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달리 요새는 분위기가 동물은 사는 것이 아니라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쪽으로 바뀌는 추세라서 반려동물의 품종을 따져서 거액을 주고 사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건 만만치 않은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 일입니다.
제가 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반려동물을 입양해서 함께 사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저랑 함께 사는 반려동물은 고양이뿐이니 제가 아는 고양이만 대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고양이 카페에서 분양을 할 때에도 입양 대상자를 선정할 때 반드시 포함되는 기준에 경제적인 여력이 있습니다. 귀엽다고 무턱대고 입양했다가 경제적인 부분을 감당하지 못해 파양하게 되면 애꿎은 동물들이 피해를 당하게 되니까요.
그렇다면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뭔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갈까요?
모든 것은 상대적입니다. 사람의 아기를 기준으로 보면 그 비용이라는 것도 하찮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습게 볼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이 포스팅의 핵심입니다.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면 반드시 지속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으로는 화장실 비용(주로 모래)과 사료(또는 캔 등) 비용입니다. 주인에 따라 저가의 사료, 저가의 모래를 사용해서 비용을 절약할 수는 있습니다만 품질이 좋지 않은 사료와 모래를 쓰게 되면 고양이의 건강에 좋지 않아 뒤에 설명드릴 의료비가 상승하게 되니 결국 조삼모사격이 됩니다.
저희 집의 경우에는 세 고양이가 모두 신장, 방광이 안 좋은 편이라서 스테인레스 급수기를 사용하는데 한 달에 한 번씩 정수 필터(5,000원) 교체 비용이 추가됩니다. 뭐 그냥 수돗물을 먹여도 된다고 하시면 이 비용은 빠지겠지요. 제가 사는 아파트는 낡아서 수돗물을 받아보면 부유 물질이 눈에 보이는 수준이고 탁도도 높아서 도저히 그냥은 못 먹이겠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정수기를 이용합니다.
그 밖에 일 년에 한번씩 종합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하고요. 모기가 창궐하는 시즌이 되면 심장사상충 예방 키트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도 상당히 비쌉니다. 그리고 소소하게는 치약(나중에 치과 질환으로 큰 돈 안 들이려면 고양이도 가끔씩 이빨을 닦아줘야 합니다), 귀를 청소하기 위한 세정제(아무리 고양이라도 귓속은 그루밍하지 못하거든요)도 사야 하고요. 장난감이나 캣타워, 간식 등의 구입 비용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니 빼겠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반려동물이 그렇지만 고양이도 먹고 싸고 노는데 드는 비용은 어떻게든 아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갑작스럽게 지출되는 의료비입니다. 당연히 보험이 되지 않으며(곧 반려동물 보험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있습니다만), 부가세까지 부과되기 때문에 비용이 그야말로 살 떨리는 수준입니다.
일단 동물병원에 가서 촉진하고 소변 검사하고 약 한번 받으면 몇 만 원은 기본이고 시술이나 처치라도 받을라치면 10만 원이 넘어가는 건 일도 아닙니다.
최근에 저희 집 둘째인 모찌(페르시안 실버 태비)가 방광에 슬러지가 많이 쌓여 요도 폐쇄가 되었는데 카테타를 연결해서 빼내는 것이 실패하여 결국 요도 절제 수술을 받았습니다. 물론 큰 수술이기는 했지만 수술 후 일주일 입원하는데 비용이 154만 원이나 나왔습니다.
셋째인 도림군을 입양할 당시 탈장 수술을 했을 때에도 유기동물 수술 할인을 해 주는 고마운 병원에서 해서 50만 원에 그쳤지 정식으로 다 받았으면 100만 원은 훌쩍 넘었을 겁니다.
사람의 경우 이렇게 큰 비용이 발생하는 수술이나 입원을 해야 할 일이 별로 없지만 반려동물은 의외로 자주 생깁니다. 이런 일이 일년에 한 번만 생겨도 경제적으로 보통 큰 타격이 아니죠.
그래서 저희는 아예 계정을 따로 만들어 매달 30만 원씩 떼놓습니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사료, 모래값 뿐 아니라 갑자기 필요한 의료비도 평소에 모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비를 지출하지 않았을 때에는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사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월 평균 15~20만 원 정도 되더군요. 그래서 예비비로 10만 원 정도는 더 모아두기로 했습니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갈 때까지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좋겠지만 그런 행운이 따르는 반려동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이 걸리는 병 때문에 지출하게 되는 의료비는 절대로 만만치 않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그러니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하고 계신 분들은 그 반려동물이 나이들고 아파서 엄청난 치료비가 나왔을 때에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여력(마음만으로는 부족합니다)이 자신에게 있는지도 반드시 심사숙고하셔야 하고 이미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분이라면 나중을 대비해 적금이나 별도 계정을 만드는 걸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건 경제적으로도 절대 만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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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책공장더불어'는 동물에 관한 책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입니다.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처럼 출판사 대표가 직접 쓴 좋은 책도 있고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구매하고 독서 대기 중)처럼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준비를 위해 읽어야 하는 책도 있습니다.
이 책도 역시 책공장더불어에서 내놓은 책입니다. 저는 냥이들과 함께 산 것이 2010년부터였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2007년에 역사상 최악의 사료 리콜 사태가 미국에서 일어났죠. 그 당시 미국산 수입사료를 먹이는 도그맘, 냥이집사들 중에서 시껍했던 분들이 많을 겁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2007년에 중국에서 수입된 원료(멜라민)가 포함된 사료를 먹고 미국에서만 개, 고양이 수천 마리가 목숨을 잃었고 그로 인해 6,000만 포대의 건사료와 습식사료가 리콜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거든요. 그 사건의 내막이 무엇인지 낱낱이 밝혀줍니다.
이 책의 저자인 Ann Martin은 개, 고양이 사료에 대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로 1990년부터 사료 시장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초판은 1997년에 나왔고 이 책은 2008년에 나온 3판을 번역했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 반려동물에게 직접 요리를 해서 먹이는 현대인들은 극히 소수일 겁니다. 대부분 사료 회사에서 제조한 습식, 건식 사료를 사서 먹이죠. 그런데 과연 그 사료는 뭘로 만들어졌을까요? 광고처럼 영양많고 신선한 각종 동식물로 안전하게 제조되었을까요? 이 책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료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료 성분표에 있는 육분(meat meal)의 재료로 개, 고양이의 사체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바로 렌더링 공장을 통해서죠. 렌더링 공장에서 하는 짓을 간단히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사체 처리를 하는 회사에서 나온 동물 사체, 안락사를 당한 개와 고양이 사체, 동물원에서 죽은 동물, 로드킬을 당했지만 땅에 묻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큰 동물, 식당이나 식료품 점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도축장에서 도축하고 남은 식용 부적합 판정을 받은 부위를 한데 모읍니다. -> 크레실 소독제(락스, 크레졸)와 시트로넬라 등의 화학적 변성제를 뿌립니다. 이들은 모두 독성 물질입니다. -> 이렇게 모은 온갖 쓰레기를 거대한 통에 넣고 찧습니다. -> 그 후에 104.4~132.2도에서 한 시간 가량 익히고 원심분리기로 분리해 표면에 뜬 기름기를 거둬냅니다. 이 기름이 바로 습식 캔을 땄을 때 개, 고양이를 유혹하는 지방입니다. -> 기름기를 제거한 후 남은 원료를 건조시키면 육분과 육골분이 만들어지는데 이걸 이용해 사료를 만듭니다.
경악과 충격이지요. 어떻게 이런 걸로 반려동물이 먹는 사료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지만 미국의 경우 이 과정을 통제하는 기관이 없습니다. FDA에서 관여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으며 미국 농림부(USDA)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료협회(PFI)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들이 자기 발등을 찧는 규제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요?
저자는 문제 고발에서 그치지 않고 이 책의 말미에서 반려동물을 위해 안전하고 영양많은 음식을 조리해서 먹일 수 있도록 다양한 레서피(고양이를 위한 레서피 26가지, 개를 위한 레서피 28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위해 그 정도는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인들에게 유용한 정보지요. 실제로 생식으로 고양이를 먹이는 수고를 마다않는 집사들도 있으니까요.
이 책은 충격적인 고발과 유용한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좋은 책이지만 저자가 채식에 대해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어 별 하나를 뺐습니다. 저는 채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거나 그냥 비싼 사료 먹이면 되겠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반려동물의 주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좋은 책입니다. 사료를 먹이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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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는 합법적으로 육골분(meat and bone meal)을 만들어 다른 지역에 보급하고, 개와 고양이의 사체가 섞인 잔여물은 양식장용 사료원료로 가공되어 중국, 일본, 싱가포르, 타이완, 한국(?!!)에 수출한다.
* 육분은 도축장에서 렌더링 공장을 거쳐 사료공장으로 이송되고, 육류 부산물은 렌더링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도축장에서 사료 공장으로 바로 이송된다는 점이 다르다. 미국 사료 협회가 강조하는 깨끗한 고기란 '털이나 가죽, 내장과 같은 이질적인 부분이 없다'는 것에 불과하다.
* 고양이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습식 캔에 들어가는 생선 부위는 생선머리, 꼬리, 지느러미, 뼈와 내장 등이다. 생선살은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
* 반려동물의 후각을 자극하는 주요 성분으로 반려동물의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 사료에 지방을 직접 뿌리거나 다른 성분과 섞는데 인간이 먹지 못하는 폐유, 식당에서 나오는 유지가 주 공급원이고 또 하나의 주 공급원은 렌더링 공장에서 나오는 가축의 기름이다.
* BHA, BHT : 이 두 종류의 방부제는 지방이 부패하는 것을 막아주는 화학적인 항산화제로 이 방부제가 들어간 사료는 유통기한이 필요없을 정도이다. 발암물질로 의심된다.
* 에톡시퀸(ethoxyquin) : 동물 테스트에서 독성이 증명된 항산화 보존제. FDA 수의학센터에서 여전히 동물용 사료에 쓸 수 있는 방부제로 허가하고 있지만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 반려동물의 장례는 매장보다 화장이 좋다. 안락사된 개와 고양이 사체는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데 불법매립을 하게 되면 사체에 남아 있는 안락사 약품인 펜토바르비탈 나트륨이 야생동물을 죽음으로 몰고가기 때문이다. 펜토바르비탈 나트륨은 렌더링 과정의 고열에서도 파괴되지 않는다.
* 동물병원에서 판매하는 여러 종류의 처방식, 비처방식 사료 등을 수의사의 권고만 믿고 먹이지 말 것. 동물영양학을 공부한 수의사의 수는 매우 적다. 수의사가 대학에 다닐 때 들은 영양학 강좌의 강사는 대부분 사료회사 소속이다. 정작 사람이 가는 병원에서는 이런 류의 식품 판매가 금지되어 있는데 동물병원에서는 가능한 것이 아이러니.
* 고양이들이 사료에서 얻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은 아르기닌, 히스티딘, 이소류신, 류신, 라이신, 메티오닌, 페닐알라닌, 트레오닌, 트립토판, 발린, 타우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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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저희 집 셋째 냥이인 도림군이 신장에 문제가 생겨서 입원까지 하는 일이 있어 그 당시 간담이 서늘했는데 며칠 전 느즈막히 집에 들어가보니 평소라면 문 앞에서 탈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야 할 둘째 모찌군이 거실 구석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더군요.
깜짝 놀라 다가가서 안으려고 하니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더군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그 늦은 밤에 24시간 문을 여는 동물 병원을 검색해 곧장 택시를 잡아타고 달려갔습니다.
결론인즉슨 방광에 '크리스탈'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결석이 생겨서 요도가 막혔으니 지금은 응급조치로 카테타를 삽입해 강제로 소변을 배출하게 했지만 한번 문제가 생기면 재발이 잘 되니 물을 많이 먹이는 정도로는 안 되고 앞으로는 처방식 사료만 먹여야 한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는 Natural Core의 Organic 95% 사료를 먹여왔는데 그날로 당장 Urinary S/O라는 처방식 사료로 바꾸었습니다.
문제는 기존에 가격 할인 좀 받아보겠다고 미리 사 둔 사료가 많이 남았다는 거. 섞어 먹여도 안 된다고 해서 천상 처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무려 70여 마리의 길냥이를 돌보신다는 분을 소개받아서 어제 집에 있는 사료를 몽땅 보냈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Natural Core Organic 95% 사료인데 400g짜리 11봉이나 남았더군요. ㅠ.ㅠ 왼쪽에 있는 건 운동 나가거나 할 때 만나는 길냥이들을 주려고 따로 구입해 둔 부스러기 사료인데 1kg짜리 2봉이고 가운데 위에 보이는 건 치석 제거용으로 사 둔 Dental Care용 사료인데 500g 한 봉지 중 절반 정도가 남았더군요.
그래도 담고나서 보니 박스로 하나 가득 됩니다.
워낙 돌보는 길냥이가 많아서 이 정도로는 코끼리 코에 비스킷이겠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 분을 돕는 것에 관심있는 분들께 주소, 연락처를 알려드리고 싶지만 가족을 비롯한 주변 분들 몰래 하는 일이라 신변노출에 예민하시기 때문에 저도 이메일 주소만 공개합니다.
사료 등의 지원을 하고 싶은 분들은 goldwing2200@naver.com으로 먼저 연락을 해서 의향을 물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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