소리로 알려주고요. 간결한 디자인과 불빛, 그리고 정겨운 소리까지 아날로그 감성이 마음에 듭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사용 디테일이 주는 즐거움도 무시하지 못하거든요.
5cc의 물을 넣으면 발뮤다의 스팀 기술에 의해 스팀으로 바뀌어 토스터 내부에 가득 차게 되고, 빵의 표면에 얇은 수분막을 형성하게 됩니다. 수분은 기체보다 빠르게 가열되니 빵의 표면이 먼저 바삭하게 구워지고, 빵 안의 수분은 촉촉하게 유지됩니다.
죽은 빵을 살린다는 말은 아마도 신선함을 잃은 빵을 겉바속촉으로 되돌린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 같은데 사용해보니 실제로 그렇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대량으로 빵을 구매해서 냉동시켰다가 먹기 때문에 일반 토스터로 구으면 수분이 모두 증발되어 겉이 지나치게 딱딱하고 안은 퍽퍽한 느낌인데 발뮤다 토스터를 사용하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되살려줍니다. 그야말로 죽은 빵이 살아난 느낌입니다.
물론 소보로 빵이나 단팥빵처럼 앙꼬가 있는 냉동빵은 제아무리 발뮤다라고 해도 빵의 가장 안쪽까지 촉촉하게 되살리지 못합니다. 일단 자연 해동을 하고 나서 토스터를 사용하는 게 좋죠. 그래도 일반 식빵을 비롯해 대부분의 얇은 빵은 그야말로 처음 사온 느낌으로 살려줍니다.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5월 말 기준으로 298,000 원을 주고 구매했는데 앞에서 말씀드린 2구짜리 토스터가 3~5만 원에 불과하다는 걸 감안하면 터무니 없이 비싸다고 느끼실 수 있으나 한 달 남짓 써 본 결과 제 느낌은 돈 값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빵을 먹을 때마다 잘 샀다고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저 같은 빵돌이, 빵순이들께는 강력 추천합니다.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 장점
- 정말로 죽은 빵을 살려주는 스팀 기술 : 신세계임!
- 직관적이라 너무나 편리한 사용 편이성
- 깔끔한 디자인
-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아날로그 감성
* 단점
- 아무리 뛰어난 스팀 기술과 온도 제어 기술을 사용했다고는 해도 간과하기 어려운 사악한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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