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평가 해석 상담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묻는 선생님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만큼 심리평가가 상담자의 업무 영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해서 의뢰자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넘기고 나면 그 뒤는 별로 생각할 일이 없는 임상 영역과 달리 상담에서는 심리평가 해석 상담을 대부분 주 상담자가 담당하기 때문이죠.
정답은 저도 모릅니다만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네요. 결국 해석 상담도 상담이라는겁니다. 모든 문제는 해석 상담이 일반 상담과 다르다고 또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물론 해석 상담은 심리평가 결과를 내담자와 나누는 상담이기 때문에 일반 상담과 조금은 다른 부분도 존재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심리평가 해석 상담의 포인트를 몇 가지 정리해보자면,
1. 심리평가 결과를 긍정적으로 포장하려고 애쓰지 말 것
: 심리평가는 수검자에게 고통을 주는 증상(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야기할 것으로 추정되는 원인을 추론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수검자의 강점 영역보다는 개선이 필요한 문제 영역을 주로 다룰 수 밖에 없습니다. 지지적 상담을 하는 상담자일수록 수검자가 받을 심리적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가능하면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려고 애쓰지만 대개는 효과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강점을 몰라서 내지는 상담자로부터 강점을 확인받고 싶어서 찾아오는 내담자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으로 포장하려는 노력은 대개 '좋은' 상담자가 되고 싶은 상담자의 욕구 투영 결과일 뿐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좋은 상담자보다 유능한 상담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담담하게 상담할 것
: 해석 상담 시 상담자가 내담자를 지나치게 안심시키려고 하거나 반대로 별 일 아니라는 식으로 포장하면 오히려 내담자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결과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포장하지 말고 날 것 그대로 내담자에게 전달한다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행히 내담자가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 생각보다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으나 그건 불가피한 결과이고 내담자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그리고 해석 상담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고 내담자의 충격을 다룰 기회는 있습니다. 내담자가 충격받을 걸 겁내서 포장하는 건 상담자에 대한 신뢰만 저하시킵니다. 이는 대개 상담자가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자신감이 부족하더라도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합니다. 자신의 두려움과 타협하지 마세요. 내담자에게는 당신 밖에 없습니다.
3.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만 모든 시간을 할애하지 말 것
: 해석 상담의 포인트는 '해석'이 아니라 '상담'입니다. 그래서 제가 제목을 해석 상담도 결국 상담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고요.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만 중요하다면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내담자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꼼꼼하게 작성해서 주면 끝이겠지요. 하지만 아닙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심리평가 결과를 듣고 내담자가 받은 상처, 충격, 통찰, 상실감, 불안감 등을 다루는 것이 해석 상담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내용 전달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면 안 됩니다. 시간 안배를 적절히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포장으로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최대한 쉬우면서도 담담하게 결과를 전달하고 나머지 시간을 내담자의 감정을 다루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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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니 강의에서는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라면 꼭 알고 있어야 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함께 살펴봅니다. 바로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해석 상담'이 그것이죠.
많은 임상가, 특히 상담자들이 심리평가라고 하면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많은데 심리검사를 실시할 때에도 검사실 세팅, 검사 라포의 형성, 수검자에게 적절히 반응하는 법 등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또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및 해석 상담 시 유의할 점, 보고서와 검사 자료의 보관 및 전송 등 심리평가와 관련해서 알아야 할 세세한 내용들이 많죠. 그래서 이러한 내용을 한꺼번에 총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상담을 주로 하기는 하지만 심리평가에도 관심이 많고 관련 내공을 올리고 싶은 임상가에게 추천하는 강의입니다.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심리평가 3종 세트
* 다루게 될 구체적인 내용
: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해석 상담의 노하우
* 일시 : 2020년 5월 1일(금) 14:00~18:00(4시간)* 장소 : 서울 신도림역 인근 월든3 아카데미
* 인원 : 이메일 도착 선착순 8명 마감되었습니다
* 비용 : 1인 당 5만 원(음료, 주차권 포함)
* 특징 : 강의 내용 녹음 가능, 예약 취소 시점과 상관 없이 무조건 100% 환불
# 정원 미달 시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단 예약한 인원이 강의 전 모두 취소하고 1명만 남더라도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 예약 취소가 두 번 누적되는 분은 월든3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모든 미니 강의 신청을 영구히 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평가를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2.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수련생(온라인 시스템 캡쳐 필)
3. 국가공인 자격증(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졸업 후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gmail.com)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충족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필)
-> 제게 supervision을 받고 있거나 받은 적이 있다고 해도 매번 알려주셔야 합니다.
-> 자격 인증을 하지 않았는데 선착순에서 밀리면 구제하지 않습니다.
* 선착순으로 정원 안에 들어온 분들께는 마감 후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덧. 예약 취소가 자유롭고 취소에 따른 불이익이 별로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예약 후 취소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미니 강의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강력한 취소 불이익 옵션을 적용합니다. 예약 취소를 두 번(연속 취소가 아닙니다. 총합 두 번입니다)하는 분은 앞으로 월든3 아카데미의 미니 강의를 영원히 들으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들어야겠다는 분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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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과 상담의 직능이 다르다고는 해도 이미 간극이 많이 좁혀졌고 앞으로 더욱 그럴 것이기 때문에 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도 심리평가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임상심리학자에게 심리평가를 아웃소싱하는 상담자들은 점점 일하기 힘들어질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자도 심리평가를 잘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선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해석 상담을 모두 하겠다는 자세부터 확립해야 합니다.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한 후 해석 상담까지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다음에 심리평가를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험치를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임상이 상담보다 심리평가를 잘 하는 이유는 별 거 없습니다. 수련 기간 동안에 미친듯이 심리검사(수련 과정 중에 해석 상담까지 하는 임상심리 수련 레지던트는 거의 없을테니 제 기준으로 임상도 제대로 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심리검사만 미친듯이 하고 있을 뿐이죠)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상담자가 상담이 어렵다고 느끼는 건 일의 특성 상 심리평가처럼 상담 사례를 급격하게 늘릴 수 없어서입니다. 그러니 심리평가를 잘 하고 싶으면 무조건 심리평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만약 제가 상담심리학회 수련을 받고 있다면 저는 제가 수련받고 있는 기관의 모든 심리평가를 담당하겠다고 자청할 겁니다.
제가 보통 심리평가의 감을 잡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례 수가 최소 1,000 케이스 정도인데 일 년에 100케이스씩 소화해도 10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담자 중 1년에 100케이스의 심리평가를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나요? 아마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을 겁니다. 그러니까 직접 경험이 적으면 그만큼 간접 경험이라도 늘려야 합니다. 모든 사례 회의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거죠. 제가 진행하는 group supervision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아시겠지만 저는 당일에 참석하지 않거나 시간에 늦는 것에 대해 아무런 penalty를 부여하지 않고 뭐라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철저히 본인 손해니까요. supervision 자체가 당일 무산되지 않는 이상 저는 전혀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지금도 꼬박꼬박 한 달에 최소 160개에서 최대 200여 개의 새로운 심리평가 데이터를 제 머릿 속에 차곡차곡 쌓고 있는 중이니까요.
자, 그러면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일반적인 상담자가 저처럼 사례 수를 늘릴 수는 없을테니 열악한 상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편법 두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 심리검사의 실시 순서와 해석 순서를 일치시킬 것
우리가 개인 PT를 받으러 가면 인바디 측정을 한 뒤 트레이너가 최적의 운동 순서를 가르쳐 줄 겁니다. 나중에 자유 운동을 할 때도 그 순서를 따를 거구요. 왜냐하면 그게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 운동 순서니까요. 마찬가지로 심리검사 실시 순서를 정하고 그 순서대로 해석하면 시간도 단축되거니와 일종의 흐름이 생기면서 나름의 해석 노하우가 생기게 됩니다. 자기보고형 검사지를 주로 사용하는 상담 장면의 특성 상 수검자에게 특정 순서대로 작성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자신만의 해석 순서는 정할 수 있겠죠.
종합심리평가를 기준으로 제가 수검자에게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해석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TCI/JTCI -> MMPI-2/A -> SCT -> BGT -> 지능 검사 -> 그림 검사(KFD 포함) -> 로르샤하(TAT, CAT 포함)
저는 항상 이 순서대로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이 순서대로 해석합니다. 이 순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의 조합으로 정한겁니다.
* 구조화된 검사(객관적 검사) -> 비구조화된 검사(투사 검사)
* 자기보고형 검사 -> 대면 검사
* 의식 수준의 검사 -> 무의식 수준의 검사
* general한 검사 -> special한 검사
깔대기 모양으로 밖에서 안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겁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수검자의 응답지를 먼저 보고 그 다음에 결과지를 해석합니다.
2. 수검자의 개인 정보를 가능한 한 보지 말고 심리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연습을 할 것
이건 전통적인 심리검사 결과 해석 방법과 배치됩니다. 대부분의 심리검사 해석법에서는 수검자의 개인 정보와 맥락을 고려하여 해석할 것을 제안하니까요. 저도 압니다. 하지만 이건 사례 수가 많은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정석이고요. 심리평가 사례 수가 태부족인 상담자들은 배경 정보 없이 해석하는 blinded interpretation이 더 효과적으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훨씬 더 난해하고 막막하게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고비만 넘어서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실력이 늘어납니다. 이것도 제가 상담으로 넘어오면서 실제 효과를 본 방법이에요. 대형 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임상심리전문가가 되었지만 상담으로 넘어오니 제가 그동안 익혔던 케이스에 대한 노하우가 거의 쓸모가 없더군요. 대상군이 완전히 다르니까요. 조현병, 분열정동장애, 양극성 장애 환자가 아닌 도박 중독, 애착 외상에 의한 Delayed PTSD, 성격 장애 등을, 그것도 변별 진단이 아닌 치료적 개입을 위한 formulation을 새로 해야 했으니까요. 상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심리평가의 틀을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blinded interpretation입니다.
물론 2만 사례 이상 쌓인 지금은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몰아부치지는 않지만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여전히supervision을 할 때는 지금도 개인 정보를 가능한 한 보지 않고 검사 결과만으로 formulation을 하고 그 다음에 배경 정보와 맞춰보는 역순서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외부로 group supervision을 나가도 일반 상담 수퍼비전과 달리 미리 자료를 받지 않고 현장에서 즉문즉답을 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고요.
조금 무식해보이는 방법이지만 짧은 시간 내에 실력을 급격하게 올리는데는 확실히 효과적이니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리해 보자면, 심리평가 실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제 노하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심리검사 결과를 보는 routine을 정해서 속도를 높일 것
2. 개인 정보를 최대한 보지 않고 검사 결과만으로 formulation하는 blinded interpretation 연습을 할 것
모든 분에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저에게는 확실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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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의 F척도는 임상 척도와 상관이 높기 때문에 임상 척도, 특히 정신증 4척도(psychotic tetrad)라고 부르는 6, 7, 8, 9번 척도가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임상 척도들이 유의미하게 상승했을 때 F척도도 유의미한 수준이라면 심각성을 어느 정도 감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6-7-8-9 척도들이 패턴 상승했을 때인데요. 이 때 F척도가 높게 상승했다면 수검자의 문제가 정신증일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죠. 수검자가 증상을 과하게 호소하고 이것이 F척도에 반영되어 상승했다면 F척도와 상관이 높은 임상 척도, 그 중에서도 6-7-8-9 척도가 반응하여 동반 상승했을 수 있거든요. 수검자에게 약물 치료를 병행할 지의 여부는 상담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임상 척도와 F척도는 반드시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반대로 6-7-8-9 척도군이 상승했는데 F척도가 유의미하지 않다면 과장없이 순수하게 증상을 드러낸 것이므로 수검자가 실제로 정신증이거나 정신증 관련 증상을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F척도는 유의미한데 상승한 임상 척도가 하나도 없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F척도가 상승했다는 건 수검자가 고통을 호소했다는 말이고 평가자는 수검자가 호소하는 내용이 임상 척도에 어떻게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하는데 정작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한 임상 척도가 전혀 없다면 이는 수검자가 호소하는 문제가 임상적 진단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고 더 나아가서 코드 패턴 분석을 할 수 없는 경우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재구성 임상 척도를 살펴보면 코드 패턴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F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는데 임상 척도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임상 소척도를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임상 척도의 모척도는 유의미하지 않은데 소척도 수준에서 유의미한 경우가 꽤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임상 소척도의 해석 기준선인 65T-65T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심리평가보고서의 해석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수검자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내용은 임상 소척도에서 찾을 수 있으니 임상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다고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임상 소척도를 자세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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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는 심리평가 결과를 수검자, 보호자, 의뢰(인, 기관)에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죠. 상담자라면 case formulation을 하는데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전달하는 대상이 다른 임상가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유관 분야 전문가일 경우에는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검사 sign을 동원하는데 별다른 제약이 없습니다. 검사 sign을 사용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고 심하게는 전문성을 의심받기도 합니다.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기술 근거는 어떻게 제시하나' 포스팅에서 저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항상 매 문구마다 이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을 함께 쓰는 방식을 권고한다'고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여전히 저도 이 방식으로 기술 근거를 제시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예외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수검자에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직접 제공하는 경우입니다. 수검자에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제공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실거라면 이 글을 더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만 저는 그게 어떠한 이유든 수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에 접근할 기회를 막는 방향으로 가는 정책은 결코 치료적이지 않고 결국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MMPI-2/A, TCI/JTCI,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 지표 등 수검자의 응답 내용이 가공되어 수검자가 기술 근거를 알았다고 해도 재검사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검사 sign은 제시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의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검사들, 주로 투사 검사들인데 문장완성검사, 그림검사, 로샤 검사의 반응 내용 등은 심리평가보고서에 직접 기술하면 안 되며 가능하면 해석 상담에서도 직접적인 제시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변별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이 중요한 병원 장면에서 재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검사 sign을 적나라하게 보고서에 기술하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 학습 효과를 배제할 수 있는 정도로 충분한 시간 간격을 두고 재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실정에서 무신경한 자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 포스팅을 인용하느라고 중언부언 말이 길어졌는데 핵심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 수검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근거를 제시할 때는 가공되어 수검자의 재검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검사 sign들(MMPI-2/A, TCI/JTCI,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 지표 등)만 사용하고 그림검사, 문장완성검사, 로르샤하 검사의 반응 내용 등은 보고서와 해석 상담에서 제시하지 않는 것을 권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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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리평가 결과를 가능한 한 수검자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류 상담계와는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걸 미리 말씀드리고 이 포스팅을 시작해야 할 것 같군요.
저는 해석 상담 시 심리평가보고서는 물론이고 전문가에게 리딩을 받으라고 꼼꼼히 주의 사항을 일러준다는 전제 하에 심리평가에 포함된 모든 자료(심리평가보고서, 심리검사 결과지 뿐 아니라 원 응답지까지)를 수검자 본인에게 모두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것과 관련된 제 생각은 다음의 포스팅들을 참고하시고요.
* 심리검사 원자료는 의무기록인가?
* 부모가 아동/청소년의 심리평가 원자료를 보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 피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를 보겠다는데(혹은 갖겠다는데) 그걸 왜 막나
이 포스팅에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하는 내용은 해석 상담 시 수검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처럼 원자료를 활용하는 경우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한 원자료를 해석 상담 시 사용해도 됩니다. 그 두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자료의 내용이 결과 해석에 곧바로 연결되는 검사가 아니어야 함
2. 원자료 노출이 이후 검사(예; 재검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함
이 두 가지 조건을 적용할 때
해석 상담에서 원자료 노출을 피해야 하는 대표적인 검사는 HTP, KFD와 같은 그림 검사입니다. 결과 해석의 근거로 수검자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서 구조적 해석을 하게 되면 이후 수검자가 검사 결과의 해석 논리를 알게 되어 나중에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거나(선무당 효과) 재검사 때 수검자의 반응에 영향을 주게 되어 이전 검사 결과와 비교 분석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언어적인 자극을 사용하는 검사 중에서는 문장완성검사(SCT)가 대표적인 예인데 해석 상담 시 평가자는 각 문항의 의도를 수검자에게 알려주면 안 됩니다. 표준화된 문장완성검사가 별로 없다고 해도 몇 개의 버전으로 거의 정리되어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라 수검자의 나중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두 조건을 적용했을 때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검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상대적으로 지능 검사의 결과표를 활용한 해석과 MMPI-2/A의 척도 해석,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을 활용한 해석 등은 괜찮습니다. 원자료의 내용이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수검자가 짐작할 수 없고 해석 근거가 되는 점수를 안다고 해도 이후 검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데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 시 해석 근거로 원자료를 사용할 때 그림 검사, 문장완성검사, 로르샤하 검사의 card pull을 활용한 해석 등은 하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가끔 수검자가 요구할 수 있지만 이후 재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저는 오염이 된다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해서 수검자에게 설명합니다) 안 된다고 설명하시면 대개는 이해합니다.
좀 더 안전하게 한다면 모든 심리검사의 원자료를 해석 상담 시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결과 자료만 사용하라는 말)입니다. 평가자가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원자료와 해석 결과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는 수검자도 분명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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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한 해 나이만 먹고 있을 뿐 심리평가에서도, 심리치료 분야에서도 전혀 고수랄 수 없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남사스럽기는 한데 그래도 전문가 타이틀을 단 뒤로 15년 째 이 바닥에 몸 담고 있으면서 느낀 바를 임상전공 후배님들을 위해 좀 풀어볼까 합니다.
상담을 전공한 임상가들이야 수련 과정에서 최소한이라도 상담/심리치료에 대해 배우고 익힐 기회가 있지만 임상심리학을 전공하는 임상가들은 여전히 requirement를 위한 형식적인 경험만 하기 때문에(사실 그걸 지도하는 supervisor 대부분이 제대로 된 상담/심리치료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니까요) 주로 심리평가 업무만 해도 되는 안전한 병원에 남지 않고 상담을 해야 하는 field로 나가게 되면 당장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데도 당장 내담자를 만나 뭔가(?)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15년 전에 제가 당면한 현실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전문가 자격만 취득했을 뿐 심리치료/상담에는 완전히 초짜라고 할 수 있는 임상전공 임상가들은 어떻게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기에 제가 했던 방법을 소개합니다.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건 병원에서 수련받을 때 수검자를 분석해야 할 하나의 케이스나 과제 취급하던 버릇입니다. 내담자는 원자료와 심리평가보고서, chart로 구성된 파일이 아닙니다. 피가 돌며 심장이 뛰고 온갖 심리적 문제와 고통을 안고 도움을 청하러 온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시각을 다시 장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심리평가를 해왔듯이 내담자가 갖고 온 문제를 내담자와 분리하여 분석하고 분해한 뒤 가장 체계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수단을 찾기 마련입니다. 이 잘못 때문에 저는 일을 시작한 초반에 그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도박중독의 인지행동적 접근만 기계적으로 따른 나머지 상당수의 내담자를 잃었습니다.
두 번째로 버려야 할 건 시한을 정하고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조바심입니다. 심리평가의 경우 의뢰를 받을 당시부터 due date가 정해져 있고 그 기간 안에 수검자에게 orientation을 실시하고, 설득하고, 검사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합니다. 기한을 어기면 치료가 늦춰지거나 함께 일하는 다른 전문가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러니 의뢰를 받자마자 최대한 빨리 상황을 구조화하고 일정을 체크해서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하죠. 하지만 심리치료/상담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심리평가와 달리 심리치료/상담은 치료적 관계를 맺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때로는 그게 상담의 전부일 때도 있습니다) 그 치료적 관계라는 것이 보기보다 간단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내담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그러니 좀 더 넓은 시야로 보면서,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버려야 할 것은 누군가에게 의지하겠다는 의존심입니다. 병원에서 수련받을 때야 본인의 마음에 들든 말든, 자질이 있든 말든 어쨌거나 상의하고 의지할 supervisor와 수련 윗년차가 있지만 전문가가 되고 나서는 본인이 온전히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해 본 적도 없는 심리치료/상담을 하게 되면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도 없고 책임지는 것도 두렵기 때문에 마음이 약해져서 누군가 의지할 대상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수련 병원, 자신의 출신 대학원 등등의 연줄로 연결된 각종 community(연구회, 협회 등)에 가입해서 의존 욕구를 충족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들로부터 심리적 위안과 객관적 정보를 얻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자신이 매일 만나는 내담자를 어떻게 심리치료/상담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이고 유용한 정보는 거의 얻을 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뛰어난 상담자라도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면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것과 같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외롭고 힘들더라도 초반에는 더욱 혼자 서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악물고요.
지금까지 초반에 버려야 할 것 세 가지를 말씀드렸고 이제는 해야 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back to basics'하는 겁니다. 그 basics라는 게 대학원 때 들었던 상담이론 수업일 수도 있고 더 뒤로 돌아가 학부 때 활동했던 심리학 동아리의 발제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상담을 처음 익히는 사람의 자세로 돌아가 상담을 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지식이 담긴 책, 논문, 발표자료를 찾아서 다시 정독하는 겁니다. 그 당시는 현장 경험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닥치는 대로 지식을 익힌거라면 이제는 실제로 내담자를 만나서 한 올 한 올 옷감을 다시 짜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때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읽게 될 겁니다.
여기에 더해서 제가 상담을 시작하던 당시에 다시 읽은 책 중 큰 도움을 받았던 몇 권을 소개드리면,
*
상담의 기술(Helping Skills)
: Clara E. Hill과 Karen M. O'Brien의 책으로 탐색-통찰-실행의 3단계 통합 모델에 따라 각 심리치료적 접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실습까지 해 볼 수 있는, 상담 입문자를 대상으로 한 최고의 자기 교습서입니다.
*
상담 면접의 기초(Introduction to Psychological Counseling Interview)
: 김환 선생님과 이장호 선생님이 함께 쓰신 한국형 상담 실전서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나라 상담 현장에서 내담자를 만날 때 주의해야 할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아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죠. 초보 상담자라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
정신분석적 심리치료
: 그 유명한 Nancy McWillams의 3부작 시리즈 중 마지막 책으로 번역판 제목과 달리 정신분석에 대해서만 다룬 책이 아닙니다. 상담자가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저자 본인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어떻게 manage하는지 익힐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사실 Nancy McWillims의 3부작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소장 필독 도서들이죠.
*
상담의 디딤돌(The Elements of Counseling)
: Scott T. Meier와 Susan R. Davis가 함께 쓴 상담 초보자용 지침서입니다. 난도가 높지 않고 상담자가 꼭 알아야 할 핵심 내용만 뽑아서 정리한 가이드북 같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한동안 항상 들고 다니면서 읽었습니다.
위에 소개한 책들은 소개한 순서대로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이 때 중요한 건 본인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면서 상담은 하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절대로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겁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닥치는대로 상담을 하면서 공부도 병행해야 하는 겁니다. 수영 교본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정작 물에 들어가지 않으면 절대로 수영을 익힐 수 없는 것처럼 좌충우돌 실수도 하고 좌절도 하면서 공부한 내용이 실제 상담 장면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몸으로 익히지 않으면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전혀 소용없습니다.
이것이 기초를 탄탄히 하는 내공 쌓기 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 다음에는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를 할 것인지 깊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를 할 것인지 본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는 다양한 치료적 접근법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다양하게 접하고 연습해 보는 것입니다. MBSR, EMDR, ACT, DBT 등의 다양한 치료법을 공부해 보는 것이죠. 초급 수준의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도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각 치료적 접근법이 가진 장, 단점을 익히게 되고 그것을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 적용토록 노력해야 합니다.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자신의 이력서에 한 줄을 더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기저기 찔러보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는 염불보다 잿밥에 더 집중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죽도 밥도 아닌 상담 맹구가 됩니다.
깊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는 대개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를 하는 도중 자신에게 딱 맞는 치료적 접근법을 찾아서 더 이상의 주유를 멈추고 더욱 깊이 파고드는 것입니다. 어느 하나의 치료적 접근법을 최고 수준까지 수련하여 궁극의 내공을 쌓는 방법이죠. 특히 그 접근법이 자신이 주로 만나는 내담자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적의 방법일 경우 성취가 극대화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깊이 파고들수록 일반화 가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도 근시안에 빠져 자신이 익힌 치료적 접근법을 만병통치약처럼 신봉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함정에 빠져 치료자가 아닌 교주로 전향한 분들을 꽤 많이 봤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좀 길어졌는데 핵심만 요약하면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 임상심리학 전공 상담자가 한시바삐 버려야 할 것
- 내담자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나 문제 케이스 취급하는 버릇
- 정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조바심
-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
* 해야 하는 것
- 'back to basics'하면서 현장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분투하는 것
-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와 깊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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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 3종 세트가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해석 상담이라는 말씀은 여러 차례 드린 바 있습니다.
임상, 상담 전공을 막론하고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건 어떻게든 배우려고 합니다. 현장에서 필요하고 또 유용하니까요.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은 임상 전공자의 경우는 피할 수 없는 요구 사항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무조건 열심히, 잘 할 수 있도록 익혀야 합니다. 하지만 상담 전공자의 경우는 심리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고 반드시 요구되는 절차가 아닌 만큼 소홀히 할 수 있으나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심리검사 결과를 통합하는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겁니다.
정작 문제는 해석 상담인데 임상 전공자가 있는 병원에서는 그 역할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하기 때문에 해석 상담을 하지 않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심리평가를 실시하지 않으면 모를까 일단 심리평가를 실시했다면 어떤 형태로든 해석 상담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능하면 내담자에게 정보를 주지 말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보니 해석 상담을 할 때 내담자에게 어느 수준까지 정보를 줘야 하는지 제게 많이들 질문하시더군요.
원칙부터 말씀드리면 심리검사를 통해 알아낸 정보는 (결국은)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수검자에게 알리고 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건 수검자의 것이기 때문이죠.
중요한 건 내담자에게 건네지는 정보의 수준이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건 '전달하는 방법'과 '타이밍'입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청소년 내담자의 심리평가를 실시했는데 지능이 75로 측정되었습니다. 지능이 낮다는 걸 알게 되면 내담자가 너무 실망하거나 심하면 상담을 종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지능 이야기는 하고 싶어하지 않는 상담자가 많은데 학교 부적응의 원인이 낮은 지능이라면 이 정보가 가장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경계선 지능이라는 걸 어떻게 전달하느냐와 언제 전달할 것이냐입니다. 내담자도 자신의 머리가 좋지 않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나 부모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해도 안 되는 공부를 꾸역꾸역 하고 있다면 빨리 해석 상담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기대 수준을 낮추고 제도화된 교육이 아닌, 청소년이 하고 싶은 적성과 진로를 한시라도 빨리 찾는 것이 낫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내담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지를 정하기 위해 고민하지 말고 이 정보들을 언제, 어떻게 (필요하다면 나눠서) 전달해야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 지를 고민하는 게 상담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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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미 예전에 몇 번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
'가능한 한 평가자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해야 하는 이유'에서는 수검자의 장점과 심리적 자원을 찾기 위해서 평가자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드렸고,
*
'심리평가, 심리평가보고서, 해석 상담은 한 세트이다'에서는 업무의 편의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수검자를 위해 평가자가 일련의 과정을 모두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담자가 접수 뿐 아니라 후속 상담까지 원 스탑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전 포스팅에 접수와 후속 상담이 앞 뒤로 추가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느냐 하면,
우선
접수하는 사람이 상담자와 다르면 의뢰 사유에 맞는 심리검사 도구를 선택할 수 없어서 미리 정해놓은 검사(주로 질문지형 검사)만 기계적으로 실시하게 됩니다. 이 문제는 각 상담 기관에서 접수 업무를 담당하는 임상가를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상담자가 접수까지 담당하면 내방 사유에 따라 상담 목적에 따른 배정, 심리검사의 실시 타이밍과 필요한 검사 도구의 선정까지 할 수 있어 내담자에게 맞춤식 접근이 가능한데 현재 상황은 내담자가 방문하면 자기보고형 검사를 routine하게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문제의 심각도를 기계적으로 평정해 다른 상담자에게 배정하는 한숨나오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답답할 노릇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냐 하면, 내담자가 자기보고형 검사를 실시하였으나 배정이 늦어지거나 배정된 상담자가 상담이 많아 내담자가 오래 대기하는 경우 정작 상담을 시작했을 때 기존에 실시한 심리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게 되고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대기자가 많은 상담 기관에는 이런 문제가 자주 일어납니다.
그 다음에
심리평가를 담당한 평가자가 후속 상담을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느냐 하면,
상담을 본인이 하지 않으니 심리평가를 할 때에도 자신이 상담을 하게 될 내담자가 아니므로 검사 도중 추가 질문이 현저히 줄고(궁금하지 않으니),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도 진단이나 예후, 개입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 심리평가를 받은 내담자에게 큰 손해이고 이 내담자를 상담하게 될 상담자에게도 손해가 됩니다.
이처럼 한 사람이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해 해석 상담을 진행한다고 해도 접수와 후속 상담까지 담당하지 않으면 많은 구멍이 생기게 됩니다.
많은 상담 기관이나 센터가 supervisee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안배하는 커리큘럼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이 시스템은 제대로 된 훈련을 제공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내담자에게 해가 되는 나쁜 시스템입니다.
제가 늘상 말씀드리지만
임상가는 언젠가 개업해서 1인 상담실을 운영한다는 것을 전제로 수련에 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접수, 상담의 배정, 심리검사 도구의 선택,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해석 상담, 후속 상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특히 그 과정이 앞뒤 과정과 매끄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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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평소
심리평가 3종 세트라고 부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그리고 해석 상담입니다.
이 세 가지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심리평가를 했다고 말할 수 없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 하니 불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수검자를 위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죠.
이 중 현장에서 일하는 상담자가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건 뭐니뭐니해도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겁니다. 수련 과정에서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방법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에서도 가장 힘든 건 당연히 검사 결과(test results) 부분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의 핵심 영역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실시한 심리검사 결과에서 유의미한 내용을 추출하여 수검자의 심리상태를 formulation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죠.
또한 검사 결과 부분은 유의미한 검사 sign들을 추려내어 어떻게든 엮어서 쓰겠는데 이제 '요약 및 제언(Summary & Recommendation)'은 또 어떻게 써야 하냐며 난감해 하는 상담자들이 많습니다.
'검사 결과'와 '요약 및 제언'을 연결해서 기술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유의미한 검사 sign들을 토대로 검사 결과 부분을 공들여 formulation한 뒤 핵심적인 개념들을 추려내고 검사 sign을 뺀 뒤 요약 및 제언 부분을 짧게 기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소위 전통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방법의 단점은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겁니다. 많은 검사 sign들 중 핵심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 원인이 되는 것과 결과가 되는 것을 구분하는 눈이 필요한데 이게 단기간에 생기지 않거든요. 많은 경험과 공부, 고민이 요구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상담을 주 업무로 하는 임상가들께 권하는 방법입니다.
'요약 및 제언'에 해당하는 내용을 먼저 구성하는 겁니다. 즉, 수검자의 핵심 문제에 해당하는 키워드를 먼저 떠올리고, 예후가 어떻게 될지를 예상하고, 제언을 한다면 어떤 개입 방법을 권고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겁니다.
이 때 '검사 결과'에서처럼 이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을 굳이 떠올리지 말고 상담을 할 때 내담자가 하는 말을 따라가면서 꼭 다뤄야겠다는 느낌이 드는 말을 잡아채듯이 검사 sign들을 순서대로 훑으면서 감을 잡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수검자의 핵심 심리 상태가 떠오르면 이를 바탕으로 해당하는 검사 sign을 찾아서 배치하고 살을 붙여 나가면서 '검사 결과' 부분을 써 나가는 겁니다.
요약하자면, 첫 번째 방법은 '검사 결과'의 검사 sign들을 생략함으로써 압축해서 '요약 및 제언'을 써 나가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반대로 '요약 및 제언'의 핵심 내용에 검사 sign들을 찾아서 살을 붙여 '검사 결과'를 채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이 정통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상담에 익숙한 임상가들에게는 두 번째 방법이 좀 더 수월하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일 수도 있어 소개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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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에는 행동 관찰(Behavioral Observation)이라는 내용 영역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수검자의 관찰된 행동을 통해 수검자의 모습을 좀 더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작성하는거지요.
행동 관찰 영역에 기술되는 수검자의 행동은 종합심리평가를 기준으로 크게 '검사 전 대기실에서 보인 행동', '검사 중 수검자가 보인 행동과 반응 태도', '검사 후 면담에서 보인 행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중 검사 중 수검자가 보인 행동과 반응 태도가 제일 중요하고 분량도 가장 많죠.
행동 관찰 영역을 기술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표준화된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의뢰 사유에 연동하는 방식입니다.
표준화된 방식은 그야말로 수검자의 외양, 검사자를 대하는 태도, 검사 자극을 다루는 행동 방식, 검사 중 감정을 표출, 혹은 감추기 위해 동원되는 다양한 제스처와 얼굴 표정 등을 활용해 수검자의 이미지가 최대한 생생하게 떠오를 수 있도록 기술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키와 몸무게가 얼마이며, 어떤 옷을 입고 왔고 액세서리는 어떤 것을 착용했으며 위생 상태는 어떠한지, 검사자와 눈맞춤이 적절한지, 표정이 굳어 있지는 않은지, 손떨림이나 초조함, 불안을 드러내는 특징적인 행동은 없는지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게 됩니다.
표준화된 방식은 수검자의 모습을 최대한 생생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극히 특징적인(때로는 이상한) 행동 특징들을 선별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즉 수검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나 문제와는 별 상관없는 두드러진 특징들이 검사자의 주관적인 선호에 따라 선별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는거죠. 그래서 화장이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진하다든가, 옷차림이 너무 선정적이라든가, 문신이 눈에 띈다든가, 특이한 곳에 피어싱을 했다든가, 땀이 많이 흘러 검사지가 젖었다든가(사실은 다한 증세일 수 있는데) 하는 내용이 주된 모습으로 강조될 수 있어 이후 제시되는 심리검사 결과와 상충되거나 뭔가 걸맞지 않는 생뚱맞은(혹은 지나치게 튀는) 모습으로 기술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데 바로 의뢰 사유와 연동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심리평가 의뢰 사유가 우울 장애를 변별하는 것인 수검자가 있다고 할 때, 우울 장애를 겪고 있는 수검자에게 기대되는 행동 특징들이 검사 중에 나타나는지, 혹은 전혀 반대되는 양상들이 나타나는지에 초점을 맞춰 기술하는 겁니다. 검사자와 눈 맞춤을 피하고 표정이 어두우며, 반응 속도가 전반적으로 느리고 필압도 약하고 심지어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하고 지친 모습이 관찰된다면 우울 장애를 지지하는 행동 관찰 결과가 될 수 있는거지요. 아니면 정 반대로 기운차게 검사실에 입실하고 시종일관 만면에 미소를 띠며, 검사자가 검사 지시를 마치기도 전에 충동적으로 과제 수행을 시작하고, 반응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면 검사 의뢰 사유였던 우울 장애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기술되는거지요.
그래서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초심자는 표준화된 기술 방식으로 행동 관찰 영역을 작성하는 것을 먼저 연습할 수 있지만 수검자의 모습을 좀 더 생생하게 묘사하고 싶거나 심리검사 결과와 연동하여 작성하고 싶은 분이라면 의뢰 사유를 염두에 둔 기술 방식을 고려해 보시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행동 관찰의 기술은 종합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대면 검사를 하지 않는 선별심리평가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TCI/JTCI, MMPI-2/A, SCT 등 자기 보고형 검사처럼 활용할 수 있는 검사 도구를 주로 사용하는 선별심리평가에서도 검사지를 제공할 때 orientation을 하는 절차가 있고 질문지를 직접 수령하는 과정에서도 간략하게나마 면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때 관찰한 내용을 행동 관찰 영역에 통합할 수 있습니다. 꼭 대면 검사에서 관찰한 행동 특징만을 사용하려고 고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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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는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심리평가 해석 상담의 세 부분으로 이뤄집니다. 셋 다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 빼놓아서는 안 되죠. 제대로 된 심리평가라면 당연히 평가자가 이 세 가지를 모두 담당해야 하고요.
상담을 주 업무로 삼고 있는 임상가는 심리검사의 실시와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을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에 심리검사 도구와 결과의 해석에 대한 공부에는 많은 공을 들이지만 해석 상담은 평소에 하던 업무와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기도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엄밀히 따지면 심리평가는 상담에 도움이 되려고 실시하는 것이므로 해석 상담이야말로 심리평가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검자가 성인이라서 당사자에게 곧바로 해석 상담을 하면 되는 경우는 별 문제가 없지만 보호자가 따로 있는 아동/청소년을 검사한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복잡합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의 순서와 주의할 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아동/청소년
: 당연히 검사를 받은 수검자인 아동/청소년이 심리평가 결과를 듣는 최초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간혹 아동이 어리기 때문에, 부모만이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아동/청소년 보다 부모를 먼저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검사를 받은 아동/청소년에게 먼저 해석 상담을 해야 하고 부모에게 평가 결과를 보여줘도 되는지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는 심리평가의 주 client가 아동/청소년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평가자는 주 client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니까요.
부모의 강권으로 심리평가를 받았거나 부모-자녀 문제가 핵심 사안인 경우
간혹 아동/청소년이 해석 상담을 받은 직후 부모에게 결과를 보여주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부모가 법적 보호자인 만큼 당연히 열람 권한이 있기는 하지만 수검자의 의사를 존중해 안 보시도록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합니다.
2. 부모님
: 아동/청소년이 부모님이 심리평가 결과를 보시는 것에 대해 허락하면 그대로 해석 상담을 진행해도 되겠지만 만일 부모님이 안 보셨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당신의 자녀가 심리평가 결과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사를 부모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당장은 보시지 않게끔 설득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보여줄 수 밖에 없지만(법적 보호자이니) 담당 평가자가 설득을 했음에도 강제로 보셨다는 사실을 수검자인 아동/청소년에게 알릴 수 밖에 없음을 경고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이 정도로 강하게 말씀드리면 순순히 물러나지만 그래도 보겠다는 분들이 계시죠. 이런 경우는 부모에게도 상당히 높은 확률로 심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심리평가 해석 상담의 순서는
* 아동/청소년 해석 상담 -> 허락 -> 부모님 해석 상담 진행
-> 불허 -> 안 보시게끔 부모님 설득
-> 그래도 보겠다고 고집하면 이 사실을 수검자에게 알리겠다고 재차 설득
의 단계로 진행합니다.
아동/청소년을 심리평가하는 선생님들께서 한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의미에서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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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받을 당시만 해도 심리평가보고서에 긍정적인 내용을 담는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는 수검자의 문제를 찾아내고 필요한 경우 정확한 변별 진단을 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수검자의 심리적 자원이나 긍정적인 가치관, 태도, 대처 양식 등을 찾을 생각도 안 했고 설사 검사 sign을 통해 어렵사리 발견했다고 해도 보고서에 수록하려는 노력조차 못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세상이 바뀌어서 사람을 병리적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반성과 함께 긍정 심리학의 영향으로 인해 수검자의 긍정적인 자원을 찾아내는데 관심을 갖는 임상가의 수가 점차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수검자의 핵심 문제도, 긍정적인 자원도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쓰여진 심리평가보고서가 가장 잘 쓴 보고서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마음먹더라도 막상 써 보면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는 그럼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는 건 결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밍밍한 보고서가 되기 일쑤입니다. 왜냐하면 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내자니 수검자가 받을 상처가 신경쓰여 두루뭉술하게 기술하기 쉽고 잘 보이지도 않는 수검자의 심리적 자원을 억지로 찾아내 적자니 평가자 스스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데다 수검자의 비위나 맞추는, 아부하는 보고서를 쓰는 것 같은 찜찜한 불편함이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임상가 중에도 수검자의 심리적 문제를 잘 찾아내는 평가자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긍정적인 부분을 더 잘 발견하는 평가자도 있거든요. 둘 다 잘하는 평가자보다는 어느 한 쪽에 특화된 평가자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둘 다 확실히 잡을 수 없다면, 차라리 어느 한 쪽을 확실히 하는 방식으로 연습하실 것을 권합니다.
아니면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영역에서 필요한 기술 방법을 우선적으로 확실히 마스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장애 진단을 비롯해 정확한 문제 양상 파악 및 원인 확인이 필요한 분야(대개 병원 장면)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어설프게 긍정적인 내용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수검자가 고통스러워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그러한 고통감에 영향을 미치는 잠정적인 변인들은 무엇이 있는지, 예후는 어떻고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등에 확실하게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낫습니다.
이와 달리 수검자가 호소하는 문제의 병리 정도가 그렇게 심하지 않고 관계 갈등 등이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수검자를 많이 만나는 분야(일반적인 상담 장면)라면 상담 효과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내담자의 긍정적 심리 자원을 찾아내기 위해 주력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솔직히 긍정적인 것보다는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해서 진입로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내는 데 좀 더 익숙한데(아무래도 수련 환경의 영향이 크겠지요), 그러면서도 주로 몸 담고 있는 분야는 상담이라서 둘 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모로 애쓰고 있습니다만 심리평가를 하는 임상가라면 자신이 주로 일하는 영역과 어떤 내용을 찾아내는 데 특화되어 있는지 점검해서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방향을 잡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포스팅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 같은데 단점을 극복하는 것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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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임상 전공자는 심리평가, 상담 전공자는 상담에만 주력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 수련을 받았던 전문가들은 자신의 identity가 무엇이냐에 따라 지금도 그것만 중요하다고 고집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예전에는 정신 질환으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정신과 병원을 찾았고, 대인 관계 갈등이나 진로 적성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다소 경미한 문제(제가 써 놓고도 웃기기는 합니다.... 사람이 느끼는 주관적인 고통의 경중도를 따지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를 가진 사람은 상담소를 방문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경계가 점점 무의미한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심각한 정신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도 상담센터를 방문하고 사람이 힘든 사람도 병원을 찾아 약을 달라면서도 심리치료까지 받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임상 전공자는 심리치료와 상담을 배워야 하고 상담 전공자는 심리평가를 익혀야 합니다.
그렇다면 제목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담자에게 심리평가가 특히 도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가지가 있지만 상담자가 심리평가를 익히면 큰 메리트가 있습니다. 로샤 검사 하나만 봐도 그렇습니다. 임상 전공자가 로샤 검사를 잘 하는 건 큰 장점이 아닙니다. 임상 수련을 받았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누구나 다 하는거니까요. 하지만 상담 전공자는 다릅니다. 임상 전공만큼 로샤를 아는 건 엄청난 강점이 됩니다. 상담 전공자가 임상 전공자만큼 로샤를 익히고 다양한 내담자에게 로샤를 실시한 경험과 결과 profile을 10년 이상 정리해놓았다면 그 노하우는 아무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제가 상담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평가 강의 때마다 강조하는거지만 그처럼 앞선 시각으로 준비한 상담자는 로샤만으로도 평생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상담자를 대상으로 한 로샤 강의나 워크샵, 사례집이나 워크북 인세로 말이죠.
누구나 잘하는 걸 나도 잘하는 건 별로 메리트가 없습니다. 남들은 따라잡을 수 없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 시대니까요.
심리평가를 잘 하면 상담자 본연의 업무인 상담을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임상 전공의 경우 앞으로는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지는 자신이 평가한 수검자를 상담하거나 심리치료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평가 의뢰를 받으면 의뢰 사유에 맞게 심리평가를 실시(이것도 병원에서 의사가 정해놓은 수가 체계에 맞게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평가자의 자율성이란 게 거의 없죠)해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한 뒤 넘기면 끝입니다. 그 뒤를 고민할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상담 전공의 경우는 자신이 심리평가하는 수검자가 곧 자신이 상담하는 내담자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즉 심리평가 결과를 곧바로 내담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심리평가를 잘하는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심리평가 도구를 선별해서 실시할 수도 있고 그 결과에 따라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상담 목표를 설정하고,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할 지 여부도 결정할 수 있으며, 예후가 어떻게 될 지 까지도 예측하는 등 훨씬 더 긴 조망 하에서 내담자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충분한 상담 회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과거라면 굳이 심리평가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상담을 통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 상담자의 공급 대비 내담자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추세를 보면 앞으로 대부분의 상담은 단기 상담 위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짧은 회기 내에 내담자를 파악하고 전체적인 상담의 틀을 구성해야 하고 그러자면 심리평가의 도움이 필수라고 할 수 있죠.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앞으로 심리평가를 모르는 상담자는 본연의 업무인 상담을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어려움을 느끼게 될 겁니다.
그러니 상담자는 심리평가를 익혀야 할 수 밖에 없고 어차피 익힐 수 밖에 없다면 제대로 배워서 상담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상담을 잘 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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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 파트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상담심리학 전공의 임상가들이 특히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로 과거 치료력을 그대로 신뢰하는 게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상담이나 심리평가를 받으러 내방한 내담자가 과거에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다면 그 진단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이죠. 하지만 막상 심리평가를 실시해보면 과거의 그 진단이라는 것과 얼토당토 않게 다른 결과를 받아들고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과거에 아무리 유명한 병원에서, 이름난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든 말든 간에 일단 모든 진단은 의심해야 합니다.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외래, 입원, 약물 치료를 막론하고)를 받은 병력이 있는 내담자를 보게 되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그 진단이나 치료의 근거가 무엇인가
문진이나 BDI 등 false positive error 확률이 높은 자기 보고형 검사 결과가 그 근거라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기존 진단은 머릿속에서 싹 지우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진단을 받은 지 오래 지난 환자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맨 처음 진단이 틀렸을 경우 환자가 여기저기 병원을 옮겨다니며 진료를 받을 때 나중에 환자를 문진한 의사가 기존 진단을 뒤집고 전혀 새로운 진단을 내리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기존 진단이 옳다는 전제 하에 약을 바꾸거나 증량하는 등의 수정 조치를 취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을 때는 첫 진단을 잘 받는 것이 아주 중요하죠.
2.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하였고 그것에 근거해 진단이 내려진 경우
일단 기존 진단을 신뢰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갖춰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다음의 두 가지를 체크해야 합니다.
1. 심리평가보고서 사본 확보. 2.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한 임상가의 전문성 확인. 심리평가보고서에 기인해 진단을 내렸다는 건 전해들었지만 내용을 볼 수 없다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손에 넣어야 합니다. 또한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임상가가 작성한 보고서라면 이 역시 믿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런 임상가가 심리평가를 잘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그 희박한 가능성에 내 내담자를 맡길 수는 없으니까요.
3. (종합)심리평가보고서의 내용이 미심쩍은 경우
내담자 또는 보호자에게 이야기 해 심리평가 원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원자료를 복사해 오라고만 하면 절대로 제대로 된 자료를 가져오지 못합니다. 심리평가 원자료를 선뜻 내주는 병원이나 기관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MMPI-2의 결과지 1번에서 6번까지, 문장완성검사 앞, 뒷면 사본, 로샤 검사의 반응 기록지와 반응 영역 기록지, 구조적 요약지 등등 필요한
원자료 목록을 정확하게 적어서 그대로 의무 기록 복사를 해 오라고 주문해야 합니다. 병원의 원무과나 의무기록과로 직접 간다고 해도 어차피 정신건강의학과의 담당의나 심리평가를 실시한 임상가에게 연락이 가기 때문에 그들과 직접 통화해서 검사 원자료를 보려고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기관이나 임상가라면 취지를 이해하고 복사해 줄 겁니다. 만약 내규, 원칙, 규정 등을 내세우면서 복사 안 해주려고 버티면 고발하는 등의 조치(엄밀하게는 친고죄로 고소하는 것이며 의무기록 복사를 거부하는 의료인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의거 자격정지 15일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됩니다(그런 일은 가능한 한 있으면 안 되겠지만요).
간혹 심리평가를 실시한 기관이 폐업을 했거나 기간이 오래되어 파기를 했거나 아니면 망실된 경우도 꽤 많은데 그럴 경우는 결국 심리평가를 다시 실시해야 합니다.
단계적으로 살펴보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제 경우는 예전에 Big 5에 속하는 종합병원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supervisor가 supervision한 심리평가보고서에서 떡 하니 Paranoid SPR로 진단받은 환자가 미심쩍어 다시 평가해봤더니 Malingering이어서 큰 충격을 받은 이후 어떤 기관에서 어떤 전문가가 실시한 심리평가보고서도 거의 믿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실시하고 제 눈으로 확인한 검사 결과만 믿습니다.
그러니 상담자 선생님들은, 특히 심리평가에 약하다고 자인하는 선생님들일수록 항상 회의주의적인 자세를 굳건히 유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엄한 내담자에게 낙인을 찍지 않을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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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병원에서만 꼬박 3년 동안 수련받은 임상심리전문가로서 주된 수련 현장이 병원 장면인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조언이 몇 가지 있습니다.
여러가지를 말씀드리겠지만 핵심은 이것입니다.
'client를 병리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
조금 심한 표현을 쓰자면 병원 독을 반드시 빼야 합니다. 대표적인 병원 독으로는 진단을 남발하는 것(진단을 붙이지 않은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불안해지는 증상), 성격적인 문제가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나르니 히스니 하는 딱지를 붙이는 낙인찍기, 내가 치료할 거 아니니 보고서만 내면 땡이라는 식으로 치료적 관점에서 수검자를 바라보지 않는 무사안일주의 등이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전문가가 되자마자 곧바로 상담 현장에서 상담을 시작했기 때문에 제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상관없이 병원 독을 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임상가로서의 길을 걸어가는데 있어 이게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3년이 채 안 된 junior 전문가 선생님들께는 이 말씀을 꼭 한번쯤 드리고 싶었습니다.
1. 어떻게든 개인 상담을 많이 할 것
: 요새는 병원 수련 현장에서도 개인 상담 수련을 늘리고 있지만 제가 볼 때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여전히 집단 치료의 보조 치료자로 들어가서 자리만 채우고 앉아 있는 정도이고 낮 병원 등에서 activity를 진행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걸로는 어림 없습니다. 전문가가 되자마자 최대한 빨리 개인 상담을 시작해야 합니다. local NP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든, 개업을 하든, 상담 센터에 취업하든 간에 무조건 개인 상담을 빨리, 많이 해야 합니다.
개인 상담을 많이 하는 것이 수련 중에 얼마나 인간을 병리적으로만 바라봤는지를 체험하고 교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2. 진단명을 붙이지 않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는 노력을 기울일 것
: 병원에서야 진단이 붙지 않으면 여러가지로 곤란해집니다. 처방을 하는 것도, 추가 치료를 하는 것도 껄끄러워지죠. 그래서 꼭 진단이 붙지 않아도 되는 client들까지 진단을 붙여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력을 내,외부에서 받게 됩니다. 하지만 상담 현장으로 나와보면 도움을 줘야 하는 수많은 client들 중에서 진단을 꼭 붙여야 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히 소수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문제는 수련 과정에서 습관적으로 진단을 붙이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진단 없이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확하지 않아도 그냥 비슷한 진단을 내리는 비슷비슷한 보고서를 자동적으로 쓰게 되는데 이래서는 안 됩니다. 진단명을 붙이지 않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려고 노력해야만 내가 이 수검자를 담당한다면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상담을 진행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진단만 내리기 위한 심리평가를 진행했을 때와 다른 내담자의 심리적 면모가 비로소 보이게 됩니다. 동일한 문제를 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죠.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니 진단을 붙이지 않고 수검자의 문제를 formulation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세요.
3. chart 등을 보지 말고 case formulation에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이끌어 내도록 연습할 것
: 병원에서야 chart만 훑어봐도 전문의가 이미 임상적 진단도 붙여 놓았고, 사회복지전문가가 history taking도 꼼꼼히 해 놓았기 때문에 별도의 면담이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그저 변별 진단에 필요한 진단 기준들만 몇 가지 확인하면 됐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진단적 면담일 뿐입니다. 진단명을 붙이지 않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려면 그 정도 정보로는 어림 없습니다. 대부분의 진단은 현재 이 수검자가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줄 뿐이지만 치료적 관점에서 client를 보려면 영향을 미쳤거나 현재도 미치고 있는 다양한 원인들을 일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전문가 수련을 받을 때보다 훨씬 더 넓은 조망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멀게는 부모-자녀 관계에서의 애착 외상 문제부터 분리-개별화 문제, 성역할 동일시의 문제, 성 정체감의 문제, sibling rivalry 문제, 가족 내 소외 문제, 기본적인 신뢰의 형성 및 일반화 문제, 의존 대 독립의 문제까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다양한 영역의 공부를 새로 해야 합니다. 대학원 때의 텍스트로 돌아가야 할 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정신병리학과 심리평가에 대한 공부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4. 종단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심리검사 도구를 추가할 것
: 앞서 병원 수련 과정에서 히스니 나르니 보더니 하는 성격 문제를 기본으로 깔고 보는 못된 버릇이 생긴다는 지적을 했습니다만 우스운 건 그러면서도 정작 성격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현재 심리상태를 횡단적으로 잘라서 보는 종합심리평가로는 한 개인의 사회화 과정이 종단적으로 녹아들어간 성격 문제를 명징하게 보여주지 못하니까요. 로샤 검사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특히 Exner 방식의 양적 해석 방식만으로는 어림없습니다. 그래서 수검자의 기질이나 성격, 성격 역동을 살펴볼 수 있는 추가적인 검사 도구를 공부해서 심리평가 과정에 추가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TCI, TAT, 로샤의 질적 해석 방법을 추천합니다. TCI로는 좀 더 구조화된 방식으로 기질 및 성격 문제에 접근할 수 있으며 TAT로는 성격적인 문제가 녹아들어간 관계 역동을 살펴볼 수 있고 로샤의 질적 해석 방법으로는 원가족 역동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병원의 임상심리실에 소속되어 의사가 이미 내린 임상적 진단을 그대로 베껴 내는 보고서만 줄창 쓰면서 살 게 아니라면 제 조언을 한번쯤은 심각하게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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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supervision을 하면서 그동안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게 두 가지 있습니다.
둘 다 supervisee 선생님들에게 느낀 것인데요. 하나는 전공, 출신 학교, 수련 과정의 차이 없이 대부분
자신감이 너무 없다는 겁니다. 돌려 말하면 자신감이 넘치는 supervisee 선생님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아마 저도 수련을 받을 때는 똑같았겠지요)
formulation도 잘 되었고 작성한 심리평가보고서도 훌륭해서 진심으로 칭찬을 하거나 감탄을 하면 속으로는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예의 "운이 좋은거지요",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셔서 그렇지요", "아직 멀었는데요 뭐"라는 반응이 나와서 맥이 풀립니다.
하도 답답해서 2010년에는 관련 포스팅('supervisee를 혼내야 실력이 는다고 착각하는 supervisor')을 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자존감이 낮은 것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감이 지나치게 저하되어 있는 supervisee가 너무 많습니다. 이 문제가 나타나는 이유를 저는 수련 과정이 지나치게 억압적이고 처벌 위주의 도제 중심이라는 것에서 찾습니다. 사명감과 겸손으로 무장시키기 위해 혹독하게 훈련을 시켜야 하고 자만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련 분위기에서 교육받은 임상가가 전문가가 되고 난 뒤에는 자기가 배운대로 가르치는 supervisor가 됩니다. 그것에 의문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설사 있다고 해도 자신이 supervisor가 되면 그저 관성에 따라 살게 됩니다.
두 번째 문제는 불안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겁니다. 자신감이 없고 자존감이 낮은 첫 번째 문제와도 연결될텐데 많은 supervisee 선생님들이 자신이 제대로 심리검사를 진행했는지, 채점은 틀리지 않았는지, 터무니 없는 진단 가설을 세운 건 아닌지, 심리평가보고서는 제대로 쓴 건지 등등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하고 걱정합니다. 그래서 supervision을 할 때마다 저도 흔히 하는 실수라서 지적하면 제가 놀랄 정도로 미안해 하거나 심하게 주눅이 드는 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자신감이 없고 불안 수준이 높은 임상가는 현장에서 일을 할 때 굉장히 불리합니다. 그 불리함은 심리평가를 진행할 때 뿐 아니라 심리치료나 상담을 할 때 더욱 극대화되는데 자신감이 없는 상담자는 내담자의 잘못된 역할 모델이 될 수 있고 불안 수준이 높으면 안전 공간을 확보할 수 없고 라포 형성을 방해함으로써 상담 회기를 늘려 치유를 더디게 만듭니다.
없는 자신감을 억지로 북돋고, 무의식적으로 배어 나오는 불안을 애써 감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임상가라면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건 아닌지, 내담자가 알아차릴 정도로 불안 수준이 높은 건 아닌지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도 절대로 훌륭한 임상가가 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품질의 진주라도 시궁창 깊숙이 쳐박아 놓으면 그 빛을 발할 수 없으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자신감 없고 불안 수준이 높은 임상가가 과연 내담자를 제대로 도울 수 있을까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낮은 자존감과 높은 불안 수준은 전문가가 된다고 해서 저절로 나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문가가 되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문가가 되기 전 수련을 받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하세요. 이 두 가지 문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중요한 결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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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아마존
Applied Clinical Psychology 시리즈에서 나온 책으로 내용은 책 제목 그대로 임상 심리 인턴을 위한 지침들을 모아놓은 겁니다.
대표 저자인 Zammit와 Hull을 포함해 8명의 저자들이 공동 집필한 책이고 주된 내용은 선발 과정, 인턴십 과정의 세팅, 관련 전문가에 대한 소개 및 관계 맺기, 수련 과정 적응하기, 실습하기, DSM-IV를 이용해 진단하기, 심리평가하기, 심리치료하기, 차트 기록하고 심리평가보고서 작성하기, 정신약물학에 대한 기본적 이해 등입니다.
저야 수련을 다시 받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련을 앞두고 있거나 현재 수련 중인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있을까 하여 읽기 시작했으나 다 읽고 나서 1995년 발간된 책이란 건 알게 되었습니다(역시나 별 내용이 없더라니;;;). 20년이나 된 오래된 지식이라 별로 건질 건 없었습니다. 너무 구태의연한 내용들 뿐이에요.
게다가 그 당시 기준으로도 심리학과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인턴 과정 입문 지침서 정도의 책이라서 우리나라 대학원생 수준에서도 읽어보라고 추천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오히려 놀라운 건 지금도 여전히 이 책이 아마존에서 135불이라는 가히 엽기적인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는 점!!
그래도 다음과 같은 (당연한) 수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하나의 수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APPIC 인턴십 프로그램의 요구 조건
1. 최소한 두 명 이상의 supervisor가 supervision을 제공해야 함.
2. 인턴 수련 과정 중 최소한 25% 이상의 시간이 직접 환자를 만나는 데 사용되어야 함.
3. 일주일에 각각 최소 2시간 이상의 면 대면 supervision과 seminar/case conference가 제공되어야 함.
4. 인턴십 프로그램은 최소 1,500시간, 24개월 연속으로 진행되어야 함.
5. 인턴에게는 급료가 제공되어야 함(무급 인턴 불허).
일부 조건만 가져왔지만 우리나라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에서는 저 조건이라도 모두 충족하는 수련 기관이 거의 없을 겁니다. 두 명 이상의 supervisor로부터 supervision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자체가 전무하니까요. 첫 번째 조건만 적용해도 우리나라 수련 기관의 99% 이상이 탈락할겁니다. 게다가 20년 전에도 미국에서는 불허했던 무급 수련생 제도를 떡하니 악용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니까요.
무엇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지침서 자체가 아예 없죠. 임상심리학의 역사가 반 백년이 넘는데도 말이죠.
마음만 답답해진 독서였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혹시라도 책 내용을 궁금해 하실 분이 계실까 싶어 북 크로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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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아니죠. 정확하게는 오늘 아침에 어떤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제 머리 뚜껑이 제대로 열린 사건의 전모는 이렇습니다.
심리학 분야에서 인지도가 굉장히 높은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국내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회사지요. 이 회사는 자체 상담 센터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근 직원인지 프리랜서인지 정확한 계약 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임상가가 작성한 심리평가보고서를 그 센터의 '상담심리전문가'가 해석 상담을 진행하면서 자기 맘대로 뜯어 고친답니다. 단순히 첨삭하는 것(이것도 제 기준에서는 천인공노할 범죄입니다만)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자신의 이름과 자격번호를 바꿔치기한 뒤 자신이 실시한 것처럼 보고서를 새로 꾸민다네요.
처음에는 제가 잠이 덜 깨어 잘못 이해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조작(자기가 실시하지도 않은 남의 심리평가보고서에 자기 이름을 넣어서 자기가 실시한 것처럼 해석 상담을 한다면 그게 조작이 아니고 뭡니까?)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편집 가능한 문서 파일로 보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네요.
간혹 local NP에서 임상가에게 심리평가보고서의 수정을 요구하는 불미스러운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심리평가보고서를 문서 파일로 보낼 때는 수정이 불가능하게끔 제약을 가한 PDF 파일로 전송하도록 권고하는 포스팅을 한 적(
'심리평가보고서를 문서 파일로 전송할 때 주의사항')도 있습니다만 이런 범죄 행위를 뻔뻔하게 대놓고 자행하는 경우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게 그 상담심리전문가(이런 사람이 전문가라면 똥파리가 봉황입니다) 개인의 일탈인지 그 회사 소속 상담 센터의 관행인지 모르겠지만 경고합니다. 당장 그만두세요.
만약 한번만 제 귀에 같은 내용의 이야기가 들려오면 절대로 가만 있지 않겠습니다. 상담심리학회의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건 물론이고 소송을 불사하고 이곳 뿐 아니라 언론에 공개하는 것까지 고려하겠습니다.
사실 지금도 믿기지 않는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에 fact인지 확인이 될 때까지 회사명을 익명으로 유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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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라면 상담자가 심리평가를 실시해야 할 일이 생기면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임상심리사에게 넘기거나 외부 기관의 임상심리학자에게 refer했겠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가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미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에 선별심리평가까지 그렇게 처리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미 MMPI-2/A, SCT 조합 또는 MMPI-2/A, TCI 조합의 선별심리평가는 대부분의 상담 현장에서 상담자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앞으로는 종합심리평가까지 상담자들이 해야 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상담에 도움이 될 정보를 끌어내기 위해 심리평가를 한 것 뿐이니 보고서 따위는 안 쓰고 그냥 말로 때울래'와 같은 접근이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원래 선별심리검사만 실시했어도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맞죠. 대충 말로 때우면 안 됩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심리평가에 응한 내담자를 기망하는 직무 태만 행위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상담자가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유의해야 할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봤습니다. 이 중 몇몇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이미 소개한 바 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각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1. Reason for Referrals(의뢰 사유) 작성 시 평가 의뢰 사유를 항상 염두에 둘 것
: 임상 전공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담 전공자들은 상담 의뢰 사유만 생각하기 때문에 심리평가 의뢰 사유를 별도로 상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기분이 너무 울적해서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눈물만 나오는 문제로 내방한 것이 상담 의뢰 사유라면 우울 장애 변별이 평가 의뢰 사유라고 할 수 있겠죠. 아예
의뢰 사유 영역을 작성할 때 상담 의뢰 사유와 평가 의뢰 사유를 구분해서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관련 포스팅 :
'상담 의뢰 사유와 심리평가 의뢰 사유를 구분할 것 : 상담자용'
2. 검사 sign으로 지지되지 않는 내용은 (절대로) 쓰지 말 것
: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 중 하나는 '소설처럼 (생동감있게) 쓰되 소설을 쓰지는 말 것'이라는 원칙입니다. 수검자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은 좋으나 사실이 아닌 평가자의 주관을 사실처럼 써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죠. 소설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철저히 심리검사 sign에 의해 지지되는지를 검증하면서 써야 합니다. 즉 앞서 든 예에서처럼 '수검자는 현재 우울한 정서 상태'라고 쓰려면 우울하다는 걸 지지하는 검사 sign을 찾아내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보고서에 기술하는지의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물론 초심자는 개별 검사 sign을 일일이 보고서에 명기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검자를 묘사하는 어떤 내용을 보고서에 썼을 때 이를 지지하는 해당 검사 sign을 말할 수 없다면 그 문구는 빼야 합니다. 평가자의 지나친 과잉 해석에서 비롯된 잘못된 결론일 수 있으니까요. 명심하세요. 검사 sign으로 지지되지 않는 문구는 쓰지 않는 게 옳습니다. 그러니 상담 전공자는 임상 전공자보다 심리검사 도구와 검사 sign에 대한 공부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죠.
3. '빼는 방식'이 아닌 '넣는 방식'으로 쓸 것
: 상담 전공자가 심리평가보고서를 망치는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각 심리검사 결과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추려냅니다. MMPI-2/A에서는 68 또는 70T가 넘는 지표, 로샤에서는 별이 뜬 지표, 지능 검사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는 지표와 소검사 등등. 그 다음에는 각각의 해석집을 뒤져서 내용을 스크랩한 뒤 보고서의 해당 영역에 붙여 넣습니다. 그 다음에 자신의 수검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빼는 작업을 합니다. 문제는 일단 유의미한 결과라고 해서 몽땅 붙여 넣은 뒤에는 노력이 아깝게 여겨지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빼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그냥 모두 살리는 방향으로 가게 되고 실제 수검자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내용의 보고서가 됩니다.
무엇보다 빼는 방식의 보고서는 군더더기가 많고 지저분하며 자칫하면 앞뒤가 모순된 내용이 들어갈 위험성도 있습니다. 그저 분량이 많아서 내용이 충실해 보이는 착시 효과만 있을 뿐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는 넣는 방식으로 써야 합니다. 수검자를 기술할 내용을 하나 찾으면 해당되는 검사 sign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서 교차 검증을 해 보고 이를 통과한 내용만 넣어야 합니다. 당연히 이 방식은 처음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번거롭습니다. 다 써놓고 보면 분량이 적기 때문에 부실해 보이기도 하고 통 마음에 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수검자에게 정확히 적용할 수 있는 핵심 내용만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오류가 없고 심리치료나 상담을 할 때 시작점이 되는 핵심 문제가 담겨 있어서 곧바로 치료로 연결하기도 편합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좀 어렵더라도 처음부터 '빼는 방식'이 아닌 '넣는 방식'으로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 관련 포스팅 :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 : 빼지 말고 넣는 방식으로 쓸 것'
4. 상담이 이미 진행중인 내담자의 경우 상담 내용을 넣지 않도록 주의할 것
: 상담 현장도 점점 단기 상담으로 재편되면서 상담자에게 배정되기 이전부터 선별평가를 실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그래도 상담 도중에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상담자가 평가자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 거지요. 이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건
상담 동안에 형성되었던 내담자에 대한 인상과 가설을 심리평가 동안에는 잠시 덮어둬야 한다는 겁니다. 이 개인적인 주관과 선입견의 영향력은 의외로 심리검사 해석에 자신이 없는 상담자의 눈을 흐리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마땅한 검사 sign을 찾지 못하는 경우 상담한 내용에서 그 근거를 가져와 보고서에 대신 넣는 것이죠. 보고서를 읽다가 관련 근거를 대지 못하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다면 상담 내용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하고 그런 경우 원칙적으로 빼야 합니다. 상담 내용으로 수검자의 모든 문제를 알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애꿎은 내담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강요한 꼴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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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수검자를 이러저러하다고 기술한 뒤에는 두 가지 방법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검사 sign을 근거로 대지 않고 그냥 마무리하는 방법이죠. 보통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에게 보여주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이런 방식으로 작성합니다. 즉, 관련 근거는 보고서를 작성한 평가자의 머릿속에만 있는 겁니다. 물론 나중에 어떤 경로로든 보고서의 내용에 대한 근거를 요구받으면 원자료에서 찾아서 제시할 수 있어야겠죠.
심리평가보고서가 수검자에게 노출되었을 때 보고서에 기록된 검사 sign을 기초로 추후 평가에서 수검자가 반응 조작을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때문에 일부러 검사 sign을 감추는 식으로 작성하는 평가자도 있습니다. 특히 이차적인 이득이 평가에 중요한 고려 사항인 장면(병역 문제, 법적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 등)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이 민감할 수 있는데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저는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평가자들이 기술 근거에 해당하는 검사 sign을 모조리 제시하는 것이 아닌데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full battery에 포함된 모든 심리검사도구의 검사 sign들의 복잡한 역동 관계를 심리검사도구의 비전문가인 일반인이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심리평가에 익숙하고 경험이 풍부한 평가자라고 해도 심한 우울증 환자처럼 보이게끔 검사 sign을 편향적으로 왜곡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완전히 정상처럼 보이게끔 조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죠. 그만큼 심리평가 결과를 조작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항상 매 문구마다 이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을 함께 쓰는 두 번째 마무리 방식을 권고하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첫째, evidence-based approach에 입각한 보고서 작성법 연습이 절로 되며, 둘째, 제대로 된 formulation이 되었는지 추후 점검해 볼 수 있으며, 셋째, 재평가를 실시하는 다른 평가자에게 중요한 근거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수검자에게 득이 됩니다.
이 방법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각 문구마다 해당 문구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을 괄호 안에 넣거나 문장에 자연스럽게 넣어서 기술하면 됩니다. 다만 여러 검사에서 다양한 검사 sign을 찾았다 치더라도 이를 모두 나열하기 보다는 핵심적인 몇 개의 검사 sign만 선별해서 제시하는 것이 좋은데 이 때 가능하면 구조화된 검사(예, MMPI-2)에서 한 개, 비구조화된 검사(예, HTP)에서 한 개씩 찾는 연습을 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문장을 완성한 뒤 검사 sign들을 한꺼번에 나열하지 말고 조금 지저분하게 보이더라도 각 문구마다 함께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한꺼번에 나열하면 어떤 검사 sign을 어떤 문구를 쓰는 근거로 사용하였는지 알아보기 어렵거든요. 게다가 한꺼번에 나열하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써 버릇하면 정확한 근거를 찾기보다는 뭉뚱그려 대충 넘어가려는 나쁜 습관이 들 위험성도 있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검사 sign을 제시하는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보고서의 각 문구마다 대응하는 정확한 검사 sign을 찾아서 함께 제시할 것
2. 많은 sign들을 찾았어도 구조화된 검사와 비구조화된 검사에서 각기 한 개 정도의 핵심 sign만 제시할 것
3. 문장 끝에 한꺼번에 나열하지 말고 각 문구마다 일 대일 대응이 되도록 제시하도록 연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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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청소년 상담사 직무 자격연수 관련해서 심리평가 강의를 자주 나가다 보니 어떻게 하면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쓸 수 있는지 물어보는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제 스스로도 심리평가보고서를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잘 쓰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상당히 어줍잖은 조언이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동안 해 왔던 개인적인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기왕에 정리하는 거 임상과 상담 각 분야에서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이 어려운 이유의 차이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제 생각에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쓰려면 세 가지 요소를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 심리검사도구에 대한 지식
* story telling 기술
* 정신병리학에 대한 지식
입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위의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만 부족해도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쓰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훈련받은 영역이 임상이냐 상담이냐에 따라 부족한 부분이 각기 다릅니다.
임상의 경우에는 훈련 과정 뿐 아니라 대학원 학위 과정에서도 심리검사도구 및 정신병리학에 대한 지식을 굉장히 강조하기 때문에 대부분 차고 넘치도록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story telling 기술은 거의 배우지 않기 때문에 심리검사 sign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웬만큼 알고, 진단 기준에도 익숙하며, 실제 정신병리적인 현상에 대한 접촉 경험도 많지만 이걸 어떻게 꿰어 수검자의 모습으로 formulation해야 하는지 몰라 답답해 하는 것이죠. 직소 퍼즐의 예를 들자면 퍼즐 조각들을 넘치게 갖고 있고 대략적으로 어떤 모양의 그림이 될 지도 알지만 비슷한 색깔 별로 조각들을 모은 뒤 모서리부터 맞춰나가기 시작해야 쉽게 맞출 수 있다는 노하우를 모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제가 훈련받던 당시와 달리 최근에는 병원 장면에서도 심리치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수련 과정에서 다양한 상담 및 심리치료 사례에 대한 공부와 실전 경험을 하고 있으니 점점 나아질 것 같기는 합니다.
다음으로 상담인데, 상담 영역은 임상과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상담은 기본적으로 story telling을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이를 워낙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정작 당사자들은 잘 몰라도 부지불식간에 자연스러운 story telling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상담 현장에 심리평가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고 훈련 과정에서도 심리평가를 중요하게 다루게 되면서 심리검사도구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려고 MMPI-2/A, 로샤 등도 공부하고 워크샵을 찾아다니거나 개인 supervision도 받으면서 열심히들 노력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상담 전공자에게 진정 필요한 건 심리검사도구에 대한 지식이 아닙니다. 정말 부족한 건 정신병리학에 대한 지식입니다.
'내가 일하는 영역은 개인상담센터라서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볼 기회가 좀처럼 없으니 정신병리학에 대한 전문 지식까지는 필요없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 있지만(이미 상담과 임상의 구분이 많이 희미해진데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곧 의미없는 토론 주제로 전락할 겁니다),
정신병리학에 대해 공부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병리적인 현상을 진단 기준에 따라 구분하고 변별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정신병리학에 대한 전문지식은 너무나 복잡다단한 수검자의 호소 증상과 문제를 구조화된 틀을 통해 가지치기를 한 뒤 실제로 검증해야 할 핵심 가설을 설정하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상담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무기인 story telling 기법의 제한점은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길을 잃고 난삽해지면서 중언부언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핵심 가설들을 설정하는 게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 정신병리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환시를 보고하는 초등학교 4학년 아동이 있다고 할 때 정신병리학과 정신진단체계에 대한 지식이 있는 임상가라면 환청에 대한 언급이 없는 환시의 단독 보고가 드문 일이고 초등학교 4학년의 조현병 발병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혹시 환시를 보는 시점이 입면기 또는 출면기가 아닌지 확인해 보고 환시를 보는 시점을 그 때로만 한정지을 수 있다면 조현병에 대한 가설을 세우지 않을 겁니다.
이처럼 정신병리학에 대한 지식은 불필요한 가설을 배제하거나 핵심 가설을 세울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좀 더 효율적인 심리평가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그러니 상담 심리학을 전공한 임상가라면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 정신병리학을 공부하셔야 합니다. 심리검사도구에 대한 공부에만 올인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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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 몇 년 사이에 심리평가 강의를 나갈 때마다 TCI의 장점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을 하고 다니지만 정작 현장에서 어떻게 써 먹을 수 있는지를 설명하지 않았더니 어떻게 활용하는거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 참에 한번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포스팅 하겠노라고 약속도 했고요;;).
일단 제가 추천하는 활용 3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1단계 : 성격 장애 또는 성격 문제 파악
* 2단계 : 기질 및 성격 유형 확인
* 3단계 : 하위 척도 해석 및 통합
1단계인 성격 장애 또는 성격 문제 파악은 임상적인 차원에서 수검자의 성격 장애 진단 또는 성격 문제의 양상을 확인하는데 있어 종합심리평가로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TCI를 이용하는거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올 4월에
'TCI를 이용한 성격 장애 진단의 개념적 이해'라는 글에서 상세히 설명을 드렸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다시 다루지 않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의 포스팅을 참고하시고요. 참고로 Cloninger는 8개의 성격 문제를 분류해서 제시해 놓았는데 이 중 5개가 DSM 진단 규준과 겹칩니다. 그러니 최소한 5개의 성격 장애 진단을 위한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죠.
1단계 결과 성격 장애나 성격 문제가 확인되었다면 그에 걸맞는 치료적 개입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고요.
2단계에서는 T점수 3분 분할점을 사용하여 기질의 3척도와 성격의 3척도 각각에 대해 T점수 45 미만, 45 이상 55 이하, 55 초과인지에 따라 L(ow), M(edium), H(igh)로 명명하고 3 X 3 X 3 조합 중 해당되는 유형을 확인합니다.
기질과 성격 각각 27개의 유형 중 하나로 확인이 될 겁니다. 그 다음에는 해석집에서 각 유형에 대한 해석 내용을 찾기만 하면 됩니다. TCI는 해석집이 잘 구성되어 있어 각 기질, 성격 유형을 찾아 보기만 하면 되는데 각 유형의 장점과 단점을 잘 구분해서 설명해놓았고 무엇보다 이것이 별도의 해석 방법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서 반갑죠.
이 때 1단계와 2단계에서 주의할 점 중 하나는
1단계인 성격 장애 및 성격 문제 파악에서는 백분위 점수를 사용하는데 비해 2단계인 기질 및 성격 유형 확인에서는 분할점으로 백분위가 아닌 T점수를 사용한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분할점으로 백분위 점수를 사용해도 되기는 되지만 해석집의 유형이 T점수를 활용해 구분했다는 것과 백분위 점수를 활용해 구분한 유형과 미묘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소 귀찮더라도 T점수를 활용하시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성격 장애 및 성격 문제도 확인했고, 기질과 성격 유형도 파악했으면 그 다음은 조금 더 detail한 수준에서 수검자의 기질과 성격을 살펴볼 시간입니다.
3단계에서는 각 기질 및 성격 유형의 하위 차원을 뒤져보게 되는데 그러기 위해 결과지의 두 번째 장을 활용합니다. 두 번째 결과지에는 기질 척도 4개, 성격 척도 3개 각각의 하위 척도와 하위척도명, 원점수, 규준집단의 평균, 규준집단의 표준편차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요.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위험 회피 기질 척도의 하위 척도는 모두 4개인데 그 중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HA3)' 척도의 원점수가 13, 규준집단의 평균이 8.7, 규준집단의 표준편차가 3.6이라면 이 수검자의 원점수 13은 분포 곡선의 1 표준편차(12.3) 이상 영역에 위치하는 걸 금방 계산할 수 있습니다. 즉 이 수검자와 동일한 성별과 연령을 가진 규준 집단과 비교해서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을 더 많이 경험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원 점수가 2 표준편차 이상이라면 더욱 강하게 경험한다고 말할 수 있을테고요.
각 기질, 성격 척도에는 하위 척도들이 있고 이 하위 척도들의 원점수가 각각 규준집단의 어디에 위치하는가에 따라 이 수검자의 경우 상승 또는 하강하는 기질, 성격 척도의 점수를 좀 더 깊이있게 설명할 수 있는거지요. 이것은 MMPI-2/A에서 각 임상, 내용 척도가 왜 상승 또는 하강했는지를 소척도들을 통해 살펴보는 것과 동일한 방법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작업을 할 때 각 하위척도의 맨 오른쪽 여백에 위 아래 화살표 모양과 갯수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기록해 둡니다. 나중에 수검자의 기질, 성격 부분을 심리평가보고서에 기술할 때 참고해서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조금 순화시켜 써야 하는 부분은 수정해서 써야 하니까요.
꼼꼼히 설명하느라고 글이 길어졌지만 이 3단계 해석 방식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빠른 시간 내에 수검자의 성격 장애를 변별 진단하고 각 기질, 성격 유형의 특성과 고유한 차이에 대해서도 금방 formulation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TCI를 활용하는 임상가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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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평가자마다 조망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평가자는
각 심리검사의 sign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에 온통 신경을 씁니다.
목질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입니다.
어떤 평가자는
각 심리검사의 sign이 수검자의 어떤 기능 영역을 설명할 수 있는지에 온통 초점을 맞추고 봅니다.
나무를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또 어떤 평가자는 심리검사의 개별 sign보다는 그것으로 설명되는
수검자의 심리적 특성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래서 결국 심리평가를 통해 알아낸 핵심 개념이 무엇인지에 넓게 초점을 맞추고 봅니다. 이것이
숲을 보는 사람입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는 당연히 목질과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수 있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심리평가의 목적에 따라, 선택한 심리검사도구가 무엇이냐에 따라, 수검자가 어떤 반응 양상을 보였는지에 따라 수검자의 심리평가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영역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목질보다는 나무에, 나무보다는 숲을 보기 위해 조망을 넓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질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so what?' 질문에 걸려 넘어지게 됩니다. 각 심리검사도구의 해석집을 열심히 공부하고 검사 sign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는 알지만 그것이 수검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래서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무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수검자의 각 기능에 대한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인지 기능이 어떻게 발휘되고 있는지, 현재 어떤 정서 상태에 있는지에 대해서는요. 하지만 인지 기능의 저하와 심리적 고통감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평소에 숲을 보는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런 평가자가 쓴 보고서는 틀린 구석은 없습니다. 하지만 연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각 기능 영역을 단순히 병렬로 나열한 느낌이라서 읽는 사람이 지루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모르는 모호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특정 심리검사 sign의 해석에 다소 자신이 없다고 해도, 특정 기능 영역의 기술이 매끄럽지 않다고 해도 평가하고자 하는 수검자의 전체성(wholeness)을 염두에 두고 각 기능 영역의 연결성에 초점을 맞추는 연습을 평소에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목질보다는 나무가, 나무보다는 숲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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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전에 올린 포스팅 중에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의 ABC'라는 글이 있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 쓸 것인지 참고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B(기술, description), A -> B(설명, explanation), B -> C(예측, prediction)를 염두에 두고 쓰면 좋다는 내용이었죠.
물론 A -> B -> C를 모두 담아낼 수 있으면 가장 좋은 심리평가보고서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수검자의 현재 심리 상태 뿐 아니라 이러한 상태를 야기한 가장 신빙성 있는 원인을 찾아 설명하고, 게다가 향후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러한 상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측한 후 어떠한 개입을 해야 하는지, 제언까지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결국 평가자는 심리평가의 어떤 요소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인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기술하는 것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 가설을 검증해 원인을 밝혀내는 쪽에 집중할 것인지, 경과의 진행 여부를 추적하기 위해 최대한 가능성이 높은 예측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굳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상담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심리평가에만 주력하는 임상가들과 달리 상담자는 주로 하는 업무가 상담이고 심리평가는 상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에서 실시하게 됩니다.
저는 상담자가 심리평가를 실시한 후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A -> B 보다는 B -> C에 집중하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사람의 심리는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라서 정확한 인과 관계를 밝히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설사 가능하더라도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명하게 드러나지도 않는 원인 찾기에만 집착하다보면 검사 결과가 아닌 상담 내용이나 배경 정보 등의 비검사 결과를 갖고 소설을 쓰게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A -> B가 아닌 B -> C에 집중한다는 건 수검자에게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고, 그러한 어려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까지 진행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개입을 해야 하는지를 다루겠다는 것이니, 내담자를 도와 내담자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상담자의 마음 자세와 맞기도 하고 무엇보다 수검자의 심리 상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예측하려면 변별 가설을 정확하게 세워야 하기 때문에 심리평가를 위한 가설 설정을 위한 공부에도 절로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상담자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A -> B 보다는 B -> C를 좀 더 비중있게 다루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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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심리평가 시 심리검사 도구를 선택하는 방법'에 이어지는 포스팅입니다.
심리평가를 할 때 가설을 잘 검증할 수 있는 심리검사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어제 포스팅의 요지였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심리평가를 위한 가설을 잘 세울 수 있을까요?
대단한 묘안은 제게도 없지만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첫째, 검사 sign에 대한 공부는 분명 필요하나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제게 어떤 정신과적 장애, 어떤 심리적 문제를 전형적으로 드러내는 검사 sign, 검사 결과 profile을 물어보시는 분이 생각 외로 많은데 딱 들어맞는 그런 profile이 있지도 않지만 설사 있다고 해도 그걸 달달 외우는 식으로 익혀서는 나중에 큰 코 다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거든요. 심하면 오진을 할 수도 있어요. 같은 이유로 심리평가 사례집도 참고만 하셔야지 자신의 심리평가 사례와 비슷한 걸 뒤져서 똑같은 검사 sign을 발견하면 기뻐하며 그대로 심리평가보고서에 옮기는 식으로 작업하시면 안 됩니다.
둘째, 바로 위의 내용과 상반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검사 도구에 대한 숙지는 확실히 하셔야 합니다. 검사 sign에 대한 해석은 검사 도구의 정확한 활용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검사 결과가 어떤 과정을 거쳐 산출되는지 모르면 당연히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어떠한 검사 도구이든 매뉴얼을 꼼꼼히 읽어보고 그 안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계셔야 합니다. 수퍼비전을 할 때도 그렇고 강의를 할 때도 그렇고 심리검사도구의 매뉴얼을 읽지 않는 분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에 매번 놀랍니다.
셋째, 임상이 아닌 상담 심리학을 전공하신 분들은 특히 정신 병리학에 대한 지식을 별도로 습득하셔야 합니다. 정신과적 문제를 가진 사람은 병원으로 가고, 증상이 심하지 않고 mild한 사람은 상담 현장으로 가는 식으로 더 이상 나눠지지 않습니다. 상담 장면에서 이미 변별 진단이 필요한 사례가 많이 늘었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겁니다. DSM 체계에 대한 공부는 필수이고 정신병리학에 대한 공부도 꽤 깊은 수준으로 하셔야 합니다. 정신병리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진단 가설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껴 상담 센터를 방문한 대학교 2학년 남학생으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을 믿을 수 없고, 진짜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될까봐 두려우며, 최근에 감정 기복이 심해져서 갑자기 눈물이 나고 악몽을 반복해서 꾸는 등 수면 장해를 경험하고 있는 수검자를 평가한다면 변별을 위한 진단 가설을 몇 개나 설정해야 할까요?
정보가 부족해 자세한 내용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탐색해 봐야 하겠지만 위의 사례의 경우 최소한 5~6가지의 1차 진단 가설을 당장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정신병리학과 DSM 진단 체계에 익숙하지 않으면 검사 전에 이런 진단 가설을 떠올리는 게 어렵고 진단 가설을 설정하지 못한다면 실시한 검사 결과를 펼쳐놓고 짜맞추면서 골머리를 썩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넷째,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을 익히는 것보다 상담이나 심리치료에 대한 사례 중심의 서적을 많이 읽는 것이 낫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의 기본 양식은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요소만 익히고 나면 결국 어떻게 내용을 전개하느냐가 관건인데 소설을 잘 쓰려면(심리평가보고서를 소설 쓰듯이 쓰라는 말이 아니라) 소설 작법에 대한 공부만 파고 들 것이 아니라 다른 소설가의 작품을 많이 읽고 어떤 문체, 어떤 시점, 어떤 구조를 갖고 있느냐를 살펴봐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학, 역사, 건축, 예술, 철학, 정치, 사회에 대한 지식을 풍부하게 습득해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심리평가보고서의 내용은 상담과 심리치료에 대한 공부를 통해 풍부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대가의 심리치료 이론, 심리치료 사례집 등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개인의 내적 역동을 다루는 이론이나 사례라면 더욱 좋겠죠.
간략하게 요약해 보겠습니다.
1. 전형적인 검사 sign이나 검사 profile에 집착하고 모으지 말 것
2. 검사 도구를 숙지할 것. manual은 반드시 꼼꼼히 살펴볼 것
3. DSM 진단체계와 정신병리학에 대해 깊이 공부할 것
4. 상담, 심리치료의 이론, 사례 중심의 책(대가의 고전을 중심으로)을 많이 읽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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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심리평가 관련 강의를 할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모든 심리검사는 대면 검사로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검사 도구의 선택과 검사 실시 타이밍은 평가자가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강조점은 다른 포스팅에서 다시 이야기를 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두 번째 강조점 중 심리검사 도구와 관련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심리검사 도구를 사용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작성하고 싶을텐데요.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수검자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formulation할 수 있어야(즉, 수검자의 심리상태 그림이 잘 그려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심리검사 도구의 선택이 중요하죠.
검사 수가와 관련하여 이미 심리검사 도구 묶음인 battery들이 구성되어 있는 병원 환경은 예전부터 그랬다 치고 요새는 상담 현장도 단기 상담으로 가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선별 심리평가를 routine하게 실시하는데, 원래 그래서는 안 됩니다. 효율성만 따지다 보면 소탐대실 할 수 있죠.
앞에서 말씀드린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쓰는 방법을 다시 요약해 보자면, 수검자의 심리 상태를 잘 그려낼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제대로 된 검사 도구 선택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검사 도구는 어떻게 선택해야 잘 선택했다고 말 할 수 있는 걸까요? 당연히 평가자가 검사 전에 세웠던 가설(변별 진단을 위한 가설, 성격 역동을 파악하기 위한 가설, 예후를 예측하기 위한 가설 등)을 검증할 수 있는 검사 도구를 선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등교 거부 행동을 보이는 중학생의 부적응 양상을 평가하려고 할 때, 학교 생활의 어려움이 낮은 지능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지능 검사와 같은 인지 기능 검사의 실시가 필수적입니다. MMPI-A에서 LAS, IMM이 상승한다고 해도 부분적으로만 이를 입증할 뿐이죠. 결국 지능 검사가 필요합니다.
이미 실시할 검사 도구가 정해져 있는데다 평가자가 검사 도구를 선택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임상가들은 이미 실시한 검사 결과를 갖고 일종의 '사후 가설'을 세우는데 그건 연구 방법론에서 일단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후 이리저리 통계 분석 프로그램을 돌리면서 소위 말하는 '별이 뜨는' 결과를 중심으로 역방향으로 논문을 엮는 것과 유사한 것입니다. 그것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엄청 비효율적이고 시행착오적인 방법이죠.
원래
심리평가의 가설 검증 절차는 의뢰 사유와 현 병력, 주 호소 문제를 중심으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검사 도구를 평가자가 선택한 뒤 실시한 검사 결과에 따라 가설을 채택할 것인지, 기각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겁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심리평가 시 심리검사 도구는 평가자가 필요에 따라 선택, 실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가설을 가장 잘 검증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도구를 선택하는 겁니다. 당연히 가설을 가장 잘 검증할 수 있는 심리검사 도구인지를 파악하려면 심리검사 도구에 대한 이해와 숙지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가설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어떻게 해야 심리평가를 위한 가설을 잘 세울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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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
심리평가보고서,
의뢰 사유,
임상가,
주 호소,
현 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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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을 위한 도움을 받으려고 관련 서적 검색을 해 보면 터무니 없을 정도로 참고할 만한 책이 없는 것이 임상심리학계의 현실입니다. 심리평가는 임상심리학 분야의 꽃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분야이고 사실 상 유일무이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인데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책 한 권 없다는 건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입니다.
물론 성태훈 선생님이 쓰신
'종합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이 있지만 이미 나온 지 4년이나 지나 그동안 출시된 K-WAIS-IV, K-WISC-IV와 같은 새로운 검사 도구라든가 DSM-5와 같은 새로운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상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유일한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 책이니 아마도 개정판을 내시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요.
어쨌든 그래서 제가 심리평가 관련 강의를 나갈 때마다 자주 소개하던 책이 바로 Zuckerman의 이 책, Clinician's Thesaurus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참고는 했지만 정작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일독한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꼼꼼히 읽어보니 분명히 장점도 많은 책이지만 한편으로 단점도 적잖이 눈에 띄더군요.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장점은 detail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의 각 영역에서 기술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어떤 문구를 사용하면 좋을 지 풍부한 문장 예시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영어 독해 능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만 된다면 자신이 쓰고자 하는 내용을 옮길 때 막혀서 난감할 때 관련된 부분을 찾아서 즉각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detail 또한 단점이 될 수 있는데 이 책에는 심리평가보고서 작성과 관련된 것만 실린 게 아니고 정신상태평가를 위한 인터뷰, 질문지, 삶의 질 측정 등 수검자를 평가하고 이해하는데 필요한 다른 많은 자료들도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은 총 3부 중 두 번째 파트만 해당되고 그나마 나열식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바로바로 대응해서 살펴볼 수가 없습니다.
예제는 많지만 다분히 미국 문화에 어울리는 내용도 많아서 우리나라 임상 현실에 그대로 접목해서 사용하기에는 좀 다듬을 필요도 있고요.
심리평가보고서를 이미 어느 정도 쓸 줄 아는 임상가보다는 심리평가보고서가 뭔지 잘 모르는 초심자에게 더 어울리는 책입니다.
결국 자신의 심리평가보고서 quality를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중급자들께 추천드릴 책은 아직 못 찾았습니다.
태그 -
clinician's thesaurus,
DSM-5,
K-WAIS-IV,
K-WISC-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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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검사,
심리평가,
심리평가보고서,
인터뷰,
임상심리학,
정신상태평가,
종합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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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핵심 요소와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고 해도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작성의 금과옥조라고 할 수 있는 작성 기준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한다고 해도 생각만큼 쉬워지지 않고 매번 새로운 작품을 고민하는 소설가의 산고와 같은 경험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열심히만 쓰면 언젠가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쓸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간단한 팁을 하나 드리려고 합니다.
보통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많은 평가자들이 심리검사의 결과 자료에서부터 시작을 하게 됩니다. MMPI-2/A라면 결과 프로파일을 보고 code type을 뽑아내고 해석집을 뒤져서 그 code type에 맞는 해설을 베껴서 보고서의 성격 및 정서 영역에 옮겨 적습니다. HTP의 예를 하나 더 들면 집 그림의 특징적인 부분을 뽑아낸 뒤 역시 해석집이나 사례집을 뒤져서 해당되는 해석을 모두 기록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심리검사 결과의 해석을 정리해 놓은 뒤 수검자와 맞지 않는 부분을 빼는 식으로 문장을 다듬으면서 완성하려고 합니다.
저도 수련을 받던 초기에 주로 이 방법을 사용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매우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이런 식으로만 보고서를 작성하면 실력이 거의 늘지 않습니다. 게다가 심하면 천편일률적인 보고서를 쓰게 되는 고질적인 습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수검자에 대한 그림을 머릿속에 제대로 그리지 못한 상태에서 검사 결과 해석만을 덕지덕지 붙여놨기 때문에 무엇이 수검자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고 무엇이 맞지 않는지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뭘 빼야 좋을 지 선택하기 어렵고 수검자를 묘사하는데 불필요한 정보를 놓쳐서 남기게 되거나 반대로 수검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빼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최종본을 보게 되면 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한 보고서인지 구분할 길이 없게 된 보고서가 많습니다.
빼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쓰려면 수검자의 심리적 모습이 머릿속에 확실한 그림으로 그려져야만 가능한데 그런 그림이 그려진다면 굳이 빼는 방식을 쓸 일 자체가 없으니 결론적으로 정보를 덜어내는 방식으로 쓰는 작성법은 어떤 식으로든 효율적이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하느냐 하면,...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넣는 방식으로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MMPI-2에서 D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해보죠. 그렇다면 RC2 재구성 임상척도도 상승하는지, 임상 소척도 중 어떤 것이 뜨는지, DEP 내용척도도 유의미한 수준인지, 내용 소척도는 무엇이 유의미한지 등을 살펴보고, 그 다음에는 수검자가 우울하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sign이 어떤 검사에서 확인되는지 뒤져봅니다. HTP를 살펴보고, 문장완성검사에서 우울하다는 주관적인 보고가 있는지, cognitive triad가 발견되는지, 로샤에서는 이를 입증하는 검사 sign이 뭐가 있는지 등등을 찾아보는 것이죠. 이렇게 교차 검증을 통과한 경우에만 비로소 수검자가 우울하다고 쓰는 겁니다(초심자는 괄호 안에 우울을 지지하는 검사 sign을 나열하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쓰면
일단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고 보고서의 일정 분량을 채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넣어진 내용은 교차 검증을 통과했기 때문에 수검자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내용들이고 그런 기술들을 반복해서 읽게 되면 수검자를 case formulation하는데 빠진 부분이 무엇인지 좀 더 쉽게 머릿속에 떠오르게 됩니다.
빼는 방식이 아닌 넣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쓰는 연습은 하면 할수록 시간이 단축되고 각 검사 sign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로 익숙하게 됩니다. 경험많은 supervisor들이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듯이 심리검사의 원자료만 뒤적거리면서도 그 자리에서 수검자를 설명하는 이야기를 뚝딱 만들어내는 이유는 반복 연습에 의해 이런 과정이 이미 체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결과를 해석한 내용을 나열하고 수검자에게 맞지 않는 부분을 빼는 방식 말고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교차 검증을 통해 수검자를 정확하게 기술하는 내용만을 집어 넣는 방식으로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더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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