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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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폭풍 속으로(1991)'라는 굵직한 걸작을 만든 여성 감독 Kathryn Bigelow의 2008년 작품입니다.
2010년에 이 영화로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을 누르고 제 82회 아카데이 시상식에서 6개의 아카데미상(작품상, 감독상, 감독상, 음향상, 편집상, 음향편집상)을 수상했죠. 재밌는 건 제임스 카메론이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전남편이라는 거. 그래서 시상식 전부터 부부전쟁이니 뭐니 하면서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쉴 틈이 없었죠.
이 영화의 주연인 제러미 레너는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전 세계 유수의 연기상을 싹쓸이하면서 존재감을 널리 알렸죠.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거나 다름 없습니다. 이 영화 이후로
'어벤져스(2012)'의 호크 아이로도 출연하고 본 레거시에서 주연으로 강렬한 액션을 선 보이기도 했죠. 어쨌거나 이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그야말로 최고입니다.
이 영화는 이라크에서 폭발물을 제거하는 특수부대인 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를 다루고 있는데 단순히 특수부대의 활약성을 멋지게 포장해 자랑한 것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전장에서 가장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매일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EOD 대원들의 심리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에 땀을 쥐고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숨막히는 폭탄 제거 장면도 그렇지만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제임스 중사가 본국으로 귀환한 뒤 장을 보던 중 너무나 많은 종류의 시리얼에 압도되어 선택을 못하고 난감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전장에서 폭탄을 해체하면서는 죽느냐 사느냐의 두 가지 길만 선택하면 되는데 일상으로 돌아오면 사소하지만 너무 많은 선택들이 제임스 중사에게는 오히려 힘겨웠던거죠. 결국 그는 다시 이라크로 재파병을 요청합니다.
이 영화에서 제임스 중사가 모빌에 정신팔린 자신의 아이에게 하는 말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어릴 때 그렇게 몰두하게 만들었던 것들도 어른이 되고 나면 아무런 의미없는 사소한 것들이 되고 마는데 그래서 자신에게는 폭탄을 제거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몰두하게 되는 일이라고.
이 장면을 보면서 제임스 중사가 참 불쌍하고 짠했습니다. 자신을 죽음의 위기 앞에 몰아넣을 때만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감사하게 되는, 그리고 다시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오면 지루해 죽을 것 같아서 결국은 불나방처럼 또 다시 폭탄을 향해 다가가는, 언젠가는 폭사로 삶을 마칠 것이 분명한데도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그가 참 안타까웠습니다.
어쨌거나 영화는 정말 괜찮습니다.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든, 심리 묘사를 좋아하는 분이든 간에 만족하실 영화라고 생각되어 추천합니다.
덧. 당연하겠지만 이라크 바그다드는 2008년 당시에도 미국인들의 출입 및 거주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요르단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덧2. 이 영화의 초반에 등장해 주인공인 제임스 중사와 상반된 캐릭터로 인상에 남는 연기를 보여준 '가이 피어스'와 용병 대장으로 나와 잠깐이지만 역시 존재감이 쩌는 연기를 보여준 '랠프 파인즈' 모두 반가웠습니다.
덧3. 이런 걸작을 만든 감독도 작년에 제가 혹평한
'제로 다크 서티(2012)'같은 엉터리 영화를 후속작으로 내놓는 것을 보면 좋은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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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줄루란드의 금렵구역 '툴라툴라'에서 야생코끼리를 보호하는 일을 하는 로렌스 앤서니가 쓴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Babylon's Ark, 2007)'를 북 크로싱합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아랍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원으로 유명했던 바그다드 동물원 동물들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을 구하러 자신의 모든 것을 문자 그대로 내팽개치고 달려가 구해낸 악전고투기입니다.
나름 익살맞은 문체로 썼지만 결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인간이 지구 상의 다른 생명체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을 하고 있는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직면해야 하니까요.
각오가 된 분들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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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시작하면서 모든 동물원과 수족관을 보이코트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자발적으로 동물원과 수족관을 방문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동물원이 동물들을 위해서 필요한 필수불가결한 이유에 대해 조금은 이해했지만 말이죠.
이 책은 예전에 사두었던 책들을 집히는대로 꺼내다 손에 걸려서 읽었습니다;;
글로 옮겨지면서 약간은 과장되었겠지만 이 책에 실린 내용은 모두 실화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줄루란드에서 야생코끼리를 돌보는 금렵구역 '툴라툴라'를 운영하던 Lawrence Anthony라는 사람이 CNN을 통해 이라크 전쟁 뉴스를 시청하다가 우연히 바그다드 동물원 소식을 듣게 되고 죽어가는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야기죠.
바그다드 동물원이 아랍권에서 가장 훌륭한 동물원이었든 뭐든 간에 길을 걷다가도 빗발치는 총탄에 목숨을 잃을 수 있고 자살테러에 숨죽여야 하는 무정부 상태의 바그다드에 들어가 동물원의 동물들을 구하러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친 거 아니냐고 할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앤서니는 바그다드 동물원의 동물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문명화된 인간이 야생동물을 이렇게까지 끔찍하게 학대하는 것을 정당화한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은 악행이 지구에 가해지고 있을까'라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구 멸망을 앞둔(혹시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인류에게는 이런 교훈을 몸에 새기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이라크 침공 초기 사담 후세인의 저항군과 연합군이 시내에서 전투를 벌이는 동안 바그다드 시민들은 무정부 상태에서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필요한 거라면 뭐든 팔고, 훔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판에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요.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거나 날개가 있거나 아주 재빠른 몇몇 동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굶주린 사람들에게 잡아 먹히거나 일용할 양식과 바꾸기 위해 밀매 시장을 통해 팔려나갔습니다.
앤서니는 그나마 남은 동물원 동물들을 살리려는 마음 하나만 갖고 사선을 넘었고 남아 있던 충직한 동물원 직원들과 힘을 합쳐 식수를 퍼다 나르고 엉망진창인 우리를 청소하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다소 과장된 문체로 익살맞게 그려지고는 있지만 그들의 악전고투하는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울컥하기에 충분한 끔찍한 상황들이 계속 나옵니다.
다행히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을 살려냈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앤서니의 고군분투가 그냥 일회성의 모험담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일 겁니다. 사실 그것만이 인류가 살 길이니까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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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국주의와 전쟁, 테러, 폭력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접근법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아부 그라이브에서 김선일까지 : 당대비평 특별호(2004)'를 북 크로싱합니다.
슬라보예 지젝, 장 보드리야르와 함께 박노자, 진중권 등 국내외를 아우르는 논객들의 통렬한 논파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는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dung님'이 소장하던 책을 북 크로싱하는 것입니다. dung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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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대통령 중에서 가장 낫다고 생각하면서도 제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100%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못하는 두 가지 정책이 바로 한미 FTA협상하고 이라크 파병입니다. 이 두 가지 정책 때문에 저는 지금도 양가 감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써 국익(맨날 그놈의 실체도 없는 국익 타령, 이제는 지겹습니다)때문에 대의를 저버릴 수 밖에 없는 그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국익을 희생하더라도 대의를 지켜야 하는 것이 지도자의 숙명이라고 저는 생각하기에 이라크 파병을 지금도 반대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잊어버렸겠지만 2004년 여름 김선일씨가 이슬람 과격단체에 납치되어 아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알량한 대의명분(저는 이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 때문에 자국민의 목숨을 포기했고 어설픈 협상으로 오히려 그의 빠른 살해를 재촉했습니다.
어쨌거나 김선일씨 납치살해사건은 그 때까지 사람들이 비디오 게임처럼 즐기던 전쟁을 잠시동안이지만 뼛속깊이 공포스럽게 느끼게 만든 하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슬라보예 지젝, 장 보드리야르와 같은 해외 석학들 뿐 아니라 진중권, 박노자를 비롯한 국내 저명인사들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폭력, 테러리즘에 대한 고찰, 테러 방조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대의 명분, 전쟁과 저항이라는 연결된 주제로 쓴 짧은 글들을 당대비평에서 묶어서 내놓은 글입니다.
얼핏 보기에 상당히 까다로울 것 같은 책이지만 번역도 깔끔하고 국내 저자의 글도 비교적 잘 읽히는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읽기에 가벼운 책은 아니지만 전쟁, 테러, 국익, 명분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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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씨네 21(포스터만 보면 꼭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Band of Brothers같지만 전혀 다른 영화에요)
공화당의 떠오르는 상원의원인 톰 크루즈는 노련미 100단의 정치전문기자인 메릴 스트립을 초청해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이라크 전선의 부정적인 전황을 일소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새로운 전략에 대해 기사를 써 줄 것을 주문합니다.
다른 장면에서 대학 교수인 로버트 레드포드는 장래가 촉망되는 제자와 면담하면서 현실을 바꾸기 위한 결단을 촉구하고 설득합니다(그가 참전을 종용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장면, 로버트 레드포드의 제자였던 두 소수 인종 병사가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톰 크루즈가 입안한 새로운 전략을 실행하느라 전략 포인트에 투입되었다가 매복 기습으로 눈 덮힌 고지에서 포위당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합니다.
이 영화는 세 장면을 계속 오가면서 진행됩니다. 짜릿한 흥분과 재미도 없고, 액션도 없습니다. 그러나 울림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는 이유는 상원 의원인 톰 크루즈가 미국의 위상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애국심으로 세뇌한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밀어넣는 행동이 미국의 돌파구라고 진정으로 믿고 있는 것 같고, 대학 교수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변화를 위한 행동을 촉구한답시고 이러한 정치가의 계략에 묵시적으로 동조하고 있고, 대쪽같은 언론을 대표하는 기자인 메릴 스트립이 결국은 양심을 꺾고 나팔수의 역할을 하게 되는 현실때문입니다.
이들은 나름의 신념과 이유가 분명한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이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생각해봐야 할 점은 그들의 용기와 추진력이 아니라 그들이 신봉하는 그 신념의 적절성입니다.
잘못된 신념은 인류의 양심을 파괴하고 생존을 위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상당한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지만 그 고민은 이 영화의 대상인 미국인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편한 진실'에서 앨 고어가 인구 수를 고려하더라도 미국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세계 1위이며 중국보다 훨씬 더 심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처럼 사실 정신을 차려야 할 사람들은 정작 미국인들이죠. 전쟁광 부시를 대통령으로 뽑는 어리석은 짓만 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로울까요.
제작비는 거의 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니, 탑 클래스인 메릴 스트립과 톰 크루즈, 로버트 레드포드의 개런티로 다 들어갔을 것 같군요. ^^
그래도 뛰어난 배우 세 사람의 훌륭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꽤 볼만합니다.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져 있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작심하고 만든 것 같은 영화, 로스트 라이언즈...
미국인들에게는 필 감상 영화이고, 시청에서 성조기 흔드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강력 추천합니다. 이 영화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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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4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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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라이언즈"는 포스트 9.11을 다룬 영화 중 "킹덤" 같은(정치색의 허울을 쓴 헐리우드식 블럭버스터 미국만세 액션 영화) 영화가 아니라 감독 겸 주연을 맡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자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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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6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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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문제는 문제의 내용을 안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누가 당사자인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 H. Carr, <<20년의 위기>> 中.올 11월에 개봉한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