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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얼마 전 교정/교열 전문가인 김정선 선생님이 쓴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2016)'를 소개하면서 자신들의 도서 목록을 책 말미에 부록처럼 붙여 놓은 유유 출판사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걸 빼고는 판형도, 제본도, 하다못해 재생종이를 사용하는 세심함까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유유 출판사에 대한 호감도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뉴욕 해럴드 트리뷴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글쓰기 교사로 내공이 엄청난 William Zinsser의 이 책도 구매했습니다. 이 책 역시 디자인과 판형, 제본이 딱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이네요.
유유 출판사의 주 공략 분야는 중국, 고전, 공부인데 이 책은 아마도 공부 영역에 속하는 출판물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윌리암 진서가 주장하는 내용은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배움은 읽기와 생각과 쓰기로 이루어지는데 글쓰기는 종이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고 행위이므로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명료하게 사고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글쓰기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것이죠.
또한 모든 학문은 추론(사고)이 필수불가결하니 글쓰기를 통해 추론 능력을 증진할 수 있고 그렇게 증진한 사고 능력의 적용 범위는 과학, 음악, 미술, 수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범교과적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저도 평소 좋은 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계기 중 하나도 생각을 정리하고, 그 가운데 배우고,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함이었고요.
아직 마음에 들 정도로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생각을 명료하게 다듬는 연습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저는 항상 도구가 무엇이든 간에 공부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나 지식을 정리하는 글쓰기를 꾸준히 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이 분명 도움이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윌리암 진서는 자신이 글쓰기를 시작했던 계기가 된 과거의 시점에서부터 '범교과적 글쓰기'에 천착하게 된 이유를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난 범교과적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준 각 분야 대가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그걸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습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읽기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열정적인 글들이 가득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글쓰기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주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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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깨닫기 위해 글을 쓴다.
* 나는 글쓰기와 생각하기 그리고 배움이 동일한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어떤 글이든, 메모든, 편지든, 베이비시터에게 전하는 쪽지든 무언가를 쓰면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으로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닫는다. '범교과적 글쓰기'는 두 가지 원칙, 즉 '글쓰기를 위한 배움'과 '배움을 위한 글쓰기'에 기초한다.
* 이제 새로운 3R을 정의할 때가 되었다. 읽기(Reading), 쓰기('riting), 추론하기(Reasoning)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한데 결합한 것이 배움이다.
*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자신감을 가질 수 없다면 그 일은 그만두는 게 좋다.
* 오랜 시행착오 끝에 내가 얻은 교훈은 이렇다. 독자가 정서적으로 글에 개입할 여지를 제공할 것. 작가는 말을 아끼면서 왜 이 소재가 그토록 감동적인지 설명하고 싶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
* "우리 학생들이 왜 글을 못 쓰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어느 심리학과 선생님이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학생들은 글을 못 쓰는 게 아니라 추론 능력이 부족한 거라고요"
* 읽기, 쓰기, 생각하기는 통합된 하나의 과정입니다. 아무리 가치 있는 아이디어라 해도 남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 명료하게 사고하도록 스스로를 강제할 때만 명료한 글을 쓸 수 있다. 매우 단순한 이치다. 진정한 어려움은 글쓰기가 아니라 생각하기에 있다.
* '숙고', '결론', '능력', '경향' 같은 개념을 나타내는 명사는 글의 생동감을 죽인다. 좋은 글쓰기는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글의 생동감을 살리는 한 가지 방법은 개념명사를 능동형 동사로 바꾸는 것이다.
* 자기 분야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저자가 쓴 글은 언제나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어떤 주제의 글이든 마찬가지다.
* 논픽션 글쓰기는 독자에게 읽기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정보나 개념, 견해를 제공해야 한다. 글을 쓰는 목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우리는 때로 자기만족을 위해, 심리 치료를 위해, 무언가를 잊지 않기 위해,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기 위해 글을 쓴다. 하지만 그 글의 유효성은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다른 이의 기준은 마음의 족쇄다. 남의 눈치를 보는 글은 절대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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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영풍문고
우선 이 책을 제가 읽은 최고의 책 리스트에 올립니다. 그리고 다음 달인 2008년 3월 월덴 3의 새 책 북 크로싱 대상작으로 선정합니다.
제가 추천한 책을 읽고 마음에 드셨던 분이라면 이 책도 분명 마음에 드실 겁니다.
심리학도라면 잘 알고 있거나 최소한 이름이라도 익숙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제자인 데이비드 케슬러와 함께 쓴 생전의 마지막 책입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죽음'에 대한 최고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는 심리학자입니다.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부인-분노-타협-절망-수용 5단계를 발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고 초기 호스피스 운동을 이끈 경력으로도 유명합니다.
퀴블러 로스는 세 쌍동이의 첫째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정체성과 삶에 대한 고민이 남달랐던 사람입니다. 1995년 어버이날 뇌졸증으로 쓰러져 본인이 실제로 죽음에 직면하기도 했던 그녀는 이 책을 마지막으로 2004년 8월 24일 눈을 감았습니다.
퀴블러 로스는 평소 죽음에 대해 연구하면서도 항상 죽음과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 대한 책이 아니라 삶과 살아가는 일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해왔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부터 인생수업(Life Lessons)입니다.
이 책에서 그녀는 삶의 의미,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 용서, 분노와 두려움을 다루는 법, 상실에 대한 수용 등 죽음에 대한 주제 뿐 아니라 배움, 놀이, 행복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의도적으로, 또는 예기치 않게 직면하게 되는 삶의 주제를 깊이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말하는 현명한 지혜를 그들의 이야기를 빌어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렇게 맞이하고 싶었던 내일이므로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살라'는 틀에 막힌 충고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삶에 대한 통찰에 이르게 도와줍니다.
개인적으로도 상실을 받아들이는 지혜로 인해 큰 깨달음을 얻은 책 인생수업...
강력히 권해 드립니다. 정말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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