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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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급진적인 무신론의 최선봉에 섰다고 평가받는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출세작(?)이 바로 이 책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입니다. 그 이전부터 촉망받는 동물행동학자였습니다만 이 책 한 권으로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떴죠.
2005년에
'눈먼 시계공'을 읽을 뒤로 리처드 도킨스에게 쭈욱 관심을 갖고 '지상 최대의 쇼', '만들어진 신', '무지개를 풀며' 등을 모두 구매해 두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읽어야만 할 것 같아서 그동안 묵혀두었는데 드디어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습니다. 이제는 쭉쭉 읽을 수 있겠네요.
출판된 지 근 40년에 육박하는 고전이라서 이 책의 내용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이 많았기 때문에 큰 충격을 받은 것도 아니요, 특별히 신선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70년대였다면 단연코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몰고왔을 문제작이라는 것 쯤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책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하고자 하는 이기적 유전자론의 요체는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를 비롯한 모든 동물은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기계와 다름없다는 것이죠. 우리는 자기 복제자(유전자)에 의해 조종되는 '운반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불편한 분들이 꽤 있겠지만 그건 또 뭐 어쩔 수 없죠(응?).
책 내용 중에 죄수의 딜레마와 게임 이론이 나오던데 여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William Poundstone이 쓴 폰 노이만의
'죄수의 딜레마'를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책도 읽기에 만만한 책은 아닙니다만...
이타주의마저도 냉혹하게 유전자의 이기성(?)으로 가볍게 설명해 버리는 것이 다소 얄미웠습니다만 내용의 치밀성에는 공감합니다.
이 책은 30주년 기념판으로 현재는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습니다만 (당연히) 개정판이 나와 있습니다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씹어서 읽느라고 2주나 읽었지만 그만큼의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은 꼭 일독하셔야 할 책이죠.
다만 이 책에 실린 추천사나 서평마다 강조하듯이 일반인 독자가 읽기에도 충분히 쉽고 재미있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재미야 있을 수 있겠지만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각오가 좀 필요하겠네요.
닫기
* 진화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종이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 진화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개체(또는 유전자)의 이익이 아닌 종(또는 집단)의 이익이라는 건 잘못된 가정이다.
* 이타주의의 대상을 확장하는 인도주의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알 수 있다. 즉 진화에 있어 '종의 이익론'을 지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보통 종의 윤리를 가장 확신하고 있는 이 정치적 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타주의를 확장하여 다른 종까지 포함시키려고 하는 사람을 매우 경멸하는 것을 자주 본다.
-> 요거 아주 마음에 드는 통렬한 일침이네요~
* '종 차별주의' 윤리가 '인종 차별주의' 윤리보다 확실한 논리적 기초를 가질 수 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단지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그러한 논리를 전개하기에는 진화 생물학적으로는 적절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 우리는 자신이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진화를 막연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 진화하고 싶다고 '바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 답니다. 진화란 자기 복제자(오늘날의 유전자)가 오류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생겨난 일이다.
* 진화란 부단한 상승이 아니라 오히려 안정된 수준에서 안정된 수준으로의 계기적인 불연속의 전진인 것 같다.
* 8촌간은 이타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지나가는 행인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부모 자식 관계는 형제자매 관계에 비해 '유전적'으로 특별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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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경제학과에 재직 중인 최정규 교수가 쓴 이 책은 진화적 게임이론을 통해 이타적 인간의 진화와 현대 사회에서 이타적 인간의 출현이 갖는 의미를 조명합니다.
진화적 게임 이론은 게임 이론을 활용해 행위 특성의 진화를 설명하는 이론이죠. 이 책에서는 이타적 행위 특성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설명하는 여러가지 가설들을 게임 이론을 통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타적 인간이라고 할 때 우리는 흔히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고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호혜적 인간(Homo Reciprocan)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거래의 반복이 없더라도 스스로 이타적인 행동을 하고, 상대방이 사회적 규범이나 규칙을 어기면 설사 자신에게 손해가 가더라도 이를 응징하려는 성향을 보입니다.
이 책은 초반에 '죄수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 '내쉬 균형' 등의 개념을 통해 이타적 인간이 자연선택이론에 의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타적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가지 대안 가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정규 교수는 기본적으로 이타적 인간은 본성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고 가정하고 있죠.
다음은 저자가 제시한 대안 가설 들입니다.
1. 혈연선택가설(kin selection hypothesis)
: 이타적 행동이 굳이 혈연 관계에 있는 개체들 사이에서만 국한되어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는 단점이 있음
2. 반복-호혜성 가설 : Tit for tat 전략
: 이타적 행동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무조건 협조가 아니라 조건부 협조 전략을 사용해야 하고 게임이 반복되어야 한다는 제한이 있음.
3. 유유상종(assortative interaction) 가설
4. 값비싼 신호 보내기 가설
5. 의사소통 가설
6. 집단선택 가설
: 개인선택과정에서는 이타적인 사람들이 '추려지지만', 집단선택과정에서는 이타적인 사람들이 적은 집단이 '추려지게' 된다는 내용
7. 공간구조효과
: 국지화를 통해 부분적 유유상종 효과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그 결과 모종의 집단선택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이타적 행동의 진화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낸다고 설명
위의 가설들은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지만 그 만큼 제한점도 많아 이타적 인간의 진화에 대한 완벽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최정규 교수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만든 제도에 의해서 이타적 인간이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장이 완전한 경우에는 이기적인 경제적 인간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낳겠지만 알다시피 시장은 불완전하며 이럴 경우 계약을 강제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호혜적 인간이 있어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이를 위해 이타적 인간에게 유리한 제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이타주의(altruism)에 관심이 많은지라 이타적 인간을 설명할 수 있는 획기적인 이론을 기대했기 때문에 조금 아쉽습니다만 게임 이론으로 이타주의를 설명하려는 시도도 참신했고 무엇보다도 글을 이해하기 쉽게 잘 썼더군요.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별 네 개로 평가했는데요. 물론 전공자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나열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게임 이론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아주 쉽게 잘 쓴 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각 장에서 중요한 내용은 용어 정리라는 부분에 따로 설명하고 있고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 확률 이론을 '게임이론 돋보기'라는 부분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게다가 부록에도 이 책에서 다룬 모든 가설과 이론을 살펴볼 수 있도록 안배해 두었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게임 이론과 이타주의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에게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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