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삼제(Cognitive Triad)는 Aaron Beck의 우울증 인지 모형에서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3요소를 일컫는데,
* 부정적 자아상 : 자기 자신을 부정적이고 패배적인 시각으로 봄
* 자신의 경험에 대한 부정적 평가 : 세상을 삶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거나 극복 불가능한 장애물로 봄
* 미래에 대한 부정적 견해 : 자신의 미래를 매우 부정적이고 절망적으로 봄
으로 간략히 정리하면 자신, 환경, 미래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인데 인지 삼제가 지속되면 우울 장애가 악화되고 무엇보다 무망감(hopelessness)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증가됩니다. 문제는 무망감이 자살 위험성 증가를 설명하는데 있어 가장 설명력이 높은 요인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인지 삼제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다행히 MMPI-A에는 인지 삼제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들이 있습니다. 모두 내용 척도에 포함되어 있어 한 눈에 살펴보기에도 좋죠. 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A-cyn1(염세적 신념) : 미래에 대한 부정적 예상
* A-lse1(자기 회의) : 부정적 자기 개념
* A-fam2(가족 내 소외) : 가족 내 지지망의 부재
A-cyn1과 A-lse1 내용 소척도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A-fam2 소척도가 왜 자신의 경험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설명이 좀 필요한데 아시다시피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양육) 환경은 바로 가족이죠. 그래서 거의 유일무이한 가족 내에 지지망이 부재하여 소외감을 느끼는 상황에 놓인 청소년이라면 세상을 자신을 방해하거나 극복 불가능한 장애물로 지각하기 쉬운 겁니다. 절망적인 상황인 것이죠.
따라서 이 세 소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할수록 기존 우울 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무망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도 증가할 수 있어 자살 위험성에 대한 추가 평가가 요구됩니다. 자살 위험성 평가와 관련해서는,
MMPI-A에서는 ANG1 소척도 대신 A-con1(표출 행동) 소척도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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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워낙 자해(Non-Suicidal Self-Injury)가 유행이기도 하고 정서행동특성평가에서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의뢰되는 청소년들도 많다 보니 내담자들의 자살 가능성에 예민해진 상담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supervision 때 자살 위험성 평가나, 자살 예방 상담, 자살 방지 대책에 대한 질문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질문의 요지를 정리해보면 '내담자가 과연 자살을 시도할까요?', '내담자가 안 죽게 하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내담자인 것 같은데 병원에 입원시키는 게 좋을까요?', '내담자가 죽으면 어떡하죠?'처럼 내담자가 죽게 되었을 때의 충격과 공포를 감당하지 못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묘책을 물어보는 선생님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상담을 오래 하다보면 내담자를 잃는 경험을 하게 마련입니다. 이건 상담자의 숙명과 같은 것이어서 피하려 노력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직까지 그런 경험이 없다고 안도할 일도 아니고, 반대로 자주 경험한다고 해서 익숙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2009년에 제 내담자를 잃은 이후 그 여파가 굉장히 오래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임상심리학자들이 피검자/내담자를 자살로 잃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포스팅 참조). 그 이후로 자살과 관련된 공부도 많이 했고 상담자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도 정리해서 연속으로 포스팅을 하기도 했죠.
자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상담에 의뢰된 내담자를 상담할 때 많은 상담자들이 내담자를 죽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걸 자주 봅니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내담자를 더 절망에 빠뜨려서 의도와 반대로 죽음의 길로 인도하게 되기도 합니다.
무게감이 같지는 않지만 제가 주로 했던 도박 중독 상담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가족들은 도박을 끊게 하려고 중독자를 데려오고, 상담자 역시 중독자를 망가뜨리는 도박을 멈추게 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합니다. 그러니까 도박을 못 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알고 보면 그게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지만 설사 도박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다음은요? 한 때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그렇다고 믿었던) 도박을 빼앗긴 도박자에게는 무엇이 남죠? 도박을 멈추는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도박을 멈추지 않고서는 도박 중독 치유가 끝나지도 않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도박을 멈추게 하려는 모든 노력이 중독자가 아닌 주변인의 관점에서 본 접근법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다시 자살 위험성 문제로 돌아와서 내담자가 자살을 이야기할 때 내담자를 죽게 내버려두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가족도, 상담자도, 하다못해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학교, 군대, 회사 등 조직조차도 내담자의 자살은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담자는 어떨까요?
내담자가 왜 죽고 싶을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공통된 이유 중 하나는 살아야 할 희망이 없다고 느껴서입니다. 살 희망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벌려면 일단 죽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자살방지서약서 작성을 요청하고, 자살 위험성이 있으면 비밀보장을 할 수 없으니 부모에게 알릴 수 밖에 없다며(내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나를 죽지 않게 하는데만 골몰하는 상담자를 보면 내담자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죽어서는 안 될 이유를 찾으려는 상담자를 보면 든든하고 의지가 되고 상담자를 한번 믿어보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살아보려는 마음을 먹게 될까요?
도박을 그만두더라도 어떤 행복한 삶이 가능할지를 함께 찾아보는 상담자를 도박자가 원하듯이, 자살하고자 하는 내담자는 자신이 살아있어야 할 이유를 찾기 위해 애쓰는 상담자를 더 미덥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담자의 그런 노력이 역설적으로 내담자의 생존 확률을 높입니다.
그러니 내담자를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죽느니만도 못한 삶을 어떻게든 연명하게 하는 방법이 아니라) 살게 하기 위해, 삶이 어떤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을지 내담자가 깨달을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죽지 못해 사는 게 아니라 살아있어서 행복하다는 걸 (매 순간) 느끼기 위해 살고자 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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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TCI와 관련된 제 일련의 포스팅 시리즈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위험회피기질이 가장 취약한 기질이라는 걸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실제로 임상/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내담자의 기질 유형은 대체로 높은 위험회피기질과 상관이 있고요. 특히 강박성 기질과 고립된-겁많은 기질 유형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셔야 한다는 말씀도 수 차례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위험회피기질이 높은데도 자해를 하거나 심하게는 자살 시도를 하는 내담자들이 있어서 임상가를 혼란스럽게 만들곤 합니다. '위험회피기질이 정말로 높다면 그런 위험한 행동은 피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죠.
맞는 말씀입니다. 위험회피기질이 높다면 기본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건 그게 무엇이든 최대한 피하는 게 기질에 맞는 행동이니까요.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이라도 위험한 행동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바로 더 위험한 걸 피하기 위해 덜 위험한 걸 할 수 있는 것이죠. 덜 위험한 행동이 일반인이 보기에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고 해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얼마나 위험한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일반인과 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혼자 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합니다. 혼자가 되면 결국은 외롭고 쓸쓸하게 죽고 말거라는 파국적 사고 경향을 갖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실제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심리적인 두려움이 워낙 크기 때문에 혼자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피를 보는 자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주변의 관심과 도움을 구하는 극적인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일반인이 보기에는 자해나 자살 시도가 훨씬 위험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이들에게는 혼자 되는 것이 더 큰 위험이기 때문입니다.
자살 위험성 평가와 관련해서도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살에 대한 역치 수준이 높은 편이라서 상대적으로 자살 위험성이 낮은 축에 속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역치 수준을 넘어서기만 하면 가장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로 바뀝니다. 더 이상 희망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죽음이 덜 위험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위험회피기질이 높다고 무조건 안심하면 안 됩니다. 항상 위험회피기질의 역설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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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나왔으니 15년이 넘은 케케묵은 구닥다리 책 아니냐고 우습게 보시면 곤란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임상/상담 수련 과정을 위한 교과서 중 감히 최고라고 평가하는 책입니다.
최근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걸 대학원 때나 수련 1년차 때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에 배가 아플 정도였으니까요.
캐나다 Manitoba 대학 교수들을 주요 집필진으로 해서 David Martin과 Allan Moore가 엮었는데 그야말로 임상/상담 영역에서 다루어야 할 모든 것을 집대성 해 놓았습니다. 그것도 아주 상세하면서도 친절하게요.
내용을 간략하게 함께 살펴보죠.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 Foundations
2. Phases of Therapy
3. Client Populations
4. Contexts
5. Therapists' Considerations
1부는 두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장에서는 empathy와 sympathy의 차이, 경청, 현존 같은 아주 기초적인 개념을 설명하고 있고 2장에서는 치료 관계, 라포 형성하기, 전이와 역전이 등 관계에 대한 issue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심리치료의 국면에 대한 내용을 5개의 장에 할애하고 있는데 3장에서는 초기 면접에 대해서, 4장에서는 심리평가, 5장에서는 초보 상담자가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운 상황들, 6장에서는 자살 위험성 평가와 개입, 7장에서는 종결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3부 역시 5개의 장을 포함하고 있는데 주요 내담자를 유형 별로 다루고 있습니다. 8장에서는 아동, 9장에서는 청소년, 10장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 11장에서는 신체적 장애가 있는 내담자들, 12장에서는 비자발적인 내담자들을 어떻게 상담하는지 알려줍니다.
4부도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4부에서는 현장 및 치료의 유형 별로 임상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죠. 13장에서는 학교 상담실, 14장에서는 가족 치료에 대해서, 15장에서는 집단 치료, 16장은 법적, 윤리적 문제, 17장은 비교 문화적 상담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5부에도 5개의 장이 있는데 임상가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다양한 사안들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18장에서는 임상 수련에서 살아남는 방법, 19장에서는 수퍼비전과 관련된 모든 것들, 20장에서는 심리평가보고서를 비롯한 각종 보고서 쓰기, 21장은 심신의 안녕과 관련된 이슈들, 마지막으로 22장은 임상 수련 모델의 시조가 되는 임상가들을 리뷰하고 있죠.
각 부분을 좀 더 심도있게 공부하려면 당연히 세부 전문 서적을 따로 읽어야 하겠지만 임상 수련 과정의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 책 한권만 읽어도 충분할 정도로 내용이 아주 좋습니다.
게다가 총 5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을 22개의 장으로 잘게 쪼개 놓았기 때문에 나눠서 읽기에 별로 부담이 안 되는 수준입니다.
제가 특히 마음에 드는 이 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아주 쉬운 영어로 쓰여져 있다는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원서 중 이해가 잘 되는 순서로만 따져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겁니다. 이 정도의 원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심리학도라면 앞으로 공부하는데 애로가 꽃필거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책을 꼭 읽으셨으면 하는 추천 대상은 임상/상담 대학원생 등 임상/상담 수련을 앞둔 분들입니다. 1년차들도 꼭 읽으세요. 두 번 읽으세요.
강력 추천합니다.
덧. 아마존에서 2월 말까지 무료 배송(35불 이상인 경우)하고 있으니 45.55$이면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돈값은 확실히 하는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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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9일 충북청소년종합지원센터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입니다.
상담 현장, 그 중에서도 아동 및 청소년 상담을 할 때 흔히 접할 수 있는 정신병리문제를 모아서 3시간 분량으로 만든 자료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ADHD* 소아/청소년 우울증* Delayed PTSD(성폭력 생존자)* 학교 부적응 문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ADHD
* 주 호소 문제의 변별
* ADHD 신화 : 허위 긍정의 오류
* 주의할 점 : 주의력 문제의 구분
* 진단
* 평가
* 평가도구
* 치료
2. 소아/청소년 우울증
* 증상
* 우울증의 구분
* 우울 사고 vs. 우울 정서
* 연령에 따른 차이
* 자살 위험성 평가
* 분노 폭발 : 열등감 내재 확인
3. Delayed PTSD(성폭력 생존자)
* PTSD의 진단 준거
* 왜 Delay되는가
* 변별 진단
* 여아의 자해
* 왜 말하지 못하는가
* 근친 성폭력
* 치유에 중요한 요인들
* 심리평가
* 치유의 3단계
* 치유 단계 별 주의할 점
* 상담의 point
* 성폭력에 대한 통념
4. 학교 부적응 문제
* 1단계 : MR, BIF, BA 배제
* 2단계 : Adjustment Disorder 배제
* 3단계 : 스트레스 요인이 집(PCRP 고려)
* 4단계 : 스트레스 요인이 학교(왕따 고려)
이전에 심리평가자가 아닌 상담자의 입장에서 정신병리적 문제를 다룰 때 고려해야 하는 실질적인 내용을 다룬 자료인
‘상담에서 만나는 정신병리문제’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면 이 자료는 아동, 청소년 상담을 하는 상담자가 자주 만나는 네 가지 정신병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필요한 분들은 얼마든지 내려 받아 사용하셔도 됩니다. 출처만 분명하게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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