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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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먼저 이 책은 제가 지금까지 읽은 정신 장애 투병기 중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생생하며 또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유익한 책이라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우울 장애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딱 한 권만 추천해야 한다면 저는 이 책을 추천할 것 같습니다.
우울 장애 투병기로 유명한 책으로는 '소피의 선택'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윌리엄 스타이런의
'보이는 어둠(1992)'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문화적 배경 차이가 있고 '보이는 어둠'이 생생함의 측면에서는 발군인 반면 다소 문학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저자가 13년 동안 우울과 치열하게 싸워온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쟁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에서 이미 유익한 책이라는 말씀을 드렸지만 저자가 우울과 싸우면서 습득한 실전 지식은 임상가 입장에서 감수해봐도 틀린 내용이 거의 없을 정도로 꽤 정확합니다. 당연히 저자가 실제 몸으로 체험한 내용만을 실었으니 그렇겠지요.
저자는 반복해서 자신이 우울을 완벽하게 극복한 것이 아니며 여전히 싸우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제가 볼 때 자신의 상태를 굉장히 정확하게 파악하고 우울의 실체와 원인, 위험 요인들을 잘 알고 있어서 앞으로도 큰 어려움 없이 싸워나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제 생각에 이는 저자가 우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엄청난 공부를 했기 때문으로 이러한 학구열과 지적 능력은 저자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이 책을 지침서 삼아 우울과 싸우기로 한 사람들에게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정신 장애에 걸리면 그 병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 것인지 당사자가 닥치는대로 검색하고 읽고 자료를 모읍니다. 그래서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준 전문가 수준에 이르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병인데도 그만큼 병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울 장애를 다루고 있지만 정신 장애에 걸리거나 심리적 문제를 겪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모범 답안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울 장애에 대한 가장 현실에 입각한 합리적인 대처 방안을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에 우울 장애로 힘들어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책이 끝일 수는 없어도 최소한 튼튼한 시작의 디딤돌이 되어 줄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치유를 기원합니다.
덧. 이 책은 이웃 블로거이자 트친인 dung님이 북 크로싱하는 책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 드리고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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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현대인의 감기로 불릴 정도로 이제는 꽤 흔하게 볼 수 있는 정신 장애이고 예전에 비해 "나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 받고 있어"라고 드러내도 주변 사람들이 백안시하는 정도가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심리평가를 할 때 우울하다고 호소하는 수검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들이 우울하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별다른 고민없이 자동적으로 Depressive Disorder(그 중에서도 MDD)를 떠올린다는 것입니다.
우선
'우울하다'라는 말이 수검사/내담자와 임상가에게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서로 같은 내용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우울하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보고 우울하다고 말하는 것인지 추가 질문(probing question)을 통해 확인해 봐야 합니다.
'우울하다'는 말이 수검자와 임상가 모두에게 동일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도
다음으로 그것이 우울 사고의 문제인지, 우울 정서의 문제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많은 임상가들이 우울하다고 하면 무조건 우울 정서를 떠올리는데 의외로 우울 정서가 아닌 우울 사고의 문제로 힘들어 하는 수검자도 많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이런 임상가는 우울하다는 주 호소만 보고 MMPI-2를 봤는데 우울 관련 척도가 하나도 상승하지 않으면 당황하게 되고 그래도 거기에서 그치고 다른 검사 sign과 교차 검증하면 되는데 의뢰자의 임상적 인상을 믿고 그냥 우울 장애로 진단을 내린 심리평가보고서를 쓰게 됩니다. 물론 로샤 검사의 DEPI 지표 하나쯤은 달아서 쓰겠지요. 하지만 보고서를 제출하고 나서도 영 찝찝하고 개운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우울 정서의 문제가 아니고 우울 사고의 문제인 것을 우울 장애로 진단을 내려 수검자에게 항우울제를 복용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우울 사고의 문제가 있는 수검자는 MMPI-2에서 우울 관련 척도가 기대만큼 상승하지 않으며(오히려 RC2 척도가 상승), 로샤를 봐도 MOR, C' 등으로 채점할 수 있는 반응이 별로 없습니다. 내면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황량하고 건조한 경우가 많아요. 이럴 때는 Dysthymic Disorder를 의심해 봐야 하는 상황이죠.
물론 Dysthymic Disorder도 우울 장애군에 속하니 우울 장애 진단이 맞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치료적인 접근에서 차이가 납니다. 주요 우울 장애로 우울 정서에 의한 고통감이 심하면 필요에 따라 항우울제를 비롯한 약물 치료가 병행되어야겠지만 우울 사고가 주가 되는 경우 약물 치료보다는 긍정적인 정서를 고갈시키는 우울 사고의 핵심 기제를 찾는 작업이 주가 되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으니 그냥 Depressive Disorder로 애매하게 진단하고 마는데(그것도 R/O 붙여서) 그래서는 안 되죠. 그건 평가자의 직무 유기입니다.
또한
우울하다고 해서 그 이유를 들어보면 온통 신체화 증상만 보고하는 수검자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somatic complaint가 수반된 우울 장애와 신체화 자체가 수검자의 문제 영역 혹은 관심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어 기제인 경우를 구분해야 합니다.
전자는 당연히 내면의 우울 정서와 신체화 증상을 모두 지지하는 검사 sign이 발견될테고 후자는 오히려 대인 관계 영역의 문제를 드러내는 검사 sign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니 수검자가 우울하다 호소한다고 해서 다 같은 우울 장애가 아니라는 걸 알고 꼼꼼히 점검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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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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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에 월덴 3에서 소개드린 적이 있는
'생각의 지도(2003)'의 저자 Richard E. Nisbett의 책입니다. 서울대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에 있는 설선혜 선생이 번역을 했고 최인철 교수가 감수를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내가 나쁜 머리를 물려 받아서 공부를 못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곤 합니다. 공부를 잘 하려면 높은 지능이 필요하고 높은 지능은 좋은 유전자를 물려 받아야 한다는 유전자 결정론에서 비롯된 말이죠.
Nature VS. Nurture 논쟁에서 최전방에 해당하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지능입니다. 학교 교육에 투입되어야 할 지원의 양 뿐 아니라 교육 제도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죠. 지능이 유전되는 것이고 저소득이 낮은 지능과 관련되어 있다면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 지원이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가능하니까요.
니스벳은 지능이 환경에 의해 향상시킬 수 있으며 이는 학교를 변화시킴으로써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력으로 지능을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지능이란 무엇인지, 유전 대 환경 논쟁, 똑똑해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계층, 인종에 따른 IQ차는 왜 나타나는 것인지를 풍부한 연구 결과를 통해 쉽고 명쾌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10장의 '지능 향상법'은 보너스입니다.
사실 현장의 임상심리학자들은 대부분 지능이 타고나는 것이라는 유전자 결정론보다는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쪽에 더 가깝게 서 있습니다. 정신 장애에 의해 지능이 (일시적으로) 낮아지기도 하고, 인지 미발달이나 지체에 대해 언어 또는 학습 치료를 통해 지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관점을 취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사실 저는 이 책의 내용이 하나도 새롭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뭘 이렇게 새로운 사실 이야기하듯이 늘어놓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오히려 미국에 유전자 결정론을 믿는 전문가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에 더 놀랐습니다.
일반인을 위한 책이어서 그런지 사회과학도라면 너무나 익숙한 통계방법론에 대한 설명을 부록으로 따로 실은 것도 좀 별로였습니다.
하지만 제 평가 점수를 더 깎아 먹은 것은 미국판이기는 하지만 지능 검사 문항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함께 세부 문항까지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계속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이었거든요. 니스벳 교수가 검사 문항의 노출 위험성에 대해 몰랐을 것 같지는 않은데 상당히 거슬리더군요.
일반인이라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도 있겠지만 임상심리학자들께는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생각의 지도'도 심리학도들은 챙겨서 읽을 정도가 아니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니스벳 교수의 책은 좀 골라서 읽어야겠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별로 지적 자극을 주지 않아서 말이죠.
덧. 최인철 교수의 감수사는 역자 후기처럼 책의 말미로 빼두었어야 하는데 서문보다 더 앞에 있는 바람에 산통을 다 깼습니다. 책 내용을 너무 깔끔하게 요약하는 바람에 이 책을 굳이 읽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다 짐작하게 되더군요. 많은 독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적 호기심을 애초부터 망쳐놓고 들어가네요;;;; 이 책을 읽는 분들은 가능하면 감수사를 읽지 말고 그냥 프롤로그로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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