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포스팅을 하게 된 계기는 TCI의 기질, 성격 유형이 도무지 맞지 않는데도 연애, 결혼을 하면서 상처받는 커플을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궁합을 본답시고 사주팔자, 탄생석, 별자리, 혈액형까지 맞춰보지만 그런 게 맞을리가 없죠. 그래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TCI 결과에 따른 기질/성격 유형의 궁합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셔도 되고 재미로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어쨌든 시작해 보겠습니다.
TCI 궁합의 원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기질 유형이 같을수록 궁합이 좋다
2. 기질 유형이 상극일수록 궁합이 나쁘다
3. 기질 유형이 상극인데 성격이 미성숙한 것이 최악의 조합이다
4. 기질 유형이 상극이라도 성격이 잘 발달되어 있으면 상관없지만 그런 사람들은 서로에게 끌릴 일이 없다
5. 기질 유형이 비슷하면 성격이 상극이라도 서로 보완이 된다
6. 기질에서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기질이 같아야 한다. 사회적 민감성은 달라도 괜찮다
하나씩 설명하겠습니다.
1. 기질 유형이 같을수록 궁합이 좋다
사람들은 기질이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게 되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유사성의 원리(principle of similarity)로 설명합니다. 당장 부모님을 생각해보세요. 자신이 기질을 물려받은 부모에게 동질감, 측은지심을 좀 더 느끼게 마련일 겁니다. 기질이 같다는 건 그냥 같은 종족이라는 걸 아는거라서 다른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척 보면 알 정도로 통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흔히 말하는 죽이 잘 맞는 사람입니다.
2. 기질 유형이 상극일수록 궁합이 나쁘다
그렇다면 상보성의 원리(principle of complementarity)에 따라 반대되는 성향에 끌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상보성의 핵심은 '반대되는'이 아니라 '다르지만 서로 보완되는'입니다. TCI의 기질 상극은 상보성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지구인과 안드로메다인의 사이처럼 그냥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끌리지 않아야 정상입니다. 지구인이 안드로메다인과 사랑에 빠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너무 이질적이니까요. 그렇다면 왜 기질 유형이 상극인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려서 연애, 결혼을 하는 걸까요? 3번 원칙 때문입니다.
3. 기질 유형이 상극인데 성격이 미성숙한 것이 최악의 조합이다
'상극의 기질은 왜 서로에게 끌리나 : 임상가용' 포스팅에서 설명한 것처럼 상극인 기질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HMH 기질과 LML 기질은 서로 상극인데 둘 다 'self-centeredness'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성격이 미성숙하다면 서로의 self-centeredness에 끌리는 겁니다. 사실 HMH 기질은 이를 '타인의 관심'으로, LML 기질은 '타인의 무관심'으로 충족하려 하기 때문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인데도요. 성격이 미성숙하여 착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개인 상담을 통해 성격 미발달 문제가 해결되면 결별하거나 이혼하게 됩니다.
4. 기질 유형이 상극이라도 성격이 잘 발달되어 있으면 상관없지만 그런 사람들은 서로에게 끌릴 일이 없다
기질 유형이 상극이라도 성격이 잘 발달되어 있다면 자신의 기질을 잘 조절하기 때문에 기질이 상극인 사람과 함께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굳이 왜 자신과 정반대인 사람과 함께 있으려할까요? 기질 유형이 상극인 사람은 서로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과 같아서 서로에게 그야말로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끌리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기질이 상극인데 성격이 미성숙하여 상대방을 오해한 나머지 지옥 속에서 살고 있는 커플을 무수히 봤지만 기질이 상극인데도 성격이 잘 발달되어 행복한 관계를 맺고 있는 커플은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5. 기질 유형이 비슷하면 성격이 상극이라도 상관없다
저는
'기질과 성격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포스팅에서 한 사람이 어떤 바탕을 가지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게 기질이고 정작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 지, 그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에 대해 알려주는 건 성격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예를 들어 HMH 기질인 커플을 보죠. 만약 한 사람이 HML 성격 유형이고 다른 사람이 정반대 성격인 LMH 성격 유형이라면 어떨까요? HMH 기질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self-centeredness가 중요한 기질입니다. LMH 성격 유형이라면 이를 비논리적인 방범으로 충족하려 할 텐데 이와 반대인 HML 성격 유형은 LMH 성격인 사람이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논리적 성격 유형이니) 같은 자기애성 기질이고 자기애성 기질의 특성 상 상대방이 자신의 자기애를 충족하는데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냥 자신만의 방식이 있겠거니 하고 그냥 내버려둡니다. 그래서 갈등이 생길 소지가 별로 없습니다.
6. 기질에서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기질이 같아야 한다. 사회적 민감성은 달라도 상관없다
이 원칙은 저와 반려인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지만 저는 LLL 기질이고 제 반려인은 LLH 기질입니다. 자극추구, 위험회피 기질은 동일하고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반대입니다. 자극추구, 위험회피 기질이 반대라면 같이 살기 힘듭니다. HH와 LL을 생각해보면 HH는 급정거-급출발을 하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하지만 LL은 승차감과 안전 운전이 중요한 자동차와 같아서 같이 갈 수 없습니다. HH는 LL이 답답해서 견디지 못하고 LL은 HH가 위험천만해서 견디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어떨까요? 높은 사람은 관계 지향적이지만 낮은 사람은 과제 지향적이라서 반대라기보다는 지향점이 다른 쪽에 가깝습니다
저와 반려인은 모두 LL 기질이라서 안정을 추구하는 것도, 미리 준비하는 것도,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것도 동일합니다. 그래서 일상 생활을 하는 것도, 미래를 준비하는 경향도 비슷합니다. 흔히 말하는 척 하면 척 알아듣는 소울 메이트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반려인은 사회적 민감성이 아주 높아서 사람을 좋아하고 관계를 중시합니다. 하지만 제가 사회적 민감성이 낮아서 내향적이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걸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저를 바꾸려 하는 건 LL 기질에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관계 욕구 충족이 필요하면 알아서 가까운 지인을 활용하고 저를 내버려 둡니다. 저도 LL 기질이기 때문에 제 사생활을 존중해주면 반려인이 사람을 좋아하는 걸 굳이 막을 생각이 없습니다. 대인 관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저와 다른 것 뿐이죠.
그렇다면 성격은 어떠냐 하면 저는 HMH 성격 유형이고 반려인은 LML 성격 유형으로 유형만 보면 상극입니다. 반려인은 자신이 창의적이지 않다며 불만스러워하지만 LML 성격 유형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좋은 점을 금방 벤치마킹하고 응용력이 뛰어납니다. 저는 HMH 유형이기 때문에 누구를 따라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LML 성격 유형인 반려인 때문에 득 보는 게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을 가서 길을 잃었을 때 저는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만 반려인은 넉살좋게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 봐서 저보다 빨리 옳은 길을 알아냅니다. 그래서 반려인이 LML 성격 유형인 게 싫지 않습니다. 제 고집스러운 독창성의 헛점을 채워 주거든요.
정리하자면, 기질은 비슷할수록, 최소한 자극추구, 위험회피 기질이 같으면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다르거나 성격이 상극이어도 괜찮은 궁합입니다. 반대로 기질이 상극이면 최악인데 그나마 둘 다 성격이 발달되어 있으면 참고(다른 조건을 맞춰) 살 수는 있습니다.
제 이야기가 사실인지 궁금한 분들은 한번 이 원칙을 적용해서 궁합을 맞춰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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