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완벽한 의사소통과 완벽한 정직성이 있는 세계는 죄수의 딜레마가 없는 세계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니다" - 본문 중에서-
헝가리 출신의 천재 수학자로 20세기 전반 냉전 시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정치, 경제, 과학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인 존 폰 노이만의 일생과 그의 연구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입니다. 존 폰 노이만은 심리학도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죄수의 딜레마'를 고안했으며 '게임 이론'을 통한 다양한 갈등을 연구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2차 대전 당시에는 원자폭탄의 제작과 관련해 맨해튼 계획에 참여하였고 1949년에는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인 에드삭(EDSAC)을 만들었던 사람입니다.
세기가 바뀐 지금까지도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임 이론과,
핵폭탄,
디지털 컴퓨터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나왔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의 단점이라면 읽기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 전문적인 내용이 많이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저자인 William Poundstone의 문체가 원래 이런 것인지, 아니면 번역자인 박우석 교수의 번역 실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읽기가 참 껄끄럽습니다. 이 책이 400페이지가 넘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죄수의 딜레마'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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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입니다. 범죄 조직의 두 조직원이 체포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취조실에 있고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없습니다. 경찰은 유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으며 이들의 진술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경찰은 이들에게 조건을 제시합니다. 동료의 죄를 증언하면 자신은 무죄로 방면되고 상대방은 죄목에 따라 3년 형을 받게 된다고. 그러나 만약 둘 다 증언하면 이들은 각각 2년 형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둘 다 증언하지 않고 버틴다면 이들은 1년 형만 받게 됩니다. 이들에게는 생각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만 자신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상대방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상대방도 자신과 같은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각자 자신의 형량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자신만 변절하면 무죄로 방면될 수 있지만 둘 다 변절하게 되면 둘 다 신의를 지켜서 받게 되는 형량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받게 됩니다. 그렇다고 자신은 신의를 지켰는데 상대방이 변절하게 되면 가장 무거운 형량을 받게 됩니다. 여기에 고민이 생깁니다. 이것이 바로 죄수의 딜레마의 전형적인 보기입니다.
그렇다면
죄수의 딜레마가 있는 상황에서 게임이론에 입각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자신은 무조건 변절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상대방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며 딜레마가 단 한번만 일어난다는 가정 하에서 정답입니다.
죄수의 딜레마와 관련된 연구는 심리학 분야에서 많이 이루어졌는데 다양한 조건의 실험에서 산출된 믿을만한 결과 중 하나는
죄수의 딜레마가 적용된 하나의 상황에서 협조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은 다른 상황에서도 협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습관적 협조자와 습관적 변절자가 있다는 것이죠.
게임 이론에서 살펴보아야 할 또 하나의 개념은 최소최대 정리입니다. 존 폰 노이만은
'이익이 완전히 상반되는' 두 사람이 대결하는 게임들에는 항상 합리적인 행동 노선이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였는데 이 증명은
'최소최대 정리(minimax theorem)'라고 불립니다. 최소최대 정리의 간단한 보기를 살펴 보겠습니다. 개구쟁이 아이들 둘이서 케이크 조각을 나누어 먹게 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부모가 제아무리 조심스럽게 케이크를 잘라도 한 아이(또는 둘 다)는 자신이 더 작은 조각을 가졌다고 느끼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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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로 하여금 케이크를 자르게 하고 다른 아이에게 원하는 조각을 먼저 고르게 하는 것입니다. 케이크 자르기는 일종의 2인 제로섬 게임입니다. 두 아이는 모두 가능한 한 많은 양의 케이크를 원하기 때문에 케이크를 자르는 아이는 선택하는 아이가 그에게 남길 최소를 최대화하도록 행동하게 됩니다. 즉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물론 최소최대 정리는 한 쪽의 관대함이나 공정한 경쟁심에 의존하지 않는 경우, 즉 모두 승리에만 관심이 있는 완벽한 논리적인 게임인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자원자의 딜레마'라는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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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입니다. 당신과 99명의 친구가 방음 장치가 된 밀실에 따로따로 갇혀 있습니다. 각각의 밀실에는 버튼이 있는데 버튼을 누르면 당신은 죽게 됩니다. 그러나 벽에 걸려 있는 운명의 큰 시계가 12시를 알리기 전에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모두가 죽게 됩니다. 가능한 최악의 결과는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나쁜 결과는 당신이 버튼을 누르는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영웅으로 죽게 됩니다. 불운하게도, 당신의 죽음이 필요하다거나 심지어 그것이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다른 누군가가 버튼을 누를 수도 있고, 심지어는 모두가 버튼을 누르고 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결과는 다른 누군가가 버튼을 눌러 당신이 살아남는 것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원자의 딜레마는 심리학에서 익명성(anonymity)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고전적인 보기로 많이 등장하는 1964년 키티 제노비스 살인 사건에서도 나타납니다. 키티는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칼에 찔려 죽었는데 당시 38명의 이웃 사람들이 그것을 직접 목격하거나 비명을 들었지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아서 당시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지요.
게임이론을 통해 보는 세상은 상당히 우울합니다. 하지만 어디에나 협조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로 인해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항상 변절하지 않고 협조하기도 하는 걸까요? 그것은 현실적 삶의 딜레마들은 대부분 반복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한번으로 끝나는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한 쪽의 선택이 상대방의 선택에 인과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전혀 없지만 현실에서는 또다시 이전 상대방과 딜레마를 형성하는 일이 생기거나 이를 예상하기 때문에 협조하는 것입니다.
이제 결론을 맺을 시간입니다. 미시간 대학의 정치학 교수였던 액셀로드에 의해 밝혀진
가장 강력한 전략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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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말에 가는 말(Tit for Tat)'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을 드리면 이렇습니다.
"첫 번째에는 무조건 협조하고, 그 다음에는 앞에서 상대방이 한대로 따라 하라"입니다. 주기적으로 친구와 만날 약속을 했다면 첫날은 늦지 않게 나가고 다음날부터는 친구가 전날에 했던 대로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확률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산출하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죄수의 딜레마에서 가정한 것처럼 상대방에게 비밀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경우는 협조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이 전략을 사용할 때는 무조건 협조해야 합니다. 변절을 통해 얻은 당장 이익은 상대가 미래에 변절할 때 생기는 손실로 상쇄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게임이론은 외교 분야에서 얼마나 많이 사용되고 있을까요? 냉전 시대가 종식되면서 그다지 많이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래도 미국은 아직까지 게임이론을 즐겨 사용하는 국가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설명을 드리지는 않았지만 죄수의 딜레마를 변형한 비대칭적 게임들 중 '깡패 게임'이라는 것이 있는데 전형적인 군사적 대결의 모델입니다. 여기에는 상대방이 이득을 보는 것을 감수하기보다는 모두 피해를 보는 쪽을 선호하는 '깡패'가 등장하는데 전형적인 미국의 모습인 것 같더군요.
덤으로 재미난 것을 하나 더 알려 드리지요. 자신이 경매의 룰을 정할 수 있을 때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는 경매의 판을 짜는 방법은
'달러 경매'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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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에 마틴 슈빅이 개발한 게임으로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떤 경매에서와 마찬가지로) 최고액을 부른 사람에게 낙찰된다. 최고액의 상한선은 없다. 각각의 새로운 입찰은 반드시 현재의 최고 액수보다 높아야 하고, 구체적으로 제시된 시간제한 내에 새로운 입찰이 없으면 경매는 끝난다.
-> 여기까지는 여느 다른 경매와 방식이 같습니다.
2. (일반적인 경매 방법과 달리) 두 번째 높은 액수를 부른 사람은 경매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입찰한 액수를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대가로 받지 못한다.
달러 경매는 사람이 많은 경우 매우 효과적입니다. 1달러를 경매한 실험에 의하면 1달러에 대한 입찰액이 1달러를 초과하는 순간 입찰액은 가파르게 상승하게 됩니다. 실제로 지급된 총액이 3~5불인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달러 경매는 무기 경쟁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승자, 즉 가장 크고 많은 무기를 만든 국가는 안전을 획득합니다. 그러나 패자는 덜 안전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낭비된' 국방 예산을 환불받지도 못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두 번째 강대국은 이 격차를 없애기 위해 좀 더 돈을 쓸 유혹을 받게 되는 것이죠.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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