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I에서 '성취에 대한 야망'은 인내력 기질의 하위차원이고 '자기 수용'은 자율성 성격의 하위차원이니 하나는 기질이고 다른 하나는 성격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자기 수용'을 잘 한다는 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고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자기 계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니까 '성취에 대한 야망'을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자기 수용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내력 기질에 포함된 '성취에 대한 야망'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제목 그대로 성공과 성취에 대한 열망이 강하고 야심적이며 자신이 맡은 일에서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 싶어하는 기질의 소유자라는 겁니다.
자율성 성격에 포함된 '자기 수용'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자신의 장점 뿐 아니라 한계를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으로 훈련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성공을 원하고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은 기질을 타고 난 사람은 성장하면서 자동적으로 자기 수용이 높아지는걸까요? 성취에 대한 야망이 낮은 기질의 사람보다는 아무래도 유리하겠지만 그렇게 단선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율성은 기질 수용적인 환경에서 적절하면서도 충분한 돌봄을 받으면서 성장해야 발달하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자기 수용'과 '자기 일치'는 self-concept에 대한 인식(awareness)과 통찰, 가치관과 태도의 정립이 되었을 때 발달하는거라서 단순히 성취에 대한 야망처럼 기질적인 장점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내력 기질 내에서도 '근면'이나 '끈기'와 같은 다른 자원 또한 얼마나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기질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적 맥락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내력 기질이 높은 걸 우대하지 않는 문화권에서 자랄 경우 '성취에 대한 야망'이 낮은 게 오히려 '자기 수용'을 높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처럼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성취에 대한 야망'과 '자기 수용'을 일차원으로 연결하여 해석하는 건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어디까지나 기질 수용적인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결과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걸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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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선안남 선생님은 현장에서 상담을 하는 practitioner이면서 동시에 심리학 책으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책을 내는 심리학자가 그다지 많지 않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꽤 많이 읽히는 좋은 책을 쓰는 작가이고요.
그런데 작년에 월덴 3를 통해 소개한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거야(2010)'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여전히 본인의 내공을 기존 심리학 연구 결과에 기대는 느낌입니다. 이게 본인의 생각인지 출판사의 전략인지 모르겠지만 일반인은 몰라도 심리학도에게 어필하는 글쓰기는 확실히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책이 심리학도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서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저 심리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갖는 개인적인 아쉬움일 뿐이죠.
하지만 워낙 다작을 하는 분이라서 그런지 점점 깊이가 떨어지는 느낌인데 이건 좀 문제라고 봅니다. 제가 읽은 책이야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거야(2010)'가 유일하지만 그 책에 비해서도 내공 수위가 많이 약해졌습니다.
2011년만 해도 이 책 외에 '한밤중에 초콜릿 먹는 여자들', '나를 사랑해야 치유된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까지 무려 3권의 책을 더 내놓았습니다. 물론 각기 다른 주제이기 때문에 제가 항상 우려하는 사골 국물 우려내듯이 후닥닥 쓴 책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다작을 하다보면 본인의 경험과 깊은 사유에서 충분히 숙성된 내용을 담아내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이 책은 '자존감'이라는 너무나 중요하면서도 핵심적인 개념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추천할 수준입니다. 자존감이 자존심이나 우월감과 어떻게 다른지 구분하고 있는 것도 적절(
'자존심이 세다?' 참조)했고 자존감의 정도 뿐 아니라 안정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아주 좋았습니다.
자존감이 행복감을 느끼는데 결정적인 요소라는 저자의 통찰에도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다만 낮은 자존감을 올리는 요소로 제시한 것들 중 '친밀감', '경청', '가족' 등 관계 지향적인 접근 방식과 '자기애', '자기 수용' 등 자신만의 수용과 인정 기준을 수립하는 접근 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자존감을 증진하는 근본적인 방법'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자존감을 근본적으로 높이려면 관계 지향적인 방식의 노력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전히 사람에 대한 무한 애정과 공감이 담겨 있는 책이라서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충분히 좋은 책이지만 앞으로 제가 계속 선안남 선생님의 책을 읽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더는 실망하기 싫거든요. 개인적인 바램은 한 2~3년에 한 권 정도씩 현장의 노하우와 정수를 담아서 책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출판사에서 가만 내버려둘 것 같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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