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소척도에도 겉으로 볼 때 비슷해 보이는 척도들이 꽤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신체적 기능장애(D3)'와 '신체증상 호소(Hy4)' 척도입니다.
우선 각 소척도의 공식적인 해석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 신체적 기능장애(D3)
: 자신의 신체 기능에 대한 집착, 자신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함
* 신체증상 호소(Hy4)
: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다른 사람들을 향한 적대감의 표현을 부인함
신체 증상을 호소한다는 측면에서는 두 척도가 일견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두 척도는 많이 다릅니다.
신체적 기능장애(Physical Malfunctioning, D3) 척도는 자신이 약하다는 느낌, 식욕 상실, 체중 변화, 에너지 저하,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서 상승하며 'depressive somatization'을 반영하기 때문에 다분히 우울과 관련된 신체 증상에 국한됩니다.
신체증상 호소(Somatic Complaint, Hy4) 척도는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경우 상승하지만 2번 척도보다는 1번 척도와 상관이 더 높은 문항들로 구성됩니다. 'somatic conversion'을 반영하기 때문에 대개 신체화 방어 기제와 관련 있으며 신체 증상을 통해 관심을 끄는 등의 이차적 목적이 동반됩니다. 1번(Hs) 임상 척도와 HEA 내용 척도가 다소 모호하면서도 일반적인 신체적 불편감 호소라면 Hy4 척도는 비교적 구체적인 증상 호소입니다.
그래서 신체적 기능장애 척도만 유의미한 경우 신체 기능 이상을 동반한 우울 장애를 고려해야 하며 신체증상 호소 척도만 유의미한 경우에는 미성숙한 방어 기제인 신체화 방어 기제를 통해 관심 끌기 등의 이차 이득을 얻으려는 건 아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일차로 Hea2(A-hea2) 척도가 상승하지 않는지 확인하세요.
위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신체적 기능장애 임상 소척도 : depressive somatization, 우울 관련 신체 증상 국한
* 신체증상 호소 임상 소척도 : somatic conversion, 구체적이지만 이차적 목적 동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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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Hypochondriasis라는 어려운 용어로 불리던 건강 염려증은 DSM-5로 넘어 오면서 Illness Anxiety Disorder라는 보다 직관적인 용어로 간판이 바뀌었습니다.
참고로 예전의 신체화 장애 진단은 DSM-5에서 Somatic Symptom Disorder로 바뀌었는데요. 이 두 장애는 건강에 대한 염려는 둘 다 있으나 구체적인 신체 증상 호소가 있느냐의 여부(Somatic Symptom Disorder가 있음)로 구분합니다.
다시 말하면 건강에 대한 염려는 둘 다 기본적으로 있는 것이죠. 신체화 증상을 호소하거나 신체화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 내담자를 만날 때 직접적인 신체 증상 호소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염려가 있는지를 미처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잊지 말고 체크하셔야 합니다.
서론이 길었고요.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건강 염려가 심한 경우, 즉 Illness Anxiety Disorder로 진단할 수 있는 정도의 내담자도 굉장히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양상으로 구분된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경우는 관심이나 지원을 받기 위해 건강에 대한 염려를 하는 내담자입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함으로써 주변 사람의 우려와 걱정을 유발시키고 이렇게 끌어들인 관심을 통해 자신이 안전하다는 확인을 받는 사람이죠. 주변에 이 내담자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특징적이고(특히 희생 정신이 강한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신을 도와줄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고 의심합니다.
두 번째 경우는 주변 사람 누구도 나를 챙겨줄 수 없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 몸이 중요하고 그러니 큰 병이 걸리거나 하지 않도록 평소에도 조심하고 미리미리 챙겨야 한다고 믿는 내담자입니다. 앞의 경우와 반대로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별로 없으며 가족 친지들마저도 냉담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내담자를 챙기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경우를 어떻게 구분할까요? 당연히 전자의 경우가 임상적으로 더 흔히 볼 수 있으며 신체화 증상 호소를 동반하는 일이 많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신체화 증상 호소가 드뭅니다. MMPI-2에서 신체증상호소, 신체화 장애 척도가 상승하지 않으며 SCT에서도 건강에 대한 염려는 보고되는 반면 통증을 비롯한 신체 증상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로샤 검사에서도 AN 반응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히려 TCI에서 위험회피기질이 상승하거나 MMPI-2에서도 불안 수준이 높은데 비해(특성 불안, 상태 불안 모두 상승) 일반적인 건강 염려 소척도만 단독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장완성검사의 내용도 미래에 대한 불안, 혼자 외롭게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보고하는 빈도가 높고요.
상담 장면에서도 첫 번째 경우는 끊임없이 상담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경우는 신체 증상을 그다지 호소하지 않으며 설사 신체 증상이 있다고 해도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trust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상담자가 자신을 지지할 것이 확실한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testing하려 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경우는 내담자가 호소하는 신체 증상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신체 증상으로 얻게 되는 이차적 이득을 탐색하고 이를 건강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낫습니다. 반면에 두 번째 경우는 내담자의 건강 염려에 일부러라도 초점을 맞추고 무조건적인 수용과 공감적인 경청,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두 번째 경우의 내담자는 아무도 자신의 걱정과 염려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상담자 또한 그럴 것으로 생각하기에 초기에는 상담자의 의도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동일한 Illness Anxiety Disorder 내담자라고 해도 양상에 따라 초기 접근법이 정반대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양상의 내담자인지 심리평가 결과를 통해 어느 정도 규명하고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달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전자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후자의 경우는 드문 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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