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든 가혹한 체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든 말이죠.
하지만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걸 알고 난 다음 사람마다 대처하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불공평한 세상을 공평하게 만들기 위해 일신상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맞서 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공평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적응해 가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지요. 불공평한 세상을 탓하고 원망하면서 화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못나게 태어난 자신을 탓하고 체념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게 사실이라도 그걸 개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굉장히 많이 달라집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르면 똑같은 지식과 정보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될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것도 달라지니까요.
서설이 길었는데 이 포스팅에서 다루고자 하는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게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해도 그걸 포기나 체념이 아닌 수용으로 받아들이고 나서야 어떠한 노력이든 집착에 헛되이 낭비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을 위해 발휘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결코 쉽지도 금방 되는 것도 아니지만 일상에서 온전히 행복을 느끼기 위해 꼭 해내야 하는 과제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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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지화(Intellectualization)
: 상담이 지적인 요소를 사용하는 '말하는' 치료라는 사실 때문에 형성되는 저항의 형태로 '내담자의 저항을 뒷받침해 줄 상담자의 정서적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됨
-> 내담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느 정도의 통찰을 보이면서 "맞죠?"라고 묻는다면, 여기에 동반된 정서가 얼마나 크던지 간에 상관없이, 이때는 저항이 작동되는 것이다. 통찰이 타당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간에 이런 논설적인 언급은 내담자가 상담자의 동의나 승인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1. 주지화를 감소시키는 방법
1) "왜?"로 시작되는 질문을 가급적 하지 말 것
: "왜"라는 말이 떠오를 때마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떠올려 말해주도록 요구해야 한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또는 "그것이 어떻게 일어난 거죠?"라고 묻는 것이 "왜"라고 묻는 것보다 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가 쉽다. 또한 "왜"라는 질문은 내담자로 하여금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들기도 한다.
2) 상담자가 원하는 답을 암시하는 질문을 피할 것
3)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가능한 한 피할 것
4) 상담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기 위해 내담자가 반문조의 질문을 사용하는 경우 침묵을 사용할 것
예) "선생님께서는 왜 제가 아내가 집에 있을 때마다 화를 내게 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 질문 그대로에 대해 대답을 하는 것은 주지화를 강화하게 됨. 상담자가 침묵한다면 내담자는 대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게 된다.
5) 내담자가 심리치료나 정신치료에 관한 책을 읽는지 탐색할 것
-> 그런 류의 책을 읽는 내담자의 동기에 대해 탐색하는 것이 더욱 값진 방법인데 동기는 거의 항상 전이적 감정으로부터 유래하기 때문임
* 일반화(Generalization)
: 내담자가 자신의 생활과 반응에 대해 일반적인 용어(general term)로 표현하며, 각 상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피하려 하는 형태의 저항
* 집착(Preoccupation)
: 증상이나 현재의 사건, 과거력 등과 같은 자신의 인생에서 특정 부분에만 집착하는 것도 저항이며 증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행동은 신체화 장애, 공포증 환자에서 특히 흔하다
* 정동의 진열(Affective Display)
: 의미 있는 의사소통에 대한 저항이며 내담자가 자신의 내면 깊숙하게 숨겨져 있는 고통스러운 affect를 피하기 위해 emotion을 사용하는 것
-> 지나치게 자주 즐겁게 진행되는 상담(happy session)은 내담자가 우울이나 불안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상담 동안 정서적 만족(emotional gratification)을 충분히 얻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저항을 보인 것이다.
* 경쟁적 전이 및 경쟁적 저항(Competitive transference and resistance)
: 상담자의 생각을 미리 알아 맞추려하거나, "선수를 치려는" 태도도 저항일 수 있음
예) "이것에 대해 선생님이 뭐라고 말씀하실 지 알아요", "지난주에도 선생님은 똑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 "제가 이제 무슨 말을 할 것 같습니까?"라고 되묻거나 "제가 왜 그렇게 생각해야 하죠?" 라고 말할 수 있는데 내담자의 추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대답해 주지 않도록 유의할 것
* 유혹적인 행동(Seductive Behavior)
: 상담자의 사랑과 마술적 보호를 얻거나 아니면 무장 해제시켜 압도하기 위한 행동을 저항으로 사용하는 것
예) "제 성생활이 궁금하세요?"
-> "저는 당신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라고 응수할 수 있으며 이러한 류의 질문이 반복된다면 "제가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지 궁금해하시는 것 같군요"라고 덧붙일 수 있다.
* 호의를 요청하는 행동(Asking for favors)
: 상담자에게 약간의 돈을 빌리는 등의 호의를 요청하는 행동도 저항일 수 있음. 내담자의 의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상담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것.
* 행동의 내향화(Acting in)
: 상담 동안 어느 정도의 긴장(tension)은 방출하면서, 동시에 위협적인 느낌을 피해가려는 무의식적 동기에 의해 유발된 행동이나 습관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
예) 상담 중에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담배를 피우겠다고 하거나, 상담실 안을 서성이는 행동 등
* 행동의 외적 표출(Acting out)
: 상담 또는 상담자에 대한 느낌이 무의식 중에 환경 외부의 인물이나 상황으로 전치되는 형태의 저항
예) 상담자 외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문제를 상의하는 내담자, 부정적인 전이 감정을 다른 권위 대상에게 전치시켜 상담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내담자
출처 : '임상 실제에서의 정신과적 면담(The Psychiatric Interview in clinical practice, 1st, 1971)'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변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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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11년에 한 포스팅 중에
'걱정을 멈추는 방법'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아예 초반에 싹을 잘라버리는 방법으로 걱정이 되기 시작할 때 그 일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통제할 수 없는 것인지를 가능한 한 빨리 구분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면 관련된 감정이 줄줄이 올라오기 전에 통제할 수 있는 다른 일로 주의를 재빠르게 전환해 보라고 제안드렸지요.
그런데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심리적 자원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인데 사실 그것 또한 통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관리하는데 충분하지 않습니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지어 경계를 만들게 되면 초반에는 통제할 수 있는 것만 다루게 되니 좀 더 수월하고 일상생활도 단순해져서 마음이 편해지지만 나중에는 통제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빠질 위험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구분짓기 이전보다 더 힘들게 됩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나누는 이유는 통제할 수 있는 것만 다루자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사실 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위한 것이죠.
강의 상류에서 나뭇잎을 떨어뜨리면 물의 흐름에 영향을 줘서 속도를 일시적으로 늦추기도 하고 방향도 조금 변경할 수 있지만 떠내려간다는 결과에는 차이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죠.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깨달음에 이르게 되면 집착을 버리게 되고 '지금 여기'에 현존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유용하지만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모아 손에 움켜쥐려고 애쓰지 말고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 것마저도 결국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흘러가게 된다는 진리를 받아들이기 바랍니다.
사실 모든 인간은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삶의 유한성을 통찰한다면 무언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일이죠.
덧. 세상에 통제할 수 있는 건 없으니 앞으로는 그냥 되는대로 살자는 주장으로 오해하는 분은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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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이 영화로 김민희씨가 백상예술대상 여자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지요. 요즘의 연애 실태를 현실적으로 잘 그리고 있고 코믹한 요소도 적잖이 배치되어 있어 내 이야기가 아닌 이상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꽤 재미있게 봤고요.
개인적인 감상을 좀 말씀드리면,
연애란 건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거라지만 김민희와 이민기가 연기한 두 사람의 연애는 잘 되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영화에서는 다시 한번 잘 해보는 걸로 해피엔딩 처리했지만 개인적으로 결국은 다시 헤어질 수 밖에 없을거라 예상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두 사람은 사내 커플입니다. 그것도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정도가 아니라 같은 지점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은행원이죠. 예전에
'모든 다중 관계는 해롭다'는 글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사내 커플은 사이가 좋을 때에는 상관없지만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파괴력이 훨씬 더 큽니다. 온갖 구설수때문에도 그렇고 연애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완충시켜줄 자기만의 안전 공간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50점을 깔고 들어가는 불리한 연애입니다.
그 다음으로 이 연애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에게 진실하지 않습니다. 이기적이냐 아니냐를 떠나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그러면서 상대방을 위해서 그랬다고 둘러대기만 하죠) 뒤로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느라 온갖 방법(페이스북 감시, 미행, 전화 확인 등등)을 동원합니다. 사랑하는 사이에 가장 중요한 신뢰가 싹틀 틈이 없습니다. 신뢰를 쌓아둔 것이 없으니 갈등이 생겼을 때 인출한 애정 자금이 없는거지요.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자신에게,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기대를 합니다. 연애란 이럴 것이라고까지 기대하기 때문에 매번 그 기대를 충족하는지 확인하고 충족되지 않으면 좌절하고 슬퍼합니다. 자신이 만든 기대의 덫에 스스로 걸려서 고통스러워하는거지요.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그걸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은 집착과 희생 밖에 없습니다. 그래봤자 고통의 시간을 연장하는 것 뿐이지만요.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예후를 보여주는 건 동희(이민기 분)의 주사와 두 사람의 통제불능증과 기본 예의 부족입니다. 주량 통제가 잘 안되고 일단 술에 취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제맘대로입니다. 영화에서는 그런 요절복통 야단법석이 재미난 에피소드처럼 그려졌지만 사실 이런 주사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항상 맘졸여야 하지요. 실제로 이 영화에서도 박계장이라는 후배가 남자 주인공 때문에 개고생합니다. 그리고 이 커플은 어느 선을 넘어서면 서로에게 쌍욕을 하거나 몸싸움도 가리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 역시 연애 동안에는 화끈하고 열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기본적인 존중과 매너를 지키지 않는 커플의 미래는 아주 어둡죠.
그래서 이 두 사람의 연애는 결실을 맺기도 어렵고 설사 결실을 맺는다고 해도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 뿐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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