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면서도 그렇고 TCI 검사 결과를 해석하면서도 그렇고 자율성이 얼마나 중요한 심리적 자원인지를 내내 실감합니다.
요즘처럼 생각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본 적은 없지만 자율성에 대해서는 그래도 꽤 여러 번 포스팅을 한 것 같습니다.
* '자율성이 강한 사람은 과연 이기적인가'
* '최대한 남들과 다르게 살아라'
*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야 하는 이유'
* '각자 자신의 차를 몰고 가는 가족이 건강하다'
* '이기주의자와 개인주의자를 구분하는 방법'
* '지금은 각자의 성을 돌볼 때다'
조금씩 다른 내용의 글들이지만 결국 주제는 하나로 통합니다. 바로 자율성이죠.
자율성이 높은 사람은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자가 아니며, 배려심이 없는 냉혈한도 아니고, 남이야 어떻든 자신의 개성만 생각하는 괴짜도 아닙니다.
자율성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성을 단단히 구축하는 사람이고,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장한 사람이고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사람입니다.
자율성이 높다는 건 자신의 인생 자동차 운전대를 어느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는 걸 의미합니다. 이건 자신의 인생 목표를 어디로 설정하느냐와 상관없습니다. 제 아무리 거창하고 멋진 목표를 갖고 있다고 해도 인생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운전대를 남에게 맡기고 있다면, 조수석에 앉아서 운전석에 앉은 그 누군가에게 참견만 하고 있다면, 때로는 뒷좌석에 앉아 자신의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든 남의 일처럼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보고 있다면, 그 사람은 아직 어른이 아닙니다.
진정한 어른이라면 자신이 아닌 그 누구도 자신의 인생 자동차 운전석에 앉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 속도로, 어디를 향해 운전해 갈 것인가는 자신의 책임이자,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그게 배우자, 부모님, 자녀 등등 자신이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말이죠.
다행히 자율성은 훈련할 수 있는 심리적 특성입니다. 뒷좌석의 방관자에서 조수석의 조언자로 옮겨 앉고, 조수석의 조연에서 운전석의 주연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려면 우선은 이 차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자각부터 시작해야합니다.
설사 차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 차는 내 소중한 인생입니다. 닦고 기름치고 아끼는 마음으로 대할 때 내가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 줄 겁니다. 설사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는 일이 생겨도 내가 운전하는 인생이 훨씬 더 즐겁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인생 자동차를 스스로 운전하기를 바랍니다. 서툴지만, 무섭지만, 자신없지만, 그래도 이 차는 평생 한 번 밖에 가질 수 없는 소중한 내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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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이름이 알려진 모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집단 상담의 실상을 최근에 우연히 전해듣고 충격을 받은 김에 제가 생각하는 집단 상담의 조건에 대해 정리를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상담자가 느끼는 난도 순으로 단순히 순서를 매겨 보면,
개인 상담 < 커플 상담 < 집단 상담 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회기에 참여하는 내담자의 수가 많아질수록 역동이 복잡해지고 그만큼 상담자가 다루어야 하는 경우의 수도 많아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실 집단 상담은 아무나 하면 안 됩니다. 상담자 중에서도 고수급(?)인 상담자들이 주로 이끌곤 합니다.
저는 그런 고수도 아닐 뿐 아니라 집단 상담보다는 개인 상담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집단 상담의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제 경험 상 집단 상담이 잘 돌아가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게 좋습니다.
1. 집단 구성원의 동질성(homogeneity)
: 제 생각에는 이 조건이 가장 중요한데 집단 상담에 참여하는 내담자의 면면이 비슷할수록 집단 상담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물론 저와 견해를 달리하는 상담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건 그런 상이성을 control할만큼 상담자가 고수여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는 다음에 설명할 집단 상담의 목적이 무엇이냐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도박 중독 집단 상담의 예를 들면 20~30대의 미혼 남성 도박자를 집단으로 구성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기혼자가 끼거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도박자가 포함되면 누구나 체감할 정도로 분위기가 산만해지고 집중도가 떨어지더군요. 가능하면 동질성이 높은 내담자들로 집단을 구성해야 성별, 나이, 사회적 지위, 학연, 지연 등 통제 불가능 변인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상담 목표 달성을 위해 곧바로 전진할 수 있습니다.
2. 상담 목표의 구체성(specificity)
: 1번 조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상담 목표가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적이고 세밀할수록 집단 상담의 효과가 커집니다. '대인 관계를 잘 맺고 싶다' 류의 모호하고 추상적인 목표보다는 '5명 이상 크기의 모임에서 10분 이상 발표하면서 시선 처리를 잘 하고 싶다'는 식의 목표가 달성하기 쉽습니다. 저는 집단을 구성할 때 상담 목표를 설정하면서도 집단 구성원의 동질성을 동시에 고려하는데 '부모의 지나친 개입이 도박 중독 치료에 해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있는 미혼의 남성 도박자들로만 집단을 구성'하는 식입니다.
3. 능력있는 상담자의 적극적 개입
: 집단 상담을 진행해 본 경험이 풍부한 상담자일수록 유리하지만 최소한 집단 상담을 이끄는 상담자는 적극적인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집단원이 상처받고 있는데 역동 분석을 한답시고 뒤로 물러나 방관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회기 중 내담자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상황에 놓이면 안 됩니다.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는 주시자(beholder)의 역할만큼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위의 조건들이 집단 상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충분 조건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집단 상담이 엉망진창이 되지 않기 위한 필요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정신 병리 문제의 변별
: 가장 중요한 조건이지만 많은 집단 상담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건 집단 구성원의 동질성 충분 조건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든다면, 반사회성 성격 장애를 가진 내담자와 수동-의존적 성격 장애를 가진 내담자가 동일한 집단 상담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알코올에 중독되어 있고 폭력 전과가 있는 남성 내담자와 가정 폭력 외상이 있는 여성 내담자가 한 집단에 속하게 된다면요? 굳이 이런 예를 들지 않더라도 집단 상담이 맞지 않는 내담자들이 있습니다. TCI에서 고립된-겁많은 기질의 소유자로 평가되고 평가 불안이 높은 내담자가 직면이 난무하는 집단 상담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집단 상담에 참여하는 모든 내담자는 세심한 심리평가와 사전 선별 절차를 거쳐 이 집단 상담이 본인에게 도움이 될 지와 다른 내담자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를 세심하게 점검받은 뒤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그런 선별 절차가 없는 집단 상담이라면 절대로 제 내담자를 의뢰하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집단 상담의 효과를 배가하기 위한 조건을 하나 말씀드리면 집단 상담을 받는 모든 내담자는 개인 상담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은 역동이 많이 다르지만 함께 받을 경우 시너지를 내기 쉽습니다. 특히 집단 상담을 진행하는 상담자가 개인 상담도 담당하면 더욱 좋지요. 예전에 제가 개인 상담을 하고 있는 내담자들만 모아서 집단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 상담에서 가장 많은 걸 배웠습니다. 내담자들의 만족도 뿐 아니라 치유 정도도 가장 좋았고요. 물론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한 상담이어서 일반 상담 현장에서 저처럼 진행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가능하다면 한번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최악의 집단 상담이라면 반대 조합으로 이뤄진 것이겠지요. 상담자가 집단 상담의 전문가도 아니고, 집단원의 동질성도 희박하여 중구난방이며, 상담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아 감정 폭발이나 상호 비방의 전쟁터가 되기 일쑤이고, 정신 병리 문제를 변별하지 못해 내담자들을 보호할 수 조차 없는.... 저는 그런 걸 상담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건 그냥 아수라장이고 그걸 방치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 가해 방조자입니다.
저는 가해 방조자가 되기를 원하는 상담자는 없을거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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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가 부부 갈등 해결을 위한 상담을 진행할 때 어느 배우자의 편도 들지 않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건 거의 상식에 가깝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부부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한다는 건 둘이서 말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는 이야기이고 대부분 상담자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상대의 잘못을 드러내 변화를 강제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상담자가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겠다고 암만 노력해봤자 잘 되지 않습니다. 각 배우자가 적극적으로 상담자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물론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상담자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 때문이죠.
이처럼 부부 상담에서 상담자가 중립을 지키기 어려울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 고려해 볼만한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제가 잘 쓰는 방법 중 하나는
'공적(公敵)을 자초'하는 겁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상담자가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과 이유를 들어 각 배우자를 대상으로 일종의 공격을 하게 되는데 이 때 당사자는 아무 변명이나 반격도 할 수 없고 상대편 배우자가 이를 방어(소위 편들기)를 해야 합니다.
한 회기 내에 부부 모두에게 실시해야 하고 상담자가 공격하는 수위는 비슷한 수준이어야 하고요.
이 방법의 강점은 일반적인 부부 상담에서 일어나기 쉽지 않은 부부 연대(또는 동맹)를 촉진한다는 겁니다. 상담자가 외부의 적을 자처함으로써 내부의 결속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잊고 있었던 상대 배우자의 강점과 좋았던 시절을 remind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방법이 효과를 발휘하면 당장 회기 내에 배우자를 바라보는 눈빛부터 친근하게 바뀝니다. 지금까지 적이었는데 과거의 동지를 소환한 것이니까요.
다만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는데,
1. 부부 상담의 목적이 이혼이 아니라 부부 갈등 해결이어야 함
: 간혹 이미 갈라서기로 결정했지만 이혼을 앞두고 재산 분할, 자녀 양육 등 산적한 문제 때문에 심리적 중재가 필요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줄여보려고 부부 상담을 받는 부부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2. 상담자가 배우자 각자에 대한 개인 상담을 충분히 진행했어야 함
: 배우자 각자에 대한 개인 상담을 충분히 진행했어야 한다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불만, 악감정을 개인 상담에서 충분히 토로했다는 것과 이 과정을 통해 상담자가 부부 갈등에 영향을 준 각 배우자의 장, 단점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즉 부부 상담으로 들어갔을 때 어느 한 쪽 배우자가 아직 남아있는 비난과 험담을 하기 시작하면 이 방법을 쓸 수 없고 상담자가 부부 모두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부부 상담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이 특히 힘든 상담자라면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 경우에는 꽤 효과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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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는 항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케케묵은 금언을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저야말로 상담자의 기계적 중립이 얼마나 치유를 더디게 하는지 항상 비판했던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상담자가 내담자의 강점과 자원을 내담자에게 직접 일러주는 건 심하게 말하면 내담자의 문제 원인을 책망하듯이 지적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상담자가 내담자는 모르는 모습(강점이든 약점이든)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담자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주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균등하지 않은 상담 권력의 기울기를 급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을 상담이 심리평가라는 강력한 도구를 쥐게 되었기 때문으로 생각하는데 예전 같으면 상당한 회기를 소모해야 비로소 알아낼 수 있는 내담자의 다양한 심리적 특성을 초기에 간파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 같은 겁니다.
단기상담으로 가는 추세 속에서 상담자는 단기간에 효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쉬워졌고 더더욱 내담자의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아내고 강점을 일러줌으로써 상담을 빨리 진행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기 쉽습니다.
앞에서 상담자에 대한 내담자의 의존 문제(이것도 만만치 않게 중요한 문제지만)를 지적했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내담자의 자율성 약화입니다.
TCI를 상담에 도입한 이후 제가 느낀 건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의 상당수(분야에 따라 거의 대부분)가 자율성이 약화되어 있고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이 치유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이든, 내담자의 강점이든 스스로 찾아내기 전에 상담자가 손에 쥐어주는 건 이 자율성을 약화시킵니다.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 상담자는 지도자나 교주가 아니며 가이드 이상의 역할을 해서는 안 되고 곁에서 묵묵히 동행하면서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의 길(과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원칙에 크게 위배됩니다.
그러니 상담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이 알아낸 것을 내담자와 한시라도 빨리 나누고 싶은 조바심과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바심 역시 권능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통찰을 해 볼 필요가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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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와 상담 비용과 관련하여 제가 바라는 건 국가가 정신건강복지를 책임지는 주체로 임상가를 공무원처럼 고용하고 일체의 비용을 부담해서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회기 제한 없이 상담과 심리평가 서비스를 무제한 받는 겁니다. 공급자인 임상가도 고용 안정에 대한 두려움과 내담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고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그게 결과적으로는 지금 우리가 치르고 있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 생각은 현재로서는 거의 유토피아 수준의 환상에 가깝습니다. 따지고 보면 현실적이지 못할 이유가 없지만 지금의 이 나라가 향하는 방향은 이와 반대거든요. 비용은 선택적 복지 중 하나인 바우처 제도로 땜빵하면서 나머지를 고급 전문 인력의 사명감에만 의존해 이들을 갈아넣고 희생을 강요하면서 메꾸고 있습니다. 이건 지속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서비스의 질 하락이 불 보듯 뻔합니다.
이런 대표적인 탁상 행정이 낳은 최악의 결과물 중 하나가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심리상담 서비스입니다.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심리상담은 내담자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무료 서비스입니다. 그렇다고 상담의 질이 낮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료 서비스가 상담에만 국한된다는 겁니다. 심리평가를 받으려고 하면 소정의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물론 그 비용도 사설 상담센터에 비하면 최소한에 그치지만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대상자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비롯한 취약 계층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 비용도 부담스러울 수 있고 무엇보다 상담이 무료인데 심리평가를 권하는 걸 보면 그걸로 부족한 수익을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현장의 상담자들은 가능한 한 정확하게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심리평가를 권하는건데 이런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심리평가 권유를 망설이게 되어 결국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데 결국 손해는 이용자인 내담자가 보게 되죠.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실시하는 심리평가에 포함되는 검사 도구는 대개 MMPI-2/A, TCI, SCT, HTP 등으로 자기보고형 질문지이거나 간단하게 실시할 수 있는 대면 검사도구들이 많기 떄문에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검사 비용이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도 아닐겁니다. 그게 얼마나 되겠어요.
그렇다면 심리평가 실시 비용도 무료로 책정하거나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면 심리상담 비용도 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최소한으로 받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특히 심리평가 비용이 내담자의 자존감 하락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상징적으로 책정된 금액이라면 더더욱 상담에도 그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거구요.
지금처럼 상담 비용은 무료이면서 심리평가 비용은 부과하는 체제는 상담과 심리평가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는지를 아예 모르고 있거나 심리평가는 검사도구나 검사지 구입 등 실비가 발생하고 상담은 상담자를 갈아넣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집행한 탁상 행정의 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내담자에게 돌아가고 그 여파도 현장의 임상가들에게 미치게 됩니다. 현장과 유리된 이러한 정책은 최대한 빨리 시정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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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소 도발적인 점 미리 양해 말씀 드립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부부, 가족 상담처럼 아예 처음부터 한 상담자가 한 명 이상의 내담자를 봐야 하는 경우는 아니지만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아동/청소년 상담인데요. 상담의 시작은 아동/청소년이지만 단순히 부모 교육 차원이 아니라 부모도 개인 상담을 받아야 하는 수준으로 판명되는 게 부지기수거든요.
이 때 현재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위시한 대부부의 상담 기관에서는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여 각기 다른 상담자에게 배정합니다. 제가 알기로 표면적인 이유는 상담자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가지 이유로 이런 방식의 접근에 반대합니다. 물론 저는 상담자가 자신의 비전문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든 관련 내담자의 상담을 본인이 책임지고 심리평가(검사 도구의 선정, 실시 타이밍 선택 등) 일체도 자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소 극단적인 입장에 서 있지만 최소한 부모, 자녀가 함께 상담을 받게 된다면 한 명의 상담자가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관계가 연결된 내담자들을 다른 상담자에게 배정하는 건 기계적인 중립성에 대한 집착이고 심하게 말하자면 상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다분히 기관 방어 위주의 정책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수검자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죠. 저는 그런 방어 위주의 정책이 내담자를 도울 수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건 내담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담이 아니에요.
사실 상담자의 중립성만큼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개념도 많지 않습니다. 상담자의 중립성은 노력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마지노선이 아닙니다. 심하게 말하면 저는 상담자의 중립성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고 설사 그렇게 지켜진 중립성이 내담자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입니다. 상담자의 중립성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다면 우리는 전이-역전이 분석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일까요? 상담자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기계적인 중립성을 지켜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현실적으로도 복수의 상담자를 두는 건 현실적인 면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외부 상담자라면 아예 정보가 차단될 것이고 기관 내 다른 상담자라고 해도 상담자 간 긴밀한 의사소통체계가 없으면 중요 정보가 누락되거나 타이밍을 놓치기 쉽습니다. 게다가 상담자의 치료적 배경이나 접근법이 상이하다면 엇박자가 나기 쉽습니다. 문제 해결 중심 상담자가 부인을, 이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목회 상담자가 남편을 맡아 개인 상담을 진행한다고 생각해보죠. 이 부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물론 상담자가 다루기 어려운 전문적인 문제가 분명 있을 수 있죠. 성폭력 외상이나 도박 중독, 혹은 종교적 문제 등의 문제라면 관련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한 명의 상담자가 최소한의 개인 상담을 담당해야 전체 상담 과정을 조망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을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간혹 부모-자녀 관계를 한 명의 상담자가 다룰 때 자녀와 부모가 서로 자신의 편을 들어달라고 상담자를 끌어들이면 어떻게 하냐, 중립을 지키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이 계신데 그 건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경우가 아닙니다. 약자의 편(이 때는 아동/청소년 자녀)을 들어야 하는 경우죠. 부모가 자신의 가치 기준을 강요하면서 자녀를 억압, 또는 학대할 때 중립을 고집하는 건 내담자의 고통을 방기하는 직무 유기 행위입니다.
마지막으로 상담자들께 한 말씀 드리면, 엮여 있는 갈등이 심하고 도저히 다룰 수 없을 것처럼 역동이 복잡할 때 그 틈바구니에서 버티는 게 힘들다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나의 내담자만(대개는 다루기 쉽다고 판단되는) 상담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자신감을 잃고 무력감에 빠질 겁니다. 왜냐하면 '아웃소싱'한 내담자에 대한 통제력과 정보를 잃게 되거든요. 이건 눈가리고 수술하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휘몰아치는 갈등의 폭풍 속에서 버텨야 합니다. 그게 내담자를 위한 선택이니까요. 모든 상담은 내담자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겁니다. 기관의 안위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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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제가 '내면 아이 치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유에서였습니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들의 MMPI-2/A 결과를 살펴보던 중 특정 profile을 보이는 분들이 대부분 성장 과정에서 애착 외상을 비롯해 신체적/정서적 학대와 방임, 잘못된 양육 방식 때문에 깊은 상처를 입은 걸 발견하게 되었거든요.
그 내용을
'우울을 호소하나 Delayed PTSD를 의심해야 하는 수검자의 MMPI-2/A 양상'이라는 포스팅으로 정리한 적도 있습니다.
이 책을 쓴 John Bradshaw는 가족 치료사이자 내면 아이 치유 전문가로 미국 PBS 방송에서 진행한 'Bradshaw on: The Family'라는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강하여 1988년에 이 책의 초판을, 1996년에 개정판을 냈습니다. 이 책은 Bradshaw가 출판한 최초의 책으로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명단에 오르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이후 '수치심의 치유',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유'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죠.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는 것처럼 가족 내의 역기능적인 규칙과 부모의 잘못된 양육 태도 등이 어떻게 자녀에게 상처를 입히고 건강하지 못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만드는지를 보여 줍니다.
그 결과로 강박, 중독, 상호의존 등의 문제들이 나타나고 어떻게 피해자의 삶을 망가뜨리는지 다양한 예를 들어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고요.
후반부에는 망가진 의지를 회복하고 '잃어버린 나'를 찾고, 진짜 자기를 발견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앞부분의 내용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저자가 원래 신부가 되기 위해 사제 수업을 받은 적이 있고 토론토 대학교에서 심리학 뿐 아니라 신학, 영성 분야에서도 학위를 받은 적이 있는 만큼 치유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다분히 영적인 접근이 가미되어 있어서 저로서는 거부감이 좀 들었습니다. 저는 심리 치료/상담과 영성 치유를 섞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취향이니 참고만 하시고요.
사실 Bradshaw의 저작 중 정점은 이후에 출판한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유'인데 저는 이미 1984년에 내면적 유대감 치유 과정을 최초로 개발한 Margaret Paul 박사가 쓴
'내면 아이의 상처 치유하기(Inner Bonding, 1992)'라는 걸출한 책을 먼저 읽었고 이미 큰 도움을 받았기에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유'까지 읽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온라인 서평을 봐도 이 책에 대한 호평 일색이던데 저는 솔직히 이 책과 '내면 아이의 상처 치유하기' 중 하나만 고르라면 후자를 추천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내면 아이의 상처를 입히는 가족의 역동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살펴보고 싶은 분들은 이 책도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겁니다.
이 책도 '내면 아이의 상처 치유하기'처럼 각 장의 주요 개념을 장이 끝나는 부분에 initial을 따서 정리하고 있는데 욕심을 내다보니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소한 단점이지만 신경이 거슬립니다.
닫기
* 죄책감은 내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수치심은 내게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양육 규칙들은 주로 여러 가지 형태로 자녀를 버림으로써 그들에게 수치심을 심어 준다.
* 일단 아이 내면의 자기가 수치심에 의해서 상처를 입게 되면 그런 자기의 경험은 고통스러운 것이 된다. 이를 메우기 위해서 아이는 생존을 위한 ‘거짓 자기’를 발달시키는 것이다.
* 수치심은 외로움과 심리적인 무감각 상태를 동반하게 되어 강박적 또는 중독적 형태의 삶을 살도록 불을 붙이게 된다.
* 버림받은 아이가 안전하게 생존하려면 자신의 부모를 이상화하고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함으로써 자신을 분열시켜야만 한다. 그리고 부모의 목소리를 내부로 투사하게 된다. 이 말은 아이가 원래 자신의 부모로부터 들었던 수치심을 심어 주던 대화를 자신의 내부에서 계속 해서 듣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는 자신이 부모에게 양육을 받은 대로 자신을 돌본다. 아이가 오랫동안 거짓 자기와 자신을 동일시하다 보면 자신의 진정한 감정, 필요, 욕구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즉, 수치심이 내면화되는 것이다.
* 유해한 교육에 의해서 희생당한 아이는 학대하는 부모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고 부모의 양육 방식을 열렬히 고수하게 되어 자신의 자녀에게도 똑같은 학대를 되풀이하게 된다. 이를 학대자와 외상적 연합 및 동일시한다고 한다.
* 보웬 이론의 핵심 개념은 자기 분화(self-differentiation)다. 성숙한 사람은 모든 다른 사람들에게서 분화되어 있고 분명한 자아 경계선을 설정해 놓은 사람이다.
* 원래 수치심은 우리 영성의 원천이다. 이는 유해한 교육에 기인하는 신경증적 수치심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 우리는 귀하고 유일하고 독특하고 순수하다. 우리가 계속해서 자신이 귀하고 독특하다고 느낄 수 있으려면, 우리를 돌보는 사람의 눈에서 우리의 존귀함과 독특함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를 돌보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수록,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필요와 욕구를 받아들일수록, 아이들의 충동, 느낌, 필요 등 모든 것을 받아들여 주며 아이 곁에 있어 줄 수 있다.
* 나는 이 책에서 감정을 억제할수록 생각이 오염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많은 자료들을 제시할 것이다. 유해한 교육은 감정을 억누르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높은 감성 지수를 발달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손상을 입게 된다.
* 기능적이고 건강한 가족에서 역설적인 것은 개별성이 증가할 때 연결성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불완전하고 채워야 할 것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완전하게 만들어 줄 사람을 찾는다. 그들은 “난 당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홀로 됨과 분리를 대면하고 개별화된 사람은 혼자서도 잘해 나갈 수 있다. 그들은 사랑하고 싶기 때문에 파트너를 찾는다. 그들은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이 필요해요”라고 말한다.
* 만성적으로 역기능적인 가족에서는 개인이 체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 현대의 역기능 중 대부분은 강박이라는 용어로 표현할 수 있다. 폭력, 성장애, 섭식장애, 감정중독, 종교 중독 등은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질병이다.
* 심리적인 무감각은 중독이 태어나는 토양이다. 중독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 죄책감은 개인적인 가치관을 위반했을 때 느끼는 후회의 감정이다. 그리고 수치심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적절감이다. 죄책감은 행동의 감독자이며, 수치심은 자기 존재의 감독자이다.
* 수치심은 다음의 세 가지 방법에 의해서 감정의 상태에서 존재 특성의 상태로 옮겨간다. 즉 1) 수치심에 기초한 본보기에 의해서, 2) 수치를 당함으로써(방치와 학대), 3) 감정과 충동을 수치스럽게 여기게 됨으로써 가능하다.
* 두 개의 반쪽이 모여서 완전한 결혼을 만든다는 개념은 매우 역기능적인 개념이다. 불완전한 두 사람은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건강한 관계를 맺으려면 온전한 두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기로 선택을 해야 하며, 서로가 상대방이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 ‘사랑에 빠지는 것’ 자체가 곧 ‘사랑’은 아니다.
* 모든 중독의 뿌리는 상호의존증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한 견고한 자존감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상호의존적이 되었다.
* 강박적/중독적 수치심의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치심을 껴안는 것이다. 수치심을 껴안는다는 것은 수치심을 실제로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 우리의 수치심 방어기제들을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실제로 그 고통을 겪는 것이다.
* 내가 술을 끊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끊은 상태로 머무를 수 없었던 것 뿐이었다.
* 애도만이 채워지지 않은 발달 과정의 의존 욕구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자기 파괴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마땅히 느껴야 할 고통을 껴안는 것이다. 당신은 느낄 수 있는 감정만 치유할 수 있다.
* 문제의 해결은 말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단지 어른으로서의 교정적인 체험이 아니라 어릴 적 두려움(슬픔, 분노...)을 다시 체험해야 한다.
* 우리 안의 아픈 곳을 건드리면 우리는 그것을 깊이 느낀다.
* 죄책감은 가족체계 역기능의 증상이다. 역기능적인 체계 안에서 죄책감은 상호의존증을 감추어 준다. 분화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은 모두가 똑같아야 하고 아무도 다를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율적이 되거나 가족과 달라지면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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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에 MMPI-2가 출시되면서 L, F, K 단 3개의 타당도 척도에 의존하던 MMPI에 비해 6개의 타당도 척도가 대거 추가되었는데 이는 타당도 검증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변화입니다. 왜냐하면 타당하지 않은 검사 결과를 간과하고 임상, 내용 척도를 그대로 해석하면 잘못된 formulation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MMPI-2에서는 타당도 척도들을 더욱 꼼꼼히 살펴봐야 하고 각 타당도 척도 해석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이와 반대로 타당도 척도의 수가 늘면서 F-K 지표(Dissimulation Index)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된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특히 상담 장면에서는 F-K 지표를 거의 자동적으로 계산할 수 있도록 습관을 들여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대부분의 척도들이 T점수를 해석하는 것과 달리 F-K 지표는 원점수를 사용한다는 것이죠. 그나마 MMPI-2는 결과표 1페이지 하단에 자동으로 계산을 해서 보여주지만 MMPI-A는 평가자가 번거로워도 직접 계산해야 합니다.
병원 장면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은 MMPI-2/A 결과에서 F, K, L, S 척도들이 유의미한 수준(70T이상 또는 35T 이하)으로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굳이 F-K 지표까지 살펴보지 않아도 타당도 검증을 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하지만
상담 장면에서는 F, K, L, S 척도가 극단적으로 상승, 하강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 때 F, K 척도가 양쪽 끝에 위치하게 되면 각 척도는 유의미하다고 해석하기 애매하지만 F-K 지표를 계산해 보면 꽤 많은 경우에서 유의미합니다.
아시다시피
F-K 지표를 유의미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은 ±15점입니다. +15점 이상이면 faking bad, -15점 이하라면 faking good을 의심해야 하는 것이죠(±22점 이상이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정도가 더 커집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F-K 지표가 +15점 이상일 때는 F척도가 65T 이하라고 해도 수검자가 증상을 과장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해석이 생각보다 간단하지는 않은데 왜냐하면 F-K 지표가 +15점 이상이라고 해도 F척도가 높은 경우와 K척도가 낮은 경우로 나누어지기 때문입니다. K척도가 적절한 수준이고 F척도가 높아서 +15점 이상이라면 faking bad일 수 있으나 F척도는 그리 높지 않고 K척도가 낮아서 +15점 이상으로 측정된 거라면 증상을 과장했다기보다는 방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만성화된 상태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F-K 지표의 해석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즉 다양한 맥락 정보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더라도 일단은 F-K 지표가 ±15점 범위를 벗어난다면 F, K척도 단독으로 유의미한 상승이 없다고 해도 증상 과장 혹은 방어 경향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병원 장면에 비해 상담 장면에서는 F-K 지표를 해석해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입니다.
덧. F-K 지표와 관련된 연구 결과 2가지를 추가로 설명드리면,
1. faking bad(+15점 이상)에 비해 faking good(-15점 이하)을 해석할 때 신중을 기할 것
2. MMPI-A의 경우 MMPI-2에 비해 F-K 지표 해석에 신중을 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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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의 하위 차원 분석 시리즈 중 여섯 번째 포스팅입니다.
앞서 포스팅한 자율성이 '가까운 환경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자율적 인간으로 이해하고 동일시하는 정도라면
연대감은 범위를 좀 더 넓혀 '다른 사람들(사회, 인류)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통합적인 한 부분으로 지각하고 이해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포스팅 할 자기 초월 성격은 이 범위를 훨씬 더 넓혀 '우주 만물과의 관계'까지 확장한거지요.
그렇다면
연대감이 높은 사람은 어떤 특성을 보이느냐 하면 한마디로 공존, 상생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연대감이 높은 사람을 '마음이 부드러운', '공감하는',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자비로운', '공정한' 등의 용어로 특징지을 수 있는거지요.
반대로 연대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투쟁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자율성이 낮은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러 내방하는 비율이 높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런 분들 중에서도 연대감은 낮을 수도 있고 중간 수준일 수도, 또는 꽤 높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유형 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연대감이 낮은 수준 : LLL(침울한), LLM(미성숙한), LLH(비조직화된)
연대감이 중간 수준 : LML(모방하는), LMM(자율성이 낮은), LMH(비논리적인)
연대감이 높은 수준 : LHL(의존적인), LHM(복종적인), LHH(감정적인)
자율성이 낮고 연대감도 낮은 경우는 부적응이 심하기 때문에 다른 임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공존 장애로 고통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찌보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상담자와 라포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 조기 종결이 되는 비율도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MMPI-2/A와 같은 구조화된 검사 결과를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뿐 아니라 다른 심리검사의 추가 실시도 고려하는게 좋죠.
지적 제한 문제가 함께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세요.
자율성이 낮아도 연대감이 중간 수준인 내담자는 취약하기는 해도 어느 정도 지지망을 구축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상담자와 라포를 형성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며 비교적 성실하게 상담을 받으러 옵니다.
다만 역기능적인 관계 유지 패턴이 익숙하게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상담자는 이러한 패턴이 성장 과정의 부모-자녀 관계에 기인하지 않는지 꼼꼼히 탐색해봐야 하고 이를 변화시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율성이 낮지만 연대감이 높은 내담자는 자율성이 낮아서 생긴 문제를 주변의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회피하거나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내담자가 의존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찾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 대상의 상당수는 내담자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거나 power를 갖고 내담자를 휘두르고 때로는 착취하기도 하는 사람이라서 내담자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천이 그 사람이라는 걸 내담자가 알고 있다고 해도 구속되어 있어 이 틀을 깨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임상적인 문제가 동반되기 쉬운 'LL?' 유형들과 또 다른 의미로 상담이 장기화됩니다.
연대감은 자율성과 함께 기질을 조절하는 핵심 부품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그 안에서도 자율성이 낮아서 생긴 문제를 외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우회로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연대감까지 낮으면 자율성을 높이는 것 자체가 요원하기 때문에
연대감이 낮은 경우는 상담자와 라포 형성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내담자를 지원할 수 있는 정서적인 지지망을 구축하거나 수리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자율성이 높아질 때까지 내담자가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럼 연대감의 하위 차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연대감 차원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하위 차원으로 구성됩니다.
* C1 : 타인수용
* C2 : 공감 / 둔감
* C3 : 이타성 / 이기성
* C4 : 관대함 / 복수심
* C5 : 공평 / 편파
C1(타인수용) 차원이 높은 사람은 자신과 다른 외양, 행동,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도 관대하고 우호적입니다. 소위
'다문화 사회'에서 살기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죠. C1 차원이 낮은 사람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같은 인간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C2(공감/둔감) 차원이 높은 사람은
역지사지를 잘 합니다. 자신의 판단을 보류한 채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C2 차원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둔감하고 관심 자체가 별로 없어서 무심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기 쉽습니다.
C3(이타성/이기성) 차원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걸 즐기며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걸 즐깁니다. 이에 비해 C3 차원이 낮으면 이기적이라서 자신이 열매를 독차지하려고 혼자 일하는 걸 선호하죠.
C4(관대함/복수심) 차원이 높으면 자비심이 많고
쉽게 용서를 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상처를 받아도 건설적인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애쓰는데 이와 반대로 C4 차원이 낮으면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공공연하게(또는 위장된 형태로) 복수하려고 하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C5(공평/편파) 차원이 높은 사람은 양심적이라서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공평한 것이 중요하지만 C5 차원이 낮은 사람은 기회주의적이고 타인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종하거나 속임수를 씁니다.
연대감 차원이 낮을 때 다섯 가지 하위 차원 중 무엇이 특히 낮은 수준인지 살펴보면 이 수검자가 자신의 주변 환경(또는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어떠한 문제가 생기는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C1이 낮은 사람은 다양성이 필요한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고 겉돌기 쉬우며 C2가 낮은 사람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 답답해 할 가능성이 크고, C3가 낮은 사람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기적이라는 평판 하에 따돌림을 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C4가 낮은 사람은 자신에게 손해를 끼친(그것이 사실이든 수검자의 착각이든 간에) 상대방에게 반드시 복수를 하려 하기 때문에 갈등이 격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C5가 낮은 사람은 cheating을 쉽게 하기 때문에 머리가 좋거나 해서 이를 교묘하게 감추지 못하면 역시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쁜 평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C3까지 함께 낮으면 이미 주변 사람들의 블랙 리스트에 올라 있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연대감은 자율성 만큼은 아니지만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데 꼭 필요한 부품이기 때문에 손상된 관계를 치유하거나 환경을 재구축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살펴보면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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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당사자의 소중한 목숨과 미래를 앗아가는 치명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남은 사람들(가족, 지인들)과 이들을 만났던 정신건강분야 관련자들에게도 큰 충격과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깁니다.
분야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평생 임상/상담 분야에 몸을 담는다면 환자/내담자를 자살로 잃는 경험을 피하기는 쉽지 않고 그래서
이 책을 읽으라고 추천드렸던 것이고요.
오늘 소개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 자살'과 2011년에 소개드렸던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모두 자살 예방 분야의 최고수인 Paul G. Quinnett이 썼습니다.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가 임상가를 위한 전문적인 서적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실제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씌여졌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 돌이킬 수 없는 결정, 자살 ->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당사자용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 임상가용
단순히 자살을 하면 안 된다며 무턱대고 말리는 내용이 아니라 자살의 여러가지 측면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그 고민을 통해 소중한 시간을 벌 수 있도록(자살 충동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간과하기 쉬운 내용까지 꼼꼼히 챙겨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자살 시도에 실패한 사람들, 자살에 성공하면 남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 자살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자살 숙고자/시도자들을 만나 그들의 목숨을 구하는데 일생을 바쳐온 전문가의 노하우와 진심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시기 상으로는 이 책이 먼저 나왔고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가 나중에 나왔는데 대상자가 읽어야 하는 책을 먼저 쓰고 나중에 임상가용으로 다시 정리한 것 같습니다. 제가 '왜 우리는 도박에 빠지는 걸까'를 먼저 쓴 것과 같은 이유죠. 앞으로 도박 중독 치료자를 위한 책을 쓰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요.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도 좋은 책이지만 이 책은 당사자를 위해 쓴 책이라서 그런지 더욱 잘 썼습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곳이 없는 책이에요.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분께 딱 한 권의 책만 권할 수 있다면 이 책을 드리고 싶습니다.
닫기*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그들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합니다. 자살하려는 사람 대부분이 우울하고 명확하게 사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알 것은 다 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살은 영원한 해결책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실을 고려한 다음에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내 말은 모든 요인을 다 고려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결국 자살을 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에게 배운 것 중 하나는 이들이 일단 결심을 하고 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 자살을 하고 싶은 분들은 지금 당장 1분만 시간을 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언제부터 나는 자살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자살로 죽은 사람이 있는가?” 이 질문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자살로 죽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누군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웠다는 사실입니다.
* 당신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당신이 아는 누군가와 비교하여 그가 자살을 할 만했다면 나도 할 만하다고 마음먹지는 않았습니까? 만일 당신의 대답이 ‘그렇다’라면 나는 당신에게 간단한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당신의 인생, 당신의 문제, 당신의 고통이 정말로 그들의 것과 똑같습니까? 당신이 그 사람과 똑같은 위기를 겪고 있고 그 사람과 똑같은 사람입니까?“
*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가 할 일은 당신에게 다른 대안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당신이 정말 죽기를 원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살을 고려했던 대부분의 사람이, 기분이 차츰 나아지고 위기가 지나가면서 조만간 살고 싶어 할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이 도움을 거부하더라도 시간을 좀 주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 우리 중 누구도 죽음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죽음(우리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 되는 것보다 삶(우리가 아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 되기가 더 쉽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죽음을 직면했을 때에야 비로소 죽음이 더 이상 그럴듯한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 혼자인 것과 외로운 것 사이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당신이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 주변의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그들과 어떻게 말하는가, 그들이 당신의 말을 어떻게 듣는가, 그리고 그들이 당신에 대해서 무엇을 아는가 하는 것입니다. 요점은 혼자라는 것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 혼자인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적이라는 겁니다. 우리 모두는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고 그것에서 배워 성장하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입니다.
* 한번은 아주 우울한 젊은이에게 뭔가 불안하냐고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아니요, 너무 우울해서 불안할 수도 없어요”
덧. 이 책은 저도 소장하면서 가끔 참고해야 하기 때문에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덧2. 디자인이 구리기로 유명한 학지사에서 나왔기 때문에 역시나 디자인은 눈을 돌리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이 좋은 책이라는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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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를 만나기 전에 가족이 실수로 대위 변제를 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담을 시작할 때 도박 빚이 전혀 없는 상태인 중독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상담자는 채무 변제 계획을 상담에서 꼭 다뤄야 한다는 말이죠.
도박을 하는 이유를 말 할 때 너무 재미있어서, 흥분되기 때문에 도박을 한다는 도박자보다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박을 한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물론 본인이 전자에 속한다고 해도 상담자 들으라고 이를 입 밖으로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도박자는 거의 없기 때문에 모든 도박자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도박에 빠져든다고 자신할 수는 없죠.
그래도 하여간 많은 도박자들이 도박을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도박 빚을 꼽습니다. 워낙 큰 스트레스 요인이니까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도박을 계속 해서든, 열심히 일을 해서든 모두 갚아서 도박 빚이 전혀 없는 그 날이 언제인지를 말하는 중독자가 없다는거지요. 제 경험으로는 언제인지 계산해 본 도박자조차도 없었습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가장 스트레스가 되는 게 도박 빚이라면서도 그걸 갚을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다 갚을 그 날조차도 상상하지 못하는 게 도박 중독의 무서운 점입니다. 그야말로 희망을 멸절시키는 병이에요.
그래서 상담자는 도박 빚을 갚는 과정을 챙기는 만큼 도박 빚을 완전히 털어내는 날짜, 종착점, 일명 도박 빚 제로 데이를 찾아내도록 도와야 합니다.
도박 중독 치유를 흔히 마라톤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런데 결승점이 어디인지 모르고 뛰는 마라톤이라면 어떨까요? 과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을까요? 언제 끝나는지 모르는 뜀박질은 체력 고갈에 앞서 계속 뛰고자 하는 심리적 힘을 소진시킵니다. 이게 더 무서운거에요.
가끔 생애 한번도 빚이 없었던 적이 없는 도박자를 만나곤 하는데 빚을 진 삶에 너무나 익숙해서 평생을 빚에서 벗어날 생각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 도박 빚 제로 데이가 특히 중요합니다.
그러니
도박 빚을 갚기 위한 채무 변제 계획을 세울 때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도박 빚을 완전히 털어내는 도박 빚 제로 데이를 설정해서 중독자가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그 날을 앞으로 당기기 위해 격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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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상담도 그렇지만 도박 중독 치유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두 개의 축이라면 재정 문제와 관계 문제를 듭니다.
이 두 가지 핵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도박자 뿐 아니라 상담자도 빠지기 쉬운 함정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겁니다. 즉, 상담을 하기 이전에 (-)의 삶을 살았다면 상담을 통해 (0)의 삶으로 끌어올리려는 거지요.
3,000만 원의 빚이 있다면 그 빚을 다 갚는 것, 부끄러워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와 다시 연락할 수 있게 되는 것 등이 바로 '제로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요? 진흙 구덩이 속에서 박박 기다가 구덩이 밖으로 올라와 한숨 돌렸다면 안도감이야 들겠지만 그걸로 충분할까요?
도박을 하던 삶과 도박을 그만둔 후의 삶의 모습이 별로 다를 바 없다면 우리는 대체 왜 도박을 그만둔 걸까요? 그 재미있는 도박을 그만둔 댓가가 더 이상 자신을 재정, 관계 면에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거라면 만족하시겠어요?
그렇지 않습니다.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은 삶을 살려고 도박을 그만둔 것이 아니죠. 거기에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상담을 하는 것이지 위험하지 않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도박을 그만두었다고 갑자기 재산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소원해진 친구와 사이가 돈독해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 방법은
도박 이전에 누리던 소소한 삶의 즐거움부터 되찾는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아이와 같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가족들과 워터파크나 눈썰매장으로 놀러가고, 퇴근할 때 붕어빵 한 봉지를 사들고 가서 나눠먹고,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과 치맥 모임을 하고, 자전거나 등산 동호회에 다시 나가기 시작하고, 문화센터에서 기타를 배우고 등등. 큰 돈이 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찾아보면 참 많습니다.
만약 도박에 빠지기 이전에도 그런 사소한 행복을 경험한 적이 없다면 지금이야말로 인생의 참 의미를 되찾을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니 어서 빨리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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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나 수퍼비전 때 임상가 선생님들을 자주 만나는데 꽤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인데도 공통점이 하나 있더군요. 바로 실수를 너무 두려워하는 겁니다.
내담자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면 어쩌지?
심리평가 해석이 잘못되어 오진하면 어쩌지?
교육이나 해석 상담 때 말 실수를 해서 부모에게 상처를 주면 어쩌지? 등등
실수가 두려운 건 당연합니다. 임상/상담 분야처럼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이라면 더더욱 두려울 수 있죠.
게다가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일처리 자세는 임상가에게 꼭 필요한 자질일 뿐 아니라 실제로 일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잊어서 안 되는 건 실수를 영원히 피할 수는 없다는거지요. 이 바닥에서 일을 하는 한 언젠가는 실수를 하게 되고 때로는 그 실수가 굉장히 큰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왕 하게 될 실수라면 최대한 빨리 당겨서 미리 하는 게 좋습니다. 역설적으로 들릴 지 모르겠지만 실수를 찾아가며 해 봐야 할 수도 있어요.
임상/상담심리전문가 자격을 예로 들면 자격증을 취득한 후 3년 이내에 할 수 있는 실수는 모두 하는 게 좋습니다. 3년까지는 본인도 아직 초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책이 덜 심하고 주변 사람들도 어느 정도 실수를 양해합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나면 내담자/환자들부터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기대하기 시작합니다. 실수의 경중을 따지기 시작하고 더 이상 초보적인 실수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습니다.
그러니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애쓰지 말고 오히려 가능하면 다양한 실수를 하도록 노력하세요. 그리고 그 실수를 통해 배우세요. 그 배움이 진짜 고수로 만들어 줄 겁니다.
덧.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 포스팅도 제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직 고수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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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이 어떤 병이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자신이 받은 훈련 베이스에 따라 입장이 갈립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임상심리학자의 생각이 똑같을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가 매우 어려운 병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마 같은 생각일 겁니다. 물론 왜 어렵냐는 이유에 대해서는 또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요.
저도 그랬지만 중독 분야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어떤 치료 방법이, 어떤 치유적 접근이 도박 중독에 가장 효과적인지를 찾기 위해 애쓴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저는 절충-통합적 접근으로 귀결했습니다만.
중독 치유에 대한 치료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특별히 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걸로 나옵니다. 그거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인데 충격적인 건 자발적 회복(spantaneous recovery)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오거든요. 물론 이 자발적인 회복은 그냥 내버려두면 나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이 자발적인 회복을 믿지 않습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마음의 힘이 워낙 강력한 것이어서 그 마음의 힘을 집중하면 혼자만의 힘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믿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마음의 힘이 작동하기 위한 최초의 동력은 중독자 스스로 만들지 못합니다. 펌프로 물을 긷는 것과 비슷한데 최초의 마중물은 누군가 부어줘야 하는 것이죠.
다른 비유를 들면 도박 중독 치유가 어려운 이유는 자유 의지의 회로가 끊긴 상태라서 동력이 전달되지 못하고 그로 인해 회복의 엔진이 가동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만의 하나 확률로 그 회로가 우연히 연결될 수 있지만 그 터무니없는 확률만 믿고 손을 놓고 기다릴 수가 없고 무엇보다 그 연결된 회로가 다시 끊기지 않고 유지될 거라는 기대를 저는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기다림의 과정에서 중독자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이 낭비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중독자가 혼자만의 힘으로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아무것도 베팅하지 않겠습니다. 그 베팅의 대가가 제 내담자의 소중한 인생이라면 더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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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과 공급의 법칙에 따라 상담자의 공급이 수요 폭증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담 현장은 점차 단기 상담이 기본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도 이미 체계화된 상담 현장(대학, 청소년 등)에서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죠.
단기 상담의 시간적 한계(내담자의 심리적 상태와 특성을 알아내기 위한 최소 회기 수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심리평가를 도입할 수 밖에 없고 심리평가의 실시 시기를 결정하는 상담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도 문제지만 임상 현장처럼 무조건 초기에 실시하는 routine system의 도입이 더 큰 문제입니다.
많은 대학의 학생상담센터에서 내담자가 방문하면 접수 시 선별심리평가(MMPI-2, SCT)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담자를 배정하는 시스템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때 기계적으로 MMPI-2에서 상승한 임상 척도가 많을수록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정해 supervisor급 상담자에게 배정하고 상승한 임상 척도가 별로 없으면 문제가 경미하다고 잘못 판정해 인턴 supervisee에게 배정합니다.
하지만 이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나 통하는 판정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상담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정신장애로 진단받을 정도의 문제를 가진 내담자보다 기질/성격 상의 문제를 가진 내담자가 더 많이 방문하고 자아 동질성이 강한 성격 장애일수록 MMPI-2와 같은 구조화된 검사에서 심리적 불편감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수하게 MMPI-2의 임상 척도만 높게 상승한 경우는 심리적 불편감을 적극적으로 호소하기 때문에 라포를 형성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예후도 좋은 편입니다. 결코 지도 교수급 상담자의 능력이 뛰어나서 쉽게 호전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MMPI-2에서 별다른 척도 상승이 없는데 상담자가 강렬한 전이-역전이를 경험하거나 투사, 반동형성, 조종 등의 방어 기제에 노출됨으로써 정서적 소진을 경험하고 상담이 조기 종결되는 건 이 내담자가 기질/성격 상의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큰 것이지 인턴 선생님이 무능해서가 아닙니다.
그러니 선별심리평가를 routine하게 실시하는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겠으면 최소한 선별심리평가에 TCI라도 추가하기 바랍니다. 적어도 상담자 배정이 반대로 되는 것만이라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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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리평가 결과를 가능한 한 수검자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류 상담계와는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걸 미리 말씀드리고 이 포스팅을 시작해야 할 것 같군요.
저는 해석 상담 시 심리평가보고서는 물론이고 전문가에게 리딩을 받으라고 꼼꼼히 주의 사항을 일러준다는 전제 하에 심리평가에 포함된 모든 자료(심리평가보고서, 심리검사 결과지 뿐 아니라 원 응답지까지)를 수검자 본인에게 모두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것과 관련된 제 생각은 다음의 포스팅들을 참고하시고요.
* 심리검사 원자료는 의무기록인가?
* 부모가 아동/청소년의 심리평가 원자료를 보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 피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를 보겠다는데(혹은 갖겠다는데) 그걸 왜 막나
이 포스팅에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하는 내용은 해석 상담 시 수검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처럼 원자료를 활용하는 경우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한 원자료를 해석 상담 시 사용해도 됩니다. 그 두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자료의 내용이 결과 해석에 곧바로 연결되는 검사가 아니어야 함
2. 원자료 노출이 이후 검사(예; 재검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함
이 두 가지 조건을 적용할 때
해석 상담에서 원자료 노출을 피해야 하는 대표적인 검사는 HTP, KFD와 같은 그림 검사입니다. 결과 해석의 근거로 수검자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서 구조적 해석을 하게 되면 이후 수검자가 검사 결과의 해석 논리를 알게 되어 나중에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거나(선무당 효과) 재검사 때 수검자의 반응에 영향을 주게 되어 이전 검사 결과와 비교 분석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언어적인 자극을 사용하는 검사 중에서는 문장완성검사(SCT)가 대표적인 예인데 해석 상담 시 평가자는 각 문항의 의도를 수검자에게 알려주면 안 됩니다. 표준화된 문장완성검사가 별로 없다고 해도 몇 개의 버전으로 거의 정리되어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라 수검자의 나중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두 조건을 적용했을 때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검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상대적으로 지능 검사의 결과표를 활용한 해석과 MMPI-2/A의 척도 해석,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을 활용한 해석 등은 괜찮습니다. 원자료의 내용이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수검자가 짐작할 수 없고 해석 근거가 되는 점수를 안다고 해도 이후 검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데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 시 해석 근거로 원자료를 사용할 때 그림 검사, 문장완성검사, 로르샤하 검사의 card pull을 활용한 해석 등은 하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가끔 수검자가 요구할 수 있지만 이후 재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저는 오염이 된다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해서 수검자에게 설명합니다) 안 된다고 설명하시면 대개는 이해합니다.
좀 더 안전하게 한다면 모든 심리검사의 원자료를 해석 상담 시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결과 자료만 사용하라는 말)입니다. 평가자가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원자료와 해석 결과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는 수검자도 분명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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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제가 상담하고 있는 내담자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온라인 상에는 많지는 않지만 도박 중독자들이 치유를 위해 모이는 인터넷 카페 등의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도박 중독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실수한 분들은 더 이상 재발로 진행하지 않기 위해 회원들의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탈도박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곳이죠.
도박 중독에 대응하는 전문 기관이 전무하던 때 이런 카페는 일종의 등대와 같은 구실을 했습니다. 배에 구멍이 난 조각배들이 난파하지 않고 항구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인터넷 카페가 대부분 대형 포털 사이트에 있는 것을 악용해 의도를 갖고 가입한 뒤 회원인 중독자들에게 자신의 사이트 이용을 유도하는 비밀 쪽지를 보내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마음의 힘이 약한 도박자들은 이러한 유혹조차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쪽지에 연결된 링크를 눌러서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고 곧 피가 거꾸로 치솟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어찌 인간이 이렇게까지 사악할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이건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병원에 잠입해 환자들에게 술을 파는 것이나 마약을 끊기 위한 치료 공동체에 마약을 공수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악마나 할 법한 짓이죠.
이제는 그나마 의지할 곳이 부족해 인터넷 카페에서나 겨우 위안을 얻고 있는 중독자들에게 그곳마저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한 줌의 재산마저도 털어먹으려는 사악한 무리들이 중독자를 뒤쫓고 있으니 모쪼록 항상 경계하고 주의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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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발적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지만 반대로 아동/청소년은 부모의 권유나 강요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올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도 그렇고 심리평가도 그렇고 아동/청소년 내담자와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충분한 orientation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아동/청소년 상담의 또 한가지 특징은 부모-자녀 관계 갈등이 없는 경우가 드물다는 겁니다. 저는 supervision을 할 때마다 PCRP를 default 값으로 가정하고 살펴보라고 할 정도로 부모 자녀 관계 문제가 기본 깔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부모 자녀 관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부모가 압도적인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부모의 행동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상담의 효과가 제한되기 쉽죠. 상담자가 아동/청소년과 어렵게 라포를 형성하고 치료적 동맹 하에서 함께 노력하더라도 부모는 이를 단번에 좌절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자가 상담 초기부터 부모를 최대한 개입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의뢰 단계에서부터 부모님의 적극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심리평가의 해석 상담 시에도 부모님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특별히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많은 현장에서 부모가 상담 자체를 싫어해서, 심정적으로 부담스러워서, 상담을 받고는 싶지만 시간이나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상담자와 정기적으로 만나지 못합니다.
아동/청소년 상담에서 부모가 동반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다른지는 아동/청소년 분야의 상담자라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부모가 함께 오지 않으면 자녀의 변화 책임은 오로지 상담자에게 부과되고 이러한 부담은 상담자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을 제한하게 되죠.
부모가 정기적으로 상담자를 만나지 못하는 모든 경우에도 상담자는 부모에 대한 심리평가를 통해 간접적인 개입 방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선별심리평가에서도 아동/청소년 뿐 아니라 양 부모 모두에 대해 MMPI-2와 TCI를 최대한 실시하려고 노력하는데 양 부모의 기질/성격과 정서 상태에 대한 정보만 갖고 있어도 아동/청소년의 그것과 비교함으로써 누구를 더 적극적으로 상담에 끌어들여야 하는지, 어떤 부모가 부모 교육에 더 잘 반응하는지, 어떤 부모에게 개인 상담을 권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거든요.
정리해 보자면,
1. 아동/청소년 상담에서는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기본으로 깔려 있을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2. 상담 초기부터 부모의 적극적인 협조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상담 또는 부모 교육을 강력히 권유한다
3. 부모가 여러 이유로 상담을 꺼리는 경우 선별심리평가라도 실시해서 양 부모의 검사 결과를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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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상담을 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특별히 상담이 힘들다고 느끼는 내담자 유형이 있습니다. 그리고 왜 이 내담자는 상담을 하기가 유독 힘들까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합니다. 그 결과로 나름의 답을 찾게 되죠.
제 경우는 성격 장애, 특히 B군에 속하는 성격 장애 내담자와 소위 말하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편입니다. 한 때는 저를 자책한 적도 있습니다만 이제는 더 잘 맞는 상담자와 상담을 시작하는 것이 제게나 그 내담자에게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래 고민하지 않고 의뢰한 후 잊어 버립니다.
나름의 답을 찾기는 했어도 여전히 상담은 어렵고, 상담을 잘 하기 위해, 까다로운 내담자를 더 잘 상대하기 위해, 예상되는 문제에 더 잘 대비하기 위해 계속 방법을 찾고 공부합니다. 이 책은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읽었습니다.
상담자가 상담을 할 때 곤경에 빠지는 상황들은 참 많은데 이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내담자가 협조하지 않으려고 마음먹고 있을 때(적극적인 저항)
* 내담자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을 때(다루기 힘든 내담자로서 행동하는 방식이 확립되어 있음)
* 치료사가 뭔가를 모르고 있을 때(중요한 정보와 지식을 놓친 경우)
* 치료사가 실제로 모르는 것을 안다고 여길 때(근거 없는 가정)
* 치료사가 뭔가를 잘 할 수 없을 때(서투른 개입)
* 치료사가 뭔가를 하지 않으려고 할 떄(책임감 부족)
* 치료사 내면의 어떤 것이 치료를 방해할 때(미해결 과제)
* 치료사가 연민을 잃어버릴 때
이 책의 저자인 Jeffrey A. Kottler는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내담자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이들을 잘 상담하기 위해 다각도에서 분석하고 공부한 결과를 정리해 이 책으로 내놨습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함께 살펴보려고 한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무엇이 어떤 내담자들을 치료하기 어렵게 만드는가?
* 다루기 힘든 내담자와 저항하는 내담자는 어떻게 다른가?
* 내담자의 기대와 치료사의 지각은 어떻게 충돌하여 치료적 교착상태를 만드는가?
* 우리가 가장 힘들어하는 내담자와 우리 자신간의 유사성은 무엇인가?
* 가장 어려운 치료관계의 근원에 권력 갈등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우리는 내담자의 저항을 왜 개인적으로(마치 그들의 저항이 우리를 표적으로 삼은 것처럼) 받아들이는가?
* 일상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는 내담자를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지침은 무엇인가?
저자는 이 책을 4부로 나눠 '1부. 무엇이 비협조적인 내담자를 만드는가' 에서는 상담이 왜 교착 상태에 빠지는지, 어떤 내담자들은 왜 저항하는지 그 원인을 규명하고자 합니다. '2부. 치료사가 비협조적일 때'에서는 역전이 관련 문제와 치료사 자신의 미해결된 자기애적 욕구를 탐색합니다. '3부. 매우 비협조적인 내담자'에서는 치료사들이 가장 치료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다양한 유형의 내담자를 소개합니다. '4부. 비협조적인 사례 다루기'에서는 치료사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원칙, 전략, 개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10년 간 자신이 만났던 비협조적인 내담자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감사를 표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저자가 그 상처와 좌절감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더라도 이 책의 내용은 다양한 이유로 비협조적인 내담자를 만나면서 힘들어하는 상담자에게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지금도 그런 내담자를 만나고 있는 상담자 뿐 아니라 앞으로 이런 상황을 대비하려고 하는 예비 상담자들도 한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닫기 * Munjack & Oziel(1978)의 저항 유형
유형 1) 내담자들은 치료사가 원하거나 기대하는 것을 단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단순하여 치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모를 수도 있고 사실에 의거한 생각만을 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유형 2) 내담자는 지시받은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해서 그것을 따르지 못한다. 내담자는 완강하게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치료사가 요구하는 것을 할 수 없을 뿐이다.
유형 3) 저항은 의욕의 결여를 수반한다. 내담자는 치료사가 무엇을 하든지 뚜렷한 무관심과 냉담함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행동은 이전의 치료에서 실패한 결과로 생긴 것이거나 자기 패배적인 신념 체계 때문일 수 있다.
유형 4) 저항은 ‘전통적인’ 죄책감이나 불안에서 유도된 다양한 것들로서 정신분석가들이 가장 많이 인식했던 것들이다. 방어기제는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내담자는 억압된 감정이 표면으로 떠오르기 때문에 놀라서 뒷걸음질 친다.
유형 5) 저항은 내담자가 증상을 통해 얻는 이차적인 이득에서 생긴다.
* 치료사가 치료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내담자들은 대개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한 그룹은 만성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고 다른 한 그룹은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 치료에서 내담자를 비협조적으로 만드는 것은 현재의 문제나 증상보다는 그가 자신의 문제에 반응하는 방식과 더 많은 관련이 있다.
* 치료사가 가장 다루기 어렵다고 보고한 범주
- 비협조적인 내담자들의 가장 우세한 특징은 요구가 많은 행동이다.
- 두 번째 주제는 그들의 통제 욕구이다.
- 세 번째 요인은 방어기제의 유형이다. 특히 보다 원시적인 기제
- 네 번째 요인은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다.
* 랭스(Langs, 1989)는 치료사들에게 매 회기를 ‘바라는 것 없이, 기억 없이, 이해 없이’ 접근하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선입견을 비워 낸 후에만 새로운 통찰을 가져오는 생기 넘치는 관점을 가지고 내담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 유난히 골치 아픈 사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역학관계를 밝히려고 할 때는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우리가 한 무엇이 내담자를 비협조적으로 만드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이 책의 전제들 중 하나는 치료에 대한 내담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꼭 그들의 저항이나 비협조적인 경향성으로 인해 생긴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개 그들은 어설프고 무신경한 치료사들의 해석이나 직면을 공격이라고 여기고 그에 대항하여 자신을 지키려 한다(Strupp, 1989).
* 모든 저항적인 환자들의 가장 공통적인 특징은 “질환, 예방, 치료에 대한 개인의 반응을 결정하는 데 있어 불안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Martin, 1979).
* 내담자가 비협조적인 경우, 그 원인은 보통 두 가지 중 하나다. 1) 그들이 치료사로부터 받아들여지거나 이해받는다고 느끼지 못할 때, 2) 그들이 치료사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할 때. 이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이든 치료사가 느낀 분노와 좌절감은 그/그녀의 미해결 과제와 더불어 저항이 이해되고 훈습될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된다.
* 맥엘로이와 멕엘로이(McElroy & McElroy, 1991) 같은 많은 치료사들은 비협조적인 내담자에 대한 우리의 역전이 감정이 그들을 도울 방법에 관한 가장 쓸모 있는 단서가 된다고 확신한다. 일단 우리가 특정한 내담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해서 어떤 내부적 감정이 울리는지를 알아차리게 되면(그것이 분노, 좌절, 불안, 무력감, 방어, 혐오감, 성적인 끌림, 지루함 등 무엇이든지) 우리는 그것의 부정적인 영향을 중화시킬 뿐 아니라 더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길로 잘 가고 있는 것이다.
* 치료에서 치료사로부터 직접 기인되는 저항의 주된 원천은 치료사가 내담자에게 옳은 것과 그른 것, 좋은 것과 나쁜 것의 확고한 한계를 전달하는 확신에 찬 태도다(Bauer & Mills, 1989).
* 치료사들이 비협조적인 내담자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관한 한 조사에서 가장 적응적인 전략 중의 하나는 유머의 진가로 단련된 낙관적인 인내심이었다(Medeiros & Prochaska, 1988).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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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담자의 '저항'이 불가피한 요소이고 상담의 중요한 '재료'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상태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저항이란 내담자의 통찰을 방해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돌파하거나 넘어서야 하는 장애물정도로 인식하는 상담자도 많았고 그렇게 가르치는 치료 사조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좀 더 극단적인 시각에서 내담자의 '저항'을 바라보는 편인데
저항이 없는 상담은 상담이 아니라 잡담을 하거나 수다를 떨고 있는 것으로까지 생각합니다. 상담에서 '저항이 없다'는 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물론 치료 동기도 높고(왜 높은지는 분석을 해 봐야겠지만), 그래서 준비도(readiness)도 높은 수준이고, 이미 변화 단계에서 action stage에 해당하는 내담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내담자는 저항이랄 게 별로 없고 상담자와 코드만 잘 맞으면 그야말로 순풍에 돛 단 듯 상담이 순조롭게 풀릴 수도 있겠으나 그런 행운은 상담자에게 그리 자주 찾아오는 게 아니고 무엇보다 그렇게 준비된 내담자는 상담의 도움을 받으러 오는 것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상담자가 만나는 내담자는 변화하고 싶으나 변화된 삶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거나 아예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지금의 삶이 너무 싫고 힘들기는 해도 이미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변화로 인해 야기되는 고통을 견딜 힘이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겁을 먹은 사람들입니다.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머리(superego)로는 변화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마음(ego)은 아직 양가 갈등 상태이며 몸(id)은 이미 고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머리와 마음과 몸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으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 상태에서 상담자를 찾아옵니다(그러한 불협화음을 상담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행동으로 옮긴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죠).
그러니 그 '저항'을 무엇으로 정의하건 간에 상담이 매끄럽게 되지 않도록 제동이 걸리고 뒷걸음질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상담을 시작했는데 상담자가 의도했던 방향과 속도로 너무 쉽게 진행된다면 그건 상담자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내담자가 상담자의 의도에 맞춰 반응 또는 쇼를 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상담자가 손을 내밀었을 때 뒤로 흠칫 물러나는 것이 내담자의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그러니 내담자의 저항을 상담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기쁘게 받아들이세요. 그 '저항'의 이면에 무엇이 숨어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그 다음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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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산하의 기관 중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가정폭력 등의 각종 폭력 생존자에게 상담 뿐 아니라 의료, 법률 등의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핵심 기관입니다.
폭력의 생존자들은 대개 사회적 약자인 여성, 아이들이기 때문에 해바라기 센터의 존재감이 남다를 수 밖에 없고 어찌 보면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많은 심리지원 기관 중 최전방에 위치한 곳입니다.
그런데 저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해바라기센터 내 심리치료사 직군의 자격 요건이 너무도 허술하더군요. 임상심리직군과 왜 별개의 심리치료사 직군을 두었는지부터가 잘 이해되지 않지만 비교적 체계적인 수련 과정을 갖추고 있고 자격 요건도 까다로운 임상심리직군과 달리 심리치료사 직군은 심각한 폭력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현장 역할과 동떨어진 사회복지학, 아동학, 여성학 등의 학위와 관련 기관에서의 경력(석사의 경우는 1년, 학사의 경우는 3년)만 갖고 일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사회복지학, 아동학, 여성학 전공을 폄훼하자는 것이 아니라 심리치료사 직군의 업무 특성 상 꼭 필요한 정신병리학, 임상심리학, 상담심리학 관련 전문 지식 습득 및 수련 과정이 없더라도 심리치료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3년 간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전문적인 수련을 거친 임상심리전문가라고 해도 해바라기 센터에서 심리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외상 치료에 대한 별도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거의 경악할 정도의 안이한 채용 기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된 자격도 갖추지 않고 개업하여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재차 더 깊은 상처를 입히는 사이비 상담자들이 넘치는 판국에 국가 기관마저 이런 황당한 상황이라뇨. 절대로 안 될 일입니다.
다행히 사명감이 투철한 현장 전문가 선생님 한 분이 앞장서서 잘못된 제도 개선을 위한 국민청원을 시작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한 청원 내용을 읽어보시고 그 뜻에 동참하는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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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는 제가 애정하는 검사이기도 해서 그동안 여러차례 포스팅을 했습니다만 지금도 가끔씩 MBTI와 비교해서 질문하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이 참에 정리를 해 볼까 합니다.
우선 저는 MBTI가 임상이나 상담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적절한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MBTI 유형이 저를 이해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실망스러운 개인 경험도 있지만 무엇보다 상담을 하면서 MBTI 유형에 따른 접근을 했을 때 별로 재미(?)를 못 봤습니다. 이는 아마도 몇 가지 이유가 있어서일 것 같은데요. 첫째는 MBTI의 16가지 유형론이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바넘 효과를 배제하고 나면 임상,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ISTJ 유형 중에서도 외향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MBTI는 이들의 외향성을 잘 설명하지 못하죠.
또한 몇 개의 유형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도 만만치 않은 문제이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MBTI가 타고난 기질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는 유전적인 영향과 환경적인 영향을 구분해서 살펴보고 싶은데 MBTI는 기질을 측정하는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MBTI가 전혀 쓸데없는 검사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게 임상, 상담에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지만 특별한 심리적 문제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 적성 코칭에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검사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달리 TCI는 기질과 성격을 나누어 측정하는 거의 유일한 검사이기도 하고 기질과 성격의 유형도 MBTI에 비해 훨씬 더 세밀한 52개 유형(각각 27개 유형)으로 구분하는데다 하위차원 분석을 통해 유형 내 편차도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특히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이 내담자들의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는데 유용하고 다른 어떤 심리검사에서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 성격 장애 가능성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기 때문에 저는 임상, 상담에서는 MBTI보다 TCI를 사용하도록 권하는 편입니다.
굳이 둘로 나누어 설명하자면,
MBTI : 일반인을 위한 코칭
TCI : 임상, 상담
수가 문제 때문인지, 유용성을 잘 몰라서 그런지, 굳이 그것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몰라도 TCI를 사용하는 병원이 거의 없다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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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담자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그 이유와 상관없이 상담자는 내담자를 도울거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그 기대가 상담자를 힘들게 할 수도 있고 때로는 상담자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상담자가 구원자의 역할을 맡게 될 때, 그래서 사명감과 소명의식이 상담자를 압도할 때 아무리 뛰어난 상담자도 그 역할을 장기간 감당하지 못합니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문제에 침잠해서 자신과 내담자의 삶의 경계를 혼동할 때, 더 이상 상담자가 아닌 자신의 삶을 지키지 못할 때 정서적 소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상담자는 영웅도 아니고 구원자도 아니며 희생양도 아니고 보호자는 더더욱 아닙니다.
상담자는 듣는 자이자 관찰하는 자이며, 내담자의 곁을 지키는 자이며, 내담자가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앞길을 밝히는 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상담자는 내담자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는 것, 저는 그것을 치료적 경계의 설정이라고 부릅니다. 이 경계가 무너질 때 상담자는 상담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으며 그것은 내담자와 함께 침몰하는 이유가 됩니다. 상담자가 자신과 함께 빠져죽는 걸 반기는 내담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치료적 경계를 건강히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담을 처음하던 초심자일 때 몇 차례의 쓰라린 실패와 내담자를 잃는 경험을 하고 난 뒤 그 뼈저린 경험을 통해 제가 나름 터득한 방법은 다음과 같은 경구를 마음 속으로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It's Not My Problem" "이것은 내 문제가 아니다"
언뜻 들으면 냉정하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은 상담자가 자신도 모르게 내담자의 문제를 자신의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객관적 시각을 잃는 걸 막아줍니다.
이는 적극적으로 치료적 경계를 넘어오거나 무너뜨리려고 시도하는 내담자와 상담할 때 효과적입니다. 특히 상담자를 비난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내담자로부터 받는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내담자와 경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상담자라면 한번쯤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나는 할 수 있다"고 읊조리는 마인드 컨트롤은 일반인에게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상담자에게도 이런 류의 주문이 꼭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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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구매한 지 꽤 오래된 책인데 하드커버인데다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판형이 부담되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얼마전에야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크게 실망했습니다.
다양한 정신장애 별로 심리평가 결과 해석과 치료적 접근까지 망라하는데다 번역서가 아닌 국내 사례를 다룬 책으로는 이 책이 거의 유일하고 게다가 서울대 팀(그것도 환상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김중술, 이한주, 한수정 선생님이 저자)이 쓴 책이기 때문에 내심 큰 기대를 하고 있었거든요.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정신장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 전환장애와 히스테리성 성격장애
* 신체화장애
* 주요 우울장애
* 정신분열증
* 우울성 성격장애
* 양극성 장애
* 정신분열형 성격장애
* 망상장애 및 편집성 성격장애
* 범불안장애
* 공황장애
* 강박장애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 히스테리성 성격장애
* 반사회성 성격장애
* 경계선 성격장애
* 폭식장애
아무래도 병원 장면에서 주로 접할 수 있는 장애 중심으로 모아놓을 수 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성격장애, 불안장애, 기분장애, 조현병 등 주요 장애 뿐 아니라 섭식 장애와 신체화 장애까지 다루고 있으니 상당히 유용한 책일 수 있었습니다.
각 장애는 증상 -> 개인력 및 가족력 -> 심리검사결과 및 해석 -> 사례이해(치료적 접근) -> Review 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병원 사례(모두 동의를 받았겠지요?)지만 내용이 방대하고 아주 detail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수록해서 case formulation에 대한 공부가 될 수 있었던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진단이 대부분 틀렸다는 겁니다. 이 책에 수록된 21개의 사례 중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진단은 10% 미만입니다. 주 호소와 증상은 각 장애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지만 이를 지지하는 심리검사 결과가 거의 없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면 두 번째로 제시된 신체화 장애에서 환자가 호소하는 주 증상은 원인이 불분명한 복통이지만 검사 결과를 보면 신체화 장애를 시사하는 검사 sign이 하나도 없습니다. 배경 정보를 지우고 검사 결과만 갖고 해석(blinded interpretation)한다면 그 어떤 평가자라도 이 장애가 신체화 장애라고 진단할 수 없을 수준입니다. 세 번째로 제시된 주요 우울장애도 마찬가지이고 제가 볼 때는 거의 대부분 장애가 오진입니다. 이 책은 각 정신장애를 심리평가로 어떻게 formulation하고 그에 따라 어떤 치료방법을 택할 것인지를 다룬 책이기 때문에 진단만큼은 틀리면 안 됩니다. 그런데 의견이 분분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이 진단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진단이 엉망입니다.
이런 문제가 생긴 이유로 제가 생각해 본 원인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장애가 MMPI-2가 나오기 이전에 수집된 사례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로샤 해석에 의존하는 서울대 병원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각 사례의 심리검사 결과에서 대부분의 해석은 로샤 검사 결과에 의존하고 MMPI(MMPI-2가 아닙니다), SCT, HTP는 그냥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가는 수준입니다. 분량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지능 검사와 BGT는 아예 없습니다.
초반의 장애부터 진단이 틀리는 걸 보고도 설마하고 끝까지 읽었으나 제가 생각할 때 거의 대부분 장애가 진단이 틀렸습니다. 그래서 심리평가 결과를 통해 정신장애 사례를 이해하려는 분들께는 추천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읽지 마시라고 말릴 수 밖에 없습니다. 9년 동안 12쇄나 찍은 책인데 이 책에 대한 비판적인 리뷰를 거의 볼 수 없다는 게 의아할 정도입니다. 다들 이 책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신 건가요?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은 각 장애 뒤에 수록된 review입니다. 최근에 개정된 이상심리학 시리즈(학지사)라고 있습니다. 과거에(아마 1997~8년 경으로 기억)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생 한 명과 석사 과정생 한 명씩을 짝지어 각 장애별로 최신 연구 결과와 지견을 정리한 시리즈물입니다. 서울대 대학원의 장점은 이러한 정리를 워낙 꼼꼼하고 완벽하게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반인 뿐 아니라 임상, 상담 전공자라도 이상심리학 시리즈만 읽으면 각 장애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은 마스터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만큼 내용이 충실하죠.
이 책의 각 장 뒤에 실린 review도 그렇습니다. 이것만 모아서 책을 내도 사서 읽으라고 권할 정도로 꼼꼼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데 특히 로샤의 해석과 각 장애의 인지(인지행동)치료를 꼼꼼하게 review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에게 review만 읽을 것을 권장합니다.
그렇더라도 소장해 놓고 볼 책은 아니니 도서관이나 이미 구입한 분들께 빌려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도 국민도서관에 키핑할 예정입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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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료화를 위해서는 구체화(specification), 일반화(generalization), 증상 확인(checking symptoms), 유도 질문(leading question), 탐사(probing), 상호 연관(interrelation), 요약(summarizing) 등의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 명료화 기법이 대체로 환자 중심적인 데 비해, 조종 기법은 임상가가 원하는 경로로 면담을 이끌어 가는 임상가 중심적인 기법들이다. 지속하게 하기(continuation), 반향(echoing), 지시(redirecting), 전환(transition) 등의 방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 Klopfer(1962)는 보고서를 '의뢰사유', '관찰결과', '검사 해석', '요약' 부분으로 나누어 기술하는 형식을 제안하였다.
* 로샤 검사는 환자의 성격 통합(personality integration) 및 주관적 불편감(subjective distress)의 수준을 감지해 낼 수 있다.
* 적응적 성격자원의 지표 중 하나는 형태질이 양호한 반응과 양질의 인간운동 반응이다. 이 두 지표는 심리치료에 환자가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가, 치료를 통해 얼마나 향상될 수 있는가에 영향을 미치는 성격통합성의 정도를 평가한다.
* 환자가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가는 로샤의 D점수를 통해 평가할 수 있다. D점수는 개인이 당면한 생활 스트레스의 정도와 이를 감당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적응자원이 어떤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를 보여 주는 좋은 지표이다. 스트레스가 적응자원을 초과할 때 D점수가 음수로 나타난다.
* 심리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변인
- 경직성(rigidity) : a:p의 비율은 이러한 경직성을 반영하는 좋은 지표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2:1 이상의 차이가 나면 이는 자신의 경험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유익할 수 있음을 좀처럼 고려하지 못하는 경직성을 의미한다.
- 자기만족(self-satisfaction) : 양수의 D점수로 나타나며 D>0은 성격기능이 안정적임을 반영한다. 하지만 치료적인 개입이 필요할 정도로 부적응을 겪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D>0이 치료적인 변화에 큰 장애요인이 된다.
- 내성의 결여(nonintrospectiveness) : 로샤 검사에서 이를 반영하는 지표는 FD반응이다. FD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면 자신의 내면을 통찰하고 내성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 대인관계의 소원함(interpersonal distancing) : T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바로 소원한 대인관계의 좋은 지표이다.
* Rapaport에 따르면 색채 반응이 반영하는 심리 영역은 다음의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피검자의 정서 표현과 반응의 주된 방식은 무엇인가, 둘째, 충동과 행동을 통제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셋째, 외향적 경향성은 어떠한가이다. 로샤 반응에서 색채 및 색채와 형태와의 관계는 정서를 적절하게 표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지연하는 능력의 지표가 된다.
* FC가 CF보다 많으면 통제된 정서반응의 경향을, CF가 거의 없을 경우 과잉통제 가능성을, CF가 FC보다 많으면 정서 반응이 통제되지 못하는 방식으로 표현되는 경향을 나타낸다.
* CF반응이 없다는 것은 환경과 정서적인 교류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이는 과도한 통제의 결과이거나 정서 자극에 대한 반응성의 결여 때문일 수 있다.
* Cn : 정서적인 충격에 압도당하여 통합된 통제감을 가지고 정서 자극을 다루지 못함을, 외부 세계를 위협적인 대상으로 지각하는 동시에 자신은 이에 대처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로 인식함을 의미한다. 성인에게서 매우 드문 반응이며 병리 수준이 심각함을 반영한다.
* 정상인의 프로토콜에서는 약 2개의 FC 반응이 기대되며, 다른 색채 반응이 없고 FC가 더 적으면ㅁ 외견상 상냥하지만 행동에 대한 열정이나 추진력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반대로 다른 색채 반응이 없고 FC가 4개 이상 나타나면 이는 타인을 만족시키려는 경향이 강하고 자기 목적을 추구하는 주장성이 부족한 과도하게 순종적인 사람임을 의미한다. 반응수가 적은 프로토콜에서 FC가 없으면 강한 억압의 가능성이 있고, 반응수가 많은데도 FC가 없다면 이는 타인과의 라포를 형성하기 위한 자원이 부족하며 애착 관계가 빈약함을 반영한다.
* 정상인이 C반응을 많이 보이는 경우는 자기 감정에 몰입해 있는 상태를 의미할 수도 있다. 다른 색채반응 없이 C반응만 보일 경우는 격렬하고 통제되지 않은 정서 표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 색채 장애
- 주관적 장애 : 색채 자극에 대해 불편감이나 고통을 느끼며 이에 대해 간접적으로 말하는 경우, 색채를 결정인으로 하여 생성된 반응 내용에 대해 불편감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 객관적 장애 : 색채가 개입된 카드 영역에서 형태질이 저하되거나, 색채 카드에서 도형 영역을 사용하는 양상이나 결정인이 변화되거나, 색채 카드에서 평범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이다.
=> 주관적 장애는 신경증적 적응상태에 있음을, 객관적 장애는 보다 심각한 신경증적 상태 혹은 정신증적 장애임을 반영한다.
* Klopfer(1962)는 잘 적응하고 있는 지능이 높은 성인이라면 적어도 3개의 질 좋은 M반응이 있어야 한다고 했으며 이는 수준 높은 자아 기능(ego functioning)을 의미한다.
* 음영 반응의 빈도가 적은 카드에서 음영 반응이 발생하는 것은 피검자의 지각과 연상 과정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저해하는 강한 불안이 존재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2, 3, 5번 카드에서 음영을 사용한 모호한 반응은 4, 6, 7번 카드에서 음영을 사용한 것에 비하여 강한 불안이 내재되었음을 반영한다.
* 형태질이 양호한 F반응은 상황에 정서적으로 말려들지 않고 인지적인 통제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반영한다. 반면에 F반응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방어적이고 경직되고 위축되어 있음을 뜻한다.
* F-는 현실검증력을 비롯한 자아기능의 지표가 된다.
* 인지치료자라면 반드시 해야 할 두 가지 질문이 있다.
- "예를 들어보시겠습니까?"이며 내담자의 마음속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유용한 질문이다.
- "그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로 이는 특별한 자동적 사고를 둘러싼 의미체계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질문이다.
* Exner의 종합체계에서 Dd반응은 그 사람이 처한 환경으로부터 회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현실에 대한 직면을 회피하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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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한 해 나이만 먹고 있을 뿐 심리평가에서도, 심리치료 분야에서도 전혀 고수랄 수 없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남사스럽기는 한데 그래도 전문가 타이틀을 단 뒤로 15년 째 이 바닥에 몸 담고 있으면서 느낀 바를 임상전공 후배님들을 위해 좀 풀어볼까 합니다.
상담을 전공한 임상가들이야 수련 과정에서 최소한이라도 상담/심리치료에 대해 배우고 익힐 기회가 있지만 임상심리학을 전공하는 임상가들은 여전히 requirement를 위한 형식적인 경험만 하기 때문에(사실 그걸 지도하는 supervisor 대부분이 제대로 된 상담/심리치료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니까요) 주로 심리평가 업무만 해도 되는 안전한 병원에 남지 않고 상담을 해야 하는 field로 나가게 되면 당장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데도 당장 내담자를 만나 뭔가(?)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15년 전에 제가 당면한 현실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전문가 자격만 취득했을 뿐 심리치료/상담에는 완전히 초짜라고 할 수 있는 임상전공 임상가들은 어떻게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기에 제가 했던 방법을 소개합니다.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건 병원에서 수련받을 때 수검자를 분석해야 할 하나의 케이스나 과제 취급하던 버릇입니다. 내담자는 원자료와 심리평가보고서, chart로 구성된 파일이 아닙니다. 피가 돌며 심장이 뛰고 온갖 심리적 문제와 고통을 안고 도움을 청하러 온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시각을 다시 장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심리평가를 해왔듯이 내담자가 갖고 온 문제를 내담자와 분리하여 분석하고 분해한 뒤 가장 체계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수단을 찾기 마련입니다. 이 잘못 때문에 저는 일을 시작한 초반에 그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도박중독의 인지행동적 접근만 기계적으로 따른 나머지 상당수의 내담자를 잃었습니다.
두 번째로 버려야 할 건 시한을 정하고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조바심입니다. 심리평가의 경우 의뢰를 받을 당시부터 due date가 정해져 있고 그 기간 안에 수검자에게 orientation을 실시하고, 설득하고, 검사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합니다. 기한을 어기면 치료가 늦춰지거나 함께 일하는 다른 전문가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러니 의뢰를 받자마자 최대한 빨리 상황을 구조화하고 일정을 체크해서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하죠. 하지만 심리치료/상담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심리평가와 달리 심리치료/상담은 치료적 관계를 맺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때로는 그게 상담의 전부일 때도 있습니다) 그 치료적 관계라는 것이 보기보다 간단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내담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그러니 좀 더 넓은 시야로 보면서,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버려야 할 것은 누군가에게 의지하겠다는 의존심입니다. 병원에서 수련받을 때야 본인의 마음에 들든 말든, 자질이 있든 말든 어쨌거나 상의하고 의지할 supervisor와 수련 윗년차가 있지만 전문가가 되고 나서는 본인이 온전히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해 본 적도 없는 심리치료/상담을 하게 되면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도 없고 책임지는 것도 두렵기 때문에 마음이 약해져서 누군가 의지할 대상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수련 병원, 자신의 출신 대학원 등등의 연줄로 연결된 각종 community(연구회, 협회 등)에 가입해서 의존 욕구를 충족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들로부터 심리적 위안과 객관적 정보를 얻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자신이 매일 만나는 내담자를 어떻게 심리치료/상담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이고 유용한 정보는 거의 얻을 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뛰어난 상담자라도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면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것과 같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외롭고 힘들더라도 초반에는 더욱 혼자 서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악물고요.
지금까지 초반에 버려야 할 것 세 가지를 말씀드렸고 이제는 해야 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back to basics'하는 겁니다. 그 basics라는 게 대학원 때 들었던 상담이론 수업일 수도 있고 더 뒤로 돌아가 학부 때 활동했던 심리학 동아리의 발제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상담을 처음 익히는 사람의 자세로 돌아가 상담을 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지식이 담긴 책, 논문, 발표자료를 찾아서 다시 정독하는 겁니다. 그 당시는 현장 경험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닥치는 대로 지식을 익힌거라면 이제는 실제로 내담자를 만나서 한 올 한 올 옷감을 다시 짜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때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읽게 될 겁니다.
여기에 더해서 제가 상담을 시작하던 당시에 다시 읽은 책 중 큰 도움을 받았던 몇 권을 소개드리면,
*
상담의 기술(Helping Skills)
: Clara E. Hill과 Karen M. O'Brien의 책으로 탐색-통찰-실행의 3단계 통합 모델에 따라 각 심리치료적 접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실습까지 해 볼 수 있는, 상담 입문자를 대상으로 한 최고의 자기 교습서입니다.
*
상담 면접의 기초(Introduction to Psychological Counseling Interview)
: 김환 선생님과 이장호 선생님이 함께 쓰신 한국형 상담 실전서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나라 상담 현장에서 내담자를 만날 때 주의해야 할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아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죠. 초보 상담자라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
정신분석적 심리치료
: 그 유명한 Nancy McWillams의 3부작 시리즈 중 마지막 책으로 번역판 제목과 달리 정신분석에 대해서만 다룬 책이 아닙니다. 상담자가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저자 본인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어떻게 manage하는지 익힐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사실 Nancy McWillims의 3부작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소장 필독 도서들이죠.
*
상담의 디딤돌(The Elements of Counseling)
: Scott T. Meier와 Susan R. Davis가 함께 쓴 상담 초보자용 지침서입니다. 난도가 높지 않고 상담자가 꼭 알아야 할 핵심 내용만 뽑아서 정리한 가이드북 같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한동안 항상 들고 다니면서 읽었습니다.
위에 소개한 책들은 소개한 순서대로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이 때 중요한 건 본인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면서 상담은 하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절대로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겁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닥치는대로 상담을 하면서 공부도 병행해야 하는 겁니다. 수영 교본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정작 물에 들어가지 않으면 절대로 수영을 익힐 수 없는 것처럼 좌충우돌 실수도 하고 좌절도 하면서 공부한 내용이 실제 상담 장면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몸으로 익히지 않으면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전혀 소용없습니다.
이것이 기초를 탄탄히 하는 내공 쌓기 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 다음에는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를 할 것인지 깊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를 할 것인지 본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는 다양한 치료적 접근법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다양하게 접하고 연습해 보는 것입니다. MBSR, EMDR, ACT, DBT 등의 다양한 치료법을 공부해 보는 것이죠. 초급 수준의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도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각 치료적 접근법이 가진 장, 단점을 익히게 되고 그것을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 적용토록 노력해야 합니다.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자신의 이력서에 한 줄을 더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기저기 찔러보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는 염불보다 잿밥에 더 집중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죽도 밥도 아닌 상담 맹구가 됩니다.
깊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는 대개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를 하는 도중 자신에게 딱 맞는 치료적 접근법을 찾아서 더 이상의 주유를 멈추고 더욱 깊이 파고드는 것입니다. 어느 하나의 치료적 접근법을 최고 수준까지 수련하여 궁극의 내공을 쌓는 방법이죠. 특히 그 접근법이 자신이 주로 만나는 내담자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적의 방법일 경우 성취가 극대화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깊이 파고들수록 일반화 가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도 근시안에 빠져 자신이 익힌 치료적 접근법을 만병통치약처럼 신봉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함정에 빠져 치료자가 아닌 교주로 전향한 분들을 꽤 많이 봤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좀 길어졌는데 핵심만 요약하면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 임상심리학 전공 상담자가 한시바삐 버려야 할 것
- 내담자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나 문제 케이스 취급하는 버릇
- 정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조바심
-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
* 해야 하는 것
- 'back to basics'하면서 현장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분투하는 것
-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와 깊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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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심리학자인 볼프강 슈미트바우어가 쓴 고전, '무력한 조력자(Hilflose Helfer, 1977)'를 북 크로싱합니다.
성장 과정의 부모-자녀 관계에서 경험한 자기애적 손상이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얼마만큼 파괴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임상, 상담 영역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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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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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한 조력자'라는 제목만 보고 이 책을 구매했을 당시 제가 기대했던 것은 임상가들의 정서적 소진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훨씬 더 심각하고 중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더군요. 무려 40년 전에 독일의 심리학자인 볼프강 슈미트바우어에 의해 씌여졌고 출판되자마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1) 어린 시절 부모-자녀 관계에서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받지 못해 자기애적 욕구가 반복적으로 좌절됨
2) 이러한 자녀 중 일부는 부모의 초자아를 경직된 방식으로 동일시하게 됨
3) 하지만 자기애적 허기를 계속 느끼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고 자기애적 손상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직업을 선택하게 됨
4) 이는 자기애적 손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조력자는 결국 자살, 중독, 다양한 정신장애에 걸림으로써 자기를 파괴하게 됨
그 당시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제 생각에 이 문제는 이미 '조력직'에 만연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굳이 자기애적 손상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서 임상이나 상담 영역의 직업을 구하기 위해 수련을 받는 수많은 잠재적인 조력자증후군의 대상군이 존재합니다.
오죽했으면 제가
'자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상담자가 되지 말고 치유하고 나서 그래도 원할 때 상담자가 되라'라는 글까지 썼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학에 입문한 임상가라면 꼭 한번쯤은 읽어보셔야 합니다.
다만 저는 조력자증후군의 원인이 오로지 부모-자녀 관계에서 비롯된 자기애적 손상이라는 단선적인 분석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오히려 이 책의 저자인 볼프강 슈미트바우어 자신이 자기애적 손상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렇게 확신에 차서 이야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남을 돕는 이타적인 활동의 이면을 들여다보다'라는 부제처럼 남을 돕는 '조력직'에 종사하면서도 행복하지 않거나 자신의 문제로 고통받는 임상가라면 생각해 봐야 하는 중요한 문제를 다룬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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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력자증후군의 범위 안에서 우울증과 자살의 문제는 조력자 자신이 도움을 받아들이기가 극히 어렵기 때문에 첨예화된다.
* 조력직 종사자들은 도움을 받는 게 절대 수치가 아니라는 것을 클라이언트들이 믿도록 노력하는 반면, 그들 자신은 이 말을 거의 믿지 않는다.
* 조력자증후군은 자신의 발달을 희생하여 사회적 조력을 경직된 생활방식으로 삼는, 독특한 성격 특성의 결함이다.
* 부모-자녀 관계의 장애로 인해 상호작용에 대한 아동의 욕구가 만성적이고 지속적인 손상을 받으면,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대화 기능에 장애가 발생한다. 바로 이 장애가 조력자증후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자기대상과 마찬가지로 자기에게도 상처를 주는 자기애적 복수는 자기의 경계가 불충분함을 암시한다.
* 자기애적 균형을 이룬 사람이 긍정적인 자아이상의 내면화를 통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자기애가 손상된 사람은 외부에서 찾아야만 한다. 나는 조력자증후군이 이러한 초기의 자기애적 손상을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초자아 동일시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특히 직업적 성공에 지대한 기여를 한다.
* 조력자증후군에서 조력자로 하여금 자주 그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넘어 과로하게 만드는, 초자아와의 동일시와 연결된 자기애적 허기는 1) 아동기 초기에 자기감의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2) 초자아가 즉흥적인 활동을 제한하는 데서, 3) 관계에서 상호성의 회피로 인해서 생긴다.
* 초자아와의 동일시는 사회적으로 매우 성공적이며 인정받는 방어기제이기에 변화에 필요한 심리적 중압감이 결여된다.
* 조력자에게는 자기애가 공급되는 주요 원천이 욕구 충족이나 상호적 사회관계가 아니라, 자신의 욕구 충족을 가시적으로 단념함으로써 얻어진 감사이기 때문에, 그는 자주 클라이언트에게 심하게 의존한다.
* 조력자 개인의 가장 중요한 갈등 영역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아동기 초기에 부모에게서 받은, 대부분 무의식적이며 간접적인 1) 거부를 아동은 단지 부모의 까다로운 초자아를 엄격하게 2) 동일시함으로써 감정적으로 견디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는 3) 숨겨진 자기애적 필요, 즉 허기, 4) 주고받는 상호성의 법칙에 기반을 둔,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 회피, 5) 그들에 대한 공격성의 간접적 표출로 나타난다.
* 조력자증후군에서는 자기애적 손상과 가학-피학적 욕구에 대한 승화가 서서히 또는 조속히, 부분 또는 전체적으로 균형을 잃는다. 에릭 번은 이런 결과를 '어른들의 게임'이라 불렀다. "저는 그저 당신을 도와주려고 했을 뿐인데요"
* 조력자들에게는 자살, 중독, 정신신체 증상과 같은 피학적 욕동의 표출이 비교적 흔히 나타나며, 통계상으로 특히 의사들에게서 많이 관찰된다. 전형적인 조력직(교사,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의 경우에는 정신신경증의 이환율, 즉 살면서 정신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특히 높다.
* 조력자들이 조치를 강구하는 데 태만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 주된 문제는 '거부된 아이'의 갈등 영역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일차집단의 관련 인물과의 동일시를 통해 조력자증후군-조력자는 인간의 자기 규제 행동을 깊게 불신한다. 긍정적인 삶, 일상적인 문제의 해결, 신체적/정신적 상처의 치유 등이 예외가 아니라 인생에서 늘 가능하다는 것을 그 자신이 더 이상 믿지 않는다. 그는 클라이언트의 변화에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성장 모델 대신 기계적인 모델을 제시한다.
* 조력자증후군-조력자는 어린 시절에서 유래한 자기감의 결핍을 초자아와의 동일시를 통해 극복한다. 성격의 이런 발달을 통해 그의 개인적 삶이 손상될 뿐만 아니라 긴밀한 관계의 상호성을 해치고 결국에는 조력자로서의 성과가 위태로워진다.
* 자신의 조력자증후군에 대한 현실적 접근은, 우선 조력을 초기 아동기에 입은 자기애적 손상의 비교적 바람직한 해결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그러면 방어로서의 조력과 자아에 의해 조절된 활동으로서의 조력을 구분하게 된다. 결국 초자아에서 자아가 되어야 한다.
* 슈미트바우어는 이 책에서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남을 돕다가 급기야는 조력활동에 중독되는 조력자들의 독특한 정신구조를 '조력자증후군'이라 이름 붙였다. 그는 이 성격특성의 원인을 자기애적 장애로 보고 그것이 직업 활동과 사생활에서 어떻게 표출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어린 시절 자기애적 만족이 거절당하면, 부모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일이 즉, 초자아와의 경직된 동일시가 아이에게는 유일한 선택지가 된다. 그 아이는 성장하여 자신이 그토록 원하고 그리워했던 것을 자기 자신에게는 주지 못하고 '이타적'으로 다른 사람을 통해 실현하려 한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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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이나 상담 심리를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심리검사에 노출되기 전에 종합심리평가를 받아 보는 경험이 굉장히 소중하기 때문에 딱 한번의 검사가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심리학도는 오염되기 전에 심리평가를 받을 것' 포스팅 참조)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는 내담자의 경우에는 누구나 한 차례 이상의 심리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등록 환자에게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의무적(?)으로 심리평가를 받게 한다고 해 임상심리 분야에서 악명이 높은 메X스 신경정신과 같은 짓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재실시하게 되는 일은 꽤 자주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것이 상담/심리치료의 사전-사후 비교를 위해 실시하는 것이죠. 사전 평가에서 나타난 내담자의 심리적 문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증상의 완화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사후 재평가 결과와 비교하기 위해 재실시를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심리검사의 재실시 간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이는 검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재실시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건 '학습효과'입니다. 수검자가 이전에 검사를 실시했던 걸 기억하고 있는 것까지는 크게 상관없지만 검사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면 이후 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간격을 두고 실시해야 하는거죠. 이 때 기준으로 삼는 게 지능 검사입니다.
아직 K-WAIS-IV와 K-WISC-IV의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전 버젼을 기준으로 보면 언어성 영역의 소검사는 대략 1년, 동작성 영역의 소검사는 2년 동안 학습 효과가 나타나는 걸로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 지능 검사의 경우 학습 효과 없이 안전하게 재실시하려면 2년의 간격은 필요하다는거죠.
로샤나 TAT처럼 시각적 자극을 사용하는 투사법 검사는 재실시 간격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검사입니다. 검사 자극을 기억하기도 쉽지 않고 자신이 어떤 반응을 했는지 기억하는 건 더더욱 그렇거든요. 하지만 문장완성검사처럼 언어적 자극을 사용하는 투사법 검사는 상대적으로 수검자의 기억에 좀 더 오래 남기 때문에 충분한 간격을 두지 않으면 나중에 실시할 검사의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증상의 변화에 따른 재실시 간격입니다. TCI와 같은 기질/성격 검사는 재실시 간격이 커도 기질/성격 유형이 급격하게 바뀌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지만 MMPI-2/A와 같은 정서 상태 검사는 수검자의 정서 상태를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좀 더 자주 실시해야 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종합심리평가의 경우 실시 목적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최소 2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실시하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만약
증상 또는 심리적 문제 변화의 사전-사후 비교가 유일한 실시 목적이라면 MMPI-2(또는 거기에 로샤 검사를 추가하는 형태)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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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은 도박 중독이라는 병의 가장 큰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고 치유의 관건이기도 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행동 결과를 책임진다는 건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 중 하나니까요.
그래서 상담자는 도박자가 책임있는 행동을 하는 지에 관심이 많고 항상 눈여겨 봅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자는 어떻게 책임지는 행동을 하게 되는 걸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소위 '바닥치기' 단계를 지나야만 가능한 걸로 생각하지만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굉장히 많은 요인들이 있거든요.
다만 분명한 건 자기를 대신할 사람이 있는 한 도박 중독자는 절대로 책임지지 않는다는거지요.
그게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줄 사람이든, 거짓말이나 변명을 대신 해 줄 사람이든 상관없습니다.
심하게는 실제로는 대신 책임져 줄 사람이 없는데도 도박 중독자가 그런 사람이 있다고 믿기만 해도 이 무책임 기제가 작동합니다. 내가 안 해도 누군가는 이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겠지,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도박 중독자는 자신 때문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가 '바닥을 치고', 고통으로 몸부림치다가 앞으로 나설 때까지 무기력하게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push하는 대신 도박 중독과 관련된 문제만큼은 심할 정도로 방관자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죠. 일종의 '방관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죠.
도박자가 도박에 빠져 생긴 문제를 '똥'으로 비유한다면 냄새난다고 어서 치우라고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똥'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듯 행동하는 것이죠. 분명히 냄새가 나고 보기에도 더러운데 말이죠. 처음에 도박자는 '똥'의 존재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자신을 대신해서 치워줄 것을 직, 간접으로 요구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계속해서 똥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 태연하게 행동하면 결국 본인이 치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때가 되면 도박자의 손을 살짝 거들어 주기만 해도 문제가 한결 쉽게 해결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도박 중독자는 자기를 대신할 사람이 있는 한 절대로 책임지기 위해 앞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그러니 본인이 책임 질 유일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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