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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이 책을 내놓은 부키 출판사는 개인적으로 상당한 애증이 있는 출판사입니다.
'채식의 배신(2009)',
'긍정의 배신(2011)' 같은 쓰레기에 가까운 책으로 뒷목을 잡게도 하지만 때로는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2009)',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2010)' 같은 좋은 책들도 출판하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소위 긴장을 타야 합니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어느 정도 quality 예측이 가능한 편인데 부키 출판사는 예외입니다. 그야말로 중간이 없거든요. 모 아니면 도 입니다;;;;
다행히 이 책은 좋은 방향으로 극상인 책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죽음을 다룬 책 중 최고(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여사의 책은 상실과 애도를 주로 다루고 있으니 살짝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강추하고요.
출판사에서 내놓은 소개글에는 고령화 사회, 현대 의학의 생명 연장 기술 등 묵직한 글 꼭지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더 명징한 진실은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언젠가는 찾아올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죠. 부지불식간에 사고로 찾아오는 죽음도 있지만 불치병에 걸려 투병 끝에 맞게 되는 죽음도 있습니다. 이 책은 후자에 초점을 맞춰 그야말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아툴 가완디는 현직 외과의로 의료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환자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과연 어떻게 죽는 것이 인간의 존엄을 기릴 수 있는 죽음인가에 관심을 갖고 이 책을 썼습니다.
암처럼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급격히 단축하는 병에 걸렸을 경우 지금까지의 의학적인 도움이란 건 생명을 최대한 연장하는 것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술과 공격적인 항암 치료를 통해 우리의 정신을 지지하는 육체를 허물어뜨려서라도 수명만을 연장하고자 했죠. 하지만 점점 그렇게 오래만 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런 의문을 품고 어떻게 죽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아마도 이 책의 목차를 보시면 이 책에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쉽게 짐작하실 수 있을거에요.
1 독립적인 삶 _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2 무너짐 _ 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3 의존 _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리다
4 도움 _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
5 더 나은 삶 _ 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6 내려놓기 _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
7 어려운 대화 _ 두렵지만 꼭 나눠야 하는 이야기들
8 용기 _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
앞에서도 소리 높여 추천했지만 어떻게 죽는 것이 역설적으로 가치있게 사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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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경우,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고 말한다. 죽음에 이르기전에 일어나는 일들, 다시 말해 청력, 기억력, 친구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생활 방식을 잃는 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 어느 요양원에서든 노인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고사하고, 그들 옆에 앉아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지 묻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 이것이 바로 삶의 마지막 단계에 관해 생각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하는 사회가 낳은 결과다. 이러한 사회는 우리가 병들고 약해져서 더 이상 스스로를 돌볼 수 없게 됐을 때도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가도록 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 토머스는 자신이 '요양원에 존재하는 세 가지 역병'이라고 부르게 된 무료함, 외로움, 무력감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생명을 요양원 안에 들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요양원 노인들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것이 전부다. 얼마나 약을 덜 먹고,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것보다 사람답게 사는 일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만큼 더 가치를 두는지 측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
*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 걸까? 하버드 대학의 철학자 조시아 로이스 교수는 우리가 스스로를 넘어서는 대의를 추구하며 그것을 인간 본연의 욕구로 보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대의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위해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점이다.
* 일반적인 의료 행위와 호스피스 케어의 차이점은 치료하느냐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에 있는 게 아니라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이다. 보통의 의료 행위는 생명 연장에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호스피스 케어는 치명적인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현재의 삶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 가장 주요한 과제는 사람들이 그들을 압도하는 불안감에 잘 대처하도록 돕는 것이에요. 죽음에 관한 불안감, 고통에 대한 불안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불안감, 돈에 대한 불안감 등 말이에요.
* 상담자는 환자와 가족이 어떤 치료법을 원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거기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앉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가장 잘 성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상담의 목적이다.
* 자신의 삶이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는 삶에 대한 초점이 좁아지고, 욕구에도 변화가 생겼다.
*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는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그런 용기를 갖는 것만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 가장 두렵고 걱정스러운 게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인지, 그걸 이뤄 내기 위해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 우리는 죽어가는 사람들이 단지 안전한 환경에서 더 오래 사는 것 이상의 우선 순위와 욕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데 실패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나갈 기회를 갖는다는 건 삶의 의미를 지속시키는 데 매우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다.
* 근본적으로 볼 때 이 논쟁은 고통을 연장시키는 실수와 가치 있는 생명을 단축시키는 실수 중 어느 것을 더 두려워하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 결국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 우리가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의료진이 개입해 환자로 하여금 희생과 위험을 감수하도록 하는 일은 더 큰 삶의 목적을 위한 것일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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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칭(본인은 이렇게 불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니) 의학칼럼니스트인 허현회씨가 쓴 책입니다.
‘채식의 배신’에 뒤통수 맞은 여파가 워낙 커서 가능하면 논란이 되는 이런 류의 책은 당분간 안 읽으려고 했는데 간만에 회사 자료실에 들른 날 하필이면 신간으로 들어온 이 책이 공교롭게도 눈에 띄어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들은 따지고 보면 별로 특이할 것이 없는 평범한 것들 뿐입니다.
* 가능하면 병원과 약을 멀리해라* 유기농 자연 채식을 해라* 인체의 면역 체계와 재생 능력을 교란시키고 파괴하는 합성 화학 물질을 피해라* 지나치게 자주 건강 검진을 받지 말고, 방사능 등을 사용하는 검사를 자제해라
이런 이야기는 이미 이전에 많은 사람들, 특히 의사들이 많이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제가 월덴 3에 소개한 것만 해도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 의사가 된 후에야 알게 된(2007)',
'약이 사람을 죽인다(2003)',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2007)'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당연한 이런 이야기를 다시 꺼내면서 저자는 출처가 의심스러운 근거들을 바탕으로 무리한 주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어떠한 예방 접종도 받지 말라든가 에이즈란 병 자체가 없다든가, 말라리아 기생충이 인간에게 전혀 해가 없다든가,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하면 모든 암은 100% 재발한다든가, 자외선 차단제는 피부암을 예방하는데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고 오히려 합성 물질로 인해 각종 암을 유발한다든가 등등
저도 현대 의학에 대한 지식이 짧아서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신뢰로운 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건 좀 무리다 싶은 내용이 많습니다.
게다가 본인이 현대 의학에 기초한 치료를 받으면서 많은 고통을 받아 현대 의학, 주류 의사들, 제약 회사에 대한 불신이 지나쳐서인지 비판의 강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몇 번이나 강조해서 주류 의사들은 지하에 황금탑을 쌓으면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성토합니다. 그런데 이를 지나치게 감정적인 어투로 이야기하는 바람에 설득력만 더 떨어져 보입니다.
게다가 트위터에 모든 암은 화학 물질에 의해 발병하며 담배와 술은 몸에 이롭다고 주장을 한다든가, 물과 H2O, 염화나트륨과 소금은 다르다든가 하는 지엽적인 이야기(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그 의도는 알겠지만)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내용의 진위가 아니라 References인데 거의 대부분의 출처가 ‘의사들이 해주지 않는 이야기’, ‘당신의 의사도 모르는 11가지 약의 비밀’, ‘나는 현대 의학을 믿지 않는다’와 같은 책의 내용을 2차 인용한 것들입니다. source의 신뢰성을 일일이 검증하고 인용한 것이 아니라서 트위터나 블로그에서 세세하게 깨지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은 외국 언론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자의적으로 편집, 왜곡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중이죠.
개인적으로 유기농 자연 채식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응급 상황이 아니면 병원과 약에 의지하는 대신 전통적인 자연 요법과 제 몸의 면역력을 믿으려고 하며 합성 화학 물질을 가능한 한 피하려고 애쓰고 있어서 이 책의 내용을 믿든 믿지 않든 저는 별로 영향이 없습니다만,
건강에 대한 개념이 확고히 서 있지 않은 사람들이 보면 상당히 흔들릴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은데 문제는 옥석구분이 안 되기 때문에 혼란만 야기한다는 겁니다. 진실과 거짓을 이렇게 뒤죽박죽 섞어 놓으면 대체 어쩌라는 말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난 주장들을 해 놓고는 근거가 박약하니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책은 추천 못 하겠습니다. 차라리 조만간 소개할 ‘기적의 밥상’이나 위에 소개한 책들을 읽으시는 것이 낫습니다. 위에 소개한 책들은 제가 평가하는 기준으로 대부분 별 4개 이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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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출판되어 이미 4년이나 지난, 한물 간 책을 아마존 별점이 양극단으로 갈린 최대의 논쟁서 어쩌고 소개하는 출판사의 낚시에 걸리지 않으려고 그냥 패스했던 책인데 최근에 제 주위에서 잡식을 하는 분들이 채식하면 죽는다고 채식을 해서는 안 되는 근거로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자꾸 이야기하기에 대체 뭔 소리가 쓰여 있길래 그러는지 궁금해서 읽어봤습니다. (일단 눈물 좀 닦고요. ㅠ.ㅠ)
비유를 들자면
'이단 종교를 기독교라고 착각하고 몸 주고 마음 주고 사랑도 줬건만 20년이나 지나서야 자기가 헛짓한 걸 깨닫고 분노의 하이킥을 기독교도 아닌 불교에 뜬금없이 날리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그 모양새가 예전에 제가 혹평한 바바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2011)'과 완전 판박이입니다. 저자가 같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쌍동이처럼 똑같아요. 재미있는 건 '긍정의 배신'도 부키 출판사에서 번역했다는 거. 재미 좀 보더니 배신 시리즈로 독자층을 계속 배신하려나 봅니다.
예전의 부키 출판사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010)'와 같은 훌륭한 책들을 많이 내놨죠. 최근에 사장이라도 갈린 겁니까? 대체 왜 이러죠?
출판사 욕은 그만하고 저자 이야기를 좀 해보죠.
일단 책 제목처럼 채식의 배신 혹은 원제의 Vegetarian Myth처럼 채식은 이야기 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저자가 20년 동안 먹은 건 채식이 아니라 정크 푸드 편식이니까요. 저자가 20년 동안 뭘 먹고 살았는지는 책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GMO 옥수수 시리얼이나 싸구려 두유, 콩고기 버거만 먹고 산 듯 합니다. 책 내용 중에 신선한 샐러드, 채소와 같은 단어 자체가 전혀 안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채식에 대해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동물성 식품을 안 먹는답시고 백미밥에 김치만 먹다가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일이 왕왕 있는데 딱 그 꼴입니다. 채식에 대해 조금만 공부를 하신 분들이라면 건강을 위한 채식마저도 단순히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균형잡힌 식생활을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 탄수화물 중독도 조심해야 하고, 가공 식품도 안 먹게 되고, 무엇보다 정크 푸드를 피하게 되죠. 제가 볼 때 저자는 비건이 아닐 뿐 아니라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그냥 정크 푸드 편식의 희생자입니다. 이 사람이 진정 비건이었다면 친구와 같이 차를 달려 로컬 레스토랑에서 피자를 흡입한다든가 참치 통조림을 먹으면서 온몸의 세포가 절규하는 히스테리컬한 경험을 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겁니다. 참치 통조림 에피소드에서는 그냥 고소만 나오더군요. 에휴~
저자가 제대로 된 채식인이 아니라는 건 책 곳곳에 등장하는 주변 사람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람 주변에 있는 채식인들은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니라서 아프리카 세렝게티 공원에 담을 세워 포식동물과 초식동물을 갈라놔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자신의 삶과 존재가 다른 생명을 죽이지 않고도 지속할 수 있다고 믿고 있거나(저자 본인도 그랬답니다) 아니면 공기만 먹고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호흡주의자(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채식과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동일시해서 식이장애에 걸린 사람들만 득시글합니다. 어디에서 이런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만나는 건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미국이라서 그런걸까요? 아님 유유상종?
무엇보다도 저는 이 저자의 아집("이 문제는 논쟁으로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경험을 했고, 내 신념에 자신 있다". 65p)에 일단 어이가 가출하더군요. 아~ 그래서 자신의 경험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넘친 나머지 이 책에 인용한 자료의 출처 중 1/3이 위키피디아였나 봅니다. 하도 이상한 자료들이 많아서 references를 보니 그냥 웹사이트 10개 달랑 소개한 게 답니다. 흔해빠진 영양학 journal이나 article 하나 없습니다. 개인적인 경험만 갖고 말하자면 겨우 1년 9개월 채식을 한 저도 할 말 있습니다. 채식 1년 만에 고지혈증, 고도의 지방간을 고쳤고 중성 지방 등 몸에 안 좋은 수치를 모두 정상으로 돌려놨습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채식하세요. 무병장수 하실 수 있습니다. 할렐루야~
그 다음은 책 내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시 눈물 닦고. ㅠ.ㅠ)
저자는 세 가지 방향에서 채식주의를 비판합니다. 일단 이 책은 온통 자가당착, 아전인수격의 자료 선별과 해석의 왜곡이 난무한다는 걸 미리 말씀드립니다.
1. 도덕적 이유의 채식주의
2. 정치적 이유의 채식주의
3. 영양학적 이유의 채식주의
저자에 따르면 도덕적 이유의 채식주의가 놓치고 있는 것은 농업이 본질적으로 파괴적이라는 것이고 특히 일년생 곡물의 단일 경작이라고 주장합니다. 농업에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로컬 푸드를 먹는게 좋다는 것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자는 채식주의자가 동물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 농업에 중독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농업을 위해 미생물, 곤충, 작은 동물들을 죽일 수 밖에 없으니 아무 것도 죽이지 않으려는 채식주의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그런 걸 주장하는 채식주의란 걸 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가능하면 불필요한 살생을 피하자는 것이지 아무런 죽음도 인정하지 않는 채식주의란 것이 어디 있습니까? 왠 허수아비 공격?). 게다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채식이란 건 불가능하니 그냥 고기를 먹자고 합니다. 어떻게? 직접 길러서 잡아먹자고 합니다(응?). 모두 자급자족식 농업을 하자는거지요(그러면서 참치 통조림은 왜 먹나?).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 질소 등의 제공없는 지속가능한 농업은 불가능하고 그러려면 가축이 필요하고 기왕 가축이 있으니 고기를 먹자는 겁니다. 동물이 전혀 없이 지속가능한 유기 농업을 하고 있는 veganic farm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은 그냥 고기가 먹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냥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지.
게다가 이 사람이 책에서 자주 먹는 유제품은 결국 낙농업에서 나온 산물인데 이 사람이 그렇게 칭송해 마지않는 수렵 채집 생활에서는 그런 양질의 유제품이 없었고 정착 농업이 시작되면서 가능해졌는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앞뒤가 안 맞아서 당췌 이해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단일 경작하는 옥수수 등의 곡물은 주로 고기 생산을 위한 가축들의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기르는 건데 단일 경작을 하지 않으려면 고기 소비부터 줄이는 데서부터 시작을 해야지 뜬금없이 채식은 왜 끼워넣는답니까? 아항 자기가 20년 동안 먹었던 옥수수 시리얼을 만드는데 사용된 GMO 옥수수를 까야하니까?
도덕적 이유의 채식주의 장에 나오는 동물 권리 옹호론에 대한 저자의 무지와 몰상식은 거론하기 창피한 수준입니다. 동물 권리 옹호론자들이 죽음이 생명의 일부라는 걸 부정하기 때문에 다른 생명을 전혀 죽이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말(142p)을 합니다. 대체 그렇게 주장하는 동물 권리 옹호론자들이 누굽니까? 자기가 죽음이 잘못된 것이라고 믿었다네요(150p). 자기가 그렇게 오해해놓고 엄한 동물 권리 옹호론자들에게 덤터기를 씌웁니다. 그래놓고 이 사람이 내린 결론은..... "나는 마침내 대답을 찾았다. 나는 선을 긋지 않을 것이다(160p)" 그냥 다 먹겠답니다;;;;; 그래서 참치 통조림을 흡입했지요~
정치적 이유의 채식주의가 놓쳤다고 저자가 주장하는 건 동물을 먹지 않고 채식을 하는 것으로 세계 기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장에서 저자가 비판한 공장형 축산을 위한 단일 경작 문제는 저도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채식주의가 표방하는 곳도 같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저자는 중간에 방향을 틀어서 공장형 축산이나 채식주의나 똑같다고 한통속 취급을 합니다(읭?). 단일 경작은 공장형 축산을 위한 사료 생산도 하지만 저자가 20년 동안 먹었던 GMO 시리얼을 만들기 위한 옥수수를 생산하기도 한다면서요. 그러면서 갑자기 이 사람은 지구 상에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204p). 지구가 수용 가능한 지속 가능한 인구의 수를 6억으로 산정한 머컬(그냥 미국 작가랍니다;;;;)의 추정치도 너무 많다면서 이 책의 막판에 아이를 낳지 말자는 극단적인 주장을 합니다. 본인도 안 낳았다면서요;;;;; 아 놔~
마지막 3부의 영양학적 이유의 채식주의가 놓치고 있는 것으로 저자가 주장한 것은 현재의 인간을 만든 건 육식이지 채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드디어 저자의 구석기 시대 찬양론이 등장하는데 수렵, 채집 시대에는 이렇다 할 질병이 없었다거나(p243), 들소 떼가 영양분 가득한 자신들의 몸으로 인간의 뇌를 성장시킨 결과 라스코 동굴 벽화가 탄생했다거나(241p), 게다가 이런 내용들에 대해 고고학적으로 논쟁의 여지 없이 증명된 사실(244p)이라면서 출처 표기 하나 안 하는 멋진 생까기를 보여줍니다.
제가 영양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하나하나 반박하지 못하나 상식적으로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저자의 주장을 몇 개 열거하면(당연히 출처는 하나도 없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이 포스팅의 말미에 영양학자의 반박 포스팅 링크를 걸어둘테니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세요.
* 식생활에서 글루텐(밀에서 많이 발견되는 식물성 단백질)을 제거하면 정신분열병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수없이 많이 나와 있다(252p)
* 중간 크기의 구운 감자를 먹는 것과 대용량 청량음료 한 병을 마시는 것은 대사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사실 감자 쪽이 살짝 더 나쁜 음식이다(258p)
*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피 속에 든 콜레스테롤의 80%가 우리 몸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266p).
* 동물성 지방보다 포화 지방이 더 많은 것이 코코넛 오일이다(279p).
* 비타민 A를 함유한 식물성 식품은 존재하지 않는다(293p).
* 비타민 D를 함유한 식품은 대구 간유, 동물 간, 달걀 노른자, 기름진 생선, 버터 등 동물성 식품 뿐이다(293p)
* 사실 심장은 지방을 연료로 사용할 때 가장 잘 돌아간다(295p).
* 의학박사 비어트리스 골롬은 1965년 이후에 발표된 모든 연구 결과를 샅샅이 훑어 낮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폭력이 관계가 있는지 고찰했고, 둘 사이의 상관성에 인과 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296p).
* 식물성 기름에 오메가6 지방산은 많이 들어있는 반해 오메가3 지방산은 거의 들어있지 않다. 오메가6 지방산은 각종 염증과 고혈압, 소화기 자극, 면역 기능 저하, 불임, 세포 증식, 그리고 암을 유발한다(299p).
이 포스팅을 하는 중에 5분 정도 구글링을 해 봤는데도 위에서 저자가 주장한 내용 중 4가지 이상을 반박하는 증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대체 뭘 갖고 이런 얼토당토 않은 주장들을 하는 건지...
그 밖에도 대부분의 비건들이 단것 중독증이라고 주장(312p)하거나(난 그 좋아하던 아이스크림도 전혀 생각 안 나는데?) 비건 식사를 시작한 지 6주가 지나자 탈진했다거나(굶어서 그랬겠지~ 난 몸만 가볍고 쌩쌩해지더구만)하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나 경험담이 난무합니다.
6장의 제목은 더 재미있습니다. "만병통치약 콩의 진실" 대체 어느 채식인이 콩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한답니까? 아무리 홍삼이 몸에 좋아도 이 사람처럼 홍삼을 먹으면 몸이 견뎌내겠습니까? 아무래도 이 사람은 콩 혹은 두유 중독증이었나봅니다. 그러니 콩이 미워 죽겠지(난 콩 하나만 줄창 패~).
7장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을 찾아오는 식이장애라는 제목으로 채식을 하면 식이장애에 걸린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헐~). 식이장애 환자들이 거식하는 걸 주변 사람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하려고 흔히 대는 핑계 중 하나가 자신이 채식을 한다고 둘러대는 건데 이 사람은 그런 건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그냥 채식하면 식이장애에 걸린다고 주장하고 싶겠지요.
처음부터 끝까지 투사(projection) 기제의 끝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가 우울증, 식이장애, 공황장애, 퇴행성 디스크, 저혈당, 암까지 걸렸다는데 그러게 제대로 된 채식을 하지 왜 정크 푸드만 20년을 먹으면서 고행을 한건지 참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본인이 기른 고기와 유제품 중심의 식단을 쭈욱 밀고 나간다니 더 안타까워요. (마지막으로 눈물 닦고)
꼼꼼히 읽느라고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보면서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울렁거리고 자꾸 멘붕이 오는 통에 참 힘들었습니다. 비건이나 채식하시는 분들은 정신 건강을 위해서 안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여러분~ 채식을 하면 인슐린 수용체가 마모되어 저혈당증에 걸리고 뼈와 관절이 파괴되며 염증에 뒤덮이게 됩니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릴 확률이 급증하고 전신 통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갑상선도 손상되고 위도 망가지고 언제나 너무너무 춥습니다. 게다가 신경 손상 가능성이 있고 지능이 낮아지는데다 우울, 불안증에 걸릴 수 있답니다.
이 증상의 대부분을 저자가 경험했고 아마도 콩을 많이 먹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ㅡㅡ;;;;
잡식하시는 분들은 채식을 공격할 때 더 이상 이 책 들고 오지 마세요.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으면...
덧. 반박 리뷰 링크 몇 개 겁니다. 모두 영어이기는 하지만 읽어볼 만 합니다. 채식의 유혹을 쓴 김우열 번역가가 트윗해 주신 겁니다. 허락없이 무단 링크걸어서 죄송합니다~
http://www.theveganrd.com/2010/09/review-of-the-vegetarian-myth.html
http://skepticalvegan.com/2010/03/19/myths-of-the-vegetarian-myth/
미국 아마존에서 이 책을 검색하시면 최고의 추천 리뷰로 선정된 중립 입장의 리뷰도 읽어보세요.
덧2.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2008)'라는 제가 극찬한 좋은 책을 쓴 유진규 PD가 추천사를 썼던데 유진규 PD 정말 실망입니다. 책을 보는 눈이 이 정도 밖에 안 될 줄은 몰랐습니다.
덧3. 그래도 혹시나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북 크로싱 할테니 사지 마세요. 이런 책을 위해 더 이상 나무가 희생되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