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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정/교열 전문가인 김정선 선생님이 쓴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2016)'를 소개하면서 자신들의 도서 목록을 책 말미에 부록처럼 붙여 놓은 유유 출판사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걸 빼고는 판형도, 제본도, 하다못해 재생종이를 사용하는 세심함까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유유 출판사에 대한 호감도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뉴욕 해럴드 트리뷴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글쓰기 교사로 내공이 엄청난 William Zinsser의 이 책도 구매했습니다. 이 책 역시 디자인과 판형, 제본이 딱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이네요.
유유 출판사의 주 공략 분야는 중국, 고전, 공부인데 이 책은 아마도 공부 영역에 속하는 출판물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윌리암 진서가 주장하는 내용은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배움은 읽기와 생각과 쓰기로 이루어지는데 글쓰기는 종이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고 행위이므로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명료하게 사고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글쓰기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것이죠.
또한 모든 학문은 추론(사고)이 필수불가결하니 글쓰기를 통해 추론 능력을 증진할 수 있고 그렇게 증진한 사고 능력의 적용 범위는 과학, 음악, 미술, 수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범교과적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저도 평소 좋은 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계기 중 하나도 생각을 정리하고, 그 가운데 배우고,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함이었고요.
아직 마음에 들 정도로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생각을 명료하게 다듬는 연습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저는 항상 도구가 무엇이든 간에 공부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나 지식을 정리하는 글쓰기를 꾸준히 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이 분명 도움이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윌리암 진서는 자신이 글쓰기를 시작했던 계기가 된 과거의 시점에서부터 '범교과적 글쓰기'에 천착하게 된 이유를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난 범교과적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준 각 분야 대가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그걸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습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읽기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열정적인 글들이 가득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글쓰기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주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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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깨닫기 위해 글을 쓴다.
* 나는 글쓰기와 생각하기 그리고 배움이 동일한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어떤 글이든, 메모든, 편지든, 베이비시터에게 전하는 쪽지든 무언가를 쓰면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으로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닫는다. '범교과적 글쓰기'는 두 가지 원칙, 즉 '글쓰기를 위한 배움'과 '배움을 위한 글쓰기'에 기초한다.
* 이제 새로운 3R을 정의할 때가 되었다. 읽기(Reading), 쓰기('riting), 추론하기(Reasoning)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한데 결합한 것이 배움이다.
*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자신감을 가질 수 없다면 그 일은 그만두는 게 좋다.
* 오랜 시행착오 끝에 내가 얻은 교훈은 이렇다. 독자가 정서적으로 글에 개입할 여지를 제공할 것. 작가는 말을 아끼면서 왜 이 소재가 그토록 감동적인지 설명하고 싶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
* "우리 학생들이 왜 글을 못 쓰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어느 심리학과 선생님이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학생들은 글을 못 쓰는 게 아니라 추론 능력이 부족한 거라고요"
* 읽기, 쓰기, 생각하기는 통합된 하나의 과정입니다. 아무리 가치 있는 아이디어라 해도 남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 명료하게 사고하도록 스스로를 강제할 때만 명료한 글을 쓸 수 있다. 매우 단순한 이치다. 진정한 어려움은 글쓰기가 아니라 생각하기에 있다.
* '숙고', '결론', '능력', '경향' 같은 개념을 나타내는 명사는 글의 생동감을 죽인다. 좋은 글쓰기는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글의 생동감을 살리는 한 가지 방법은 개념명사를 능동형 동사로 바꾸는 것이다.
* 자기 분야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저자가 쓴 글은 언제나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어떤 주제의 글이든 마찬가지다.
* 논픽션 글쓰기는 독자에게 읽기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정보나 개념, 견해를 제공해야 한다. 글을 쓰는 목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우리는 때로 자기만족을 위해, 심리 치료를 위해, 무언가를 잊지 않기 위해,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기 위해 글을 쓴다. 하지만 그 글의 유효성은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다른 이의 기준은 마음의 족쇄다. 남의 눈치를 보는 글은 절대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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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 박사인 Robert D. Isett이 쓴 책입니다. 우리말 제목과 원서 제목이 다른 것을 금방 아실텐데 사실 이 책은 인지행동치료(CBT)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가 서론에서 긍정심리학을 기반으로 인지행동요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내용 중 긍정심리학에 대한 건 별로 없어요. 목차만 봐도,
기본 원칙 1. 상황이 아닌 사고방식이 감정을 일으킨다.
기본 원칙 2. 잘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잘 생각해야 한다.
기본 원칙 3. 안전한 생각과 행동을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 원칙 4. 좋은 기분을 느끼려면 자신을 보살펴야 한다.
기본 원칙 5. 행복은 연례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이어야 한다.
기본 원칙 6. 받지 못한 사랑을 내게 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기본 원칙 7. 생각을 바꾸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 원칙 8. 스스로 보살피는 법을 배우면 평생 평안하다.
기본 원칙 9. 나를 사랑하는 건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다.
기본 원칙 10. 나를 잘 보살피면 남에게 더 베풀고 덜 원한다.
기본 원칙 11. 행복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행복이 지속된다.
기본 원칙 12. 잘 생각하고 느낄 줄 알아야 행복해진다.
주로 생각과 사고 방식의 전환을 다루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혹시 긍정심리학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주장하신다면 딱히 반박은 못하겠지만요(웃음~).
개인적으로 CBT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CBT는 합리성과 논리를 중시하는 서구중심적인 치료기법이라 감정과 정서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CBT가 딱 들어맞는 특정 문제에만, 그것도 인지 기능이 우수한 내담자에게만 선별적으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참고로 도박 중독 치료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속된 말로 재미를 전혀 못 봤어요;;;
그건 그렇고 이 책의 장점은 저자가 20년 동안 자신의 상담소에서 CBT를 적용하면서 얻게 된 노하우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기본 원칙 12가지로 정리해서 설명한다는 겁니다. 각 장 마다 '기억할 사항'으로 핵심 내용을 정리해주고, '공부 지침 질문'으로 다시 한번 복습하게 해주기 때문에 self-help workbook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BT의 기본적인 원칙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좋았고요.
하지만 이 책의 내용대로 자신의 생각을 바꿔보려고 노력해 보셔도 잘 안 될 겁니다. 이 책에 소개한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은 기술이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에게 핀트가 좀 안 맞습니다.
심리학 전공자(굳이 임상, 상담이 아니더라도)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인지행동치료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생각의 전환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켜보고 싶은 일반인들에게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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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론자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상황이 나쁘면 나쁘다고 느끼는 것이 옳고 현실적이다". 하지만 나쁜 상황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기분을 느껴야 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기분이 나쁘다고 상황이 변하는 건 결코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기분이 나쁘면 기쁨을 상실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회복력만 떨어질 뿐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단지 부정적인 생각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 위험한 생각으로 인해 정서적인 불편함의 신호를 느낄 때마다 해야 할 일은, 생각에 의해서건 행동에 의해서건 행동을 수정해 이 장애를 해결하는 것이다. 행동을 수정하는 일은 감정 신호 체계의 목적이며, 이 체계를 최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그 신호를 사용하거나 무시하라. 하지만 계속 켜놓지는 마라.
* 자기를 돌보는 능력이 결여된 부몬는 "내 말은 따르되, 내 행동은 따르지 마"라는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자녀에게 보낸다.
* '노력을 통한 행복한 삶'이라는 사회의 모범답안을 따르는 것은 진정으로 행복을 얻는다기보다 그저 행복을 아는 것에 불과해.
* 위험한 생각을 줄이는 3가지 사고 관리 기법 : thought stopping, thought shifting, cognitive restructuring
* 안전한 생각을 늘리는 3가지 사고 관리 기법 : positive noticing, positive affirmations, positive stockpiling
* 유일하고 진정한 진실은 생각을 멈추기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멈추기 힘들어질 거라는 사실이다. 항상 다음의 사실을 명심하라. 생각한 대로 된다.
* 내 생각이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이지 내가 내 생각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 사람들이 위험하고 드라마 같은 많은 생각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생각이 으레 사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주의를 돌린다.
* 긍정적인 인식은 자신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 긍정적인 인식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기분 좋은 생각을 유도하는 것들을 계속 생각해야 한다.
* 좋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 어디를 반드시 가거나 무엇을 반드시 사는 등의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우리는 단지 행복감과 만족감을 향상시키는 것을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
*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할 때에만 자신을 보살필 수 있다. 자신을 잘 보살피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야만 한다.
* 평범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일에 익숙할 것이다. 보살피려는 우리의 노력이 내부를 향하지 않고 외부를 향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결국 '균형'이 답이다.
*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정서적인 평안함을 유지하는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다.
덧. 이 책은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선물로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덧3. 기본 원칙 9와 관련해서는 웨인 다이어의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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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에
'관계는 기대 때문에 망하고, 불행은 비교 때문에 느낀다'는 포스팅을 하면서 우리가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기대'와 '비교'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위의 글과 내용이 이어집니다.
매사에 자꾸 기대를 하게 되면 그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 실망하거나 원망하고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대인 관계가 악화됩니다. 또한 자신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며 불행을 느끼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며 얻게 되는 일시적인 위안에 매달리게 되죠.
행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대'와 '비교'를 내려놓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아무 것에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가능하겠지만 그건 경지에 이른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마음가짐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아무런 욕심도 갖지 않는다면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리고 무기력에 빠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적절한 수준의 욕심은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의 두 가지 생각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때때로 꺼내 되새겨 보세요.
1.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맞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빨리 인정할수록 좋습니다. 세상이 공평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면 기대가 꺾이는 경험을 계속 반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왜 부자가 아닐까', '왜 나는 예쁜 여자 친구가 없을까', '왜 나는 한번에 취업이 안 되는 걸까'에 대한 원인을 '부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나지 않아서', '내가 못생겼기 때문에',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해도 안 되니까'처럼 원인을 자신에게 귀인하게 되고 쉽게 좌절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불공평한 일이 일어나게 마련이라고 생각하면 고통을 덜 느끼게 됩니다. 안 아프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덜 아프죠. 세상을 살면서 안 아플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조금 덜 아픈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너무 아프면 아픔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어 문제 해결적인 대처 방법을 사용할 수가 없게 되거든요.
2. 다른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다
세상사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라는 걸 빨리 받아들이는 겁니다. 내가 제아무리 옳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담보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마련이고 어떤 사람이냐,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냐, 지금 어떤 상황과 처지에 놓여있냐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 더 신기한 것이죠. 나는 왜 자꾸 다른 사람들과 마찰을 빚고, 오해가 생기며, 사람들이 내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하면 그건 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나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딴지를 거는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그냥 주어진 환경에 맞춰 패배자처럼 참고만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빨리 인식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확률이 증가하게 됩니다. 최소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 속에서 낭비되는 에너지와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나만 싫어하는 것 같고, 세상이 나만 홀대하는 것처럼 느끼는 분이 계시다면 기대를 내려놓고 비교를 하지 않기 위해 오늘 말씀드린 두 가지를 한번 차근차근 곰씹어 보시기 바랍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실거에요. 저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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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할 때 상담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내담자의 측면을 크게 생각, 감정, 행동으로 나누어 본다면 한 회기가 끝나갈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부분은 단연코 내담자의 감정입니다.
회기 중에 다루었던 생각과 행동은 다음 상담 때까지 내담자가 곰씹어 보고, 연습해 보고,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 연결 고리같은 부분이지만 감정만큼은 어떤 감정으로 상담을 끝냈느냐에 따라 치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상담을 하던 도중 내담자가 자신에게 심한 말로 상처를 준 부모와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분노에 사로잡혀 손발을 부들부들 떨다가 급기야는 오열을 한다고 해보죠.
그런데 상담자가 시계를 곁눈질로 슬쩍 보니 이번 회기가 곧 끝날 시간이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급수습, 급정색을 하고 서둘러 마무리를 해야 할까요?
회기는 그렇게 마무리가 될 수 있을 지 몰라도 내면에 침잠해 있던 분노와 고통감,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이 올라와 내담자를 온통 사로잡고 있는데 회기가 끝난다고 그런 감정까지 쉽게 정리가 될까요?
상담 시간을 최대한 정확하게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키기 위해 내담자의 부정적 정서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는데도 부랴부랴 회기를 끝내는 건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설사 내담자가 충분히 다루지 못한 감정에 대해 상담자를 원망하지 않고 돌아간다고 해도 부정적인 정서 상태로 상담을 마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담에 대한 거리낌이 생길 수 있고 무엇보다도 상담을 마친 이후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부정적 정서 때문에 연이은 고통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 회기에 상담자를 만날 때까지 최소 일주일의 시간 동안 온전히 혼자서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내담자가 부정적인 정서에 휩싸여 있을 때는 그대로 회기를 마치지 않습니다. 충분히 ventilation을 해서 다루고 난 뒤 내담자가 평온한 마음을 느낄 정도로 가라앉은 다음에야 조심스럽게 다음 회기에 만날 것을 기약하고 헤어집니다.
절대로 내담자가 상담을 마치고 부정적인 기분으로 돌아가게 하지 마세요. 즐거운 기분으로 돌아가도록 할 필요까지는 없어도 그 부정적인 감정이 충분히 해소된 다음에 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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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덴 3에서도 몇 차례 나름대로 답변을 드린 적이 있고 포스팅으로도 몇 번이나 머리보다 마음을 믿고 따르라는 조언을 드렸지만 여전히 주저하고 결정을 못 내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당연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랬으니까요.
머리를 따르지 말고 마음을 따라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머리가 하는 소위 합리적라고 부르는 생각을 따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습관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자라면서 생각을 해라, 머리를 써라, 논리적/합리적으로 생각하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받습니다.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머리를 믿지 말고 마음을 따르라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평생을 그렇게 머리가 분석하는 정보만 믿고 의사결정을 해 왔으니 습관이 되어버린 머리를 버리고 갑자기 마음을 따르는 건 경천동지할 변화를 겪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일이죠.
둘째 이유는 머리가 마음보다 시끄럽기 때문입니다.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려고 하면 마음이 말하기 전에 이미 머리가 나서서 A는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고 B는 또 이러쿵 저러쿵 벌써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합니다. 이미 정신이 산란해지죠. 왁왁대는 머리의 소리가 듣기 싫은 사람은 그 중요한 결정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깁니다. 그런데 조언을 구한 그 사람도 머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결정한 것과 별로 진배없는 결론에 이르는데 그걸 자신이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는 근거로 받아들이고 뿌듯해합니다.
셋째 이유는 마음은 이유를 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걸 사람들이 마음을 따르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보는데 왜 그런 결정을 했냐고 물으면 머리는 이런저런 이유를 잘도 갖다 붙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면 그리 합리적인 것도 아닌데 그러거나 말거나 당장은 청산유수같이 내뱉죠. 하지만 마음은 의사결정의 이유를 대지 못합니다. 아무리 재촉해봐도 '그냥 좋아서' 정도가 다 입니다. 마음은 논리정연과 무관한 의사결정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왜 그게 더 끌리냐고, 혹은 왜 그걸 피하고 싶냐고 물어도 제대로 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유없는 묻지마 선택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머리가 시키는대로 결정하고 맙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합리화 기제를 발동시키죠. 자신의 선택이 옳지 않았다는 걸 주변 사람들과 특히 자기 자신에게 납득시켜야 하니까요.
그래서 머리가 아닌 마음을 따르는 것이 정말로 어려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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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 나쁜 사람은 도박에 중독되지 않는다"
물론 역으로 모든 도박 중독자가 머리가 좋다는 말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박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도박은 대체로 예상과 추리, 과감함과 결단력, 승부욕과 근성, 집중력 등이 총동원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볼 때 머리가 좋은(속된 말로 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도박에 일단 중독된 다음에는 빠져 나오기가 더 어렵기도 합니다.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차라리 돈을 딸 수 있다는 증거를 찾겠다고 그 좋은 머리를 낭비하거든요.
그런 패턴에 익숙해진 도박자는 도박이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뒤에도 여전히 주저앉아 생각과 계산만 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내가 도박 중독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어쩌지, 지금 사귀고 있는 이성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가계부를 쓸까 말까, 도박 빚의 내역을 오픈해야 할까 말까 등등...
이제는 생각을 그만해야 합니다. 생각만으로는 도박 중독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선택을 할 지 모르니 좀 더 신중히 예상되는 결과를 따져봐야 한다고요? 그건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본인이 경험해 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본다고 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경험많은 상담자와 한시라도 빨리 상의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러니 이제 생각은 그만하세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두렵고 치유를 주저하게 됩니다.
지금은 행동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일단 치유의 길로 한 걸음 들어서고 나면 계속해서 걸어갈 용기가 생겨나게 됩니다. 생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일단 해버린 행동은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거든요.
그러니 일단 치유의 발걸음을 내딛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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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보통 제가 읽은 책을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합니다. 머리로 읽는 책, 마음으로 읽는 책, 몸으로 읽는 책이 그것입니다.
머리로 읽는 책은 읽으면 지적 자극을 통해 머리를 즐겁게 만드는 책입니다. 여러가지 지식이나 정보를 알게 되는 책이죠.
마음으로 읽는 책은 마음의 울림이 있는 책입니다. 감동을 주기도 하고 탁했던 마음을 정화시키기도 합니다.
몸으로 읽는 책은 제 몸에 배어 있는 제 삶의 가치관을 확인하거나 새롭게 몸에 새겨넣는 책입니다. 이번에 읽은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가 바로 몸으로 읽은 책이었습니다.
동기부여 및 자기계발 전문가로 유명한 심리학자 웨인 다이어가 노자의 도덕경 81장을 나름의 해석으로 풀어놓은 이 책이 어떻게 제 손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구해놓은 책 목록을 보면 '저게 어떻게 나한테 왔지' 싶은 책이 꽤 많습니다;;;;;;
저도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고전 독서의 필요성은 항상 느끼고 있지만 고전을 읽을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고 답답했기에 제가 노자의 도덕경을 읽는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만큼 저와는 거리가 먼 고전이었지요. 아마 예전에 읽었다면 두 어 장을 넘기지 못하고 때려쳤을 겁니다. 그래서 사실 기대도 크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웬 걸, 매 장의 내용이 쏙쏙 들어오는데다 깊이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술술 읽히는겁니다. 제가 추구하고 있던 삶의 가치관과 길이 그대로 이 책에 담겨 있더군요. 그야말로 2,500년 전 노자의 말이 제 몸에 와 닿았습니다.
집착하지 않는 삶, 선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선함 자체가 되는 삶,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삶, 통제하지 않고 내려놓는 삶, 단순한 삶을 원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서양인의 시각으로 풀었는데도 참 쉽고 잘 읽힙니다. 565페이지나 되지만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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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의 길을 걸어갈수록 사회의 보편적인 길에서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일단 어떠한 활동을 원하고 배우게 되면, 일부러 애쓰지 않고 내버려두는 시기가 찾아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 안에서 이 노력함과 내버려둠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다. * 우리는 우리가 분류하고 외우는 것이 아닌, 보고 느끼는 것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 도에 중심이 된 질문을 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내면에서 소명으로 느껴지거나 삶의 기쁨처럼 느껴지는 일이 있다면, 이런 흥분이야말로 가슴 속에 숨겨둔 열정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증거다. 이것이 바로 창조가 일어나는 방식이며 도와 조화를 이루는 힘이다. *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마음을 간직하라.* 근본적인 존재, 즉 독립적인 마음을 강하게 만드는 '타고난 자신의 본성'이 이끄는 대로 살라.* 형태 안(in-form)에 갖혀서 살면 정보(in-form-ation)를 쌓는 데 집중하게 된다. * 정성을 다하지도 못하고 예의를 지키지도 않으려면 그 사람을 만나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그 관계는 결국 아무것도 아닌 '대중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 좋은 부모는 자녀들이 부모에게 기대야 할 존재가 아니라 기댈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주는 존재이다. * 선하게 행동하지 말고 선함 그 자체가 되어라.* 모든 이란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이다. 그저 당신이 정한 규칙과 법에 맞는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을 놓아버려라.* 도의 길에서 자기 자신을 칭찬하는 것은 건강하고 순수한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옳음을 주장하는 것은 정말 쓸데없는 일이다. *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 당신을 둘러싼 환경이 어떻든 내면으로부터 고요하게 반응하겠노라고 다짐하라. * 어떤 형태의 폭력도 멀리하라.* 무기로 성취한 모든 승리는 애도해야 할 장례식이다. *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뿐만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망까지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대신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데 집중하라. * 다른 사람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당신이 결정하지 마라.* 지금 약하다고 느낀다면 최소한 한 번은 강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도 알고 있다. * 인위적인 원칙들을 거부하고 타고난 본성을 따라 살라* 자신이 독립된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고 마주치는 모든 것들 속에서 자신을 보라.* 재미있는 일을 만나려면, 잃을 때도 있어야 한다. 머리를 믿지 마라. *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놀려댈 테지만 바로 그 조롱과 비웃음이 없다면 도가 아니라는 모순을 기억하라.* 숨은 덕에 따라 살면 삶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삶은 자신의 선택과 책임에 기인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숨은 덕에 따라 살지 않으면 태어날 때 가족과 문화 안에서 이미 자신의 삶이 결정된다고 확신한다. * 싸우지 않겠다고 선언하라. 적이 있다고 느끼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이 없다. 두 상대가 만나면 적이 없는 자가 이긴다. * 전 생애에 걸쳐 해야 할 기도는 '감사합니다' 하나면 된다. 그것으로 족하다. * 경외하는 마음이 중요한 이유는 당신에 대한 에고의 지배력을 약하게 하기 때문이다. * 도의 한 형태인 삶에 대한 존중은 우리 모두가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해 준다.* 자신도 모르게 다른 생명을 죽이는 습관을 점검하라. * 간섭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도덕경이 말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 자유는 선택이 아니다. 선택은 두 극단의 하나를 택하고 다른 것을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집착이다. 자유는 오히려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대립되는 것들을 융합하여 그 중도를 취하는 것이다.
덧. 보통 '해제'라고 하면 본문과는 동떨어진 개똥철학을 늘어놓거나 핀트가 전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즐겁게 읽은 기분을 망쳐놓기 일쑤인데 구본형 소장의 해제는 본문과 상관 없이 읽어도 충분히 괜찮더군요. 신종윤 연구원의 번역도 깔끔하니 잘 되었습니다.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네요. 간만에 원서의 내용, 번역, 해제까지 모두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습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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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건 과연 뭘까요? 수많은 현인과 철학자들이 행복의 본질을 찾고자 노력해왔고 현대 심리학도 그 대열에 공격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아직도 뭐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죠.
그래도 그런 노력의 결과 행복이 돈이나 명예와 같은 것들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는 걸 이제는 일반인들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 알려면 무엇보다 먼저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행복하다는 것이 생각인지 느낌인지, 아니면 그 둘의 적절한 조합인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저는 느낌 쪽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제가 행복하다는 걸 알 수(aware) 있는 두 가지 기준이 있는 데 오늘은 그걸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하나는
마음의 편안함입니다. 무념무상의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고민과 번뇌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 편안함을 느끼게 되면 주변 사물의 세세한 부분까지 그대로 느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마음이 산란하면 운동을 나갔다 와도 뭘 보고 뭘 들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는 얼굴에 쏟아지던 햇살, 개울물이 흘러가는 소리, 비 온 뒤의 물냄새까지 모두 기억납니다. 그야말로 '아, 좋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마음 상태이죠. 이런 마음 상태를 한번 경험하게 되면 계속 유지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그리고 당연히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기간이 늘어나게 되죠. 상승 효과가 나타나는 겁니다.
두 번째는
내 주변에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저는 유유상종이라는 사자성어를 매우 신뢰하는 사람인데 단순히 비슷한 성격이나 성질 뿐 아니라 행복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의 부정적인 기를 잘 느끼고 함께 있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나눠주고 행복을 전염시킬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행복과 불행은 상극이라서 행복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행복한 사람들에게 끌리고 불행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들만 눈에 띄이는 법입니다. 그러니 더욱 자신의 삶이 지지리 궁상처럼 느끼게 되지요. 그러니 지금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세요. 주변에 못살고,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만 보인다면 당신은 현재 불행한 사람입니다. 반대로 인생을 즐겁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면 당신은 비교적 행복한 사람입니다. 만약 당신이 불행한 사람이라면 가능한 한(행복한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싶어하지 않으니) 행복한 사람과 가깝게 지내고 그들의 비법을 배우세요. 당신의 불행이 불행한 사람들을 자석처럼 쉽게 끌어들인다고 그냥 자포자기하고 있으면 계속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행복도 노력입니다.
저는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 겁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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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말다툼의 이유는 (거의) 대부분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라 지극히 감정적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벼운 차량 접촉 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상소리가 오가는 이유는 겉으로 보기에는 과실 비율을 따져서 자신의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건방지게 끼어든 침입자에게 한방 먹여서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고 내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픈 심리가 작동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교통 신호 위반이니, 정지선 준수니 하는 말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나이가 얼마냐는 둥, 말하는 싸가지가 없다는 둥 인신공격적인 언사가 난무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나오는 상대방에게 합리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이야기를 아무리 해 봤자 쇠 귀에 경 읽기 꼴이 됩니다. 이 때에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그에 맞추어 적절한 반응을 해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나 도의적인 책임이 약간 있는 일을 꼬투리 잡아 상대방이 화를 낸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러니 내 책임은 별로 없다고 하면 상대방이 알았다고 수긍할까요? 전혀 아니죠.
일단 상대방의 비난을 그대로 수용합니다. 인정이나 납득이 아니라 수용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당신이 하는 말이 맞습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얼핏 보면 불합리한 책임 전가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수용하는 것은 상대방의 상한 감정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이 수용하면 더 이상 공격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그건 엄청난 죄책감을 유발하니까요.
이런 수용은 나 스스로 떳떳하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진실이 외부 평가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대신 절대로 상대방을 무마하기 위해 겉으로만 수용하는 척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오히려 역효과만 납니다. 상대방에 대한 측은지심을 유지해야만 진정한 수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물을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당신의 마음이 풀리겠습니까?"
지금까지 상대방이 나에게 하고 있던 공격이 전적으로 감정적인거라면 그리 신통한 답이 나오지 않을겁니다. 이미 확실한 공감을 받았으니까요.
만약 아주 구체적인 답이 나온다면 이해 득실을 따지려는 생각도 상당히 섞여 있는 겁니다.
상대방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생각해 보겠습니다"라는 정도만 답하면 됩니다.
나중에 어떤 해결 방법을 제시하든 상대방은 최소한 무리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할 겁니다.
감정적인 갈등이 없으면 적어도 합리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는 기본 바탕은 마련된 겁니다.
거기에서부터 진정한 화해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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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내려놓지 못해 괴로움을 호소하는 내담자들이 많습니다. 무거운 짐을 진 것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자신을 옥죄는 심리적인 고통감으로 괴로운 것이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감정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지 않으면 오히려 감정을 내려놓을 수가 없게 됩니다. 시험을 앞두고 불안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예민해지고 불안 수준이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죠.
감정을 충분히 다루지 않은 상태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싫다고 억지로 내려놓으려고 하면 잘 될리가 만무합니다. 그래서
우선 감정을 충분히 다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밥을 뜸들일 때 마음이 급하다고 뚜껑을 열게 되면 밥이 설익게 되듯이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충분히 뜸을 들여야 다룰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에는 생각을 따르지 말고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은 감정에 비해 교육과 사회화 과정을 통해 이미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감정의 본질에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생각으로 감정을 다루려고 하다보면 서둘러서 감정을 덮거나 합리화 과정을 통해 문제를 축소하려고 애쓰기 쉽습니다. 이래서는 감정을 제대로 다룰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보통 생각의 힘을 지나치게 신봉하고 따르기 때문에 생각이 하는 말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어렵죠. 이럴 때에는
신체의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남편과 싸우고 난 뒤 분노가 치밀어 올라올 때 '남편의 입장을 이해해야지', 또는 '아이들 등교 준비도 해야 하는데' 등의 생각으로 문제를 축소하고 감정을 닫으려고 하지 말고 잠시라도 조용히 앉아서 '가슴이 심하게 뛰는구나', '얼굴도 상기되었네', '뒷목이 뻣뻣한 것 같은데'와 같이 신체의 변화를 그대로 따라서 어떤 감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지금 & 여기'에 머무르면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보통 감정을 따라 흘러가는 것을 파도에 몸을 맡기는 surfer에 비유합니다. 파도를 거슬러 서핑을 할 수 없듯이 감정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함께 굴러야 합니다.
억지로 감정의 흐름을 바꾸려고 시도하면 신체가 저항하게 됩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거나 뒷골이 땡기거나 하는 신체적인 증상은 감정의 흐름을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시도하는 데에 따른 부작용입니다.
감정의 파도와 함께 구르다보면 흙탕물같던 감정이 가라앉으면서 '사금'과 같은 핵심 감정만 남게 됩니다. 이때가 되어야만 핵심 감정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대처 방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감정 일기 쓰기'와 같은 ventilation 기법을 사용해 볼 수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스스로 감정을 다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핵심 감정'을 찾아내기 위해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몸과 마음을 온전히 맡기고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편해지기 위해 감정을 내려놓으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언제부터인가 이미 내려놓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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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C 4단계 중 2단계는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평가를 배제하고 객관적인 관찰을 하는 1단계에 익숙해졌다면 2단계에서는 그 관찰 결과로 인한 느낌을 알아차리도록 노력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이 바로 '느낌과 생각 구별하기'입니다.
사람들은 평소에 '느낀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지만 실제로 이 말 중에서 상당수는 '느낌'이 아니라 '생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 점검해 볼까요? 아래의 문장 중 순수하게 '느낌'을 표현한 문장을 찾아 (O)로 표시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느낌이 아닌 생각을 나타낸 문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순수한 느낌을 표현한 문장으로 바꾸어 보세요.
1. 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껴. ( )
2. 당신이 떠나게 되어 슬프다. ( )
3.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는 겁나요. ( )
4. 당신이 인사를 하지 않을 때 나는 무시당한 것처럼 느껴져요. ( )
5. 당신이 와서 행복해요. ( )
6. 당신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느낌이야. ( )
7. 나는 오해를 받고 있는 느낌이다. ( )
8. 당신이 내게 해 준 것에 대해 좋게 느껴요. ( )
9. 나는 보잘 것 없다. ( )
10. 빨리 하라는 소리를 들으면 초조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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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X). 상대방이 그럴거라고 생각하는 것.
고쳐보면) 나는 슬프다
잘못된 고침)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나는 슬프다(관찰이 아닌 평가가 개입되었음)
2. (O)
3. (O)
4. (X). '무시당하다'는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본인의 생각한 바를 표현하는 것.
고쳐보면) 당신이 인사를 하지 않을 때 나는 기분이 우울해져요.
5. (O)
6. (X). '때려주고 싶다'는 그 사람이 상상하는 행동.
고쳐보면) 나는 네게 정말 화가 났어.
7. (X). '오해를 받고 있는'이란 말은 상대방의 태도에 대한 말하는 사람의 생각.
고쳐보면) 나는 억울하다.
8. (O). 하지만 '당신이 내게 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워요'가 더 적절한 말
9. (X). '보잘 것 없다'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나타내는 말
고쳐보면) 나는 내 자신이 실망스럽다
10. (O)
어떻습니까? 느낌과 생각을 구별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느끼셨는지요?
일반적으로 '느낀다'는 말을 아래의 말들과 함께 쓰면 느낌이 아닌 생각이 됩니다.
1. ~과 같이, 마치 ~처럼
보기) 내가 실패작인 것 같이 느껴져, 마치 벽하고 사는 것처럼 느껴져.
2. 대명사(내가, 너는, 그 남자는, 그 여자는...) 사용
보기) 나는 그 남자가 쓸모없다고 느껴져.
3.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이나 명사 사용
보기) 내 상사가 나를 조종한다고 느껴.
NVC 2단계인 '느낌과 생각 구별하기'도 1단계와 마찬가지로 부단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익숙해질 때까지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연습하세요.
출처 : 비폭력 대화 by 마샬 로젠버그 중 발췌,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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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사람 그림의 나이는 자기 혹은 자기 대상의 성숙도에 의해 주관적으로 어떤 표상이나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줍니다.
나무와 마찬가지로 5년 미만의 차이가 나는 경우는 적절한 성숙도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5년 이상 적은 경우 성격적인 미성숙함을,
5년 이상 많은 경우는 내적인 성숙감과 관련된 불안감을 과잉보상하려는 시도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동이 자기보다 어린 사람을 그리는 경우는 좀 더 유아적인 의존 욕구, 심리사회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에 있음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 행동
걷기, 말하기, 공놀이 하기 등 표현적이면서도 비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자신과 관련된 활력을 느끼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리는 경우 내적인 공격성, 적대감, 충동 통제의 어려움을 시사합니다.
지나치게 기괴하거나 난폭한 행동이 표현된 경우 사고 장애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 생각
그림 속 인물이 다른 활동이나 친구에 대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반응하는 경우 자기 개념이 건강함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정적 혹은 비판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한 경우, 자존감이 낮고 우울감 혹은 적대감을 느끼고 있음을, 아무 생각도 안 한다고 답한 경우 회피적 태도와 수동성 및 절망감, 우울감을 느끼고 있음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 주제
비현실적인 인물을 그리는 경우는 현실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대인 관계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반면 광대나 만화처럼 우스꽝스러운 방식으로 사람을 그릴 경우는 열등감이 있거나 자존감이 낮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출처 : 그림을 통한 아동의 진단과 이해(신민섭 외, 학지사) 중 발췌,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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