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에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4 사행산업 건전화 국제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모든 session에 다 참석한 건 아니고 1, 2 session은 전자 카드 관련 정책 포럼이라서 저는 지역사회 기반 치료 서비스 모형과 모니터링 체계에 대해 다루었던 session 3에만 들어갔고 이후 진행된 종합 토론까지는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 때 들었던 생각을 두서없이 정리해 보자면,
첫째, 사감위가 3년 동안 공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판별 도구인 KGBS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묻어버릴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경기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상담한 사례 분석 결과를 보니 KGBS만 도박 중독으로 진단되는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동안 KGBS를 개발만 해 놓고 욕 먹으면서도 여전히 CPGI 결과만 줄창 보여주는 이유는 KGBS로 측정한 유병률이 CPGI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도 KGBS는 K-NODS나 K-MAGS-DSM보다도 오히려 낮은 유병률을 나타내니까요.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고 해도 유병률이 너무 낮게 측정되면 지금까지 9%라고까지 과장하면서 했던 협박이 우습게 되니 KGBS를 이제서야 사용하는 건 상당한 부담이 될 겁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묻어버리는 방향으로 출구 전략이 짜인 것 같았습니다
둘째,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한 도구로 GAMTOM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현장의 치료자들로부터 이미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듯이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문항이 너무 많아요. 서양에서는 material을 많이 줘야 내담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해서 선호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내담자들은 숙제 주는 걸 아주 싫어라 합니다. 내담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고 그 저항에 맞서면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과장된 정보가 포함될 확률도 상당히 증가할 겁니다.
셋째, 한국형 GAMTOMS를 만든다고 해도 Timeline Feedback(TLFB) 만큼은 포함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걸 사용하고 있는 외국 기관의 담당자도 그렇고 국내 교수들도 그렇고 이게 참신하고 기대되는 정보 수집 도구라고 생각하던데 저는 견해가 다릅니다. 제 예상으로는 아무리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도입한다고 해도 무용지물이 될 거라 예상합니다. 우리나라 도박자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걸 빠짐없이 작성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못 믿겠으면 한번 해 보세요. 아마 안 될 겁니다.
넷째, GAMTOMS와 같은 치료 효과 평가 도구의 개발이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저는 그보다 조기 종결 비율을 낮추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GAMTOMS에 대한 자료에서도 조기 종결 비율이 굉장히 높게 나왔는데 정작 현지 관계자도 조기 종결 비율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전혀 없더군요. 조기 종결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기 전까지는 치료 효과 평가 도구를 도입하더라도 평가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기 어려울 겁니다.
다섯째, 토론에서 집단 상담이 개인 상담보다 효과적이라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외치던데 글쎄요. 100회기 이상 집단 상담을 진행해 본 제 경험으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굉장히 homogeneous한 집단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같은 연령대, 비슷한 social status, 비슷한 도박 유형까지 맞추고 거기에 개인 상담 20회기 정도 진행해서 변화 단계까지 얼추 비슷하게 matching했는데도 5명 이상의 집단 크기를 유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반개방형 집단 상담에서도 두 분이나 재발했고요. 도박 중독 상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전문 상담자의 공급이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돌파구로 나온 방안이 집단 상담의 활성화 아닌가 싶은데 생각 다시 하셔야 할 겁니다.
여섯째, 발표 자료 중에 내방 상담자의 대부분이 변화 단계 중 준비 단계에 속한다는 말이 있던데 도박자의 보고를 곧이곧대로 믿은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심층적으로 평가하면 거의 대부분이 전 숙고 단계(Pre-Contemplation Stage)에 속할 겁니다. 준비 단계에 도달한 도박자가 그렇게 많다면 현장의 상담자들이 얼마나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죠.
일곱째, GAMTOMS 발표에서도 나왔지만 상담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평가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종결을 하고 난 뒤에는 대부분의 도박자와 가족들이 치료 기관의 접촉을 부담스러워합니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결혼 정보 회사의 도움으로 결혼에 성공한 부부들이 결혼 정보 회사의 연락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죠. 그래서 종결 후 6개월(이건 그나마 낫지만), 1년, 2년 정도 되면 연락이 닿지 않는(혹은 피하는) 사례의 수가 급등할텐데 어떻게 접촉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겁니다. 저는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해서는 평가 도구보다 이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덟째, 종합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현장의 상담자들이 GA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계자 분들이 꽤 많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개인 상담도 받고 GA도 열심히 다니고 종교 생활도 열심히 하면 도박 중독 치유에 더 좋을 것 같지만 제 책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이는 자전거 바퀴 수를 늘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안정감은 있을 지 몰라도 마찰력 때문에 현저히 속도가 떨어지게 되죠. 게다가 서로 치유 효과를 상쇄하는 것들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 상담과 GA입니다. 제 경험 상 GA와 개인 상담 모두 잘 맞는 도박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 분이 있다면 그릇이 정말 크거나 행운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치유 효과를 발휘하는 특성이 서로 많이 다르기 때문인데 아주 기본적인 치유 목표에서 있어서도 개인 상담과 GA는 꽤 다릅니다. GA는 완전한 치유란 없다고 가정하고 죽을 때까지 GA 모임을 빠지지 말고 나와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건 불완전 회복 상태에서 치유를 멈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완전한 탈도박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은 가족과 같은 보호자에게 미치는 GA의 영향입니다. 무조건적인 인내와 희생 강요, 알코올과 같은 교차 중독의 간과 등이 과연 가족의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히려 개인 상담자가 GA를 무조건 권장하는 분위기를 다시 한번 재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치유 기법의 장, 단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도박자와 가족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 치유가 묻지마 관광은 아니지 않습니까?
회사에서 왜 휴일인데도 굳이 참석해서 들으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포럼이었습니다. 휴무 대체로 2시간을 더 쉴 수 있게 된 것으로 만족하기에는 입맛이 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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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5일에 (주)나눔로또 임직원을 대상으로 8시간짜리 건전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 때 교육 이해도를 사후평가하기 위해 만든 문항입니다.
지금까지 꽤 많은 도박중독 예방교육을 해 왔지만 평가 문항까지 만들어 달라고 꼼꼼하게 요청한 곳은 (주)나눔로또가 유일합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귀찮은 작업이기는 했지만 칭찬 드리고 싶네요~
나눔로또에서 요청한 엑셀 파일 양식에 정리했는데 4지선다 20문항을 난도에 따라 H(High), M(Medium), L(Low)의 3단계로 나누었습니다. 각각 5, 8, 7문항이에요.
도박중독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한번 풀어보세요. 나름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18, 19, 20번 문항은 사행산업 종사자가 고객을 대하는 응대 기술과 관련된 문항이므로 순수한 도박중독 관련 문항은 총 17개입니다.
도박중독 예방교육을 비롯해 각종 도박중독 관련교육 평가용으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필요한 분들은 얼마든지 내려 받아 사용하셔도 됩니다. 출처만 분명하게 밝혀주세요.
덧. 이 자료는 (주)나눔로또에서 저작권을 갖고 있으므로 요청 시 언제든 삭제될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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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구는 돈다' 카피를 패러디한 제목입니다만... 그 정도로 비장한 건 아니고요.
2009년에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참으로 뻔뻔스러운 사감위'라는 포스팅에서 '기관차 효과'와 '풍선 효과'를 대비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사감위는 합법적인 사행산업을 규제해야 불법 사행산업을 잡을 수 있다는 기관차 효과를 믿고 합법적인 사행산업을 때려잡는데 총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 완결판이 전자카드제라고 할 수 있고요. 아직 전면 도입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만...
저 위의 포스팅 이후로 4년 반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합법 사행산업을 규제하려고 많이 노력했으니 기관차 효과대로라면 불법 사행산업도 덩달아 많이 줄어 들었어야겠지요?
어림없는 소리죠. 합법 사행산업은 정체되어 있는 반면에 불법 사행산업은 성장 일로에 있어서 이미 감당을 못할 수준으로 커졌습니다. 사감위에서 한번도 불법 도박 시장을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시장 규모가 100조는 넘었을 겁니다. 합법 사행산업에 비해 5배 이상으로 커진거지요. 뒤늦게 사감위에서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 발의를 한다는 둥 뒷북을 치고 있지만 제가 볼 때 이미 늦었습니다.
기관차 효과는 불확실한 것에 베팅하는 인간의 도박 본능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 전제부터 틀렸습니다. 합법 사행산업을 이용할 때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면 힘들어서 포기하고 레저 수준에서만 즐기겠지 하는 아메바 수준의 생각에 기초하고 있거든요. 내가 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불법 도박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건 생각도 안 한거지요.
실제로 도박 중독 치료를 담당하는 일선 센터에서는 경마, 카지노 등 전통적인 도박을 주 도박으로 하는 중독자의 수가 현저히 줄고 불법 스포츠 토토나 불법 온라인 도박을 하는 중독자가 압도적으로 늘었습니다. 제가 체감하는 비율은 대략 20:80 정도나 됩니다.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벌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감위에서 운영하는 치료센터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도 치료자 중 한 사람이니 합법 사행산업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규제는 분명히 필요합니다. 단 그 적정선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해야죠. 도박에 대해 뭣도 모르는 비전문가들 모아놓고 탁상공론으로 결정하지 말고요.
며칠 전에 있었던 공청회에서 참석한 패널들의 면면을 보면 1차 종합계획안보다 질적으로 더 후퇴해서 도박과 도박 중독 분야의 전문가가 한 명도 없더군요. 대체 뭣들 하자는 건지... 누가 제대로 지적을 했던데 그냥 이해 관계의 개싸움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불법도박을 부숴 풍선 효과에 의해 합법 사행산업의 틀 안에서만 도박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다 걸리면 신세 망친다는 신호가 분명히 전달되도록 엄중한 법 집행과 부당이익의 환수를 일관되게 지속해야 합니다.
불법도박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합법 사행산업만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도박 문제 해결 못합니다. 왜냐하면 풍선 효과가 옳으니까요.
설마 도박 문제가 해결되면 사감위의 존립 이유가 없어지니까 조직 생존을 위해 그냥 내버려두고 공존공생하려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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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행산업 이용자를 대상으로 유병률 조사를 하고 그걸 사행산업 별 도박중독 유병률이랍시고 발표하는 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기 때문에 이런 포스팅을 하는 자체가 제 얼굴에 침뱉는 일이기는 한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앞으로도 이 좋은 먹잇감을 포기할 리가 없기 때문에 어쨌거나 호기심 차원에서라도 정리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용어 정리를 위해 유병률과 발생률, 그리고 발병률의 개념적인 정의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 유병률 : Prevalence Rate >
: the number of people in a population who have a disease at a point in time; the numerator is the number of existing cases of disease at a specified time and the denominator is the total population. Time may be a point or a defined interval, and is traditionally the former if unspecified.
-> 유병률은
어떤 특정한 시점에
전체 인구 중에서 질병을 가지고 있는 비율(구성비)을 나타내는 것으로, 한 시점에서 한 개인이 질병에 걸려 있을 확률의 추정치를 제공한다는 의미
< 발생률 : Incidence Rate >
: the risk of developing a particular disease over a period of time; the numerator of the rate is the number of new cases during the specified time period and the denominator is the population at risk during the period.
-> 유병률과는 달리 발생률은
특정한 기간 동안에
일정한 인구집단 중에서 새롭게 질병 또는 사건이 발생하는 수를 의미
< 발병률 : Attack Rate >
: in the analysis of acute outbreaks of disease, the proportion of persons who are exposed to the disease during the outbreak who do become ill.
-> 발병률은 발생률과 혼동하여 쓰는 경우가 많지만 어떤 집단이 한정된 기간에 한해서만 어떤 질병에 걸릴 위험에 놓여 있을 때
한정된 기간 중
주어진 집단 내에 새로 발병한 총수의 비율을 의미. 발병률은 주로 %로 표시
-> 주로 감염성 질환의 발생을 기술할 때 사용
위의 개념 비교를 따르자면 발생률과 발병률은 새롭게 발병한 수 또는 비율이므로 도박 중독을 설명하는데 적합하지 않으며 유병률이 적절한 용어로 보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유병률을 산정하는데 분모로 사용되는 전체 인구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이죠.
모집단의 정의도 한번 살펴보죠.
* 모집단(Population)의 정의
- The sum total of all the units of analysis(
Methods of Social Research 4th)
- The totality of cases about which conclusions are desired(
SPSS Base System 6th)
위 모집단의 정의를 따르자면 분석의 대상 또는 분석의 결론을 적용할 총체적인 집합을 모집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마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도박 중독 유병률을 산정하여 경마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수립하려는 경우 경마 중독 유병률을 산정해야 하고
경마 중독 유병률을 계산하려면 모집단을 경마 이용객으로만 한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다른 도박을 경험하지 않은 순수한 경마 이용자만을 표집해서 유병률을 산출해야 이를 경마 중독 유병률이라고 명명할 수 있습니다.
도박 중독자 중에는 단 하나의 도박에만 몰입하는 도박자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도박자들은 2~3개 이상의 도박을 병행(물론 주로 하는 도박은 있죠)하는 multi-gambler입니다. 그러니 하나의 사행산업을 대상으로 도박 중독 유병률을 산출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지 몰라도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정작 실효성이 없는 통계 수치를 위한 숫자 장난질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자면 포장마차만 표집해서 특정 날짜에 이용한 사람을 대상으로 알코올 중독 유병률을 계산하거나 PC방만 표집해서 게임 중독 유병률을 산출하는 것과 같은 짓이죠.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감위에서 사행산업 이용자를 대상으로 유병률 조사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우리나라 도박 중독 문제의 책임을 몽땅 사행산업체에만 뒤집어 씌울 수 있기 때문(예상 가능한 것처럼 사행산업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도박 중독 유병률은 많게는 70%가 넘게 나오기도 합니다)이죠. 그래서 현장의 도박 중독 전문가들이 아무리 합리적으로 비판해도 사행산업체에 속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중립적이지 않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지껄이면서 꼼수를 계속 부리는 겁니다. 사감위 자문단이나 감리단에 속한 교수와 민간 위원들도 이런 엉터리 조사를 사감위가 반복하고 있는 것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마땅히 부끄러워 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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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2010년에 이미 사행산업 이용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기준 년도가 2009년이었으니 2012년에 하게 되면 3년 만에 다시 실시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제가 알기로 중장기 발전 계획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고 한국의 도박 문제가 3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에서 실시하는 조사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행산업 이용실태조사는 문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몇 가지만 짚어보자면,
* 태부족인 표본 수
일반인 표본 3,000명, 이용객 4,000 명 대상인데 소위 전국 실태조사라면서
일반인 표본보다 이용객의 표본 수가 더 많은 것도 코미디지만(사행산업체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게 너무 티나잖아!! 제목부터 전국 실태조사가 아님~), 둘을 합해도
7,000 명에 불과하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역학지표 추정 시 필요한 표본 수 산정 기준은 모집단의 수, 기대유병률(2010 사감위 조사의 문제성 도박 1.7%, 2009년 마사회 조사의 문제성 도박 1.4%), 신뢰 수준(보통 95%), 최대허용오차, 응답율 등의 산출 조건을 고려하여 표본 수를 산정합니다.
도박 중독 분야에서 시행된 국가 차원의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의 표본은 인구대비 평균 0.038% 정도 됩니다. 이를 적용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소한 1만 명 이상을 표집해야 합니다. 그래서 2009년 마사회 전국실태조사에서는 2만 명을 표집했던 것이고요. 그래서 현장 전문가들이 2010년 조사 때에도 표본 수를 늘려야 한다고 그렇게 건의했건만 싹 묵살했고 이번에도 역시나 턱없이 모자라는 표본을 추출하겠다고 합니다. 그래놓고 또 전국 실태조사 결과라고 구라치겠지요? 참으로 낯뜨거워서 얼굴을 못 들겠습니다.
* 측정도구 문제
현재 사감위에서 도박 중독을 진단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게 바로 CPGI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구라서 사감위를 빼고는 아무도 이 척도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K-CPGI로 바뀌기까지 했죠. 그래도 유병률 과다 추정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3년에 걸쳐 KGBS라는 변별 척도를 개발했습니다. 작년에 아주 자랑스레 발표를 했죠.
그런데 정작 2012년 실태조사에서는 CPGI를 다시 사용한답니다. 2010년 결과와 비교를 해야 한다나요. 그래서 그럼 KGBS를 main 척도로 하고 CPGI를 sub로 사용하라고 했더니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에 변경할 수 없답니다. @.@
근데 웃긴 건 KGBS 개발 당시에 연계 타당성 검증을 위해 CPGI도 자료를 수집했거든요. 그랬더니 CPGI의 cut-off score(기준점)가 문제성 도박의 경우 11점에서 8점으로, 중위험 도박의 경우 5점에서 3점으로 낮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건 사감위에서 정식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9점이나 10점으로 측정된 사람은 사실 문제성 도박자가 아닌데 2010년 실태 조사에는 문제성 도박자로 분류가 되었다는 것이죠. 이 말은 곧
도박중독 유병률이 과대 추정되었다는 고백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니 2010년에 사용한 CPGI를 2012년 연구에도 사용해서 추이 분석을 하려면 2010년 결과의 기준점을 상향 적용하여 한국의 도박중독 유병률을 재발표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감위가 공포 마케팅을 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2012년 CPGI의 기준점도 하향 조정된 상태에서 비교할 겁니다. 그렇게 공을 들여 개발한 KGBS의 연구 결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죠. 이런걸 삽질이라고 하지 않으면 뭘 삽질이라고 하겠습니까. 그것도 국민의 세금 들여서 하는 삽질이죠.
* 표본 추출 방법 문제
사감위는 이용객을 대상으로 표본을 추출할 때 사행산업의 매출 규모를 고려하여 추가 배분하겠다고 말합니다. 이건 곧 베팅액이 크면 도박중독 유병률이 높다는 전제하에서 하는 것인데 이 전제는 검증된 것이 아닙니다. 그냥 근거도 없이 제멋대로 하는거에요. 오히려 실태조사는 인구집단 연구이기 때문에 이용자 수를 고려하여 비례배분하거나 Blazczynski & Nower(2002)가 제안한 접근성과 가용성 등의 생태적 환경기준에 따라 전국 장외 및 지점(매표소)의 수를 고려하여 비례배분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수천 개에 이르는 스포츠 토토와 로또 판매점, 복권방이 포함되기 때문에 그렇게 안 하는겁니다. 그저 자료 수집하기 좋고 때리기 좋은 사행산업체만 두들겨 패는 것이죠.
그 밖에도 소소한 문제점까지 다 이야기하면 밤을 새야 하니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시작부터 이런데 나중에 결과 나오면 자료 조작해서 얼마나 유병률을 뻥튀기 할런지 참 한심합니다.
덧. 어제(2월 2일) 사감위는 자문단, 감리단, 사행산업체의 전문가들을 모두 불러 모아놓고 공청회를 했습니다. 당연히 제가 위에서 정리한 사안들이 모두 제기되었는데 사감위 담당 사무관의 공식 답변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조달청에 의뢰하여 갤럽과 이미 계약된 상태이므로 실무적으로 표본 수, 조사 척도의 변경은 불가능하다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이렇게 저렇게 하기로 다 정해놓고 바꿀 수도 없는 상태에서 유관 기관 다 불러모아서 들러리 세웠다는 말이죠. 울트라 그레이트 빅엿을 대놓고 처 먹인 겁니다. 뭐 예상 못한 바도 아닙니다만...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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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년 동안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에 대한 포스팅이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사감위가 일을 잘 해서 포스팅 할 거리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요새도 심심할 만 하면 사건을 뻥뻥 터뜨리기 때문에 포스팅을 하려고 하면 소재가 얼마든지 무궁무진합니다) 제가 사감위에 대한 희망을 일찌감치 버렸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위해서 사감위가 배를 산으로 몰고 가든 말든 그동안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포스팅을 하게 되었냐 하면 그냥 입이 심심해졌기 때문입니다. 즉 오징어 땅콩을 잘근잘근 씹는 느낌으로 그냥 마음 편하게 읽어주시면 됩니다(웃음).
그럼 이제 왜 사감위가 뻔뻔스럽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사감위는 2005년에 터진 '바다 이야기' 사태로 인해 불법 도박에 대한 폐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열매를 맺어 탄생한 국가 기구입니다. 즉 기본적으로 불법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라는 것이죠. 물론 사감위법에는 불법 도박에 대한 아무런 조항도 없어 시작부터 절름발이 소경 상태였습니다만.
어쨌거나 예산을 집행할 때 국고 매칭 제도에 의해 합법적인 사행산업자가 50%, 국가가 50%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국가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합리적인 예산 마련 방안입니다(물론 사행산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이중부담이라는 불형평성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만). 그런데 최근 사감위가 한나라당을 끼고 국고 매칭 제도를 폐지하고 사행산업자에게 100% 부담금을 물릴 수 있도록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참으로 뻔뻔스러운 작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감위가 국고 매칭 제도를 폐지하려는 이유는 사행산업자가 돈을 내지 않으려 해서가 아니라 같은 액수에 상응하는 국고 마련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사행산업자에게 50억을 내라고 하면 사행산업자들은 사감위에서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마련합니다. 문제는 국가인데 국고 매칭 제도에 의해 똑같은 금액인 50억을 내야 합니다. 요새 정부가 어떤데 사감위가 내란다고 50억 원을 냉큼 내나요. 당연히 사업의 가치, 효과성, 목표 달성 가능성을 꼼꼼히 살피겠지요. 그리고는 말도 안 되는 사업들을 삭감해버립니다. 그러니 사감위에서는 마음대로 사업을 끌고 나가기 위해 국고 매칭 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뻔뻔한 짓이냐 하면 작년에 총량제 도입 전에 현장의 전문가들이 풍선 효과에 의해 불법 도박이 급격히 증대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예측했더니 말도 안 되는 '기관차 효과'를 들고 나오면서 그대로 밀어붙였거든요. 그 결과로 현재 불법 사행산업의 규모는 년 간 80조 원 이상으로 합법 사행산업 규모의 최소 4배 이상으로 팽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니 불법 도박을 통제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국가가 최소한 사행산업체에 비해 4배 이상을 더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적반하장격으로 몽땅 사행사업체에게 떠 넘기려는 것이거든요. 이런 후안무치한 기구가 어디 있습니까?
그래도 여기까지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치죠. 뭐 도박중독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만 있다면 그깟 부담금 더 낼 수도 있을 겁니다.
문제는 과연 사감위가 예산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기관이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우선 사감위는 올해에만 10건의 연구를 진행했는데 단 한 건도 자체 연구가 없습니다. 모두 용역 발주를 통해 해결했죠. 이 연구들 중에서 도박중독 전문가가 포함된 연구는 단 1건입니다. 그것도 연구 책임자가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온통 비전문가들에 의해 수행되었기 때문에 구체적 실행 전략이 없는 외국의 자료를 단순 나열하거나 근거가 부실한 결과들이 반복적으로 산출되고 있어 현장에서는 적용 가능성이 거의 없는 garbage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감위는 이런 곳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더 웃긴 것은 사감위 조직 중 연구조사를 담당하는 부서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치유/재활'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는 일개 부서에 불과한, '중독예방치유센터'에서 모든 연구조사의 관리를 맡고 있다는 것이죠. 개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입니다. 기능 중복으로 인한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고 볼 수 있죠.
이렇게 엉터리로 일을 하면서 사감위의 모 인사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사감위의 네트워크 센터가 되면 50억 원의 예산 지원을 하겠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사감위 전체 조직의 일년 예산이 40억 원 남짓인데 상담 센터마다 50억 원을 준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일개 대학교의 총장까지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날림으로 도박중독 관련 연구소를 세우면서 부화뇌동한다는데 이건 순진하다고 해야할 지 멍청하다고 해야할 지 참...
사감위의 뻔뻔스러운 행보가 어디까지 진행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포스팅 거리는 떨어지지 않을 것 같네요(비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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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11월 중순의 제주도 어느 바닷가)
오늘 내담자 중 한 분이 그러더군요. 대기실에 내담자가 엄청 많던데 북적북적하니까 일 할 맛이 나겠다고.
그런 농담의 여유를 찾았다는 사실이 그 분에게는 다행이지만 그 말을 듣는 제 마음은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이 잘 되고 바쁘다는 것은 그만큼 도박 중독으로 고통받는 가정이 늘어났다는 것이니 결코 기뻐할 수 일이 아니니까요.
제가 할 일이 너무 없어서 밥 걱정을 하는 상황이 되어야 좋은 것이 아니겠어요?
요즘 들어 인터넷 도박으로 인한 중독과 주식 중독으로 찾아오는 내담자의 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사감위가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정책인 '총량제'를 들고 나온 이후 불법 도박 사이트가 오히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는 신문기사와 오버랩되면서 마음이 더 답답해지더군요.
지금의 추세라면 조만간 합법적인 사행산업으로 인한 중독자보다 불법 도박으로 인한 중독자가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그 때에는 왜 '기관차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는지에 대해 누가 어떤 설명을 할 지 기대가 됩니다.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꼬라지에 대해서는 포스팅을 자제했습니다만 오늘 공안정국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 있었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전격 체포되었답니다. 진짜 미네르바인지 견찰의 자작극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명박이가 말하면 오해이고 미네르바가 말하면 허위 사실 유포라니...
참 기분이 거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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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칭 '사행산업을 걱정하는 의원모임'에서 사행성 산업을 시찰투어하고자 제가 일하는 직장을 방문했습니다.
당연히 제가 다니는 직장은 난리가 났지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이 없더군요.
제가 일하는 부서가 사실 이 모임의 주 공격 목표(?)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방문은 당연한 것이고 분명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을 것이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느즈막히 도착한 의원님들 일행(모임의 수장을 포함한 2명의 의원, 다수의 보좌관, 수행원, 자문단 위원들까지 대부대)은 융숭한 접대를 받으며 경마 시설을 둘러보고 VIP 석에서 베팅까지 하고는 정작 들러야 할, 제가 일하는 부서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은 채 휑하니 국회로 돌아가 버리더군요.
오늘 저는 분명히 알았습니다. 이분들은 진정으로 사.행.산.업.을 걱정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사행산업의 미래가 걱정이 된 나머지 치료 시설에는 들를 시간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 주려고 나름대로 준비를 했건만...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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