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평가의 최종 결과는 심리평가보고서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심리평가를 실시한 것이 아닙니다.
어쨌거나 심리평가보고서가 심리평가의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니만큼 심리평가를 실시한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실시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의뢰 사유를 명확히 한 상태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했어야 합니다. 변별 진단을 위해서인지, 지적 장애 판정을 위한 지능 지수 산출이 필요해서인지, 현재 피검자가 경험하고 있는 우울감이 어느 정도로 심한 것인지 등등.
그런데 그냥 단순히 의뢰 사유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피검자를 괴롭힌(?) 댓가로는 뭔가 부족하죠.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생각하면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면 좋습니다.
일명 ABC 모델에 맞춘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입니다. 인지 행동 치료의 ABC 모형과는 상관없습니다. 그냥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 가져다 쓴 것 뿐입니다.
A -> B -> C
A: Explanation(설명)
B: Description(기술)
C: Prediction(예측)
가장 먼저 설명드릴 부분은 B입니다. 기술(description)하기 위해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겁니다. 현재 피검자가 다양한 심리측정영역에서 어떤 상태인지를 기술하는 것이죠. 지능이 얼마이고, 정서 상태는 어떻고, 주의력은 어떻고 등등. 아무리 엉터리 보고서라도 B에 해당하는 기술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근거에 기반해야 합니다. 기술도 제대로 되지 않은 걸 심리평가보고서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그 다음은 A입니다. 설명(Explanation)을 하기 위해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겁니다. 단순히 피검자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기술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추론과 가설을 설정하고 심리검사 결과를 통해 검증해서 원인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겁니다. 왜 이 피검자에게 발표 불안이 생겼는지, tic 증상이 왜 더 심해지는지 등에 대한 원인을 알려주는 것이죠. 제가 생각하는 좋은 심리평가보고서는 최소한 B(기술)와 A(설명)가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C입니다. 예측(Prediction)까지 하는 것이죠. 현재 피검자의 심리 상태 기술과 원인 설명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상태가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지,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어떠한 개입을 해야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예상과 제언 부분까지 포함하는 것이 C에 해당합니다.
A, B, C 모두를 포함할 수는 없다고 해도 최소한 B, 가능하면 A -> B, 목표는 A -> B -> C를 모두 포함하게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토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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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가 모두 해당 기관에 고용된 경우라면 고민할 일 자체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기관이 임상심리학자와 심리평가 건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심리평가를 의뢰한 의뢰인(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전문가 등)이 생각한 client의 문제와 심리평가 결과가 다른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특히 진단을 내려야 하는 정신과 의사의 경우 자신의 임상적 판단과 심리평가 결과가 많이 다른 경우에는 심리평가 결과에 따라 자신의 임상적 판단을 부정하거나 심리평가 결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생각을 고수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 때 심리평가의 의뢰 사유가 군 면제, 법정 소송의 증거, 보험금 수령을 위한 근거 제출 등 client의 현실적인 이득과 관련이 있는 경우 실질적인 책임자인 의뢰인이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상당히 클 수 있죠.
그래서
꽤 많은 의뢰인이 심리평가를 실시한 심리학자에게 심리평가보고서의 수정을 요구하는데 경미하게는 보고서에 포함된 문구를 순화된 표현으로 바꾸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에서부터 심하게는 지능 지수의 조작까지 그 범위가 다양합니다.
심리평가보고서의 수정은 심리학자의 양심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기본적으로 전문가 윤리 규정 위반이기 때문에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심리평가보고서는 평가자의 이름과 자격 이름, 자격 번호, 직인이나 사인이 들어간 문서 원본으로 의뢰인에게 전달되어야 합니다(심리평가를 받은 분들도 이 점을 꼭 확인해 주세요. 심리평가자의 이름과 자격 이름과 자격 번호, 직인이나 사인이 들어가지 않은 심리평가보고서는 제대로 된 것이 아닙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심리평가를 받은 client에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제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게 사실 더 큰 문제입니다만;;;).
그런데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심리학자 중 많은 수가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계약직이거나 건별로 보수를 지급받는 알바이기 때문에 매일 기관에 출근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그냥 문서 파일로 원거리에서 전송하는 일이 많고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임상가와 상의하지 않고 문서 파일을 임의로 수정하는 일이 발생합니다(결코 적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따라서 심리평가보고서를 문서 파일의 형태로 이메일에 첨부해 전송하는 심리학자들께서는 다음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1. 원칙적으로 자신의 이름과 자격 이름, 자격 번호, 직인이나 사인이 들어간 문서본으로 줄 것
2. 부득이하게 문서 파일의 형태로 전송할 경우 수정, 편집이 불가능한 상태로 전달할 것
2-1. PDF파일로 변환해서 전달(아래아한글(2002버젼 이상)의 경우 PDF로 변환하는 방법은
'이 글' 참조)
2-2. PDF파일도 수정 가능하니 인쇄만 가능하도록 보안 설정할 것(보안 설정 방법은
'이 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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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 판정은 보통 인지 기능 지체로 인한 사회 부적응 문제 해결을 위해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수 학교 입학을 위한 조건 충족을 위해서, 군 면제를 위해서,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 등.
표준화된 지능검사 결과 지능 지수(IQ)에 따라 1, 2, 3급의 세 개 등급으로 판정을 받으며 지능 지수 34이하일 때 1급 판정을 받게 됩니다.
예전에는 지능검사 결과 위주로 판정하고 사회 성숙도 검사(SMS) 결과는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고려되었는데
이제는 표준화된 지능검사와 사회 성숙도 검사를 반드시 둘 다 실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에 지능 검사 결과와 사회 성숙도 검사 결과의 차이가 있는 경우 높은 점수를 기준으로 판정을 한다는데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지능 검사 결과보다 사회 성숙도 검사 결과의 점수가 더 높게 나오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높은 급수에 해당하는 정신지체 상태인데도 사회 성숙도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면 판정 결과 급수가 낮아지거나 정신지체 등급을 받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지능 검사 결과보다 사회 성숙도 검사 결과의 점수가 더 높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표준화되어 있고 엄격한 실시 절차를 요구하는 지능 검사와 달리 사회 성숙도 검사는 평가자가 주 양육자나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면담에 의지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인지 기능이 낮은 지체자라 하더라도 충분한 자극과 정서적인 지지가 제공되는 양육 환경에서 성장하는 경우 자신에게 익숙한 일상 생활에서는 어느 정도 일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능 검사의 결과보다 나은 결과를 보이게 됩니다.
어쨌거나 향후 지능 지수와 사회 성숙도 지수 중 높은 지수를 기준으로 등급 판정을 하게 될 경우 평가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불균형을 교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사회 성숙도 검사를 할 경우 지금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채점을 해야겠습니다. 특히 할 수 있다고 보호자가 이야기하는 기능도 그대로 넘기지 말고 조금이라도 미심쩍고 현장에서 재현이 가능한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실제로 해 보도록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아동이 혼자서 웃옷의 단추를 끼울 수 있다고 보호자가 이야기를 하는 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그 자리에서 직접 입어보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 성숙도 지수를 단순히 산정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각 하위 영역의 지수들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차이가 많이 나는 영역이 있는 경우 채점이 올바로 되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합니다.
덧. 일부 병원의 supervisor들이 이 불균형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기 위해 수련 레지던트들에게 지능 지수를 조작하라는 지시를 내린다는데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지능 지수 조작을 지시하는 건 영혼을 파는 짓입니다. 당장 그만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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