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치료가 다루는 '사고'에는 세 가지 접근 수준이 있는데 각각 '부정적 자동 사고', '내재된 가정과 규칙', '핵심 신념'입니다.
'부정적 자동 사고'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표면 수준이고 그 다음이 '내재된 가정과 규칙', 가장 깊은 수준이 '핵심 신념'입니다. 도식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부정적 자동 사고 -> 내재된 가정과 규칙 -> 핵심 신념
1. 부정적 자동 사고
: 우울이나 불안 같은 감정적 고통을 겪을 때 특정 상황과 관련하여 자신도 모르게(자동적으로)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을 부정적 자동 사고라고 합니다.
* 부정적 자동 사고가 세계관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내담자의 경우 의식적으로는 전혀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 때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세계관과 다르게 행동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함으로써 부정적 자동 사고를 알아채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 내담자가 항상 자신을 다른 사람의 뒤에 놓으며 그게 자신의 방식이라고 하면 상담자는 "변화를 위해 당신 스스로를 가장 앞에 두는 상상을 해 보세요. 그런 상상을 하면 무슨 생각이 드세요?"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한다면 이기적으로 비춰질거에요. 다른 사람들의 이익보다 제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의미니까요"라는 내담자의 응답을 통해 부정적 자동 사고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 '만약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식으로 내담자가 자신의 생각을 질문 형식으로 표현하는 경우, 상담자는 애매모호함을 없애기 위하여 이러한 질문들을 명확한 진술문으로 바꾸어 보도록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선생님이 나를 도와주지 못하면 어쩌지? 상담이 시간 낭비라면 어쩌지?' -> '이 선생님도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다른 상담자들처럼 나를 도울 수 없을 것이다, 상담은 시간 낭비가 될 것이고 나는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게 나을 것이다'처럼 평서문으로 바꿔보는 것이죠.
* '뜨거운 생각'
: '뜨거운 생각'은 감정에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생각으로 감정적인 발산을 이끌어 냅니다. 부정적 자동 사고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상담 중에는 항상 주의깊게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 자동적 사고를 찾기 위해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흔히 어떤 생각이 마음 속에 스쳐 지나갔냐는 식의 질문을 하게 되는데 내담자는 흔히 반문하는 의문문으로 대답하곤 합니다(예; '왜 이런 일이 항상 나에게 일어나지?'). 반문하는 의문문은 답을 구하는 질문이 아니라 감정으로 가득 찬 뜨거운 생각입니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내담자들 스스로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게 함으로써 내재된 뜨거운 생각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2. 내재된 가정과 규칙
: 행동의 방향과 기준을 정하여 따라야 할 법칙을 만든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가정과 규칙이 여러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부정적 자동 사고와 핵심 신념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에 Beck은 이를 '중간 신념'이라고 불렀습니다.
* 내재된 가정과 규칙 찾아내기
- 내재된 가정 : '만약 ~한다면, ~일 것이다(if ~ then)'라는 가정 결과의 구성물 형태 문장이 자주 나타남
- 규칙 :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 문장이 자주 나타남. 대개는 숨어 있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이란 말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음.
* 내재된 가정과 규칙이 사용되는 이유
: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핵심 신념(예; 나는 무능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
* 내재된 가정과 규칙이 초점을 맞추는 세 가지 주된 주제
- 수용 : 예) '사랑받을 수 없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 능력 : 예) '나의 존재는 성취 여부에 달려 있어'
- 통제 : 예) '나는 도움을 청할 수 없어. 내가 다 해야 해'
* 긍정적인 기분 변화 탐색하기
: 내담자가 한 가지 일로 유난히 기분이 좋을 때, 거기에 대해 질문함으로서 내재된 규칙에 쉽게 이를 수 있습니다. 역기능적인 내재된 가정과 규칙이 잘 작동하는 듯 싶을 때 내담자는 강한 심리적 보상을 받기 때문에 흔히 기분이 고조됩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과제를 제 시간에 처리해서 상사에게 '잘했다'는 말을 들은 내담자가 매우 기쁘다고 이야기하면서 '하루 종일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고 한다면 내담자의 고조된 기분 뒤에 숨은 원인들을 찾아내기 위해 좀 더 파고들 수 있습니다. 칭찬을 받는다는 것이 내담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에 대해서 말이죠.
3. 핵심 신념(심리 도식 또는 스키마)
: 생각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과잉 일반화되어 있고 무조건적입니다. 주로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형성되며 관련된 사건이 생길 때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핵심 신념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핵심 신념을 확인해주는 정보는 받아들이나 그와 반대되는 정보는 거부하는 식으로 정보를 왜곡하여 처리하게 됩니다.
* 핵심 신념의 대상
- 자신 :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야'
- 다른 사람 : '다른 사람은 믿을 수가 없어'
- 세상 : '모든 상황은 나에게 적대적이야'
* 성격 장애 환자의 경우 오래 지속된 융통성 없는 핵심 신념을 알아내고 수정하는 작업을 치료 초반부터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믿음이 광범위한 상황에서 활성화되므로 거의 영구적인 관점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Davidson(2000)이 말한 것처럼 성격 장애에서는 자동 사고가 곧 핵심 신념입니다.
* 내재된 가정/규칙과 핵심 신념 한꺼번에 찾아내기
: 어떤 생각이 내담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 것이 흔히 중간 신념(가정/규칙)을 이끌어 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내담자에 관하여'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것은 대개 핵심 신념을 드러나게 합니다.
* 인지 치료의 치료 전략 단계
: 초기에는 주로 부정적 자동 사고에 개입하지만 점차 내재된 가정이나 규칙, 그리고 핵심 신념으로 접근하는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출처 :
'인지치료에 대해 알고 싶은 100가지(Cognitive Therapy : 100 Key Points and Techniques, 2004)'의 내용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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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는 내담자가 상담 초기에 불평이나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문제를 논의하는데 주저하는지, 상담자의 자질을 지나치게 궁금하게 여기는지, 확실히 치유된다는 것을 자꾸만 확인하려고 하는지, 상담이나 심리치료에 대해 회의적인지, 자조 개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왜냐하면 상담자에 대한 전이가 내담자가 갖고 있는 스키마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전이 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내담자의 스키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무능력(회피적) 스키마
: 이 전이 스키마를 갖고 있는 내담자는 어려운 주제와 감정을 회피합니다. 이들은 대체로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상담자가 자신을 거부할 것이라는 기미를 찾습니다. 과제를 올바로 하지 않으면 상담자가 자신을 비난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행동을 직면하는 과제를 하기 싫어합니다.
* 무력감(의존) 스키마
: 이 전이 스키마를 갖고 있는 내담자는 끊임없이 확인하려 합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이들은 '느낌'에 대해서 자주 불평합니다. 회기 사이에 상담자에게 자주 전화를 하며 계획에 없던 회기를 연장하려고 시도하기도 합니다. 과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과제가 소용이 없다고 믿으며 상담자가 휴가를 가면 당황해합니다.
* 통제에 취약(수동 공격적) 스키마
: 이 전이 스키마를 갖고 있는 내담자는 회기에 지각하거나 자주 결석합니다. 인지 '수정'을 상담자의 통제로 간주합니다. 그러면서도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를 꺼립니다. 이들의 목표, 느낌, 생각은 전반적으로 모호한데 특히 상담에 대한 입장이 그렇습니다. 과제를 하거나 상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깜빡하기도 합니다.
* 책임감(강박적) 스키마
: 이 전이 스키마를 갖고 있는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이 '지저분'하고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자신을 비이성적이고 비구조적이라고 비난합니다. 상담 중에는 즉시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하고 과제를 완벽하게 해야 하는 시험으로 간주합니다.
* 우월성(자기애적) 스키마
: 이 전이 스키마를 갖고 있는 내담자는 회기에 자주 지각하거나 결석합니다. 상담 비용 지불을 자주 깜빡합니다. 상담자와 상담을 얕보곤 합니다. 자신에 대한 특별한 대접을 기대하며 문제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모욕적이라고 느낍니다.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담이 소용없다고 믿습니다.
* 매력(연극적) 스키마
: 이 전이 스키마를 갖고 있는 내담자는 울다가 웃고 화내는 등 급격히 변하는 감정 표현에 몰두합니다. 외모, 느낌 혹은 자신의 주 문제로 상담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려 합니다. 이성적인 접근을 거부하고 타당성만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출처 : '인지치료에서 저항의 극복'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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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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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지치료학회의 창시자이자 국제 인지치료학회의 회장을 역임한 Robert L. Leahy가 쓴 이 책의 핵심 주제는 바로 '저항(Resistance)'입니다.
사실 저항이라는 주제는 정신역동적 치료에서 핵심적이었고 상대적으로 인지, 행동적 접근에서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지치료자들도 그것의 이름이 저항, 비협조, 비순응 그 무엇으로 불리든 실체가 존재한다는 것만큼은 별로 의심하지 않았죠. 이 책은 인지행동치료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저항을 다룬 결과물입니다.
Robert L. Leahy는 정신분석가이자 인지행동치료자로서 절충 통합적 치료자로서의 면모를 이 책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임상가들이 '저항'으로 구분하는 거의 모든 내용을 총망라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저항에 대한 이론과 기본적인 개념을 다루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저항의 차원을 '타당성 저항', '자기일관성', '스키마 저항', '도덕적 저항', '희생양 저항', '위험 회피와 우울증적 저항', '자기 불구화'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고 3부에서는 '인지치료와 역전이'라는 제목 하에 역전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인지치료에서 역전이를 어떻게 치료적으로 활용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것은 제목처럼 인지치료에서 저항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고 그것을 치료 과정에서 어떻게 다루는가였는데 저자의 치료자 정체성 때문인지 몰라도 저항에 대한 comprehensive handbook을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스키마를 통해 저항을 탐지하고 자동적 사고 교정을 통해 저항을 다루는 내용도 있습니다만 제가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항'을 총론 차원에서 일별하고 싶은 임상가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제가 2007년에 소개한
'지금-여기에서의 전이분석(1993)'과 함께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
최영희 선생님이 단독으로 번역하신 걸로 되어 있지만 역자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5년 동안 ACT 인증 인지행동치료 연수 과정의 연수생들이 각 장을 나누어서 초벌 번역을 한 것을 다시 원문과 비교한 것입니다. 원래 공동 번역된 책의 번역 quality는 단독 번역본에 비해 떨어지게 마련인데 이 책은 괜찮습니다. 읽기에 그리 껄끄러운 수준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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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나 상담에서 임상가들은 내담자가 갖고 있는 스키마를 찾아내고 분석하려고 애씁니다. 인지행동치료자라면 더더군다나 그런 작업이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임상가도 사람이고 당연히 스키마를 갖고 있습니다. 역시나 당연히 임상가의 스키마가 상담자와 내담자의 치료 관계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지요.
그러니 상담자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치료자 schema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리했습니다.
스키마(Schema) 목록
* 기준 요구
: "내 모든 내담자를 치료해내야만 한다. 나는 항상 높은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내 내담자는 치료적 작업을 뛰어나게 해내야만 한다. 우리는 결코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 특별한, 우월한 사람(자기애적 스키마)
: "나에게는 성공할 만한 특권이 있다. 내담자들은 내가 그들을 위해 하는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 내가 상담을 할 때 지루해져서는 안 된다"
* 거절 민감
: "갈등은 당혹스러운 것이다. 그러니 내담자를 괴롭히는 문제를 제기하지 말아야 한다"
* 버림받음
: "만일 내 상담을 힘들어한다면 내담자는 나를 떠나버릴 것이다. 내담자가 상담을 종결하려고 하면 당황스럽다. 모든 내담자들이 나를 떠날 것이다"
* 자율성
: "나는 내담자에게 조종당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내 동작, 느낌, 내가 말하는 것이 제한을 받는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행하거나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끔 나는 상담에서 나 자신을 잃을까 봐 염려된다"
* 통제
: "나는 내 주변이나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통제해야만 한다"
* 비판
: "어떤 사람은 근본적으로 나쁜 사람이다.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벌을 받아야만 한다"
* 피해의식
: "내담자들은 내게서 뭔가 쉽게 얻으려고 한다. 나는 이용당하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 그들을 항상 믿을 수는 없다"
* 승인 욕구
: "나는 내담자가 나를 좋아하기를 바란다. 만약 내담자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면 그것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타인을 좋아해야 할 필요성
: "내가 내담자를 좋아하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내담자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한다. 우리는 친구처럼 함께 가야 한다"
* 억제
: "나는 내담자에게 내 생각과 느낌을 알리고 싶지 않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싶지 않다. 나는 상담 시간 동안 감정적으로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 무력감
: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실수할까 두렵다. 내가 정말로 능력이 있는지 고민이다. 가끔 나는 포기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목표 억제
: "내담자는 내가 목표를 성취하는데 방해가 된다.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이다"
* 지나친 자기희생
: "나는 내담자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 나는 그에게 더 나은 느낌이 들게 해 주어야만 한다. 대개 내담자의 욕구는 내 욕구보다 우선한다. 나는 가끔 그의 요구를 어떤 것이라도 들어줘야 한다고 믿는다"
* 감정 억압
: "나는 내가 진정으로 느끼는 것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내담자와 함께 있을 때 좌절감을 느낀다. 나는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출처 : 'Overcoming Resistance in Cognitive Therapy' by Robert L. Leahy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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