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상담자가 상담을 하면서 한번쯤은 경험하게 되는 위기는 '내가 과연 내담자를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인가'와 관련된 무력감입니다.
어떤 이유로 상담에 입문하게 되었든 간에 결국은 내담자를 돕고자 하는 이타성이나 소명 의식이 없다면 상담일을 계속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을 하는 상담자는 누구든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합니다.
임상이든, 상담이든 간에 수련 과정이 너무나 길고 혹독하며 도제식 교육 과정인지라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많은 임상가들이 자존감이 한껏 낮아진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수련 과정 자체를 대대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길은 요원하고 가능할 지의 여부도 매우 불투명합니다(아마 안 될 겁니다). 따라서 상담자들은 각자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도록 자신을 잘 추스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supervision을 하면서 만난 수많은 supervisee 선생님 중에 자신감이 지나쳐 교만하게 느껴지는 분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슬픕니다. 하나같이 자신감이 부족하고, supervisor가 틀렸을 수 있다는 가정조차 하지 못하더군요. 심하게는 저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분도 봤지만 아무리 객관적인 피드백을 해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게 몸에 밴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력감을 극복하는 게 현장 임상가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늘 이 이야기를 하려했던 것은 아니고요. 반대로 무력감이 전능감과 맞닿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무력감과 전능감은 양 극단에 위치한 반대의 개념처럼 보이지만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샴 쌍둥이 같은 존재입니다. 같은 존재의 다른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죠.
'나는 이 내담자를 도울 능력이 도무지 없다'는 생각의 이면에는 '나는 이 내담자를 구원할 것이다'는 전능감이 깔려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전능감이 좌절되니 더욱 심한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나는 내가 가진 능력과 소명의식으로 최선을 다해 내담자를 돕겠다는 수준에서 일한다면, '내가 이 내담자를 구원하고 말 것이다'라는 강박적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더 넓은 조망 하에서 내담자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고 더 많은 자원을 동원하여 결과적으로는 내담자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내담자를 구원하기 위해 임상, 상담을 전공한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저처럼 단순히 심리학이 재미있어서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 심리학이 고마워서건,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건 간에 구원자의 역할을 포기해야만, 전능자의 신화에서 벗어나야만 우리와 내담자 모두를 진정으로 도울 방법을 찾게 될 겁니다.
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구원자의 환상을 깨면서부터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더군요. 그러니 이 글을 읽은 선생님들은 최소한 전능감과 무력감 사이의 어디에선가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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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에게 이차 이득이 있다는 건 상담자에게 아주 중요한 정보이기는 한데 해석 상담 시 이를 내담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부분에 이르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우울한 건 사실이지만 그 우울 때문에 이득을 보는 점도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특히 FBS 척도는 '무의식적인' 이차 이득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검자가 자신의 이차 이득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자칫하면 수검자가 상처받기 쉽습니다.
그래서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진행하는 임상가라면 이차 이득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는 법이 궁금하실텐데요. 저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해석합니다.
"~님은 현재 ~~~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런 어려움을 겪는 이유와 원인이 있죠"
"~님이 그 이유와 원인을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FBS 척도가 상승한다는 건 ~님의 마음 만큼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너무나 불안하고 그 때문에 고통스럽다면 한시라도 빨리 불안을 덜고 싶겠지만 마음은 그렇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겁니다. 불안을 줄여서 취업 준비에 매진하고 싶지만 마음은 취업에 실패했을 때의 심리적 타격이 더 두려워서 불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거죠"
"그러니 취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먼저 들여다보고 다루어야지만 불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불안을 없앤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겁니다"
조금 더 간략하게 줄여서 설명하고 싶더라도 그렇게 하다보면 설명이 충분치 않거나 직설적으로 들릴 수 있어 수검자가 평가자를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비유를 들어 완곡하게 표현하는 편이 낫습니다.
핵심은 수검자가 경험하는 고통감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도망가려는 비겁함이 반영된거라는 식으로 표현되어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실이 그렇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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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더 이상 상담을 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는 2018년 6월에 사표를 던져 5,435일 동안 상담자로 살았던 삶에 종지부를 찍고 인생 season 2를 시작한 이후로 상담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관련 포스팅 :
'인생 Season 2를 시작합니다')
그건 제가 상담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어리석게도 상담에 뛰어든 지 15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담을 계속한다 해도 뛰어난 상담자가 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전혀 들지 않아서 입니다.
저는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갖고 있지만 수련 과정에서 제대로 된 상담과 심리치료에 대한 교육과 supervision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다른 포스팅에서 여러 차례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15년의 제 상담 경력은 그야말로 길거리 싸움과 다를 바 없는, 멘땅에 헤딩하는 무모한 시도와 공부와 고민으로 쌓아올린 겁니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무모하기 그지없는 짓거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건축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 눈 짐작으로 지은 집이 특이함으로 입소문을 타서 유명해진 것이나 요리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대충 넣어서 뭔가를 만들었는데 그야말로 우연히 기가 막힌 맛이 나서 맛집이 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상담 및 심리치료 수련을 받아본 적이 없는 제가 도박 중독과 관련하여 책까지 냈으니까요.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그 문외한이 수공구로 자신의 한 몸을 누일 오두막을 지을 수는 있지만 고층 아파트는 건설할 수 없는 것이죠. 건축 공학에 대한 기본이 없으니까요. 그 기가 막힌 맛집이 프렌차이즈 매장을 내는 순간 그 맛의 균일함을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죠. 재료의 성질과 요리에 대한 기본이 없으니까요. 정확하게는 기본기가 없는 것이고 이 포스팅의 제목인 '격(格)'이 없기 때문입니다. 파격도 결국은 격이 있어야만 가능한 겁니다. 아무리 그럴싸하게 보여도 격이 없으면 잔재주는 어디까지나 잔재주일 뿐이죠.
게다가 건축 문외한이 지은 집이 무너지면 자기나 깔려 죽을 것이고, 요리 문외한이 만든 음식이 상하면 자신이나 식중독에 걸리고 말겠지만 상담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상담은 상담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담자 하나만 믿고 자신의 가장 깊은 마음 속 어려움을 꺼낸 내담자를 두 번 죽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건 단순히 자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수련을 받고 상담을 한다는 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전문화된 수영 및 구조 기술을 갖추느냐의 문제입니다. 자신만 물에 떠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수영을 못하는 사람까지 구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상담을 하고자 하는 분은 우선 자신이 상담을 받아야 하는 사람인데 상담자가 되고 싶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상담이 자신의 기질과 성격에 맞는지 분석해 본 후, 그 다음에 제대로 된 '격'을 갖추기 바랍니다. 제대로 된 교육과 수련을 통해서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리 현란해 보이는 언변과 말기술로 유명해져도 그건 상담이 아닙니다. 그냥 말장난이자 사람의 마음으로 장난치는 사기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실을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러니 적당한 선에서 멈추세요.
덧. 그러면 상담자도 아닌 니가 왜 상담 supervision을 하고 있냐고 물으실 수 있는데 제 잔기술은 정통 훈련을 받은 상담자에게는 도움이 되거든요. 그야말로 파격까지 배우고 싶은 고수에게 필요한 비법 소스라고 할 수 있죠. 그 소스를 언제까지 팔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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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 너만 힘든 거 아니라고 핀잔을 듣거나 기껏해야 '힘 내 화이팅' 정도의 격려를 받는 게 고작이었는데 이제는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사라졌고(아직도 심리적 문턱이 높기는 하지만) 병원을 방문해 약물을 복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만큼 심리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그만큼 살기가 더 팍팍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겁니다.
현장에서 일을 하는 임상가들은 그런 세태의 흐름 따위 느낄 겨를 없이 그냥 묵묵히 평소에 하던 일을 할 뿐이지만요. 대체 왜 심리학과의 경쟁률이 올라가는지, 왜 다들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는지 의아해하면서 말이죠.
필요할 때 심리 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건 다행이지만 심리학 서적의 홍수는 개인적으로 반갑지 않습니다.
예전의 심리학 관련 서적이라면 대개는 전공 서적이라서 그야말로 전공자만 읽는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전문가들이 일반인들 읽으라고 가볍게 쓴 pop psychology 서적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자신의 심리적 서비스 체험담을 담은 책,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정리한 심리학 지식을 담은 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심리학 관련 책은 누가 주로 볼까요? 심리학 전공자와 심리학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볍게 보는 일반인들은 상관없지만 걔중에는 어떻게든 해결 방안을 찾아보려는 절박한 마음으로 관련 서적을 찾아 읽으려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도 많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책을 고를 능력이 별로 없다는 데 있습니다.
책이란 기본적으로 좋은 것이니 무조건 읽으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심리학 관련 책은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한 책도 많고, 때로는 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반 치유적인 입장을 강변하는 독이 되는 책을 읽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심리학 책을 영양제로 비유할 때가 많은데 영양제도 약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복용하게 되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어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잘 모르면서 몸에 좋다고 아무거나 집어 먹게 되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되는 독소로 작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쓴 책은 무조건 피하고 전문가가 쓴 책만 읽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그렇지도 않은 게 심리학 전공자라고 해도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내용에 대해서 아는 척 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영역이 또 이쪽 심리학 분야입니다. 이걸 구분하자면 저자의 약력과 책의 내용을 비교해서 살펴봐야 하는데 일반인에게는 이게 쉽지 않습니다.
가끔 이런 저런 심리학 책을 많이 읽어서 심리학 용어를 입에 달고 다니는 내담자를 만날 때마다 임상가들은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나옵니다. 집을 리모델링 하는 게 완전히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니까요. 그러니 아무 심리학 책이나 함부로 읽지 마세요. 괜히 어설프게 읽어서 자신을 더 망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떡해야 하냐면, 전문가에게 추천해 달라고 하는 게 최선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라면 워밍업을 위해 상담 전에 읽으면 좋은 책, 상담을 하면서 읽으면 도움이 되는 책 등을 자신의 상담자에게 추천해 달라고 해서 읽는 게 가장 좋습니다.
게다가 책 추천을 전혀 못하는 임상가라면 그만큼 공부를 게을리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니 실력있는 임상가를 가려내는 방법으로도 효과적이거든요.
어쨌든 잘 모르는 영역의 심리학 책을 아무거나 마구 읽지 마시고 전문가에게 추천을 받아서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으셔야 합니다.
제가 월든3에 심리학 서적에 대한 리뷰 포스팅을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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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담 관련 교재를 보더라도 내담자를 상담자에게 의존하게 해도 상관없다고 기술한 대목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중립성을 위반하는 행위니까요. 어디까지나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수평 관계에서 진행되어야 하고 상담자는 이러한 수평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자의 의도나 노력과 상관없이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진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이러한 기울기를 알아차려야 하며 이에 따라 상담의 방향을 재빨리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는 아래와 같습니다.
TCI에는 LML, LHL, LHM, LHH 성격 유형이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낮은 자율성을 보완하기 위해 정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연대감을 과도하게 발달시켰다는 겁니다.
이 네 가지 중 하나의 성격 유형으로 발달한 내담자는 자율성이 너무 낮기 때문에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의지할 대상이 필요하고 그런 대상이 있었다면 상담에 오지 않았을 거라서 당연히 상담자가 자신의 의지 대상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때 상담자가 중립을 고수하겠다고 내담자의 의존 욕구를 좌절시키면 상담 자체가 종결됩니다. 자율성이 너무 낮아 의존 욕구의 좌절을 견딜 수 있는 상태가 아니므로 곧바로 다른 의존 대상을 찾아 떠나버리니까요.
그래서 상담자는 초기에 이 성격 유형들 각각에 대해 모방, 의존, 복종, 숭배할 수 있는 대상의 역할을 일시적으로나마 수행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관계를 영속해서 끌고 나가는 건 아니고 라포가 형성되어 내담자가 안전 공간임을 느끼고 안정화되면 그 속에서 서서히 자율성을 증진시켜 상담자에게 '건강한 반항'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고무시켜야 합니다.
원래는 부모가 했었어야 할 역할을 상담자가 대리모, 대리부의 역할로 대행하여 진행하는 것이죠. 애착 외상을 입었든, 기질 수용적이지 못한 성장 환경에서 자랐든, 이유야 어쨌든 많은 내담자들이 자율성 발달이 멈춘 상태에서 상담을 받으러 오고 그런 이들은 재애착, 재양육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의존하는 걸 무조건 터부시하는 치료적 관행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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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TCI/JTCI를 활용하려는 임상가들께 추천하는 해석 방식은 3단계 전략으로, 이는
'TCI 활용 3단계 전략' 포스팅에서 상세히 다룬 적이 있습니다.
3단계 해석 전략을 따르면 최종적으로 임상가는 수검자의 성격 장애 진단(또는 성격의 미성숙성 여부), 기질 및 성격 유형, 그리고 하위차원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물론 이 정보를 모두 취합하여 상담에 활용하고 내담자에게 적용할 접근 방법을 선택하게 되지만 여기에는 기질과 성격의 조합에 따른 접근법이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TCI/JTCI를 많이 사용하는 임상가라면 경험이 조금씩 쌓임에 따라 어느 정도 '전형적'인 유형과 '비전형적인' 유형에 대한 감이 생기게 됩니다. 어떤 기질 유형의 소유자라면 어떤 성격 유형의 조합으로 나타나겠다는 감이죠. 그래서 이를 기본으로 해서 상담 전략을 짜지만 이 전형성에서벗어날 수록 비전형적인 측면에 주의를 기울여 소위 말하는 튜닝을 해야 합니다. 그게 상담자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떤 조합이 나타날 수 있는지 예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크게 4가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1. 전형적 기질 - 전형적 성격 조합
'전형적인' 유형의 경우, 예를 들어 극단적인 강박성(LHL) 기질의 소유자이고 LLL, LLM 성격 유형의 경우는 강박성 성격 장애 역동에 맞춰 접근하면 됩니다. 물론 내면 아이가 매우 어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요.
2. 전형적 기질 - 비전형적 성격 조합
전형적인 기질이라고 해도 이와 조합되지 않는 성격 유형의 경우는 늘상 하던대로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반사회성(HLL) 기질과 전형적인 성격 조합은 독재적(HLL) 성격 유형인데 이와 정 반대로 의존적(LHL) 성격 유형이라면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 장애 역동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반사회성 기질의 소유자가 왜 의존적인 성격이 되었는지를 염두에 두고 살펴봐야 합니다. 반사회성 기질의 소유자, 반사회성 성격 장애라는 점보다 이 부분이 더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3. 비전형적 기질 - 전형적 성격 조합
다음으로 '전형적이지 않은' 기질 유형의 경우 예를 들어 강박성(LHL) 기질이기는 하나 백분위 점수가 27-71-0인 경우 전형적인 강박성 기질이 아니라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하위) 유형의 강박성 기질입니다. 따라서 LLL, LLM 성격 유형처럼 강박성 기질과 궁합이 맞는(?) 전형적인 성격 유형이라고 하더라도 전형적인 강박성 성격 장애 역동에 맞춰 접근하면 안 되고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내담자의 적응 양상에 초점을 맞춰 접근해야 합니다.
4. 비전형적 기질 - 비전형적 성격 조합
마지막으로 전형적이지 않은 기질 유형의 경우, 예를 들어 앞에서 살펴본 백분위 점수 27-71-0인 강박성(LHL) 기질의 경우 이기적(MLL) 성격 유형이라면 강박성 기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낮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에 적응하기 위한 내담자의 노력이 이기적인 성격 유형으로 발현되었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접근해야 합니다.
보신 것처럼 각 기질과 성격의 '전형성', '비전형성'까지 고려하여 각 조합의 궁합을 고려하면 내담자의 역동에 따라 좀 더 세밀하게 개입할 수 있으니 TCI/JTCI를 상담에 활용하는 상담자라면 이러한 조합도 고려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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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보니 제목이 지나치게 거창한데 그만큼 현장의 상담자라면 꼭 알아야 할 내용이기에 어그로를 좀 끌도록 하겠습니다.
제게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으시는 선생님들은 제가 '일' 영역을 탐색하고 이 문제로 내방하는 내담자에게 진로 적성 코칭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 우선 진로 적성 코칭이 필요한 내담자를 심리평가를 통해 어떻게 찾아내는지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 TCI/JTCI
- 자율성 성격 중 '목적의식' 하위차원 -1SD 이하
- 자기초월 성격 중 '창조적 자기 망각' 하위차원이 +1SD 이상인데 예체능 전공 또는 직업이 아닌 경우
* MMPI-2/A 공통 : 동기 척도 3총사(Sc4, (A)-DEP1, (A)-TRT1) 중 65T 이상인 척도가 많을 때
* MMPI-2 : WRK 내용 척도 65T 이상
* MMPI-A : A-las2(주도성 결여) 내용 소척도 65T 이상(A-las1 소척도 점수가 낮을수록 유의미)
당연히 의미있는 결과들이 많을수록 진로 적성 코칭이 필요한 내담자입니다.
그 다음, 진로 적성 코칭의 구체적 방법에 대한 이야기인데 보통 많은 상담자들이 진로 적성 코칭을 하라고 하면 Holland, Strong 같은 관련 검사를 실시할 생각부터 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수검자의 적성, 흥미, 가치관에 대한 충분한 탐색 없이 이런 전문적인 검사를 실시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 본인의 적성이라고 (잘못) 믿는 것을 투사함
2. 본인의 역동을 투사함
1번의 문제는 내담자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대로 법조인의 길을 걸었던 집안에서 판, 검사가 되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으며 성장한 내담자는 다른 길을 고민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이 길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믿고 응답합니다. 그러니 결과가 실제 내담자의 적성과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1번보다 2번의 문제가 더 심각한데 예를 들어 애착 외상을 경험한 Delayed PTSD 내담자에게 Holland 검사를 시행한다고 해 보죠. 어릴 때 불안정 애착이 된데다 애정 결핍이 있는 내담자는 항상 정서적 허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돌봄 직업을 자신의 천직이라 믿기 쉽습니다. 그래서 Holland 검사에서 S(ocial)로 나오고 전공과 직업도 보육 교사, 유치원 선생님 등 돌봄 직업과 관련된 걸 선택하게 됩니다. 당연히 본인의 적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니 비판단적인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적성에 대해 심사숙고를 해 본 적이 없는 내담자에게 Holland, Strong 같은 검사를 실시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겁니다. 이런 검사는 진로 적성 코칭의 맨 마지막 단계로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찾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해야 하는 겁니다.
그럼 대체 진로 적성 코칭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막막해 하실 수 있겠죠. 제 생각에 진로 적성 코칭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습니다만 그래도 그나마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자신의 진로 적성을 스스로 탐색해보지 않은 상담자가 내담자를 도와줄 수는 없다는 겁니다.
아래는 제가 제 진로 적성을 탐색하면서 사용했던 방법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한 포스팅들이니 본인에게 맞는 지, 내담자에게 적용할 부분이 있는지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나열한 순서는 먼 과거에서부터 가까운 과거 순입니다.
태그 -
A-DEP1,
A-las1,
A-las2,
A-trt1,
DEP1,
Holland,
JTCI,
MMPI-2,
MMPI-A,
Sc4,
Strong,
TCI,
TRT1,
WRK,
목적의식,
상담자,
심리평가,
자기초월,
자율성,
적성,
진로,
진로 적성 코칭,
창조적 자기 망각,
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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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좋은 상담자보다 유능한 상담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 포스팅과 일맥상통하는 말씀을 또 한번 드리려고 합니다. 위 포스팅에서 저는 내담자가 상처받는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상담자는 결과적으로 내담자를 도울 수 없게 되니 그에 따르기 마련인 불안과 고통을 감수하기 위해 애쓰라고 조언 드린 바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상담을 내담자와 함께 추는 춤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상담자도 있습니다. 내담자와 호흡을 맞춰가며 합을 이루어 조화로운 춤사위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걸 상담이라고 착각하는 겁니다. 저는 이걸 내담자가 상처받는 상황을 피하려고 애쓰는 상담자와 샴 쌍둥이 같은거라고 생각하는데 결국은 둘 다 상담의 고통을 피하려는 겁니다.
내담자가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상담자는 그러한 고통에 공감해 내담자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가끔은 손을 잡아 주거나 해서 용기를 주고 내담자가 그러한 배려에 고마운 마음을 느끼면 눈물을 멈추고 표정이 편안해지는 그런 영화 같은 장면이 상담이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같은 상담을 하고 싶겠지요.
하지만 아닙니다. 진짜 상담은 춤이 아니라 권투 경기에 가까운 겁니다. 일단 링에 올랐다면 원치 않더라도 마주 선 내담자에게 스트레이트 강펀치를 날려서 얼굴을 뭉개놔야 하고 때로는 내담자가 날린 카운터 펀치에 폐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껴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버텨내 경기를 끝까지 꾸역꾸역 끌고 가야 하는, 그런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는 치열한 전쟁터죠. 아무리 뛰어난 supervisor가 코치처럼 링 밖에서 도움을 준다고 해도 결국 경기를 하는 건 상담자입니다. 아무도 대신 싸워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내담자에게 상처주는 걸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내담자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거나, 혹은 누군가 자기 대신 링 위에 오르기를 기대하는 상담자는 상담을 하면 안 됩니다. 춤은 다른 곳에 가서 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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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의 결과 해석은 결과가 산출되는 과정에서 아무런 오류가 없다는 가정 하에서만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심리평가 결과를 어떻게 하면 잘 해석할 수 있을까는 경험과 노하우의 영역이라서 노력과 연륜이 쌓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아집니다.
하지만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오류나 실수는 경험과 노하우의 영역이 아닌 습관의 영역이라서 습관을 잘못 들이면 아무리 열심히 공부했고 현장에서 오래 일했다고 해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습니다.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만 나이 계산입니다. 이 포스팅을 '상담자용'이라고 국한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임상의 경우 수련 과정에서 만 나이 계산을 실수하지 않도록 초반부터 아주 혹독하게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반드시 알고 계셔야 하는 원칙 중 하나는 모든 심리검사의 연령 기준은 우리나라 나이가 아닌 만 나이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나이 기준으로 연령 규준을 산정한 심리검사 도구는 제가 알기론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아주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만 나이 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만 나이가 기본인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만의 나이 체계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임신을 해서 태내에 아이가 생겼을 때부터 아이가 생겼다고 보느냐 출산을 해서 어머니의 몸 밖으로 나온 때부터 계산할 것이냐의 문제로 이건 어디까지나 가치관과 문화의 차이이므로 옮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없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우리나라 나이와 만 나이가 다르기 때문에 심리평가를 할 때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1972년 4월 1일 생인 수검자가 있다고 해 보죠. 우리나라 나이로는 올해 50세가 됩니다. 하지만 만 나이로는 48세이기 때문에 두 살 차이가 납니다. 만약 1972년 3월 1일 생이라면 우리나라 나이로는 동일하게 올해 50세지만 만 나이로는 49세가 됩니다. 생일이 지났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생일이 지났느냐 지나지 않았느냐에 따라 만 나이와 우리나라 나이는 두 살까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많은 상담자가 TCI, MMPI-2/A와 같은 자기 보고형 검사를 실시할 때 응답지에 수검자가 적은 만 나이를 그대로 코딩하곤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나라 나이에 익숙한 일반인들은 만 나이 계산을 해 본 적이 거의 없고 또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수검자가 기록한 것을 믿지 말고 반드시 평가자가 손으로 계산을 해야 합니다. 정확하게는 검사를 실시한 평가일로부터 생년월일을 빼서 ~년 ~월 ~일까지 계산한 후 ~년에 해당하는 나이(이것이 만 나이죠)를 채점 프로그램에 입력해야 합니다.
실수를 했다고 해도 연령 기준대가 바뀌지 않으면(예를 들어 48~50세가 같은 연령 기준인 경우) 상관없지만 운이 없으면 46~48 연령대와 49~50 연령대가 다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만 나이로 입력했을 때와 우리나라 나이로 입력했을 때의 결과 차이가 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할 때 MMPI-2/A, TCI, SCT의 만 나이가 모두 다른 극단적인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았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실수를 용납하기 시작하면 정확한 검사 결과 해석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합니다.
제가 supervision을 하면서 제 사례도 아닌데 이런 실수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수련 과정에서 절대로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반복 훈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검사지를 보면 무조건 만 나이부터 계산하고 시작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만 나이만큼은 직접 계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주)마음사랑에서 프로그램에 TCI, MMPI-2/A 답안 입력 시 자동으로 만 나이를 계산하도록 구현해주면 좋겠지만 프로그램 수정이 어려운 지(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습니다만) 아직까지 개선이 되지 않고 있으니 적어도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직접 손으로 계산하시는 게 좋습니다.
손으로 계산하는 게 정 싫은 분은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사이트도 있으니 그걸 이용하셔도 됩니다.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만 나이를 계산해 줍니다. 아래에 링크를 달아 드릴테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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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내담자군이 성 소수자인 특정 기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담자가 만나는 내담자들은 대개 '관계'와 관련된 문제를 가지고 옵니다.
그래서 '관계' 뿐 아니라 '일' 영역도 탐색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로 쓴 글도 있습니다.
그만큼 성 정체성 문제는 민감하기 때문에 상담자는 보통 상담 초기에 진행하는 심리평가 결과를 통해 이 문제를 의도치 않게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래에 링크한 글을 참고하세요.
심리평가 결과에서 성 정체성 문제가 시사되었다 해도 이 문제를 상담 issue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담자마다 생각이 다릅니다만 저는 해석 상담때만이라도 성 정체성 문제를 언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성 정체성이 워낙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고 내담자 입장에서는 상담에서 성 정체성 문제를 꺼내도 되는 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상담자가 먼저 open하여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는 신호를 내담자에게 주는 게 좋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심리평가 결과에서 성 정체성 문제가 드러나는데도 내담자에게 물어보는 걸 주저하는 이유는 본인의 역전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괜히 내담자가 꺼내지도 않은 민감한 주제를 언급하여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기 싫어서입니다.
하지만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겹치는 경우에는 반드시 상담자가 먼저 이 문제를 꺼내 다뤄야 합니다.
1. 다른 호소 없이 성 정체성 문제를 내담자가 주요 issue로 꺼내놓는 경우
2. 성격 미발달 문제가 없는 경우
1번의 경우는 이해하기 쉽습니다. 내담자가 다른 호소 없이 성 정체성 문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2번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성격 미발달 문제가 있는 경우, TCI 기준으로 LLM, LLL 성격 유형의 경우는 내면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아직 성 정체성에 대해 논할 단계가 아닙니다. 하지만 본인이 양성애자라든가 동성애자라든가 하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 때문에 초보 상담자가 이 문제를 다루다 정작 중요한 문제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면 아이가 어린 내담자가 동성애, 양성애를 이야기하는 경우는 본인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자신이 찾은 유일한 의지 대상이 동성애 또는 양성애자였을 가능성이 더 크거든요. 따라서 내담자 스스로 성 정체성 문제를 꺼내놓는다 해도 성격 미발달 문제가 없어야 진짜 성 정체성 문제를 다루어야 할 시점이라고 간주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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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담을 받으러 방문하는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문제는 거의 대부분 둘 중 하나이기 마련입니다. 대인 관계 갈등이나 어려움이 하나의 영역이고 우울, 불안, 강박 등의 증상이 다른 하나의 영역입니다. 증상을 호소하는 내담자라 해도 그 증상의 원인이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탐색하면 항상 대인 관계 문제가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상담자들은 보통 내담자의 문제 또는 그 원인이 대인 관계의 어려움에 있다고 가정하고 들어갑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프로이트가 했다고 알려진 말이 있습니다.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두 가지 삶의 영역이 '일'과 '대인 관계'라고요.
그런데 왜 임상가들은 대인 관계의 어려움만 탐색하는 걸까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대인 관계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거나 일이 대인 관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일이 대인 관계만큼 중요한 삶의 영역인데도 불구하고 그만큼 제대로 탐색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죠.
학교 부적응 문제로 Wee class나 상담복지센터를 방문하는 아동/청소년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사례를 supervision하면서 성적이나 학업 성취도를 물어보면 그걸 제대로 확인하는 상담자가 거의 없더군요. 확인을 했다고 해도 내담자나 부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꼼꼼히 확인해보면 학교 부적응 문제의 원인이 학업 성취도가 낮아서일 때가 많습니다.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 없으니 학업을 따라갈 수 없고 그래서 흥미도 떨어지고 동기도 저하되어 학교를 가고 싶어하지 않는 겁니다. 당연히 이런 아동/청소년은 또래 관계도 좋지 않습니다. 또래 관계라도 좋다면 친구를 만나러 가는 즐거움으로 학교를 다닐 수는 있겠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친구와 만나서 놀 수 있는 건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의 짧은 시간 뿐입니다. 긴 수업 시간은 혼자 버텨야 합니다. 그러니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기 어렵습니다. 학교 부적응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아동/청소년 중에 반에서 1등을 하거나 전교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되나요? 저는 1건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 보죠.
조직 부적응 문제로 EAP 상담을 받으러 온 직장인이 있습니다. 동료나 상사와 관계가 좋지 않다거나 불합리한 조치 때문에 피해를 당하거나 해서 회사를 다니기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물론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보고 하지만 그 이유가 대인 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 직장인 중에서 본인이 스스로 선택해서 원하는 회사에 입사했고 일이 너무나 재미있으며 일의 성과를 인정받아서 승승장구하다가 재수없게 이상한 상사를 만나서 다 때려치고 싶을만큼 힘들어져 온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요? 역시 저는 그런 사례가 1건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전교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아동/청소년이나 회사에서 능력으로 촉망받는 직장인은 왜 상담을 받으러 오지 않을까요?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버틸 힘이 있습니다. 그동안 받아왔던 사회적 지지와 인정으로 인해 자존감과 자아 강도가 높은 수준이라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우리나라는 과제 지향적인(task-oriented) 문화보다는 관계 지향적인(relationship-oriented) 문화로 알려져 있지만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굉장히 과제 지향적인 문화에 속하는데 이를 관계 지향적이라고 포장한 것 뿐입니다. 관계 지향성이 강하기는 하지만 불행하게도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작동합니다. 조직이나 집단에서 튈 때,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때, 그래서 따돌리거나 배척할 때에만 관계 지향성이 중요합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는 별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동북아 3국인 일본, 중국, 우리나라가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그러므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는 대인 관계 스트레스 때문에 내담자가 힘들어 하는 게 맞다고 해도 일 영역의 문제를 좀 더 꼼꼼히 탐색해야 합니다.
친구가 자신을 따돌려서 힘들다고 온 청소년은 사실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학교를 다니는 게 힘든데 교우 관계까지 소원해져서 더 이상 못 버틸 것 같기에 상담을 받으러 왔을 수 있고 직장 상사가 자신을 괴롭힌다고 화가 나서 온 직장인은 사실 회사에서 무능력자로 낙인 찍혀서 더 이상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불안감에 상담을 받으러 왔을 수 있습니다.
특히 대인 관계는 최소한 2자 관계 이상으로 연결된 복잡한 문제입니다. 내담자만 바뀐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담자와 연결된 환경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 환경은 통제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설사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해도 바뀌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일은 오로지 내담자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빠른 변화가 가능합니다.
지적 제한으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청소년이라면 표준화된 지능 검사 결과에 따라 자신의 능력과 흥미에 맞는 자신의 목표를 다시 설정할 수 있고 원치 않는 영역에서 일하면서 직무 동기가 떨어진 직장인이라면 진로 적성 코칭을 통해 더 늦기 전에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새로운 일을 찾게 도와줄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대인 관계' 영역을 탐색하기 전에 '일' 영역을 먼저 탐색합니다. 제 경험 상 '일' 영역의 문제는 항상 '대인 관계' 문제와 연결되어 있었거든요. 그리고 '일' 문제가 빨리 해결될수록 '대인 관계' 문제도 쉽게 해결되곤 했습니다.
대인 관계 영역에 집중해서 상담을 진행하지만 진척이 잘 되지 않고 같은 자리를 뱅글뱅글 돌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 상담자라면 한번쯤 '혹시 내가 일 문제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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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사람 좋은 상담자라는 말을 듣고 싶으신가요 아님 유능한 상담자라는 평가를 받고 싶으신가요?
좋은 상담자와 유능한 상담자가 같은 의미라면 참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아닌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오히려 반대 의미를 갖는 경우도 있지요.
제가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하면서 많이 받은 질문 중에 하나는 심리평가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을 때 이걸 수검자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게 굉장히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심리평가 결과는 수검자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고 수검자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평가자가 알아낸 사실 그대로 최대한 정직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수검자에게 상처주는 일이 정당화 되어서는 안 되기에 평가자는 최대한 수검자가 받을 충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지만요.
하지만 반대로 평가자가 해석 상담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심리평가 결과 중 수검자에게 상처가 될 만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수검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를 누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를 생각해봐야합니다.
첫 번째 가능한 이유는 '좋은' 상담자이고 싶은 욕구 때문입니다. 반대로 보자면 '나쁜' 상담자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나는 내담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기 때문에 상처를 주기 싫다'는 욕구가 강하면 그럴 수 있는데 이 문제에 관해서는 상담자는 친구가 아니며 상담은 수다가 아니라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저는 치유가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수반한다고 생각합니다. 바꿔 말하면 고통 없는 치유란 건 불가능한 것이죠. 뼛속깊이 들어찬 고름을 모두 긁어내야 새로운 세포와 조직이 생성되어 새 살이 돋아나듯이 진정한 치유를 위해서는 반드시 고통이 필요합니다. 제가 도박 중독 상담을 할 때 중독자와 자주 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도박을 멈추고 삶을 회복할 수 있다면, 그래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팔이나 다리 한 짝을 내놓으실 수 있을까요?'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치유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결국 큰 희생을 감수해야 진정한 치유에 이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니 내담자가 상처받는 상황을 피하겠다면 결국 치유도 포기해야 합니다.
두 번째 가능한 이유는 내담자가 상처받았을 때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상담자 스스로의 불안감 때문입니다. 자신감이 부족한 상담자일수록 그러한데 훌륭한 외과의사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우수한 실력만큼 환자를 수술 중 잃어본 경험이 많은 의사일 겁니다. 경험 없는 노하우는 없으며 노하우가 없으면 고수가 될 수 없거든요. 상담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수와 실패 경험이 없는 상담자는 절대로 훌륭한 상담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건 눈 딱 감고 돌파해야 하는 관문입니다. 치유를 위해 내담자에게 꼭 필요한 상처까지 피하려고만 노력하면 그 상담자는 평생 그렇고 그런 상담만 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내담자가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임상가들은 내담자를 위해서 전문가가 되어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해 감수해야 할 상처와 모욕과 외로움을 감당해야 합니다.
치유를 위해 내담자에게 상처주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될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 모든 과정이 상담자가 되기 위한 단계라는 걸 수용하고 노력하는 상담자는 빠른 시간 내에 고수가 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런 상담자일수록 내담자에게 상처를 덜 입히며,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더 많은 내담자를 빠른 시간 안에 도울 수 있는 유능한 상담자가 됩니다.
그렇다고 제가 유능한 상담자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좋은' 상담자로만 남으려고 하지는 않았기에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니 '좋은' 상담자보다는 '유능한' 상담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상담자로 남으려고만 하면 '무능한' 상담자가 될 가능성이 더 커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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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담자의 TCI 성격 유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LML 성격 유형은 LLL, LLM 유형과 달리 연대감이 그래도 medium level이기에 HHH 기질 유형처럼 궁합이 좋지 않은 조합을 이룬 것이 아니라면 상담자와 어느 정도 rapport를 형성할 때까지는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상담자가 본격적인 개입을 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상호 의존 문제라든가 전이-역전이 분석이 필요한 내담자가 많기 때문에 마냥 쉬운 내담자 유형은 아닙니다.
LML 성격 유형과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 성격 유형으로는 LHL과 LHM이 있죠. 이 세 성격 유형의 차이는 나중에 다른 포스팅에서 살펴보도록 하고 오늘은 상담이 잘 진행되면 LML 유형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하는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LML -> MLL -> MML -> HHL
LML(모방하는) 유형을 저는 보통 '카멜레온' 유형이라고 부르는데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카멜레온은 보호색을 만들기 위해 배경이 필요하고 배경이 될 만한 사람을 모방합니다. 이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는 시점은 대개 그동안 배경 역할을 해 주던 어떤 대상과 결별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연인과 헤어지거나 의지하던 선배가 유학을 떠나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모방 대상을 찾아 상담자를 찾아오게 되고 상담자가 모방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상담이 시작되게 됩니다. 상담자를 모방하기 위한 사전 과정은 다음의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상담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자율성이 증진될테고 그렇게 되면 L -> M이 됩니다. 하지만 연대감은 낮은 자율성을 보상하기 위해 억지로 끌어올린 것이기 때문에 자율성의 향상과 반대 방향으로 낮아져서 반대로 M -> L이 됩니다. 그래서 LML이 MLL로 바뀌는 겁니다. 이것만 해도 상당한 진전으로 볼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을 모방하기 바쁜 사람이 남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성격으로 바뀐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머물러서는 안 되지만요.
상담이 조금 더 진행되면 연대감도 자율성을 따라 L -> M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MLL -> MML이 되어 자율성과 연대감이 medium level이 되고 자기 초월만 낮은 상태로 유지되는데 이 정도만 되어도 상담을 종결해도 됩니다. 자기 초월은 자율성을 발휘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MML 유형은 자율성과 연대감이 적정선으로 발달한 상태이고 자기 초월만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이 됩니다.
상담에 탄력이 붙어서 더 좋아지게 되면 자율성과 연대감이 함께 동반 상승하게 되어 MM -> HH가 되고 결국 HHL(조직화된) 성격 유형이 됩니다. 높은 자율성과 연대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질을 현실적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HHH 성격 유형으로는 발달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품을 수 있는데 이론적으로야 가능하지만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 초월 차원은 자율성의 발휘 방향을 결정하는데 기질에 의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받기때문에 끌어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형이하학적으로 행동하던 사람이 갑자기 형이상학적으로 행동하기는 쉽지 않은거지요. 일종의 관성 때문에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상담의 최종 결과는 HHL 유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이런 순으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성에 대해 감은 잡으셨을 겁니다. 장기 상담을 진행하면서 중간중간에 TCI를 실시하여 상담 효과를 측정하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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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워낙 자해(Non-Suicidal Self-Injury)가 유행이기도 하고 정서행동특성평가에서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의뢰되는 청소년들도 많다 보니 내담자들의 자살 가능성에 예민해진 상담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supervision 때 자살 위험성 평가나, 자살 예방 상담, 자살 방지 대책에 대한 질문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질문의 요지를 정리해보면 '내담자가 과연 자살을 시도할까요?', '내담자가 안 죽게 하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내담자인 것 같은데 병원에 입원시키는 게 좋을까요?', '내담자가 죽으면 어떡하죠?'처럼 내담자가 죽게 되었을 때의 충격과 공포를 감당하지 못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묘책을 물어보는 선생님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상담을 오래 하다보면 내담자를 잃는 경험을 하게 마련입니다. 이건 상담자의 숙명과 같은 것이어서 피하려 노력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직까지 그런 경험이 없다고 안도할 일도 아니고, 반대로 자주 경험한다고 해서 익숙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2009년에 제 내담자를 잃은 이후 그 여파가 굉장히 오래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임상심리학자들이 피검자/내담자를 자살로 잃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포스팅 참조). 그 이후로 자살과 관련된 공부도 많이 했고 상담자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도 정리해서 연속으로 포스팅을 하기도 했죠.
자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상담에 의뢰된 내담자를 상담할 때 많은 상담자들이 내담자를 죽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걸 자주 봅니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내담자를 더 절망에 빠뜨려서 의도와 반대로 죽음의 길로 인도하게 되기도 합니다.
무게감이 같지는 않지만 제가 주로 했던 도박 중독 상담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가족들은 도박을 끊게 하려고 중독자를 데려오고, 상담자 역시 중독자를 망가뜨리는 도박을 멈추게 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합니다. 그러니까 도박을 못 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알고 보면 그게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지만 설사 도박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다음은요? 한 때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그렇다고 믿었던) 도박을 빼앗긴 도박자에게는 무엇이 남죠? 도박을 멈추는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도박을 멈추지 않고서는 도박 중독 치유가 끝나지도 않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도박을 멈추게 하려는 모든 노력이 중독자가 아닌 주변인의 관점에서 본 접근법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다시 자살 위험성 문제로 돌아와서 내담자가 자살을 이야기할 때 내담자를 죽게 내버려두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가족도, 상담자도, 하다못해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학교, 군대, 회사 등 조직조차도 내담자의 자살은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담자는 어떨까요?
내담자가 왜 죽고 싶을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공통된 이유 중 하나는 살아야 할 희망이 없다고 느껴서입니다. 살 희망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벌려면 일단 죽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자살방지서약서 작성을 요청하고, 자살 위험성이 있으면 비밀보장을 할 수 없으니 부모에게 알릴 수 밖에 없다며(내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나를 죽지 않게 하는데만 골몰하는 상담자를 보면 내담자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죽어서는 안 될 이유를 찾으려는 상담자를 보면 든든하고 의지가 되고 상담자를 한번 믿어보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살아보려는 마음을 먹게 될까요?
도박을 그만두더라도 어떤 행복한 삶이 가능할지를 함께 찾아보는 상담자를 도박자가 원하듯이, 자살하고자 하는 내담자는 자신이 살아있어야 할 이유를 찾기 위해 애쓰는 상담자를 더 미덥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담자의 그런 노력이 역설적으로 내담자의 생존 확률을 높입니다.
그러니 내담자를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죽느니만도 못한 삶을 어떻게든 연명하게 하는 방법이 아니라) 살게 하기 위해, 삶이 어떤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을지 내담자가 깨달을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죽지 못해 사는 게 아니라 살아있어서 행복하다는 걸 (매 순간) 느끼기 위해 살고자 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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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
정서행동특성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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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심리평가와 관련된 강의를 할 때마다 거의 빼먹지 않고 말씀드리는 게 상담자도 이제는 정신병리학에 대한 공부를 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예전이라면 병원에 오는 환자는 '임상' 전공자가, 상담 센터에 오는 내담자는 '상담' 전공자가 맡아서 담당했지만 이제는 그 경계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정도로 희미해져서 누구든 정신병리학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약물 치료가 꼭 필요한, 또는 약물 치료를 꼭 병행해야 하는 내담자에게 도움을 줄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현대 이상심리학(2nd, 2013)' 같은 책도 소개를 한 것이구요.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상담자도 DSM-5 같은 진단 편람 관련 책을 필요할 때마다 참고할 수 있도록 소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한 번은 읽어봐야겠지요?
상담자가 선별 목적으로 주로 사용하는 자기보고형 심리검사도구로는 TCI, MMPI-2/A, SCT 등이 있는데 이 중 문장완성검사는 내용 분석 뿐 아니라 구조적인 측면을 분석함으로써 수검자의 정신증 증상을 변별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가능하려면 기술 정신병리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데 상담 전문가의 훈련 과정에서는 기술 정신병리학을 다루는 부분이 없거나 아주 미흡합니다. 임상 전문가라면 주로 병원 장면에서 훈련을 받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익숙해질 수 밖에 없지만요. 그래서 상담 전문가들은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책은 제가 상담을 전공한 임상가들에게 꼭 읽으라고 추천하는 책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중요한 책을 달랑 별 3개로 평가했냐 하면 5판으로 판올림을 하면서 저자가 바뀌었고 그 때문에 읽기가 불편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병원에서 수련을 받던 1년 차 때 전공의 선생님들이 스터디를 하는 걸 보고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는데 기술 정신병리학을 굉장히 명료하고 명쾌하게 설명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제가 읽었던 건 1998년에 번역 출판된 1판으로 굉장히 오래된 고전이었지만 지금 읽어도 정리가 참 잘 되어 있는 교재였습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의식, 주의 집중, 지남력, 수면, 기억의 장애, 지각의 병리, 사고 과정의 장애, 통증, 정동, 욕구, 충동 조절, 운동 장애, 성격 장애에 이르기까지 병리 현상에 대한 내용을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문장완성검사의 내용 분석에서 사고 과정 상의 장애를 변별하기 위해 필요한 '사고의 비약', '관계 사고', '탈선' 등의 개념에 대한 상세한 설명 뿐 아니라 'feeling', 'affect', 'emotion', 'mood' 등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비교 설명에 이르기까지 영양가 넘치는 내용이 많습니다.
물론 오늘 소개하는 책은 저자가 Andrew Sims에서 Femi Oyebode로 바뀐 5판이고 출판사와 공역 집필진은 동일하지만 1판에 비해 문체가 달라져서 저는 눈에 잘 안 붙더라고요. 4판에 비해서는 신경심리학과 인지 신경과학에서 얻어진 새로운 발전을 포함했지만 새로운 정보가 주는 참신성보다는 문체가 바뀐 것에서 오는 생경함때문에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1판을 모르는 분들이 5판을 처음 접한다면 분명히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아직까지 이 책만큼 기술 정신병리학을 쉽게 설명하는 책을 못 봤거든요.
그래서 절판되었지만 중고 책방 등에서 찾으실 수 있다면 1판을 구하는 걸 더 추천드리나 구할 수 없다면 2018년에 국내 출판된 5판이라도 한번은 보시는 걸 권장합니다. 다만 책값이 1판은 1만 원이었는데 5판은 3만 3천 원으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사악해졌다는 건 감안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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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정신병리학에는 겉으로 보이는 행동을 관찰하는 것, 그리고 환자의 주관적 경험을 공감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 '형태(Form)'란 정신적 경험의 구조를 현상학적 용어로 설명한 것으로 망상이란 용어가 그 예이다.
* 현상학은 궁극적으로 기질적 정신 병리나 행동 그 자체보다는 자신의 세계에 대한 환자의 주관적인 경험에 관심을 둔다.
* 질문할 때 가능한 한 일찍 환자 경험의 유형을 분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질문하면 할수록 환자의 설명이 오염되기 때문이다.
* 통찰은 세 가지 요소를 갖는다. 즉,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변화를 알아채고, 이러한 변화가 병적인 것임을 인정하고, 치료의 필요성에 수긍하여 치료 방침에 따르는 것이다.
* 의식의 세 가지 차원은 각성, 정신의 명료함, 그리고 자기 의식이다.
* 혼돈(confusion)은 명료하고 조리 있게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한 경우를 가리킨다. 순전히 기술적인 용어이며, 의식의 혼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주의(attention)는 의식을 적극적 또는 수동적으로 경험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는 어떤 정보는 강화하고 어떤 정보는 억제하여, 향후 정보처리 단계로 넘어갈 정보를 여과하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 작화증(confabulation)은 재생 손상의 대표적인 예이다.
* 재인식의 손상은 알츠하이머병과 조현병 등에서 발견된다.
* 조현병에서 작업 기억과 의미 기억이 손상된다는 증거는 있으나 절차 혹은 암묵적 기억의 손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 측두엽 기능 부전 때문에 일어나는 정신병리학적 증상은 기억, 지각과 정서의 장애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 시간 지남력 장애는 기질적 장애와 기능적 장애를 구분하는 훌륭한 임상적 지표이다.
* 나이 지남력 장애는 임상적으로 만성 조현병 환자의 지능 손상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 기시 현상과 미시 현상은 조현병에서도 자주 보고된다.
* 체온이 증가하면 내부 시계는 가속이 붙는다.
* 북반구와 남반구 모두에서 조현병 환자들의 생일이 겨울철에 지나치게 몰려있는 양상을 보인다.
* Vygotsky는 영유아의 발달 초기에 외적 대화가 내면화되기 시작하여 , 뒤이어 사적 언어를 거쳐 종국에는 내적 언어로 발달한다고 가정하였다(사적 언어는 듣는 사람이 없는데도 혼자 소리 내 말하는 것을 가리키며, 내적 언어는 소리를 내지 않고 마음 속으로 혼자 말하는 것을 가리킨다).
* 환청의 발생은 환자가 받아들이고 있는 감각 자극이 얼마나 의미 있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환청을 가진 조현병 환자에게 여러 가지 청각 자극을 제시했을 때, 환청을 줄이는 데 필요한 것은 외부 자극의 정도가 아니라 자극의 성질과 이에 기울이는 집중의 정도라는 것이 발견되었다.
* 어떤 환청은 조현병의 일급 증상으로 간주된다. 이들은 가청 사고, 서로 논쟁하는 목소리, 그리고 환자의 행동에 대해 비평하는 목소리이다. 이 세 가지 지각의 장애는 다른 일급 증상과 마찬가지로 각각 자아상의 경계(나인 것과 내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에서 심한 혼선이 일어나고 있음을 나타낸다.
* 환시는 특징적으로 기능성 정신병보다는 기질성 상태에서 흔히 생긴다. 조현병에서 환시는 매우 드물다.
* 환후는 뇌전증, 특히 측두엽성 뇌전증에서 나타나며, 흔히 발작의 전조 증상(또는 초기 증상)이다.
* 망상 환자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 원인이 명백할 때는 외부 탓으로 돌렸으나, 불분명한 경우에는 내부 탓으로 돌렸다. 이는 피해 망상이 낮은 자존심에 대한 방어로써 기능한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 질투 망상은 알코올 남용에서 흔하다.
* 허무 망상은 자기 자신, 대상 혹은 상황이 팽창되고 풍부해지는 과대 망상과는 정반대이다.
* 확신의 정도가 망상과 지배관념을 구별하는 분명한 근거가 아님은 명백하다. 환자의 과거력과 인생 경험의 맥락에서 이해 가능할 때, 지배 관념으로 간주하는 것이 안전한 접근이다. 지배 관념이 관찰될 때, 그것은 보통 인격의 이상과 연관되어 있다.
* 정신과에서 편집이라는 단어는 '자신과 관계지어서'라는 의미로 사용되며, 피해적이라는 뜻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망상은 환자 자신과 관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관계 망상이다.
* 사고의 흐름이 지나치게 가속되면 사고의 비약으로 나타난다.
* 사고의 비약과 지체 모두에서 감정은 사고 속도에 영향을 주고, 어떤 생각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며, 판단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우원 사고에서 사고 흐름이 느려지는 것은 감정 때문이 아니라, 지적 파악력의 결함, 즉 전경과 배경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탈선(derailment)에서는 연상의 단절이 생겨서, 죽 이어져 오던 사고의 고리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생각이 불쑥 끼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 사고 통제의 장애라는 제목 하에는 사고의 수동성, 조종 망상, 그리고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이라는 세 가지 패턴이 논의될 수 있다.
* 양성이든 음성이든 언어 장애를 보이는 조현병 환자는 서로 비슷한 인지적 제한을 보이며, 언어 장애를 보이지 않는 환자에 비해 추론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었다.
* 추형 공포증은 비교적 흔한 자아의 장애로 지배 관념이라는 정신병리적 형태를 갖는다. 환자들은 자신의 추형이 대인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호소하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 때문에 추형 공포증이 생기는 경우는 별로 없다.
* 일반적으로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들이 신경성 폭식증 환자보다 더욱 심한 신체상의 왜곡을 보인다.
* 정동(affect)이란 웃음이나 울음, 겁에 질린 표정 등과 같이 외적으로 표출되는 감정 표현을 가리킨다. 기분(mood)이란 좀 더 오랫동안 지속하는 상태 혹은 성향을 말하며, 감정(emotion)은 자발적이고 순간적인 경험을 가리킨다. 감정은 느낌(feeling)과 유사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감정은 경험의 신체적 요소를 반드시 포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임상가는 환자의 기분에 대하여 두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째, 환자가 고통받고 있는가? 둘째, 기분의 표현이 현재 사회적 상황에 부적절하지 않은가? 기분이 병적이라고 하는 경우는 이 두 질문 중 적어도 하나 이상에 해당할 때로 국한하며, 치료란 그러한 기분을 호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Ekman 등은 표정에 드러나는 감정에는 여섯 가지 기본 감정 즉 분노, 혐오, 공포, 행복감, 슬픔, 놀람이 있다고 하였다. 이들 기본 감정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이다.
* 무쾌감증은 조현병의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이때는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 무쾌감증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상이 모든 감각 경험을 침범하는 단일하고 균질한 이상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부분으로 구성된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무쾌감증을 이렇게 개념화하는 것은 음악을 들을 때만 감정을 경험하지 못하는 한 사례를 고려했을 때, 더욱 그럴 듯해 보인다.
* 둔화(blunting)와 둔마(flattening)는 모두 조현병에서 나타난다.
* 우울에서는 기분의 일중 변화가 종종 뚜렷이 나타나는데, 환자는 아침에 일찍 잠에서 깰 때, 아니면 늦은 아침에 가장 우울해 하고, 동시에 이 두 시기가 자살의 위험이 가장 높다.
* 불안은 흔히 우울증에 동반되며, 때로는 그 밑에 깔린 우울을 보지 못하게 가리기도 한다. 초조성 우울증(agitated depression)에서는 초조와 안절부절함이 극심하며 자살의 위험이 매우 높다.
* 자극 과민은 자기 성질을 다스리는 능력이 떨어진 것을 특징으로 하는 감정 상태로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주된 증상 중 하나이고 과도한 각성 증상의 하나로 간주된다.
덧. 이 책은 저도 소장하면서 계속 봐야 하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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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이라도 제게 supervision을 받으셨거나 관련 강의를 들으셨다면 제가 애착 외상 가능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아실 겁니다. 저는 애착 외상을 부모-자녀 관계 문제의 확장으로까지 간주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가 오면 가장 먼저 애착 외상 가능성을 변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동안 정말 무수히 많은 심리평가 사례를 봤지만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전혀 없는데도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를 본 적이 없는 제 경험에 근거합니다. 뭐 있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아주 드물고 그런 분들 대부분은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일단은 애착 외상부터 확인하는 것이 안전한 접근법입니다.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 대부분이 부모 자녀 관계 갈등이 있고 이러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면 결국은 상담에서 이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데 문제는 그게 언제여야 하냐입니다.
많은 상담자들이 심리평가를 상담 초기에(때로는 접수 면접 이후로 바로) 실시하고 그 결과 애착 외상이 있다는 걸 찾아내면 옳다구나 하고 그 부분을 초기 상담에서 곧장 다루려고 합니다. 예전에 제가 그랬듯이요. 심하게는 해석 상담부터 직진하는 상담자도 있습니다. 애착 외상을 입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내담자들이 정작 부모에 대해 살펴보려고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얼버무리거나 아예 대화를 피하는 걸 보고 많은 supervisee 선생님들이 의아해하시더군요.
하지만 애착 외상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 중에 Delayed PTSD 진단을 내릴 수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trauma를 경험했지만 곧바로 나타나지 않고 심하게 억압을 했기 때문에 delay가 되어 나중에 여러가지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그만큼 내담자 본인에게도 애착 외상은 다루기 힘든 큰 상처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담자의 TCI 성격 유형'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격 미발달 문제가 있는 내담자들이 많은 만큼 이런 큰 상처를 다루기 위해서는 더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라포가 굳건히 형성되기 전까지는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다루지 말 것'
제가
'성격에서 자율성 차원이 핵심이라면 기질에서는 위험회피 차원이 핵심' 포스팅에서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기질의 내담자가 방문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위험회피기질이 높은데다 이러한 기질을 미발달된 성격이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설사 부모로부터 애착 외상을 입은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들에게 부모는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확실한 대안이 생기거나 이를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힘이 강해지기 전까지는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입 밖에 내는 것 조차도 버겁습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가
'독이 되는 부모'라는 걸 인정하고 나면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니 차라리 그런 일이 없었다고 기억을 왜곡하거나 자신을 부정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예 일반적인 대인 관계에 대한 탐색부터 시작하거나 저처럼 우회적으로 부모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이것마저도 가능하지 않은 내담자들이 많으니 최대한 조심해야 합니다).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의 경우 부모에 대해 다루는 건(특히 부정적인 내용을 탐색하는 건) 시한 폭탄을 해체하는 것과 같은 주의를 요한다는 걸 꼭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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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상담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단한 훈련과 연습에 더불어 두 가지 자원이 더 필요합니다. 하나는 모델이 되어 주는 훌륭한 선배 상담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뛰어난 선배 상담자들이 자신의 정수를 담아 출판한 책들입니다. 전자는 운의 영역이라 그런 좋은 운을 만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다행히 후자는 추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편이죠.
이러한 추천 서적 목록에 오늘 이 책을 추가합니다.
이 책은 Edward Teyber와 Faith Holmes McClure가 쓴 'Interpersonal Process in Therapy : An Integrative Model' 6판을 번역한 책입니다. 장미경, 김동민, 김인규, 유정이, 장춘미 선생님까지 총 다섯 분의 상담자가 공동 번역을 했는데 번역자 간 차이를 느끼기 쉽지 않을 정도로 번역 quality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이 책의 강점은 제목에 있듯이 실제 현장에서 상담이나 심리치료가 진행될 때 일어나는 대인과정을 아주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흡사 고수의 상담 시연 과정을 녹화해서 0.5배속으로 천천히 반복해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죠.
게다가 최초 작업 동맹을 형성하는 방법에서부터 저항을 다루는 방법, 내담자의 감정에 반응하는 법, 개념화와 상담 목표 설정하기,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훈습하는 과정, 종결에 이르기까지 대인과정접근에 입각해 아주 꼼꼼히 세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보통 상담 과정을 다루는 책들은 지나치게 이론적이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특정 사례를 verbatim으로 길게 다루는 실수를 범하기 쉬운데 이 책은 이 둘 사이의 절충점을 기가 막히게 찾아냈습니다.
상담자라면 누구든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필소장 도서로 강력 추천합니다. 특히 상담 경력이 어느 정도 되지만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뭔지 모르게 detail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 한번쯤 자신의 상담 과정 전반을 재점검하고 싶은 중급 상담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주옥같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제가 흥미롭게 읽은 구절 목록이 매우 깁니다. 스크롤의 압박이 있으니 제가 스크랩한 내용은 대략 참고만 하시고 꼭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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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에 따르면 내담자의 40~60%가 상담의 지속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상담을 종결한다. 이것은 내담자의 기대가 상담 초기에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 초보 상담자들은 어떻게 수행하는가보다 무엇을 배우는가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한 자신과 자신의 수행에 대해서보다는 내담자와 내담자가 정말로 무엇을 말하는지에 집중하면 그들이 경험하는 어떤 불안이든 잘 다룰 수 있다.
* 대인 관계 영역은 Harry Stack Sullivan이 처음 강조했다. Sullivan은 성격이란 개인이 불안을 피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에 대한 거부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자기존중감을 유지하기 위해 취하는 대인관계 전략의 집합이라고 개념화했다. 이런 대처 전략이 대인방어로서 초기 부모-자녀 관계에서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필요했다는 것이다.
* 대상관계, 애착, 인지행동 틀을 사용하는 상담자들은 도식을 밝히거나 관계에 대한 잘못된 기대를 명료화하기 위해 자신에게 그리고 내담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 내담자는 나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예상하는가?
- 내담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을 예상하는가?
-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담자의 자아 경험은 무엇인가?
- 반복되는 정서적 반응은 어떤 것인가?
- 이런 핵심 신념의 결과로 대인관계 문제에 대처하는 내담자의 전략은 무엇인가?
- 마지막으로, 이런 대인관계 패턴이 상담자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는가?
* 부모가 너무나도 비일관적이고 무반응적이며, 아동은 이상적인 사랑스런 부모와의 유대를 유지하기 위해 분리 방어를 즐겨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인지행동주의자들이 말하는 양극화된 또는 이분법적 사고와 유사하다. 즉, 아동은 '나쁜'(위협하고 거부하는) 부모의 모습과 '좋은'(사랑하고 반응적인) 부모의 모습을 확연하게 분리하여 내면화한다. 이 상황은 반복적으로 맞고 두려움에 떠는 신체적으로 학대받는 아동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잘못된 부모를 이상화하고 방어하는 것에서 잘 나타난다. 자기 비난의 왜곡은 아동으로 하여금 그의 애착 딜레마(자신을 괴롭히고 무섭게 하는 인물에게서 도움과 안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하고,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으며, 무기력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고 믿게 만든다.
* 대인과정접근은 이런 내담자의 발달초기 부적응적 인지 틀 또는 내적 작동무델을 경험적 혹은 직접적 재학습(즉, '교정적 정서경험')을 통해 수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대인과정접근에서 계속 강조하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인식 틀이나 오해를 '바로 당장'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그것이 상담자에 대한 반응으로 실현 또는 경험되어지면서 강한 정서가 동반될 때 다루어야 한다.
* 내담자가 변화하도록 도울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은 그들이 다루는 문제가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서 발생할 때이지 그것에 대해 축약해서 말할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즉시성'은 분명 신참 상담자에게는 불안을 일으키지만 우리가 내담자의 삶에 진정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가능한 지점이다.
* 훈련 중에 있는 상담자들을 비롯한 많은 상담자들과 간호사, 목사와 같이 주력 전문직에 있는 사람들은 '부모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 장기간의 증상과 문제는 단일한 외상 사건(충격 외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반복적인 가족 내 상호교류 패턴(긴장 외상)으로 인해 형성된다. 지속적인 문제는 외상적이거나 위기적인 사건 자체로부터 발생하지 않고, 그 고통스런 사건에 대해 양육자가 타당화와 공감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다.
* Hill(2009)은 상담자가 자기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과정 지향 질문을 상담 회기 내내 던지라고 제안한다.
: "지금 나는 새롭고도 회복적인 관계를 함께 만들어가는가 아니면 이 내담자에게 익숙하지만 문제가 많은 상호작용 흐름에 휩쓸리고 있는가?"
* 상담자가 내담자에 대해 적극적인 위치에서 있고 치료관계에서 수동적이게 되지 않기를 원한다면 지시적이 되지는 않으면서 이를 어떻게 성취해 낼 수 있을 것인가?
- 관찰한 관계적 혹은 인지적 패턴들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하기
- 내담자가 대체적인 틀을 갖고 그들의 인식 틀을 확장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기
- 내담자의 감정에 대해 공감적인 이해를 제공하고 그들의 경험을 유효화하기
- 대인관계 피드백을 제공하기
- 현재의 상호작용을 명확히하고 치료관계를 사회적 학습의 장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과정언급을 사용하기
- 상담자를 향한 내담자의 반응을 체크하기
* 현재로서는 내담자들이 때때로, 특히 위기 상황에 있는 경우에 지시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James & Guiland, 2000).
*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아이디어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떤 것이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례 개념화와 아이디어들은 내담자의 목표와 내담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주관적인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공감의 실패로 인해 파트너십을 잃게 될 것이다.
* 대인과정접근은 내담자가 상담의 과정을 결정하는 데 처음부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상담자를 지지적인 동반자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양자 관계가 제 3자에 의해 침해받을 때 상담관계는 뒤틀릴 수밖에 없다.
* 지시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비지시적으로 할 것인가 하는 양극단의 중간에서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과정언급을 사용하는 것이다. 한 가지 효과적인 개입은 지금 현재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드러내놓고 물어보고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 주관적인 경험이 지속적으로 부정되면, 내담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 또는 무엇을 하기 원하는지 등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 상담자는 내담자가 내놓는 다양한 자료들에서 반복하는 3가지 유형의 공통 요소를 규명함으로서 초점을 통합할 수 있다.
- 반복되는 관계 주제 또는 대인 패턴
- 병리적인 신념, 자동적 사고, 잘못된 기대
- 반복되는 정서적 주제, 핵심 감정
* 핵심 감정을 찾아내고 그것이 내담자에게 차지하는 심층적인 의미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상담자의 능력만이 협조적인 동맹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할 것이다.
* 자기 개방이 상담자의 과거나 개인적 경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라면, 자기관여 진술은 내담자가 방금 한 행동이나 언급에 대한 상담자의 반응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 내담자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갈등들 가운데 핵심이 되는 것은 이들이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담자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돌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라야 자기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있게 된다(Giligan, 1982).
* 내담자의 저항과 방어는 흔히 수치심에서 나온다.
* 저항은 우리가 보통 불안정 애착의 역사와 작업하고 있는 것이다.
* 작업가설 세우기
- 내담자가 다른 사람에게서 무엇을 유발하는가?
- 무엇이 위협으로 느껴지는가?
- 내담자는 저항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 내담자가 상담을 받는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상담에서 변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회기가 얼마나 잘 진행되었는가에 상관없이, 첫 회기의 끝으로 가면서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그 회기가 어떻게 느껴졌으며, 상담 과정과 상담자에 관한 어떤 염려스러운 점이 있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 균열과 복구라는 핵심 주제를 다룰 때 더 많은 도움이 뒤따라온다. 이것은 성공적인 상담에 필수적인 것이다.
* 더 잘 반응하는 방법을 배우는 첫 번째 단계는 우리들이 비판, 부정적인 평가, 또는 원하지 않는 직면에 전형적으로 나타내는 반응이 어떤지를 더 많이 인식하는 것이다(Teyber & McClure, 2010).
* 상담자는 행동으로 자신의 유능함을 나타냈다. 이것은 언어적으로 안심시키는 것보다 항상 더 효과적이다. 언어적으로 보증하는 것은 내담자에게 단지 무의미하게 들리고, 상담자에게는 여전히 부담을 남기는 것이다.
* 상담이 중단되거나 내담자가 문제에 대한 진척을 보이지 않을 때 상담자는 3가지 주제, 즉 균열, 재연, 저항에 관한 작업가설을 세움으로써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
- 첫째, 우리는 작업동맹을 방해하는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오해나 대인관계 갈등이 있을 때 균열(ruptures)이 일어난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 둘째, 재연(enactments)은 상담에서 성공할 수 있고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내담자를 방해하는 것이다.
- 셋째, 저항(resistance)은 상담 전반에 걸쳐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저항은 단순히 내담자가 여러 가지 그리고 가끔은 모순되는 감정을 인식하지 못할 때 일어난다. 예를 들어
-> 도움을 더 받는 것은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수치심이라는 혐오적인 감정을 일으킨다.
-> 상담자의 진정한 관심 때문에 돌봄을 받는 느낌은 위안을 주지만, 이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던 여러 경우에 대해서 슬픔이 일어날 수 있다.
-> 일관되고 믿을 만한 태도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것은 기운을 북돋워주지만, 다른 사람들을 돌보아주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열중했다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이 일어날 수 있다.
-> 더 성공하는 것은 흥미롭지만 부러움을 사거나, 사기를 꺾거나, 앙갚음 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일어난다.
* 많은 초보 상담자들은 자신의 내담자들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인정받지 못할 것에 대해서 염려하기 때문에, 그들은 할 수 있는 만큼 분명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반응하지 못한다.
* 종종 수치심은 2가지 다른 주제로 또는 2가지 구별된 영역 안에서 표현될 수 있다. 첫째는 '나쁜 자기'의 차원이고 둘째는 '부적절한 자기'의 차원이다.
* 자신의 애착 양육자로부터 반복적으로 경멸을 받았던 내담자들은 수치심에 근거한 자기감을 발달시키며 수치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 '낮은 자존감'은 수치심의 완곡한 표현이다.
* 변화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고 또한 자신이 그러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느끼게 돕는 첫 번째 방법은 내담자로 하여금 스스로 설정한 이슈에 반응하도록 하고 그 순간에 가장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이면 어떤 것이라도 이야기하게 격려하는 것이다.
* 대인과정접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문제에 대한 새롭고 보다 만족스런 해결책을 상담자와의 실제 관계 속에서 실행할 수 있어야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 내담자가 '부인'에 참여하여 실제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면, 항상성 유지 가족규칙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내담자는 내면화된 이상적 혹은 '선한' 부모에 애착되어 있다. 반대로, 이러한 분열방어에서 자신은 '나쁘며'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 내담자가 표현한 가장 두드러진 감정에 먼저 반응하는 것이 보통 가장 의미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주며, 내담자와 상담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렬하게 할 수 있다.
* 내담자의 반이 장기상담에서조차 삶의 중요한 비밀을 상담자에게 털어놓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창피함과 수치심 때문이었다. 둘째는 자신의 감정에 '압도당할' 것이라는 믿음, 또는 상담자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다룰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 내담자는 단순히 감정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감정을 경험할 때 진전한다.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주지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멈추고 상담자와 대면하여 자신의 감정을 경험하거나 느껴야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 많은 증상과 문제들은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실제 경험에 상응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많은 내담자에게 평생의 선물이 된다.
* 교정적인 정서 경험을 제공하고 변화를 이끄는 최선의 기회는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충격을 온전히 경험하는 그 순간에 발생한다.
* 내담자의 경험 이면에는 종종 수치심이나 죄의식과 같은 하나의 핵심 정서가 있으며, 상담자가 이 지배적인 정서를 확인하고 강조함으로써 내담자를 도울 수 있다.
* 많은 내담자에게는 세 감정의 축(triad)이 있다. 빈번한 화는 표현되지 않은 슬픔에 대한 방어이고, 이는 수치심, 죄의식, 불안과 연관된다.
* 진정한 위안은 인정받고 심리적으로 '보듬어질 때' 온다. 이 때 내담자는 안전감과 힘을 느낀다. 내담자는 의존적이 되지 않는다.
* 안전한 버텨주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상담자는 내담자가 나타내 보이는 감정의 강도를 참아낼 수 있다는 것을 행동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 상담자에게 자신의 내밀한 얘기를 하는 것이 어떻게 느껴지는지에 대해 내담자와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수이다.
* 관계 악화는 모든 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핵심 이슈는 조율하려는 의도와 수리하려는 소망을 전달하는 것이다. 우리는 실수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한다. 실제에서는 오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이런 오해는 논의되고 해결될 수 있다. 상담자가 문제를 드러내서 내담자와 이야기하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한다면, 상담 관계에서 발생하기 마련인 예상할 수 있는 관계 악화는 다시 복원될 수 있다.
* 내담자의 감정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력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는 상담자의 역전이다. 역전이에 의해,
- 내담자가 자신을 좋아하게 하려는 상담자의 욕구를 방해할 수 있다
- 상담자가 내담자의 감정에 대해 너무 과하게 책임을 지려한다
- 상담자는 종종 자신의 원가족에서 기원한 감정표현규칙을 상담관계에 갖고 온다
- 상담자는 때때로 내담자 이슈와 자신의 이슈를 분리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 내담자의 감정에 대한 상담자의 적절한 반응은 다음의 3가지, 즉 규명하기, 함께하기, 그리고 수용하기이다. 첫째로 상담자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이 가진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둘째로,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관심 있는 타임과 공유할 수 있도록 내담자에게 공감적이어야 한다. 셋째로,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맥락화' 하도록 조력을 제공하여 왜 이 특정 순간에 그러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지 깨닫게 한다. 상담자는 이렇게 함으로써 내담자 반응을 타당화한다.
* 아마도 가장 중요한 재학습은 내담자가 어려운 감정을 공유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이제껏 자신이 기대해 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반응을 받는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교정적인 정서경험은 기존의 기대와 관계 패턴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될 때 나타난다.
* 상담자가 내담자들이 나타내는 증상, 임상적 의미와 방어를 이해하는 데 주요한 개념 중의 하나는 힘들 때 나타나는 활성화(hyperactivation) 전략 대 비활성화(deactivating) 전략이다.
* 엄격하게 통제된 거부애착유형의 내담자들은 관계에 대한 공포를 가지며, 충동적인 몰두애착유형의 내담자들은 차별에 대한 공포를 가지며, 걱정애착유형의 내담자들은 2가지 공포를 모두 갖고 있다.
* 일차적인 연합이 부부 사이에 있지 않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 있게 될 때, 종종 자녀의 부모화가 나타나게 된다. 역할의 반전이 일어나는데, 자녀의 욕구에 부모가 반응한다기보다는 자녀가 부모의 정서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자녀는 세대 간 동맹을 가진 가족관계에서보다는 일차적인 부부연합이 있어 부모와 자녀 사이의 명확한 경계선이 있는 가정에서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다.
* 상담자가 역사적인 해석을 하거나 내담자로 하여금 과거의 가족관계로 거슬러 올라가도록 이끄는 것은 생산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러한 발달적인 연결이 정확할 때에라도 내담자는 보통 자신들이 자신의 현재 문제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오히려 내담자들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발달적인 연결을 스스로 만들 때 의미 있는 행동 변화가 생긴다("아하" 경험). 이것은 상담자가 시험을 통과하거나 교정적인 경험을 제공한 후에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 상담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음과 같은 대에 내담자 갈등의 어떤 측면을 재연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 내담자가 자신에 관해서보다는 다른 사람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대화가 보다 피상적이게 될 떄
- 상담과정이 반복적이고 지적으로 흐르게 되거나 현실적인 초점을 잃을 때
- 내담자가 불평을 하고 그들의 주도성을 잃고 또는 이야기할 만한 의미 있는 내용을 찾을 수 없을 때
*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그들이 부모나 배우자의 문제를 이야기한다고 그 사람에게 불성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며, 상담자는 내담자의 불평이 그 사람에 대해 내담자가 느끼는 감정의 전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님을 안다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아주 도움이 될 것이다.
* 상담자는 스스로에게 "무엇을 해야 할까?" 보다는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자에 대한 답은 후자에 대한 답에서 발견된다.
* 내담자의 해결은 대부분의 내담자가 상담에 올 때 믿었던 것처럼 배우자나 부모, 또는 다른 몇몇 사람의 변화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호작용에서 자기 자신이 타인들에게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달려 있다.
* 다른 상담이론과는 대조적으로, 대인과정접근은 행동변화가 통찰을 끌어낸다거나 거꾸로 통찰이 행동변화를 끌어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이런 변화가 어떤 내담자에게 일어날지라도 여기서는 다른 변화기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의미 있는 통찰과 지속적인 행동 변화는 내담자가 상담자와 함께 가진 새로운 치료적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 우리 분야에 만연해 있는 미성숙한 종결을 줄이기 위해서는 첫 회기부터 상담자가 '수동적이고' 그저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상담자는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하고 내담자의 '마음 속에 있는 마음'을 볼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 즉,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깊고 절실한 고통을 조심스럽게 구분해내고 이것을 말로 표현해야 한다.
* 주요 이슈는 내담자들이 동시에 분리되면서 연결되는 것이 허용되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료 시점은 이러한 내담자들에게 분리됨-연결됨의 변증법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미래의 더욱 큰 자율성과 친밀감을 위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 종결에서의 도전적인 과제들이 이루어지도록 돕기 위해서는 Marx와 Gelso(1987)가 강조한 3개의 핵심적인 단계를 밟을 수 있다.
1. 상담과정을 되돌아보고 무엇이 변화했는지 살펴보자.
2. 앞으로의 삶을 내다보면서 닥쳐올지도 모를 문제들에 어떻게 현실적으로 대응할지를 계획하기
3. 인사를 나누기
* 종결 국면에 있어서 다른 하나의 유용한 개입은 내담자들과 돌아보기(review)-예측하기(predict)-연습하기(practice)의 세 과정을 밟아 나가는 것이다.
덧. 이 책은 재독(再讀)이 필요한 소장 도서이므로 북 크로싱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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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의는 아쉽게도 (주)마음사랑의 구매자격 취득을 위한 강의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구매자격과 상관없이 TCI를 마스터하고자 하는 분들께 권하는 강의입니다. 대신 핵심 내용을 압축해서 밀도있게 전달하고 2개의 실제 사례를 통해 TCI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기존에는 'TCI의 이해(기초)'와 'TCI 실전 해석'으로 나누어 진행하였으나 실제 강의를 해 보니 둘 다 듣는 건 불필요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두 강의를 통합하여 하나의 강의로 TCI의 모든 것을 마스터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주)마음사랑의 구매자격 연수에 참석한 선생님들은 'TCI 실전 해석' 강의만 듣고 싶어하실 수 있으나 'TCI 실전 해석' 강의안을 다운로드 받아서 혼자 공부하셔도 됩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강의 주제를 다루기 위해 TCI는 마스터 과정 하나만 운용합니다.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제 : TCI의 이해(TCI의 이해 및 실전 해석)
* 일시 : 2020년 1월 8일(수) 14:00~18:00(4시간)
* 장소 : 서울 신도림역 인근 월든3 아카데미
* 인원 : 선착순 8명
* 비용 : 1인 당 5만 원
* 특징 : 강의 내용 녹음 가능, 예약 취소 시점과 상관 없이 무조건 100% 환불
# 정원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동으로 강의가 취소됩니다. 단 예약한 인원이 강의 전 모두 취소하고 1명만 남더라도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 예약 취소가 두 번 누적되는 분은 월든3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모든 미니 강의 신청을 영구히 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TCI를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2.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수련생(학회에 수련 등록 필수)
3. 국가공인 자격증(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졸업 후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gmail.com)*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충족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선착순으로 정원 안에 들어온 분들께는 마감 후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덧. 예약 취소가 자유롭고 취소에 따른 불이익이 별로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예약 후 취소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미니 강의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강력한 취소 불이익 옵션을 적용합니다. 예약 취소를 두 번(연속 취소가 아닙니다. 총합 두 번입니다)하는 분은 앞으로 월든3 아카데미의 미니 강의를 영원히 들으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들어야겠다는 분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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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과 상담의 직능이 다르다고는 해도 이미 간극이 많이 좁혀졌고 앞으로 더욱 그럴 것이기 때문에 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도 심리평가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임상심리학자에게 심리평가를 아웃소싱하는 상담자들은 점점 일하기 힘들어질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자도 심리평가를 잘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선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해석 상담을 모두 하겠다는 자세부터 확립해야 합니다.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한 후 해석 상담까지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다음에 심리평가를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험치를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임상이 상담보다 심리평가를 잘 하는 이유는 별 거 없습니다. 수련 기간 동안에 미친듯이 심리검사(수련 과정 중에 해석 상담까지 하는 임상심리 수련 레지던트는 거의 없을테니 제 기준으로 임상도 제대로 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심리검사만 미친듯이 하고 있을 뿐이죠)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상담자가 상담이 어렵다고 느끼는 건 일의 특성 상 심리평가처럼 상담 사례를 급격하게 늘릴 수 없어서입니다. 그러니 심리평가를 잘 하고 싶으면 무조건 심리평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만약 제가 상담심리학회 수련을 받고 있다면 저는 제가 수련받고 있는 기관의 모든 심리평가를 담당하겠다고 자청할 겁니다.
제가 보통 심리평가의 감을 잡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례 수가 최소 1,000 케이스 정도인데 일 년에 100케이스씩 소화해도 10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담자 중 1년에 100케이스의 심리평가를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나요? 아마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을 겁니다. 그러니까 직접 경험이 적으면 그만큼 간접 경험이라도 늘려야 합니다. 모든 사례 회의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거죠. 제가 진행하는 group supervision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아시겠지만 저는 당일에 참석하지 않거나 시간에 늦는 것에 대해 아무런 penalty를 부여하지 않고 뭐라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철저히 본인 손해니까요. supervision 자체가 당일 무산되지 않는 이상 저는 전혀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지금도 꼬박꼬박 한 달에 최소 160개에서 최대 200여 개의 새로운 심리평가 데이터를 제 머릿 속에 차곡차곡 쌓고 있는 중이니까요.
자, 그러면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일반적인 상담자가 저처럼 사례 수를 늘릴 수는 없을테니 열악한 상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편법 두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 심리검사의 실시 순서와 해석 순서를 일치시킬 것
우리가 개인 PT를 받으러 가면 인바디 측정을 한 뒤 트레이너가 최적의 운동 순서를 가르쳐 줄 겁니다. 나중에 자유 운동을 할 때도 그 순서를 따를 거구요. 왜냐하면 그게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 운동 순서니까요. 마찬가지로 심리검사 실시 순서를 정하고 그 순서대로 해석하면 시간도 단축되거니와 일종의 흐름이 생기면서 나름의 해석 노하우가 생기게 됩니다. 자기보고형 검사지를 주로 사용하는 상담 장면의 특성 상 수검자에게 특정 순서대로 작성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자신만의 해석 순서는 정할 수 있겠죠.
종합심리평가를 기준으로 제가 수검자에게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해석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TCI/JTCI -> MMPI-2/A -> SCT -> BGT -> 지능 검사 -> 그림 검사(KFD 포함) -> 로르샤하(TAT, CAT 포함)
저는 항상 이 순서대로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이 순서대로 해석합니다. 이 순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의 조합으로 정한겁니다.
* 구조화된 검사(객관적 검사) -> 비구조화된 검사(투사 검사)
* 자기보고형 검사 -> 대면 검사
* 의식 수준의 검사 -> 무의식 수준의 검사
* general한 검사 -> special한 검사
깔대기 모양으로 밖에서 안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겁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수검자의 응답지를 먼저 보고 그 다음에 결과지를 해석합니다.
2. 수검자의 개인 정보를 가능한 한 보지 말고 심리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연습을 할 것
이건 전통적인 심리검사 결과 해석 방법과 배치됩니다. 대부분의 심리검사 해석법에서는 수검자의 개인 정보와 맥락을 고려하여 해석할 것을 제안하니까요. 저도 압니다. 하지만 이건 사례 수가 많은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정석이고요. 심리평가 사례 수가 태부족인 상담자들은 배경 정보 없이 해석하는 blinded interpretation이 더 효과적으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훨씬 더 난해하고 막막하게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고비만 넘어서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실력이 늘어납니다. 이것도 제가 상담으로 넘어오면서 실제 효과를 본 방법이에요. 대형 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임상심리전문가가 되었지만 상담으로 넘어오니 제가 그동안 익혔던 케이스에 대한 노하우가 거의 쓸모가 없더군요. 대상군이 완전히 다르니까요. 조현병, 분열정동장애, 양극성 장애 환자가 아닌 도박 중독, 애착 외상에 의한 Delayed PTSD, 성격 장애 등을, 그것도 변별 진단이 아닌 치료적 개입을 위한 formulation을 새로 해야 했으니까요. 상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심리평가의 틀을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blinded interpretation입니다.
물론 2만 사례 이상 쌓인 지금은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몰아부치지는 않지만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여전히supervision을 할 때는 지금도 개인 정보를 가능한 한 보지 않고 검사 결과만으로 formulation을 하고 그 다음에 배경 정보와 맞춰보는 역순서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외부로 group supervision을 나가도 일반 상담 수퍼비전과 달리 미리 자료를 받지 않고 현장에서 즉문즉답을 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고요.
조금 무식해보이는 방법이지만 짧은 시간 내에 실력을 급격하게 올리는데는 확실히 효과적이니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리해 보자면, 심리평가 실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제 노하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심리검사 결과를 보는 routine을 정해서 속도를 높일 것
2. 개인 정보를 최대한 보지 않고 검사 결과만으로 formulation하는 blinded interpretation 연습을 할 것
모든 분에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저에게는 확실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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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7년 전쯤에
'MMPI-2는 code type 분석보다 소척도 연결 분석이 더 유용하다'라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의 요지는 code pattern(MMPI-2가 나오면서 code type 대신 code pattern이라는 용어로 바뀌었습니다) 분석 말고 각 임상, 내용 척도의 소척도를 연결하여 분석하는 게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임상적 진단이 중요하고 또 그런 전형적인 '환자군'이 많이 오는 병원 장면과 달리 상담 장면에서는 code pattern 분석이 가능한 내담자들이 거의 안 오니까요.
오늘의 포스팅은 그 글의 연장이자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상담자에게 추천하는 MMPI-2/A 공부 방법(또는 순서)은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MMPI-2/A 각 척도의 '실제 의미'를 숙지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공부 방법은 MMPI-2/A 각 척도가 무엇을 측정하는지 아는 겁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책과 워크샵이 수 백가지나 되는 code pattern을 익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각 척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임상가들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MMPI는 대부분 척도가 이론에 기반을 두지 않고 경험적 방법으로 개발된 척도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측정하는 내용이 평소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개발 당시 원래 측정하고자 했던 내용과 '실제로 의미하는 바'를 구분해서 익히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2단계. 비슷하게 보이지만 다른 척도들의 차이를 익힌다.
각 척도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고 나면 비슷한 개념을 측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척도들을 모아서 비교하며 의미를 공부하는 게 그 다음 순서입니다. 예를 들어 불안 척도군인 Pt(7), RC7, NEGE, ANX, A척도를 모아 공통점과 차이점을 공부하는 겁니다. 이런 척도군은 찾아보면 굉장히 많습니다. 꼭 익혀야 하는 대표적인 척도군만 모아봐도,
* DEP3, LSE1
* Pd4, Pd5, Sc1, Sc2, Si3
* Pd1, FAM1
* D3, Hy4
* Si2, SOD1, INTR
* DEP1, TRT1, Sc4
* Hy1, Pd3, Pa3, Ma3
* Ho, O-H 등등
얼마든지 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영어를 익힐 때,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맥락에 따라 달리 써야 하는 동사구들을 모아 공부하는 것과 같은 방식의 공부법입니다. 2단계 정도까지만 마스터 해도 MMPI-2/A를 해석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게 느껴질 겁니다.
3단계. 다른 검사 결과와 연결하여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연습할 것은 MMPI-2/A 해석 내용을 다른 검사 결과와 교차 검증하는 겁니다. 문장완성검사나 그림 검사, 로르샤하 등 다양한 검사를 사용할 수 있지만 가장 궁합이 좋은 구조화된 검사는 TCI/JTCI입니다. TCI 결과와 조합을 한다면 아래와 같은 다양한 내용이 가능합니다.
* 충동성, 무절제 하위차원과 DISC, MAC-R, AAS, APS 등 중독 척도의 관계
* 거리두기 하위차원과 Si2, SOD1 척도의 관계
* 쉽게 지침 하위차원과 D2 척도의 관계
* 정서적 개방성 하위차원과 TRT2 척도의 관계
* 우주만물과의 일체감 하위차원과 Hy2 척도의 관계
* 공평/편파 하위차원과 FAM2 척도의 관계
* 유능감/무능감 하위차원과 DEP3, LSE1 척도의 관계
* 목적의식 하위차원과 DEP1, TRT1 척도의 관계
* 자유분방 하위차원과 ANG1, ASP1 척도의 관계
* 예기불안 하위차원과 INTR, R 척도의 관계
보시는 것처럼 함께 살펴보면 좋은 조합이 굉장히 많습니다. 사실 상 무궁무진하다고 봐도 될 정도이고 3단계까지 자유자재로 하실 수 있으면 검사 자료를 쭈욱 훑어보는 것 만으로도 수검자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수준이 됩니다.
제 블로그에서도 아직까지는 2단계에 해당하는 내용을 주로 포스팅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3단계와 관련된 것도 다루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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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심리평가를 주로 하는, 임상 베이스의 야매 상담자는 잘 빠지지 않지만 오히려 상담 훈련 과정을 정식으로 이수한 상담자에게 위험한 함정 몇 가지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상담 교과서와 실제 상담의 차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 문제가 몇몇 상담자에게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의 상담자들이 한번쯤은 빠지는 함정이더라고요. 당연히 저도 여러번 빠진 경험이 있고요.
1.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를 (어느 정도) 알고 온다
이 함정은 그나마 알아보기 쉬운 편인데 그래도 많은 상담자들이 아직도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어느 정도) 아는 상태에서 상담자를 찾아온다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내담자 본인의 내면에 있는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돕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대개는 그런 상태가 아닙니다. 예를 한번 들어볼께요.
"선생님, 저 요새 되게 우울해요. 우울하고 무기력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라고 호소하는 내담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본인이 우울한 걸 본인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거라고 가정하지만 정작 내담자가 호소하는 '우울'이 무엇인지 한꺼풀만 더 깊이 들어가보면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우울과 전혀 상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불안을 우울로 믿고 있을 수도 있고, 우울 사고를 우울 정서로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죠. 즉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는 상담자가 생각하는 문제와 전혀 다른 것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 내담자가 분명해 보이는 고통감을 호소한다고 해서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잘 알고 왔다고 가정하면 안 됩니다. 대부분의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잘 모르는 상태에서 상담을 받으러 온다고 생각하는 게 안전한 접근입니다.
2. 내담자가 호소하는 것이 상담 목표로 삼아야 할 문제이다
제가 주로 했던 도박 중독 상담에서 내담자(또는 보호자)가 호소하는 문제는 단 하나입니다. 도박을 끊고 싶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도박을 끊는 게 어려워서 전문가의 도움을 찾아 온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작 상담에 들어가보면 도박을 끊는 것이 궁극적인 상담 목표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도박 중독은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닙니다. 그래서 흔히 얄롬이 한 말로 알려져 있는 유명한 경구인, '지도가 영토가 아니듯 증상은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을 항상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 경험 상 지금까지 내담자가 대놓고 호소하는 문제를 경감시키는 것이 상담의 최종 목표였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한번도 없었던 것 같네요;;;). 내담자가 호소하는 것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도와주는 신호일 뿐 상담자가 공략해야 할 문제가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 내담자가 무엇을 호소하면 그 밑에 감추어진 원인과 이유를 좀 더 깊이 탐색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3. 내담자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왔다
내담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실에 왔다고 믿는 것도 상담자의 기본적인 특성인데 그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고 다만 내담자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과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는 게 더 정확한 접근입니다. 왜냐하면 내담자가 상담 장면에 가져오는 문제는 내담자가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유지되어야 할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은거거든요. 그래서 많은 상담 supervisor가 싫어하고 그 존재를 부정함에도 불구하고 저는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로 인한 이차 이득이 없다는 게 분명하지 않은 이상은 모든 내담자가 이차 이득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고 이를 찾아보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사실 이차 이득은 나쁜 것도 아니고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다만 내담자가 상담을 받으러 온 시점에서 내담자의 처지와 맥락에서 부적절한 방식으로 충족하고자 하기 때문에 내담자가 이러한 이차 이득을 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게끔 상담자가 도와주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차 이득이 없다고 믿는 상담자는 증상 완화적인 접근을 택할 확률이 높고 그럼으로써 진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오는 내담자는 거의 없다 -> 그래서 상담자가 정리해 줘야 한다
2.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가 진짜 문제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 그 안에 감춰진 진짜 문제가 뭔지 찾아라
3. 내담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만 왔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 이차 이득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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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의에서는 오로지 MMPI-2/A에만 초점을 맞춰서 각 척도들이 실제 임상/상담 장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하고, 특히 함께 비교하며 이해해야 하는 척도군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현장에서 MMPI-2/A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어떻게 연결하며 해석하면 좋은지 궁금한 임상가들에게 추천하는 강의입니다.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MMPI-2/A 실전 해석
* 다루게 될 구체적인 내용
: MMPI-2/A 각 척도의 임상적 의미와 해석 방안
* 일시 : 2019년 11월 3일(일) 14:00~18:00(4시간)* 장소 : 서울 신도림역 인근 월든3 아카데미
* 인원 : 이메일 도착 선착순 8명
* 비용 : 1인 당 5만 원(음료, 주차권 포함)
* 특징 : 강의 내용 녹음 가능, 예약 취소 시점과 상관 없이 무조건 100% 환불
# 정원 미달 시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단 예약한 인원이 강의 전 모두 취소하고 1명만 남더라도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 예약 취소가 두 번 누적되는 분은 월든3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모든 미니 강의 신청을 영구히 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MMPI-2/A를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2.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수련생(학회에 수련 등록 필수)
3. 국가공인 자격증(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졸업 후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gmail.com)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충족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필)
-> 제게 supervision을 받고 있거나 받은 적이 있다고 해도 매번 알려주셔야 합니다.
* 선착순으로 정원 안에 들어온 분들께는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덧. 예약 취소가 자유롭고 취소에 따른 불이익이 별로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예약 후 취소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미니 강의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강력한 취소 불이익 옵션을 적용합니다. 예약 취소를 두 번(연속 취소가 아닙니다. 총합 두 번입니다)하는 분은 앞으로 월든3 아카데미의 미니 강의를 영원히 들으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들어야겠다는 분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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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의에서는 오로지 MMPI-2/A에만 초점을 맞춰서 각 척도들이 실제 임상/상담 장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하고, 특히 함께 비교하며 이해해야 하는 척도군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현장에서 MMPI-2/A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어떻게 연결하며 해석하면 좋은지 궁금한 임상가들에게 추천하는 강의입니다.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MMPI-2/A 실전 해석
* 다루게 될 구체적인 내용
: MMPI-2/A 각 척도의 임상적 의미와 해석 방안
* 일시 : 2019년 10월 6일(일) 13:00~17:00(4시간)* 장소 : 서울 신도림역 인근 월든3 아카데미
* 인원 : 이메일 도착 선착순 8명
* 비용 : 1인 당 5만 원(음료, 주차권 포함)
* 특징 : 강의 내용 녹음 가능, 예약 취소 시점과 상관 없이 무조건 100% 환불
# 정원 미달 시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단 예약한 인원이 강의 전 모두 취소하고 1명만 남더라도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 예약 취소가 두 번 누적되는 분은 월든3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모든 미니 강의 신청을 영구히 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MMPI-2/A를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2.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수련생(학회에 수련 등록 필수)
3. 국가공인 자격증(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졸업 후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gmail.com)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충족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 선착순으로 정원 안에 들어온 분들께는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덧. 예약 취소가 자유롭고 취소에 따른 불이익이 별로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예약 후 취소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미니 강의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강력한 취소 불이익 옵션을 적용합니다. 예약 취소를 두 번(연속 취소가 아닙니다. 총합 두 번입니다)하는 분은 앞으로 월든3 아카데미의 미니 강의를 영원히 들으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들어야겠다는 분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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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니 강의에서는 상담 현장에서 사용하는 투사법 검사의 대표격인 그림 검사 반응들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HTP와 KFD를 중심으로 꼼꼼히 살펴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해석 및 사례집이 병원 중심이거나 서구 문화 중심이라면 이번 강의에서 다루는 해석은 가능한 한 우리나라 상담 장면의 맥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그림 검사를 많이 사용하지만 여전히 해석이 어려운 임상가에게 추천하는 강의입니다.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그림 검사의 실전 해석
* 다루게 될 구체적인 내용
: 그림 검사(HTP, KFD) 결과의 해석 방안(우리나라 상담 현장 맥락을 중심으로)
* 일시 : 2019년 8월 25일(일) 15:00~18:00(3시간)* 장소 : 서울 신도림역 인근 월든3 아카데미
* 인원 : 이메일 도착 선착순 8명
* 비용 : 1인 당 4만 원(음료, 주차권 포함)
* 특징 : 강의 내용 녹음 가능, 예약 취소 시점과 상관 없이 무조건 100% 환불
# 정원 미달 시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단 예약한 인원이 강의 전 모두 취소하고 1명만 남더라도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 이번 강의부터 예약 취소가 두 번 누적되는 분은 월든3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모든 미니 강의 신청을 영구히 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그림 검사 도구를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2.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수련생(학회에 수련 등록 필수)
3. 국가공인 자격증(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졸업 후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gmail.com)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충족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필)
* 선착순으로 정원 안에 들어온 분들께는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덧. 예약 취소가 자유롭고 취소에 따른 불이익이 별로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24회 미니 강의에서 갑작스러운 예약 취소가 세 분이나 나왔고(부득이한 사정이 있었을거라 짐작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예약 후 취소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미니 강의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강력한 취소 불이익 옵션을 적용합니다. 25회 미니 강의부터 예약 취소를 두 번(연속 취소가 아닙니다. 총합 두 번입니다)하는 분은 앞으로 월든3 아카데미의 미니 강의를 영원히 들으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들어야겠다는 분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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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워낙 TCI를 좋아하기도 하고 어딜가나 powerful한 검사라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통에 TCI가 무조건 좋은 검사라고 오해하실 수 있지만 모든 심리검사도구가 다 그렇듯이 당연히 TCI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TCI를 사용하는 분들이 해석에 주의해야 하는 점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타당도 척도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MMPI-2/A 같은 검사 도구와 함께 실시해야 함
: 내담자의 기질/성격만 알고 싶어 TCI/JTCI를 단독 실시하는 선생님들이 계신데 TCI는 타당도 척도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라포가 잘 형성된 내담자라도 MMPI-2/A와 같은 타당도 척도가 포함된 검사 도구를 반드시 함께 실시하셔야 합니다. 차라리 증상을 과장하는 수검자라면 이를 어느 정도 감안하여 해석할 수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하는 방어적 응답 경향성이 있다면 기질/성격 유형이 양호하게 평정되었을 때 그 결과가 방어 경향을 반영하는 것인지 실제 수검자의 양호한 기질/성격을 반영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됩니다.
2. 유아용, 아동용 버젼은 양육자 보고식
: JTCI 3-6세 버젼과 7-11세 버젼은 자기 보고식이 아닌 양육자가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평가자의 보고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해 역시 MMPI-2와 같은 척도를 추가 실시해야 합니다. 사실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없는 아동/청소년의 수는 매우 적고 따라서 부모의 TCI, MMPI-2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단점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부모의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가 있지요.
3. 성격 장애 진단을 위한 기질 유형으로 8개만 포괄
: TCI에서는 성격 장애 진단을 위한 기준으로 성격(자율성, 연대감)의 기질 조절 기능이 잘 작동하는지를 먼저 따져봅니다. 거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성격 장애로 의심하고 하위 유형 구분을 위해 기질 유형을 확인하는데 이 때 DSM-5의 10개 성격 장애 중 8개만 기질 유형으로 확인 가능하고 편집성과 분열형은 기질이 아닌 성격 유형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 예를 들어 반사회성 기질이자 편집성 성격으로 구분되면 원칙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 장애라고 해야 하나 편집성 성격의 모습도 갖고 있기 때문에 반사회성 성격 장애로 진단해야 하는지, 편집성 성격 장애로 진단해야 하는지 난감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성격 장애 진단이 중요하지 않다면 두 가지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으로 formulation하면 되겠습니다.
4. JTCI 12-18 버젼에 인내력 하위 차원이 없음
: (주)마음사랑 측에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으나 JTCI 12-18 버젼, 즉,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버젼에 인내력 기질의 하위차원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data loss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더 낮은 연령대의 7-11 버젼에는 인내력 하위 차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상담을 받으러 오는 청소년들이 대부분 인내력 기질이 낮은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정확한 formulation 및 해석 상담을 위해 인내력 기질의 어떤 하위 차원이 특히 낮은 수준인지 알아야 하는 평가자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 밖에 없습니다. 인내력 기질이 아주 낮은 수준이라면 대부분의 하위차원이 바닥권일거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애매하게 낮은 경우(예; 27%ile), 어떤 하위 차원이 비교적 괜찮은지가 중요한 정보인데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5. 해석 지침이 체계적이지 않음
: 매뉴얼을 보면 1) 개별 척도의 해석 -> 2) 기질 유형의 해석(3기질 차원의 상호작용 분석) -> 3) 성격 척도와 기질 유형의 연계 해석 -> 4) 성격 유형의 해석 순으로 진행하게 되어 있는데 얼핏 보면 bottom up 방향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심리검사 결과는 지능검사처럼 top down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편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해석 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 나름대로 3단계 해석 방식으로 재구조화하여 사용할 수 밖에 없었죠.
6. 기질/성격 유형 구분 시 T기준과 백분위 기준을 모두 사용해야 함
: 이건 사실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게 T분포와 백분위 분포가 겹치지 않는 것 뿐이거든요. 하지만 구매자격 연수에서도 통계적으로 더 정확한 백분위 기준을 사용해 기질/성격 유형을 구분하라고 안내하면서도 정작 매뉴얼에 있는 기질/성격 유형의 구분 결과는 T기준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두 기준 모두 알아야 합니다.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적용하는 문제는 수검자의 점수가 경계선에 애매하게 걸치는 경우 T기준과 백분위 기준에 따른 유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수검자는 두 가지 유형의 모습을 모두 갖고 있겠지만 평가자가 분석해야 하는 유형이 당장 2가지 이상으로 늘어나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하위차원 분석을 꼼꼼하게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길 때까지는 분석해야 하는 양이 많은 것은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7. Likert 척도이기 때문에 생기는 응답 경향성 문제
: MMPI-2/A의 경우 예(True)/아니오(False) 두 개의 응답지만 있는 dichotomous 문항이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TCI/JTCI의 경우 TCI-RS 버젼은 5점, 나머지 버젼은 4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수검자라면 극단값을 피하는 응답 경향성을 보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중간에 몰려 MMM 유형처럼 나오거나 6번처럼 경계선에 걸려 평가자의 해석을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특히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의 상당수가 위험회피기질이 높고 강박성 기질도 많은 걸 감안하면 중간으로 몰아서 응답하는 반응 경향성이 꽤 많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를 놓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평소에 결과지를 보기 전에 응답지부터 먼저 살펴보는 훈련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단점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해석과 관련하여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을 정리해 봤습니다. 또 새로 발견하는 내용이 있으면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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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임상심리전문가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엿본 상담 영역은 전반적으로 개별 상담자의 노하우에 기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근거 중심 접근에 입각해 메뉴얼을 따르도록 훈련받는 임상과 비교하면 상담은 신비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주관적인 거 아니냐는 느낌을 주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임상에서 상담 영역으로 넘어왔을 때 제게는 상담 효과를 어떻게 측정하는지, 상담을 종결하는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와 같은 문제가 굉장히 시급하고 중요했는데 정작 누구에게 물어봐도 뾰족한 답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사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상담자에 따라 다른 문제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죠.
그렇다면 오늘 포스팅의 주제인 상담 종결은 언제 하는 게 좋을까요? 원칙적으로는 상담 목표가 달성되면 종결을 고려해야겠지만 지금과 같은 단기 상담 체제에서는 현실적으로 상담 회기가 끝나면 종결할 수 밖에 없죠;;;;
아마도 상담자마다 상담의 종결 시점을 고려하는 기준이 다를텐데 제가 갖고 있는 기준은 TCI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겁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기준입니다.
'자율성, 연대감이 백분위 기준 30%ile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종결하지 마라'
아시다시피 자율성, 연대감은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을 가늠하는 핵심 영역입니다. 이 두 가지 차원이 백분위 30%ile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취약한 기질을 가진 내담자의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반대로 이 두 가지 차원이 백분위 30%ile 이상, 즉 medium level 이상으로 유지되면 취약한 기질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기능을 유지하게 됩니다. 따라서 TCI 결과를 상담에 적용하는 상담자는 내담자의 자율성, 연대감이 모두 30%ile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한 상담을 종결할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많은 내담자가 자율성, 연대감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상담을 받으러 오기 때문에 단기 상담으로는 이걸 끌어올리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겁니다. TCI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단기 상담의 효용성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자율성, 연대감의 상승 없는 상담은 증상만 완화하는 땜질식 접근에 불과합니다. 결국 다른 문제가 또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기준에서 중요한 건 자율성과 연대감 어느 하나도 30%ile 이하로 두면 안 된다는 겁니다. 자율성이 더 중요한 영역이기는 하지만 자율성이 아무리 높은 수준이어도 연대감이 낮다면 소용 없거든요. 이는 실증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HLH : 편집성
HLM : 괴롭히는
HLL : 독재적인
보시는 것처럼 자율성이 높아도 연대감이 낮다면 자기 초월의 수준과 상관없이 모두 대인 관계에서 역기능적인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자율성이 높다고 해도 이런 성격을 우리는 건강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자율성이 낮아도 연대감만 높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LHH : 감정적인
LHM : 복종적인
LHL : 의존적인
보시는 것처럼 자율성이 낮으면 연대감이 아무리 높아도 자율성이 낮아서 생긴 문제를 외부의 힘을 빌어 해결하고자 하는 성격 유형이 되기 때문에 결국 환경에 종속되게 됩니다.
그러니 자율성과 연대감은 모두 최소한 medium level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고 그 기준이 백분위 30%ile이므로 내담자의 자율성, 연대감 수준이 그 이하일때는 상담 종결을 신중하게 고려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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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들 중 대다수가 대인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거니와 대부분의 상담자들은 수련 과정의 특성 상 내담자의 문제가 대인 관계에 있다고 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인 관계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가능성에 대해서 비판적인 자세로 탐색해봐야 합니다. 또한 대인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담자를 만나면 가장 먼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프로이트가 한 말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는 모든 인간의 문제가 '일'과 '사랑'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랑'의 대상을 배우자, 가족, 자녀, 친구 등으로 넓힌다면 결국 대인 관계 문제라고 할 수 있을텐데 과연 대인 관계 문제만 갖고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가 얼마나 될까요?
또래 관계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와도 공부가 잘 되고 성적이 잘 나오는 청소년은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 학교 생활을 버티어 냅니다. 마찬가지로 대인 관계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담실 문을 두드리지만 자신의 전공에 만족하는 대학생이 많지 않죠.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차근차근 살펴봐야겠지만 내담자가 '사랑'이 문제라고 호소한다고 해서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됩니다. 당연히 다음 질문을 해 봐야 합니다. 성적은? 전공은? 회사일은?
'일'이 잘 된다고 '사랑'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지만 '사랑'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일'도 문제가 생겼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게다가 '사랑' 문제는 상담실에 내방했을 때 쯤에는 꽤 오랜 시간 진행되어 대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쉽게 풀어내기 어려우며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많지만 '일' 문제는 의외로 단기 상담에서도 쉽게 문제 해결 중심적 접근으로 다룰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다못해 진로 적성 검사 결과만 갖고 코칭을 해도 좋아지기도 하죠.
그러니 '사랑'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내담자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항상 초반에 '사랑'과 함께 '일'도 함께 확인하는 걸 습관화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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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검사는 상담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심리검사도구 중 하나입니다. 로르샤하 검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익히기 쉽고 검사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 편이라서 상담 회기 중에도 상담 도구의 일종으로 가볍게 활용할 수 있죠. 특히 언어적 자극을 사용하지만 문항의 의도가 쉽게 드러나서 방어가 쉬운 문장완성검사에 비해 시각적 자극을 사용하는 보완적 성격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방어가 쉽지 않아 상담자들이 선호하는 검사 도구이기도 합니다.
임상 장면에서는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주된 이유가 변별 진단이기 때문에 MMPI나 로르샤하, 지능 검사에 비해 살짝 홀대받는 검사였고 병원에서 수련받을 때는 저도 그림 검사의 진가를 몰랐지만 막상 상담을 하면서 심리평가 결과를 적용해보니 그림 검사를 통해 드러나는 내담자의 역동이 만만치 않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별심리평가를 활용할 때 저는 TCI/JTCI+MMPI-2/A(구조화 검사)-SCT+그림 검사(투사검사) 조합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네 검사의 케미가 가장 잘 맞거든요.
그림 검사를 이야기할 때 보통 HTP와 KFD를 구분해서 이야기하곤 합니다. 임상에서는 아동에 특화된 셋팅이 아니라면 대개 HTP를 그림 검사라고 부르고 상담에서는 가족 역동을 탐색하기 위해 KFD만 실시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항상 HTP와 KFD를 함께 실시할 것을 권장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첫째, 상담에서는 가족 역동을 살펴볼 필요가 없는 내담자의 수가 극도로 적기 때문입니다. 현 가정 내 갈등이든, 원 가족 갈등이든 가족 문제가 없는 내담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차피 HTP를 해야 한다면 KFD도 함께 실시하는 편이 낫습니다. 수검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KFD를 추가 실시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이니 기왕 HTP를 하신다면 KFD도 함께 실시하는 편이 수검자에도 도움이 됩니다.
둘째, 그렇다면 가족 역동만 탐색하고 싶은 내담자에게는 KFD만 실시해도 되지 않냐는 반론이 가능할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KFD의 실시 진술문만 들어도 수검자는 가족 구성원의 관계와 친밀도를 확인하려는 검사의 의도를 간파하기 때문에 방어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KFD에 앞서 HTP를 실시하면 집, 나무, 사람을 순서대로 그리면서 그리는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족을 그리게 되고 방어 수준도 KFD만 단독으로 실시할 때에 비해 낮아집니다. 게다가 KFD 내용은 HTP의 집 그림과 연계하여 살펴볼 수도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그림 검사를 실시할 때는 HTP와 KFD를 연속해서 한꺼번에 실시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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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분야에서 상담 supervision은 필수 불가결한 수련 과정입니다. 그러니 상담 분야의 수련 과정 중인 분들이라면 상담 supervision의 장, 단점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아한 일이죠.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후 곧바로 상담 현장에 뛰어들어 작년에 독립할 때까지 15년 동안을 일했지만 한번도 상담 supervision을 받은 적이 없는 저는 상담 supervision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상담이라고는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에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흉내만 내는 게 전부였던 제게 초기 3년 정도의 상담 일은 그야말로 좌충우돌 맨땅에 헤딩했던 시행착오의 혼란기였습니다. 너무나 힘든 나머지 상담심리전문가 수련을 받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기이기도 하고요.
물론 상담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에 들어가지는 않았고(그 때는 그럴 여력이 없었습니다) 3년이 지나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상담 전반에 대한 고민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동안에도 심리평가 supervision은 계속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담 수련을 받는 선생님들의 다양한 사례를 지속적으로 접할 기회가 있었죠.
그래서 상담 supervision에는 장, 단점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3년의 기간 동안 저는 나름 정말 치열하게 상담을 독학했습니다. 상담과 관련된 중요한 텍스트는 빼놓지 않고 읽었고 그렇게 배운 걸 실제 상담에 적용하고자 항상 애를 썼는데 그 과정에서 유명한 텍스트라고 해도 실제 상담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내용이 엄청 많이 섞여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문화적인 차이도 있을 수 있고 시대 배경의 차이도 있을 수 있지만 어쨌거나 아무리 유명한 고수가 쓴 내용이라고 해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걸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상담의 근본이 없는 무자격 파이터에게는 실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기술이 필요했는데 실전에는 사용할 수 없는 내용이 의외로 꽤 많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아무리 대단해보이는 심리치료나 상담 기법을 접하게 되어도 실제 내담자와 상담할 때 적용해서 유용하다는 걸 체감하기 전까지는 극도의 회의주의적인 태도로 바라보고, 반대로 기존 이론에서 해서는 안 된다는 것들도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담 supervision을 받을 때의 장점은 특별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제가 받아본 적도 없는 것의 장점을 말씀드릴 수는 없으니까요. 아마도 실전 고수의 현장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이게 무조건 장점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어깨 너머로 엿본 상담 supervision은 뭔가 정석 틀을 알려준다기보다는 supervisor의 치료 사조, 그 supervisor의 supervisor가 누구인지, 심하게는 supervisor의 가치관과 인품이 오히려 supervision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상담 supervision을 다른 supervisor에게 여러 번 받은 케이스를 심리평가 supervision에서 자주 보게 되는데 제각각 다른 supervisor의 comment(때로는 정반대의 접근인)로 supervisee 선생님을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러니까 심리평가 결과로는 상당히 분명하게 formulation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누구를 supervisor로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제 기준으로는 말도 안 되는) 접근을 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많았습니다. 저도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에 느낀 거지만 상담도 임상만큼 수련 환경과 양적, 질적 경험에 따라 내공의 차이가 크더군요.
배움의 장이 늘 그렇듯이 상담 supervision에서도(당연히 심리평가 supervision에서도) 항상 회의주의적인 시각에서 모든 것을 비판하고, 뒤집어보고, 실제로 사례에 적용했을 때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comment, 접근, 시각, 조언만 신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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