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심리평가 오픈 supervision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화상 프로그램을 이용한 비대면 실시간 심리평가 supervision
-> 구글 MEET 사용법에 대해서는 별도로 안내 메일 드리겠습니다. gmail 계정이 없어도 됩니다.
* 일시 : 2021년 11월 20일(토) 오후 3~6시(3시간)
-> 전날인 11월 19일 밤 11시 30분에 예약이 마감되고 접속 코드가 발송되니 반드시 그 전에 수강료 입금을 완료하셔야 합니다.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부랴부랴 예약하고 은행 서버 점검으로 시간 내에 입금을 못 했다며 받아달라고 떼를 쓰는 분들이 계셔서 아예 마감 시간을 30분 당기기로 했습니다;;;)
* 방법
1) 3시간 동안 제가 엄선한 1개의 심리평가 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2) 사례는 대략 2시간 동안 다루고 나머지 1시간은 미니 강의 + 실시간 질의 응답으로 진행합니다.
-> 사례에 따라 3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일찍 끝날 수 있으니 미리 양해 구합니다.
3) 참석자는 별도의 준비물 없이 화면을 끄고 편하게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 인원 : 최소 20명
-> 최소 인원인 20명만 넘어가면 오픈 확정입니다. 오픈 확정되었습니다!! 마감되었습니다!!
* 비용 : 1인 당 15,000원의 참석비
-> 제 계좌번호를 알고 있다고 미리 입금하지 마세요. 신청 확인 메일을 받으신 뒤 입금하시기 바랍니다. 자격 요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환불해 드려야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 supervision 전에 미리 불참 통보를 하지 않으면 환불, 이월이 안 됩니다. 유의하세요!
* 사례 소개
: 불안, 긴장, 의욕 저하, 과도한 걱정, 대인관계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학 휴학생으로 재검을 위해 군 복무 가능성 판단 목적으로 종합심리평가가 의뢰됨.
-> TCI 결과를 잘못 판단하면 전혀 엉뚱한 formulation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사례
* 특징 : 예약 취소 시점과 상관없이 참석비는 무조건 100% 환불
-> 정원 미달 시에는 오픈 supervision 자체가 취소됩니다.
* 오픈 supervision 참석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supervision은 임상/상담 장면에서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평가를 이미 활용하고 있거나 그럴 예정인 (예비)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합니다.
1. 한국 임상, 상담 심리학회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필) : 다른 산하 학회 불인정
2. 한국 임상, 상담 심리학회 수련생(오프라인 수첩 또는 온라인 수련 사이트 캡쳐 필) : 다른 산하 학회 불인정
3.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전문상담교사(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필)
: 다른 모든 자격 불인정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walden3.kr)
-> 오픈 supervision을 위한 이메일 계정은 walden3@gmail.com이 아니니 주의하세요!!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충족 여부(자격증 및 자격 번호 또는 수련 여부 증명 캡쳐)
-> 제게 supervision을 받고 있거나 받은 적이 있는 분이라고 해도 매번 알려주셔야 합니다.
* 하루 한번 일괄적으로 확정 여부를 안내드리니 이틀이 지났는데도 확정 연락을 못 받은 분들은 연락주세요.
덧. 오픈 supervision 전날 자정이 지나기 전에 신청을 마감하고 안내 메일과 접속 코드를 발송하게 됩니다. 이를 받지 못한 선생님은 어떤 이유로든 누락된 것이니 빨리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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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거창한데 이건 상담자마다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으니 그저 제가 이렇게 생각한다 정도로만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자격을 취득한 새내기 전문가는 그동안의 고생을 보답받은 듯한 벅찬 뿌듯함과 함께 이제는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과도한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실제 실력이 어떠하든, 주변에서 어떻게 평가하든 상관없이 내가 과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함을 느끼는 건 이상한 게 아닙니다. 뭔가 몸에 맞지 않는 과분한 옷을 걸친 것 같은 생경함은 덤이죠.
이 때 이러한 과도기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채우는 데 집중하는 상담자가 가장 많습니다. 수련 기간 동안에 못 읽었던 전공 서적을 탐독하기도 하고, 실전 워크샵에 집중적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예 학교로 돌아가 박사 과정에 입학하는 상담자도 있습니다.
그런 노력이 불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 먼저 챙겨야 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임상가로서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총 쏘는 기술보다 전쟁의 의미를 부여하고 참전하는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죠.
전문가 자격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신에게 상담/심리치료란 무엇인지, 임상가로 살아간다면 어떤 목표를 지향하는지, 윤리적인 규정과 별개로 내담자/환자와 치료적 관계를 맺을 때 지켜야 할 가치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이중 관계는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 등등.
수련 중에는 내담자/환자를 돕기 위한 기술을 익히는데 온 힘을 다했습니다. 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고 그 기술이 완성된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노력은 실제로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할 수 있습니다. 해야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임상가로서의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한 마음가짐은 초보 전문가일때가 아니면 다지기 어렵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현실과 타협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전문가가 되고 나서 1년 안에 마무리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그 기간 동안 일을 하지 않고 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저는 2003년 초에 전문가가 되고 나서 8월에 취업하기 전까지 약 6개월을 실업 급여를 받으며 쉬었습니다. 가치관을 정립하겠다는 구체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쉰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습니다. 3년 동안 수련받느라고 미친 듯이 일만 하다 갑자기 쉬게 되면 할 일이 없거든요. 결국 자신과 대화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저는 가능하다면 전문가가 되고 나서 곧바로 일이나 공부를 시작하지 말고 충분히 쉬면서 자신과 대화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게 임상가로서의 평생을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 그런 가치관을 정립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저는 상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어떠한 경우에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내담자를 우선하겠다는 저만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2018년 제가 속한 조직에서 순환 근무를 위한 지방 파견을 가라는 명령이 갑자기 내려왔습니다. 지방 센터에도 상근 상담자를 충원해야 한다는 건의를 이미 수년 전부터 했지만 회사는 그동안 수수방관만 하다가 그 사업장에서 자살자가 속출하고 정부에서 근로 감독을 나온다고 하니 언 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서울의 상담자를 긴급 파견해 보여주기를 하겠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6개월 또는 1년 간격으로 서울 센터에 근무하는 3명의 전문가를 계속 순환 파견 보내겠다는 겁니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제대로 상담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신규 내담자를 받아서 상담을 하더라도 내년에 제가 파견 명령을 받으면 저나 내담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상담을 강제 종결하고 저는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니까요. 그리고 거기에서 상담을 시작해도 1년이 지나면 또 거기에서 진행하던 상담을 강제 종결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합니다. 그야말로 상담자의 역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명령인거죠. 그래서 회사에 상담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강력히 항의했지만 묵살당했습니다.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나가라는 것이죠. 이런 회사의 몰상식보다 더 역겨운 건 함께 일하던 다른 상담자들의 태도였습니다. 조직이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냐는 겁니다. 이 좋은 조직에서 잘리지 않고 정년퇴직을 하려면 내담자를 희생시켜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습니다(
'상담자가 되면 안 되는 사람' 포스팅 참조). 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내담자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제 가치관을 지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16년 동안 일해온 직장에 사표를 내고 2018년 독립을 했습니다(
'인생 Season 2를 시작합니다' 포스팅 참조). 그리고 지금도 제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 중 하나라고 자평합니다.
제가 다니던 직장은 임상/상담 통틀어서 가장 일 적게 하면서도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곳이었습니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무기 계약직이기 때문에 입 다물고 회사에서 시키는대로만 하면 정년이 보장되는 그야말로 꿀 빠는 직장이죠. 그걸 제 발로 차버리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만약 내담자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가치관을 세워두지 않았다면 저도 현실과 타협했을 지 모릅니다. 가치관을 세워두지 않으면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흔들릴 겁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의 시점이 저처럼 늦게 오는 행운이 누구에게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그러니 너무 늦기 전에, 매너리즘에 빠지기 전에, 현실과 타협하기 전에, 임상가의 가치관을 정립해 두시기 바랍니다. 저는 실력보다 그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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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니 강의에서는 임상 심리학자에게는 애증의 대상이며 상담 심리학자에게는 언젠가 넘어야 할 산이지만 부담 백배의 심리검사 도구인 로르샤하를 함께 공부합니다.
그동안 제가 로르샤하를 미니 강의에서 잘 다루지 않은 이유는 별 거 없습니다.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용두사미가 될 위험성 때문이었습니다. 로르샤하 공부를 완결하려면 구조적 요약까지 건드려야 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다 무엇보다 제가 구조적 요약을 잘 사용하지 않으니('로샤 검사의 해석 시 Structural Summary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 포스팅 참조) 자신이 사용하지도 않는 방법을 가르치는 건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로르샤하 공부를 시작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일단 첫 발이라도 뗄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주는 못하더라도 가끔씩은 로르샤하의 이해 기초편 강의를 하려고 합니다. 특히 구조적 요약을 제대로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실시와 채점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겠습니다.
이 강의를 추천하는 대상은 언젠가 로르샤하를 정복할 욕심을 내는 상담 전공자이며 임상 전공자들은 굳이 들으실 필요 없습니다(수강을 막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로르샤하의 이해(기초편)
* 다루게 될 구체적인 내용
: 로르샤하의 개관, 역사, 실시, 채점, 해석
-> 특히 가장 중요한 실시, 채점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
* 일시 : 2021년 11월 13일(토) 13:00~18:00(5시간)
-> 전날인 11월 12일 밤 11시 30분에 예약이 마감되고 접속 코드와 강의안이 발송되니 반드시 그 전에 수강료 입금을 완료하셔야 합니다.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부랴부랴 예약하고 은행 서버 점검으로 시간 내에 입금을 못 했다며 받아달라고 떼를 쓰는 분들이 계셔서 아예 마감 시간을 30분 당기기로 했습니다;;;)
* 장소 : 구글 Meet을 이용한 화상 강의
-> 구글 Meet 사용법에 대해서는 별도로 안내 메일 드리겠습니다. gmail 계정이 없어도 됩니다.
* 인원 : 최소 10인 이상
-> 선착순 제한 없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최소 인원인 10명만 넘어가면 강의 확정입니다. 확정되었습니다! 마감되었습니다!!
* 비용 : 1인 당 5만 원-> 제 계좌번호를 알고 있다고 미리 입금하지 마세요. 신청 확인 메일을 받으신 뒤 입금하시기 바랍니다.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환불해 드려야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강의 전에 미리 불참 통보를 하지 않으면 환불, 이월이 안 됩니다. 유의하세요!
* 특징 : 예약 취소 시점과 상관 없이 무조건 100% 환불, 정원 미달 시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 앞으로는 예약 취소 페널티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언제든 자유롭게 취소하실 수 있지만 선 입금하셔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절차를 피하기 위해 가능하면 꼭 들으실 분들만 신청하시면 좋겠습니다.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로르샤하를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 임상, 상담심리학회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필) : 다른 산하 학회 불인정
2. 한국 임상, 상담심리학회 수련생(온라인 수련 시스템 캡쳐 필) : 다른 산하 학회 불인정
3.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전문상담교사(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필)
: 다른 모든 자격 불인정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walden3.kr)
-> 화상 강의를 위한 이메일 계정은 walden3@gmail.com이 아니니 혼동하시면 안 됩니다.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필)
-> 제게 supervision을 받고 있거나 받은 적이 있다고 해도 매번 알려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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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문제는 답이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굳이 포스팅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임상/상담 관련 모 카페의 댓글들을 보니 예상 외로 갑론을박이기에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질문의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상담자가 내담자가 입고 온 옷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어디에서 샀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물어봐도 되는지"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댓글이 너무 많더군요. 좀 놀랐습니다.
물론 질문의 경중을 따지자면 애인이 있냐고 물어보는 것과 옷이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어디에서 샀는지 알려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비교하는 건 무리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질문의 내용이 아니라 질문의 의도와 결과입니다.
이런 류의 질문은 상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따라서 당연히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상담자의 개인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한 정보 요구입니다. 그런데 그 정보를 요구받는 사람이 내담자라는 게 문제입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는 보수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위의 질문을 친구나 하다못해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했다면 생각해 볼 필요조차 없는 사소한 일이 될 겁니다. 하지만 내담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왜냐하면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도움을 받으러 온 사람이기 때문에 그 옷이 자신만 입고 싶어서 구입처를 알려주고 싶지 않아도, 너무 싼 옷이기 때문에 상담자가 알면 창피할까봐 알려주고 싶지 않아도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만약에 상담자가 자신의 옷을 마음에 들어한다면, 그러니 상담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앞으로도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에 대해 신경을 쓰고 또 상담자가 자신의 옷을 입는 센스를 칭찬해주기를 기대한다면 상담은 궤도를 벗어나 엉뚱한 곳을 향하게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거든요.
굳이 비유를 하자면 내담자는 물에 빠진 사람(혼자서 수영할 수 있다면 도움도 청하지 않았을테니)이고 상담자는 인명 구조원입니다. 상담자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책무를 집니다. 그러니 물에 빠진 사람이 안전하게 물 밖으로 나오는 것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수영복이 마음에 드는데 어느 회사 제품이냐고 물어보면 안 됩니다. 구조와 전혀 상관이 없는 매우 부적절한 질문입니다. 물 밖에 나온 뒤에 물어보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명 구조원이 그럴 시간이 있을까요? 인명 구조원은 다음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시 물에 들어가야 하고 구조된 사람은 자기 짐을 챙겨서 집으로 가면 됩니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는 딱 그 정도 사이이고 그래야만 합니다. 그건 너무 딱딱하고 기계적이지 않냐고 생각하는 상담자가 있다면 상담자의 존재 의의와 가치관, 역전이 등을 다시 한번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상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아니 관계가 없는 건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물어보지 말고 관심도 갖지 마세요.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상담을 망치는 첫 단추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덧. ice breaking을 하거나 라포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물으실 수 있는데 저는 왜 굳이 그런 부적절한 방법으로 ice breaking이나 라포를 형성 하시려는 건지 되묻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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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로 이제는 'Mukbang or Meokbang'이라는 신조어로 등재될 만큼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한류의 대표 문화 상품입니다.
먹방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시작하여 유행의 흐름을 따라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이 대세입니다. 모두 집단주의 문화의 대표 국가들이죠. 유교주의가 되었든, 공산주의가 되었든, 천황체제가 되었든 간에 집단주의 문화의 기본적인 특징은 집단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한다는 겁니다.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면 개인의 욕구는 당연히 억압되어야 하죠. 게다가 세 나라 모두 경쟁이 매우 심한 사회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패배하면 도태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부모는 어릴 때부터 자녀를 몰아부쳐야 합니다. 자녀가 바라는 애정을 충족시켜 줄 물리적, 심적 여유 따위가 없죠.
제가 일하는 영역에는 구강기 공격성(oral aggress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엄마의 젖을 먹으며 충분히 접촉하고 교류해야 충족되는 구강기의 욕구가 반복적으로 좌절되면 그로 인한 분노와 공격성이 누적되었다가 구강기의 방식으로 표출되는 겁니다. 외부(outward)로 표출되면 침을 뱉거나 욕을 하고 논쟁을 하거나, 말이 많아집니다. 반대로 이러한 공격성이 내부(inward)로 방향을 틀면 술, 담배 등에 중독되거나 폭식을 하게 됩니다. 쌓인 분노와 공격성은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임상, 상담 영역에서 일하는 심리학자들은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짐작하실 겁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구강기 공격성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게 먹방의 유행과 전혀 상관이 없을까요?
한번 생각을 해 보세요. 왜 내가 아닌 남이 먹는 걸 지켜보는 게 좋은가요? 왜 음식에 대한 정보를 주거나 새로운 음식을 찾아서 즐기는 형태가 아니라 무식하게 많은 양을 복스럽게(또는 우왁스럽게) 입속으로 집어넣는 형태의 먹방이 더 인기를 끄는 걸까요? 누군가 입 속에 가득 음식을 넣고 우걱우걱 먹어치우는 걸 보면 묘하게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면서 시원하죠. 자신의 구강기 공격성이 해소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되니까요.
혹자는 혼밥 문화가 퍼지면서 먹방을 보며 밥을 먹으면 덜 외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던데 그것도 역시나 정서적 허기감 때문입니다. 정서적 허기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혼밥이 부담스럽지 않거든요(물론 기질적인 특성 차이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저는 먹방 유행이 전혀 자랑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굉장히 슬픕니다. 자라면서 충분히 부모의 사랑을 받고 구강기 욕구가 충족되어 남이 먹는 것을 관음하며 대리만족 할 필요가 없는 사회. 자신의 욕구를 돌보는 것이 이기주의로 박해받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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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supervision을 할 때 사례 formulation이 끝나면 항상 "질문 없습니까?"라고 물어봅니다. 실제로 궁금한 게 있으면 답변을 할 테니 질문을 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 물음에는 조금은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심리평가 supervision을 제대로 받는 법'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 지 모르는 사람은 앎에 이르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모르는 지 알려면 자신에게 질문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질문 없습니까?"라는 제 물음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자신에게 물어봤냐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궁금한 것이 없는 사람은 질문이 없습니다. 그건 단순히 수검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물론 심리평가, 상담,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은 아예 심리학에 입문하지 않았을테고(권력과 재력을 목표로 심리학을 전공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정도 수준의 지적 능력으로는 성공하기 힘들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결국은 호기심의 문제입니다.
저보고 심리학을 전공하고, 임상/상담을 전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저는 단연코 가장 중요한 게 호기심이라고 답변할 겁니다. 과장을 조금 섞어서 말씀드리면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이 쪽 영역으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호기심이 없다면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을 것이요,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니 아무리 우수한 지적 능력이 있다해도 실력을 쌓기 힘들 것이고, 실력이 없다면 내담자/수검자를 돕지 못할 것임은 물론 일하는 것 자체가 지옥 같을테니까요.
TCI의 자극추구기질 중 '탐색적 흥분' 하위차원이 높은 분이라면 타고난 호기심을 장착하고 있을테니 복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큰 문제 없습니다. 영장류의 DNA와 많은 부분이 겹치는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장착된 호기심의 양만 해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문제는 그게 작동하는 분야가 무엇이냐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의 기질, 적성과 잘 맞는 분야를 찾아야 하는 것이고요.
자기와 잘 맞는 분야를 찾기만 하면 그 호기심을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당장 저만 해도 탐색적 흥분 하위차원이 -1 표준편차 이하로 낮은 편입니다. 그러니까 관습적 안정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그래도 저는 심리학, 여행 관련해서는 무한 호기심이 작동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누군가는 음식에, 누군가는 음악에, 누군가는 운동에, 누군가는 프라모델 분야에서 호기심이 남다를 겁니다.
그러니 자신의 호기심이 작동하는 영역을 잘 찾으신 뒤 그 호기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질문의 홍수를 타기만 하면 됩니다. 만약 아무런 호기심도 생기지 않고 그래서 질문할 거리를 전혀 찾지 못한다면 안타깝지만 이 영역은 본인과 맞지 않는 것이니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합니다. 버텨봤자 그 끝은 그리 신통치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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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잡고 다이어트를 해 보신 여성이라면, 맘 잡고 몸 만들기를 해 보신 남성이라면 그 간절함의 정도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아실 겁니다.
살을 빼려는 목적이든, 복근을 만들려는 목적이든, 그 당시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목표이고 모든 삶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중됩니다. 먹고, 자고, 쉬고, 일하는 순간 순간이 그 목표를 위해 희생되기도 합니다.
그런 간절함에 충분한 에너지, 시간, 열정이 투입되면 그 결과는 당사자를 결코 배신하지 않습니다.
상담도 다를 것 하나 없습니다.
상담을 통해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걸 얻으려면 최소한 상담을 받는 동안만큼은 상담이 인생 1순위여야 합니다.
놀 거 다 놀고, 쉴 거 다 쉬고, 사람들 만날 거 다 만나고 남는 시간에 상담을 받는다면 효과가 있을 리 없습니다. 열심히 상담을 받았는데 별로 효과가 없다고요? 정말 열심히 상담을 받은 게 확실한가요?
제 경험 상 내담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상담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을 때 효과가 없었던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상담이 결국 실패하고, 흐지부지 끝나고, 조기에 종결된 경우는 여러 가지 원인이 함께 작용했지만 내담자가 상담을 1순위로 두지 않은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상담자가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도 내담자만큼의 간절함은 없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이니까요.
그러니 상담을 통해 과거 상처를 치유하려고 하든,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려고 하든, 자녀와 관계를 회복하려고 하든, 더 이상 결혼 생활을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하든 간에 그 목표를 위해 상담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합니다. 상담 시간과 비용 뿐 아니라 모든 것이 상담의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맞춰져 있어야 합니다.
'건강하게 살 빼는 법'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두려움에서 시작한 건강 관리에 모든 것을 다 갈아넣었더니 확실하게 건강을 되찾은 것처럼 상담을 받는 분들도 그런 간절함으로 상담을 최우선 순위에 넣고 열과 성을 다 한다면 분명히 상담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하실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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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전에
'의외로 상담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 3가지' 포스팅에서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내담자가 거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가 진짜 문제일 가능성도 별로 없고, 거기에 내담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만 왔을 가능성도 많지 않으니 항상 이차 이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담자가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말라는 말이죠. 상담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그나마 내담자가 어떤 어려움이 있어서 내방했는지 조리있게 정리하여 이야기를 해 준다면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거기서부터 가설을 세우고 들어갈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요새 별로 힘든 건 없지만 그냥 '나 자신을 이해하고 싶어서', '성격이 어떤 지 궁금해서' 심리검사나 한번 받아보고 싶다며 애매모호한 이유로 상담실을 방문한 경우 더 조심해야 합니다. 이건 그냥 친구 따라 심심해서 방문했다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심심하다 해도 내 치아가 건치인지 궁금해서 치과를 방문하지 않듯이 상담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아직까지는 일반인에게 상담실이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 상담실을 간다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 지 신경이 쓰이는, 꺼림칙한 곳입니다.
그런데 그곳을 자발적으로 방문했다는 건 본인이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간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막연하고 모호하게 이야기 할수록 더 심각한 문제가 숨겨져 있을 수 있으니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면 자신의 무엇에 대해 알고 싶은지, 그게 왜 알고 싶은지, 하필 지금 알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성격이 궁금하다면 성격의 어떤 부분이 궁금한지, 본인의 성격이 어떠하다고 생각하는지, 그게 왜 궁금한지에 대해 물어봐야 하고요.
'심리평가는 가설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검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설에 따라 어떤 검사 도구를 사용해야 할 지가 결정되는 것이니 어차피 가설을 세우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내용을 물어볼 수 밖에 없지만 애매한 이유로 내방하는 내담자일수록 더욱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제 경험 상 애매한 이유를 대는 내담자일수록 알고 보면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숨겨져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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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수퍼비전의 주요 사건(Critical Events in Psychotherapy Supervision, 2005)'을 북 크로싱합니다.
상담에 대해 다루는 책은 많지만 상담 수퍼비전을 다루는 책은 거의 없죠. 그만큼 기대 수준이 높은 상태에서 읽어서 그런지 제게는 별로였습니다. 문화적 수련 배경의 차이도 있지만 어쨌든 제가 원하는 책은 아니어서 추천드리기 어렵겠습니다.
그래도 읽고 싶어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으니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어차피 이 책은 절판이라서 시중에서 구하실 수 없으니 이 책을 빌려서 읽으시면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품절이라 이 책을 읽을 분들은 국민도서관에서 빌려 읽으세요.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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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수련을 받는 임상, 상담 수련 레지던트들을 위한 책은 비교적 많지만 정작 이들을 수련하는 감독자들을 위한 책은 매우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상담 수퍼비전을 하지 않지만 심리평가 수퍼비전을 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관련된 책을 꾸준히 찾아서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상담 수퍼비전에 관해 번역된,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로(그래서인지 원서가 2005년 판입니다. 이미 출판된 지 16년이나 된 책이죠) 방기연, 김만지 선생님이 번역하셨습니다.
수퍼바이저라면 당연히 supervisee에게 supervision을 하는 과정과 절차에 대한 체계적 노하우가 정리되어 있을 것을 기대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충족하는 책이 아닙니다. 일단 목차를 보시면,
1장. 사건 중심으로 수퍼비전 과정 이해하기
2장. 기술적 어려움과 기술 결함 다루기
3장. 다문화적 인식 높이기
4장. 역할 갈등 협상하기
5장. 수퍼비전에서 역전이 다루기
6장. 성적 이끌림 다루기
7장. 성에 관한 오해를 풀고 성에 대한 간과 교정하기
8장. 문제가 되는 감정, 태도, 행동 다루기
9장.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생각
다문화, 성적 이끌림, 성에 관한 오해 등 미국 문화에서 중요한 issue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상당한 분량을 손해보고 있고 실질적인 supervision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굉장히 많은 예가 실려 있는데 문제는 이 예가 우리 문화에 적절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 책의 예를 보면 미국 수련 레지던트들의 멘탈이 우리보다도 훨씬 더 약한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됩니다. supervisor의 아주 간단한 직면도 견뎌내지를 못하는 유리 멘탈들인지 supervisor가 supervisee 눈치를 보는 느낌 정도가 아니라 거의 우쭈쭈 하는 수준입니다. 이건 뭐 수련을 받을 게 아니라 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하나도 와 닿지 않고 생동감도 떨어집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런 예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산만하기만 하고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supervisee는 당연하고 supervisor에게도 자신있게 추천드릴 수 없는 책입니다. 읽는다고 나쁠 건 없지만 시간을 들여 굳이 읽어야 하나 싶은 정도입니다. 저라면 다시 안 읽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장하지 않고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어차피 절판되어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으니 궁금한 분들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제 책을 빌려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닫기
* 상담자는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기(예; 자기 개방, 간간히 웃거나 울기)와 치료적으로 존재하기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 균형은 쉽게 이해되거나 이루어지지 않는다.
* 수련생의 초기 훈련 과정에서는 역전이가 치료작 관계를 위협하지 않는다면 기술적 어려움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 수퍼비전의 첫 과제는 역할 모호와 역할 갈등의 지표를 식별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기대를 명확하게 언급함으로 역할 모호는 효율적으로 수정되어질 수 있지만 역할 갈등은 좀 더 지속적인 주의를 필요로 한다. 역할 모호의 지표는 수련생이 수퍼비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혹은 수퍼비전에서 기대되는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질문할 때 가장 분명해진다. 역할 갈등은 불신을 암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수퍼비전 관계의 긴장감은 역할 모호보다는 역할 갈등을 암시한다.
* 역할 갈등 사건의 과업 환경은 최소한 1) 감정 탐색하기와 2) 수퍼비전 동맹에 초점 맞추기의 두 단계로 진행된다.
* 수련생의 기대에 관한 한 연구(Friedlander & Snyder, 1983)에서 고급 수련생뿐만 아니라, 초보 수련생도 자신의 수퍼바이저가 '매력적인 지지자'라기보다는 '평가 전문가'처럼 행동하기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자로서 자기 효능감이 강한 수련생일수록 수퍼바이저가 믿음직스럽고, 지지적인 전문가여야 한다고 기대했고, 수퍼비전이 자신과 내담자의 향상을 도모한다고 기대했다.
* 역전이의 한 종류로 주제 방해(theme interference)가 있다. 주제 방해는 상담자가 내담자와 비슷한 사람과의 개인적인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하여 내담자에 대한 객관성을 잃을 때 일어난다.
* 수퍼비전은 상담자의 외상 혹은, 발달 경험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내적 딜레마나 발달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 관계 내 긴장의 원인에 분명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오해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첫 걸음이다.
* 자신을 구원자로 간주하고 내담자에게 구원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수련생은 내담자가 이 구원자 환상에 동조하지 않으면 쉽게 자신감을 잃는다.
* 덜 숙련되고 경험이 적은 수련생에게는 정보와 뚜렷한 피드백, 기술에 근거한 개입을 제공하는 과제 지향적 수퍼비전 스타일이 적절하다. 반면 숙련된 수련생은 평행 과정과 역전이에 포함된 의미를 이해하면서 평행 과정과 역전이에 다양한 관점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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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상담자가 상담을 하면서 한번쯤은 경험하게 되는 위기는 '내가 과연 내담자를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인가'와 관련된 무력감입니다.
어떤 이유로 상담에 입문하게 되었든 간에 결국은 내담자를 돕고자 하는 이타성이나 소명 의식이 없다면 상담일을 계속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을 하는 상담자는 누구든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합니다.
임상이든, 상담이든 간에 수련 과정이 너무나 길고 혹독하며 도제식 교육 과정인지라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많은 임상가들이 자존감이 한껏 낮아진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수련 과정 자체를 대대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길은 요원하고 가능할 지의 여부도 매우 불투명합니다(아마 안 될 겁니다). 따라서 상담자들은 각자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도록 자신을 잘 추스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supervision을 하면서 만난 수많은 supervisee 선생님 중에 자신감이 지나쳐 교만하게 느껴지는 분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슬픕니다. 하나같이 자신감이 부족하고, supervisor가 틀렸을 수 있다는 가정조차 하지 못하더군요. 심하게는 저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분도 봤지만 아무리 객관적인 피드백을 해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게 몸에 밴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력감을 극복하는 게 현장 임상가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늘 이 이야기를 하려했던 것은 아니고요. 반대로 무력감이 전능감과 맞닿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무력감과 전능감은 양 극단에 위치한 반대의 개념처럼 보이지만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샴 쌍둥이 같은 존재입니다. 같은 존재의 다른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죠.
'나는 이 내담자를 도울 능력이 도무지 없다'는 생각의 이면에는 '나는 이 내담자를 구원할 것이다'는 전능감이 깔려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전능감이 좌절되니 더욱 심한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나는 내가 가진 능력과 소명의식으로 최선을 다해 내담자를 돕겠다는 수준에서 일한다면, '내가 이 내담자를 구원하고 말 것이다'라는 강박적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더 넓은 조망 하에서 내담자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고 더 많은 자원을 동원하여 결과적으로는 내담자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내담자를 구원하기 위해 임상, 상담을 전공한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저처럼 단순히 심리학이 재미있어서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 심리학이 고마워서건,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건 간에 구원자의 역할을 포기해야만, 전능자의 신화에서 벗어나야만 우리와 내담자 모두를 진정으로 도울 방법을 찾게 될 겁니다.
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구원자의 환상을 깨면서부터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더군요. 그러니 이 글을 읽은 선생님들은 최소한 전능감과 무력감 사이의 어디에선가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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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번역자인 권정옥 선생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게 2011년 6월 10일이니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참 세월이 빠릅니다(눈물 닦고~). 그동안은 바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EMDR에 관심이 없기도 했고 하드커버에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보니 마음 잡고 읽어야 하는데 그럴 겨를이 없어서 지금까지 미루었던 이유도 있습니다.
EMDR을 공부하려면 무엇보다 창시자인 Francine Shapiro가 쓴 책을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요.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북 디자인 신경 안 쓰기로 학지사를 능가하는 시그마프레스에서 나온 책인만큼 정말 독서의욕을 떨어지게 만드는 비쥬얼인데다 제목도 Shapiro의 원전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여 '안구운동 둔감화 재처리법'으로 붙여 놨기 때문에 독서를 결정하기까지 진입 장벽이 아주 높은 책입니다.
하지만 일단 내용을 보면 반전인게 전혀 딱딱하지 않고 쉽게 술술 읽히는데다 단순히 EMDR 이론을 소개한 딱딱한 전공서가 아닙니다. 이는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는데,
1장. 배경
2장. 정보처리 조정과정
3장. EMDR 치료의 구성요소와 기본효과
4장. 단계1(내담자 개인사)
5장. 단계2와 3(준비와 진단)
6장. 단계4에서 7까지(둔감화, 심기, 신체 스캔, 마무리)
7장. 재경험 반응과 차단된 진행 다루기
8장. 단계8 : 재평가와 EMDR 표준 세 갈래 프로토콜의 사용
9장. 특별상황 프로토콜과 진행절차과정
10장. 인지 짜 넣기(진행이 어려운 내담자를 위한 적극개입전략)
11장. 특정 인구
12장. 이론, 연구, 임상적 의의
이 책 한 권만 읽고 그 다음에는 수련을 위한 본격적인 과정에 들어가도 좋을 정도로 아주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제가 우려했던 이론적 논쟁, 연구 결과들과 같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내용은 맨 마지막 장인 12장에 몰아두었기 때문에 관심이 없으면 12장만 skip하면 됩니다.
EMDR은 그냥 치료자의 손가락 지시에 따라 내담자가 눈을 좌우, 위아래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억압된 기억과 정서를 재처리하는 기술이라고만 단순히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EMDR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오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술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과정과 절차, 주의 사항은 그 어떤 치료기법보다 내담자를 보호하려는 의지 면에서 철저하더군요. 그 철저함에 살짝 감명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EMDR을 배울 생각이 없는 분들도 한번쯤 읽어두면 좋은 책이고 EMDR에 본격적으로 입문하시려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만약 제가 EMDR을 배운다면 저는 다른 책은 그만 읽고 이 책을 읽은 뒤 곧바로 전문가 워크샵을 들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습니다.
처음에는 '월든지기가 흥미롭게 읽은 구절들'도 정리하려고 했는데 밑줄 친 부분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정리를 다 못하겠더라고요. 어쨌든 임상, 상담 전공자들은 한번 쯤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만큼 좋습니다.
덧. 이 책은 소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참고할 예정이라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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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더 이상 상담을 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는 2018년 6월에 사표를 던져 5,435일 동안 상담자로 살았던 삶에 종지부를 찍고 인생 season 2를 시작한 이후로 상담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관련 포스팅 :
'인생 Season 2를 시작합니다')
그건 제가 상담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어리석게도 상담에 뛰어든 지 15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담을 계속한다 해도 뛰어난 상담자가 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전혀 들지 않아서 입니다.
저는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갖고 있지만 수련 과정에서 제대로 된 상담과 심리치료에 대한 교육과 supervision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다른 포스팅에서 여러 차례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15년의 제 상담 경력은 그야말로 길거리 싸움과 다를 바 없는, 멘땅에 헤딩하는 무모한 시도와 공부와 고민으로 쌓아올린 겁니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무모하기 그지없는 짓거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건축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 눈 짐작으로 지은 집이 특이함으로 입소문을 타서 유명해진 것이나 요리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대충 넣어서 뭔가를 만들었는데 그야말로 우연히 기가 막힌 맛이 나서 맛집이 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상담 및 심리치료 수련을 받아본 적이 없는 제가 도박 중독과 관련하여 책까지 냈으니까요.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그 문외한이 수공구로 자신의 한 몸을 누일 오두막을 지을 수는 있지만 고층 아파트는 건설할 수 없는 것이죠. 건축 공학에 대한 기본이 없으니까요. 그 기가 막힌 맛집이 프렌차이즈 매장을 내는 순간 그 맛의 균일함을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죠. 재료의 성질과 요리에 대한 기본이 없으니까요. 정확하게는 기본기가 없는 것이고 이 포스팅의 제목인 '격(格)'이 없기 때문입니다. 파격도 결국은 격이 있어야만 가능한 겁니다. 아무리 그럴싸하게 보여도 격이 없으면 잔재주는 어디까지나 잔재주일 뿐이죠.
게다가 건축 문외한이 지은 집이 무너지면 자기나 깔려 죽을 것이고, 요리 문외한이 만든 음식이 상하면 자신이나 식중독에 걸리고 말겠지만 상담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상담은 상담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담자 하나만 믿고 자신의 가장 깊은 마음 속 어려움을 꺼낸 내담자를 두 번 죽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건 단순히 자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수련을 받고 상담을 한다는 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전문화된 수영 및 구조 기술을 갖추느냐의 문제입니다. 자신만 물에 떠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수영을 못하는 사람까지 구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상담을 하고자 하는 분은 우선 자신이 상담을 받아야 하는 사람인데 상담자가 되고 싶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상담이 자신의 기질과 성격에 맞는지 분석해 본 후, 그 다음에 제대로 된 '격'을 갖추기 바랍니다. 제대로 된 교육과 수련을 통해서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리 현란해 보이는 언변과 말기술로 유명해져도 그건 상담이 아닙니다. 그냥 말장난이자 사람의 마음으로 장난치는 사기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실을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러니 적당한 선에서 멈추세요.
덧. 그러면 상담자도 아닌 니가 왜 상담 supervision을 하고 있냐고 물으실 수 있는데 제 잔기술은 정통 훈련을 받은 상담자에게는 도움이 되거든요. 그야말로 파격까지 배우고 싶은 고수에게 필요한 비법 소스라고 할 수 있죠. 그 소스를 언제까지 팔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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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상담 기관들이 새해 기념으로, 신학기 맞이로 잠재적 내담자에게 기관 홍보 차원에서 심리검사 '프로모션'을 진행하곤 합니다. 플랭카드를 걸기도 하고 X배너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기관 홈페이지나 SNS를 이용한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리 서비스에 대해 잘 모르는 수요층에게 홍보를 하는 것 자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찾아온 방문자가 원하는 심리검사를 아무런 제약없이 그대로 실시하는 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심리검사의 선택권을 수검자에게 그대로 넘기는 것인데 이는 전문가의 직무 유기일 뿐 아니라 자칫하면 수검자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치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심심해서 치과를 방문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겉으로 드러난 목적이 상담이든 심리검사이든 간에 상담 기관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어떤 심리적 불편함이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니 왜 심리검사를 받으려 하는지를 충분한 면담을 통해 탐색해야 하고 그러한 면담 결과에 따라 가설을 세운 뒤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검사 도구를 선택해 제안하는 게 임상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냥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했다고 보고한다 하더라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시점과 경위, 최근 스트레스 상황에 따라 성격 장애부터 가면 우울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충분한 탐색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하는 검사는 수검자에게 이차 가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억압하고 있는 수검자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로르샤하 검사나 TAT 같은 투사 검사를 받게 된다면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상처를 깊게 후벼파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요.
임상가는 소비자가 골라온 물건의 바코드를 찍어 물건값을 받기만 하면 되는 편의점이나 마트의 계산대 직원이 아닙니다. 심리검사가 음료수나 과자 같은 물건도 아니고요. 오히려 전동 체인톱이나 화약처럼 적절한 용도와 사용 기술 유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도구입니다.
정해진 프로모션 기간 동안에 최대한 많이 검사해서 실적을 올려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검사를 요청하는 모든 방문자는 내가 상담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잠재적 내담자라는 마인드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러니 심리검사 선택권을 수검자에게 넘기지 말고 수검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도구를 조언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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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니 강의에서는 임상 심리학자에게는 애증의 대상이며 상담 심리학자에게는 언젠가 넘어야 할 산이지만 부담 백배의 심리검사 도구인 로르샤하를 함께 공부합니다.
64회에 이를 때까지 로르샤하는 미니 강의에서 단 한 번도 다룬 적이 없습니다. 그동안 외부 강의를 몇 차례 했었고 group supervision 초반에 사례가 없을 때 supervisee 선생님들의 부탁을 받고 로르샤하 강의로 대체한 적이 한 두 번 있을 뿐이죠. 그러니까 이번 강의가 로르샤하를 다루는 첫 미니 강의입니다.
그동안 제가 로르샤하를 미니 강의에서 다루지 않은 이유는 별 거 없습니다.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용두사미가 될 위험성 때문이었습니다. 로르샤하 공부를 완결하려면 구조적 요약까지 건드려야 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다 무엇보다 제가 구조적 요약을 잘 사용하지 않으니('로샤 검사의 해석 시 Structural Summary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 포스팅 참조) 자신이 사용하지도 않는 방법을 가르치는 건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로르샤하 공부를 시작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일단 첫 발이라도 뗄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로르샤하의 이해 기초편 강의를 개설하려고 합니다. 특히 구조적 요약을 제대로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실시와 채점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겠습니다.
이 강의를 추천하는 대상은 언젠가 로르샤하를 정복할 욕심을 내는 상담 전공자이며 임상 전공자들은 굳이 들으실 필요 없습니다(수강을 막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로르샤하의 이해(기초편)
* 다루게 될 구체적인 내용
: 로르샤하의 개관, 역사, 실시, 채점, 해석
-> 특히 가장 중요한 실시, 채점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
* 일시 : 2021년 6월 20일(일) 13:00~18:00(5시간)
-> 전날인 6월 19일(토) 자정에 예약이 마감되고 접속 코드와 강의안이 발송됩니다. 자정 이후에는 예약을 하실 수 없으며 입금하셔도 환불되고 참석하실 수 없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장소 : 구글 Meet을 이용한 화상 강의
-> 구글 Meet 사용법에 대해서는 별도로 안내 메일 드리겠습니다. gmail 계정이 없어도 됩니다.
* 인원 : 최소 10인 이상
-> 선착순 제한 없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최소 인원인 10명만 넘어가면 강의 확정입니다. 확정되었습니다!
마감되었습니다!!
* 비용 : 1인 당 5만 원-> 제 계좌번호를 알고 있다고 미리 입금하지 마세요. 신청 확인 메일을 받으신 뒤 입금하시기 바랍니다.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환불해 드려야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강의 전에 미리 불참 통보를 하지 않으면 환불, 이월이 안 됩니다. 유의하세요!
* 특징 : 예약 취소 시점과 상관 없이 무조건 100% 환불, 정원 미달 시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 앞으로는 예약 취소 페널티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언제든 자유롭게 취소하실 수 있지만 선 입금하셔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절차를 피하기 위해 가능하면 꼭 들으실 분들만 신청하시면 좋겠습니다.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로르샤하를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 임상, 상담심리학회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필) : 다른 산하 학회 불인정
2. 한국 임상, 상담심리학회 수련생(온라인 수련 시스템 캡쳐 필) : 다른 산하 학회 불인정
3.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전문상담교사(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필)
: 다른 모든 자격 불인정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walden3.kr)
-> 화상 강의를 위한 이메일 계정은 walden3@gmail.com이 아니니 혼동하시면 안 됩니다.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필)
-> 제게 supervision을 받고 있거나 받은 적이 있다고 해도 매번 알려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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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받으려는 많은 내담자들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별 일도 아닌 이런 정도의 일로 상담 씩이나 받아도 되나'입니다.
그런데 그런 내담자일수록 보고하는 내용을 들었을 때 상담자가 느끼는 건 '대체 이렇게 힘든 데 어떻게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대체 이런 gap은 어떻게 생기는걸까요.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도움을 받는 것이 주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용기를 요구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도움을 주는 것은 능력과 이타성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도움을 받는 건 역의존성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상담자가 내담자를 돕는 건 공부와 수련을 바탕으로 형성된 전문성과 조금의 소명 의식만 있으면 되지만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는 자신의 상처와 치부를 생판 남에게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담을 받을 일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상담을 받는 내담자들은 정말 용기 있는 분들입니다.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게 뭔 용기까지 필요하냐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건 지금 받은 도움을 당연히 언젠가 돌려줄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니)과 내가 도움을 청하면 당연히 받을 수 있다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형성한 건강한 분들(물론 탐욕으로 똘똘 뭉친 이기주의자들은 예외입니다만)에게나 가능한 일입니다.
많은 내담자들이 역의존성(conter-dependence)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역의존성은 간단히 말해서 남에게 아주 간단한 것도 의존하고 도움을 구하지 못하는 것인데 그 이면에는 형편없는 자아상과 바닥을 친 자존감이 깔려 있습니다. 역의존성은 '나는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핵심 신념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기대했던 애정을 받지 못하게 되면 생기기 쉽구요.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지만 사랑을 받지 못했을 때 받은 상처 때문에 역의존성이 생기고, 상처를 치유해야 하지만 역의존성 때문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그래서 상처가 덧나서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됩니다.
그러니 상담자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건 자신의 역의존성을 넘어설 용기를 냈다는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엄청 대단한 겁니다. 그 상담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런 용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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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 주 업무인 임상가들에게 심리평가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너무나 욕심나는 것이라서 오늘 소개하는 책처럼 심리검사 사례집을 보고 공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은 그야말로 양날의 검이라서 좋은 책이라면 소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아니라면 아니 배운 것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심리평가와 관련된 사례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formulation의 정확성입니다. 저는 이걸 두 가지 관점에서 보는데 하나는 병리적인 문제가 있는 수검자의 경우 변별 진단이 얼마나 정확하냐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의 원인과 개입 방안에 대한 정확성이 얼마나 뛰어나냐입니다.
이 책은 후자의 경우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나 전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심리평가 사례집이 갖고 있는 약점을 똑같이 갖고 있습니다. 저자의 약력을 보면 세 분 모두 교육심리학과 재활심리학을 전공한 교수입니다. 정신병리학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서인지 각 사례의 구분을 수검자의 배경 정보와 주 호소에 따라 끼워맞춘 듯 보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례가 중학생 이하의 어린 아동들이라서인지 모르겠지만 지능 검사, 그림 검사, 문장완성검사 위주이고 거기에 사회성숙도 검사나 주 양육자가 실시한 KPI-C로 보완한 정도입니다.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한 사례가 하나도 없고 MMPI-2는 주 양육자에게만 실시했는데 그마저도 해석이 대부분 틀렸습니다. 모르긴 해도 병원이 아닌 상담 장면에서 주로 사용하는 검사 도구 위주로 실시한 사례를 엮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진단을 고려하지 않고 검사 결과의 해석만 보면 꽤나 정확하고 특히 그림 검사의 해석이 아주 괜찮은 편입니다. 지능 검사, 부모 MMPI-2, KPI-C처럼 구조화된 검사의 해석은 사례 정보에 끼워맞춰 해석한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그냥 익숙한 투사 검사 해석에 기반한 formulation에 입각해 사례집을 만들었으면 훨씬 좋았을 뻔 했는데 괜히 진단 별로 나누고 잘 모르는 구조화된 검사 결과까지 욕심내다가 망한 책입니다.
제가
'사례로 읽는 임상심리학(2003)' 포스팅에서도 정색하고 지적한 것처럼 진단 별로 사례를 엮으면 독자가 그 진단에 걸맞는 심리평가 결과를 기대하기 때문에 절대로 진단이 틀리면 안 되듯이 이 책의 사례들도 진단이 거의 다 틀렸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신다면 진단을 고려하지 말고 그림 검사 등의 투사법 검사 결과에 기반한 formulation, 그리고 치료적 제언만 참고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덧. 제가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상담을 주로 하는 선생님들일수록 정신병리학 공부를 더욱 더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이걸 게을리하시면 틀린 진단으로 인해 엉뚱한 개입을 하실 수 있고 결국 내담자에게 큰 해를 끼치게 되니까요.
덧. 이 책은 국민 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이니 굳이 보실 분들은 국민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바랍니다. 현재 품절된 책이라서 구매를 하려고 해도 새 책은 구매가 불가능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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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르샤하는 임상가에게 가히 애증의 대명사라고 알 수 있습니다. 임상 전공자에게는 매력있지만 그만큼 토 나오는 검사이고 상담 전공자에게는 욕심나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만큼 도전을 주저하게 만드는 도구이죠.
그런데 순서를 좀 바꿔야겠습니다.
작년에 나온 이 책은 '임상심리 수련생을 위한 종합심리평가 보고서 작성법' 시리즈로 유명한 성태훈 선생님이 쓰셨습니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1장. 해석을 위한 준비
2장. 검사 실시
3장. 각 기호의 채점
4장. 로르샤하의 특징과 해석 방법
5장. 로르샤하에서의 투사와 각 카드의 의미
6장. 구조변인의 해석
7장. 기타 해석 방법
보시는 것처럼 '종합체계 워크북'과 '로르샤하 해석의 원리' 내용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이걸 한 권에 모두 담았습니다. 그것도 우리나라 현장에 맞춘 찰떡같은 예시를 통해서요.
제가 미니 강의, 특히 심리검사와 관련된 강의를 할 때마다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외국의 번역서나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신뢰하면 안 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달리 적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로르샤하도 그렇죠. 실시 방법과 채점, 해석에 이르기까지 융통성이 필요한 구석이 꽤 됩니다.
성태훈 선생님이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임상가들에게 유용한 꿀팁과 놓치기 쉬운 포인트까지 잘 정리해 놓으셨네요.
로르샤하 입문자는 이 책부터 먼저 읽고 로르샤하 시리즈 3권을 읽은 뒤 다시 이 책으로 총정리를 하는 순서로 공부하시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저는 이 책의 내용조차도 100% 동의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출판된 로르샤하 관련 서적 중 제가 알고 있는 것과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책이라 로르샤하에 도전할 분들께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제가 소장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참고할 예정이라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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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이렇게 썼지만 당연히 약물 치료는 상담자의 일이 아니죠. 약물 치료는 의료법 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의 고유 권한입니다. 설마 약물 처방이 상담자의 일이라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은 안 계시겠죠?
저는 항상 내담자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상담자가 알아야 할 일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상담도, 심리평가도, 약물 치료와 관련된 정보도, 내담자의 신체적 건강 상태도 모두 상담자가 알고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자신의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면 심리평가는 임상 심리학자의 일이고, 약물 치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일이고, 내담자의 학업/직업은 코칭 심리학자나 직업 상담자의 일이니 나는 그저 상담만 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게 되고 그런 자세로 임하는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내담자가 치유될 리 만무하고요.
이 중에서 약물 치료에 대해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통제 불가능한 변인이다.
: 내담자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 요소 중에서 약물은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내담자가 약물을 복용하면 내담자의 의지나 동기와 상관없이 신체 기전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에 약물을 계속 복용할 것이냐 중단할 것이냐만 결정할 수 있고 이러한 결정을 현명하게 내리기 위해서는 어떤 약물을, 얼마나 복용하고 있으며 부작용은 어떠하고 이것이 진단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 내담자와 상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내담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 우울 장애 하나만 해도 처방할 수 있는 약물의 종류가 굉장히 많고 다른 약물과 조합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방식으로 처방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약물마다 기전이 다르고 부작용이 다르고, 내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각양각색입니다. 반응이 좋다면 dramatic하게 좋아질 수도 있고 반대로 원래 완화시키려고 의도했던 증상보다 부작용이 커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심리평가를 진행한다면 약물이 미치는 영향까지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많아집니다.
셋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꼼꼼히 챙기기 어렵다
: 이는 의사의 문제라기보다는 현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현재의 의료계는 아무리 사명감이 투철한 의사 선생님이라고 해도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재진 기준으로 10분 이상 시간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내 내담자만 1시간 씩 꼼꼼히 진료하고 약물에 대해서도 충분히 점검하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상담자가 약물과 관련된 문제를 어느 정도 커버해 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소한 이미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내담자라면 처방전을 복사해서 가져오라고 해야 합니다. 자신이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상세히 아는 내담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처방전을 직접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이 때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는 약종(어떤 약인지)과 복용량입니다. 약의 이름을 검색 엔진을 통해 검색해 보면 주로 어떤 장애에 처방하는 약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약을 처방한 전문의가 내 내담자의 문제를 뭘로 보고 있는 지 짐작할 수 있고 각 약물의 최대 복용량과 권장 복용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보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파악하고 나면 이를 고려하여 심리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내담자를 통해 담당 전문의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좀 더 내담자의 현 상태에 맞는 맞춤형 약물 치료가 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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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담 관련 교재를 보더라도 내담자를 상담자에게 의존하게 해도 상관없다고 기술한 대목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중립성을 위반하는 행위니까요. 어디까지나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수평 관계에서 진행되어야 하고 상담자는 이러한 수평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자의 의도나 노력과 상관없이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진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이러한 기울기를 알아차려야 하며 이에 따라 상담의 방향을 재빨리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는 아래와 같습니다.
TCI에는 LML, LHL, LHM, LHH 성격 유형이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낮은 자율성을 보완하기 위해 정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연대감을 과도하게 발달시켰다는 겁니다.
이 네 가지 중 하나의 성격 유형으로 발달한 내담자는 자율성이 너무 낮기 때문에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의지할 대상이 필요하고 그런 대상이 있었다면 상담에 오지 않았을 거라서 당연히 상담자가 자신의 의지 대상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때 상담자가 중립을 고수하겠다고 내담자의 의존 욕구를 좌절시키면 상담 자체가 종결됩니다. 자율성이 너무 낮아 의존 욕구의 좌절을 견딜 수 있는 상태가 아니므로 곧바로 다른 의존 대상을 찾아 떠나버리니까요.
그래서 상담자는 초기에 이 성격 유형들 각각에 대해 모방, 의존, 복종, 숭배할 수 있는 대상의 역할을 일시적으로나마 수행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관계를 영속해서 끌고 나가는 건 아니고 라포가 형성되어 내담자가 안전 공간임을 느끼고 안정화되면 그 속에서 서서히 자율성을 증진시켜 상담자에게 '건강한 반항'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고무시켜야 합니다.
원래는 부모가 했었어야 할 역할을 상담자가 대리모, 대리부의 역할로 대행하여 진행하는 것이죠. 애착 외상을 입었든, 기질 수용적이지 못한 성장 환경에서 자랐든, 이유야 어쨌든 많은 내담자들이 자율성 발달이 멈춘 상태에서 상담을 받으러 오고 그런 이들은 재애착, 재양육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의존하는 걸 무조건 터부시하는 치료적 관행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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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좋은 상담자보다 유능한 상담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 포스팅과 일맥상통하는 말씀을 또 한번 드리려고 합니다. 위 포스팅에서 저는 내담자가 상처받는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상담자는 결과적으로 내담자를 도울 수 없게 되니 그에 따르기 마련인 불안과 고통을 감수하기 위해 애쓰라고 조언 드린 바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상담을 내담자와 함께 추는 춤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상담자도 있습니다. 내담자와 호흡을 맞춰가며 합을 이루어 조화로운 춤사위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걸 상담이라고 착각하는 겁니다. 저는 이걸 내담자가 상처받는 상황을 피하려고 애쓰는 상담자와 샴 쌍둥이 같은거라고 생각하는데 결국은 둘 다 상담의 고통을 피하려는 겁니다.
내담자가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상담자는 그러한 고통에 공감해 내담자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가끔은 손을 잡아 주거나 해서 용기를 주고 내담자가 그러한 배려에 고마운 마음을 느끼면 눈물을 멈추고 표정이 편안해지는 그런 영화 같은 장면이 상담이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같은 상담을 하고 싶겠지요.
하지만 아닙니다. 진짜 상담은 춤이 아니라 권투 경기에 가까운 겁니다. 일단 링에 올랐다면 원치 않더라도 마주 선 내담자에게 스트레이트 강펀치를 날려서 얼굴을 뭉개놔야 하고 때로는 내담자가 날린 카운터 펀치에 폐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껴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버텨내 경기를 끝까지 꾸역꾸역 끌고 가야 하는, 그런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는 치열한 전쟁터죠. 아무리 뛰어난 supervisor가 코치처럼 링 밖에서 도움을 준다고 해도 결국 경기를 하는 건 상담자입니다. 아무도 대신 싸워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내담자에게 상처주는 걸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내담자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거나, 혹은 누군가 자기 대신 링 위에 오르기를 기대하는 상담자는 상담을 하면 안 됩니다. 춤은 다른 곳에 가서 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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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의 TCI 유형 중 가장 흔한 건 LHL, MHL입니다. 모두 위험회피가 높은 기질 유형이죠.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내담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안전감'입니다. 보통은 그 안전감이 위협받은 결과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내담자를 만나는 상담자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건 상담 회기 중 안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물리적, 정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겁니다.
자 그러면 내담자가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느낀 이후(대개 라포가 형성된 이후가 되겠지요)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물론 내담자의 핵심 문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상담 목표가 달라질 겁니다.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와, 정신병리적인 문제가 심각한 내담자는 접근법과 과정이 다를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여러가지 다른 문제를 가진 내담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상담 목표는 없을까요? 그것도 회기 제한의 압박을 받는 상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상담 목표요. 제 경험 상으로는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안전감 유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인생의 목표를 설정(goal setting)하는 겁니다.
인생 목표가 없는 내담자일수록, 있더라도 그 목표가 구체성이 떨어질수록 고통감이 더 큽니다. TCI에서는 인생 목표가 있냐 없냐, 있으면 얼마나 구체적이냐를 평가하는 차원이 바로 '목적의식'입니다. 동일한 수준의 자율성 점수를 보이는 내담자를 비교해 보면 '목적의식' 하위차원이 유독 낮은 위험회피기질 소유자들이 MMPI-2/A에서 임상 척도 점수가 높게 치솟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건 단순히 자율성 미발달로 인해 위험회피기질을 조절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목표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이 고통을 해결한다고 뭐 달라지겠어? 어차피 갈 곳도 없는데' 같은 자포자기 심정이랄까요?
그럼 목표와 안전감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목표가 분명하고 구체적일수록 통제감을 갖기 쉽습니다. 자동차로 따지자면 어디로 가야 할 지가 분명하다면 그 다음에는 거기로 가는 길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어디에 급커브가 있는지, 어디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율성은 좀 낮더라도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느낌을 어느 정도는 가질 수 있고 자율성을 증진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자율성을 안전한 수준까지 상승시키고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 때는 자율성 중 목적의식 하위차원에만 집중해서 다루는 게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율성이 낮아 높은 위험회피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내담자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안전감을 느낀다는 건 차량의 고장 부위를 임시방편으로 고쳤다는 의미에 불과합니다. 운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완전하게 고치면 좋겠지만 정비공장에 입고된 상태가 아니므로 계속 운행하면서 문제가 지속되지 않는지 찬찬히 살펴봐야 하죠. 이제 필요한 건 자동차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운행하기 위한 목적지입니다. 목적지가 있어야 운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안전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인생의 목표 설정은 중요합니다.
어떻게 살고 싶으냐를 정해야만 어디로 가고 싶으냐가 결정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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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아빠가 더 좋아 엄마가 더 좋아'류의 답 없는 질문 같지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상담 라포와 검사 라포가 둘 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임상가는 아마 없을 겁니다. 하지만 심리평가를 주로 하는 임상 전공자가 상담 라포의 중요성을 실감하기 어려운 것처럼 상담을 주로 하는 상담 전공자는 검사 라포의 중요성을 실감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임상 전공자가 검사 라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냐 하면 그건 또 그렇지 않은 게 병원 현장의 특성 상 검사 실시 여부, 실시 시점, 검사 도구의 선택 등 심리평가와 관련하여 임상가에게 주어진 권한이 극히 제한적이라 의사의 진료 이후 예약된 심리평가를 schedule에 따라 '쳐 내기' 바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검사 라포를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담 전공자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회기를 쪼개 심리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담 라포에 집중하기에도 버거운 것이죠. 특히 비 자발적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아동/청소년 전문 기관의 임상가들이 이런 문제에 특별히 취약합니다.
그래서
'아동/청소년 대상의 심리검사 시 라포 형성 방법'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심리검사 절차에 대한 상세한 orientation(검사 도구의 소개, 검사 시간, 검사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정보의 종류, 개인 정보의 보호, 해석 상담 절차 등)과 함께 검사 거부권에 대한 안내까지 충실히 해야 합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 상담 라포의 경우는 현재 상담 현장이 아무리 단기 상담 위주로 재편되었다고 해도 그래도 10회기 이상의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초기에 라포 형성에 문제가 생겼어도 이를 만회할 시간적인 여유가 그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사 라포의 경우는 실패하는 경우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뿐더러 한번 검사 도구에 노출되고 나면 재검사 불가능(비용을 면제해도 시간과 에너지를 또 다시 들이는 걸 허용하는 수검자는 거의 없으니), 검사 노출에 의한 학습 효과 및 오염 때문에 어차피 재검사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검사 라포 형성에 실패하면 어렵게 실시한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데도 활용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상담 라포와 검사 라포는 둘 다 매우 중요하지만 라포 형성에 실패했을 때 입게 될 손해만으로 비교하면 상담 라포보다 검사 라포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게 훨씬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임상가들은 상담 라포보다 검사 라포를 맺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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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내담자군이 성 소수자인 특정 기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담자가 만나는 내담자들은 대개 '관계'와 관련된 문제를 가지고 옵니다.
그래서 '관계' 뿐 아니라 '일' 영역도 탐색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로 쓴 글도 있습니다.
그만큼 성 정체성 문제는 민감하기 때문에 상담자는 보통 상담 초기에 진행하는 심리평가 결과를 통해 이 문제를 의도치 않게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래에 링크한 글을 참고하세요.
심리평가 결과에서 성 정체성 문제가 시사되었다 해도 이 문제를 상담 issue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담자마다 생각이 다릅니다만 저는 해석 상담때만이라도 성 정체성 문제를 언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성 정체성이 워낙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고 내담자 입장에서는 상담에서 성 정체성 문제를 꺼내도 되는 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상담자가 먼저 open하여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는 신호를 내담자에게 주는 게 좋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심리평가 결과에서 성 정체성 문제가 드러나는데도 내담자에게 물어보는 걸 주저하는 이유는 본인의 역전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괜히 내담자가 꺼내지도 않은 민감한 주제를 언급하여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기 싫어서입니다.
하지만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겹치는 경우에는 반드시 상담자가 먼저 이 문제를 꺼내 다뤄야 합니다.
1. 다른 호소 없이 성 정체성 문제를 내담자가 주요 issue로 꺼내놓는 경우
2. 성격 미발달 문제가 없는 경우
1번의 경우는 이해하기 쉽습니다. 내담자가 다른 호소 없이 성 정체성 문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2번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성격 미발달 문제가 있는 경우, TCI 기준으로 LLM, LLL 성격 유형의 경우는 내면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아직 성 정체성에 대해 논할 단계가 아닙니다. 하지만 본인이 양성애자라든가 동성애자라든가 하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 때문에 초보 상담자가 이 문제를 다루다 정작 중요한 문제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면 아이가 어린 내담자가 동성애, 양성애를 이야기하는 경우는 본인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자신이 찾은 유일한 의지 대상이 동성애 또는 양성애자였을 가능성이 더 크거든요. 따라서 내담자 스스로 성 정체성 문제를 꺼내놓는다 해도 성격 미발달 문제가 없어야 진짜 성 정체성 문제를 다루어야 할 시점이라고 간주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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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을 밟고 있을 때는 쏟아지는 심리평가 케이스를 소화하는데만도 벅찼죠. 심리치료나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문가가 되고 병원 장면을 떠난 이후부터였습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선생님들에게는 필독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을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상담/심리치료 supervision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제가 늘상 말씀드리지만 저는 맨땅에 헤딩하면서 독학과 실전으로 상담과 심리치료를 익힌 길거리 파이터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전문가가 된 지 19년 차가 되는 올해가 되어서야 읽은 Gabbard의 명저인 이 책을 수련을 받던 중에 읽었다면 지금처럼 마음에 와 닿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담 수련을 받고 계신 분들이라면 실습을 하게 되는 대학원생들에게도 당연히 추천하겠지만 임상 수련을 받고 계신 분들은 대학원 때 읽으셔도 큰 감흥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뭐랄까요. 이 책은 상담을 준비하는 예비 상담자보다는 상담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초보 상담자에게 더 적절한 책 같거든요. 특히 저자도 서문에서 말했지만 이 책의 주안점은 성인 개인치료이니 만큼 성인 상담을 하는 상담자들이 읽으면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임상, 상담을 나누지 않고 성인 개인 상담을 하고 있는 초보 임상가라면 '상담면접의 기초'와 이 책, 두 권은 꼭 읽으시기 바랍니다. 상담을 하기 전에 미리 읽거나 저처럼 이미 나쁜 습관이 몸에 많이 밴 뒤에 읽지 마시고요.
1. 역동정신치료의 핵심 개념
2. 평가, 적응증, 정신역동의 도식화
3. 정신치료의 기본 요소
4. 치료적 중재
5. 치료 목표와 치료 행위
6. 저항 다루기
7. 역동정신치료 시 꿈과 판타지의 사용
8. 역전이의 발견과 작업
9. 훈습 과정과 종결
10. 지도감독의 이용
11. 장기 역동정신치료의 핵심 능력 평가
목차를 보면 아시겠지만 역동정신치료의 기본적인 개념에서 평가, 치료 목표와 행위, 저항, 역전이, 훈습, supervision에 이르기까지 역동정신치료를 익히는 데 꼭 필요한 모든 것을 300페이지 밖에 안 되는 얇은 책에 알차게 담았습니다.
제목이 역동정신치료라고 해서 선입견을 가질 필요 없습니다. 치료를 상담으로, 환자를 내담자로, 치료자를 상담자로 바꿔 읽으면 충실한 상담 실전서와 크게 다를 바 없거든요. 상담을 하고 계신 임상가라면 쉽게 이해되고 잘 읽힐 겁니다.
작년의 마지막 날에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2014)'라는 걸출한 책을 소개드렸는데 새해 벽두부터 또 다시 좋은 책을 소개할 수 있다니 왠지 올해는 좋은 전공 서적을 많이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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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동정신치료의 기본 원리
- 정신 활동의 상당 부분은 무의식적이다
- 유년기의 경험과 유전적 영향이 함께 모여 성인의 성격을 결정한다
- 치료자에 대한 환자의 전이가 환자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해 준다
- 치료자의 역전이는 환자가 타인에게서 무엇을 유발하게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 환자의 치료에 대한 저항이 치료의 주요 초점이 된다
- 증상과 행동은 여러 기능을 수행하며, 주로 복잡하고 무의식적인 힘에 의해 결정된다
- 역동정신치료사는 환자가 자신을 확실하고 유일무이한 존재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 치료자는 환자를 역동정신치료에 준비시키고 환자의 치료에 대한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해서, 환자가 과거의 경험이나 현재의 상황에서 자신의 어려움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성격에 기본적으로 다음 네 가지 요소가 있다고 본다(Gabbard, 2001)
- 생물학적인 요소인 기질(Temperament)
- 감정 상태와 연결되어 대인관계 속에서 표현되는 자신(Self)과 다른 사람(Others)에 대한 내적 표상(Internal Representation)
- 특징적인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
- 관련된 인지 양식(Cognitive Style)
* 방어기제의 위계
- 원시적 방어기제(Primitive Defenses)
: 분열, 투사적 동일시, 투사, 부인, 해리, 이상화, 행동화, 신체화, 퇴행, 분열성 환상
- 신경증적 방어기제(Neurotic Defenses)
: 내재화, 동일시, 전치, 이지화, 감정의 분리, 성애화, 반동 형성, 억압(repression), 취소
- 성숙한 방어기제(Mature Defenses)
: 유머, 억제(suppression), 금욕주의, 이타주의, 예견, 승화
* 역동정신치료에서는 환자로 하여금 전이 감정으로 말미암아 인식하는 치료자와 실제 치료자 자체의 구분을 가능하도록 해 주는 이런 '~인 척'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진단평가 과정에서도 사실과 인식 혹은 신념을 구분할 수 있는 환자의 능력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진짜로 당신을 미워하는건가요, 아니면 당신이 그렇다고 오해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라고 물어볼 수 있다.
* 경계침범과 경계위반
- 경계침범(boundary crossings)
: 그리 나쁘지 않고 도움이 될 때도 있음. 대체로 산발적이며 경미함. 치료 시 의논할 수 있음
- 경계위반(boundary violations)
: 착취적이며 대체로 반복적임. 막중하고 막심하여 치료자가 의논을 못하도록 함. 환자와 치료에 해가 됨
* 초심자들은 치료적 관계란 우정이나 가족관계, 로맨틱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치료비가 항상 상기시켜 준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무료로 하는 치료는 환자에게 '거저 얻은 것은 쓸모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 정신치료는 어느 정도 환자의 희생을 수반해야 한다. 만약 희생이 필요하지 않다면, 환자는 이 과정이 평생 지속되기를 원하게 되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칙을 역동정신치료자가 환자를 이해하는 데 있어 환자의 소망, 바람, 그리고 행동의 일정한 부분에 있어서도 비판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으로 보는 것은 비교적 타당한 견해일 것이다. 환자는 자신이 평가받고 있다고 느끼기보다는 이해받고 있다고 여길 때, 치료자에게 자신을 더 많이 열어 보이기 때문이다.
* 일반적인 원칙으로 전이에 대한 해석은 환자가 그것을 거의 알게 되었을 때까지 미루어야 한다. 시기적으로 너무 빨리 해석을 해 주면, 환자는 치료자가 말하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때로는 전이에 대한 해석을 미루는 것이 환자가 자신의 전이 감정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 회기의 수가 증가하면 전이는 강화되고, 그 전이의 해석이 핵심적인 치료 방법이 된다. 주 1회 미만의 빈도일 때는 회기 사이의 연속성이 방해받을 수 있고, 전이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장기 역동정신치료를 하기는 매우 어렵다.
* 전이가 치료에 저항으로 작용할 때에만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은 유용한 지침이다. 부정적 전이가 그 중 가장 확실한 예가 될 수 있다.
* 치료자는 전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치료자는 환자가 치료 밖의 여러 중요한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전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 역동정신치료의 기본 전제는 감정, 전이, 지각 등에 대해 일정 부분은 액면 그대로를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 있는 복잡한 양면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역동정신치료의 목표
1. 갈등의 해결 : 무의식의 갈등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이 만드는 증상을 해결하는 것
2. 진실 추구 : 스스로에 직면하고 그들이 되고자 하는 자기가 아닌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
3. 적절하게 자기대상을 구하는 능력 향상시키기 : 자기대상을 성숙하고 적절하게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
4. 자신의 내적 대상관계를 이해함으로써 대인관계를 개선시키기
: 자신과 타인의 내적인 표상이 어떻게 외부 사람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해시키는 것
5. 치료적 대화 안에서 의미찾기
: 이전에는 알지 못하고 모호하였던 의미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무의식의 의식화
6. 성찰 기능을 향상시키기
: 사람에 대한 자신의 내적 표상과 실제 외부 세상의 사람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더 나아가 타인의 내적 표상을 알 수 있고 자신의 것과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 시드니 스미스(1977)는 정신분석과 장기간의 역동정신치료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황금 판타지(golden fantasy)를 설명하였다. 이는 '완벽하고 축복받은 관계를 통해 개인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소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판타지의 주된 특징은 환자가 자신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줄 특별한 한 사람이 어디엔가는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환자는 완전한 돌봄을 받는다고 생각하기에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환자는 종종 판타지에 집요하게 집착하는데, 판타지를 잃게 되면 현실적인 절망 속에 허우적대며 삶의 의미를 잃은 것처럼 느낀다. 판타지가 규명되고 상세하게 기술할 수 있게 되면, 이는 장기간의 역동정신치료에서 주로 동반되는 애도 과정으로 이어진다.
* 투사적 동일시와 역전이 재연은 둘 다 비슷한 과정을 포함하지만 전자는 클라인(Klein) 학파와 대상관계이론에서 발생하였고 후자는 미국 자아심리학자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 투사적 동일시는 자신의 모습이나 자신 안에 존재하는 타인의 모습을 투사할 수 있다. 치료자가 환자가 투사한 환자 자신의 모습과 동일시할 때 '조화된 역전이(Racker, 1968)'라고 부르고 이러한 과정은 공감과 밀접하에 연관된다. 만약 치료자가 투사된 환자의 타인의 모습과 동일시하면 이는 '상보 역전이(Racker, 1968)'라 한다.
* 환자에게 치료자의 직접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환자와 딜레마를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 구원자 판타지에 대한 최선의 대처법은, 실제로 치료적인 경계를 벗어나기 전인 초기에 이를 깨닫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 환자의 바람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치료자가 가학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역전이 판타지가 생길 수 있고, 이 때문에 치료 한계의 설정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환상을 충족시켜 주는 것은 잘못된 희망을 심어 주어 결국은 환자에게 더 잔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훈습 과정과 치료 종결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자가 자신이 삶의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느냐는 것이다. 내 삶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 훈습 과정의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치료자의 관심이 1인칭 관점에서 3인칭 관점으로 변화하는 것이다(Goldberg, 1999). 심각한 환자들, 특히 경계선 수준 정도로만 성격의 통합이 이루어진 사람들에게 1인칭 관점에서 3인칭 관점으로의 변화는 정신화(mentalization)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산다는 것은 춤을 추는 것이라기보다는 레슬링을 하는 것과 더 유사하다고 하였으며, 이는 정신치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 치료자의 정확하고 유익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점차 악화되는 치료 상황을 부적 치료 반응(negative therapeutic reaction)이라고 한다. 최근의 정의에 의하면, 부적 치료 반응은 환자들이 치료자에게 도움을 받게 된 이후 더욱 악화되는 상황을 말한다. 복수와 관련된 판타지들이 종종 부적 치료 반응의 핵심이 된다(Gabbard, 2000).
* 치료자가 치료자 자신의 역전이 소망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다면, 환자를 변화시키려는 지나친 노력으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환자의 조망을 변화시킨다는 점을 알게 된다. 병이 낫는 것을 거부해도 치료자가 쉽게 압도되지 않는다는 점을 환자가 깨달으면, 더 이상은 치료자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재미를 추구하지 않게 된다. 그 대신 환자는 관점을 안으로 돌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과연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성찰해 보게 된다.
* 환자가 치료를 종결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핵심적인 요소는, 환자가 충분히 치료 과정을 내재화하여 치료자가 제시한 하고 및 감정의 처리 과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치료 시간에 배웠던 것들을 치료 시간 밖의 생활 속에서 적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는 치료가 더 필요할 것이다.
덧. 이 책은 소장하고 틈틈이 참고할 예정이므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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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를 계속해서 만나게 되고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하면서도 숱하게 보게 되면서 대상관계치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말씀을 이전에도 여러 차례 드린 바 있습니다.
공부가 될 만한 좋은 책을 계속 찾아왔고요.
하지만 결국 찾고야 말았습니다!!
캐나다에서 practice를 하는 정신과 의사인 Allan G. Frankland가 쓴 이 책은 그야말로 현장에서 일하지만 대상관계치료에는 생초보인 임상가들이 참고하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 수련 중인 임상가나 임상/상담 대학원생이 보기에도 좋고요.
역자인 김진숙 선생님이 역자 서문에서도 말씀하셨듯이 치료 분야의 대선배가 상담 실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왕초보 후배들에게 대상관계이론의 관점을 적용하여 내담자를 이해하고 상담을 진행하는 법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친절하게 알려주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정신과 의사라서 그런지 내담자가 아닌 환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별로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좋아요.
하드커버이기는 하지만 참고문헌을 제외하면 200페이지에 불과한 얇은 책인데도 다루는 내용은 꽤나 방대하고 상세합니다. 목차를 보면,
1장. 도대체 대상관계란 무엇입니까?
2장. 큰 그림
3장. 평가와 사례공식화
4장. 환자 선택: 수잔 사례
5장. 치료 계약
6장. 규칙과 경계의 가치
7장. 첫 회기 시작하기
8장. 의미의 네 가지 수준
9장. 개입 방법
10장. 투사적 동일시
11장. 불안과 편집-분열 자리
12장. 치료에서 침묵과 지루함
13장. 치료에서 일어나는 갈구함
14장. 보상기전상실의 가능성 다루기
15장. 구조와 그것의 치료적 활용
16장. 치료자에 대한 언어적 공격
17장. 심리치료에서 슬픔
18장. 성애적 전이와 역전이
19장. 치료에서 조언하기
20장. 자기노출
21장. 치료에서 선물
22장. 종합편: 한 회기 예시
23장. 치료에서 진전이란 무엇입니까?
24장. 종결과 치료를 끝내는 여러 다른 양상
25장. 대상관계 개념과 인지치료
26장. 대상관계 개념과 일반적인 추수치료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나 많은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각 장의 분량이 굉장히 적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니까 부담없이 짜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읽기에도 좋고, 스터디를 하기에도 좋은 책이라는 말이죠.
그러면서도 일반적인 심리치료를 하는 임상가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대부분의 내용을 빠짐없이 다루고 있으며 그걸 대상관계이론과 접목하여, 거기에 '수잔'이라는 가상의 사례에 적용하여 굉장히 생생하게, 그러면서도 아주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심리치료나 상담과 관련하여 꽤 많은 실전 서적을 읽었지만 이 책처럼 분량의 부담이 없고 필요한 부분을 꼼꼼하게 다루면서도 쉽게 읽히는 책을 본 적이 없습니다. 대상관계치료와 관련하여 최고의 책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대상관계이론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상담자라고 할지라도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볼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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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관계는 정신역동 심리치료(psychodynamic psychoterapy)의 네 가지 주요 이론적 모델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 세 개 모델은 자기 심리학(self psychology), 자아 심리학(ego psychology), 그리고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입니다.
* 대상관계 치료는 치료관계의 지금-여기에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환자가 자신과 타인을 '전부 다 좋게' 또는 '전부 다 나쁘게' 보는 경향은 환자의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에 심각한 왜곡이 있음을 나타냅니다. 대상관계 치료의 특별한 강점 중 하나는 이런 환자들이 자신과 타인에 대해 좀 더 균형 잡힌 시각, 즉 좋은 면과 나쁜 면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음을 표상하는 시각을 형성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 HORSE 면담접근법
- Hear(듣기) : 환자가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중요한 주제는 무엇인가
- Observe(관찰하기) : 환자의 바디 랭귀지 등 비언어적 요소가 내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 React(반응하기) : 환자에 대한 내 정서적 반응은 내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 Synthesize(종합하기) : 환자의 문제를 나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 Execute(실행하기) : 면담 계획을 실행하기
* 우리는 주로 대상관계 관점에서 심리치료를 수행하는 접근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의 대인관계 이력(history of relationship)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즉, 이 환자가 관계를 시작하거나 끝내는 방식에 어떤 일정한 패턴이 있는가? 성인으로서 환자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관계가 어린 시절 양육자와 가졌던 관계의 여러 측면들을 재연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혹은 어린 시절 경험과 정반대의 관계를 형성하려고 무모할 정도로 애쓰고 있는가? 덧붙여 환자가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타인들을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타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본다고 믿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유용합니다.
* 환자에게 상담 시간이 '50분'이라고 말하는 점에 주목하십시오. '약 50분' 또는 '한 시간 미만'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었습니다. 무심코 이렇게 말한 것은 아닙니다. 이 말은 환자에게 몇 가지 다양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선 이 말은 심리치료가 치료자에 의해서 구조화되고 조직화될 것임을 강조합니다. 이 말에 들어 있는 또 다른 메시지는 '치료자인 내가 통제한다'입니다. 이 메타커뮤니케이션(metacommunication)은 약간 권위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을 '통제할 수 없다'라고 느끼는 환자에게는 안도감을 주는 메시지일 수 있습니다.
* 경계를 지키지 못하는 치료자는 환자들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 줄 수 있습니다.
* 환자에게 맞추느라 경계를 지키지 못하는 치료자는 이 환자를 치료하는 동안 아마 무의식적으로 이런 원망을 행동화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이것은 부정적 역전이(negative countertransference)'의 한 가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 환자가 자신의 정서 상태를 관찰하고 기술하는 데 몰두하도록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면, 환자는 정서의 강렬함에 압도당하고 휩쓸린 상태로 남아 있기가 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어떤 감정이든 그 강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의미의 네 가지 수준(COST 접근법)
- Concrete(구체적) : 환자가 가장 구체적인 또는 피상적인 수준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 Others(타인) : 그 상호작용은 환자가 타인들을 보는 시간에 관해 무엇을 말해 주고 있는가?
- Self(자기) : 그 상호작용은 환자가 자신을 보는 시각에 관해 무엇을 말해 주고 있는가?
- Therapist(치료자) : 그 상호작용은 환자가 치료자를 보는 시간에 관해 무엇을 말해 주고 있는가?
-> 환자가 해결하지 못한 대인관계 문제의 결과로 잃어버렸거나 훼손된 관계에서 치른 대가로 기억
-> 타인 : 이것은 여러분이 환자의 현재 활성화된 '대상표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자기 : 이것은 여러분이 환자의 현재 활성화된 '자기표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치료자 : 이것 역시 환자의 현재 활성화된 대상 표상과 연관이 있습니다. 환자들이 치료관게에서 일어하고 있는 것을 경험하는 바와 유사한 자기 삶의 어떤 주제를 무의식적으로 선택해서 논의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입니다.
* 치료자는 무슨 말을 할지를 결정할 때 의미의 네 가지 수준가운데 가장 피상적, 구체적 수준부터 가장 깊은 (그리고 흔히 무의식적인) 수준까지, 어느 수준이든 그중 하나를 다루기로 정할 수 있습니다. 치료자가 어느 수준을 택해서 다룰지는 여러 요인에 달려 있습니다. 대체로 가장 피상적인 수준을 다루면 대부분의 환자에게는 불안을 가장 적게 불러일으킵니다. 이것은 지지적인 양식의 심리치료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제 4수준에만 계속해서 초점을 두는 것은 많은 환자에게 아주 강렬하고 압도감을 주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치료과정의 초기에는 더 그럴 것입니다. 나는 일반적으로 치료자가 어떤 회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제 4수준을 다루기로 결정하지 않게 주의를 줍니다. 그 이유는 이로 인해 발생한 불안이 있다면 회기가 끝나기 전에 환자가 이를 누그러뜨릴 수 있도록 도와줄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원칙은 환자가 현재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수준보다 하나 더 깊은 수준에서 좀 더 자각하고 말하도록 돕는 일을 치료자가 매 회기마다 몇 차례 시도하는 것입니다.
* 치료자가 말을 한 다음, 환자에게 느낌을 묘사해보라고 요청하는 것에 주목하세요. 이것은 치료 중에 무슨 말을 할지 결정할 때, 또 다른 중요한 치료원칙, 즉 '정서 따라가기(going after the affect)'를 나타냅니다. 의미의 네 가지 수준을 고려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에는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므로. 여러분이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정서 따라가기가 선택할 만한 유용한 기법입니다.
* 정신역동치료에서 사용되는 세 가지 유형의 핵심 개입방법 혹은 거래도구
: 명료화, 직면, 해석
-> 명료화의 예 : "계속 말씀하십시오", "제가 다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에 관해 전부 다 말씀해주세요"
* 치료관계의 지금 여기에서 환자가 경험하는 것(대상관계치료에서 흔히 사용되는 개입)에 초점을 둔 해석은, 환자의 치료실 밖 관계에 관한 해석에 비해 불안을 더 많이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분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해석은 적게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 공감적 타당화는 환자의 감정 경험과의 조율을 보여 주는 치료자의 진술을 포함합니다(예: "그 때문에 화가 나셨을 거라고 이해가 됩니다"). 공감적 타당화는 자기애적 특성이 두드러진 환자를 치료할 때 특히 유용한 기법이 될 수 있습니다.
* 환자들이 자신의 감정에 휩쓸리거나 압도당하지 않고 더 잘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은 환자에게 자신의 감정상태를 최대한 상세하게 기술하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감정이 신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묘사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일을 가장 쉽게 받아들입니다. 그러고 나서 여러분은 환자에게 어떤 상황에 관한 생각을 자세히 기술하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자는 감정 자체가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좀 더 추상적인 용어로 기술할 수 있습니다(예; "어쩌면 마치 제가 어두운 방에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수 없는 것과 같아요").
* 대상항상성이 결여되고 '편집-분열 자리' 경향이 있는 환자들은 흔히 미래에 대해 안심시켜 줄 때, 말하자면, 그들에게도 미래가 있다고 안심시켜 줄 때 좋은 반응을 보입니다.
* 회기 중에 아무 말이 오가지 않을 때도 치료실에 흐르는 감정의 톤(emotional tone)을 주의 깊게 지켜조는 것이 중요합니다.
* 치료회기에서 지루함이 생기는 현상은 언제나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때로 지루함을 감정의 부재 상태로 개념화합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지루함은 오히려 '정서 누르기(crushing of emotion)'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적극적이고 노력이 드는 과정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지루함이 그처럼 진을 빼는 상태로 느껴지겠습니까?
* 많은 환자가 분노나 자기비난같은 좀 더 부정적인 감정에 관한 한 이미 전문가라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내가 보기에, 이들은 더 긍정적이고 배려하는, 사랑하는 감정을 경험하고 이에 대해 말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관해서는 아마도 추가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환자들이 주로 부정적인 정서상태(예; 좌절, 분노, 자기혐오 등)에 초점을 두는 데서 주로 긍정적인 정서상태(예; 애정, 배려의 감정 등)로 옮기도록 돕는 것을 중요한 치료목표로 포함시켜야 합니다.
* 환자들이 갈구함(neediness)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이해하고 다루는 것은 대상관계 치료의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내가 만났던 환자들 대다수가 관계에서 자신의 갈구함을 견뎌 내는 데 상당히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 주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해서 나타나는 듯합니다.
* 심리치료에서 '구조(structure)'란 무엇일까요? 나는 이 용어를 치료자가 회기 중에 제공하는 안내와 지시의 정도라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 회기 중에 '구조'를 늘이는 것은 환자의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치료자가 회기 중에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구조를 더 많이 제공합니다. 치료자가 회기 중에 좀 더 말을 많이 하면, 이것은 일시적으로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그 결과 환자의 불안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 일반적으로, 대인관계 병리가 더 심각한 환자들은 흔히 더 많은 구조를 필요로 합니다. 적어도 치료 초기에는 그렇습니다.
* 인지행동치료나 변증법적 행동치료 등 회기 중에 환자와 함께 워크북 하기를 선택하는 제안들은 대상관계원리를 감안해서 적용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전통적' 대상관계 치료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즉, 부분 대상관계)이 전부 다 좋은 그리고 전부 다 나쁜 것으로 구성된 경향이 견고한 환자들의 경우에는, 흔히 이런 경향에 대한 직면과 해석을 반복적으로 해야 이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공존하는 '좋은' 자질과 '나쁜' 자질을 통합하고 이런 자질들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는 능력을 기르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 치료에서 언어적 공격을 다룰 때는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단순하고 기억하기 쉬운 어떤 접근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공격을 받아주고 감정을 따라가라는 것입니다.
* 박해적 슬픔의 경우에 나는 슬픔과 눈물이 날만큼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을 느끼기보다 환자로부터 투사된 좌절을 알아차리게 되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이런 유형의 불쾌감은 앞서 논의한 편집-분열 자리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진정한 슬픔은 발달적으로 더 성숙한 우울 자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환자들이 편집-분열 자리에서 시간을 적게 보내고 좀 더 성숙한 우울 자리로 전환하도록 돕는 일은 반드시 치료과정의 일부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환자가 양육의 실패와 다른 초기 상실을 애도하고 자신과 부모 및 다른 사람들에 대한 통합되고 현실적인 관점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 조언하기 기법을 우리의 치료 도구함에서 빼버리기 전에, 우리는 조언하지 않고 보류할 때의 잠재적 위험뿐만 아니라 조언할 때의 잠재적 유익을 반드시 비교해 보아야 합니다. 조언하기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재양육으로서의 치료(therapy as reparenting)'라는 잘 알려진 비유를 고려해 보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치료자가 절대로 환자에게 조언하면 안 된다는, 놀라울 정도로 널리 퍼져 있는 신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분이 숙고해 볼 수 있는 질문의 목록입니다.
- 환자가 나에게 조언을 요청하고 있는가?
- 의미의 네 가지 수준에서 볼 때 이 요청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 만약 환자가 조언을 요청하고 있지 않다면, 이것은 내가 배려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또한 환자에게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한 내 입장이 강력하기 때문에 부탁받지 않았어도 조언해 주고 싶은 그런 상황인가?
- 이 환자에게 스스로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 이 상황에서 내가 조언을 자제한다면 이 환자에게 감정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 내가 뒤로 물러나 환자가 작은 실수를 하고 고쳐 나가는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성장하도록 두는 것이 가치있는 일인가?
- 환자가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하지만 피할 수 있고 예견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어떤 안 좋은 선택을 하기 직전인가?
- 해 줄 만한 조언이 내게 있는가?(심지어 답이 명백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흔히 우리가 좋은 조언을 가졌다고 확신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한 한 가지 이유는, 우리는 흔히 어떤 상황에 대해 왜곡되거나 부정확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관점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것은 긴급히 결정해야 할 사안인가 아니면 더 숙고하고 논의할 시간이 있는 사안인가?
* 치료자에게 자기 노출을 해 달라는 요청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은 개인적인 질문에 대답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내가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몇 가지 핵심 주제입니다.
- 이 환자는 경계(boundary)를 어떻게 관리하는가?
- 어떤 종류의 정보를 달라고 하는가?
- 나는 이 요청을 의미의 네 가지 수준에서 볼 때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 일반적으로 나는 개인적 경계와 대인관계에서 경계가 허술한 환자들에게는 개인정보 노출을 꺼려합니다.
* 치료자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노출하는 것이 적절할 때는 언제일까요? 환자가 적절한 경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을 보여 주었다면, 선택적인 자기노출은 일종의 '정상화' 효과가 있는 안심시켜주기(예; '치료자도 비슷한 상황에서 나처럼 반응했다면 나는 괜찮은 게 분명해')를 제공해 주고, 치료자와 동일시를 통해 치료적 라포를 더 깊게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기노출의 회피가 치료에서 경계를 고수하는 것을 나타내듯이, 역으로 개인적인 정보를 드러내는 것은 치료에서 경계를 느슨하게 하는 것을 나타낸다는 점을 언급해야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자기노출 기법을 매우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 자기노출에 대한 결정은 요청되는 정보의 유형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나는 내 사생활의 세부사항보다는 환자에 관한 내 생각이나 느낌을 좀 더 노출하는 편입니다. 환자에 대한 치료자의 생각이나 느낌은 흔히 치료과정과 관련됩니다. 나는 대체로 이런 소재의 노출을 '경계 위반(boundary transgression)'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치료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도울 수 있는 치료관계의 유용한 측면으로 봅니다.
*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환자들은 흔히 치료를 끝내기 전에 그들의 강점을 재검토하는 작업에 특히 좋은 반응을 보입니다. 이런 작업은 치료관계를 잃게 된다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불확실성의 느낌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전의 병리적 패턴으로 퇴행할 가능성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덧. 이 책은 저도 소장하면서 꾸준히 참고할 책이라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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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되는 부모는 2020년 7월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고 이 책도
'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 사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올 8월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상처주는 엄마로 검색하시면 절판된 것으로 나옵니다. 저는 절판되기 전에 구매해서 갖고 있었고요. 개정판의 목차를 보니 큰 틀의 변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독이 되는 부모'가 자식을 망가뜨리는 6가지 부모 유형을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그 중에서 엄마와 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내용을 전개합니다. 그 중에서 다섯 가지 유형의 상처 주는 엄마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 지독한 자기애에 빠진 엄마
* 지나치게 집착하는 엄마
* 아이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엄마
* 보살펴줄 엄마가 필요한 엄마
* 아이를 방치하거나 폭력적인 엄마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상처 주는 엄마, 상처 받는 아이'라는 제목으로 바로 위에서 나열한 것처럼 상처주는 엄마의 유형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고 2부는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 치유하기'라는 제목으로 1) 마음 속에 숨어 있는 거짓 메시지 들여다보기 -> 2) 마음속에 새겨진 아픈 상처 인정하기 -> 3) 내면의 분노와 슬픔을 풀어내기 -> 4) 행동을 바꿈으로써 삶이 변하는 경험하기 -> 5) 엄마와 나 사이에 경계선 구분하기 -> 6) 원하는 관계를 스스로 결정하기 -> 7) 엄마로부터 감정의 탯줄 끊기 -> 8) 상처 준 엄마가 병들었을 때 의 순서로 자가 치유를 진행하는 과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에 동의하지만 '지독한 자기애에 빠진 엄마' 부분을 보면 자기애성 기질을 가진 엄마와 연극성 기질을 가진 엄마에 대한 내용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수잔 포워드는 그렇게까지 자세히 구분하지 않고 자기애에 빠진 엄마로 묶어서 설명한 것 같지만 제가 볼 때는 좀 더 detail하게 나누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추천하는 수잔 포워드의 책인데도 평범한 수준인, 별 3개로 평가한 이유는 이 책이 임상가를 위한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독이 되는 부모'를 읽은 임상가는 굳이 이 책을 읽으실 필요 없습니다. 이 책은 엄마로부터 상처 받은 딸이 주 대상입니다.
그래서 애착 외상에 관심있는 임상가라면 '독이 되는 부모'를,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딸이라면 이 책을 읽으시는 게 좋습니다.
'독이 되는 부모'와 달리 이쪽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 번역가가 번역했지만 깔끔하게 번역되어 읽는데 전혀 지장이 없고 오히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인만큼 임상 전문가가 번역하지 않은 것이 더 나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닫기
* 엄마에게 상처받은 여성들의 공통 분모는 인정에 대한 갈망이다. 그래서 "그랬구나, 네가 경험한 것은 진짜로 일어났던 일이야. 네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당연해. 너를 이해한단다"라고 말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 자기애에 빠진 사람들(HLH?)은 세 가지 특징을 보이는데. '극적 상황 연출하기', '위기 모면하기', 그리고 '부인하기'이다. 이는 상대방을 죄책감에 빠뜨리는 완벽한 조합니다.
* 자기애에 빠진 엄마(HMH?)는 불안하거나 기분이 상할 때면 '비판'이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상대방을 파괴함으로서 자기 자신을 세우는 것이다. 특히 상대가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는 비판의 강도도 심해진다.
* 자기애에 빠진 엄마 중에는 친절하고 다정한 면이 전혀 없는 사람도 있다(HMH?). 그러나 다정할 때와 냉담할 때가 극심한 유형도 있어서(HLH?),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 '왜'에 집중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에 집중하면 근본적인 문제에 닿을 수 없다. 치유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편지 쓰기, 엄마와의 관계를 되짚어보는 첫 단추
: 편지는 다음과 같이 네 부분으로 이루어지는 게 효과적이다.
1. 이것이 엄마가 나에게 한 일이에요.
2. 이것이 그때 그 일에 대해 내가 느꼈던 감정이에요.
3. 이것이 그 일이 내 삶에 끼친 영향이에요.
4. 이것이 지금 엄마에게 원하는 거예요.
* 슬픔과 분노 이 두 가지 감정은 아주 상반돼 보이지만 종종 한쪽은 다른 쪽으로 숨기도 한다. 치유는 이 두 가지 감정이 지니는 놀랄 만한 힘을 필요로 한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동등한 양만큼 말이다.
* 슬픔 뒤에 있는 '분노' 찾기
: 시작할 때는 '어떻게 감히'라는 표현이 있는 몇 개의 문장으로 하고, 끝낼 때는 엄마가 당신의 어린 시절을 비틀어놓았던 그 어떤 것으로 하세요.
"어떻게 감히 나를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엄마 같은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게 만들었나요! 어떻게 감히!"
* 내면 아이에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계속해서 말해 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평생 동안 괴롭힘을 받았던 죄책감과 수치심의 짐으로부터 점점 자유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 어떤 상황에서든 비방어적 상태를 유지하라
: 새로운 방식으로 엄마를 대하면 저마다 다양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자기애에 빠진 엄마는 화를 낼 것이고, 집착하는 엄마라면 동정이라는 무기를 꺼낼 수도 있다. 엄마가 어떤 무기를 꺼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비방어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 경계선 구분하기는 모든 것을 바꾼다. 자신만의 물리적, 감정적 공간이 생기는 것이고, 삶에 대한 지배권을 갖는 것이다. 물리적인 경계선은 집 안에서 타인의 행동 범위를 정하고, 감정적인 경계선은 타인이 당신을 어떻게 여기고 대하는지 규정한다.
* 엄마가 경계선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상처 주는 엄마와 딸 사이에 거리를 두는 목적은 보복하거나 상처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기 위함이다.
* 때때로 피상적인 관계가 아예 관계를 끊는 것보다 낫다. 부모와 관계를 끊었다는 죄책감에 빠지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갈 여지도 남겨두기 때문이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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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담을 받으러 방문하는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문제는 거의 대부분 둘 중 하나이기 마련입니다. 대인 관계 갈등이나 어려움이 하나의 영역이고 우울, 불안, 강박 등의 증상이 다른 하나의 영역입니다. 증상을 호소하는 내담자라 해도 그 증상의 원인이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탐색하면 항상 대인 관계 문제가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상담자들은 보통 내담자의 문제 또는 그 원인이 대인 관계의 어려움에 있다고 가정하고 들어갑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프로이트가 했다고 알려진 말이 있습니다.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두 가지 삶의 영역이 '일'과 '대인 관계'라고요.
그런데 왜 임상가들은 대인 관계의 어려움만 탐색하는 걸까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대인 관계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거나 일이 대인 관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일이 대인 관계만큼 중요한 삶의 영역인데도 불구하고 그만큼 제대로 탐색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죠.
학교 부적응 문제로 Wee class나 상담복지센터를 방문하는 아동/청소년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사례를 supervision하면서 성적이나 학업 성취도를 물어보면 그걸 제대로 확인하는 상담자가 거의 없더군요. 확인을 했다고 해도 내담자나 부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꼼꼼히 확인해보면 학교 부적응 문제의 원인이 학업 성취도가 낮아서일 때가 많습니다.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 없으니 학업을 따라갈 수 없고 그래서 흥미도 떨어지고 동기도 저하되어 학교를 가고 싶어하지 않는 겁니다. 당연히 이런 아동/청소년은 또래 관계도 좋지 않습니다. 또래 관계라도 좋다면 친구를 만나러 가는 즐거움으로 학교를 다닐 수는 있겠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친구와 만나서 놀 수 있는 건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의 짧은 시간 뿐입니다. 긴 수업 시간은 혼자 버텨야 합니다. 그러니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기 어렵습니다. 학교 부적응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아동/청소년 중에 반에서 1등을 하거나 전교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되나요? 저는 1건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 보죠.
조직 부적응 문제로 EAP 상담을 받으러 온 직장인이 있습니다. 동료나 상사와 관계가 좋지 않다거나 불합리한 조치 때문에 피해를 당하거나 해서 회사를 다니기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물론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보고 하지만 그 이유가 대인 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 직장인 중에서 본인이 스스로 선택해서 원하는 회사에 입사했고 일이 너무나 재미있으며 일의 성과를 인정받아서 승승장구하다가 재수없게 이상한 상사를 만나서 다 때려치고 싶을만큼 힘들어져 온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요? 역시 저는 그런 사례가 1건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전교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아동/청소년이나 회사에서 능력으로 촉망받는 직장인은 왜 상담을 받으러 오지 않을까요?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버틸 힘이 있습니다. 그동안 받아왔던 사회적 지지와 인정으로 인해 자존감과 자아 강도가 높은 수준이라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우리나라는 과제 지향적인(task-oriented) 문화보다는 관계 지향적인(relationship-oriented) 문화로 알려져 있지만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굉장히 과제 지향적인 문화에 속하는데 이를 관계 지향적이라고 포장한 것 뿐입니다. 관계 지향성이 강하기는 하지만 불행하게도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작동합니다. 조직이나 집단에서 튈 때,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때, 그래서 따돌리거나 배척할 때에만 관계 지향성이 중요합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는 별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동북아 3국인 일본, 중국, 우리나라가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그러므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는 대인 관계 스트레스 때문에 내담자가 힘들어 하는 게 맞다고 해도 일 영역의 문제를 좀 더 꼼꼼히 탐색해야 합니다.
친구가 자신을 따돌려서 힘들다고 온 청소년은 사실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학교를 다니는 게 힘든데 교우 관계까지 소원해져서 더 이상 못 버틸 것 같기에 상담을 받으러 왔을 수 있고 직장 상사가 자신을 괴롭힌다고 화가 나서 온 직장인은 사실 회사에서 무능력자로 낙인 찍혀서 더 이상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불안감에 상담을 받으러 왔을 수 있습니다.
특히 대인 관계는 최소한 2자 관계 이상으로 연결된 복잡한 문제입니다. 내담자만 바뀐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담자와 연결된 환경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 환경은 통제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설사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해도 바뀌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일은 오로지 내담자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빠른 변화가 가능합니다.
지적 제한으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청소년이라면 표준화된 지능 검사 결과에 따라 자신의 능력과 흥미에 맞는 자신의 목표를 다시 설정할 수 있고 원치 않는 영역에서 일하면서 직무 동기가 떨어진 직장인이라면 진로 적성 코칭을 통해 더 늦기 전에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새로운 일을 찾게 도와줄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대인 관계' 영역을 탐색하기 전에 '일' 영역을 먼저 탐색합니다. 제 경험 상 '일' 영역의 문제는 항상 '대인 관계' 문제와 연결되어 있었거든요. 그리고 '일' 문제가 빨리 해결될수록 '대인 관계' 문제도 쉽게 해결되곤 했습니다.
대인 관계 영역에 집중해서 상담을 진행하지만 진척이 잘 되지 않고 같은 자리를 뱅글뱅글 돌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 상담자라면 한번쯤 '혹시 내가 일 문제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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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의에서는 오로지 MMPI-2/A에만 초점을 맞춰서 각 척도들이 실제 임상/상담 장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하고, 특히 함께 비교하며 이해해야 하는 척도군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현장에서 MMPI-2/A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어떻게 연결하며 해석하면 좋은지 궁금한 임상가들에게 추천하는 강의입니다.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MMPI-2/A 실전 해석
* 다루게 될 구체적인 내용
: MMPI-2/A 각 척도의 임상적 의미와 해석 방안
* 일시 : 2020년 11월 29일(일) 14:00~18:00(4시간)* 장소 : 구글 Meet을 이용한 화상 강의
-> 구글 Meet 사용법에 대해서는 별도로 안내 메일 드리겠습니다. gmail 계정이 없어도 됩니다.
-> 화상 강의 특성 상 접속이 해제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이를 감수할 수 있는 분들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 인원 : 최소 10인 이상 강의 확정!!
-> 선착순 제한없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최소 인원인 10명만 넘어가면 강의 확정입니다.
* 비용 : 1인 당 4만 원-> 화상 강의인 만큼 원래의 강의료 5만 원에서 20% 할인 적용합니다
* 특징 : 강의 내용 녹음 가능, 예약 취소 시점과 상관 없이 무조건 100% 환불
# 정원 미달 시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단 예약한 인원이 강의 전 모두 취소하고 1명만 남더라도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 예약 취소가 두 번 누적되는 분은 월든3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모든 미니 강의 신청을 영구히 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 12월이 '안식월'이기 때문에 이번이 올해의 마지막 강의입니다. 내년에는 문장완성검사 강의가 추가되어 지금처럼 매월 MMPI-2/A 미니 강의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으니 수강하는 데 참고하세요.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MMPI-2/A를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2.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수련생(온라인 시스템 캡쳐 필)
3. 국가공인 자격증(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졸업 후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walden3.kr)
-> 화상 강의를 위한 이메일 계정은 walden3@gmail.com이 아니니 혼동하시면 안 됩니다.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충족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필)
-> 제게 supervision을 받고 있거나 받은 적이 있다고 해도 매번 알려주셔야 합니다.
* 마감 후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덧. 예약 취소가 자유롭고 취소에 따른 불이익이 별로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예약 후 취소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미니 강의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강력한 취소 불이익 옵션을 적용합니다. 예약 취소를 두 번(연속 취소가 아닙니다. 총합 두 번입니다)하는 분은 앞으로 월든3 아카데미의 미니 강의를 영원히 들으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들어야겠다는 분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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