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제가 일부러 전시회를 챙겨 보러 다니는 건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맨날 좌반구만 쓰면서 일을 하니 가끔은 우반구에도 좋은 걸 좀 해야한다는 의무감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유명한 전시회가 아니라면 새로운 전시회에 대한 정보가 들어와도 그동안 시큰둥하게 넘겨 버리곤 했죠.
더욱이 그림을 파는 게 주 목적인 상업 갤러리를 일부러 찾아가 그림을 본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쓴 문희정 작가는 갤러리 순례야말로 가성비 최고의 문화 생활이라며 서울 시내 곳곳에 숨어 있는 매력 만점의 갤러리와 미술관을 알차게 추려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나열식으로 정보와 뻔한 내부 사진들만 제공했다면 참으로 심심했을텐데 큐레이터나 갤러리스트 인터뷰, 미술관에서 즐겁게 놀기 위한 다양한 Tip들, 그리고 근처 맛집과 데이트 코스 소개까지 깨알같은 정보가 그득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미술관과 갤러리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 선 컨템포러리
* 표 갤러리
* 헛
* 아르코 미술관
* 국제 갤러리
* 보안 여관
* 간송 미술관
* 상상 마당
* 재지마스
* 리움
* 경인 미술관
* 서울시립미술관
* 오페라 갤러리
* 서울대학교 미술관
* 테이크아웃드로잉
* 그림집
* 쇳대박물관
* 플래툰 쿤스트할레
* 서울 토탈미술관
* 소마 미술관
* 청춘 건투를 빈다 갤러리
* 대림 미술관
* 갤러리 팩토리
* 공근혜 갤러리
* 덕수궁 미술관
* 대안공간 루프
* 신세계 갤러리
* 갤러리 라이프
이 중에 제가 방문해봤던 곳이라고는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미술관, 경인 미술관, 이렇게 세 곳 뿐이니 그야말로 무식이 통통 튀는 월덴지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 덕분에 보석같은 갤러리와 미술관들을 많이 알게 되었으니 잘 챙겨 두었다가 곶감 빼 먹듯이 야금야금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림이나 전시에 문외한인 저 같은 일반 사람들도 미술관에 놀러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는 활기찬 문체도 좋았지만 그림이나 전시품 감상에 정답은 없으니 부담없이 자기만의 페이스에 맞춰 즐기라는 응원이 내용에서 절절하게 묻어나는 게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번 용기를 내 볼까 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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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울시립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제15회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를 보고 싶어서요. 들어가는 초입부터 재미난 설치 작품이 많았습니다. 어린이날을 대비한 걸까요?
땡깡(?)부리는 아기 팬더를 질질 끌고 가는 엄마 팬더의 모습도 있고(temper tantrum을 보이는 ADHD 아동이 겹쳐보이는 것은 나 뿐일까? -_-;;;),
모자이크 똥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똥의 모습을 한 의자가 아닐까 의심했는데 '똥' 맞더군요. -_-;;;
그것도 모자라서 총 천연색 칼라똥까지...
단돈 700 원으로 원래 보고자 했던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뿐 아니라 '신오감도', '신소장작품'까지 모두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정말 싸지요? 게다가 1개월 안에 서울역사박물관을 이용하면 할인도 받을 수 있답니다.
전시회 요약
* 이름 : 제15회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 기간 : 2009년 4월 9일(목)~5월 10일(일)
* 시간 : 평일(10:00~21:00), 주말/공휴일(10:00~19:00), 매주 월요일 휴관
* 특징 : 평일 점심 시간(12:00~13:00)에는 무료 개방, 매월 넷째주 일요일도 무료 관람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는 29년의 역사를 가진 판화 전문 행사로 이번 비엔날레에는 전세계 49개국 364명 677점의 출품작 중 심사를 거쳐 100점을 엄선해 전시합니다.
평일 낮시간이라서 그런지 한가합니다. 재작년 겨울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네요.
3층에 커다란 전시실 2개를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100점이나 되니 아무래도 공간이 많이 필요하겠지요. 보통 판화라고 하면 이철수 판화가의 작품 정도를 떠올리는데(순전히 제 이야기~) 생각보다 놀라운 작품이 많았습니다. 표현의 한계가 거의 없어 보이더군요. 사진과 진배없을 정도로 정교한 극사실 판화도 있고, 수채화를 방불케하는 색채 감각을 뽐내는 판화도 있었습니다.
대상을 수상한 우리나라 돈선필씨의 'Wound & Aggression'은 그야말로 강렬하더군요. 에칭화였는데 세밀한 묘사도 일품이었지만 메시지가 마음에 콱콱 꽂히는 것이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마음에 와 닿았는데 알고 보니 대상 작품이었네요. ^^
우수상을 수상한 Zhang, Minjie(중국)의 'Untitled No. 4'(목판화)와 Yamamoto, Keisuke(일본)의 'StaircaseG'(석판화)도 좋았습니다. 그 외에 Sietins, Guntars(라트비아)의 'Characters VII'와 Goto, Fumiko(일본)의 'Gifted II', 정희경(대한민국)의 'La Transparence II' 등도 인상적이었어요.
판화를 좋아하거나 아니더라도 색다른 판화의 매력에 빠져보실 분들은 방문해 보시면 좋겠네요. 5월 10일까지만 전시한다고 하니 조금 서두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하철로 가실 분은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로 나가시면 걸어서 금방입니다.
모르는 분이 계실까 해서 안내드렸습니다. ^^
전시회를 둘러보고나서 원래는 삼청동 골목길을 한번 돌아볼까했는데 다리도 아프고 해서 목도 축일 겸 우연히 찾은 '일층 Cafe'라는 곳에 들어갔습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 역 4번 출구에서 3분 정도 거리에 있는 카페인데 카페 이름과 달리 3층까지 있습니다. ^^
3층까지 있다고는 해도 공간이 넓지는 않습니다. 1층은 거의 대기석 수준이고 2층도 테이블이 6개 밖에 없어요. 3층은 흡연자를 위한 공간이고요. 넓이로만 보면 미니 카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테리어는 아기자기합니다. 비싸지 않은 소품으로 예쁘게 꾸몄더군요. 단점은 자리를 잡고 기다리면 부저로 준비가 되었음을 알려주는데 3층에 있다면 1층까지 내려가야하거든요. 귀차니즘의 압박이 상당하다는...
보시는 메뉴 중 티라미슈 케익과 아메리카노 커피 세트가 6천 원입니다. 케익도 3 종류인가 있고 커피는 정말 양이 엄청납니다. 게다가 리필까지 돼요. 그리고 중요한 건 제 입에 맞더군요. ^^
보시는 것은 모카 빙수인데 제가 생각했던 얼음이 많이 들어간 시원한 빙수는 아니지만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얼음도 모카 얼린 것을 그대로 갈아서 만든 것 같고 무엇보다도 아몬드 등 견과류를 듬뿍 넣어서 푸짐하고 든든하게 요기가 됩니다. 왼쪽의 따끈한 에스프레소를 빙수에 뿌려 먹습니다. 특이하죠? 가격이 9천 원이라서 약간 센 편이지만 드셔보시면 돈 값 한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저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추천합니다(이건 맛집 카테고리로 가야 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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