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최소한 겉으로는 이분법을 찬성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씁니다. 이분법에 입각한 사고를 하는 인물은 너무 극단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좀 더 온건한, 좀 더 유연한, 좀 더 포용적인 위치에 있는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고 싶어하죠.
하지만 이분법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우리 삶에 속속들이 파고 들어 체화된 나머지 자신이 이분법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거든요.
이 책에서는 우리의 사유체계와 일상 속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양극단'의 대립구도인 이분법을 다양한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친미와 반미, 친일과 반일, 체제수호적 통일과 반체제적 통일, 국가와 개인, 공익과 사익, 중앙과 지방, 남성과 여성이 그것입니다. 익숙한 주제도 있고 조금은 낯설어서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이분법도 있습니다.
권용립(경성대 국제정치학 교수), 김진호(당대비평 편집주간), 김창엽(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김현민(홍익대 사진과 석사), 박홍규(영남대 법학과 교수), 윤평중(한신대 철학과 교수), 윤해동(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이우영(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황정미(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집필진입니다.
계간지 '당대비평'에서 단행본 시리즈로 내놓은 '당비생각' 중 한 권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기인 2004년에 나온 책이라서 시대 배경을 고려하고 읽어야 하고 쉬운 글체는 아니어서 읽을 때 집중이 필요한 책입니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지만 성별 이분법을 다룬 '성(性) 대결, 그 신화를 넘어서' 글꼭지에 담긴 문제들이 그 이후로 거의 1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깨달음에서 한숨이 나옵니다.
본인의 이분법적 사고 경향을 돌아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책입니다.
덧. 지인께서 북 크로싱 해 주셔서 이 책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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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당대비평 편집위원회에서 단행본으로 내놓은 기획작으로 87년 이후 민주화는 과연 실패하였는가에 대한 화두를 정치, 법, 문화, 종교, 노동계, 언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논객들의 입을 빌어 분석한 내용을 실었습니다.
함께 한 필진은 다음과 같습니다(2007년 기준).
김우창 : 고려대 명예교수
최장집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상길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김두식 : 경북대 법대 교수
권인숙 :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방현석 : 소설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장하준 :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성태 : 자유기고가
임지현 : 한양대 사학과 교수
박노자 : 오슬로 국립대 교수(한국학)
김기봉 : 경기대 사학과 교수
김진호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이국운 : 한동대 법학과 교수
조계완 : 한겨레 21 기자
임영호 :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서동진 : 문화평론가
우석훈 : 성공회대 외래교수
보시다시피 꽤 쟁쟁한 분들도 많고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분들이 참여했더군요.
2007년이면 아직 참여정부 시절이고 MB 집권 전이기 때문에 어떻게 분석을 했고 어떤 전망들을 내놓았을까 궁금했는데 MB 이후 박근혜 정권인 지금에서 읽어도 통찰력있는 글꼭지들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김두식 교수의 '아직 끝나지 않은 노래', 박노자, 임지현 교수의 대담인 '외길이 아닌 여러 갈래의 민주주의', 그리고 권인숙 교수의 '6월 민주화 항쟁, 그 이후에 찾은 질문들'이 특히 좋았습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들이 많았어요.
아 물론 전혀 동의할 수 없는 글(대표적인 것이 서동진 문화평론가의 '민주화 이후의 문화와 진보를 생각하며')도 있습니다. 평론가에 대한 제 선입견을 한층 강하게 만든 어이없는 글이었네요.
386 세대도 아니고 87년 민주화 항쟁의 핵심에서 살짝 벗어난 시기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지만 그래도 알건 알아야하겠기에 생각을 좀 넓혀보자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 독서였습니다.
세대가 어찌되었든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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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연의 영역'이 되어버린 자본주의를 '자유의 영역'인 민주주의가 충분히 견제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지 못한 실패의 파장은 너무도 컸다. 그것을 10년 뒤, 또 20년 뒤에 거듭 안타까워했어야 할 만큼.
* 우리나라 경제 정책은 분배의 문제도 전부 성장을 통해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합니다.
* 성장이냐 복지냐,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 공동체를 성장에 종속시키느냐, 아니면 공동체의 필요를 충족하는 가치에 중심을 두느냐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도덕의 강조는 분명 억압적인 담론입니다. 권력자나 시장에서 경제적인 강자들이 국가의 이익이나 전체 사회, 공공의 이익을 강조하면서 작은 이익이나 갈등의 분출을 억압하고 대안을 막는데 사용하면서 도덕이 이데올로기적인 기능을 합니다.
*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적 특수성으로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독재정권이 경제 분야에서는 지극히 개입주의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제한하는 것이 민주주의적이고 심지어는 '진보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 우리는 늘 정의로웠다, 우리는 늘 피해자였다, 우리는 가해자일 수 없다와 같은 말처럼 집단을 구별화시키고, 통합시키고, 집단으로서의 명분을 부여하는 데 집단적 정의감만큼 효과적인 게 없습니다.
*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은 프랑스 혁명 이래로 역사와 사회를 독해하는 오래된 문법이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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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좌파 운동가이자 진보 지식인인 리오 휴버먼의 고전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Man's Worldly Goods - The Story of the Wealth of Nations, 1936)'를 북 크로싱합니다.
1936년에 첫 출판된 책이니 고전 반열에 올려도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를 다룬 경제학 책 중에 가장 쉬운 편이라서 저처럼 경제학 지식이 짧은 사람이 읽어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이 책은 1968년에 나온 3판을 번역한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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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레프트 리뷰'는 1960년 영국에서 창간된 격월간 잡지로 좌파 진보운동의 나팔수(좋은 의미에서) 역할을 하는 잡지입니다. 진보 좌파를 대표하는 잡지임에도 마르크스 이론의 취약점을 자기 반성하는 stance를 취하는 글이 많이 실리는 것이 특징이죠. 일베에 서식하는 인간들이 볼 때에는 완전 빨갱이 책일 겁니다.
하지만 에릭 홉스봄, 레비 스트로스, 장-폴 사르트르, 루이 알튀세르, 자크 라캉 등 지성계와 문화계를 이끄는 거장들의 글이 자주 실리는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이 책은 2000년 부터 2008년까지 실렸던 글 중에서 18개를 뽑아 엮었으며 잡지 본연의 취지를 살려 정치, 이론, 문화라는 세 영역에 따라 구분하였다고 합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부 세계정세의 현황
1. 21세기 세계는 어디로 가는가 ― 페리 앤더슨
2. 세계 경제위기의 신호탄, 서브프라임 위기 ― 로빈 블랙번
3. 신자유주의에 포섭된 로크적 유럽? ― 키스 반 데어 페일
4. 미국에 종속된 역사 속의 유엔 ― 피터 고언
5. 세계경제의 남반구 목조르기 ― 로버트 웨이드
제2부 각 지역의 쟁점들
6. 미국의 이라크 점령 이후 중동 정세 ― 타리크 알리
7. 탈정치화된 정치, 동에서 서로 ― 왕후이
8. 두바이의 공포와 돈 ― 마이크 데이비스
9. 실험되는 가치들 : 인도의 임상실험과 잉여건강 ― 커식 선더 라한
10. (대담) 티베트인의 정체성과 중국 ― 체링 샤카
제3부 정치사상의 재구성
11. 사르코지라는 이름이 뜻하는 것 : 공산주의적 가설 ― 알랭 바디우
12. 매체론으로 본 사회주의의 역사 ― 레지 드브레
13. 생명정치적인 것의 벡터들 ― 맬컴 불
14. 세계화되는 현실에서의 정의, 새로운 틀구성 ― 낸시 프레이저
제4부 자본주의와 미학
15. 미학 혁명과 그 결과 : 자율성과 타율성의 서사 만들기 ― 자크 랑시에르
16. 문화적 포장지로서의 예술 : 일본의 터미널 데파트 ― 우친타오
17. 자본주의와 형식 ― 테리 이글턴
제5부 회고
18. (회고) 격변의 시대 이탈리아의 정치와 삶 : 밀라노에서 온 동지 ― 로사나 로산다
좋은 글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피터 고언이 쓴 '미국에 종속된 역사 속의 유엔'과 레지 드브레가 쓴 '매체론으로 본 사회주의의 역사'가 제일 좋았습니다.
구입한 지 상당히 오래된 책인데 이제서야 다 읽었네요.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너무 부족하다보니 진도를 뺄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에 이미 3권까지 나왔네요.
이 책의 아쉬운 점 중 하나는 번역의 quality 조절이 잘 되지 않은건지 쉽게 읽히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격차가 굉장히 많이 납니다. 그래서 높게 평가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 지식 수준의 격차일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ㅠ.ㅠ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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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개인적으로 김규항 선생만큼 아끼는 논객인 박권일 선생이 7월에 새로 내놓은 책입니다.
진보 또는 좌파로 자리매김을 한 많은 논객 중 제 기준을 통과하는 사람은 김규항, 박권일을 포함해 몇 사람 되지 않습니다. 제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포스팅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으니 이 책의 소개글에서는 일단 통과하고요.
김규항 선생처럼 박권일 선생도 글의 논지가 분명한 글쓰기를 하는 논객입니다. 글을 읽다보면 어떤 글꼭지이든 하나의 소실점으로 수렴하는 느낌을 주고요. 그게 매번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게 뭔지 대략적으로나마 알겠더군요. '다수'와 '세상'에 반하지만 굴하지 않는 옹골찬 소수의견이었네요(물론 상처는 솔찮게 받은 것 같지만).
여전히 필력 좋고 글의 내용도 후련하지만 '시사IN'에 연재했던 칼럼이 주를 이루고 있어 저는 이미 다 읽어 새로운 내용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살짝 속은 느낌이었고 편집 과정에서 골라내지 못한 문제인 것 같은데 비슷한 시기에 쓴 칼럼들의 내용 중 중복된 부분이 많아서 좋은 평가를 하기가 어렵겠습니다. 게다가 e-book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파본처럼 보이는 부분이 몇 군데 있더군요. 이런 걸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건 출판사의 무능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 출판사인데 미운털 제대로 박히는군요.
내용을 읽어보니 시사IN과 프레시안, 한겨레의 칼럼, 본인의 블로그에 올린 글, 그리고 황해문화에 올린 글이 대부분이던데 황해문화에 쓴 호흡이 긴 글이 저는 좀 더 좋더군요. 앞으로도 좀 더 긴 칼럼을 읽고 싶은 욕심을 부려봅니다.
시사IN을 구독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으면서 머리를 반대 방향으로 뒤흔들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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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르주아지에게는 '법'이 있고 프롤레타리아트에게 '단결'이 있다면 중간 계급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상식'이다. 법이나 계급의 언어가 외관상 논리 체계의 형상을 갖추고 있는 반면, 상식의 언어는 논리 체계라기보다 감수성의 체계에 가깝다.
* 불행을 경쟁하게 만드는 체제는 존속할 가치가 없다.
* 소셜 맥거핀은 첨예한 적대들과 달리 실체가 없거나 매우 사소한 적대인데도 엄청난 사회적 갈등인 양 부풀려진 것들이다.
덧. YES24의 e-book앱을 사용해 읽었는데 결제하고 보니 제가 보이콧하는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책이더군요. 결제 버튼을 누르고 아차 싶었습니다. e-book이니 북 크로싱을 할 일이 없다는 게 작은 위안이랄까요. 앞으로 책을 구입할 때 더욱 신중해야겠습니다.
덧1. 박권일 선생이 계간 '자음과 모음R'의 편집위원이던데 제가 보이콧하고 있는 출판사라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습니다.
덧2. 이 책은 e-book으로 읽기도 했지만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책이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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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인터뷰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그래도 평론집보다야 낫지만). interviewee뿐 아니라 interviewer의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서도 너무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승호씨의 가치관 중립 노력은 높이 사는 편이지만 그동안 나온 인터뷰집의 대상을 보자니 공지영, 박원순, 이어령, 신성일 등등 이더군요. 대부분 제 흥미를 끌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2010년에 김규항 선생을 인터뷰한 책이 나온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김규항 지지자('빠'가 아닙니다. 김규항 선생의 기준에 따르면...)라고 할 수 있는 제가 지금까지 애써 찾아 읽지 않은 이유도 그래서였습니다.
이제와서 읽고 보니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나는 왜 불온한가 : B급 좌파 김규항, 진보의 거처를 묻다(2005)'와
'예수전(2009)', 그리고
'B급 좌파 : 세 번째 이야기(2010)'까지 모두 읽은 분들이 총정리 차원에서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그런 의도로 기획된 책은 아니겠지만 시리즈물의 완결판처럼 그동안 앞의 책들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빠진 조각들도 주섬주섬 맞추고 무심결에 가졌던 궁금증도 스르륵 해결하게 되는 대단원의 막에 해당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7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장. B급 좌파, 김규항이 그리는 세상2장. 문화로 우리 사회 엿보기3장. 김규항과 <그 페미니즘>4장. 한국 사회의 진보를 묻는다5장. '촛불'과 '추모' 앞에서6장. 예수에게 묻는 이 시대의 진보7장. 내일을 위한 진보와 미래세대 교육
제목만 보더라도 앞에서 제가 소개한 책들에서 다룬 내용들이 인터뷰의 형식을 빌어 아주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음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지승호씨가 쓴 들어가는 말에 '김규항이 끊임없이 우리 스스로부터 반성하자고, 회심하자고 말한다. 사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두 번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이내 부아가 치민다. 그러다가도 차분히 그의 글을 읽고, 그의 얘기를 듣고 나면 분노에 앞서 우리부터 변해야 한다는 얘기에 수긍하게 된다'고 썼는데 정확한 핵심 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혁명과 영성의 조화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핵심은 제가 매일 마음으로 제 자신에게 외치는 구호 '나부터 잘하자'라고 생각해요. 나도 잘 못하면서 남이 어쩌니 저쩌니 그러는 거 결코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공허한 부메랑이죠.
저도 김규항 선생처럼 '한줌의 지배계급이 차지하던 것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남보다 잘 먹고 잘 사는 일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세상'을 꿈꾸고 싶습니다. 아직까지는 잘 안 됩니다만 계속 노력해야죠.
덧. 멋모르고 샀는데 제가 보이코트하는 문학동네 계열의 출판사인 '알마'에서 나온 책이네요. 아 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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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선생의 글은 월덴 3에서도
'나는 왜 불온한가 : B급 좌파 김규항, 진보의 거처를 묻다(2005)'와
'예수전(2009)'을 통해 두어 차례 소개한 바 있습니다.
김규항 선생은 진보로 평가되는 인물들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말씀드리지만 김규항 선생의 글에 대한 평가는 제 높은 선호도를 어느 정도 감안하여 보셔야 합니다.
이 책은 2005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각종 매체에 실린 기고글과 일기, 각종 단상을 모아서 펴낸 것입니다. 연도 별로 글꼭지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왜냐?
출판사인 리더스하우스의 편집자도 서두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사회적 맥락을 알고 읽어야만 글 속의 함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 책은 길게 소개할 필요가 없는 책입니다. 김규항 선생의 글은 읽을 때마다 저를 변화시킵니다. 제 삶을 더 낫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요즘 구설수에 많이 오르는 진모씨의 화려하지만 뒷맛 쓴 글빨과는 그래서 차원을 달리한다고 평가합니다. 김규항 선생의 글은 곰씹어 볼수록 달고 몸에도 이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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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나라는 인간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내 글은 아무것도 아니다. * 상대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건 그에게서 배우겠다는 것이다. 진정한 예의는 아래로만 혹은 위로만 흐르지 않는다. 진정한 예의는 아래로도 위로도 흐른다. 그럴 때 예의는 비로소 품위가 된다. * 예수를 따르는 모든 사람은 지배 체제와 불화할 수 밖에 없다. 지배 체제와 불화하지도 않으면서 예수를 말하는 건 가소로운 일이다. 그런 자들은 실은 예수의 명성을 빌려 제 말을 할 뿐이다. * 회개란 교회에 안 가던 사람이 교회에 나가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뒤집는 것'이다. * 지금 우리의 적은 군사 파시즘이나 그 잔재들이 아니라 새로운 파시즘, 자본의 파시즘입니다. * 세상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건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제대로 된 눈, 즉 교양이다. 물론 교양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정직한 태도에 기반을 두는 것이다. * 결국 세상에 대한 견해나 태도는 세상을 세로로 나누려는 세력과 가로로 나누려는 세력 간의 대립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진보적인 태도나 견해란 민족이나 국가로 은폐된 세상을 애써 계급으로 나누어보려는, 그 실체를 보려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그런 노력의 가장 실제적인 방해물이 이른바 '국익'이다. 국익이란 실은 지배계급의 이익이라는 것, 인민에게 필요한 건 국익이 아니라 계급의 이익이라는 생각이 확산되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 오늘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극우 세력이 아니라 바로 개혁 우파 세력이다. 개혁 세력은 수구 세력의 도움으로 진보로 포장할 수 있었고 개혁이 진보를 자처하니 극우파인 수구는 아주 멀쩡한 보수로 행세할 수 있었다. * 실천으로 드러낼 수 없다면 다른 게 아니다. * 지배계급은 언제나 인민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개념 흐리기'를 사용한다. * 가난은 적게 소유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몫을 늘리는 보다 정당한 삶이며, 적은 땅을 사용하고 적게 소비하고 적게 태움으로써 파괴되어가는 지구에 생명의 도리를 다하는 보다 품위 있는 삶이다. * 오늘 한국 사회가 미궁에 빠지게 된 가장 주요한 원인은 민주화가 실은 자본화(신자유주의화)였다는 것, 그리고 대개의 사람들이 그 점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민주화를 통해 국가권력이 자본을 거느리는(박정희가 이병철을 거느리는) 지배 체제에서 자본이 국가권력을 거느리는(이건희가 노무현을 거느리는) 지배 체제로 변화했다. * 비폭력주의는 서재나 연구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당사자의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폭력 현장의 아픔과 당사자의 고통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비폭력주의는 폭력의 가장 영향력 있는 옹호자이자 당사자에겐 폭력보다 더 가혹한 폭력이 된다는 것입니다. 목숨이 위협당하고 있지 않다면 진정한 비폭력주의자가 아닙니다. * 우리가 늘 잊곤 하는 사실은, 세상의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힘은 보수 반동적인 태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만큼이라도 어딘데' 하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 민주화 이후, 혹은 김대중 정권 이후 본격화한 신자유주의 광풍이 가져온 여러 사회 변화 가운데 가장 비극적인 건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자본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 감염되었다는 것이다. * 신앙은 '하느님을 대상으로 하는 인간의 종교 행위'가 아니라 성령의 활동, 즉 '하느님이 진행하는 역사에 인간이 참여하는 행위'인 것이다. * 사회적 비판은 그 사회에서 가장 악한 세력이 아니라 '그 사회의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주요한 세력'에 집중되어야 한다. * 나눔은 고통에 처한 사람에 대한 연민에, 그 고통스러운 현실을 만들어내는 불의한 사회에 대한 정당한 분노가 더해질 때 비로소 그 최소한의 꼴을 갖춘다. 나눔은 적선이나 자선이 아니라, 적선과 자선이 없는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나눔은 세상을 '나눔의 체제'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나눔은, 내 것을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행동이다. * 자유주의 우파는 먹고살 만한 양식 있는 시민들을 대변하지만, 좌파는 시민이라 불리면서도 시민으로서 인간적, 사회적 권리를 확보하지 못한 대다수 인민을 대변한다. * 진실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입에 발린 말은 하지 않는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존경이든. * 노예는 주인의 호사는 당연하게 여기면서 다른 노예의 나은 처지는 참질 못한다. * 자유주의자는 자신의 양심을 건사하는 일만으로도 건전할 수 있지만 좌파는 다른 이의 양심까지 지켜내야 건전할 수 있다. * 듣기 싫든 좋든 그 말이 맞는가 틀리는가에 집중하면 돼. 그래야 똑똑한 사람이다. * 다른 생각을 할 줄 아는 것, 그리고 그 생각을 실제 삶에 실천하는 것. 그것을 지성이라 부른다.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특히 친노(노빠라 부르기는 저도 참 싫군요)들께서는 꼭 읽으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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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에 이은 진보/개혁 진영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2010)'을 북 크로싱합니다.
수구 세력에 비해 진보/개혁 진영에는 인물이 없다고 하지만 그 말은 반만 맞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진흙탕 싸움을 각오할 정도의 욕심꾸러기들이 없어서 그런 것이죠.
어쨌거나 자신의 정체성이 '진보', '개혁', '좌파', '빨갱이'인 분들은 꼭 한 번은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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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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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대표기자 오연호가 서울대 법학전문 대학원의 조국 교수를 만나 약 7개월간 대담했던 내용을 정리해 엮은 책입니다.
사회/경제 민주화, 교육, 남북 문제, 권력에 이르기까지 이 사회의 정치 지표라고 볼 수 있는 키워드를 망라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 암울한 시대에 행동하는 양심이 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조국 교수는 정치인들의 실명 거론과 그들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까지 오픈하는 무리수까지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진보 개혁 세력이 왜 집권해야 하는가를 매우 설득력있게 주장하고 이를 위해 진보가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합니다. 민주화 운동에는 강한 진보가 왜 경제 영역만 가면 버벅거리는지, 왜 진보는 항상 보수의 어젠다에 밀리는지 말이죠.
이 책에서 조국 교수는 386세대가 정치에서는 진보를 표방하면서도 생활에서는 보수내지는 무대책을 표방하는 모순을 지적하고 복지를 적선과 동격으로 보는 박정희식 복지모델의 프레임을 깨고 복지가 바로 성장이고 고용 창출이고 생산성 향상이라는 패러다임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하며 비정규직 문제에서 진보/개혁 진영이 단기간에 쟁취해야 할 목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라는 세부적인 설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준비된 것처럼 진보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물 흐르듯이 제시합니다.
그런데 그 제안이 그야말로 그럴듯하면서도 명쾌하거든요.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주는 느낌입니다.
보통 이런 책의 추천평은 입에 발린 소리인 경우가 많은데 추천자들의 면면(박경철, 공지영, 강풀)을 봐도 그렇고 추천평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스스로를 '좌파', '진보', '빨갱이'로 규정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하는 좋은 책입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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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역사가이자 수필가인 Ronald Wright의 '진보의 함정(A Short History of Progress, 2004)'을 북 크로싱합니다.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Paul Krugman의
'미래를 말하다'를 읽어서인지 '진보의 함정'을 '진보주의의 함정'으로 착각하고 집어 들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cognitive frame의 무서움을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가 과학 기술의 발달을 통해 이룩한 것이 과연 진보일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 인류의 역사를 통해 그렇지 않음을 주장합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 매일 인류가 자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멸종해가는 생물들, 지구 온난화, 자원 고갈 등....
인류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dung님'이 소장하던 책을 북 크로싱하는 것입니다. dung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원래 북 크로싱하는 모든 책은 제가 읽어본 뒤 소개글을 올리고 하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이 책은 제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나쁜 책'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그저 영 진도가 나가지 않더군요. 말 뜻 그대로 저와 잘 맞지 않는 책 같습니다.
읽은 뒤에만 북 크로싱하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dung님이 기증해 주신 책을 계속 제가 붙들고 있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제가 읽은 뒤 북 크로싱해 달라는 dung님의 당부도 어기고 북 크로싱을 하는 것이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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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논객 중 하나인 B급 좌파 김규항의 2005년 칼럼집인 '나는 왜 불온한가'를 북 크로싱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는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조금 두껍기는 하지만 '돌베개'의 책이 대개 그렇듯이 재생지로 되어 있어 가볍습니다. 그리고 짤막짤막한 글꼭지에 내용도 많지 않아 들고 다니면서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보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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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제가 어떤 책에 격하게 끌리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하나는 제가 간절히 필요했지만 지금까지 몰랐던 유용한 정보를 아주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책을 만났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내심 알고는 있으나 표현하기 어려워 답답했던 생각을 절묘하게 끄집어 내어 손이 닿지 않는 가려운 등짝을 긁어주듯이 시원하게 질러대는 책을 만났을 때 입니다.
거기에 작가의 가치관과 삶, 사람에 대한 생각까지 일치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김규항은 저에게 그런 사람입니다. 저와 싱크로율이 아주 높은 사람이죠. 김규항의 책을 읽고 있으면 가끔 섬뜩할 정도로 제 생각과 일치하는 면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김규항은 "공동체적 이상을 좇기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건 진정한 개인이 되는 것이다. 진정한 개인이 되지 않고는 우리에게 공동체는 없다. 이런저런 집단만 있을 뿐"이라고 일갈하고 있는데 이 문장을 읽었을 때 그야말로 전율을 느꼈습니다. 평소의 제 생각과 꼭 같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평론가란 '생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산에 기생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은 제가 예전에 2005년에 포스팅했다가 조금 시끄러웠던 글
'평론가가 왜 필요한가'와 궤적을 같이합니다.
그래서 김규항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제 마음의 대변인이 생긴 것 같아서 시원하고 좋습니다.
이 책은 김규항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한겨레, 씨네21과 같은 매체에 기고한 칼럼과 자신의 블로그에 적은 단상을 주 내용으로 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삶의 모습들을 지극히 불온한 시각으로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는데 글에 가시와 뼈가 많이 있기 때문에 꿀꺽꿀꺽 삼키는 방식으로 책을 읽는 분들께는 상당히 불편할 겁니다. 하지만 뼈와 가시를 살살 발라가면서 음미한다면 상당한 영양가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월덴지기의 완소 서적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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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소매상'으로 돌아온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이 쓴 책입니다.
유시민은 우리 국민들이 지금까지 흘린 피와 땀으로 민주주의를 누리기에는 아직 치러야 할 댓가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헌법을 통해 국민이 지켜야 하는 의무와 누려야 하는 권리를 이 책으로 풀어냈습니다.
역시나 달변, 달필의 대가라서 그런지 참 쉽고 재미나게 썼습니다. 시원하게 폭로한 정치판 뒷이야기는 보너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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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노빠가 아닙니다. 노빠가 아니라고 굳이 밝히는 사람이야말로 노빠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만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미 FTA 정책도,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도 찬성하지 않으며 잘못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제 감정은 누군가 전직 대통령들을 몽땅 모아놓고 뒤통수에 권총의 방아쇠를 당겨 한 명씩 처단한다면 죽이지 말라고 말리고 싶은 정도?
이야기가 옆으로 좀 샜는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상은 없습니다. 그냥 말 잘하고 글 잘쓰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정도.
비교가 좀 우습기는 하지만 글 잘쓰는 세 사람, 장하준, 유시민, 진중권을 한 자리에서 평가해 본다면 제 개인적인 거리감은,
장하준 ------------------------------- 유시민 ----------- 진중권
정도 됩니다. 실제로 유시민은 이 책에서 장하준 교수와도 분명히 선을 긋고 있더군요.
그러면 왜 이 책을 샀느냐,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너무 쉽게 얻어졌으며 그 댓가를 충분히 치르지 못했다는 유시민 전 장관의 진단에 동의(책 제목인 후불제 민주주의가 이런 의미에서 붙여졌죠)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근원적인 기초인 헌법을 어떻게 디벼봤는지 궁금해서였습니다.
이 책은 유시민 전 장관이 자신을, 기존의 정보와 자료를 먹기 좋게 취합하고 양념해서 내놓는 '지식소매상'이라고 소개했듯이 그야말로 헌법을 일반인 누구나 먹기 좋게 잘 요리해 놓은 책입니다.
행복, 자유, 주권, 존재와 당위, 진보와 보수, 파시즘, 경쟁, 국가, 복지, 애국자, 국가 정체성, 법치주의, 종교, 인권 등 그야말로 민주주의에 속하는 요소들을 헌법을 갖고 감칠맛나게 다루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글솜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정도에서 그쳤으면 별 5개로 평가하려고 했는데 아쉬운 점이 몇 가지 눈에 띄더군요. 그래서 한 개 깎았습니다. ^^;;;
글 속에서 2MB 정부의 역주행에 대한 분노가 잘 갈무리되지 못하고 묻어나는 건 그래도 순수하다고 이해할 만 한데, 장하준, 최장집 교수의 견해를 흠집내면서까지 참여정부의 공을 방어하려고 시도하는 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조중동문'의 음해 공작으로 국민의 오해를 듬뿍 받은 것에 대한 억울함은 이해하나 수필집을 읽다가 갑자기 대자보가 끼어든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쪼~금 불편하더군요.
그래도 후반부에 우리나라 정치 풍토와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속살 그대로 폭로하는 내용들은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유시민 전 장관의 생각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간에 이 암울한 민주주의 역주행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국민들에게 일독을 권하고픈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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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MB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는지 궁금하십니까? 왜 공정택이 서울시 교육감으로 당선되었는지 궁금하십니까?
그러면 이 책을 보십시오(무슨 약장수도 아니고... -_-;;;)
타는 듯한 갈증을 달래주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하지만 한 모금의 시원한 청량음료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대한 내용은
'리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딱 한번 읽은 책이라서 상태는 양호합니다. 다만 밑줄 그은 부분이 좀 많으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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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지난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 교육감 선거 결과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따르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현상을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하던 차에 미국의 진보 세력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에 대해 탁월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습니다.
중요한 것은 '프레임(frame)'이었습니다.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은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고 프레임은 언어로 작동되기 때문에 새로운 프레임을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가 요구된다는 것이죠. 그러니 다르게 생각하려면 다르게 말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책의 저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미국의 보수 세력은 '엄격한 아버지의 가족(strict father family)' 가치관을 따르고 진보 세력은 '자상한 부모의 가족(nurturant parents family)' 가치관을 따른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의 경우 이 모델로 상당히 많은 정치 현상이 명쾌하게 설명됩니다.
딱 우리나라의 상황에 들어맞는 모델은 아니지만 시청 앞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조지 부시를 찬양하는 어르신네들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납득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은 힘이 있는 아버지요, 거역해서는 안 될 존재요, 거역하면 처벌을 받게 되니까요.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정체성과 가치관, 동일시하고 싶은 대상에게 투표를 합니다. 그러니 자신이 노동자 계급에 속하더라도 기득권 세력, 부자에게 동일시하고 있다면 한나라당에 아낌없이 표를 던지는 것입니다. 이건 그들이 불합리한 존재라서가 아니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사람들이 어느 하나의 정체성과 가치관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다른 모델이 작동하도록 프레임을 구성해야 합니다. 이번 광우병 쇠고기 사태에서 우리는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촛볼을 들었던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보았습니다. 이처럼 평소에는 수동적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가치관이 정치적 영역에서 작동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죠.
조지 레이코프는 20세기 언어학의 대가인 촘스키의 제자로 '언어학 전쟁'을 일으킨, 그 쪽 바닥에서는 꽤 유명한 인물입니다. 촘스키가 인간의 감각 경험과 상관 없이 존재하는 보편적인 통사 법칙이 모든 언어의 기저에 존재하며, 이를 발견하는 것이 언어학의 목적이라는 입장이었던 데 반해, 레이코프는 언어가 본질적으로 마음의 작용이며 신체와 감각 기관의 산물이라고 주장했지요. 소위 합리주의와 경험주의의 한바탕 전쟁이었던 셈입니다. 뭐 실질적으로는 촘스키의 승리였다고 할 수 있지만 레이코프는 자신과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모아 '인지언어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창시하고 연구 결과를 정치 현상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또 하나의 수확은 제 정치적 정체성에 대해 확실히 깨달았다는 것이죠. ^^
저와 같은 궁금증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덧.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코끼리는 생각하면 안 돼'라고 이해해서 처음에 한참 헷갈렸다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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