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만화 스토리 작가로 데뷔하였고 대표작으로 카카오 웹툰 '카산드라'가 있는 이하진 작가가 2022년 내놓은 만화입니다.
몇 차례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을 다룬 책 자체를 찾아봐도 찾기 어렵습니다. 많지도 않은데 그나마 대부분 번역서이고 현장 전문가가 쓴 책은 제가 쓴
'왜 우리는 도박에 빠지는 걸까'를 포함해서 몇 권 안 됩니다.
더군다나 당사자가 직접 쓴 이야기라면 그것이 수기가 되었든, 만화가 되었든 귀중합니다. 물론 이 책은 중독자 당사자가 쓴 건 아니고 작가 남편의 가족이 중독자입니다. 굳이 멀다고 보면 먼 사이일 수도 있지만 도박 중독의 폭풍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는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직접 개입하기 애매한 관계여서 더 어려울 수 있는 관계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은 경마, 카지노, 온라인 불법 도박 등 전통적인 도박이 아니라 일반인들은 도박 중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주식 중독을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제가 15년 전인 2008년에
'주식도 도박이다' 포스팅에서 주식 중독도 도박 중독이며 오히려 치유가 더 어렵다고 말씀을 드린 바 있죠. 도박처럼 보이지 않지만 중독되면 더 무서운 것이 주식, 암호화폐거든요. 이걸 다뤘다는 게 첫 번째 장점입니다.
두 번째 장점은 도박 중독자 당사자가 아닌 가족의 입장을 다뤘다는 겁니다. 가족의 시선에서 중독 문제를 바라보는 시도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가족 중심주의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중독 치유에서 가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제가 쓴 책에서도 가족에 대한 내용을 반복해서 강조한 건 그만큼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었거든요.
세 번째 장점은 공동 의존 문제를 다뤘다는 겁니다. 보통 도박 중독 치유라고 하면 중독 행동 때문에 생긴 파국적인 결과에 대처하는 것, 중독 행동을 그만두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쉬운데 사실 공동 의존 문제(정확하게는 원 가족의 문제 역동을 현 가정에 재현하는 것)만큼 중독 치유를 더디게 하고 고통을 주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 치유에 있어서도 공동 의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데 정확하게 그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중독자와 그 가족이 보이는 행동 양상과 흘러가는 과정이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이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정도인데 제가 좀 불안한 것은 이 책의 내용만 봐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전혀 해결된 것 같지 않다는 겁니다. 중독자가 바닥을 친 것 같지도 않고 단순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을 뿐 공동 의존 문제도 해결된 것 같지 않으며 무엇보다 중독자와 가족 어느 누구도 도박 중독 상담 등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게 영 꺼림칙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닥쳐올 지 모르는 다음 쓰나미를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발적인 회복의 가능성만 믿고 있기에는 도박 중독이 너무나 무서운 병이니까요.
제 불안함과는 별개로 거리를 두기 어려운 가족 구성원 중에서 도박 중독자가 있다면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5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만화이니 금방 읽으실 수 있습니다. 부록에 자가 진단 체크표와 헬프 라인을 정리해 두었으니 이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덧. 이 책은 국민 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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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S 보충 척도에 대해서는 이미 두 차례 다룬 적이 있습니다.
APS 보충 척도가 65T 이상으로 상승하면 예외 없이 행위 중독을 의심해야 합니다. 문제는 알코올, 불법 약물, 마약 정도만 의심하면 되는 MAC-R, AAS(ACK, PRO) 척도와 달리 행위 중독 대상이 너무 다양하다는 겁니다.
이론 상으로는 그야말로 '행위'에 속하는 모든 것에 중독될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APS 척도가 유의미 상승하면 현장에서는 보통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관계 중독'입니다. 관계 중독의 대상도 매우 다양할 수 있지만 대개는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성 중독과 관련 있는 이성 관계이거나 애착 외상과 관련 있는 부모 융합입니다. 후자가 압도적으로 더 많고요.
나머지 하나는 경제적인 손실을 동반하는 도박, 주식, 암호화폐 중독입니다. 게임, 쇼핑, 종교, 일, 운동 중독 등은 이론 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상담에서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APS 척도가 유의미 상승할 때 애착 관련 관계 중독인지 경제 관련 중독(도박, 주식, 암호화폐 등)인지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애착 관련 관계 중독인 경우 TCI에서는 의존적인 성격 유형(LML, LHL, LHM, LHH)인 경우가 많고 C군 기질 유형(MHH,LHH, LHL)도 많습니다. 자율성 성격에서는 '책임감' 하위차원만 상대적으로 높을 때가 많습니다. MMPI-2에서는
'Delayed PTSD가 시사되는 양상'에 Hy2 소척도가 매우 낮거나 높고, GM, GF 차이가 매우 크며 Re 보충 척도가 60T 이상으로 상승하기 쉽습니다. 문장완성검사에서는 지나치게 부모를 이상화하거나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 관련 중독(도박, 주식, 암호화폐 등)인 경우에는 문장완성검사에서 부, 경제력에 대한 선망이나 집착하는 내용이 두드러지고 애착 관련 관계 중독에 비해 MMPI-2에서 normal profile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에 중독 상태가 심할수록 TPA 내용 척도가 유의미한 경우가 많고 특히 자극추구 기질이 강한 유형일 때 더욱 그렇습니다. 애착 관련 관계 중독인 경우에는 자극추구 기질이 높은 유형이 많지 않지만 경제 관련 중독은 위험회피가 높은 유형도 많고 자극추구가 높은 유형도 꽤 많습니다. 도박 중독 분야에서는 이를 각각 escape gambler, active gambl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MMPI-2의 APS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사례가 이미 많고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소한 관계 중독과 경제 관련 중독은 구분할 수 있도록 평소에 연관성이 높은 심리검사 sign들을 알아두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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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11월 중순의 제주도 어느 바닷가)
오늘 내담자 중 한 분이 그러더군요. 대기실에 내담자가 엄청 많던데 북적북적하니까 일 할 맛이 나겠다고.
그런 농담의 여유를 찾았다는 사실이 그 분에게는 다행이지만 그 말을 듣는 제 마음은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이 잘 되고 바쁘다는 것은 그만큼 도박 중독으로 고통받는 가정이 늘어났다는 것이니 결코 기뻐할 수 일이 아니니까요.
제가 할 일이 너무 없어서 밥 걱정을 하는 상황이 되어야 좋은 것이 아니겠어요?
요즘 들어 인터넷 도박으로 인한 중독과 주식 중독으로 찾아오는 내담자의 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사감위가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정책인 '총량제'를 들고 나온 이후 불법 도박 사이트가 오히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는 신문기사와 오버랩되면서 마음이 더 답답해지더군요.
지금의 추세라면 조만간 합법적인 사행산업으로 인한 중독자보다 불법 도박으로 인한 중독자가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그 때에는 왜 '기관차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는지에 대해 누가 어떤 설명을 할 지 기대가 됩니다.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꼬라지에 대해서는 포스팅을 자제했습니다만 오늘 공안정국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 있었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전격 체포되었답니다. 진짜 미네르바인지 견찰의 자작극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명박이가 말하면 오해이고 미네르바가 말하면 허위 사실 유포라니...
참 기분이 거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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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최근 도박중독분야의 추세에 대한 포스팅을 할 때 잠시 이야기했던 것처럼 주식은 '불확실한 사건의 결과에 대해 돈을 딸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손실을 감수한 상태에서 돈을 베팅하는 것'이라는 도박의 정의를 충족시키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도박이고 주식을 하지 않으면 초조하고 불안하며 일상생활에 집중하지 못하는 금단 증상과 투입하는 돈의 액수가 점차 늘어나는 내성이 모두 있다는 점에서 도박 중독과 다름이 없습니다.
아직 가치 투자를 하는 주식 중독자가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지, 선물, 옵션 등에 손을 댔다가 중독되어 치료를 받는 주식 중독자의 숫자가 결코 적지 않으며 계속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게다가 주식으로 손실을 본 후 좀 더 높은 수익을 원해 도박으로 넘어오는 교차 중독자가 많은 점을 감안해 본다면 결코 방관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도박은 그나마 사람들이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데 비해 주식은 미래 보장 자산 확보를 위해 누구나 다 해야 하는 필수적인 재테크 수단이라는 금융권의 홍보와 광고 덕분에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치료를 할 때에도 주식 중독자는 자신이 도박 중독자와 같이 취급받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똑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해 손실을 입었을 뿐이지 감정 조절만 잘 할 수 있다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주식 중독자는 도박 중독자보다 치료가 더 힘이 듭니다.
하지만 주식도 도박이며 주식 중독은 도박 중독보다 더 무서운 병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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