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을 시작하면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도시 생활자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밖에서 음식을 사 먹게 되는 매식이 가장 힘듭니다. 그야말로 먹을 게 없는 상황을 자주 만나게 되죠.
바쁜 생활에 매번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채식인은 채식 전문 식당이나 채식 베이커리, 카페 등의 정보를 모으고 공유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아승지는 채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잘 알려진 사찰음식전문점으로 스님들이 드실 수 있는 음식만 팔기 때문에 불교에서 음욕과 화기를 불러 일으킨다고 해서 금하는 향신료인 오신채(
마늘·파·부추·달래·흥거)와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습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음식점이라기보다는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매장처럼 보입니다. 물론 친환경식품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아승지'는 한량없는 끝없이 많은 수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무량대수라고 할 수 있겠죠.
사진의 홈페이지 주소로는 접속이 되지 않습니다. www.aseungji.co.kr로 접속하셔야 합니다.
아승지의 가장 큰 단점은 평일(토, 일 휴무. 공휴일은 영업을 안 한다고 함) 12시에서 3시까지만 영업을 하며 그것도 예약 손님만 받는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직장인들은 맛 보기도 어렵다는 말씀. ㅠ.ㅠ
예전에 리뷰한 블로그들을 보면 점심 정식의 가격이 12,000원이었는데 언제 올랐는지 요새는 15,000원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메뉴는 일체 없습니다. 아마도 예약 손님만 한정해서 받는 이유는 제철 음식으로만 상을 차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부 전경으로 평범합니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데 칸막이가 있어서 일행끼리 조용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사찰 음식을 드시러 온 수녀님이 보이네요. 생경하지만 왠지 훈훈합니다. ^^
예전에는 뷔페식이었다는데 코스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나중에 식사를 할 때에만 차려진 상에서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게 해 놨습니다. 지금까지 세 번을 갔는데 세 번 다 나오는 음식의 종류가 꽤 많이 다르더군요.
아래 음식 사진은 올 7월에 갔을 때 찍어 놓은 것들입니다.
자리에 앉으면 민들레 뿌리 끓인 물을 가져다 줍니다. 쌉쌀하고 맑은 맛입니다.
흑임자죽입니다. 보기에는 좀 거시기하지만 고소합니다. 양이 좀 많은 것이 흠이라면 흠...
재료가 묵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겨자 소스를 새콤하게 만들어서 뿌렸는데 이 때에는 좀 매웠습니다. 다음에 가서 먹을 때에는 괜찮았고요.
유부초밥과 각종 버섯구이입니다. 간간하고 맛있습니다. 버섯향이 좋더군요.
새싹 샐러드가 좀 나중에 나왔습니다. 사과 뿐 아니라 견과류가 많이 뿌려져 있어 몸에도 좋겠지요?
모밀메밀(모밀은 고어이고 메밀이 표준어라는 제보를 받았습니다)국수입니다. 양이 많아 보이지만 2인분이니까요. 자극적이지 않고 깊은 맛이 납니다.
연잎에 싼 연잎밥입니다. 촛점이 잘 안 맞아서 흐립니다. 죄송~
들깨 미역국입니다. 그야말로 구수합니다.
더덕생채입니다. 아삭하는 식감도 일품이지만 뭐에 무쳤는지 느끼하지도 않고 고소하니 맛있습니다. 그날 먹은 것 중 백미~
요리는 다 나왔고 식사는 음식점 한 켠에 마련된 식사 코너에서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으면 됩니다. 장아찌가 다섯 종류 준비되어 있습니다. 경고문(?)대로 정말 짭니다.
밥은 곤드레 나물밥하고,
오곡밥(맞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쌈도 준비되어 있고요. 물론 고기는 없습니다;;;
위에 보이는 건 시래기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중요한 건 아래에 보이는 '감태'입니다. 저도 아승지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감태는 가시파래를 부르는 다른 말로 서남해안의 오염되지 않은 청정갯벌에서만 자라는 해초입니다. 간장이나 그런 거 없이 그냥 김처럼 밥에 싸 먹습니다. 근데 김보다 훨씬 더 고소하고 풍미가 있습니다.
김보다 좀 비싸기는 하지만 요오드, 칼슘 뿐 아니라 채식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B12와 같은 영양분도 풍부해서 좀 사가려고 했는데 갈 때마다 품절이어서 아직도 집에서 못 먹고 있습니다. ㅠ.ㅠ
물김치입니다. 젓갈류나 파, 마늘을 전혀 쓰지 않아 담백하고 시원합니다.
후식으로 나온 유자차입니다. 말린 대추를 띄워 내왔네요. 많이 달기는 합니다만 시원합니다.
각종 소스와 장아찌도 살 수 있습니다.
한 켠에는 각종 친환경 건강식품이나 식재료가 전시되어 있어 식사를 마치고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걸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공간이 협소하고 위치도 대로변이라 별도의 주차 공간이 없습니다. 차량을 갖고 오신 분들은 근처의 공영주차장을 이용해 줄 것을 당부하시네요.
아승지의 주소는 네비게이션에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23-17호'라고 찍으시면 됩니다.
상세한 약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예약을 위한 전화 번호는 02-836-8442, 02-832-7595입니다.
음식 대비 가격은 적절한 것 같은데 대표로 계신 비구니 스님의 자부심이 지나쳐 다소 거만해 보이는 응대가 아승지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손님이 몰라서 물어볼 수도 있는 건데 당연한 걸 모른다는 식의 면박은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고 해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더군요.
대체적으로 음식의 맛이 좀 강한 편이지만 그건 제가 채식을 해서 맛을 민감하게 느껴서 그럴 수도 있으니 직접 맛 보고 평가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때나 드나들 수 있는 식당은 아니지만 접대를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이용하면 좋습니다. 어른들을 모시고 가도 대체로 만족하시더군요.
위치가 좀 애매하기는 한데 대중 교통을 이용하신다면 택시 기사님께 '사러가 쇼핑센터' 근처로 가 달라고 하면 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