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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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돌베개 출판사의 책이라서 별다른 의심없이 주문했다가 발등을 찍힌 책입니다.
하버드 대학에는 학부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철학잡지인 '하버드 철학 리뷰'가 있습니다. 1991년에서 2001년까지 10년 동안 이 잡지의 편집인이었던 학부생들이 당대를 풍미하던 철학자(대부분 하버드 철학과 교수지만)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엮은 결과가 바로 이 책입니다. 그걸 강유원, 최봉실 선생이 번역했고요. 참고로 번역은 잘 되었습니다.
이 책에 인터뷰가 실린 철학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움베르토 에코 : 기호학과 실용주의
* 리처드 로티 : 형이상학 이후의 문화를 향하여
* 코넬 웨스트 : 행위에 대한 철학적 신념
* 스탠리 카벨 : 철학의 생에 대한 성찰들
* 알렉산더 네하마스 : 철학적 삶에 대하여
* 존 롤스 : 롤스를 기록하다
* 하비 맨스필드 : 정치철학에 대하여
* 앨런 더쇼비츠 : 법철학에 대하여
* 핸리 앨리슨 : 사적이면서도 전문적인
* 마이클 샌델 : 공화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하여
* 윌러드 콰인 : 논리, 과학, 철학에 대한 전망
* 코라 다이아몬드 : 해는 몇 시에 뜨는가?
* 피터 웅어 : 과학과 철학의 가능성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현대 철학의 흐름과 수록된 철학자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움베르토 에코, 알렉산더 네하마스, 존 롤스, 마이클 샌델, 이렇게 네 사람 뿐이네요. 그나마 대표 저작만 겨우 읽었을 뿐이고요.
제 생각에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한 책은 아닙니다. 철학 전공자이거나 최소한 철학에 대한 상당한 소양을 쌓은 사람들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중간보다 앞쪽에 실린 하비 맨스필드의 인터뷰를 읽은 다음에는 영 기분을 잡쳐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책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더군요. 하비 맨스필드는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엘리트 우파학계의 대표적인 학자로 소개되고 있지만 제가 볼 때에는 그냥 인종차별주의자에 안티 페미니스트인 마초 꼰대입니다. 이 사람의 인터뷰를 읽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하여간 현대 철학에 대한 교양을 쌓기 위해 한번 읽어볼까 생각하는 일반인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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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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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출판사의 책을 보이코트 하기 전에 사 둔 책이니 꽤나 오랫동안 묵혀두었다 읽은 셈이 된 히라노 게이치로의 장편소설입니다.
사실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걸출한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그의 소설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책을 읽는 방법(2006)'이라는 slow reading을 주장하는 책이었죠. 그 책이 워낙 인상깊게 읽혔기에 이후로 최연소 아쿠타가와 수상작이었던 '일식(1999)', '달(1999)'도 연이어 읽었더랬죠. 물론 두 권 다 생각만큼 좋았습니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은 처음 볼 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금방 적응되어 쉽게 읽히면서도 흡입력이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일식'에서는 의고체를 사용한데다 배경이 15세기 후반인데도 그랬고 '달'에서는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데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200자 원고지 5,500매에 달하는 초대작 '장송'입니다. 국내에는 두 권의 책으로 발매되었고 1권이 709페이지, 2권이 903페이지로 총 1,612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소설이죠.
그가 일식과 달 이후로 3년 만에 내놓은 작품인데 1840년 대 혁명의 파리를 중심으로 음악가 쇼팽과 화가 들라크루아, 쇼팽의 연인이었던 작가 조르주 상드를 중심으로 그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의 삶과 고뇌, 예술을 대하는 그들의 시각을 그야말로 촘촘하게 구성한 소설입니다. 쇼팽이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의 곁을 떠나 파리로 돌아온 날로부터 이 소설의 프롤로그이기도 한 쇼팽의 장례식 장면까지 약 3년 동안의 기록을 소설로 옮긴 겁니다.
저자 스스로 '일식(중세에서 르네상스로 전환)', '달(일본의 근대화 시작)', '장송(입헌군주제에서 공화제로 전환)'을 전환기 3부작이라고 명명하고 있으니 이 책은 그야말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소설은 구상 단계까지 포함해 4년을 온전히 쏟아부었다고 말할 정도로 방대한 양의 자료 수집 및 조사, 현지 답사를 진행하였는데 그 강박에 가까운 집착과 열정이 흡사 움베르토 에코를 연상케 하더군요.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말하는 그 자신감에 저도 모르게 동의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게다가 엄청난 분량인데도 숨쉴 틈 없이 읽히네요. 이렇게 혼신의 힘을 기울인 작품을 읽는 건 그것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죠. 시오노 나나미도 염려하고 있듯이 혼신의 힘을 기울인 나머지 젊은 나이에 스러져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드는 작가의 한 마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히는 게 작가의 임무다. 그 시대의 세계관을 사회에 알리고 세상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소설쓰기다"
덧. 개인적으로 조르주 상드의 딸 솔랑주는 정말 짜증나는 캐릭터였습니다. 저렇게 심성이 비뚤어진 자식이 있다면 아무래도 제 명에 못 죽을 것 같네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두 권을 한 세트로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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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까지 읽은 심리 문제를 다룬 소설 중 단연코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강력 추천부터 한방 날리고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 작가로 무라카미 하루키, 히라노 게이치로, 오쿠다 히데오 3명을 꼽곤 했는데 오늘부터 덴도 아라타를 추가합니다.
덴도 아라타는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본인도 그런 문제로 상처받은 기억이 있지 않나 의심될 정도로)로 가정 내 아동 학대, 성범죄, 학교 폭력 등의 사회 문제에 천착하는 작가로 하나의 작품을 쓸 때마다 모든 등장 인물과 배경, 장소 등을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설정해서 현실과 같이 만들어놓지 않으면 집필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1996년에 등단했는데도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이 몇 편 안 됩니다. 움베르토 에코와 비슷한 스타일인 것 같네요.
그 중에서도 영원의 아이는 무려 5년 8개 월이나 걸린 과작으로 작가 스스로도 상처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안은 채로 축하해야 마땅할 장소에서 행복하라고 말하며 웃는 게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97년 경부터 집 밖으로 거의 나올 수가 없었고 긴장성 두통, 불면으로 힘들어하며 집필을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악전고투 끝에 나온 책이어서 그런지 1,560페이지나 되는 엄청난 분량의 소설(2권의 하드커버)인데도 그야말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 속에서 정신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인물, 장소, 분위기의 묘사가 생생한 건 두 말 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도 각 등장 인물의 마음이 그대로 달라붙어 희노애락을 동일 시점에서 똑같이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걸 알고 꽤 많은 트위터 친구분들이 자신에게 치유가 되는 좋은 책이었노라고 멘션을 주셨는데 무슨 말씀인지 이제 확실히 이해가 됩니다. 학대받은 상처가 없는 저도 치유되었거든요.
꼭 읽으셨으면 하는 대상군은 부모-자녀 관계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입니다. PTSD due to Family Problem을 다루는 임상가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꼭 읽으세요.
덧. 가정 학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들은 수잔 포워드의
'독이 되는 부모'를 읽고 나서 이 소설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덧2. 덴도 아라타의 책은 국내에도 몇 작품이 번역되어 있지만 고독의 노랫소리, 애도하는 사람은 제가 보이콧하는 문학동네에서 출판되어 저는 읽을 수가 없네요. '가족 사냥'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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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소설가 움베르트 에코의 '젊은 소설가의 고백(Confessions of a young novelist, 2011)'을 북 크로싱합니다.
단순한 창작 비밀에 대한 고백만은 아니고 소설가로서의 정체성과 존재론적 실체를 고민하는 철학자로서의 정체성까지 드러내는 자전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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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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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는 언어학자이자 기호학자, 철학자, 미학자, 역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모국어인 이탈리아어 뿐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까지 통달한 언어의 천재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래 최고의 석학으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입니다.......만,
그러든 말든 저는 개인적으로 움베르토 에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2004년에 문을 연 이 월덴 3 블로그에도 소개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전에 '장미의 이름'을 읽으면서 머리에 쥐가 난 이후로 말이죠. 그래서 움베르토 에코의 책은 이후로 한 권도 읽은 적이 없습니다(자랑은 아닙니다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움베르토 에코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소설을 쓸 때 그냥 머릿속에서 창작한 것이 아닙니다. 소설 속의 세계를 거의 현실에 구현하는 수준으로 자료를 모으고 그러냈습니다. 예를 들어 '장미의 이름'을 쓸 때에는 등장하는 수도사들을 모두 초상화로 그려서 걸어 놓았고 글을 쓰기 전에 수백 개의 수도원 도면과 미로를 직접 그려보았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화할 때에도 등장 인물 두 명이 대화를 나누며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지 손쉽게 계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장미의 이름을 영화로 만든 마르코 페레리 감독이 대화 길이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영화 대본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쓴 것이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그 정도 혼신의 노력(강박증 수준의 완벽주의가 발현한 것일수도 있지만)을 기울인 소설이라면 독자도 그에 준하는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 읽어주는 것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거든요.
이 책을 쓰던 당시의 나이가 일흔 일곱인데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라니 웃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1980년에 장미의 이름으로 소설가로 입문을 하게 된 것이 28년 전의 일이니 아직은 젊고 전도유망한 소설가가 아니냐는 능청에는 실소일지언정 너그럽게 넘어가게 됩니다.
어쨌거나 이 책은 원래 하버드 대학교에서 주최한 '현대문학에 대한 리처드 엘먼 강의' 시리즈 중 일부를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주된 내용은 움베르토 에코가 말하는 '창작의 비밀에 대한 고백'입니다. 뭐 그렇다고 자신이 어떻게 소설을 썼는냐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창작한 소설이 독자라는 바다에 던져지고 나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다양한 파도와 파문, 그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텍스트가 확장되어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은 텍스트의 일관된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후반부에서는 소설가로서의 정체성과 존재론적 실체를 고민하는 철학자로서의 정체성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를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 책 역시도 에코답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난해하고 심오한 텍스트로 가득 차 있어 사실 자주 길을 잃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접한 움베르토 에코의 저작(장미의 이름 이외에는 단순한 몇 개의 짧은 글 밖에 읽은 것이 없지만) 중에서 그래도 이해하기 쉬운 책입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팬들에게는 추천드리겠으나 단순한 소설 작법에 대한 책이 아니니 주의를 요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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