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감위가 2007년에 출범한 이후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동안 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설립된 이후 본격적으로 가동할 때까지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입니다만 그동안 쌓은 치유, 예방의 노하우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설립되고 중장기 발전 계획대로 전국에 20여 개의 센터가 운영된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주말 상담'과 '병원 치료'문제입니다.
주말 상담은 도박자의 사회 적응과 가족의 상담 참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치유 서비스로 현재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는 센터에서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말 상담에 주력하던 한국 마사회 유캔센터가 이미 문을 닫았고 나머지 사행사업체 운영 센터의 폐소내지는 축소 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사감위 센터가 주말 상담을 실시하지 않으면 직장을 다니면서 도박 중독을 치유하고자 하는 도박자와 그 가족은 상담을 받을 길이 없게 됩니다. 주중 야간 상담을 한다고 해도 임시방편일 뿐 모든 수요를 충족할 순 없습니다.
이런 실정인데도 사감위는 주말 상담을 할 계획이 없을 뿐 아니라 지방에 설립되는 지역 센터도 주말 상담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물론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운영 요일을 통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도박자와 그 가족의 치유가 아닐까요? 사감위 중독예방치유센터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시기 바랍니다.
또 다른 문제는 병원 치료의 미제공입니다.
도박 중독은 행위 중독인 만큼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처럼 약물 치료에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처럼 약물 치료가 필요한 공존 장애로 고통받거나 자살 충동이 너무 심해 단기간이라도 입원 치료가 필요한 도박자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사감위는 병원(외래, 입원) 치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병원 치료가 필요해보이는 내담자는 모두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는 센터로 넘겨 왔는데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는 센터의 치유 업무가 축소되면 당연히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병원 치료부터 축소할 겁니다. 그러면 병원 치료가 필요한 내담자는 앞으로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나요?
솔직히 사감위는 그동안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는 센터들이 주말 상담, 병원 치료 등을 전담하는 바람에 편하게 일해왔습니다. 전국에서 밀려드는 내담자도 이미 전국 네트워크를 가동 중인 사행사업체 지역 센터로 넘기기만 하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작년에 사감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사행사업체가 분담하는 분담금의 액수도 대폭 늘어났으니 이제 주말 상담과 병원 치료처럼 도박자과 그 가족에게 필수적인 치유 서비스를 보완하는 문제부터 신경써야합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설립을 앞둔 이 시점에서 당장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 주말 상담과 병원 치료와 같은 당연한 치유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비난을 듣게 되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사감위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161
현재 국내 도박중독 현장에서 사용하는 도박중독 진단척도는 크게 4가지입니다.
가장 오래된 것이 SOGS인데 유병률이 과다추정되는 문제가 드러나 단독으로는 사용하지 않으며 다른 척도와 병행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의 경우 교차 진단을 위해 K-MAGS, K-NODS와 함께 사용합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K-MAGS-DSM(혹은 K-MAGS)으로 미국정신의학진단편람인 DSM-IV-TR의 진단 기준을 활용한 척도입니다. 병원에서 주로 이 척도를 사용하며 사실 상 가장 널리 사용되는 척도입니다.
그리고 K-NODS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척도로 가장 최근에 나왔죠. 1년 유병률과 평생 유병률을 나누어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문항이 좀 많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 밖에 GA(익명의 단도박 모임)에서 AA의 문항을 변형하여 만든 GA20문항이 있습니다. 이 척도는 GA에서만 사용합니다.
CPGI는 사감위만 사용하는 척도로 이전 포스팅(
'한국판 CPGI의 문제점')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엉터리 척도입니다. 도입하는데 들인 돈이 아까워서 그런지 창피함을 무릅쓰고 꾿꾿이 사용하고 있습니다(웃음).
이순묵 & 김종남 선생님은 최근에 publish한 논문(관련 포스팅 '
[논문] 도박중독 문제의 본질에 충실한 평가/진단 및 비율 산정')에서 도박자의 부인 경향을 차단하기 위한 filter 문항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별로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 굳이 도입을 하고자 한다면 병원의 입원 병동에만 국한해 도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신과 병원의 보호 병동에 입원하는 경우 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부인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이기 때문에 도박 중독 척도를 사용하는 경우 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초기 라포 형성의 어려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입원 환경에 대한 불만, 다른 입원 환자와 동일하게 취급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현장에서는 도박자의 부인 경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제가 일을 시작한 이래로 초기 평가에서 도박 중독자가 정상으로 보이기 위해 진단 척도를 왜곡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양상은 도박자가 자발적으로 방문하든, 가족의 강권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방문하든 차이가 없습니다.
2005년부터 저는 도박 중독자에게 MMPI-2와 사회적 바람직성을 측정하는 척도인 MCSD를 함께 제공해왔습니다.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르는 반응 왜곡 경향을 탐지하기 위해서이죠. 도박자들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보이려는 경향은 높은 편이나 부인 경향은 거의 없습니다. MMPI-2의 타당도 척도에서도 이상 반응을 보이는 도박자가 없고요. 상당히 솔직하게 답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정신과 병원의 입원 병동을 제외하고는 도박 중독 진단 척도에 도박자의 부인 경향을 탐지하기 위한 문항을 굳이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