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PI-2/A의 6번 척도는 흔히 편집증을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6번 척도의 상승이 편집성 조현병, 편집성 성격 장애를 드러내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이는 Ward, Kersh & Waxmonsky(1998)가 일찌기 주장했듯이 6번 소척도 중 Pa1 소척도만이 편집증과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6번 임상 척도가 상승했을 때는 반드시 소척도 연결 분석을 통해서 어떤 소척도가 모척도의 상승을 견인하는지 찾아야 합니다.
특히 Pa3는 총 9개 문항 중 8개 문항이 '아니다' 방향으로 채점되기 때문에 Pa1, Pa2 소척도와 역방향으로 움직이기 쉽습니다. 그러니까 Pa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할 때 Pa1, Pa2, Pa3 소척도가 일제히 상승하는 걸 보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Pa3 소척도는
'MMPI-2/A 1-3-3-3 패턴이란'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방어적 경향'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때 Pa3는 '방어적 낙천성', 쉽게 말해 '근거 없는 낙관적 사고'를 의미합니다.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잘 될거라고 믿는 낙관주의를 반영하는거죠.
하지만 이는 Pa 척도 자체가 유의미하지 않거나 Pa1, Pa2 소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은 상태에서 Pa3 소척도만 상승할 때 해석하는 방법인데 Pa3는 또 다른 해석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이분법적 사고' 내지는 '흑백 논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분법적 사고나 흑백 논리로 해석해야 하는 경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다음과 같은 조건 하에서 그렇게 해석하는 걸 고려해보세요.
1. 6번(Pa) 임상 척도가 유의미하면서 Pa3 소척도가 동반 상승하는 경우
: 앞에서 '근거없는 낙관적 사고'로 해석할 때 Pa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으면서 Pa3 소척도가 상승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때는 Pa3 소척도의 상승이 편집성과 상관없는 방어적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6번 모척도와 Pa3 소척도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이분법적 사고로 해석할 때는 모척도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는 편집성이 강한 사람들은 세상을 흑백 논리로, 즉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어 보기 때문입니다.
2. TCI/JTCI에서 LLL, LLM 성격 유형으로 평가되는 경우
: LLL, LLM 성격 유형이라는 건 성격 미발달 상태가 심각한, 그러니까 내면 아이 성숙도가 매우 낮은 사람이라는 건데 이분법적 사고가 아이들이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사고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장난감을 선뜻 빌려주는 사람을 친구, 장난감을 안 빌려주는 사람을 나쁜 XX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죠. 이처럼 수검자의 내면 아이 성숙도가 낮은 경우에 상승한 Pa3는 이러한 흑백 논리를 반영할 수 있습니다.
3. SCT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 문항의 답변이 질문의 반영인 경우
: 문장완성검사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문항이 있는데 이 문항의 답변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응답하는 내용을 보면 Pa3 소척도의 상승을 이분법적 사고로 해석하는 걸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는 2번에서 관찰되는 사고 패턴과 동일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응답 경향입니다.
당연히 겹치는 조건이 많을수록 이분법적 사고와 흑백 논리로 해석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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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할 때 수검자를 가장 덜 괴롭히면서(!) 가장 많은 정보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심리검사 도구를 선택하는 것도 임상가의 능력입니다만 반복 사용에 제한이 있는 심리검사의 특성 상 아무래도 생각보다 많은 도구가 포함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대면 검사가 끝나고 실시한 검사 sign을 정리하다보면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어떤 것이 덜 중요한지 선택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심리검사 sign들을 선별해서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릴테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단계. 절약성이 가장 중요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최소한의 검사로 최대한의 정보를 모을 수 있다면 가장 좋죠. 그러니 검사 도구 선정 단계에서부터 꼭 필요한 검사가 아니면 가능한 한 추가, 실시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물론 검사 수가 때문에 이미 검사들이 battery로 묶여서 처방되는 병원 장면에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만...
2단계. Key word를 중심으로 정리
인간의 심리 현상이라는 것이 워낙 복잡 다단한 것이라 어느 하나의 개념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죠. 다만 일종의 Key word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불안정 애착이라든가, 이분법적 사고라든가, 반복적인 욕구 좌절로 인해 내재화된 분노라든가... 그런 Key word를 방사형 원의 중심에 놓을 수 있도록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의뢰 사유를 꼼꼼히 확인해서 진단 가설, 역동 가설, 관계 가설 등을 세우는 것이 유용합니다. 이 내용은 이미 수 차례 포스팅을 한 바 있죠(
'심리검사 전 필수 점검 사항 - 의뢰 사유 확인과 가설 설정'). 진단 가설을 세우는 방법에 대해서는
'수검자가 호소하는 문제를 바탕으로 '진단 가설' 세우기'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단계. Key word 및 Key word와 1단계로 연결된 개념을 지지하는 검사 sign만 선택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어떤 수검자를 설명하는 Key word로 반복적인 성피해 트라우마를 찾았다고 가정해보죠. 당연히 트라우마랑 연결된 몇 가지 개념들이 더 있을 겁니다. 통제 불능의 자기 파괴적 행동이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고, 정서적 지지 세력의 부재가 다른 하나의 연결 개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찾아낸 개념을 중심으로 이제 트라우마와 연결된 개념들을 지지하는 검사 sign을 찾아서 모으는 겁니다.
그렇다면 Key word를 지지하는 검사 sign과 Key word와 1차적으로 연결된 개념을 지지하는 검사 sign을 제외한 나머지 검사 결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건 과감하게 버립니다. 물론 넓은 맥락에서 보면 그 검사 sign들도 수검자의 특정 측면을 설명하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건 핵심적이지도 않고 의뢰 사유와 맞지도 않습니다(2단계에서 이미 의뢰 사유에 따른 가설을 설정하는 과정을 거쳤으니).
위와 같은 과정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면 어느 순간 자동적으로 최적의 검사를 선택해 실시하고, 의뢰 사유에 따른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하면서 Key word를 찾고, 그 Key word와 1차적으로 연결된 핵심 개념을 찾아서 그걸 지지하는 검사 sign들을 자연스럽게 선별하게 됩니다.
그러면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한결 손쉽죠. 정보의 홍수에 떠내려 가면서 허우적대는 일이 현저히 줄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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