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취약한 기질 유형이 있지만 LML, HML 기질 유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상담자도 잘 이해가 안 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오해하기 쉽죠.
저는 LML 기질 유형을 흔히 '뱀파이어' 기질 유형이라고 부르고 HML 기질 유형을 '집시' 또는 '야생 호랑이' 기질 유형이라고 부릅니다.
* LML : 뱀파이어 유형
* HML : 집시 또는 야생 호랑이 유형
이 두 유형은 자극추구 기질이 반대 방향이라는 것만 빼면 쌍둥이와 같아서 전혀 다른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유사한 기질 유형입니다.
위험회피 기질은 중간 수준이기 때문에 안전 욕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또 위험천만한 행동을 자초하는 유형도 아닌 중도 성향을 보입니다.
거기에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대인 관계 욕구가 없거나 중요하지 않아서 대인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기질 수용적인 환경에서 자라게 된다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겠죠). 이 두 유형을 오해하는 이유는 바로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아서인데 왠만한 상담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에게 대인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예외이죠. 이들에게 대인 관계는 그렇게 중요한 영역이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 전혀 중요하지 않기도 하거든요.
그렇다면 자극추구 기질의 방향에 따라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자극추구 기질이 약한 LML 유형은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의욕이 없어 보이고 자기 공간에 무기력하게 처박혀 있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에 은둔형 외톨이로 오해를 많이 받습니다. 싫어하는 걸 억지로 시키면 하기는 하지만 에너지를 쏟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소용이 없습니다. 결과물이 좋지 않아요. 대신 좋아하는 걸 찾게 되면 무서운 속도로 파고 들기 때문에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넓이보다는 깊이가 중요한 기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자극추구 기질이 강한 HML 유형은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집적대지만 흥미가 떨어지면 금방 싫증을 내고 그만두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걸 견디지 못하는 부모들이 push해봤자 어차피 끝까지 못합니다. 오히려 더 싫어하게 되죠. 이 유형은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하는 걸 잘 못하거든요. 그래서 채찍보다는 당근 전략이 더 효과적입니다. 또한 깊이보다는 넓이가 중요한 기질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해 보도록 격려하는 게 좋죠.
상담자들은 이 두 유형의 청소년이 왔을 때 헷갈리지 않도록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분해서 알고 계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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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JTCI의 HML 유형은 '기회주의적-자유주의적(Opportunistic-Libertarian)'이라 불리는 기질로 자기 입장과 주장이 분명한 독립적인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의 평가보다는 자신의 판단에 우선 순위를 두고 행동합니다. 흥미와 관심의 범위가 넓고 호기심이 많은데다 자신이 목표하는 일을 위해 노력하는 것에 외로움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죠. 그래서 흔히 '집시' 유형 기질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인의 감정이나 입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면이 있고 유형의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행동하는 기회주의적 면모가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책임하거나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영혼이 자유로운 자유주의적 인간형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집시'라는 naming이 주는 선입견 때문에 '야생 호랑이'라는 별칭을 더 좋아하는데요. 야생마와 달리 야생 호랑이는 길들이기 매우 힘이 들고 설사 길이 든다고 해도 야생성을 잃게 되어 더 이상 호랑이가 아니게 됩니다.
HML 기질의 소유자들이 상담에 오게 되는 이유는 거의 하나뿐입니다. 이들의 기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등쌀 때문이죠. 특히 HML 기질의 소유자가 남성인 경우 책임과 의무를 중요시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모-자녀 관계 갈등을 피할 수 없죠. 하지만 비수용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야생 호랑이'를 몰아넣어봤자 얻게 되는 건 상동증적인 행동을 하는 병든 호랑이나 사육사를 물어죽이는 살인 호랑이 뿐입니다.
아시다시피 기질은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각하고 수용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답답한 우리에 가둬두거나 동물쇼에 내보내려고 길들이려는 시도를 하지 말고 야생 호랑이가 원래 있어야 할 곳,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곳으로 보내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부모가 대리 만족을 위한 욕심부터 내려놓아야겠죠.
야생 호랑이는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자연에서 살 때 가장 아름다운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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