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장애에 대한 책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장 전문가를 위한 전문 서적과 일반인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볼거리 위주로 가볍게 쓴 책이죠.
이 책은 현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쓰여졌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들이 너무 극적이다보니 그만큼 읽는 재미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만큼 유용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일반인을 위한 책이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반인들이 편하게 보기에는 전문적인 내용이 너무 많거든요.
이 책의 저자인 Yudofsky 박사가 사실 특수분야(?) 중 하나인 신경정신의학(Neuropsychiatry) 분야의 임상가이기 때문에 과연 이 분이 성격장애 치료의 대가일까 하는 의구심부터 들었습니다. 실제로 책 내용 중에 성격 장애의 유전학적, 뇌영상 연구 결과 소개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거든요. 494p에는 '분열형 성격 장애의 결정적 요인 중에는 뇌와 관련된 것이 있을 것이라고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라는 단정적인 말까지 나오죠.
Clonninger 교수의 TCI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뭔가 시사점을 많이 던져줄 것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그렇게 깊이 고민한 것 같지는 않고 성격 장애를 이해하는 하나의 tool 정도로 가볍게 보고 만 것도 실망스러웠습니다.
또한 서두에 주변 사람들이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는 성격 장애가 의심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를 알려줄 것처럼 소개했지만 실상 대처 방법은 그저 확인했으면 피하라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도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이 책에는 연극성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 반사회적 성격장애, 강박성 성격장애, 편집성 성격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분열형 성격장애, 중독성 성격장애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좋은 분들은 일반인도 아니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가도 아니고 정신병리학 기본 수업을 들은 심리학과 대학원생 정도입니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었는데 맨 마지막에 실려 있는 중독성 성격 장애(DSM으로는 진단되지 않는 성격장애)에 대한 부분은 제게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역시나 'Addiction-prone Personality'에 대한 논의에서 별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행위 중독보다는 약물 중독에 대한 예만 다루고 있어 제 입장에서는 좋다 말았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현장 임상가들은 굳이 읽으실 필요 없는 책이고 수련을 앞두고 있는 대학원 졸업반 학생이라면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쉬엄쉬엄 한번 정도 읽으면 좋습니다.
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 준 부분도 별로 없어서 '월덴지기가 흥미롭게 읽은 구절들'도 작성하지 못했네요;;;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
이미지 출처 :
아마존
Applied Clinical Psychology 시리즈에서 나온 책으로 내용은 책 제목 그대로 임상 심리 인턴을 위한 지침들을 모아놓은 겁니다.
대표 저자인 Zammit와 Hull을 포함해 8명의 저자들이 공동 집필한 책이고 주된 내용은 선발 과정, 인턴십 과정의 세팅, 관련 전문가에 대한 소개 및 관계 맺기, 수련 과정 적응하기, 실습하기, DSM-IV를 이용해 진단하기, 심리평가하기, 심리치료하기, 차트 기록하고 심리평가보고서 작성하기, 정신약물학에 대한 기본적 이해 등입니다.
저야 수련을 다시 받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련을 앞두고 있거나 현재 수련 중인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있을까 하여 읽기 시작했으나 다 읽고 나서 1995년 발간된 책이란 건 알게 되었습니다(역시나 별 내용이 없더라니;;;). 20년이나 된 오래된 지식이라 별로 건질 건 없었습니다. 너무 구태의연한 내용들 뿐이에요.
게다가 그 당시 기준으로도 심리학과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인턴 과정 입문 지침서 정도의 책이라서 우리나라 대학원생 수준에서도 읽어보라고 추천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오히려 놀라운 건 지금도 여전히 이 책이 아마존에서 135불이라는 가히 엽기적인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는 점!!
그래도 다음과 같은 (당연한) 수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하나의 수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APPIC 인턴십 프로그램의 요구 조건
1. 최소한 두 명 이상의 supervisor가 supervision을 제공해야 함.
2. 인턴 수련 과정 중 최소한 25% 이상의 시간이 직접 환자를 만나는 데 사용되어야 함.
3. 일주일에 각각 최소 2시간 이상의 면 대면 supervision과 seminar/case conference가 제공되어야 함.
4. 인턴십 프로그램은 최소 1,500시간, 24개월 연속으로 진행되어야 함.
5. 인턴에게는 급료가 제공되어야 함(무급 인턴 불허).
일부 조건만 가져왔지만 우리나라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에서는 저 조건이라도 모두 충족하는 수련 기관이 거의 없을 겁니다. 두 명 이상의 supervisor로부터 supervision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자체가 전무하니까요. 첫 번째 조건만 적용해도 우리나라 수련 기관의 99% 이상이 탈락할겁니다. 게다가 20년 전에도 미국에서는 불허했던 무급 수련생 제도를 떡하니 악용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니까요.
무엇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지침서 자체가 아예 없죠. 임상심리학의 역사가 반 백년이 넘는데도 말이죠.
마음만 답답해진 독서였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혹시라도 책 내용을 궁금해 하실 분이 계실까 싶어 북 크로싱합니다.
2009년 6월에 남의 인생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지 좀 말라는 의미의
'박사 학위는 대체 왜 그렇게 따라고 난리인가'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 근 5년이 지났습니다만 여전히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한 공부를 왜 계속하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계셔서 심심한 김에 국내 심리학 박사 학위 무용론 포스팅 2탄이나 써 보렵니다.
이 글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이 소위 말하는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부 출신이 아니거나,
당신이 SKY 출신이 아닌 경우 외국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지 않았거나,
하다 못해 당신이 지원하려는 그 학교 학부 출신이 아니라면,
당신이 국내 심리학과의 교수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 한번 디벼 보겠습니다.
일단 한국 심리학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심리학 혹은 심리학 관련 학과가 설치되어 있는 대학 정보를 싹 긁었습니다. 그 다음에 학교 별로 교수 명단을 확보하여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하여 분류하였습니다.
* 분류기준
1. 학부가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인지 여부
2. 학부가 SKY가 아닌 경우 외국 박사인지 여부
3. 교수로 재직 중인 그 학교 학부 출신인지 여부
자 그럼 이 세 가지 분류 기준을 통과하여 학부가 SKY 출신이 아니고 외국 박사도 아니며 그 학교 학부 출신도 아닌 국내 박사 교수가 국내 심리학과에 몇 %나 있는지 대략 살펴보겠습니다. 모든 대학을 다 조사 못한 이유는 너무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제 입맛에 맞는 대학만 임의로 뽑은 것이 아닙니다. 리스트의 위에서부터 차례로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말이죠. 이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들은 여기 제시한 대학 명단에서 빠진 대학을 하나 선택해서 본인이 한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 별로 큰 차이가 없을거라고 장담합니다.
* 서울대학교(12) : 서울대11, 전북대(Rutgers대) :
전멸
* 고려대학교(14) : 서울대3, 고려대9, 연세대. 서강대(Massachusetts 주립대) :
전멸
* 연세대학교(15) : 서울대4, 연세대8, 고려대, South Florida대, Smith대 :
전멸
보시다시피 SKY 심리학과는 세 기준을 통과하는 교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고려대는 자대 학부 출신 교수가 60% 이상, 연세대는 자대 학부 출신 교수가 50% 이상입니다. 서울대는 압도적인 90% 이상이죠. 그런 의미에서 오성주 교수 정말 대단하군요(저랑 대학원을 같이 다녔다능~). 보시다시피 SKY 출신이 아닌 국내 박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럼 이제 그 밖의 수도권 심리학과 개설 대학을 살펴보죠. 최근 3년 사이에 신규 임용된 교수들의 경우 학부를 확인하는 것이 아주 어렵더군요. 감안해 주세요.
* 성균관대학교(6) : 서울대3, 성균관대2(Nebraska대, Pitsburgh대), 장혜인(Pittsburgh대) :
전멸
* 성신여자대학교(7) : 서울대3, 고려대, 연세대, 이대(Georgia대), 성균관대(California대) :
전멸
* 서강대학교(7) : 서울대3, 연세대2, 고려대, Boston대 :
전멸
* 이화여자대학교(9) : 서울대, 이대2(Iowa대, Massachusetts 주립대), 이대, 양윤(Kansas 주립대), 안현의(Wisconsin대), 이승연(Iowa대), 설경옥(Minnesota대), 김수영(Wisconsin대) :
전멸
* 중앙대학교(8) : 서울대, 연세대2, 중앙대2, 중앙대3(Western Michigan, 동경대, Duke대) :
전멸
* 덕성여자대학교(7) : 고려대2, 이종숙(Iowa대), 오영희(Wisconsin대), 주은선(Chicago대), 김미리혜(New York 주립대), 김제중(Vanderbilt대) :
전멸
* 아주대학교(8) : 서울대3, 고려대3, 신강현(Kansas 주립대), 단국대(서울대박사) :
1명
보시는 것처럼 성균관대, 성신여대, 서강대, 이화여대, 중앙대, 덕성여대 모두 전멸이고 아주대학교에서 단국대 학부 출신으로 서울대에서 박사를 하신 교수님이 딱 한 분 계십니다. 그게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1% 교수로 불리는 100만 부 베스트셀러의 작가인 이민규 교수님입니다. ㅡㅡ;;;
말 나온 김에 더 보죠. 수도권 이하 지방에 위치한 대학들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한림대학교(8) : 서울대6, 연세대, 이대(Michigan 주립대) :
전멸
* 광운대학교(7) :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3, 성균관대2(Iowa주립대, Kansas 주립대) :
전멸
* 부산대학교(7) : 서울대4, 고려대, 부산대(서울대), 부산대 :
전멸
* 호서대학교 산업심리학과(6) : 서울대4, 이대(Texas Austin대), 호서대 :
전멸
* 전남대학교(9) : 서울대2, 한규석(Ohio대), 윤가현(Georgia대), 노안영(Kentucky대), 김문수(California대), 강영신(Northeastern대), 박형인(Central Michigan대), 이혜진(Wisconsin대) :
전멸
* 우석대학교(4) :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박영주(프랑스 리용 2대학) :
전멸
*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4) : 고려대, 연세대2 , 성균관대 유전공학과(고대) :
1명
* 충북대학교(10) : 서울대4, 고려대, 연세대, 이대2(Brown대, Purdue대), 박광배(Illinois대), 부산대 :
1명
* 강원대학교(5) :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2 :
2명
* 경북대학교(7) : 서울대, 경북대(Florida 주립대), 이대(Purdue대), 경북대, 충남대(New Mexico 주립대), 서강대, 중앙대 :
2명
* 가톨릭대학교(13) : 서울대6, 고려대, 성심여대(Ohio대), 전북대(Arkansas 주립대), 정승철(프랑스파리제10대학), 최은실(이대), 한양대2 :
3명
* 대구 가톨릭대학교(4) : 서울대, 성균관대, 영남대, 아주대 :
3명
* 계명대학교(7) : 고려대2, 박권생(Texas Austin대), 김남균(Connecticut대), 성균관대, 중앙대, 손은정(이대) :
3명
보시는 것처럼 지방으로 내려가면 완전 전멸은 아닙니다. 하지만 역시 전체 교수 중 비 SKY, 비 외국 박사, 비 자대 출신 교수의 비중이 50%를 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찾아본 곳 중에서는 대구 가톨릭대학교가 유일했습니다. 지방대를 목표로 한다고 해도 절대로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이버대학교를 살펴보겠습니다. 간혹 사이버대학교를 국내 심리학 박사의 탈출구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과연 그럴까요?
* 고려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18) : 연세대7, 고려대2, 강원대(뉴욕주립대), 부산대(Florida대), Western Ontario대, 이대, 가톨릭대, 성신여대, 서울여대, 성결대 :
5명
*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2) : 영남대(계명대), 서강대(고려대) :
2명
* 한양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9) : 서울대3,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Maryland대), 전북대(George Washington대), 이대, 숭실대 :
2명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를 제외하고는 비율이 오히려 더 떨어집니다. 한양사이버대학교의 경우는 20%도 안 되고 고려사이버대학교의 경우도 30%를 넘지 못합니다.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의 경우 100% 비 SKY, 비 유학파, 비 자대 출신 교수인데 그 2명이 누구냐 하면 영화치료로 유명한 심영섭 선생님하고 심리학 개론 및 카운피아로 유명한 전종국 선생님이에요;;;;
정리해 보겠습니다.
본인이 SKY 학부 출신이 아니고, 국내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데 자대 출신 교수 지망을 할 게 아니라면 국내 심리학과 교수가 되는 건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라는 걸 이제 아시겠지요? 죄송하지만 꿈 깨세요.
아, 물론 심리학과가 아닌 유사 학과까지 외연을 넓히면 가능성은 조금은 더 커지겠지만 저는 희망을 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낮은 확률을 바라보고, 이 늦은(?) 나이에 국내 박사 학위 취득에 도전한다는 건 솔직히 시간 낭비, 돈 낭비라고 생각해요. 인생이 로또도 아니고 말이죠. 게다가 저처럼 인맥 관리 못하는 사람은 더 어렵죠.
그런 의미에서 박사 학위 과정에 기웃거릴 시간에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을 더 기울이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지금이라도 박사 과정에 들어가라는 되도 않는 오지랖 좀 그만 부리셨으면 좋겠네요.
덧.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는데 순수하게 공부가 좋아서, 개업하려고, 박사 학위를 요구하는 기관이나 기업에 취업하려고, 기타 등등 그 밖의 다른 목표를 위해 박사 학위에 도전하는 분들을 폄하하려는 포스팅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냥 박사 학위만 있으면 어떻게든 심리학과 교수가 될 수 있겠지 하고 막연하게 감 떨어지기만을 기대하고 있는 분들과 제 자신에게 경고하기 위한 글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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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인지 치료나 인지 행동 치료는 요새 쏟아져 나오고 있는 MBSR, ACT, EMDR, DBT(요건 좀 된 것 같지만) 등의 기법에 비하면 뭔가 오래된 구닥다리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CT, CBT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말하지 못할겁니다.
그냥 오래되었으니까, 미국에서 민영 보험때문에 수가 인정받으려고 어쩔 수 없이 쓰는 거니까 낡고 별로 효과가 없을거라는 잘못된 선입견 때문에 그런 취급을 받는 것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인지치료에 대해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중심을 잘 잡으면서도 동시에 인지치료의 핵심을 잘 정리하고 있는 이런 책이 반갑습니다.
비록 이 책의 대표 역자인 이종호 선생님이 작년에 직접 쓰신
'그 남자를 사랑해도 될까요?(2011)'는 개인적으로 거의 혹평에 가까운 소개글을 올렸지만(지금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꽤 좋은 책입니다. 번역도 깔끔하니 잘 되었고요.
저자인 Michael Neenan과 Windy Dryden 둘 다 영국의 임상가인데 개인적으로는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입니다.
오~ Windy Dryden은 RECBT의 선구자 중 하나라고 하네요.
목차를 보시면,
1부. 인지치료의 이론(1~11)2부. 인지치료에 대한 오해(12~21)3부. 인지치료의 실제- 첫걸음(22~31)- 부정적 자동 사고(32~48)- 부정적 자동 사고의 검토와 대처(49~62)- 과제(63~66)- 내재된 가정과 규칙을 알아내는 방법(67~72)- 가정과 규칙 수정하기(73~80)- 핵심 믿음 드러내기(81~84)- 새로운/기존의 핵심 믿음을 발전시키고 강화하기(85~93)- 저항(94~95)- 종결 및 그 이후(96~99)- 인지치료는 문제가 있는 내담자만을 위한 것인가(100)
으로 주 내용은 3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읽으면서 2부는 빼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인지 치료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려고 애쓴 나머지 무리한 흔적이 많이 보였거든요. 예를 들어 13. '인지 치료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에서는 정서 자체가 치료적 개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실 인지 치료가 감정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는 말은 인지 치료가 감정을 다루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인지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다는 비판이거든요. 해명의 번지수가 다른 것이죠. 감정을 치료 목표 중 하나로 고려하지 못하고 수단으로만 활용한다는 비판인데 해명이 좀 어거지처럼 들리더군요.
실제로 이 책에서도 감정이 실렸다는 '뜨거운' 인지에 접근하기 위해 정서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활성화된 정서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거든요(인지 치료이니 당연하겠지만)
하지만 그 외에는 비판할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깊이가 좀 부족한 건 있지만 그건 100가지 소제목으로 배열한 책의 나열식 구성때문에 그런 것이지 내용의 충실도는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추천 대상은 심리학과 대학원생 이상이고 인지치료 입문을 앞둔 임상가의 워밍업용 교재로도 괜찮습니다. 인지 치료자는 아니지만 인지 치료적 기법을 활용하고 싶은 현장 임상가도 한번쯤 읽어보시면 분명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덧. 이 책은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책입니다.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작년에 출판업에 종사하는 분이 저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확실히 요새는 심리학이 출판 시장의 대세라고 하네요. 자기 개발(이거 계발이 맞나요? 당췌 헷갈려서 -_-;;;)서와 재테크 서적의 시대가 지나고 바야흐로 심리학 서적의 세상이 온 겁니다.
그런데 정작 졸업하면 미아리에 돗자리 까는거냐는 비아냥과 조소를 들으며 학교를 다녔고 선배들로부터 10년만 참으면 심리학이 대우받는 세상이 온다는 격려같은 한탄을 들으며 살아온 제게 이런 세태는 전혀 반갑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도무지 들지 않거든요.
그래도 나름 최근에 쏟아져 나오는 심리학 서적이라면 빼놓지 않고 읽고 있다고 자부합니다만 정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심리학 서적을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궁금하시면 심리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서적 코너에 가셔서 제가 별 다섯개로 평가한 책이 몇 권이나 있는 지 세어보시면 당장 아실 수 있을겁니다. 그나마도 제가 높게 평가한 책은 현장의 임상가를 위한 전공서적, 그것도 거의 번역서입니다. 일반인들을 위한 책은 제 기억으로 한 권도 없습니다.
이것은 심리학 분야가 일반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만큼 여전히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심리학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이비 전문가들이 당의정처럼 달달하게만 쓴 책으로 사람들을 현혹해 책 팔아먹기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물론 강력히 후자를 의심하고 있고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2009년~2010년에 쏟아져 나온 '~심리학', '심리학 어쩌고 저쩌고로 살펴본 ~'류의 책 중에서 정말 좋은 심리학 책이 있나요? 몇 번 책 소개를 하면서 뻔한 사회 심리학 개념을 재탕하는 것을 한탄한 적이 있는데 사회 심리학의 개념들이 무슨 사골입니까? 재탕하게.
자신들만의 상아탑에 갖혀 상호소통을 하지 못하는 심리학자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심리학이야 오해를 받든 말든 자본주의 파도의 서핑을 즐기는 얼치기 심리학자들은 정말 구역질이 납니다.
얼치기 심리학자들이나 제대로 안 파는 사람들이나 똑같은 넘들입니다.
당장 심리학과의 경쟁률이 폭등하여 어느 학교는 의대 다음으로 경쟁률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제 블로그만 해도 최근 들어 임상심리전문가, 상담심리전문가를 꿈꾸는 분들의 방문 수가 월등히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수련 기관이 모자라 수련을 받기 위한 재수는 필수요, 삼수도 필수라는 이야기는 아무도 안 해줍니다. 선택받은 몇 몇을 제외하면 많은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비정규직의 길을 걸어야 하거나(특히 박사급 전문가는 길이 없습니다) 프리랜서로 평생 심리평가만 하면서 치료자의 길을 접어야 하는데도 아무도 심리학의 미래를 걱정하고 염려하지 않습니다.
심리치료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심리평가만 해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전문가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이는 하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아무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하지 않습니다.
미팅에 나가 심리학과에 다닌다고 말하면 쏟아지는 호기심 어린 눈빛을 즐기고 있습니까? 사람들을 만날 때 심리학을 했다고 하면 관심을 보이는 게 기분 좋아요?
언제까지 관심에 취해서 헤롱헤롱거리면서 살 겁니까?
자신이 발 디디고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가진 것과 모자란 것을 점검하고 함께 나누고 쌓아서 제대로 된 전문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심리학과를 들어갔는데 대학원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한 번 좌절하고 수련 기관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두 번 좌절하고, 가까스로 전문가가 되고 나서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사회에 마지막으로 좌절해서 치료자의 꿈은 어디로 갔는지 프리랜서로 아둥바둥 일하다가 그냥 모교 대학원에 박사 과정으로 들어가서 주저앉는 걸 이제는 그만해야 합니다. 모두 다 교수가 될 수도 없지만 교수가 되고 난 이후에 심리평가도 심리치료도 supervision도 모두 내려놓고 그냥 대학생들에게 사기치면서 띵까띵까 정년만 보장받으려는 보신주의도 이제는 좀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실 별 것도 아닌 심리학 개념을 사골 우려먹듯이 재탕하면서 사람들에게 팔아먹는 짓거리부터 때려치워야 합니다.
책 좀 팔리고 인세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자신이 뭐 대단한 사람이 된 듯 으쓱하겠지만 나중에 나이 먹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정신차리세요. 그 때 가서 물릴 수도 없어요.
요새는 사기치는 것이 쉬운 만큼이나 물리기가 어렵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인간으로 살기는 참으로 힘들지만 우리 괴물은 되지 맙시다.
★★★☆☆
이미지 출처 :
YES24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로버트 스턴버그(실용지능을 주창한 지능 이론의 대가입니다)가 대학원생, 박사 후 연구원, 신임교수들이 대학이라는 학문 세계에 들어와서 성공적으로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하기 위해 알아야 할 교훈들을 저자 자신이 체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소개한 책입니다.
제목에서처럼 101가지와 1/2개의 교훈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교훈의 분량이 아주 짧아서 쉬엄쉬엄 읽기에도 좋습니다.
저자가 심리학자이기 때문에 심리학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학문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내용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굳이 계속 공부를 하는 학자가 아니더라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유용한 내용이 많습니다.
제가 인상적으로 생각했던 교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훈 1. 다른 사람들이 진실이라 믿는 것이 당신도 그것을 진실이라 믿어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 학자라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는 자기 부정, 회의, 의심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죠.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학자에게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고 봅니다.
교훈 3. 자기 자신의 길을 가라. 그러면 보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 약삭빠르게 길을 재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게 되면 돈, 명예 등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말이죠.
교훈 4.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한 후에는 자신이 결정한 것에 충실하라.
-> 자신에게 중요한 일은 타협하지 말고 초지일관하라는 말입니다.
교훈 8. 모든 사람들과 성공적 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라.
-> 이건 참 기본적인 교훈인데 미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교훈 28. 만약 당신이 어떤 일을 잘한다면, 또다시 그 일을 하게 될 것이다.
->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했을 때 그 일을 잘하게 되면 계속 괴로운 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옳은 말인 듯.
사실 이 책에 나온 교훈들을 간략하게 정리를 해 보면,
'네가 좋아하는 길을 정하고 일관된 원칙과 기준을 따라 최선을 다하고 자신을 속이지 않으면 행복해진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
번역도 괜찮고 읽기에도 수월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다름 아닌 제판입니다. 하드 커버로 만들어졌음에도 내구성이 엉망이라 딱 한번 읽은 책인데도 책장이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합니다. 읽으면서 짜증이 확 밀려오네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