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읽어도 느낌이 오듯이 이 책은 '책'을 주제로 한 32개 공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개성 있는 '북 숍', 책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공간인 '서재', 그리고 '북 카페'가 그것이죠.
지금은 그 꿈을 접었지만 한 때 집을 지으면 어떻게든 공간을 나누어 작은 북 카페를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모은 좋아하는 책을 주로 전시하고 즐겨 마시는 커피나 차를 소개하는 쉼터같은 북 카페를 만들고 싶었죠.
하지만 제가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기질이라는 걸 알게 되고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이 저와 같은 마음 일리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모은 책이 1천 권을 넘는 순간 예전에 봤던 신경숙 작가의 끔찍한 서재가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애서가의 서재라는 것이 결국 제게는 거대한 책무덤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더 심하게 말하면 활자 중독자의 거대한 똥 같은 것이죠. 그런 걸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모은 책을 모두 공유 도서관인
'국민도서관'에 북 키핑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책을 많이 사기는 하지만 e-book 버전이 있다면 디자인이나 일러스트 관련 책이 아닌 이상 종이책을 사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 책은 아직 북 카페의 꿈을 갖고 있을 때 구매한 책입니다.
중독성 있는 작은 서점, 갖고 싶은 서재, 찾아가고 싶은 북 카페라는 주제로 책과 관련된 매력적인 정보를 모아놓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책을 탐독한 책벌레인데다 잡지사 기자를 거쳐 지금은 '어반북스'라는 콘텐츠 그룹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저자가 애정을 갖고 작업한 책이라서 그런지 꽤 영양가있습니다.
책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784
★★★☆☆
이미지 출처 :
YES24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집을 짓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고, 그래서 건축, 집짓기와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생각과 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채나눔'으로 유명한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집을 지으며 주고 받은 e메일(A4 기준으로 208쪽, 82통이라고 함)을 수록한 책입니다.
이일훈 선생의 채나눔 건축론과 불편하게 살기 철학은 평소에도 호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고, 송승훈 선생은
'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2012)'를 읽을 때 '허생은 왜 돈을 버렸을까?'라는 글 꼭지를 읽으면서 관심을 두게 되었죠.
집을 짓고 싶은 사람들에게 꽤 잘 알려진 집 중 하나인 '잔서완석루'를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과정이 건축가와 건축주의 끊임없는 e메일 소통의 결과라는 것도 신기해서 읽기 전에 기대가 컸죠.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몇 가지가 저랑 맞지 않아서 좀 실망했습니다.
첫째는 건축 자금을 조달한 경로입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는 해도 부모님의 돈까지 끌어다(그것도 결코 적지 않은 돈을) 지은 것은 저랑 맞지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끔찍하게 생각하는 대출을 받을지언정 집을 짓기 위해 부모님을 비롯한 지인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생각이거든요. 돈이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짓거나 돈을 더 모아서 짓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죠. 그런 점이 저랑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둘째는 집의 크기입니다. 저는 큰 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청소 등 관리하는데 손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넓다고 편안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작게, 그러면서도 수납에 어려움이 없는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집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제가 건축과 관련해서 초반에 찾아 읽은 책이
'두 남자의 집짓기(2011)'인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런데 잔서완석루는 제 기준으로는 거의 거대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저랑 맞지 않았습니다.
셋째는 잔서완석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재인데 저는 평소 서재를 책들의 무덤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서재의 크기는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책을 공유하고 돌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북 크로싱도 시작한 것이고요. 그런데 잔서완석루는 제가 싫어하는 거대한 서재가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어서 제 가치관과 맞지 않습니다.
넷째는 자신의 집을 동료, 후배 교사를 위한 공부방으로 내주는 부분(아마도 그래서 크게 지었겠지요)인데 손님들을 고려하여 손님용 화장실까지 좌식이 아닌 쪼그리고 앉는 방식으로 지었더군요. 저는 내성적인 사람이라서 제 공간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별로 편치 않습니다. 집을 지은 뒤에도 제가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공개할 생각이 없어요. 북 카페의 꿈도 접은 지금은 더더군다나요. 그래서 나눔을 가정하고 탁 트인 공간 활용을 도입한 잔서완석루는 저랑 맞지 않습니다.
건축주가 건축가와 충분한 이야기를 통해 가치관과 철학을 나누고 그것을 집이라는 실체로 구현하는 과정을 엿보는 건 충분히 즐거웠지만 제게는 좀 먼 나라 이야기같아서 몰입이 잘 안되는 면이 많았습니다.
저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라면 굳이 챙겨서 읽으실 필요까지는 없는 책입니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덧2. 처음으로 e-book으로 읽은 건축 관련 책인데 사진이 들어간 책은 e-book으로 읽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무리 reader가 좋아도 자꾸 튕겨나가거나 렉이 걸려 속도가 느려 속이 터지네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58
사실 이 글은 엄밀히 말하자면 개인 서재가 아닌 많은 책을 개인이 독점 소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근사한 개인 서재를 꿈꿀겁니다. 벽을 온통 책으로 둘러싸고 바닥에는 양탄자를 깔고, 마호가니 책상과 흔들의자가 있으면 더 좋겠고 벽난로와 향기로운 차까지 준비된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도 한 때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넓은 집으로 가면 꼭 개인 서재를 만들어서 책에 둘러쌓여 지내야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북 크로싱을 시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독서광이라면 신경숙 작가의 서재를 보신 적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네이버에서 명사의 서재를 소개하는
'지식인의 서재'에서도 화제가 되었죠. 신경숙 작가는 집을 책으로 채운 것이 아니라 책을 더 많이 보관하기 위해 집의 설계를 바꾸었을 정도로 수천 권의 책으로 빼곡한, 그야말로 독서광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서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서재를 보고 있노라면 짜증이 밀려 옵니다. 두 번 다시 빛을 보지 못할 그 많은 책들이 단 두 사람(신경숙 작가 부부)을 위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인 욕망에 의해 앞으로도 더 많이 희생되어야 할 나무들의 비명이 귀에 들리는 것 같습니다. 오버라고 하셔도 하는 수 없습니다. 제 느낌이 그러니까요.
어차피 북 크로싱을 하면 책을 운반하는데 화석 연료가 들기 때문에 결국은 마찬가지의 자원 낭비라는 비판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논리를 극단적으로 확장하면 자연을 위해 인간이 모두 죽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 유일한 종족은 인간이니까요. 따라서 어느 정도 한계를 인정하고 가용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저는 화석연료보다 나무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북 크로싱을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출판사는 싫어하겠지만 이렇게 책을 돌려보게 되면 그만큼의 나무는 덜 죽을테니까요.
그래서 인간의 탐욕이 반영된 개인 서재에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앞으로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서 개인 서재를 꾸밀 수 있는 여유가 된다고 해도 다시 보지 않을 책으로 서재를 가득 채우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겁니다. 꼭 다시 볼 책들만 선별해서 최소한으로 갖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장래에 개인도서관이나 북카페를 운영해도 절대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책을 쌓아두지 않을 겁니다. 나무들에게 약속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