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개인적으로 맷 데이먼의 최고 연기는 '굿 윌 헌팅'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건 '본 시리즈'이죠.
본 아이덴티티(2002), 본 슈프리머시(2004)에 이어
본 얼티메이텀(2007)에서는 영화 자체도 굉장한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인기몰이를 했죠.
그리고 무려 9년 만에 이 영화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물론 중간에 본 레거시(2012)도 있지만 그 영화는 맷 데이먼 대신 제레미 레너가 주연을 맡았죠. 감독도 대부분의 본 시리즈를 감독한 폴 그린그래스가 아니라 전작들의 각본가였던 토니 길로이였기 때문에 스토리 라인은 기존 본 시리즈와 이어지지만 광팬들은 본 레거시를 본 시리즈로 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폴 그린그래스의 본 시리즈 복귀작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제목도 본 시리즈치고는 다소 소박한 '제이슨 본'으로 나왔습니다.
어쨌거나 본 레거시를 빼면 무려 9년 만에 돌아온 제이슨 본인데 존재감이 여전합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도, 정체성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흔들리는 모습도. 하지만 이제는 진부한 스토리 라인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사실 본 얼티메이텀에서 이미 제이슨 본의 과거사와 고뇌 이유 등이 충분히 풀렸기 때문에 관객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내용이 없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국내 흥행에서는 전작인 본 얼티메이텀 이상의 관객 몰이를 했습니다만.
영화 내내 대사가 25문장 밖에 안 될 정도로 과묵한 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정신없이 터지는 사건에 수동적으로 휩쓸려 다니는 제이슨 본은 좀 안쓰럽네요.
제작사에서 제이슨 본 2편을 준비 중이라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갈 지 기대가 되면서도 살짝 걱정이 되는 영화였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593
★★★★☆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폭풍 속으로(1991)'라는 굵직한 걸작을 만든 여성 감독 Kathryn Bigelow의 2008년 작품입니다.
2010년에 이 영화로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을 누르고 제 82회 아카데이 시상식에서 6개의 아카데미상(작품상, 감독상, 감독상, 음향상, 편집상, 음향편집상)을 수상했죠. 재밌는 건 제임스 카메론이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전남편이라는 거. 그래서 시상식 전부터 부부전쟁이니 뭐니 하면서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쉴 틈이 없었죠.
이 영화의 주연인 제러미 레너는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전 세계 유수의 연기상을 싹쓸이하면서 존재감을 널리 알렸죠.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거나 다름 없습니다. 이 영화 이후로
'어벤져스(2012)'의 호크 아이로도 출연하고 본 레거시에서 주연으로 강렬한 액션을 선 보이기도 했죠. 어쨌거나 이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그야말로 최고입니다.
이 영화는 이라크에서 폭발물을 제거하는 특수부대인 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를 다루고 있는데 단순히 특수부대의 활약성을 멋지게 포장해 자랑한 것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전장에서 가장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매일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EOD 대원들의 심리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에 땀을 쥐고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숨막히는 폭탄 제거 장면도 그렇지만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제임스 중사가 본국으로 귀환한 뒤 장을 보던 중 너무나 많은 종류의 시리얼에 압도되어 선택을 못하고 난감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전장에서 폭탄을 해체하면서는 죽느냐 사느냐의 두 가지 길만 선택하면 되는데 일상으로 돌아오면 사소하지만 너무 많은 선택들이 제임스 중사에게는 오히려 힘겨웠던거죠. 결국 그는 다시 이라크로 재파병을 요청합니다.
이 영화에서 제임스 중사가 모빌에 정신팔린 자신의 아이에게 하는 말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어릴 때 그렇게 몰두하게 만들었던 것들도 어른이 되고 나면 아무런 의미없는 사소한 것들이 되고 마는데 그래서 자신에게는 폭탄을 제거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몰두하게 되는 일이라고.
이 장면을 보면서 제임스 중사가 참 불쌍하고 짠했습니다. 자신을 죽음의 위기 앞에 몰아넣을 때만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감사하게 되는, 그리고 다시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오면 지루해 죽을 것 같아서 결국은 불나방처럼 또 다시 폭탄을 향해 다가가는, 언젠가는 폭사로 삶을 마칠 것이 분명한데도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그가 참 안타까웠습니다.
어쨌거나 영화는 정말 괜찮습니다.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든, 심리 묘사를 좋아하는 분이든 간에 만족하실 영화라고 생각되어 추천합니다.
덧. 당연하겠지만 이라크 바그다드는 2008년 당시에도 미국인들의 출입 및 거주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요르단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덧2. 이 영화의 초반에 등장해 주인공인 제임스 중사와 상반된 캐릭터로 인상에 남는 연기를 보여준 '가이 피어스'와 용병 대장으로 나와 잠깐이지만 역시 존재감이 쩌는 연기를 보여준 '랠프 파인즈' 모두 반가웠습니다.
덧3. 이런 걸작을 만든 감독도 작년에 제가 혹평한
'제로 다크 서티(2012)'같은 엉터리 영화를 후속작으로 내놓는 것을 보면 좋은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