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323
★★★★★
이미지 출처 :
YES24
로렌스 서머스, 폴 크루그먼과 더불어 '경제학계의 3대 슈퍼스타'로 불리는 제프리 삭스의 대표작입니다. 나온지 8년이나 지났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네요. ㅠ.ㅠ
제프리 삭스는 경력만 봐도 그야말로 엄친아 등급입니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이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특별자문관으로 하버드대 최우등 졸업, 29세인 1983년에 하버드대 최연소 정교수 임명, 개도국의 거시경제정책 및 경제개발이론의 대가로 IMF, OECD, UNDP,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자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제프리 삭스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건 1986년부터 5년 간 볼리비아 대통령의 자문역을 맡으면서 40,000%에 달하던 당시 인플레이션을 10%대로 끌어내린 일이죠.
제프리 삭스는 IMF와 세계 은행에 비판적인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이들의 긴축, 사유화, 자유화, 통치구조 개편에 대한 집착을 강력하게 비판했죠. 이 책에도 그런 논조가 일관되게 나옵니다.
목차만 보셔도
1. 빈곤은 어디에 있는가
2. 경제적 번영의 확산
3. 왜 일부 나라는 번영에 실패하는가
4. 의학과 경제학의 유사성
5. 볼리비아의 초인플레이션
6. 유럽으로 복귀 : 폴란드의 경제개혁
7. 정상의 회복 : 러시아의 투쟁
8. 500년 만의 따라잡기 : 중국의 재도약
9. 긴 시간에 걸친 희망의 승리 : 인도의 시장개혁
10. 소리 없는 죽음 : 아프리카의 질병
11. 이라크 전쟁이냐, 빈곤의 퇴치냐
12. 빈곤 종말을 위한 현장 해결책
13. 빈곤에서 자본축적으로 가는 선순환
14. 빈곤 극복을 위한 전 지구적 협정
15. 세상을 가치 있게 만드는 계산법
16.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그릇된 처방
17. 초일류국가 미국의 편견
18. 우리 시대의 도전
에서 알 수 있듯이 빈곤이란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경제적 부의 크기는 커졌는데 왜 어떤 나라는 번영에 실패하는지, 경제학이 아닌 임상경제학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왜 중요한지 등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 뿐 아니라 전세계를 넘나드는 저자의 광폭 경험을 통해 볼리비아, 폴란드, 아프리카 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인도, 미국 등 국제 경제에서 중요한 나라의 생생한 실례를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제프리 삭스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건 많은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이 겪고 있는 빈곤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지구적 문제이며 빈곤과의 전쟁은 한 나라가 얻으면 다른 나라는 잃기 마련인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기술과 기능의 개선으로 인해 전 세계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상생의 게임이라는 것이죠.
절대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약 10억 명)과 빈곤한 사람들(약 15억 명)은 모두 합해 인류의 약 40%를 차지하는데 부유한 나라에서 남는 부를 충분한 크기로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투입(그래봐야 선진국 국민 총생산의 0.7%에 불과합니다. 10달러 당 고작 7센트만 할애하면 되는 일이죠)한다면 그들을 빈곤의 구렁텅이에서 충분히 구해내 상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불충분한 개발원조 뿐 아니라 그들이 오르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걷어차버리는 보호 무역주의 장벽, 안정을 해치는 국제 금융 행태, 부실한 지적 재산권 규칙 등도 손을 봐야겠지만요.
이 책에서 제프리 삭스는 2025년이면 지상의 모든 가난을 끝낼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제안하는데 안타깝게도 12년 정도가 남은 지금 그 프로젝트가 성공할 가능성은 오히려 더욱 희박해진 것처럼 보입니다. 부유한 나라의 탐욕이 점점 더 강해지기만 하기 때문이죠. 2015년이 되면 대부분의 발전도상국이 빈곤 함정에서 벗어나 자기동력에 의한 성장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제프리 삭스의 예측은 이미 성취 불가능 해 보입니다.
그래도 "낙관주의냐, 비관주의냐를 구분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더욱더 중요한 일은 무엇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일을 돕는 것이다"라는 그의 말에 동감합니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을 포함한 후진국들은 그들이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최소한의 민주주의를 이룩하지 못한 착취적 독재 정부가 집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계신 분들은 이 책을 꼭 읽으시기 바랍니다.
덧. 개인적으로 유엔 총회 및 대부분의 전문기구 이사회들과 달리 IMF와 세계은행은 1국 1표제가 아니라 1달러 1표제로 운영된다는 걸 보고 꽤 놀랐습니다. 그러니 미국이 세계 은행과 IMF에 목을 맬 수 밖에 없겠죠.
덧2. 굉장히 좋은 책인데 중요한 도표와 그래프를 책 중간에 한꺼번에 수록을 해 놔서 찾아보기 불편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 옥의 티입니다. 양질의 종이에 인쇄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에 수록해서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 훨씬 나을 뻔 했습니다.
덧3. 밀레니엄 프로젝트란 2000년 유엔이 결성한 인류의 공동 발전과 번영을 위한 협력 포럼이자 계획입니다. 다음과 같은 목표를 위해 일합니다.
* 극단적 빈곤과 기아의 퇴치
* 보편적 초등교육의 달성
* 남녀평등의 실현 및 여성권한 향상
* 유아 사망률의 감소
* 산모 보건의 향상
* 말라리아 발병 억제와 AIDS 확산 근절
* 환경의 지속 가능성 보장
* 공동 발전을 위한 세계적 협력의 증대
덧4.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