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몽골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거나 느낀 점을 간략하게 요약한 겁니다. 어떤 내용은 생각의 차이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니 몽골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은 참고만 하세요.
* 인터넷 환경
: 론플에는 몽골의 인터넷 환경이 좋은 것처럼 묘사되어 있지만 울란바타르를 벗어나면 와이파이는 커녕 휴대폰도 안 터집니다. 고비 사막의 경우는 몽골 최고의 숙소인 Three Camel Lodge에서도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 신호를 잡으려고 차를 타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야 하더라고요;;;;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도 속도가 느려 동영상 업로드는 상상도 못합니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SNS를 하는 정도가 고작이에요. 홉스굴 Ashihai resort에서는 조식 뷔페로 이용하는 리조트 내 카페에서만 인터넷이 부분적으로 가능했는데 속도가 워낙 느려서 이미지 검색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포켓 와이파이, 로밍은 물론이고 심 카드를 사와도 소용 없을 겁니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자연을 만끽하는 것이 상책이에요.
* 몽골 사람
: 무뚝뚝해 보이지만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몽골 현지 가이드들은 UB(울란바타르를 보통 이렇게 부릅니다. 그냥 시티라고도 해요) 사람들은 돈을 밝힌다고 하지만 우리 수준에서 봐도 별로 그래보이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 상 돈을 밝히는 사람들은 외국 여행자에게 바가지 씌우는 게 몸에 배어 있는 불법 택시 기사들 뿐이었습니다.
* 치안
: 중범죄는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소매치기는 조심해야 합니다. 솜씨가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지인들이 드나드는 펍에서도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문구가 탁자마다 붙어 있을 정도입니다. 현지인들도 뒤로 메는 가방은 잘 안 멘다고 할 정도에요. 사람들로 붐비는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면 오히려 여행자가 조심해야 할 위험은 길을 건널 때 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운전을 험하게 하는 경우가 많고 교통 신호를 잘 지키지 않기 때문에 녹색불로 바뀌었다고 그냥 건너면 안 되고 반드시 좌우를 확인해야 합니다. 신호 없이 끼어들기, 중앙선 유턴 같은 건 그냥 하는 수준이거든요.
* 택시
: 공인 택시는 2~3개의 택시 회사에서만 운영하며 이것도 국가에서 승인하는 면허 제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차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택시 영업을 할 수 있으며 실제로 현지인들은 그냥 길가에서 손을 흔들어 차를 세워 요금을 흥정하고 타고 다닙니다. 문제는 외국인의 경우 적정 요금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바가지를 쓰기 쉬워서 숙소에서 이동할 때 미리 호텔 직원들에게 적정 금액을 물어두고 타기 전에 흥정을 해서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론플에는 불법 택시 기사가 강도로 돌변해 금품을 빼앗겼다는 말이 나오지만 밤 늦게 타거나 하지 않는다면 그럴 위험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 공공 교통 수단
: 울란바타르의 경우 택시, 버스, 저상 버스, 전차까지 다양한 교통 수단이 실제로 운행되고 있지만 외국인이 이용하기에는 복잡하고 소매치기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어서 이용을 권장할 수 없습니다. 또한 교통편이 많지 않아 현지인들도 대부분 자기차를 몰고 다니기 때문에 평일 교통 혼잡도가 매우 높습니다. 울란바타르 시내는 항상 붐비는 편이고 출, 퇴근 시간에는 보행 속도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차가 심하게 막힙니다.
* 동물
: 울란바타르에는 반려동물로 개를 기르는 사람이 꽤 있어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시골, 특히 유목민의 경우는 대부분 개를 방범견으로 기르기 때문에 덩치가 크고 사나우며 외지인이 다가가면 무섭게 짖고 물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몽골 지방 여행을 할 때 꼭 익혀야 하는 현지어가 '노호이 호르'(개를 좀 잡아주세요)라고 하니 말 다했지요. 상대적으로 고양이는 거의 볼 수 없으며 여행 중 유목민 게르에서 딱 한 마리 보았는데 쥐를 잡는 목적으로 함께 사는 수준입니다. 시골에는 소, 양, 염소, 말, 낙타 등이 많이 있으나 방목해서 기르는 가축의 수준이고 반려동물은 아닙니다.
* 벌레
: 고비 지역에서 모기를 조심하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 나름 준비를 많이 해 갔는데 여행 내내 모기는 한번도 못 봤고 물리지도 않았습니다. 바리바리 싸들고 간 전자 모기향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다만 고비에서 저희가 도착하기 일주일 전까지 모기가 극성이었고 도착하기 며칠 전에 다행히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고비 사막으로 내려가시는 분들은 그래도 준비를 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홉스굴 지역에는 호숫가 주변에 각다귀가 많지만 피해가면 되기 때문에 크게 신경이 쓰이는 수준은 아닙니다. 오히려 몽골 여행 내내 짜증나게 만들었던 벌레는 고비에서도, 홉스굴에서도 파리였습니다. 달려들기까지는 않지만 앵앵 소리가 거의 진주만 폭격기 수준의 소음이기 때문에 굉장히 거슬립니다.
* 돈
: 동전은 없으며 최대 2만부터 1만, 1천, 500, 100, 50까지 지폐만 있습니다. 단위가 투그릭인데 100, 50투그릭 지폐를 제외하고는 모든 얼굴이 칭기즈칸이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게 숫자를 잘 확인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현지에서 투그릭을 쓸 때 상대방이 거스름돈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심지어 대형 리조트에서도) 잔돈을 받으면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마트에서 간단한 물건을 사거나 택시비를 낼 때, 팁을 줄 때에도 잔돈이 필요하거든요.
* 생수
: 숙소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다른데 울란바타르의 캠핀스키 호텔 같은 경우는 매일 500미리 생수를 두 병씩 제공하기 때문에 따로 물을 구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고비 사막에 있는 Three Camel Lodge의 경우 Eco Lodge이기 때문에 PET병의 사용을 자제하므로 매일 정수된 물을 유리병에 담아 2리터씩 제공하더군요. 역시 가져간 텀블러에 담아서 다니는 걸로 충분했고 가이드가 차량에서 따로 물을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일부러 물을 챙길 필요는 없었습니다. 홉스굴 지역의 Ashihai Resort는 뜨거운 물은 수시로 제공하지만 찬물은 없어서 생수를 마시려면 구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격이 700미리 한 병에 3,000투그릭이나 해서 놀랐죠. 즉 케바케입니다. 울란바타르에서는 마켓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지방의 경우는 마켓을 찾는 것부터가 일이기 때문에 숙소를 예약할 때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 몽골은 여름철 습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체감 온도가 낮은 대신 충분한 수분 섭취가 아주 중요하거든요. 조금만 물 마시는 걸 게을리 하면 탈수 증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 음식
: 몽골은 고기 나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음식에 고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채식주의자는 음식 선정에 어려움이 많은데 호텔급 숙소나 레스토랑에서는 따로 채식 메뉴가 있지만 local restaurant에서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울란바타르를 벗어나면 채식 메뉴를 주문해도 원래 있던 메뉴 중 고기를 밥으로 대체해 주는 수준입니다. Three Camel Lodge에서는 매우 훌륭한 채식 요리를 먹을 수 있지만 사실상 몽골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반 마켓에서 장을 봐도 과일과 채소는 매우 비싸기 때문(한국과 비슷하거나 비싼 경우가 많음)에 배낭 여행자가 채식 음식을 챙겨 먹으면서 다니기는 쉽지 않습니다.
* 전기
: 220V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의 사용에 문제가 없으나 울란바토르만 벗어나면 전기가 끊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적인 조명은 태양열 발전이나 풍력 발전을 통해 공급받지만 전자 기기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은 인근 도시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고비 지역은 달란자드가드, 홉스굴 지역은 므릉시에 문제가 생기면 끊깁니다. 제가 여행하던 시기에도 고비 지역은 꽤 자주, 홉스굴 지역은 한 번 전기가 끊겼습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때마다 휴대폰을 비롯해 전자 기기를 수시로 충전하는 것을 잊지 마시고 무엇보다 보조 베터리를 반드시 가져가세요. 보조 베터리가 없으면 상당히 불편할 겁니다.
* 팁
: 몽골에는 원래 팁 문화가 없지만 관광지를 중심으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숙소의 메이크 업 비용이나 드라이버에게 적정 수준의 수고비를 주는 정도는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식당에서 팁을 남겨 놓고 나오거나 할 필요는 없어요. 울란바타르의 경우는 계산서에 기본적인 세금이 따로 붙어 나오는데다 특이하게도 도시세(1%)라는 항목도 있어서 메뉴판에 적혀 있는 금액에 비해 최종 지불하는 금액 차이가 꽤 납니다. 다만 작은 회사에 다니는 일반직의 한달 월급이 50만 투그릭에 불과하다고 하니 육체 노동을 하는 분들에게 팁을 주는 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저는 가능하면 일부로라도 수고비를 챙겨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 선물
: 기념품으로 가죽이나 털로 된 제품이 인기 있으며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다만 가죽 처리 기술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지 매장에서도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잘 확인하고 구입하는게 좋습니다. 반대로 비건이라면 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세공품은 조잡하거나 너무 화려하여 기념품으로 부적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몽골의 초원 풍경을 그린 작은 그림이 괜찮아서 몇 장 구입했습니다(국영 백화점 7층 기념품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술을 좋아한다면 몽골 보드카(칭기스 골드 라벨)도 추천할 만합니다.
* 날씨
: 일교차가 크기로 유명(실제로 몽골은 연교차가 워낙 커서 여름에는 35도까지 올라가고 반대로 겨울에는 영하 40도 이하까지 떨어집니다)하여 지역에 따라 여름철 기준으로 낮을 때는 15도에서 높을 때는 35도까지 오르내리므로 여름철에 여행을 한다고 해도 한여름에서 초겨울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옷을 준비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반바지부터 윈드 브레이커까지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가방이 대부분 옷으로 채워집니다.
* 에어컨
: 울란바타르를 제외하면 에어컨을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울란바타르에서도 호텔 정도가 아니라면 에어컨의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건 새로 지은 건물의 샵 정도입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대표적인 곳인 국영 백화점에서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것 같지 않을 정도로 덥습니다. 시골에서는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고비 지역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낮에도 그늘만 들어가면 견딜 만하고 홉스굴 지역은 온도 자체가 낮아서 그렇게 덥지 않습니다. 또한 고비나 홉스굴 모두 밤에는 온도가 많이 내려가서 이불을 덮고 자야 할 정도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습도도 낮아서 탈수가 오기 쉬우니 그야말로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라고 할 수 있겠네요. ㅡㅡ;;;;
* 도로 사정
: 울란바타르 시내는 모든 도로가 포장되어 있으나 교통량이 많아 혼잡하며 교외로 가면 비포장 도로가 많습니다. 다행히 테를지 지역까지는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어서 당일 투어를 다녀오는데는 별 무리가 없습니다. 울란바타르에서 홉스굴까지는 도로가 포장되어 있어 3년 전의 20시간에서 현재는 하루 만에 차량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므릉에서 하츠갈로 가는 도로는 아직 포장이 안 된 곳이 많아서 4륜 구동 차량이 필요합니다. 고비 지역은 거의 포장되어 있지 않다고 보는 게 낫습니다. 공항만 벗어나면 곧바로 길도 없는 비포장이니까요.
* 여행 준비
: 울란바타르, 홉스굴, 고비 모두 가이드가 없으면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특히 교통편 이용과 음식(비건이라면 특히) 주문에서 애로 사항이 꽃필 수 있습니다. 떠나기 전에 섭외를 완료하거나 최소한 현지에서라도 가이드를 꼭 구해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가이드를 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며 영어 가이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 언어
: 몽골어는 우리 말과 어순이 동일해 말을 배우기 쉽다고 하지만 그건 문법의 이야기이고 발음이 아주 헬 수준으로 어렵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해도 제대로 발음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에요. 울란바타르에서는 그나마 영문 병기가 되어 있어 괜찮지만 지방으로 가면 키릴 문자만으로 표기되어 있어 아주 답답함(가이드가 꼭 필요한 이유 중 하나). 몽골에는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고 한류 때문에 한국말을 할 줄 알거나 최소한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사람이 굉장히 많으니 말조심해야 합니다. 몽골이나 몽골 사람을 비하하는 말을 공공 장소에서는 안 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겁니다.
* 한류
: 현재 개발붐(울란바타르 전역이 공사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고 한류 때문에(한국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는 몽골 가정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함) 한국을 모방하는 게 많습니다. 아파트 건축 스타일, 옷차림, 화장법도 많이 비슷하고 울란바타르 시내에는 한국 음식점과 수퍼마켓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말 간판도 가끔 보여요. 울란바타르 시내를 돌아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옷차림의 미묘한 차이만 빼면 서울에서 만나는 젊은 여성들과 거의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비슷합니다.
* 환경
: 몽골인들의 정신세계를 지탱하는 샤머니즘의 영향 때문인지 대부분이 불교 신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환경 보호가 몸에 배어 있어 가이드들이 눈에 띄는 족족 쓰레기를 주을 정도입니다. 가축도 거의 방목으로 기르며 공장식 축산을 싫어합니다. 도축할 때도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하네요. 다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최근 한국의 개발 지상주의를 도입하면서 지나치게 급속하게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 빈부격차
: 부패가 심하여 몇몇의 기업가와 국회의원들이 부를 독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빈부 격차가 매우 심한데 생활 물가가 서울에 근접하는데 비해 소득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서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생활하는 것이 정말로 힘들다고 합니다. 현지인들은 매우 머리가 좋거나 집안의 배경이 좋아야만 먹고 살 수 있다고 체감하는 수준이더군요. 우리나라의 판박이 같은 상황이라서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 중독
: 몽골인들이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로 론플에서도 취한 사람과 마찰을 일으키지 말고 조심하라고 대놓고 경고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알코올 중독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도박을 즐기는 몽골인도 굉장히 많다고 하니 숨겨진 도박 중독자의 수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나 정신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낮은 수준이고 무엇보다 전문가가 전무해서 제대로 care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 문
: 백화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의 문이 매우 협소해서 처음 봤을 때 대체 손님이 들어오라고 만든 것인가 의심이 될 정도였습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만들거든요. 문을 자그마하게 만드는 이유는 혹독한 겨울 때 단열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 시차
: 원래 시차가 1시간에 불과한데다 여름철에는 서머타임 제도가 있어 시차가 없습니다. 한국 시간과 동일하기 때문에 시차 적응은 전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 환전
: 울란바타르 시내 곳곳에 사설 환전소가 있으며 국영 백화점 1층에도 환전소가 있습니다. 호텔에서 환전을 하나 국영 백화점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나 100불 당 500원 정도의 환율 차이만 있기 때문에 아주 큰 돈을 바꾸지 않는 이상 편한 곳에서 해도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몽골 투그릭은 국내에서 재환전할 수 없으므로 비용을 잘 계산하여 중간중간에 환전하고 다 써야 합니다. 투그릭으로 환전하기 위해서는 달러가 가장 좋으며 100불 짜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100불짜리 달러만 준비해 가면 됩니다. 관광지에서는 간혹 달러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투그릭을 선호하기 때문에 적절히 환전하고 남은 돈 없이 현지에서 모두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치안
치안은 완전 안전합니다. 여행 중에 경찰은 딱 세 번 봤을 정도로 드물지만 크로아티아 전역의 분위기는 여행자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질 만한 요소가 전혀 없습니다. 함께 간 사람이 여자 혼자 여행 와도 상관없겠다는 말을 여러 번 할 정도였으니까요. 론플에서도 여행하기에 매우 안전한 나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 담배
완전 흡연자의 천국입니다.
지금까지 여행한 국가 중에서는 체코가 최고였는데 크로아티아에는 아마 못 당할겁니다. 그래도 체코에서는 건물 내 금연은 엄격하게 지켜지는 것 같지만 크로아티아에서는 그것도 아닙니다. 어디에서나 남녀노소 담배를 피워 문 걸 보실 수 있고 크로아티아 어디에서도 담배 냄새를 피할 수 없습니다. 비흡연자는 각오 단단히 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 위생
유럽 지역은 그리스, 터키, 체코, 스페인 정도만 가 봤지만 크로아티아만큼 거리가 깨끗한 나라는 못 봤을 정도로 깨끗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데도 꽁초가 굴러다니는 걸 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부지런한지 아침 일찍부터 가게를 열고 청소도 열심히 합니다. 게다가 청소차가 수시로 다니면서 쓰레기통을 비우기 때문에 거리에 쓰레기통이 넘치거나 쓰레기가 쌓여 있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분리수거함도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흐바르섬 같은 경우는 보트가 정박하는 해안가에서 수영과 스노클링을 할 정도로 깨끗합니다.
* 물
자그레브에서 빌린 아파트 주인은 수도물을 마셔도 되는 수준이라고 장담했지만 카르스트 지형이 많아서 석회가 많이 섞여 있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항상 생수를 사서 요리하고 갖고 다니면서 마셨습니다. 제 생각에는 수도물은 안 마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트에도 대부분 몸에 좋지 않은 탄산음료들 뿐 우리나라처럼 생과일을 갈아 만든 음료는 거의 없습니다. 저도 이번 여행에서 불량식품군인 콜라를 꽤 자주 마셨습니다. ㅠ.ㅠ
* 교통편
자그레브를 비롯해 크로아티아 어디에서도 대형차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소형차를 몰고 다니는데 크로아티아 사람들처럼 큰 사람들이 어떻게 소형차만 몰고 다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자그레브의 경우는 트램이 잘 되어 있고 걸어서 돌아다녀도 충분하기에 택시를 탈 일이 거의 없는데 택시를 보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택시들은 대형 호텔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시내에서 주행하는 택시를 잡아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호텔에 묵고 택시를 불러서 이동할 것이 아니라면 택시를 이용하는 건 꽤나 번거로운 일이라는 걸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국내 항공을 제외한 버스, 트램, 페리 등은 정시 출발, 정시 도착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 마트 이용
우리나라처럼 마트에서 1회용 비닐봉지를 주지 않습니다. 장바구니가 없어서 비닐봉지를 구입하려면 1쿠나였던 걸로 기억하니 거의 170원이나 합니다. 게다가 튼튼하지도 않습니다. 저희는 기념품이나 선물을 담아 오려고 장바구니를 몇 개 가져가서 유용하게 사용했죠.
* 기온
여름철의 경우 일교차가 꽤 큰 편입니다. 특히 자그레브에서는 긴팔 옷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라서 햇빛은 따갑고 그늘은 시원하지만 역시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지 않게 옷차림에 신경쓰셔야 합니다.
* 동물
자그레브를 제외하고는 고양이 나라입니다(자그레브에서는 길냥이를 못 봤습니다). 플리트비체까지는 드물지만 좀 더 남쪽에 있는 스플리트, 흐바르, 두브로브니크에 가면 길을 가다 심심치 않게 고양이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현지인을 비롯해 관광객들도 어찌나 친절하게 고양이를 대하는지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건 여행기에서 상세히 보여드리겠습니다. 그야말로 냥덕들의 천국입니다~ 그렇다고 개가 없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크로아티아 전역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셰퍼트, 말라뮤트 등 대형 견종인 것이 특징입니다.
* 신체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키가 큽니다. 제가 알기로 아마 세계에서 제일 클 겁니다. 젊은 남성 평균 신장이 185cm인가 그렇고 젊은 여성 평균 신장이 175cm나 됩니다. 그냥 크다는 정도로는 표현이 안 되고 정말 다들 배구 선수 같습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체구는 더 크지만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덩지가 큰 게 아니라 늘씬하게 큽니다. 게다가 미남미녀가 워낙 많아서 여행 중에 눈이 호강할 정도지요. 한국으로 돌아오면 백 투 더 오징어 월드라서 잠시 우울해집니다;;;;
* 거리 풍경
재활용 분리 수거함이 따로 있어서 그런지 자그레브에서는(남쪽 지방에서는 눈여겨 보지 않아서 놓쳤을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폐지나 캔을 모아서 파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실업율이 꽤 높다고 하던데 말이죠. 살짝 우울해졌습니다. 아 그리고 자그레브에서 길을 건널 때는 신호등에 유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남아 있는 시간을 보여주거나 신호가 깜박거리지 않고 갑자기 주행 신호로 바뀌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있어 보이더군요.
* 벌레
자그레브와 플리트비체까지는 벌레를 보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자그레브의 돌라체 시장에 가면 과일 냄새를 맡고 몰려든 벌을 볼 수 있는 정도지요. 파리는 한번도 못 봤습니다. 하지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모기가 많아서 여름철에 흐바르, 두브로브니크에 가신다면 모기 기피제나 전자 모기향을 챙기셔야 하고 저녁에는 꼭 긴바지를 입고 양말을 신으셔야 합니다. 발목 아래와 발을 집중 공략하는데 크로아티아 모기에 물리면 엄청 가렵습니다. 근데 신기한 건 흐바르섬을 여행할 때도 밖에 나가면 모기가 엄청 달려드는데 집 안에 있을 때는 창문을 열어놓고 자도 모기에 물리지 않더군요. 아마도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가방
자그레브에는 문화유산으로 보호되는 역사적인 건물들이 많아서 엘리베이터 설치 자체가 안 되고, 플리트비체나 흐바르 섬 등에는 계단이 많아서 큰 캐리어, 특히 하드 케이스를 가져가면 큰 낭패를 봅니다. 가능하면 백팩을 사용하시고 캐리어를 가져간다면 1인용 캐리어로 무게를 줄이세요. 무겁고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일이라도 생기면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는지 단박에 알게 되실 겁니다.
* 중국인/일본인/한국인
최근에 여행한 국가 중에서 중국인을 가장 보기 힘든 나라였습니다. 하다못해 아프리카 케냐까지 중국인이 득시글했는데 크로아티아처럼 중국인 여행자가 없는 나라는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두브로브니크에는 꽤 많지만 거기는 한국인과 일본인들도 그에 못지 않게 많으니까요. 두브로브니크를 제외하고는 중국인이 정말 없습니다. 자그레브에서는 한 명도 못 봤고, 플리트비체에서도 단체 관광객 한 팀만 봤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상당히 조용히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일본인들은 많이 봤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해외 여행 시 일본인들을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두브로브니크에서만큼은 예외였습니다. 꽃보다 누나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한국인들의 러시가 계속되면서 자그레브에서 빌린 아파트 주인은 자기 손님 중 한국인의 수가 6위를 차지했다면서 한국인들이 최근에 엄청 많이 여행온다고 그러더군요. 직항이라도 개설되면 망가지는 건 금방일겁니다. 크로아티아 여행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빨리 다녀오셔야겠습니다. 특징적인 건 이것도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모르겠는데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엄마-딸 조합의 여행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더군요. 신혼 여행자보다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 물가
체감 물가는 대략 우리나라의 70~80% 수준인데 빵, 커피 등의 식품값은 정말 쌉니다. 하지만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물가가 계속 비싸지고 두브로브니크는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더 비쌉니다. 특히 두브로브니크의 식당에 앉아서 마음껏 식사를 한다면 후덜덜한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여행 일정이 짧다면 자그레브에서 한꺼번에 장을 보는 것도 고려해보는 게 좋습니다. 참고로 200ml 작은병 콜라값으로 비교해 볼 때 자그레브의 레스토랑에서는 15쿠나면 충분하지만 두브로브니크의 레스토랑에서는 25쿠나 통일입니다.
* 팁 문화
우리나라처럼 팁 문화는 없습니다. 하지만 몇몇 레스토랑에서는 계산서를 끼워넣는 패드 안 쪽에 '서비스는 금액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말을 영어로 적어 놓아 팁을 달라고 귀엽게 읍소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팁을 안 줘도 되지만(종업원들이 크게 기대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서비스가 좋았다면 기분좋게 팁을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보통의 유럽처럼 계산서를 테이블로 가져달라고 해도 되고 카운터에서 직접 계산해도 됩니다. 재미있는 건 어느 음식점에서나 계산할 때 현찰인지 카드인지를 물어보는데 현금으로 계산하면 할인되고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세금 신고 때문에 POS에 입력하기 위해 물어보는 것 뿐 내는 금액은 똑같으니 현찰로 낼테니 디스카운트 해 달라고 해 봤자 씨도 안 먹힙니다.
* 음식
크로아티아 전통 음식은 별로 볼 수 없습니다. 두브로브니크와 같은 남쪽 지방에서는 메뉴판에서 문어 샐러드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별로 추천할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가이드북마다 해산물이 싸고 맛있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요리법이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엄청 짭니다. 스페인 수준은 아니지만 소금을 적게 넣어 달라고 매번 별도로 요구를 해야 할 정도입니다. 남쪽 지방의 아드리아해 연안의 도시에서는 이탈리아가 가까워서 그런지 피자가 맛있습니다(특히 두브로브니크). 그리고 사이드 메뉴로 감자 튀김이 있는데 가격 대비 훌륭합니다. 양도 많이 주는데다 신선하기까지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감자 튀김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 길거리 음식
크로아티아는 길거리 음식이 거의 없는데 아이스크림만은 예외입니다. 어디에서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근데 이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습니다.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하여간 아주 맛있습니다. 크로아티아를 여행하게 되면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자주 드시게 될 겁니다. 특히 남쪽 지방(스플리트 이하)에서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거짓말을 조금 보태 한 집 건너 한 집일 정도로 많습니다.
* 과일
과일류는 대부분 싼데 그래도 두브로브니크만큼은 비쌉니다. 맛난 과일을 맘껏 드시고 싶으면 자그레브의 돌라체 시장을 이용하세요. 개인적으로 무화과, 적포도, 천도복숭아를 강추합니다. 사과는 복골복입니다. 견과류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비싸니 신중하게 구매하시고요.
* 채식
크로아티아는 육식 위주의 국가라서 비건들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애로가 꽃핍니다. 채식 전문 식당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나듯해서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베지 메뉴를 갖추고 있는 식당도 별로 없습니다. 엄격하게 먹는다면 grilled vegetables를 제외하고는 먹을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저도 버터와 치즈(피자에 들어간 것만)를 금지 목록에서 풀었습니다. 비건들은 숙소를 예약할 때 호텔보다는 아파트를 빌리고 식재료를 장 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적극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 알아두면 편리한 크로아티아 말- 안녕 : 보그(Bog)
- 잘 가 : 즈보곰(Zbogom)
- 실례합니다 : 오프로스티테(Oprostite)
- 미안합니다 : 자오 미 예(Zao mi je)
- 고맙습니다 : 흐발라(Hvala)
- 천만에요 : 네마 나 체무(Nema na cemu)
- 예 : 다(Da)
- 아니오 : 네(Ne)
- 얼마인가요? : 콜리코 코슈타(Koliko Kosta)
- 너무 비싸요 : 토 예 프레스쿠포(To je preskupo)
그런데 저렇게 들리지 않기 때문에 실제 여행 때 사용한 말은 '고맙습니다'인 흐발라가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흐발라도 '봘라'에 더 가깝게 발음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