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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싶은 걸까요? 부모님의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라며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로 이용되기도 하죠.
하지만 대부분 부모님의 사랑은 무조건적이기는 커녕 오히려 가장 조건적인 사랑입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부모와 자녀는 유전자를 공유하는 혈육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태생적으로 조건이 달릴 수 밖에 없는 관계라는 말입니다. 자녀가 잘 되고 못 되는 건 그냥 무시해도 되는 남의 일이 아니니까요. 부모 자신들의 자존심, 평판이 달려있는 문제입니다.
부모의 사랑이 무조건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최소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1. 부모님 스스로 행복한 상태여야 함
2. 자신의 기대와 다른 길을 가는 자녀를 격려, 축복, 지원할 수 있어야 함
3.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아야 함
행복하지 못한 부모는 본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식을 성공시킴으로써 자신들이 불행하지 않다는 걸 세상에 증명하고자 합니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건 어렵기도 하고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 베팅할 기회가 있는 자식에게 거는 것이죠. 이런 부모일수록 자녀는 독립된 존재가 아닌 자신들에게 속한 소유물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이들의 자녀에게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선택권이 없으니 당연히 물어보지도, 상의하지도 않으며 자신들의 결정을 따르라고만 강요합니다.
부모가 자신들이 원하는 길을 가는 자녀를 지원하고 칭찬하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기대와 다른 길을 가는 걸 격려, 축복, 지원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죠. 자녀가 자신들과 독립된 별개의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부모의 행복이 자녀의 행복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자녀의 길을 온전히 축복할 수 있거든요.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 바로 조건이 걸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부모가 사랑을 선물처럼 주지 않았다는 것이죠(
'부모는 어떤 양육자가 되어야 하는가'). 사랑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투자에 가까워서 자녀는 여기에 순익을 더해서 갚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겁니다. 부모의 사랑이 무조건적이라면 부담스러운 게 아니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야 마땅하겠죠.
저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부모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것이 어렵다는 말일 겁니다. 특이한 건 자녀의 인생을 마음대로 하려는 이기적인 부모일수록 자신들의 사랑이 무조건적이라고 믿고 있더군요. 그런 부모일수록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거다'. '너는 어쩜 부모 마음도 모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거냐'며 자신들의 언행을 강변합니다.
자녀에 대한 사랑이 무조건적이라고 믿는 부모님들은 과연 위의 세 조건을 충족하는지 자신들을 돌아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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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들 중 대다수가 대인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거니와 대부분의 상담자들은 수련 과정의 특성 상 내담자의 문제가 대인 관계에 있다고 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인 관계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가능성에 대해서 비판적인 자세로 탐색해봐야 합니다. 또한 대인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담자를 만나면 가장 먼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프로이트가 한 말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는 모든 인간의 문제가 '일'과 '사랑'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랑'의 대상을 배우자, 가족, 자녀, 친구 등으로 넓힌다면 결국 대인 관계 문제라고 할 수 있을텐데 과연 대인 관계 문제만 갖고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가 얼마나 될까요?
또래 관계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와도 공부가 잘 되고 성적이 잘 나오는 청소년은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 학교 생활을 버티어 냅니다. 마찬가지로 대인 관계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담실 문을 두드리지만 자신의 전공에 만족하는 대학생이 많지 않죠.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차근차근 살펴봐야겠지만 내담자가 '사랑'이 문제라고 호소한다고 해서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됩니다. 당연히 다음 질문을 해 봐야 합니다. 성적은? 전공은? 회사일은?
'일'이 잘 된다고 '사랑'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지만 '사랑'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일'도 문제가 생겼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게다가 '사랑' 문제는 상담실에 내방했을 때 쯤에는 꽤 오랜 시간 진행되어 대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쉽게 풀어내기 어려우며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많지만 '일' 문제는 의외로 단기 상담에서도 쉽게 문제 해결 중심적 접근으로 다룰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다못해 진로 적성 검사 결과만 갖고 코칭을 해도 좋아지기도 하죠.
그러니 '사랑'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내담자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항상 초반에 '사랑'과 함께 '일'도 함께 확인하는 걸 습관화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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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근본을 바꾸는 변화를 야기하는 건 뭐니뭐니해도 직접 경험입니다. 간접 경험도 좋기는 하지만 impact면에서는 직접 경험만 못합니다. 하지만 어떤 깨달음을 얻고 변화하기 위해 모든 아프고 슬픈 경험을 직접 할 수는 없으니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깨달은 지혜를 정리해 놓은 산물을 통해 간접 경험하는 것이 좋겠지요.
간접 경험은 직접 경험만 못해도 반복적으로 쌓이다 보면 직접 경험 못지 않은 깨달음을 줄 수도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혜가 담긴 책들을 많이 읽다 보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 소름끼칠 정도로 겹치는 걸 보게 되는데요. 상담을 많이 하다보면 공통된 주제, 공통된 해결 방법 등이 보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 책은 됴코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인 야스토미 아유무라는 분이 썼습니다. 나름 고학력 엘리트로 경제학 분야에서 촉망받는 인재인데다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한 듯 보였지만 부모의 정서적 학대 속에서 자랐고 그 영향으로 인해 잘못된 배우자를 선택해 4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자살 충동과 싸우며 불행한 삶을 살다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어서 삶을 바꾸었고 그 결과를 '당신이 살기 힘든 것은 자기혐오 때문이다'와 이 책으로 엮어서 내놨습니다.
200페이지에 불과한 작은 포켓북에 자립, 친구, 사랑, 화폐, 자유, 꿈의 실현, 자기혐오, 성장이라는 각각의 주제에 대해 저자 나름의 명제를 달면서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사실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전적으로 동감인 내용이라 그냥 읽어보시면 되는데요. 대표적인 몇 가지 명제를 소개하면,
* 누구하고든 사이좋게 지내려고 하면 누구하고도 사이좋게 될 수 없다
* 조금이라도 싫다고 느끼는 사람과 친구인 척해서는 안 된다
* 이기주의와 이타주의는 모두 자기혐오의 결과이다
* 자유는 선택지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 인생의 목적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 꿈은 실현하는 자체가 아니라 실현하는 과정에 의미가 있다
* 행복은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 뭔가를 강하게 동경한다면 자기혐오에 속박되어 있다는 뜻이다
어떤가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명제들이죠?
하지만 다음의 것은 좀 다릅니다.
* 자립은 많은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이다
* 의존하는 대상이 늘어날 때 사람은 더욱 자립한다
* 의존할 대상이 감소할 때 사람은 더욱 종속된다
* 종속은 의존할 수 없다는 뜻이다
* 도와주세요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당신은 자립한 것이다
저자는 '자립은 많은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이다'를 자신의 핵심 명제로 규정하고 세상은 이를 이해하는 사람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뉜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립은 어느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아마 저자가 불행한 결혼 생활을 끝내고 독이 되는 부모와 절연하는데 큰 도움을 준 친구들이 있었고 이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위와 같은 명제를 찾은 것 같은데 제 생각은 같으면서도 좀 다릅니다.
저자는 많은 사람에게 의존하고 그 대상이 늘어날 때 자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의존과 의존에 의한 부정적인 영향에 개의치 않을 수 있는 게 바로 자립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자립을 먼저 해야 의존을 해도 더더욱 자립하게 되고 의존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게되는 것이죠. 의존해야 자립할 수 있다는 건 1) 세상은 선한 사람보다 악한 사람이 훨씬 더 많다, 2) 악한 사람의 수가 훨씬 적은 집단에서도 그들의 파괴적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3) 자립하기 전 인간의 악에 대한 저항력은 매우 약하다는 걸 간과하는데서 오는 착각입니다. 제 생각에 저자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그건 저자가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기득권층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저자 말마따나 일본이 '입장'을 중요시하는 입장사회라서 그동안 자립할 시간을 벌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자와 경우가 다릅니다.
간단한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병치레가 잦죠. 건강하게 살려면 병균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야 하니 다양한 보균자와 접촉을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원했던 항체가 생겨서 왠만한 병균에는 끄덕도 않는 건강한 체질이 될까요 아님 운 나쁘게 심각한 전염병에 걸려서 죽게 될 가능성이 클까요.
마음이 약해 상처를 자주 받는 사람일수록 간절히 자립을 원합니다. 그런데 홀로 서는 연습도 안 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게 되면 자립하게 되는게 아니라 착취당하거나 심하면 더 큰 상처를 입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명제에는 모두 동감하지만 '자립은 의존하는 것이다' 명제는 다음과 같이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립은 홀로 설 힘을 갖는 것이다. 자립한 사람은 의존할 필요가 없고 실제로 의존하지 않으며, 의존하게 되더라도 더욱 자립하게 된다.
자립을 하게 되면 사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의존할 필요도 없지만 의존을 하게 되더라도 의존 대상의 영향에 개의치 않으며 의존해도 좋은 사람을 알아볼 눈을 갖추었기 때문에 의존하더라도 자립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죠.
자립과 의존에 대한 부분이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이기 때문에 길게 토를 달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책에 소개되는 명제는 저 또한 전적으로 동감하는 좋은 내용입니다. 실제로 저도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고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삶의 태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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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는 일찍이 프로이트가 말했듯이 크게 나누어 볼 때 '일' 아니면 '사랑(대인 관계)'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관계 문제가 압도적으로 많죠. 이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들을 매일 만나다보면 일 대 일 관계 이상을 맺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다면, 인간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 조직을 제외하고는 인간들은 조직을 구성하지 못하게끔 강제하는게 가능하다면 어떨까, 거의 대부분의 관계 갈등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볼 때가 있을 정도입니다.
하여간 많은 내담자들이 관계가 힘들어서, 상처를 받아서,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상담자를 찾습니다.
이런 실정이다보니 상담자들은 대인 관계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그런데 많은 상담자들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인 관계 욕구가 있다(혹은 강하다)는 전제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내담자들이 분명히 있죠. 대표적인 케이스가 schizoid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입니다. schizoid한 사람들은 관계 욕구는 분명히 있지만 그 대상이 인간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대상이 동물일 수도 있고, 물건일 수도 있고, 추상적인 object일 수 도 있습니다. 즉 관계 욕구는 있지만 대인 관계 욕구는 없을 수도 있는 것이죠. 관계 욕구의 대상이 동물이라면 동물을 좋아라하고 동물에게 애틋한 감정도 느끼지만 사람에게는 아닌 겁니다. 사람에게는 관심도 없고 때로는 싫어하거나 혐오하기도 합니다. 관계 욕구의 대상이 자연이라면 이 사람은 오지에서 혼자 살아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인' 관계 욕구가 있다고 믿는 상담자는 이런 schizoid한 내담자에게 반치유적인 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관계 욕구는 있지만 '대인' 관계 욕구가 없는 schizoid한 내담자를 꽤나 자주 만나는데 이 사람들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히키코모리나 사회 부적응자, 아스퍼거, 게임 중독자, 우울증 환자 등으로 오해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그저 관계 욕구의 대상이 인간, 인간 조직, 인간 사회가 아닐 뿐입니다.
이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불편감은 사실 '대인' 관계 욕구가 없는 이들을 억지로 대인 관계를 맺도록 강제하는 인간 사회가 유발하는 겁니다.
그러니 이들을 진정으로 돕는 방법은 이들을 억지로 인간 사회에 편입시켜 강제 연애를 주선하고, 커뮤니티에 집어넣고 억지로 대인 관계를 맺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질적 특성을 온전히 수용하고 인간 사회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러면서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심리적 거리(schizoid한 사람들에게는 이 거리가 굉장히 중요한 개념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대부분의 내담자에게는 대인 관계 욕구가 있고 또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내담자도 있다는 걸 상담자는 알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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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정신분석가이자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대표작,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입니다.
이 책의 제목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처럼 '사랑의 기술 = 연애의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예전 학부 때 대학생이 꼭 읽어야 할 고전 100선 같은 걸 치기에 의해 섭렵하던 그 당시 주마간산 격으로 읽기는 했지만 제 기억 속의 이 책은 역시나 연애의 기술 같은 거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차근차근 읽어보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아니 내가 왜 이 책을 연애의 기술이라고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황당함과 낯뜨거움마저 느꼈습니다. 굳이 변명을 해 보자면 이 책에 대한 선입견은 어느 정도 조장된 면이 있습니다. 당장 이 책을 출판한 문예출판사가 띠지에 홍보 문구로 삽입한 내용마저도 '진정한 사랑을 원하는 젊은이들의 필독서'니까요;;;;
하지만 이 책은 (당연히) 연애의 기술을 다룬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문구가 2장. 사랑의 이론 첫 페이지에 나옵니다. 그건 바로 '사랑, 인간의 실존 문제에 대한 해답'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은 사랑의 기술이 아니라 사랑의 의미, 더 나아가서 삶의 의미, 실존의 의미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즉 삶에 대한 책인 것이죠.
이 책의 머리말에서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 대한 편리한 지침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실망할 것이다. 사랑은 스스로 도달한 성숙도와는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탐닉할 수 있는 감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 이 책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가장 능동적으로 자신의 퍼스낼리티 전체를 발달시켜 생산적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아무리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며, 이웃을 사랑하는 능력이 없는 한, 또한 참된 겸손, 용기, 신념, 훈련이 없는 한, 위에서 말한 성질들이 희귀한 문화에서는 사랑하려는 능력을 획득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딱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사랑을 목놓아 부르짖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하는 능력을 얻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나 봅니다. ㅠ.ㅠ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있는 삶이냐에 대한 답을 사랑에서, 그것도 심리학적 의미에서 찾는다는 관점에서 이 책을 저는 심리학 서적으로 분류했습니다. 무려 60년이나 된 고전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통찰로 가득찬 책입니다. 굳이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저처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읽은 분들은 더더욱) 꼭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책 내용 중에서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은 에리히 프롬이 성서를 인용하면서 동성애를 양극화된 결합의 성취에 실패한 일탈로 간주하는 대목 뿐입니다. 에리히 프롬이 활동하던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적잖이 실망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죠.
닫기
* 사실상 강렬한 열중, 곧 서로 '미쳐버리는' 것을 열정적인 사랑의 증거로 생각하지만, 이것은 기껏해야 그들이 서로 만나기 전에 얼마나 외로웠는가를 입증할 뿐이다.
* 나는 전에, 프로이트가 성욕을 사랑과 합일의 요구가 나타난 것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사랑에서 성적 본능의 표현 - 혹은 승화 - 만을 보려고 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잘못은 더 심각한 것이다. 그의 생리학적 유물론과 일치하는 바, 그는 성적 본능을 몸속에 화학적으로 생긴, 고통스럽게 해방을 갈망하는 긴장의 결과라고 본다. 성욕의 목적은 이 고통스러운 긴장을 제거하는 것이고 성적 만족은 이러한 제거에 성공하는 것이다.
*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나의 비판은 그가 성을 과대평가했다는 것이 아니라 성을 충분히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 있다.
* 어린아이의 사랑은 '나는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원칙에 따르고, 성숙한 사랑은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는 원칙을 따른다.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자아도취적이고 지배욕과 소유욕이 있는 여자는 어린아이가 연약할 때에만 '사랑하는' 어머니로서 성공할 수 있다.
* 분리의 체험과, 여기서 생기는 분리 상태의 불안을 합일의 경험에 의해 극복하려는 욕구가 사랑에 대한 우리의 욕구의 기반이다.
* 문제를 사랑으로 해결하기로 결심한 자는 실망을 견디고 퇴보를 무릅쓰고 끈기를 보일 용기가 필요하다
* 자기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삶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타인을 욕망하고 원하고 집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사랑은 아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에서 대여해 읽은 책이므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국민도서관을 이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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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프랑수아 를로르의 소설입니다. 원래 저자가 시리즈 물에 등장시킨 인물은 Hector인데 국내에는 꾸뻬씨로 번역되었죠.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시작으로 '꾸뻬 씨의 인생 여행', '꾸뻬 씨의 우정 여행', '꾸뻬 씨의 사랑 여행' 순으로 시리즈 물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전작인
'꾸뻬 씨의 행복 여행(2002)'을 아주 감명깊게 읽었기에 이 책도 기대를 많이 하고 봤는데 결론적으로 기대만 못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꾸뻬 씨가 아니라 꾸뻬 씨의 아들 꼬마 꾸뻬입니다. 공리주의자인 아빠와 칸트주의자인 엄마 밑에서 자라는 주인공 꼬마 꾸뻬가 죽음, 용서, 자격, 선택, 비밀, 사랑, 정의, 돈, 예술, 종교, 꿈, 차이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아이의 관점에서 심각한 주제들을 다루는 걸 보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아이처럼 보여서 마음이 영 편치 않았습니다. 등장하는 에피소드들도 문화적인 차이인지, 아님 투영된 저자의 가치관이 저랑 맞지 않아서 그런지 마음에 그다지 와 닿지 않고요.
물론 우리가 자라면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중요한 삶의 교훈들이 많이 나와서 다시 한번 되새기는 의미는 있었지만요.
닫기
* 말을 할 때는 지금 내가 누구에게 말을 하고 있는지 늘 생각할 것
* 인생에 있어 늘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좋은 면을 볼 필요가 있다
* 삶에서 중요한 것은 존중받을 줄 아는 것이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 때문에 다른 시리즈를 읽고 싶었던 분이라면 별로 추천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저처럼 실망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아직 읽지 못한 '꾸뻬 씨의 우정 여행'과 '꾸뻬 씨의 사랑 여행'은 안 읽어도 될 것 같습니다.
덧. 이 책은 직장 자료실에서 대출해 읽은 책이어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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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를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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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가져 오는 문제는 프로이트가 이야기 한 '일'과 '사랑'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사랑', 즉 대인 관계 문제가 압도적 다수라고 할 수 있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는 건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는 주제입니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그 사람이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거나, 나와 맞지 않는 성향의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는 흔히 '그럼 나한테 문제가 있는건가?'하는 의문을 품은 상태에서 상담자를 찾게 됩니다.
심리검사도구의 도움을 받아 보기도 하고 상담자와 상담을 하면서 나에게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걸 알게 되면 한편으로는 안도하면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뭔가 대화 기술이라도 배워야 하나'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의사 소통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처세술 책을 들춰보기도 하고 뭘 좀 아는 분들은 비폭력 대화법 등을 배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꽤 많은 대인 관계 문제에서 대인 관계 기술과 같은 표면적인 문제가 아닌 근본적인 차이가 발견됩니다.
바로
상대방이 나와 대화를 하고 싶은 동기, 의지, 욕구가 없는 것이죠. 왜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확실한 건 나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대화 기술은 상대방도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으나 접점을 찾기 어려울 때 도움을 받으려고 익히는 것이지 나와 대화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동기를 불어넣는 기술이 아닙니다.
그러니 뭔가 대화가 겉돌고 핵심에 다가가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는 대화 기술을 새로 익힐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와 이야기(접촉, 관계 유지)를 하고 싶은 것이 확실한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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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커플이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 꼭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사랑? 신뢰? 건강? 재정 건전성?
물론 모두 중요한 것들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좀 더 근본적인 마음가짐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다음의 두 가지 마음가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어느 정도 서로 연결되어 있죠.
1. 공짜는 없다.
이건 사실 부부/커플 관계가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한 지혜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에게 수고를 끼치게 만들면 그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지불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마음가짐은 삶을 살아가는 가치관과도 비슷한거여서 이 가치관이 없는 사람과 부부/커플 관계를 맺는 상대방은 항상 뭔가 손해보는, 빚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런 사람은 대개 '공짜일수록 좋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죠. 공짜일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항상 공짜를 바라고, 가능하면 공짜를 누릴 기회를 늘리려고 하기 때문에 공짜란 없다는 가치관을 가진 상대방이 보기에는 지나치게 속물적으로, 속보이는 사람 같거든요. 자칫하면 부부/커플을 헤어지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요소 중 하나인 혐오감을 만들어 낼 수도 있어서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상대의 호의를 부담스러운 빚으로 간주하고 재깍재깍 갚아버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상대의 호의를 즉각 되갚으면 상대방이 정나미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언젠가는 되돌려 줘야 하는 호의로 기억해 두는 걸로 충분합니다. 물론 상대방이 기억하는 기한 내에 되돌려주는 게 좋죠.
건강한 부부/커플 관계에 해롭더라도 나는 공짜가 좋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왜 그런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 물론, 두 사람 다 공짜는 많을수록 좋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면 뭐 나름대로 해로하면서 잘 살 수 있겠죠. 천생연분이니까요. 대신 주변 사람들이 짜증나겠지요.
2. 당연한 건 없다.
앞서 말씀드린 공짜는 없다는 마음가짐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물질적인 것이든 추상적인 것이든 뭔가를 받으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므로 그에 상응하는 것을 돌려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의미이니 공짜는 없다는 마음가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응당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한층 더해진 거라고 보면 됩니다. 상대방이 내게 호의를 베푸는 건 내가 받아 마땅한 권리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자는거지요. 난 받아 마땅한 사람이야 하고 거만 떨 것이 아니라 당연한 건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를 생각해야 하는 겁니다.
의외로 연인이나 부부가 되고 나면 상대방이 나에게 사랑으로 베푸는 호의를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어장 관리를 왜 하느냐며 우스개를 하곤 하는데 어장 관리를 하지 않으면 물고기가 폐사하게 되죠. 관리를 제대로 안 하는데 어떻게 물고기들이 건강하게 살 수가 있나요? 수고를 다하고 정성을 쏟아야지 당연한 건 없는 겁니다.
상대방이 식후에 향긋한 커피 한 잔을 타오는 게 과연 당연한 걸까요? 내가 좀 더 자는 동안에 아이를 깨워서 북새통에 아침을 먹이는 게, 퇴근하면서 마트에 들러 찬거리를 사오는 게, 집에 들어갔다가 비가 온다고 우산을 들고 나를 마중 나오는 게 과연 당연한 걸까요?
'공짜는 없다', '당연한 건 없다'는 마음가짐만 끝까지 잘 간직하고, 그러한 마음가짐에 따라 행동하기만 해도 부부/커플 관계에서 갈등의 소지가 될 부분을 굉장히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당장 저부터 그랬고 제가 부부 상담했던 많은 내담자들 또한 그렇더군요. 경험적으로 꽤 많이 검증된 내용이니 한번쯤 진지하게 고려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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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ents Intimacy Laughter Kinship(M. I. L. K.) 프로젝트의 세 번째 책인 FAMILY입니다.
월덴 3에서는 2008년 10월에
'LOVE : 사랑하는 영혼만이 행복하다(2002)'와 2011년 2월에
'FRIENDSHIP : 친구네 집에 가는 길은 먼 법이 없다(2002)'를 이미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LOVE는 다행히
새 책 북 크로싱을 했지만 FRIENDSHIP은 이미 품절된 상태라서 북 크로싱 포스팅만 했지, 아직 첫 번째로 신청하신 분께도 배송하지 못하고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이 책도 포스팅을 하면서 검색해 보니 이미 품절이 되었네요. 아쉽게도 소개글만 올리고 북 크로싱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사진집도 이전 판과 마찬가지로 정현종 시인께서 옮기셨습니다.
이 사진집도 LOVE, FRIENDSHIP과 마찬가지로 가족에 대한 놀랍고 감동적인 사진들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탈리도마이드 베이비 2세대' 남매를 찍은 Greg Williams의 사진과 베트남전의 참상을 고발한 그 유명한 사진의 주인공 '킴 푹'이 그녀의 아들과 함께 첫 돌에 찍은 Anne Bayin의 사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실제 주인공 모리 슈워츠가 그의 아들인 롭 슈워츠와 마지막을 함께 하는 Heather Pillar의 사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롤로그를 쓴 제임스 맥브라이드가 한 말의 한 구절을 옮기면서 소개 포스팅을 마칩니다.
"가족은 최후의 위대한 발견이며 우리의 마지막 기적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삶의 무대에서 퇴장당해 벌레들의 먹이가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운명이다. 성공한 인생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직업적으로 이 세상에 무엇을 남겼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랑을 남겼는가 하는 것이다. 사랑은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행위이다. 사랑할 용기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공원 벤치에 앉아 누군가의 손을 토닥이며 '그대는 내게 찾아온 가장 큰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특권을 얻게 된다. 그런 사랑, 가족의 사랑은 우리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만든다. 여러분의 사랑이, 이 책의 사진들처럼, 영원하기를...."
개인적으로 소장할 예정이라서 북 크로싱은 못 하지만 관심있는 분들은 중고판을 구해서라도 꼭 보시기 바랍니다. 감동으로 함께하는 사진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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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눈앞에 없는 사람(2011)'을 북 크로싱합니다.
첫 시집인 '슬픔이 없는 십오 초'가 등단한 지 무려 14년 만에 나와서 그런지 3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시집은 그리 오래 기다린 것 같지 않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네요. ㅠ.ㅠ
선혈이 뚝뚝 떨어지던 첫 시집과는 좀 달라서 주제도 나름 '사랑'입니다. 뭐 그렇다고 몽글몽글하고 포근한 느낌은 전혀 아니고 여전히 잔뜩 벼린 칼날의 날카로운 예기가 느껴지는 표현들이 선뜻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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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시인의 두 번째 시집입니다.
첫 번째 시집인
'슬픔이 없는 십오 초'가 등단한 지 무려 14년 만인 2008년에 나왔고, 이 시집이 그 이후 3년 만에 나왔으니 심보선 시인도 독자들 애를 닳게 하는 재주 아닌 재주가 있네요;;;
슬픔이 없는 십오 초에 담긴 시들이 시인이 가까스로 긁어모아 내뱉은 그의 핏자국이라면 이 책에 담긴 그의 시들은 '무려'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심보선 시인이 '기쁨과 슬픔 사이의 빈 공간에/딱 들어맞는 단어 하나'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사랑인데 사랑을 논한다고 해서 그의 시가 말랑말랑해지는 건 절대로 아니죠. 왜냐하면 이성 간의 사랑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타인의 손을 맞잡고 마음을 나누는, 소통과 함께 있음 또한 사랑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집에 실린 49편의 시에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사랑이 느껴지는 시의 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그래도 '슬픔이 없는 십오 초'만큼이나 읽는 맛이 탁월합니다.
가공할 표현력과 날카로움도 여전하고요.
심보선 시인의 시집은 굳이 아름다운 풍경과 음악이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펼쳐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소위 '예비 동작'이 필요없는 시죠. 호오가 갈릴 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저는 심보선 시인의 시가 참 좋더라고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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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 주 그랜드래피즈에 있는 마스 힐 바이블 교회의 개척 목사이자 '교계의 록스타'로 불리는 랍 벨(Rob Bell)이 쓴 책입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예수천국 불신지옥, 여덟 글자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신자들에게 공포 마케팅을 펼쳐 먹고 사는데 비해 정작 '하나님을 믿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죽으면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의 형벌을 받을 수 밖에 없는가', '영원한 사랑이신 하나님이 왜 그렇게 죽음의 순간에는 잔인한 존재가 되시는지', '하나님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만 천국에 보내고 나머지 모든 사람들을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받게 내버려 두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처럼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목회자입니다. 랍 벨은 그 모든 것의 대답이 정죄도, 교리도 아닌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교회의 목사님 말씀이 곧 살아있는 성경이라고 확신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신다면 아마도 이단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법한 전복적인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승의 삶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신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내세주의, 정죄주의에 빠져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세상의 삶을 내동댕이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비난도 좋고 비판도 좋지만 신앙인이라면 제발 이 책을 한 번쯤 읽고나서 그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 볼 귀중한 기회가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김규항의 예수전 이후로 이렇게 유익하며, 재미있고, 통쾌한 책은 정말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강추합니다.
닫기
* 내세주의는 죽고 나서 천국에 가는데 믿음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므로, 이 땅에서 천국을 발견하고 이 세상을 천국으로 바꾸어가는 소명에 대해서는 망각하는 잘못을 범한다.
* 나는 예수의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라고 믿는다. 그 사랑은 참으로 놀랍고 아름답고 품이 넓으며, 모든 곳에 사는 모든 사람을 위한 사랑이다.
* 영원한 생명은 우리가 죽으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시작된다. 그것은 죽음 이후에 시작되는 삶이 아니다. 그것은 죽음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을 지금 경험하는 것이다.
* 죽어서 천국에 가는 것에 대해 가장 많이 말하는 사람이, 지금 이 땅에 천국이 임하게 하는 것 - 예수는 "그 뜻을 하늘에서 이루심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주십시오"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다 - 대해서는 가장 적게 말하는 것을 자주 본다.
* 훗날 이곳을 떠나 다른 어딘가로 대피할 것이라면 이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천국에 대해 올바른 관점을 가지면 이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온전히 참여한다. 현재 하늘에서 그러한 것처럼 이 땅에서도 그렇게 될 날을 내다보면서 말이다.
* 예수는 우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전혀 다른 취향과 태도와 관점을 가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으신다. 바울은 우리의 참 자아가 드러날 것이고, 일단 죄와 습관과, 심한 편견과 교만과 사소한 질투들이 다 금지되고 제거되고 나면 어떤 사람들은 남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불 속을 헤치고 나오듯 할 것'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 영원한 생명은 우리가 죽는 순간 시작되는 그러한 시간이라기보다는, 지금 하나님과 연결되어 살아가는 삶의 질과 생의 활력이다.
* 예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오셨다. 그러나 예수는 또한 어느 한 문화로 차출되거나 그에 소유되지 않으신다. 거기에는 기독교 문화도 포함된다. 교단, 교회, 신학과 관련된 제반 제도가 다 포함된다. 우리는 예수를 가리킬 수 있고, 예수계 이름을 붙일 수도 있고, 예수를 따를 수도 있고, 토론할 수도 있고, 영광을 돌릴 수 있고, 믿을 수도 있지만, 우리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생명을 주기 위해 예수는 문화 위에 계시다. 예수는 모든 문화 안에 계시면서 동시에 어느 문화에도 속하지 않으신다.
* 때로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이유는 예수 뒤에 어른거리는 하나님이 안전하거나 사랑이 많거나 선하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조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이 예수와 상관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는 그러한 하나님과 아무런 상관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음은 두려움과 결핍에 휩싸인 복음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재밌게 살면서 정말로 인생을 즐기는 것 같아 보이는데 왜 우리는 그렇지 못한지를 설명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한다. 특히 선교사들이나 목회자 가정 혹은 하나님은 노예 감독관이라는 생각을 습득한 사람들이 모인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자신들은 하나님을 위해서 정말로 많은 것을 희생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쉽게 넘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슬며시 자리 잡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만족스런 설명 방법으로 지옥이 등장할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저 사람들은 파티에 다니면서 재미있게 사는 것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언젠가 우리는 천국에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지옥에 가서 엄청 고생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지만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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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생. 상하이 자오퉁대학교를 졸업하고 노르웨이로 떠나 오슬로 대학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30살의 젊은 나이에 세계 100대 대학 중 하나인 상하이 푸단 대학교의 교수로 임명됨. 숲에서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숲 프로젝트를 정부에 제안하고 거대 프로젝트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던 촉망받던 신진 학자. 역시 명문 대학 교수인 남편과 갓 태어난 건강하고 똑똑한 아들까지 완벽한 가정을 이룬 여성. 2009년 10월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말기 암 선고를 받음. 이것이 이 책을 쓴 위지안 교수의 약력입니다.
출판사의 북 리뷰에서도 묘사하였듯이 이륙 준비를 마친 우주선이 카운트다운 직전에 어이없이 폭발해 버린 것처럼 절정의 순간에서 갑자기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그녀는 어처구니없는 절망 속에서 자신에게 남겨진 많지 않은 시간에 체념하고 분노하기보다는 앞으로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깨달은 것들을 일상의 에피소드와 함께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했고 이 책이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여러 번 눈물을 흘리면서 읽었습니다. 사그러드는 생명을 가까스로 붙잡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고통으로 점철된 매일의 삶 속에서 깨닫는 지혜와, 의식이 혼미해지는 고통 속에서도 잃지 않는 위트와 유머가 참으로 부럽고 고맙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흡사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찌 보면 둘이 이란성 쌍둥이가 아닐까 싶게 닮았다는 생각도 했고요. 우리는 고통이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고 알고 있지만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만을 강하게 만드는게 아닐까요?
위지안 교수와 장영희 교수 모두 그 고통과 두려움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사람들이었기에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고 용기있게 떠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을 읽던 도중에 제가 굳게 믿고 있는 삶의 지혜를 또 발견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의 답은 시간이었다’(e-book 169p)
이 책의 제목마저도 시간이 주는 소중한 교훈의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오늘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
저는 여기에서 ‘이유’보다 ‘오늘’이 더 중요한 낱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고, 모든 것을 뒤로 미룬 채 미친 듯이 앞만 보며 달려 온 저자가 투병 중에 깨달은 삶의 지혜라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습니다.
2011년 4월 19일 새벽 4시에 세상을 떠난 그녀의 명복과 남은 가족의 평안을 빕니다.
닫기
* 피곤하면 어디든 앉아 쉬고 가는 게 인생이다
* 결혼의 상대방을 고를 때 중요한 것은 단 하나뿐이다. 인생이라는 차가운 벌판 위에서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존재, 그런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우리가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몸이 있기 때문이다.
* 나중에 더 많은 미소를 짓고 싶다면 지금 삶의 매 순간을 가득가득 채우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남았든
* 우리는 가족과 친구, 소중한 이웃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사랑의 빚을 지며 살고 있다. 그러니까 행복한 것은,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이다.
* 실력의 끝마무리는 언제나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향해 진정으로 열린 마음이 없는 한, 그저 ‘실력자’ 수준에 머무를 뿐이다.
* 어쩌면 병이란, 우리가 평생 살아도 깨닫지 못할 그런 사랑을 일깨워주기 위한 가장 극단적인 처방일지도 모른다.
* 나는 상황에 대항해 싸우거나 부정하기보다는,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소중한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고 싶을 뿐이다.
* 현실의 고난은 맞부딪혀 싸우거나 괴로워할수록 더 집요하게 구는 경향이 있다. 마치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에게 말대꾸를 하면 할수록 더 기세등등하게 달려드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반대로 콧방귀도 뀌지 않고 무시해버리면, 서서히 힘을 잃고 마침내는 사라져버린다. 상대가 반응이 없으면 싸움이 싱거워지고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 가진 것 하나 없고 인생의 맨 밑바닥으로 떨어진들 어떠리. 넉넉한 마음만 지킬 수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한때는 나만 아프다고 생각했고, 그게 너무 억울해서 세상을 경멸하고 증오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아무리 아파도, 세상에는 나보다 더 가슴이 아픈 사람이 있다는 것을.
* 뭔가를 이루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보다, 곁에 있는 이의 손을 한 번 더 잡아보는 것이 훨씬 값진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이었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덧. 이 책은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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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좌파 정치 이론가 중 한 사람으로 유명한 울리히 벡과 유명 저널리스트인 엘리자베트 벡-게른샤임 부부가 함께 쓴 '사랑은 지독한 혼란 :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Das ganz normale Chaos der Liebe, 1990)'을 북 크로싱합니다.
20년도 넘은 1990년에 나온 책인데 현재의 가족 제도, 결혼, 아이 양육 문제 등을 무서우리만치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굉장한 혜안을 보여주는 책입니다만 난도가 좀 있습니다. 신중하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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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울리히 벡과 에어랑엔 사회학과 교수인 엘리자베트 벡-게른샤임 부부가 함께 쓴 책입니다.
울리히 벡은 유럽 좌파 정치 이론가의 한 사람으로 '위험 사회'의 저자로 유명하고 부인인 엘리자베트 벡-게른샤임도 유명 저널리스트입니다.
부부가 함께 '사랑'이라는 어찌보면 구태의연하고 고색창연한 주제를 탐구한 책입니다. 사실 사랑이 핵심 주제이기는 하지만 자유, 평등, 성차, 결혼과 이혼, 가정, 아이 양육 등을 그 당시 핵심 이슈였던 개인화와 핵가족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1990년이라면 20년이 넘은 과거인데도 현재의 모습을 무서우리만치 정확하게 짚어내는 혜안이 돋보입니다만 영역판을 바탕으로 번역한 것이라서 독일 원판에는 있었을 듯 싶은 촌철살인의 유머와 위트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번역의 문제인지 제 독해력의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내용이 상당히 난해해서 독서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책입니다.
제가 힘들게 읽은 책이라서 추천드리기는 좀 어렵겠네요.
덧. 그래도 일단 북 크로싱은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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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남자들이 여성들이 겪는 고용상의 차별을 열등한 훈련 수준에 입각해 설명했었다. 최근 교육의 확대에 따라 더 이상 이러한 주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어머니 역할이라는 새로운 방어벽이 세워지고 있는 중이다. *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성의 권리가 위협으로 변할 때면 언제나 자연의 이치에 호소하는 오래된 노선을 따라 생물학적 근거를 동원해 심각한 불평등을 정당화함으로써 자신의 말과 행동간의 모순을 은폐하려 한다. * 결국 가족과 결혼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물질적 안정과 재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온갖 위기와 의혹에도 불구하고 아마 결혼하지 않을 경우 우리가 직면하게 될 것. 즉 고독의 위협이야말로 결혼의 가장 믿을만한 토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중년의 위기는 세 가지 요인 - 일반적인 추세로서의 개인화, 특히 여성의 개인화, 기대수명의 연장이 함께 발생하는 곳에서만 대량으로 발견된다. *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결혼은 참을 수 없을 정도만 아니라면 그럭저럭 받아들일만 하겠지만 자유롭게 선택한 결혼은 모든 가능성 중에서 '최상의' 해결책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자기 선택을 정당화해야 하는 것이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각자의 기준들을 자꾸 높여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 가족을 개방적으로 만들어 가족 구성원들이 홀로 있기를 꿈꿀 수 있게 하는 것, 이와 동시에 정체성 위기와 결혼의 소용돌이보다 오래 갈 수 있는 우정의 망을 키우는 것은 기대가 지나치게 부푼 결혼을 구제하고 이혼의 공황을 가라앉힐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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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연 선생님이 2006년에 내신 '사랑이 서툰 엄마, 사랑이 고픈 아이'를 북 크로싱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던 아이가 어떻게 스스로 그 문을 열고 나오는지를 감동 깊게 그려낸 상담 사례집입니다.
아동을 만나는 임상가 뿐 아니라 어린 아동을 둔 부모님들이 읽으면 참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은 평소 월덴 3의 북 크로싱에 열심히 동참하시던 별사탕님이 북 크로싱하는 책입니다. 별사탕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는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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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부터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채 성장해 열등감으로 고통받는 어른이 되었고 그러한 사랑을 대리 충족하기 위해 모든 면에서 풍족하지만 지극히 가부장적인 집으로 시집가서 자신과 똑같은 딸아이를 낳아 투사한 나머지 그 아이는 어릴 때의 엄마 모습과 똑같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아이를 상담한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전형적인 케이스를 만나셨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오히려 아동 임상 현장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경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자아가 성숙하지 못하고 자아 강도도 약하기 때문에 훨씬 더 세심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죠. 발달 수준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기술의 조율이 필요합니다. 제가 일하는 도박 중독 분야는 상대적으로 포탄이 난무하는 피투성이의 전쟁터이기 때문에 꽃밭의 민들레 한 송이 한 송이까지 모두 살릴 수는 없습니다. 떨어지는 포탄을 막아내기에도 벅차니까요. 그런 점에서 아동의 세심한 마음을 무한 인내심으로 보듬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아주 예민한 악기를 조율하는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겉으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제 마음 한 구석에는 놀이 치료나 표현 예술 치료 등의 치료 기법에 대한 폄하가 자리잡고 있었음을 반성합니다. 문제는 칼이 아니라 그 칼을 쓰는 고수의 내공이었던 것인데 말이지요. 어떤 치료 기법이든지 마찬가지겠지만요.
저는 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아동을 심리치료할 때에도 부모에 대한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 책의 저자인 이보연 선생님은 부모의 협조 유무와 관계없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것에 대한 믿음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더군요. 상담자의 그런 확신이 미정이가 딛고 일어설 발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후반부에서 전이가 일어났을 때 상담자가 아이의 마음 읽기 요구에 동참하지 않고 스스로 표현할 때까지 끝까지 버텨준 부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참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아주 좋은 책입니다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보였는데 실제로는 그랬을 것 같지 않은데 책으로 묶는 과정에서 미정이와 헤어지는 부분(상담의 종결 부분)이 분량때문에 다소 급하게 처리된 듯 보이더군요. 조금 더 깊이있게 다뤄주셨으면 개인적으로 더 좋았을 뻔 했습니다.
아동을 만나는 임상가 뿐 아니라 어린 아동을 둔 부모님이라면 분명히 도움이 될 좋은 책입니다. 이처럼 상담 실화를 매끄럽게 엮은 책을 만나기는 정말 쉽지 않거든요.
덧. 이 책은 열심히 북 크로싱에 참여하시는 별사탕님이 북 크로싱을 위해 기증하신 책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별사탕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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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 대학 정교수가 된 강상중 교수가 쓴 에세이입니다.
저자는 청년 시절 재일 교포 2세로 살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다 1972년 한국 방문을 계기로 정체성 문제에 대한 답을 알아내면서 일본 이름을 버리고 강상중이라는 본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치열한 고민 속에서 삶의 돌파구를 찾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고민하는 힘을 알리는 이 책을 썼습니다.
하지만 평생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는데도 치열한 고민의 끝이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한 자아(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 39p, 확실하게 말하면 타자를 배제한 자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41p),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의미를 찾기 위해 일하는 인간을 찾는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지도 않고 읽으면서 계속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온전히 자신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결국은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관계망에 들어가는 것으로 타협한 것 같은 찝찝함을 느끼게 만들더군요. 게다가 후반부에는 노령화 사회의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것인지 '늙어서 최강이 되라'와 같은 다소 보기 민망한 장으로 책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장은 안 쓰느니만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와 같은 제목처럼 그야말로 굵직굵직한 인생의 화두들을 던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저자의 해답은 별로 참신하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저작을 일별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간 시도가 신선했고 말미에 제시한 연보와 나쓰메 소세키의 저작 소개가 되레 유익했습니다.
그처럼 치열한 고민의 결과가 타인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는 깨달음이라면 저는 그런 깨달음은 거부하겠습니다.
별로 추천드리기 어려운 책이네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강상중 교수의 내한 강연 동영상도 함께 크로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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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사랑해서 한 결혼이고 너무나 사랑해서 함께 살기로 결정한 사람인데 우리는 왜 살면서 자꾸 배우자에게 화를 내게 되는 걸까요?
궁극적인 이유는 오늘 포스팅의 주제이기도 한, 배우자에게 화내지 않는 두 번째 방법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기대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배우자에게 화내지 않는 방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초보자에게 적절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신이 하기 싫은 것을 배우자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결심할 것
대체로 하기 귀찮거나 더럽거나 힘든 일을 배우자가 대신 해 줬으면 하고 그나마 부탁을 하면 좋겠는데 대개는 이런 저런 방법으로 묵시적인 강요를 하기 때문에 배우자가 거절하게 되면 자신이 생각한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화가 치밀어 오르는겁니다. 사실 상대방이 거절했을 때에도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없어야 진정한 부탁이지 거절당했을 때 화가 난다면 부탁을 한 것이 아닙니다. 그건 강요한 것이죠. 상대방이 당연히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겁니다. 그러니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절대로 배우자가 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행동하면 배우자에게 화 날 일이 없습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 중에서 배우자가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되나요? 대개 둘 다 하기 싫은 일이죠. 그냥 자신이 솔선수범해서 하면 됩니다.
위의 방법보다 배우자에게 화내지 않는 보다 궁극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배우자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 말 것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 자체가 없거든요.
배우자 없이 혼자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내가 더 오래 산다면, 배우자를 저 세상으로 보내게 된다면 언젠가는 누구나 혼자 살게 됩니다. 그리고 혼자 살게 된다면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입니다. 아무도 대신 해 주지 않죠. 혼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화가 날 일이 없습니다. 싱크대에 설거지할 그릇이 쌓여 있다고 해 보죠. 어젯밤에는 내가 했는데 오늘도 내가 해야 하는 것이 억울하다는 식으로 생각해봤자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내가 혼자 산다면 그 누구도 아닌 결국은 내가 해야 할 설거지입니다.
배우자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모두 내가 할 바에는 뭐하러 결혼했냐는 말을 하는 분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설거지를 대신 시키려고 결혼하셨나요? 저녁밥을 차려줄 사람이 필요해서 결혼하셨나요? 벽에 못 박을 사람이 필요해서 결혼하셨나요? 아마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배우자를 위해 희생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희생 역시 시간차만 있을 뿐 기대를 품고 있는 행동 방식입니다. 결국은 댓가를 바라게 되어 있어요.
기대 자체를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혼자서 살고 있다고 가정하고 행동하세요. 어차피 혼자 살게 되는 날을 대비해서 언젠가는 할 줄 알아야 하는 일들입니다. 그렇게 솔선수범하게 되면 결국 배우자의 사랑과 존경을 얻게 됩니다. 그 반대 순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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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김혜남 선생이 2002년에 내놓은 에세이집입니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2008)'의 소개글을 보신 분이라면 '아니 그렇게 까대더니 그 사람 책을 왜 또 읽었대?라는 의문을 가지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보고 난 뒤 김혜남 선생의 책은 앞으로 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월덴 3의 열혈 북 크로서인 dung님이 북 크로싱을 해 달라고 보내주신 책 중 한 권이어서 읽지도 않고 북 크로싱하기가 곤란(많은 분들이 그냥 북 크로싱 해도 된다고 하시지만 제 마음이 편치 않거든요)해서 제 눈에 띈 김에 그냥 후딱 읽었습니다. 내용이 어렵지는 않아서 하루면 읽을 수 있습니다.
의외로 내용은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처럼 억지스러운 내용도 없고 상당히 잘 쓴 책이었습니다. 이 책부터 접하기 시작했다면 김혜남 선생에 대한 선입견도 생기지 않을만큼 괜찮았습니다.
다만 괜찮기는 한데 대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추천을 못 드리겠습니다. 왜냐하면 항상 시간은 부족하고 읽어봐야 할 대단한 책은 많으니까요. ^^
일반인들을 위한 책이라서 쉽게 쓰려고 노력해서 그런지 뭔가 2% 부족합니다. "응, 응, 옳은 소리네. 맞다"로 시작해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로 끝난달까요?
내용 상 드라마틱하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성격 장애가 의심되는 내담자의 케이스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사랑이라는 이름의 중독'처럼 관계 중독자를 주 내용으로 다루었으면 더 좋았겠어요.
일반인들에게는 모르지만 현장에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하는 임상가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위에 적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중독'과 항상 제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연애를 앞둔, 혹은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는 책
'당신이 나를 위한 바로 그 사람인가요?'를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김혜남 선생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일반인이면서 사랑에 대한 정신 역동적 접근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겠지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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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중국에 다녀오면서 2시간 남짓하는 그 짧은 시간에 기내에서 후다닥 본 영화입니다.
헐리우드의 섹시 아이콘 애쉬튼 커쳐와 본격적인(?)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한 나탈리 포트만이 주연한 영화이죠.
유명인인 아버지에게 전 여친을 빼앗겨 사랑을 믿지 않게 된 남자와 사랑이 영원할 수 없다고 생각해 사랑을 불신하는 여자가 단 한번의 실수(?)로 오랜 친구사이였던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연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섹스 파트너로만 관계를 유지하는데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좌충우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특이한 건 1989년에 개봉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이성 간에 섹스 없이 친구로 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굵직한 화두를 던졌다면 2011년의 이 영화는 대담하게도 친구 사이에 사랑에 빠지지 않고 섹스만 가능한가라는 또 다른 화두를 던지고 있다는 것이죠. 시대상을 반영하는 주제를 잘 잡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잘 따르고 있어서 유쾌하면서도 경박하지 않고 손발이 적당히 오그라들면서도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영화입니다.
애쉬튼 커쳐야 워낙 훤칠하고 매력있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호오가 있습니다만 이 영화에서 나탈리 포트만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게 그려집니다. 결정적인 흠결이 될 수 있는 작은 키도 전혀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멋지게 나옵니다. 섹스라는 주제를 다루는데도 정작 노출은 하나도 없습니다. 엉덩이 하나 안 나와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
흥미로운 주제이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게 잘 다루고 있는 영화, 친구와 연인 사이입니다.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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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험프리스의 책은 월덴 3에서만 이미 몇 차례 소개를 드린 바 있습니다.
'부부의 사생활(1997)',
'투덜이의 심리학(1996)',
'심리학에서 육아의 답을 찾다(2004)'가 바로 그것입니다.
네 번째로 소개드리는 토니 험프리스의 책은 2004년에 나온 'Leaving the Nest : What Families Are All About'입니다. 토니 험프리스를 제가 좋아하기는 하지만 현장에 있는 임상가들에게 추천하기에는 그동안 뭔가 2% 부족했는데(그래서 항상 평가는 별 세개~) 이 책은 제가 읽은 험프리스의 책 중 최고입니다. 가히 흡족한 수준이에요.
제목처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문제 있는 가족의 모습을 조명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유하고 특별한 나를 발견하는 방법, 경제적, 정서적 독립의 문제, 그리고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통의 모습, 조건없는 사랑이라는 것이 가능한지, 감정 표현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책임과 권리의 문제 등 가족이라는 체계에서 살펴봐야 할 중요한 주제들을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평소 가족 상담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의 대부분을 이 책에서 모두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딱 제 스타일의 책입니다. 제가 가족 상담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한 분들은 바로 이 책을 보시면 됩니다. ^^;;;
역기능적인 가족을 다루는 임상가, 특히 어른 아이의 독립 문제와 헬리콥터 부모, 결혼과 자녀 양육의 준비가 되지 않은 미성숙한 초보 부부나 부모를 상담하는 임상가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토니 험프리스가 워낙 글을 쉽게 쓰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읽기에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누가 읽어도 괜찮은 책입니다.
닫기
* 성공한 건축가가 되려면 부모는 먼저 자기 내면의 건물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부모는 자신이 도달한 깨달음의 수준까지만 아이를 이끌어 줄 수 있다.* 남을 위해 지나치게 헌신해 관계를 맺으려는 사람은 끊임없이 주고, 주고, 또 준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자신에 대한 무가치함이 무의식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단지 자신의 불안을 달래려는 것 뿐이다. * 지나친 헌신은 가족의 자아인식을 완전히 파괴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지나치게 헌신하는 부모는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는 사람이다. 그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그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 헌신적인 사랑은 이타적인 것이 아니라 극도로 이기적인 것이다. 헌신하는 관계는 그냥 베푸는 것이 아니라 '돌려받기 위해' 베푸는 것이다. 이는 받는 사람이 지극히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우는 관계다. * 배우자의 외도는 사실 부부 사이에 늘 존재해 온 불만족스런 관계, 또 방어적인 관계를 드러내는 한 증상일 뿐이다. 아내는 자신의 결혼 생활이 불행해진 원인을 '남편을 꾄 여자'에게 모두 뒤집어씌운다. 아내는 그 희생양을 씹어댐으로써 자기 책임을 회피한다. 외도는 남편에게도 많은 이득을 가져다준다. 아내에게 늘 끌려다니는 무능한 인간이라는 비난을 더 이상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 게다가 한번의 외도로 자신이 무능하지 않다는 사실까지 증명한 것이다. *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아인식이다. 자아에 대한 믿음이 낮은 상태에서는 어떠한 변화 요구도 자신에 대한 위협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분리하고 독립하라는 말은 욕구를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다른 사람에게 '주체적으로 알리라'는 의미이다. 다만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강요할 필요도 없고, 또 그것이 충족되지 못했다고 거부당한 느낌을 가질 필요도 없다. * 부부가 서로 평온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부부관계에 깊은 불안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평온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부부를 더욱 깊고 안정적인 관계로 만들고 개개인의 자아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킨다. * 상대방의 감정이 전적으로 상대방 자신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는 것은 가족이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분리되는 첫걸음이다. 그런 사람의 자아에 대한 안정감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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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심리학자 22명이 들려주는 사랑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더도 덜도 말고 딱 이겁니다.
"Love 연구에 대한 심리학 분야의 Handbook"
그러니 이 책은 Love가 연구 주제인 심리학자들만 읽으면 됩니다. 나머지 심리학자들에게는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고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어렵습니다.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어떻게 붙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공동 저자인 22명 중 제가 아는 심리학자는 David Buss가 유일합니다. 책의 부록으로 실려 있는 심리학자 리스트의 약력도 훑어봤는데 도무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물론 제가 아는 심리학자가 별로 없다는 점을 고려하셔야 합니다만). 그리고 대부분 미국 심리학자들인데 언제부터 미국 심리학자들만 세계 최고의 심리학자들로 등극했는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도 이 책에 나오는 심리학자들이 모두 Love를 연구 주제로 하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그냥 다양한 심리학 분야에서 사랑을 어떻게 보는지 써 달라고 해서 Sternberg가 엮어 놓은 책인 것 같습니다.
목차를 훑어보면
1부. 생물학적으로 바라본 사랑
2부. 특정한 스타일의 사랑 프로파일 만들기
3부. 일반인이 믿고 있는 사랑
4부. 문화가 사랑에 미친 영향
으로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별 거 없습니다.
1부는 사랑이 '유전자적 이익에 따라 진화한 결정 편향성', '감정적인 애착'이라는 주장을 소개하고 Buss가 사랑이란 번식 문제를 풀기 위해 진화 경로로부터 진화된 적응이라는 진화 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합니다. 거기에 포유류의 옥시토신과 오피오이드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끝을 냅니다.
2부는 분류학에 따라 사랑을 여러가지 타입에 따라 분류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흔히 알고 있는 에로스, 아가페 등의 분류가 여기에 등장합니다. Sternberg도 빠질세라 사랑의 삼각이론을 들고 나오지요.
3부는 일반인들이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냥 나열합니다. 예를 들어 여자들이 일반적으로 우애적 사랑에 더 끌리고 남자들이 열정적 사랑에 더 끌린다는 식의 성차 등에 대한 것이죠. 일반적인 상식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4부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문화권의 비교 연구를 통해 문화가 열정적 사랑에 영향을 미치고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에 따라 사랑이 어떻게 달리 지각되는지를 소개합니다.
무려 74p에 달하는 reference만 살펴봐도 이 책이 사랑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모아놓은 handbook이라는 제 생각에 동의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Sternberg가 '들어가는 말'에 이 책의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해 놓아서 '들어가는 말'만 읽으면 무슨 이야기인지 대충 알 수 있다는 거;;;
게다가 심리학 전공자가 아닌 번역자때문에 심리학도들은 생소한 단어를 만날 때마다 원어가 무엇일까 고민하는
즐거움괴로움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내용 자체가 상당히 딱딱하고 문체 또한 학문적이라서 즐거운 독서는 이미 물 건너 갔어요.
그래서 'Love'가 연구 주제인 사회 심리학도(?)를 제외하고는 별로 추천드리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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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저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해 항상 전전긍긍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불과 1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칭찬에 목말라하고, 누군가 나를 비판하거나 흉을 보면 그게 신경쓰여 잠을 설치곤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의 인정과 사랑을 받고자 안간힘을 썼더랬습니다. 그러니 인생이 즐거울리가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이 모든 것들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눈치보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흠결에 별로 관심이 없고 제가 그렇게 고민했던 모든 것들은 그들에게는 식후 가십거리에 불과했다는 것을요.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저도 다른 사람들에 대해 그렇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지요. 누가 누구와 사귀든 말든, 누가 얼굴이 어떻게 생기든, 누가 능력이 있든 없든, 성격이 더럽든 말든 그건 그냥 잠시 스쳐지나갈 뿐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리는 안개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 깨달음을 얻게 된 이후 누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특히 뒤에서 궁싯거리는 소리에는 일체 신경쓰지 않습니다. 어차피 질투심에 찌든 찌질이거나 대놓고 이야기하지도 못하는 겁쟁이일테니까요. 저를 아끼고 제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제 얼굴을 보고 직접 조언을 할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말들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더군요.
그래서 마음이 저를 이끄는대로 살기 시작했습니다. 옳은 판단이 저를 이끌거라고 믿으면서요. 그리고 아직까지는 별 문제 없이 제가 원하는 삶을 나름 당당하게 살고 있습니다.
만약 잘못된 길을 걷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때는 제가 믿는 신이 바른 길로 인도하거나 최소한 저를 아끼는 사람들이 제게 옳은 feedback을 할거라 생각합니다.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은 제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제 인생은 저의 것이고 그들의 인생은 그들의 것이니까요. 다른 사람의 인생에 신경 쓸 여력이 제겐 없습니다.
그래서 제 앞에서 당당히 이야기하는 말이 아니라면 누가 뭐라든 전혀 상관 없습니다.
그런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민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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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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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장애로 인해 낙제를 거듭하여 대학을 두 번이나 옮겼고 천신만고 끝에 박사 학위를 받고 촉망받는 심리학자로 탄탄대로를 막 걸어가려던 무렵 33세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 사고로 척수 손상을 입어 전신 마비가 된 사람, 그 이후 이혼과 지독한 우울증, 자녀들의 방황, 아내, 누나, 부모님의 죽음을 차례로 경험한데다 둘째 딸이 낳은 유일한 손자가 자폐증 판정을 받은 사람, 그가 바로 이 책을 쓴 대니얼 고틀립 박사입니다.
이 책은 그가 자신의 마지막 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쓴 책으로 자신의 투병 생활에서 느낀 점과 임상가로서 현장에서 경험한 인생의 지혜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책입니다.
이 책은 절망을 딛고 일어선 사람만이 말 할 수 있는 소중한 내용들로 가득한데 결코 투쟁기나 성공담이 아닌 그야말로 내려놓기를 몸소 실천한 한 임상가의 솔직한, 그러면서도 친절하고 따뜻한 자기 고백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모든 실패와 좌절을 겪어본 사람의 자기 고백이기에 그만큼 더 절실하고 마음을 울리며 다가옵니다.
절망의 나락에서 '수용(acceptance)'과 '내려놓기'를 그야말로 몸으로 체득한 사람의 말이기 때문에 그런 소중한 지식을 너무나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좋다기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사랑, 후회, 연민, 죽음, 불안, 평가, 분노, 연민, 마음, 경청, 평화, 적응, 미래, 인생, 외로움, 영혼, 상처, 사색, 치유...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과 유머가 마음을 울리는 책, '마음에게 말걸기'
모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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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로 유명한 미치 앨봄의 2003년 작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을 북 크로싱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는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죽음을 다룬 좋은 책이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소설의 형태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도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씌여진 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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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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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에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보고 올린 소개글에
혜란님이 댓글로 저자인 미치 앨봄(Mitch Albom)의 다른 소설을 추천해 주시길래 카트에 담아두었던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을 읽었습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1997년에 나온 것이니 무려 6년 만에 나왔네요. 저는 깨달음을 담는 책은 이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서 한 권의 역작을 세상에 선보이고 나면 다시 새로운 책을 쓸 때까지의 내공이 축적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이 맞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어떤 분야이든 대작을 내놓은 뒤 연이어 다른 책을 내놓는 작가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고 경험 상 대부분 제 선입견이 맞더군요.
그래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너무 좋았기에 6년 만에 내놓았다고는 하지만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미치 앨봄이 원래 칼럼니스트이고 그 중에서도 문장 실력이 아주 뛰어난 축에 속하기는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은 단순히 상상력만 갖고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죽음을 대하는 자세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직면할 때까지는 죽음이 자신에게 절대로 오지 않을 것처럼 외면하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온통 불안해하며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도 저는 양 극단의 어느 한 지점에 있을 겁니다. 죽어야 하는 상황이면 죽을 수 밖에 없지 않겠어? 라고 생각하면서도 죽는 것이 아직은 좀 두렵거든요. 지금 죽어도 행복하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아무런 미련 없이 두고 떠나는 것이 가능할 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미치 앨봄은 우리가 세상에 홀로 된 존재가 아니며 어떻게든 다양한 인연으로 얽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에서 놀이공원 정비 반장인 에디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 천국으로 옮겨져 자신과 관련이 있는(그럴거라 짐작했던 사람도 있고 전혀 몰랐던 사람도 있습니다) 다섯 사람을 만나 이승에서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인연, 희생, 용서, 사랑, 화해의 장에서 순서대로 말이지요. 이 책에서 천국은 천사가 날아다니면서 나팔을 부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미치 앨봄은 우리의 삶에서도 인연, 희생, 용서, 사랑, 화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굳이 죽음에 직면하지 않아도 말이죠.
참 괜찮은 책인데 개인적으로 별 세 개로 평가한 이유는 얇은 책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욕심을 부렸습니다. 주인공 에디가 만나는 다섯 사람 각자의 내용만 갖고도 책 한 권씩은 족히 나올 것 같기에 읽으면서도 250페이지에 담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용서의 장에서 나온 내용은 그리 와 닿지를 않았습니다. '용서가 그렇게 쉽게 되는 줄 아나?'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미치 앨봄이 워낙 글을 재미나게 쓰는 사람이라서 오히려 그게 단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조금은 느린 호흡으로 읽으면서 마음을 다독여야 하는 책인데 책장이 술술 넘어가니 천천히 읽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도 저는 최근에 친한 친구의 죽음을 경험해서인지 확실히 다르게 읽히는 느낌이었습니다.
불시에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살아가면서 나와 연결된 세상을 돌아보고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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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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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세종서적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로 유명해진 미치앨봄의 두번째 소설입니다. 2학년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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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하는 일에 아주 만족하는 편입니다. 이 책에도 잠깐 나오지만 프로이트의 '일과 사랑'은 제 입장에서는 그렇게 칼로 두부 자르듯이 딱 잘라 떨어지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일과 사랑이 하나라는 말도 아니며 일을 사랑한다는 것도 아니며 사랑을 일처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사랑과 일의 교집합 영역이 생각보다 상당히 클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저는 제가 상당히 축복받은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자신의 일에 불만스러운 사람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혹은 휴식처를 찾기 위해 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읽기 전보다 더 한 실망을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알랭 드 보통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가만 보니, '사랑'의 영역과 '일'의 영역 사이에 놀라운 유사점이 있더군요. 요즘 우리는 으레 사랑과 결혼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또 일의 영역에서도 돈과 만족을 동시에 얻기를 바랍니다. 그러니 우리 대부분이 사랑과 일에서 빈번히 위기를 겪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지요"
그러니 이 책을 읽는다고 힘들어 죽겠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일이 편해지는 것도 아니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도 아닐겁니다.
다만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현상과 사물을 매우 독특한 시각으로 재조명하는데 능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와~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가 있지?'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 책에서도 알랭 드 보통은 새로운 시각으로 '일'에 대해 조명합니다. 물론 '비스킷 공장', '송전 공학', '로켓 과학' 등 특이한 직업과 일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그림', '회계', '물류'처럼 우리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직군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찰의 틀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알랭 드 보통의 전작들에 비해 뽀쓰가 부족하기 때문에 별 3개로 평가했습니다만 4장에 나오는 '직업 상담' 분야 때문에 별을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이 책에서 영국의 직업 상담사로 나오는 로버트 시먼스는 심리학이 직업 영역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아주 분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상담자로서의 면모도 갖고 있더군요. 솔직히 그가 일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이 책을 읽으면서도 잠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자신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가장 흔하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착각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그저 남들 하는 대로 평범하게 살기만 하면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이냐 하는 문제에 관한 직관을 얻을 수 있다고 당연시하는 착각이었다. 학위를 얻기도 전에, 가족을 꾸리기 오래전에, 집을 사기도 전에, 법률회사의 정상에 올라서기 오래전에 그런 직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어떤 잘못이나 어리석음 때문에 그런 직관을 얻지 못했고, 그 결과 진정한 '소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에 남아 괴로워한다'
알랭 드 보통은 의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이 4장이야말로 이 책에서 우리가 바랬던 답의 힌트를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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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야심만만'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C가 사적인 자리에서 사진 촬영을 거절하는 원칙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나 봅니다(저는 TV가 아예 없기 때문에 못 봤습니다만). 강호동이 연예인이 받는 보수는 그런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식의 멘트를 했고 그건 고액을 받는 강호동에게나 적용된다는 식의 반발도 있었고. 어쨌거나
제가 불편한 건 연예인이기 때문에, 보수를 많이 받기 때문에 개인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도 감내해야 한다는 주장에 저변에 깔려 있는 논리입니다.
보수를 많이 받기 때문에 감내하라는 논리는 참 어처구니가 없는데 일단 그 기준부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받으면 찍 소리 않고 팬들이 원하는 것을 해 줘야 하나요? 100만 원? 1,000만 원? 1,000만 원이라면 대체 뭐까지 해 줘야 하나요? 싸인? 사진 촬영? 허그? 이런 걸 논리라고 들이대는 사람들을 보면 자본주의의 논리에 완전히 세뇌되어 자신의 자존감까지 돈에 사고 팔 사람들 같아서 참 서글픕니다.
그런데 이들보다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도 감내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사실은 더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주장을 잘 들여다 보면 인간 대 인간이라는 관계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그저 내가 비용을 지불했으니까 너는 당연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그 서비스의 한계는 내 마음대로 정하겠다는 안드로메다의 논리이죠.
그들의 논리대로 그대로 돌려준다면 연예인은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돈을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돈을 냈으면 그 돈에 상응하는 서비스만 받으면 됩니다. 김C가 이야기를 했듯이 공연에 티켓을 사서 들어간 사람들에게는 사진 촬영을 해 준답니다. 그런데 길에서 달려드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사진 촬영에 연예인이 왜 응해야 하죠? 그 잘난 돈도 안 냈는데? 지금 돈도 없으면서 사진 구걸하나요?
연예인도 엄연한 직업인이고 직업 정신을 갖고 자신의 일터에서 댓가를 받은 만큼 일하면 됩니다. 일터를 떠나서도 이미지 관리를 위해 사생활 침해를 감수하는 연예인도 있을테고 일과 사생활을 구분하고 싶은 연예인도 분명 있을 겁니다. 저도 제 사진 촬영에 응해주는 연예인이 당연히 고맙겠지만 그렇다고 거절하는 연예인을 욕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어요. 제 사생활이 중요한 것처럼 그들의 사생활도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연예인이기 때문에 그런 것 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게 자신에게 적용되었을 때에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지 한번 심사숙고해 보시고 그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무엇까지 감수해야 하는지도 다시 한번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것 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때문에 우리는 매 년 아까운 연예인들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있으니까요.
연예인의 사생활이 뭐 그렇게 대수냐, 침해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말고요. 쭈욱 그렇게 사세요.
우이독경을 한 제가 바보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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