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검사는 상담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심리검사도구 중 하나입니다. 로르샤하 검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익히기 쉽고 검사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 편이라서 상담 회기 중에도 상담 도구의 일종으로 가볍게 활용할 수 있죠. 특히 언어적 자극을 사용하지만 문항의 의도가 쉽게 드러나서 방어가 쉬운 문장완성검사에 비해 시각적 자극을 사용하는 보완적 성격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방어가 쉽지 않아 상담자들이 선호하는 검사 도구이기도 합니다.
임상 장면에서는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주된 이유가 변별 진단이기 때문에 MMPI나 로르샤하, 지능 검사에 비해 살짝 홀대받는 검사였고 병원에서 수련받을 때는 저도 그림 검사의 진가를 몰랐지만 막상 상담을 하면서 심리평가 결과를 적용해보니 그림 검사를 통해 드러나는 내담자의 역동이 만만치 않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별심리평가를 활용할 때 저는 TCI/JTCI+MMPI-2/A(구조화 검사)-SCT+그림 검사(투사검사) 조합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네 검사의 케미가 가장 잘 맞거든요.
그림 검사를 이야기할 때 보통 HTP와 KFD를 구분해서 이야기하곤 합니다. 임상에서는 아동에 특화된 셋팅이 아니라면 대개 HTP를 그림 검사라고 부르고 상담에서는 가족 역동을 탐색하기 위해 KFD만 실시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항상 HTP와 KFD를 함께 실시할 것을 권장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첫째, 상담에서는 가족 역동을 살펴볼 필요가 없는 내담자의 수가 극도로 적기 때문입니다. 현 가정 내 갈등이든, 원 가족 갈등이든 가족 문제가 없는 내담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차피 HTP를 해야 한다면 KFD도 함께 실시하는 편이 낫습니다. 수검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KFD를 추가 실시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이니 기왕 HTP를 하신다면 KFD도 함께 실시하는 편이 수검자에도 도움이 됩니다.
둘째, 그렇다면 가족 역동만 탐색하고 싶은 내담자에게는 KFD만 실시해도 되지 않냐는 반론이 가능할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KFD의 실시 진술문만 들어도 수검자는 가족 구성원의 관계와 친밀도를 확인하려는 검사의 의도를 간파하기 때문에 방어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KFD에 앞서 HTP를 실시하면 집, 나무, 사람을 순서대로 그리면서 그리는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족을 그리게 되고 방어 수준도 KFD만 단독으로 실시할 때에 비해 낮아집니다. 게다가 KFD 내용은 HTP의 집 그림과 연계하여 살펴볼 수도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그림 검사를 실시할 때는 HTP와 KFD를 연속해서 한꺼번에 실시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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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의는 선별심리평가의 개념을 정리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것으로 아직까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선별심리평가 도구인 MMPI-2/A와 SCT를 중심으로 심리평가란 무엇인지, 심리평가의 실시 이유와 실시 순서, 심리평가 보고서의 기본 양식까지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됩니다.
MMPI-2/A와 SCT의 개관에 해당되는 내용 뿐 아니라 해석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3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밀도 있는 강의입니다.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선별심리평가의 이해(MMPI-2/A, SCT를 중심으로)
* 다루게 될 구체적인 내용
- 심리평가의 정의
- 심리평가의 실시 이유
- 심리평가의 실시 순서
- SCT 개관
- MMPi-2/A 개관
- Screening Test의 실시 및 해석
* 일시 : 2018년 10월 28일(일) 15:00~18:00(3시간)
* 장소 : 서울 신도림역 인근 월든3 아카데미
* 인원 : 선착순 8명
* 비용 : 1인 당 4만 원(음료, 주차권 포함)
* 특징 : 강의 내용 녹음 가능, 제약없는 예약 취소(언제든 조건없이 100% 환불, 불이익 없음)
# 정원이 미달되는 경우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단 예약한 인원이 강의 전 모두 취소하고 1명만 남더라도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선별심리평가를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2.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수련생(학회에 수련 등록 필수)
3. 국가공인 자격증(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졸업 후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청소년상담사 2급 직무자격연수에서 제 강의를 들은 선생님들은 이 강의를 안 들으셔도 됩니다. 내용이 동일합니다.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gmail.com)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충족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 선착순으로 정원 안에 들어온 분들께는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덧. 이 포스팅에 앞으로 듣고 싶은 강의 주제나 일시(예; 평일 낮 등)를 덧글로 남겨 주시면 향후 미니 강의 주제 및 일시 선정에 적극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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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 MMPI-2/A로 구성한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했는데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 TCI : 경계선 기질 - MMM(Intermediate Adaptive Optimum) 성격
* MMPI-2/A : Normal Profile
그런데 정작 수검자는 상당한 수준의 주관적 불편감을 호소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때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로샤 검사를 추가 실시하는 겁니다.
취약한 기질을 갖고 태어났어도 정상적으로 발달한 성격이 기질을 잘 조절하는 사람이라면 일상생활에 그런대로 적응하고 있다고 봐도 됩니다. 위의 TCI 결과를 보여준 수검자처럼 말이죠. 그래서 의식적인 수준에서 심리적 문제를 규준에 따라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MMPI에서도 정상 profile이 나온 겁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해도 취약한 기질 때문에 수검자는 내면 깊은 곳에서 불편감을 느끼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정서 조절이 잘 안 되거나 여러가지 부정적인 충동을 느끼거나,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는 등의 문제 말이죠. 그래서 그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알아보기 위해 좀 더 깊은 무의식을 살펴보는 로샤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수검자를 깊이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예는 어떨까요?
* TCI : MMM(Intermediate Adaptive Optimum) 기질 - LHH(moody, cyclothymic) 성격
기질은 괜찮은데 상대방에게 상처를 받기 쉬운 성격 유형으로 발달한 사람입니다. 아마도 성장 과정에서 좋지 않은 경험을 했겠죠. 감정 기복이 있거나 기분 변화의 폭이 크고 행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MMPI 결과만 봐도 수검자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구분해 볼 수 있죠.
* TCI 성격 유형의 문제 : MMPI와 같은 구조화된 검사 결과를 집중 분석
* TCI 기질 유형의 문제 : 로샤 같은 투사법 검사 결과를 집중 분석(특히 MMPI 검사 결과가 정상 수준인 경우)
덧. 물론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수검자들 중 많은 수는 기질이 취약하고 성격 또한 미발달되어 있어서 MMPI 결과만으로도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어낼 수 있으니 기질이 취약하다고 해서 반드시 로샤를 실시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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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과 공급의 법칙에 따라 상담자의 공급이 수요 폭증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담 현장은 점차 단기 상담이 기본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도 이미 체계화된 상담 현장(대학, 청소년 등)에서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죠.
단기 상담의 시간적 한계(내담자의 심리적 상태와 특성을 알아내기 위한 최소 회기 수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심리평가를 도입할 수 밖에 없고 심리평가의 실시 시기를 결정하는 상담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도 문제지만 임상 현장처럼 무조건 초기에 실시하는 routine system의 도입이 더 큰 문제입니다.
많은 대학의 학생상담센터에서 내담자가 방문하면 접수 시 선별심리평가(MMPI-2, SCT)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담자를 배정하는 시스템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때 기계적으로 MMPI-2에서 상승한 임상 척도가 많을수록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정해 supervisor급 상담자에게 배정하고 상승한 임상 척도가 별로 없으면 문제가 경미하다고 잘못 판정해 인턴 supervisee에게 배정합니다.
하지만 이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나 통하는 판정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상담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정신장애로 진단받을 정도의 문제를 가진 내담자보다 기질/성격 상의 문제를 가진 내담자가 더 많이 방문하고 자아 동질성이 강한 성격 장애일수록 MMPI-2와 같은 구조화된 검사에서 심리적 불편감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수하게 MMPI-2의 임상 척도만 높게 상승한 경우는 심리적 불편감을 적극적으로 호소하기 때문에 라포를 형성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예후도 좋은 편입니다. 결코 지도 교수급 상담자의 능력이 뛰어나서 쉽게 호전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MMPI-2에서 별다른 척도 상승이 없는데 상담자가 강렬한 전이-역전이를 경험하거나 투사, 반동형성, 조종 등의 방어 기제에 노출됨으로써 정서적 소진을 경험하고 상담이 조기 종결되는 건 이 내담자가 기질/성격 상의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큰 것이지 인턴 선생님이 무능해서가 아닙니다.
그러니 선별심리평가를 routine하게 실시하는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겠으면 최소한 선별심리평가에 TCI라도 추가하기 바랍니다. 적어도 상담자 배정이 반대로 되는 것만이라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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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발적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지만 반대로 아동/청소년은 부모의 권유나 강요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올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도 그렇고 심리평가도 그렇고 아동/청소년 내담자와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충분한 orientation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아동/청소년 상담의 또 한가지 특징은 부모-자녀 관계 갈등이 없는 경우가 드물다는 겁니다. 저는 supervision을 할 때마다 PCRP를 default 값으로 가정하고 살펴보라고 할 정도로 부모 자녀 관계 문제가 기본 깔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부모 자녀 관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부모가 압도적인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부모의 행동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상담의 효과가 제한되기 쉽죠. 상담자가 아동/청소년과 어렵게 라포를 형성하고 치료적 동맹 하에서 함께 노력하더라도 부모는 이를 단번에 좌절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자가 상담 초기부터 부모를 최대한 개입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의뢰 단계에서부터 부모님의 적극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심리평가의 해석 상담 시에도 부모님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특별히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많은 현장에서 부모가 상담 자체를 싫어해서, 심정적으로 부담스러워서, 상담을 받고는 싶지만 시간이나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상담자와 정기적으로 만나지 못합니다.
아동/청소년 상담에서 부모가 동반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다른지는 아동/청소년 분야의 상담자라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부모가 함께 오지 않으면 자녀의 변화 책임은 오로지 상담자에게 부과되고 이러한 부담은 상담자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을 제한하게 되죠.
부모가 정기적으로 상담자를 만나지 못하는 모든 경우에도 상담자는 부모에 대한 심리평가를 통해 간접적인 개입 방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선별심리평가에서도 아동/청소년 뿐 아니라 양 부모 모두에 대해 MMPI-2와 TCI를 최대한 실시하려고 노력하는데 양 부모의 기질/성격과 정서 상태에 대한 정보만 갖고 있어도 아동/청소년의 그것과 비교함으로써 누구를 더 적극적으로 상담에 끌어들여야 하는지, 어떤 부모가 부모 교육에 더 잘 반응하는지, 어떤 부모에게 개인 상담을 권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거든요.
정리해 보자면,
1. 아동/청소년 상담에서는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기본으로 깔려 있을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2. 상담 초기부터 부모의 적극적인 협조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상담 또는 부모 교육을 강력히 권유한다
3. 부모가 여러 이유로 상담을 꺼리는 경우 선별심리평가라도 실시해서 양 부모의 검사 결과를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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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본적으로
심리평가 실시의 타이밍과 검사도구의 선정을 평가자가 수검자와 상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지만 현재의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지 않아서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진단을 위한(엄밀하게 말하면 약물 치료를 위한) 심리평가의 조기 실시와 병원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개발된 battery 체계는 그야말로 병원 장면에서나 필요한 것이고 정작 수검자의 사정(경제적이든 심리적이든)을 고려한 것이 아닌데 상담 장면에도 충분한 고민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그런 결과로 심리평가에 대해 문외한인 수검자가 이 검사를 받겠다고 '찍어오면' 평가자는 그대로 실시해야 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빼거나 꼭 필요한 검사를 추가하도록 검사 과정을 manage할 수 있는 권한도 시간도 없으며, 심한 경우는 심리평가를 받는 수검자와 검사를 실시하는 임상가, 심리평가를 의뢰하는 접수자가 아무런 의견 조정도 없이 기계적으로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이런 '엉터리' 심리평가의 수효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참으로 큰일입니다.
너무도 중요하기에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조직의 효율성을 우선하는 시스템은 절대로 수검자에게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얼핏 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이더라도 전담 상담자가 수검자와 상의해 어떤 심리검사를 실시할 지, 언제 실시할 지를 신중하게 고려하는 게 정답입니다. 시스템에 의해 당사자인 수검자와 상담자가 배제되는 시스템은 그야말로 시스템을 위한 시스템일 뿐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상담자가 심리평가의 실시 타이밍과 실시할 검사도구 선정의 권한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어떤 심리검사도구의 조합이 수검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제안하려 합니다.
검사도구의 조합은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선별심리평가와 종합심리평가가 그것입니다.
종합심리평가는 의뢰 사유가 주요 정신 장애의 변별 진단과 그에 수반되는 약물 치료까지 고려해야 할 때 주로 시행합니다. 주요우울장애, 조현병,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이 종합심리평가가 필요한 대표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별심리평가는 즉각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때 대략적인 심리상태를 살펴보고자 할 때 진행하며
일반적으로 MMPI-2/A, SCT 조합을 많이 사용하지만 저는 TCI/JCTI, MMPI-2/A, SCT 조합을 더 많이 사용하고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상담 현장에서는 기질/성격 상의 어려움을 가진 내담자가 많이 방문하는데 MMPI-2/A, SCT 조합만으로는 이를 감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굳이 빼야 한다면 차라리 선별심리평가에서 SCT를 빼는 게 낫습니다. 이건 이제부터 말씀드리려는 교차 검증의 중요성과도 관련이 있는데 간혹 본인에게 익숙한 문장완성검사나 그림 검사(HTP, KFD 등)만 단독으로 실시해도 되지 않냐고 물어보는 선생님이 계신데 그렇게 실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문장완성검사는 반 투사 검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수검자가 자신의 의도에 따라 응답 내용을 왜곡, 윤색, 조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림 검사는 어떨까요? 그림 검사 역시 로르샤하 검사처럼 중립적인 자극을 사용하는 완전 투사검사가 아니라는 약점도 있고 무엇보다 상당한 경험을 쌓지 않으면 구조적 해석이 쉽지 않다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또한 비구조화된 검사의 특성 상 평가자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결과만 선별적으로 선택할 위험성도 있기에 문장완성검사나 그림 검사와 같은 투사법 검사는 반드시 MMPI-2/A와 같은 객관적인 검사와 함께 실시하고 의뢰 사유에 대한 교차 검증을 실시해야 합니다.
수검자가 실시 검사가 많아지는 것에 부담을 느껴 거부감을 표시한다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TCI/JTCI, MMPI-2/A 조합을 먼저 실시하고 문장완성검사나 그림 검사는 차후에 다시 실시하거나 상담 회기를 활용하여 추가 실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면 투사법 검사만 단독으로 실시하지 마세요. 반드시 구조화된 검사 결과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이는 심리평가 초심자이든 충분한 경험을 쌓은 전문가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자만심에 의한 오해석은 오히려 심리평가 실시 경험이 많은 고수에게 더 흔히 일어난다는 걸 감안하면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든 주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보고 신뢰도를 확인할 수 없는 TCI/JTCI도 충분한 검사 라포를 형성했다고 확신할 수 없는 한 단독 실시하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 MMPI-2/A에서 K, S 척도 상승으로 방어적인 경향성이 나타난다면 TCI의 결과도 충분히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특히 성격 차원). 그러니 TCI/JTCI도 MMPI-2/A와 함께 실시하는 게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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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선별심리평가를 할 때 문장완성검사(SCT)를 추천하지 않는 몇 가지 이유에 대해 설명드린 바가 있고 앞으로는 MMPI-2/A, TCI/JTCI 조합으로 점차 대체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현장에서 MMPI-2/A, SCT 조합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이 두 가지 검사의 해석 순서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늘
검사 실시 순서와 해석 순서를 일치시키는 것이 해석 노하우를 가장 빠르게 습득하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리는데 종합심리평가를 기준으로 설명드리면,
TCI/JTCI -> MMPI-2/A -> SCT -> BGT -> 지능 검사 -> HTP(KFD) -> 로샤(TAT/CAT)
의 순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실시 시간도 가장 절약되고 해석도 용이합니다. 이렇게 조합해서 배열하는 기준으로는,
1) 자기 보고형 검사 -> 대면 검사
2) 구조화된 검사(객관적 검사) -> 비구조화된 검사(투사 검사)
3) 의식 수준 -> 무의식 수준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할 때는 MMPI-2/A를 먼저, SCT를 나중에 해석하는 것이 좋은데 상담 현장에 계시는 임상가 선생님들의 경우는 상담 업무에 익숙하기 때문에 내담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통해 먼저 파악하고 그 다음에 MMPI-2/A 결과로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각종 척도와 수치가 난무하는 MMPI-2/A보다는 언어적 반응이 주를 이루는 SCT의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고 해석하기에도 부담이 덜하니까요.
하지만 그래서는 안됩니다.
문장완성검사는 각 문항에 검사자의 질문 의도가 어느 정도 드러나는 반투사 검사이기 때문에 수검자가 얼마든지 반응 내용을 왜곡, 윤색, 조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내용에 입각해 수검자의 문제를 가설로 만들면 MMPI-2/A의 결과를 교차 검증할 때도 이미 갖고 있는 해석틀에 맞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선택함으로써 틀린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타당도 척도를 통해 수검자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고 평가자의 주관적 해석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MMPI-2/A 결과를 통해 우선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SCT를 통해 교차 검증하는 편이 오류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물론 MMPI-2/A의 수많은 척도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항상 구조화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구조화된 검사 결과를 교차 검증하는 편이 주관적 해석 오류의 가능성(때로는 수검자 이해에 치명적일 수 있는)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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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병원이나 클리닉에서 심리평가를 하는 임상심리학자들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문제지만 상담 현장에 있는 임상가들은 심리평가를 언제(타이밍이 아닌) 해야 하는지가 상당히 고민되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상담 시스템에서는 심리평가를 위한 별도의 시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건 상담 업무가 주가 되는 시스템 상의 문제 때문인데 어쨌거나 상담자가 심리평가를 하려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상담 회기를 쪼개어 심리평가를 해야 합니다.
그나마 자기 보고형 검사처럼 실시할 수 있는 TCI, MMPI-2/A, SCT 등은 상담을 마치고 옆 검사실에서 작성하고 가도록 하거나 집에서 작성한 뒤 가져오도록 편법을 동원해 실시하고 있으나 문제는 대면 검사입니다.
그래도 HTP, KFD, BGT 정도의 검사들은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상담 시간 내에 충분히 실시 가능하죠. 하지만 상담 1회기 내에 끝내기 어려운 검사들이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능 검사이고 로샤나 TAT도 검사 실시에 익숙하지 않은 상담자에게는 1회기 내에 끝내기에는 만만치 않은 부담을 줍니다.
가뜩이나 단기 상담 위주로 재편되는 상담 시스템 내에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상담 회기를 심리검사 실시에 할애한다는 건 결코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심리평가를 활용하는 것이 상담에 큰 도움을 준다는 걸 알면서도 가능한 한 검사 실시를 꺼리거나 미루게 되고 정작 심리검사 도구를 선택할 때도 상담 회기 내에 실시 가능한 것들에 국한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지능, 로샤, TAT 처럼 중요도가 높은 검사를 실시하지 못함으로써 실질적인 종합심리평가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점점 더 종합심리평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게 되고 자기 보고형 검사로 구성된 선별심리평가에만 의존하게 되어 상담자 입장에서는 큰 무기를 잃게 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각 회기 내에 소수의 검사만 실시가 가능하다보니 여러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경우 여러 번의 상담 회기를 잡아먹게 되어 깊이 있는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운데다 검사를 실시하는 interval도 늘어나게 되어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 맨 처음에 실시한 검사 결과(예를 들어 MMPI-2/A)와 맨 마지막에 실시한 검사 결과(예; HTP, KFD 등)가 서로 상응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리평가를 위한 별도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많은 상담 기관에서 심리평가 실시를 위한 시간과 장소를 구조화하는 것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심리평가 후 해석 상담은 상담 회기 중에 할 수도 있지만 심리검사의 실시 만큼은 반드시 충분한 별도의 시간을 확보하여 평가자와 내담자 모두 심리검사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공간도 상담실과 구분되는 별개의 검사실로 확보해야 하고요.
가장 최적화된 상담 시스템은 상담자가 상담 회기 수와 심리평가의 실시 시점, 검사 도구의 종류 등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인데 최소한 상담 회기 중에 시간에 쫓기어 부랴부랴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것만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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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TCI의 실시와 관련된 글을 계속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TCI를 활용하면 좋은 상황 : 상담자용' 은 상담 장면에서 TCI 실시를 고려해야 하는 일반적인 상황에 대해,
'선별심리평가 후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 봐야 하는 상황' 은 MMPI-2의 일반적인 결과 해석 시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을 다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MMPI-2의 타당도 척도 양상을 통해 TCI의 추가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1. K. S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
: K, S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다는 것은 자신의 심리적 불편감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다른 사람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는 경향을 노골적으로 표방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타당도 profile을 나타내는 수검자는 TCI를 실시할 때에도 어떤 문항이든 극단값을 피하고 중간으로 몰리는 응답 패턴을 보입니다. 그래서 TCI 결과에서도 기질, 성격 유형의 차원이 Medium level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극단적인 경우는 기질, 성격 모두 MMM 유형으로 채점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신뢰할 수 없는 결과이죠. 따라서
K, S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경우는 TCI를 추가 실시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2. F, F(B)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
: F, F(B)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했다는 건 수검자가 고통감을 적극적으로 호소한다는 걸 의미하며 무효 profile일 정도로 faking-bad 경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상 TCI 결과를 왜곡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TCI 각 문항에 대해 극단값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유형이 좀 더 분명하게 구분되고 이로 인해 결과 해석이 더 용이해집니다. 그러니
TCI를 실시하면 좀 더 풍부한 해석을 할 수 있으니 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3. K, S 척도가 바닥을 치는 경우
: K, S 척도가 바닥을 쳤다는 건 35T 이하로 가라앉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F, F(B) 척도가 어느 정도 상승했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이러한 상태는 고통이 만성화되었고 수검자가 어느 정도 이러한 상태에 익숙해졌음을 의미합니다. 달리 말하면 스트레스에 맞설 수 있는 심리적 자원이 고갈되었다는 것이죠. 이 때 TCI 결과는 수검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MMPI-2의 임상, 내용 척도에서 상승한 것들만 해석해도 충분한 경우 수검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수검자가 정서적으로 소진된 상태이므로 TCI 검사지 하나를 추가로 작성하는 것만도 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TCI 추가 실시를 좀 더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4. FBS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단독 상승한 경우
:
'선별심리평가 후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 봐야 하는 상황'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FBS 척도의 유의미한 단독 상승의 의미는 이차적 이득의 존재와 함께 성격 상의 문제 및 이로 인한 대인 관계 갈등 문제 동반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이 경우는
성격 장애 진단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TCI를 반드시 실시하는 편이 낫습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네 가지 경우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만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할 때 참고하시면 좋은 경험적인 기준 중 하나일 수 있어서 소개 드렸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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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장면에서는 아직까지 TCI를 적극 도입/실시하는 곳이 많지 않지만 상담 장면에서는 TCI를 사용하는 곳이 계속 늘고 있고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병원 장면에서는 성격 장애를 제외하면 TCI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변별 진단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기존의 종합심리평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상담 장면에서는 아직까지도 특별히 진단을 내리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상담만 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내담자들이 많은데 설명이 어려운 영역을 TCI를 통해 가려낼 수 있어서 TCI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MMPI-2와 SCT로 구성되어 있는 선별심리평가 도구에 TCI를 routine하게 실시하도록 추가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예산 확보 문제도 그렇고 검사 도구가 추가되면 내담자에게 동의를 구하기도 한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MMPI-2와 SCT 조합을 MMPI-2, TCI 조합으로 갑자기 바꾸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고요(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선별심리평가도구를 TCI, MMPI-2 조합으로 구성하는 걸 적극 추천합니다).
그래서 보통 접수 시 routine하게 MMPI-2와 SCT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종합심리평가를 비롯한 추가 검사 실시를 고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TCI의 추가 실시를 고려해 봐야 하는 상황이란건 대체 어떤 걸까요?
개인적으로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 보라고 제안드립니다.
1. MMPI-2의 FBS 척도 단독 유의미 상승
: FBS 척도가 단독으로 상승(타당도 척도 중 혼자만 70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했을 때의 의미는 이전에 한 포스팅(
'MMPI-2 FBS 척도의 이해')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임상 척도로 지지되는 문제로 인한 이차적인 이득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경우 어떤 임상 척도가 상승했냐와 상관없이 성격 상의 문제 및 이로 인한 대인 관계 갈등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TCI 결과를 살펴보는 것이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상담 목표를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2. 주 호소와 MMPI-2 임상 척도 양상이 맞지 않을 때
: 내담자가 주로 호소하는 증상과 MMPI-2 임상 척도가 서로 많이 어긋날 때 이러한 증상의 원인이 기질이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나 서로 연관성이 별로 없고 결정적으로 MMPI-2에서 신체화 관련 척도의 상승이 두드러지지 않을 때, 이는 단순한 신체화 기제가 아닌 histrionic trait의 소유자가 보이는 관심 끌기 행동의 일환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TCI를 통해 어떤 기질과 성격 유형의 소유자인지 확인하는 것이 이 간극을 설명하게끔 도와주기도 합니다.
당연히 두 조건 각각을 충족하는 것보다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가 TCI 추가 실시로 도움을 얻을 확률이 커지겠죠.
둘 다 중요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FBS 척도가 단독 상승했을 때 TCI를 추가 실시하는 것이 더 유용했다는 것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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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에는 행동 관찰(Behavioral Observation)이라는 내용 영역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수검자의 관찰된 행동을 통해 수검자의 모습을 좀 더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작성하는거지요.
행동 관찰 영역에 기술되는 수검자의 행동은 종합심리평가를 기준으로 크게 '검사 전 대기실에서 보인 행동', '검사 중 수검자가 보인 행동과 반응 태도', '검사 후 면담에서 보인 행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중 검사 중 수검자가 보인 행동과 반응 태도가 제일 중요하고 분량도 가장 많죠.
행동 관찰 영역을 기술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표준화된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의뢰 사유에 연동하는 방식입니다.
표준화된 방식은 그야말로 수검자의 외양, 검사자를 대하는 태도, 검사 자극을 다루는 행동 방식, 검사 중 감정을 표출, 혹은 감추기 위해 동원되는 다양한 제스처와 얼굴 표정 등을 활용해 수검자의 이미지가 최대한 생생하게 떠오를 수 있도록 기술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키와 몸무게가 얼마이며, 어떤 옷을 입고 왔고 액세서리는 어떤 것을 착용했으며 위생 상태는 어떠한지, 검사자와 눈맞춤이 적절한지, 표정이 굳어 있지는 않은지, 손떨림이나 초조함, 불안을 드러내는 특징적인 행동은 없는지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게 됩니다.
표준화된 방식은 수검자의 모습을 최대한 생생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극히 특징적인(때로는 이상한) 행동 특징들을 선별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즉 수검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나 문제와는 별 상관없는 두드러진 특징들이 검사자의 주관적인 선호에 따라 선별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는거죠. 그래서 화장이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진하다든가, 옷차림이 너무 선정적이라든가, 문신이 눈에 띈다든가, 특이한 곳에 피어싱을 했다든가, 땀이 많이 흘러 검사지가 젖었다든가(사실은 다한 증세일 수 있는데) 하는 내용이 주된 모습으로 강조될 수 있어 이후 제시되는 심리검사 결과와 상충되거나 뭔가 걸맞지 않는 생뚱맞은(혹은 지나치게 튀는) 모습으로 기술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데 바로 의뢰 사유와 연동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심리평가 의뢰 사유가 우울 장애를 변별하는 것인 수검자가 있다고 할 때, 우울 장애를 겪고 있는 수검자에게 기대되는 행동 특징들이 검사 중에 나타나는지, 혹은 전혀 반대되는 양상들이 나타나는지에 초점을 맞춰 기술하는 겁니다. 검사자와 눈 맞춤을 피하고 표정이 어두우며, 반응 속도가 전반적으로 느리고 필압도 약하고 심지어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하고 지친 모습이 관찰된다면 우울 장애를 지지하는 행동 관찰 결과가 될 수 있는거지요. 아니면 정 반대로 기운차게 검사실에 입실하고 시종일관 만면에 미소를 띠며, 검사자가 검사 지시를 마치기도 전에 충동적으로 과제 수행을 시작하고, 반응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면 검사 의뢰 사유였던 우울 장애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기술되는거지요.
그래서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초심자는 표준화된 기술 방식으로 행동 관찰 영역을 작성하는 것을 먼저 연습할 수 있지만 수검자의 모습을 좀 더 생생하게 묘사하고 싶거나 심리검사 결과와 연동하여 작성하고 싶은 분이라면 의뢰 사유를 염두에 둔 기술 방식을 고려해 보시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행동 관찰의 기술은 종합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대면 검사를 하지 않는 선별심리평가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TCI/JTCI, MMPI-2/A, SCT 등 자기 보고형 검사처럼 활용할 수 있는 검사 도구를 주로 사용하는 선별심리평가에서도 검사지를 제공할 때 orientation을 하는 절차가 있고 질문지를 직접 수령하는 과정에서도 간략하게나마 면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때 관찰한 내용을 행동 관찰 영역에 통합할 수 있습니다. 꼭 대면 검사에서 관찰한 행동 특징만을 사용하려고 고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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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나 증상이 인지 능력 부족으로 인한 것(대표적인 것이
청소년의 등교 거부 및 집단 따돌림 등의 학교 부적응 문제)으로 추정되는 경우 내담자의 인지 기능을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표준화된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죠.
하지만 지능 검사 도구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일선 현장도 많은데다 무엇보다 단순한 추정만 갖고 심리검사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지능 검사를 매번 실시한다면 폭주하는 업무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선별평가 결과를 통해 지능 검사의 추가 실시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죠.
현재 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선별심리평가의 조합은 MMPI-2/A와 SCT입니다.
MMPI-2/A로 낮은 지능을 예측하는 법에 대해서는
*
MMPI-A 내용 척도와 보충 척도로 낮은 지능 예측하기
*
MMPI-A의 타당도 척도로 낮은 지능 예측하기
와 같은 포스팅을 이미 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문장완성검사(SCT)로 낮은 지능을 예측하는 데 있어 점검해 봐야 하는 포인트를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없다', '모르겠다', '아니다' 반응 패턴
: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건 '없다', '모르겠다', '아니다' 등의 반응이 다수를 이루는 겁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하는 건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방어적 경향성과 구분하는 것이죠. MMPI-2/A와 같은 구조화된 검사 결과와 교차 검증을 해 보는 방법도 있고 무엇보다 지능이 낮은 경우는 자신이 답할 수 있는 문항에는 어떻게든 답을 쓰는데 반해 문항의 의미 자체가 이해되지 않거나 정말 모르는 경우에만 '없다', '모르겠다', '아니다'와 같은 단순한 반응으로 응답하게 됩니다.
2. 시제, 가정법 이해 불가
: 문장완성검사에는 가정법이 동원된 문장이나 과거 또는 미래 시제로 답해야 하는 문장들이 다수 있습니다. 지적 능력이 부족한 수검자는 이러한 문장에서 시제를 일치시키지 못하거나 가정법 문장에 맞는 답을 하지 못합니다. 시제와 가정법을 이해해 적절한 답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지적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3. 맞춤법 오류
: 지적 능력이 많이 부족한 경우(IQ 70미만)에는 맞춤법 오류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적 제한이 심할수록 누구나 알 수 있는 아주 쉬운 맞춤법도 제대로 알 지 못합니다.
4. 한자어, 영어 미사용
: 3번과는 반대로 경계선에서 평균 하 수준에 해당하는 수검자의 경우 문장완성검사의 반응 내용이 단순하고 구체적인 단어 이상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적 능력이 부족한 수검자의 경우 추상적인 한자어나 영어 단어 사용 빈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한자어나 영어가 하나도 없다면 지적 능력 부족을 의심해보시기 바랍니다.
5. 글씨 흘려쓰기
: 지적 능력이 부족한 수검자 중에 유독 글씨체를 흘려쓰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이중 자모음을 써야 하는 경우(특히 받침) 악필이 의심될만큼 갈겨 씁니다. 읽는 검사자야 문장의 맥락을 알고 읽기 때문에 무슨 내용을 쓰려고 한건지 짐작할 수 있지만 맥락 없이 수검자의 반응만 떼어놓고 다시 읽어봤을 때 대체 뭐라고 쓴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중 자모음을 모른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흘려쓰기 한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6. 성적이 아닌 공부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 노출
: 검사 동기가 낮지 않은데도 공부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일관되게 보고하는 경우 낮은 지능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성적이 아닌 공부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표현했는지의 여부입니다. 학력지상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성적이나 타인의 기대에 대한 심적 부담을 느끼지 않는 청소년은 거의 없으니까요. 다시 말씀드리면 성적에 대한 염려가 아니라 공부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지 확인해보셔야 합니다.
이상으로 낮은 지능을 예측할 수 있는 문장완성검사의 점검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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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청소년의 경우 자발적으로 도움을 받으러 온 경우보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의뢰된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담이나 심리평가에 의뢰되었기 때문에 자발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요즘 상담 기관들이 대부분 단기 상담 위주로 재편되는 분위기이고 그러다 보니 핵심 문제 파악 및 상담 목표 설정을 위해 선별심리평가를 routine하게 실시하는 곳이 많습니다.
문제는 충분한 검사 라포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선별심리평가(JTCI, MMPI-2/A, SCT)를 실시할 경우 저항이 심하거나 방어적으로 나오면 해석을 하기에 부적합한 결과를 얻기 쉽다는 겁니다.
이런 어려움을 예방하기 위해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할 때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MMPI-2/A를 예로 들어 설명드리자면,
1. 실시하는 검사 도구의 목적과 유용성에 대한 충분한 orientation
: 이 검사가 본인이 감추고 싶어하는 문제를 까발려서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검사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 그것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정 하기 싫으면 언제든 검사를 거부할 권리도 있다는 점 등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2. 검사 태도에 대한 orientation
: 신뢰로운 결과 해석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검자가 솔직하고 정직하게 답하는 겁니다. 자신의 문제를 과장해도, 있는 문제를 없다고 방어해도 결과를 해석하기 어려워집니다. 기껏 아까운 시간을 내 어렵게 한 검사 결과를 해석도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게 되는 일이 없게끔 검사 실시 전에 검사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게 실시한 검사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지도 못하고 사장시켜야 할 수 있으니까요.
3. 잘 모르면 아무거나 찍지 말고 그냥 가져오라고 orientation
: 지능이 낮거나 지적 자원이 부족한 경우 MMPI-A의 문항에 포함된 단어 뜻을 모르면 그냥 찍는 청소년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해 봤던 다른 많은 설문지들처럼 말이죠. 이 경우 VRIN 척도가 상승하거나 TRIN 척도가 F방향으로 상승하게 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 전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아무거나 찍지 말고 그냥 놔 두도록 orientation을 해야 합니다. 무응답 문항은 나중에 상담자와 함께 채우면 되니까요.
MMPI-2/A와 같은 구조화된 자기 보고형 검사 도구의 경우 청소년 수검자에게 실시할 때 사전에 제대로 orientation하지 않고 실시했다가 채점 후 결과를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orientation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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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선별심리평가의 심리검사도구 구성하기 : TCI/JTCI와 MMPI-2/A 조합'이라는 글에서 SCT보다는 TCI/JTCI를 더 추천한다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TCI/JTCI의 장점을 중심으로 설명을 드렸는데요. 엄연히 SCT도 종합심리평가 도구 중 하나로 널리 사용되는 검사인데다 실제로 대부분의 임상, 상담 현장에서는 여전히 MMPI-2/A, SCT 조합으로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왜 SCT를 추천하지 않는지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해 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별심리평가를 할 때 SCT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표준화된 검사가 아니기 때문
: MMPI-2/A는 정식으로 표준화되어 도입된 검사인데 그와 짝을 이루는 문장완성검사는 표준화된 검사가 아닙니다. 우후죽순 격으로 손으로 만들었는지 발로 만들었는지 모르게 남발되는 청소년용 문장완성검사 뿐 아니라 그나마 통일되어 사용되는 50문항의 성인용 버전과 33문항의 아동용 버전도 표준화된 것이 아닙니다. 50문항으로 구성된 성인용 버전마저도 가이던스에서 나온 것과 복사해서 사용되는 것의 문항 구성이 약간 다를 정도입니다. 검사 도구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표준화된 해석 방식 또한 없으니 해석자의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납니다.
-> 물론 한국심리주식회사에서 표준화한 Forer의 문장완성검사 2가 있습니다만 100문항이라는 터무니없는 문항 수도 그렇고 한국심리주식회사는 제가 신뢰하지 않는 회사이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 수검자의 의도에 따라 조작이 쉽기 때문
: 타당도 척도를 통해 보고 신뢰도를 검증할 수 있는 MMPI-2/A와 함께 실시하기는 하지만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보면 수검자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특정 영역의 문항 내용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습니다. 수검자가 전반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이고 싶거나 반대로 엄청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이고 싶을 때에는 이러한 응답 경향성이 MMPI-2/A의 타당도 척도 분석을 통해 충분히 드러나겠지만 특정 영역에 대해서만 이런 의도를 갖고 있다면 타당도 척도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내용을 물어보는 문항에 대해서만 "그런 거 없음"이라고 답했다면 L, K. S 척도가 상승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특히 MMPI-2/A 결과가 clear하지 않게 나온 경우에는 해석이 더 어렵습니다. 물론 TCI를 실시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MMPI-2/A 결과와 상반되게 나온 문장완성검사 결과를 얻은 평가자는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 반투사 검사이기 때문
: 두 번째 이유와도 관련이 있는데 문장완성검사가 선별심리평가에서 널리 사용되는 심리검사도구로 채택된 이유 중 하나는 MMPI-2/A와 SCT 모두 자기보고형검사이면서 동시에 MMPI-2/A가 구조화된 검사인 반면 SCT는 투사법 검사이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문장완성검사는 엄밀히 따지면 로샤와 같은 완전투사검사가 아니라 특정한 내용에 대해서만 답을 요구하는 반투사 검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 이유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문항의 의도가 수검자에 의해 읽힐 수 있고 당연히 방어 기제가 작동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 방어 기제가 무엇인지를 읽지 못하는, SCT에 익숙하지 않은 평가자에 의해 오독될 위험성이 큰 것이죠.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저는 선별심리평가에서 SCT 사용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당장 저부터도 이미 MMPI-2/A, TCI/JTCI 조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현장에서는 MMPI-2/A, SCT 조합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문장완성검사의 이러한 한계 때문에 점점 이를 대체하는 TCI와 같은 검사의 사용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장에서 선별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들께서는 SCT를 계속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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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 검사는 왜 하는 걸까요?
신경심리평가처럼 특수한 목적이 있는 경우와 선별심리평가로 실시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종합심리평가를 위시한 대부분의 심리평가 배터리에는 대부분 지능 검사가 포함됩니다. 지적 장애 판정 등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능 검사가 심리평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은 대충이나마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그 이유가 뭔지를 모르는 임상가가 의외로 많습니다. 의뢰가 되니 관습적으로 한다는 대답도;;;;
임상 심리학 분야에서는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 먹는 부담 충만한 검사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수가는 엄청 낮아서 제가 수련 받을 당시 실제 수가를 확인하고 충격을 받기도 했죠. 지금도 현실화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상담 심리학 분야, 특히 검사 도구의 선택권이 있는 상담 현장에서는 평가자와 내담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는 지능 검사를 굳이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종합심리평가가 아닌 경우 배터리를 구성할 때 지능 검사를 굳이 포함시켜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될 수 있죠.
그렇다면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 상황은 무엇이고 왜 실시해야 하는 걸까요?
원론적인 말씀부터 드리자면, 수검자의 인지 기능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너무 단순한가요?
인지 기능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1. 원인 탐색 상황 : 지적 제한 확인
: 지적 장애 판정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당연히 지능 지수(IQ)를 산출해야 하고(물론 DSM-5에서도 강조되고 있듯이 IQ의 중요성은 점차 감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검자가 호소하고 있는 증상이나 문제의 원인이 지적 제한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 부적응이 의심되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꼭 지능 검사를 실시할 것'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아동/청소년이 보이는 학교 부적응(왕따, 등교 거부, 성적 저하 등)의 이유가 낮은 인지적 능력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겁니다.
2. 결과 탐색 상황 : 심리적 고통감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 확인
:
수검자가 호소하는 심리적 고통감이 변별 진단을 필요로 하는 상황인지, 그러한 심리적 장해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인지 기능의 양상과 수준을 통해 가늠하고자 할 때 지능 검사를 실시합니다. 다양한 인지 기능은 수검자가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고통감의 종류에 따라, 심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영향을 받게 되니까요.
예를 들어, 수행 불안이 높을 때 저하되는 소검사와 강박 행동이 심할 때 저하되는 소검사가 다르기 때문에(물론 겹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한 profile을 확인함으로써 진단의 근거와 장해의 심각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거지요.
단순하게 IQ만 알아보기 위해 routine하게 지능 검사를 실시했던 임상가라면 지능 검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에 대해 관심을 조금만 더 가지신다면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만큼의 수고를 보상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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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초에
'학교 적응을 못하는 아동을 심리평가할 때 고려할 점'이라는 포스팅에서 학교 부적응을 보이는 아동/청소년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지적 제한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적 제한에 의한 학교 부적응을 고려할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표준화된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거지만 문제는 개인 지능 검사가 종합심리평가 내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 때문에, 평가자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지능 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만 하는 아동/청소년을 사전에 선별할 수 있다면 현장 임상가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아동/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선별심리평가 도구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MMPI-A를 활용해 낮은 지능의 가능성을 예상함으로써 지능 검사를 실시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척도는 A-las 내용 척도와 IMM 보충 척도입니다.
* 1단계 : A-las 척도의 상승 + A-las1 척도의 상승
(모 척도는 최소 60T 이상, 소척도는 최소 65T 이상 상승 필요, 70T 이상이면 가능성 up!)
A-las 척도(낮은 포부)는 16문항으로 구성된 내용 척도로 관련 연구 결과 저조한 학업 수행 및 학교 활동 참가 회피의 가장 좋은 측정치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A-las 척도에는 두 개의 소척도가 포함되는데 A-las1(낮은 성취성)과 A-las2(주도성 결여)입니다. 당연히 둘 다 높다면 좀 더 확신을 갖고 수검자의 지적 제한을 예상할 수 있지만 둘 중 A-las1 척도가 좀 더 분명하게 지적 제한 문제를 드러내는 척도입니다. 즉,
A-las 모척도가 60T 이상 상승하고 A-las1 소척도가 65T 이상 상승하면 낮은 지능을 의심해야 합니다.
조금 극단적인 반례를 들면, A-las2(주도성 결여) 척도는 상승하는데 A-las1(낮은 성취성) 척도는 상승하지 않는 경우는 낮은 지능보다 학습 의지 박약이나 수동성, 학업에 대한 무관심, 목표 상실 등의 요인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 2단계 : IMM 척도의 상승 (최소 65T 이상 상승, 70T 이상이면 가능성 up!)
IMM 척도(미성숙)는 1992년에 Archer, Pancoast 및 Gordon에 의해 개발된 척도로 총 43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척도 이름처럼 점수가 높을수록 수검자가 더 미성숙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령 증가와 부적인 상관을 보이기 때문에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바꿔 말하면 똑같은 점수일 경우 중학생에 비해 고등학생이 더 미성숙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IMM 척도에 포함된 문항들은 자신감의 결여, 통찰과 내성의 결여, 인지적 복합성의 결여, 자기 중심성, 적대감과 반사회적 태도와 같은 내용들을 포함하는데 연구 결과 남녀 모두에서 학업상의 어려움과 높은 관련을 보였습니다.
A-las 척도의 상승(+A-las1의 상승)만으로도 낮은 지능과 그에 따르는 낮은 학업 성취도, 학교 부적응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IMM 척도까지 동반 상승한 경우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처 능력 및 경험의 부재까지 겹치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1단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낮은 지능(ID보다 BIF나 BA가 더 문제)을 의심해야 하며 최소 생활기록부 점검과 발달력 탐색을 해야 하고 표준화된 지능 검사의 추가 실시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2단계에서까지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면 수검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이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심리평가와 별개로 해석상담과 부모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적 제한에 의한 학교 부적응이 야기되는 것이니 A-sch 내용 척도의 상승도 예상할 수 있지만 경험적으로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A-sch 내용 척도도 동반상승한다면 당연히 더욱 신뢰롭게 해석할 수 있지만 A-sch 척도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해서 낮은 지능에 의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없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이죠.
즉, 2단계 점검 과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낮은 지능에 의한 성적 저하와 이에 따르는 학교 부적응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A-sch 척도의 상승까지는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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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0일에 월든3 아카데미 미니 강의에서 사용한 PPT 자료입니다.
* 제 경험 상 TCI를 적용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3단계 활용법 슬라이드가 새로 추가되고 각 기질, 성격의 하위 차원 이해를 돕기 위해 중요 개념을 강조 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세부적인 내용을 다듬은 최신 버젼입니다.
(주) 마음사랑에서 나온 TCI 매뉴얼의 순서와 내용에 충실하게 구성했기 때문에 매뉴얼이 너무 난삽하게 느껴지는 분들이나 매뉴얼을 이미 읽었지만 핵심만 다시 살펴보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좋습니다.
슬라이드의 갯수가 100장이 넘는 양이지만 이는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는 '척도의 구성과 내용' 영역 때문이라서 실제 강의 분량은 3~4시간 가량에 불과합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TCI 개관
* TCI의 이론적 배경
* 한국판 TCI의 표준화
* TCI의 척도 구성과 내용
* TCI의 실시와 채점
* TCI의 해석
월덴 3를 자주 들르시는 분들이라면 제가 TCI를 얼마나 애정하는지 잘 아실겁니다. 그만큼 강력하고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질 및 성격 검사도구이죠. 개인적으로 MBTI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TCI의 사용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포스팅을 한 적이 있죠.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고요.
*
'[심리척도]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TCI) 간단 요약'
*
'성격 장애 진단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심리검사도구 TCI'
*
'TCI와 MMPI-2로 살펴본 반사회성 성격장애 양상'
*
'선별심리평가의 심리검사도구 구성하기 : TCI/JTCI와 MMPI-2/A의 조합'
얼마든지 첨삭 등 수정이 가능하도록 PDF가 아닌 PPT 파일로 올립니다. 인용 출처만 남겨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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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 분위기가 단기 상담, 구조화된 상담 위주로 바뀌는 추세이기 때문에 덩달아 심리평가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물론 여건 상 종합심리평가를 하지는 못하고 MMPI-2/A, SCT 조합으로 구성한 선별심리평가 결과를 상담 전에 routine하게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담자를 배정받은 상담자는 자신과 상관없이 실시된 선별심리평가 결과를 손에 쥐고 상담을 시작하게 되는데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심리검사 실시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이 때 주로 활용하는 검사는 HTP이며 심리검사에 익숙한 상담자의 경우 로샤, TAT 등을 추가로 실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로샤 검사의 경우 Exner 방식의 구조적 요약 해석에 익숙한 상담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반응과 inquiry에 입각한 내용 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해석합니다.
문제는
비구조화된 검사 결과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가설을 설정, 검증, 채택/기각하는 과정 대신 배경 정보나 상담 내용 등과 일치하는 내용만 선택적으로 활용하게 되어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상담자가 맥락 정보를 다루는데 익숙해질 수 밖에 없는 훈련 과정 때문인데 선입견과 편향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구조화된 검사 활용에 치중할 필요가 있고 특히 구조화된 검사의 대표격인 MMPI-2/A의 결과 해석 공부에 주력해야 합니다.
투사법 검사를 공부하는 것, 특히 로샤의 구조적 요약 해석을 공부하는 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만큼 객관적인 검사의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숙지하는 것도 상담자에게는 중요하다는 점을 아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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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완성검사는 종합심리평가(Full Battery) 뿐 아니라 선별심리평가를 할 때에도 MMPI-2/A와 조합으로 사용될 만큼 활용 빈도가 높은 심리검사도구입니다.
완전한 형태의 투사법 검사는 아니지만 자기 보고형 검사로 사용할 수 있어 대면 검사 시간과 평가자의 심리적 부담을 모두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심리평가 대상에 따라 성인용, 청소년용, 아동용으로 나눌 수 있으며,
성인용은 '한국 가이던스'에서 나온 상업용 버전(50문항)과 50번째 문항이 '나의 능력은~'으로 시작되는 버전이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몇 가지 변형된 버전이 존재하지만 거의 이 두 가지 버전으로 통일된 상태이며 다른 버전의 성인용 문장완성검사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두 번째 버전은 월덴 3의 자료실에서도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성인용 문장완성검사를 다운로드 받으실 분은
클릭!
아동용 버전은 마지막 문항이 '내가 만일 동물로 변할 수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33문항 버전이 가장 많이 사용되며 역시 이 버전으로 통일된 분위기입니다. 다른 버전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있다 하더라도 워낙 조악한 형태라 이 버전과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아동용 문장완성검사도 월덴 3 자료실에 있습니다. 아동용 문장완성검사를 다운로드 받으실 분은
클릭!
정작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청소년용 버전인데 33, 37, 38, 40, 42, 47, 50, 100문항에 이르기까지 변형된 버전이 다수 존재합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내용이 엉터리라서 문제입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제작자의 주관이 개입된 문항이 많고, 특정 반응을 유도하는 문항이 포함된 버전도 많습니다. 게다가 내용분석을 할 때 흔히 사용되는 네 가지 영역으로 분류하기 애매한 문항들이 섞여 있어서 평가자의 골머리를 썩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청소년용 버전을 과감히 포기하고 초등학생까지는 아동용 버전을, 중학생 이후로는 성인용 버전을 사용합니다. 중학생에게 성인용 버전을 사용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성'에 대해 묻는 2문항 정도인데 해당 사항이 없거나 불편한 건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고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거친 후 실시하게 하면 거부감 없이 작성합니다.
지적 장애가 의심되거나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해 성인용 버전을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아동용 버전을 사용하면 됩니다.
청소년에게 딱 들어맞는 버전이 새롭게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에 아동용과 성인용을 청소년에게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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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병원 장면에서는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변별 진단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은데다 증상이 심각한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그렇죠.
그런데 상담 장면에서는 처음부터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할 정도의 심각한 내담자가 아직까지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죠(물론 앞으로는 점차 양상이 바뀔 겁니다).
이런 경우 종합심리평가 대신 선별심리평가를 먼저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종합심리평가의 나머지 검사를 실시하거나 선별심리평가만으로 검사를 종결하기도 합니다.
대개의 선별심리평가는 검사의 편이성과 비용, 양쪽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 보고형 검사도구를 주로 사용하죠.
지금까지는 MMPI-2/A, SCT가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도구였습니다. 둘 다 자기 보고형 검사라서 내담자가 집에서 미리 해 올 수가 있고 비용도 저렴한 편이니까요.
그런데 상담 장면에서는 임상적인 문제 뿐 아니라 대인 관계 갈등이나 역동적인 문제가 궁금한 경우가 많고 성격적인 양상을 살펴보고 싶은 내담자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별심리평가 도구 중 하나로 TCI/JTCI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문장완성검사(SCT) 대신 TCI/JTCI와 MMPI-2/A 조합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둘 다 상용화된 검사 도구라서 내담자에게 검사 실시에 대한 orientation을 할 때도 편하고 둘 다 결과 프로파일이 산출되는데다, 무엇보다도 TCI/JTCI는 기질과 성격을, MMPI-2/A는 심리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궁합이 잘 맞습니다.
문장완성검사도 내면의 역동을 잘 보여주는 검사이기는 하지만 네 가지 영역의 내용 분석 범주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해석 기준이 없는 반 투사검사라서 경험이 많고 내공이 쌓인 평가자가 아니라면 해석하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죠.
그래서 TCI/JTCI와 MMPI-2/A를 선별심리평가에서 우선 활용하고 그 결과에 따라 문장완성검사를 포함한 나머지 검사를 추가하는 방식을 추천 드립니다.
몇 번만 사용해 보시면 제가 추천하는 이유를 금방 아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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