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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이 책에는 '소비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한 인간의 자발적 실천기록'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좀 과장된 것처럼 보이는 부제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소비사회에 대한 저항을 다룬 책 중 가히 최고의 책이라 평가하는 책입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내용이 재미 있어서만도 아니요(실제로 매우 재미있습니다. 곳곳에 위트가 넘쳐요), 교훈적인 내용만이 담겨 있어서도 아니고 소비사회에 대한 저항을 추상적이고 선동적인 문구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묵묵히 자신이 체험한 내용을 소개하면서도 그 안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주기 때문입니다.
저자인 후쿠오카 켄세이가 1년 동안 자발적으로 실천한 '불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전거로 통근하기
* 제철 채소나 과일이 아닌 것 먹지 않기
* 자동 판매기 물건을 사지 않기
* 엘리베이터, 이불건조기, 다리미, 샴푸, 린스, 식기용 세제를 쓰지 않기
* 도시락과 물통을 갖고 다니기
* 고장이 나면 최대한 수리해서 쓰기
* 가급적이면 잔업을 하지 않기
* 음식찌꺼기는 퇴비로 사용하기
* 병은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기
* 설거지를 따뜻한 물로 하지 않기
* 마요네즈와 드레싱, 된장을 집에서 만들어 먹기
* 채소와 과일, 쌀을 재배해서 먹기
어렵다면 어려운 일이고 쉽다면 쉬운 일입니다. 당장 우리가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조금 어려운 것들도 있죠. 저자는 즐거운 불편의 합리성을 깨닫게 되는 순간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행동을 취하게 된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입니다. 억지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죠.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저자가 1년 동안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불편함을 즐겁게 감수함으로써 나타난 변화를 소개하였고 2부에서는 저자와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각계 각층의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체험편도 즐겁게 읽을 수 있지만 대화편에 나오는 내용도 하나같이 주옥같은 것들 뿐이어서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점들이 아주 많습니다. 참 좋습니다.
체험편에서 오리 농법으로 쌀을 수확한 뒤 다 자란 오리를 아이들과 함께 직접 잡아 먹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원치 않아도 다른 생명을 빼앗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희생된 생명에 대한 감사와 위로의 마음까지 배울 수 있는 이런 소중한 경험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마트에서 잘 포장된 고기를 집어들 때 과연 우리를 위해 생명을 바치는 동물들에게 얼마나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지요. 그러면서도 잘난 척이나 하면서 "어떻게 기르는 동물을 직접 죽여서 그 고기를 먹을 수 있어"하고 건방진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과정보다는 결과, 체험보다는 소비, 무조건적인 효율이 강요되는 현대 소비 사회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생각해 볼 점들을 충분히 제공하는 좋은 책입니다. 그러면서도 어렵지 않게 씌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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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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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불편 카테고리 경영/경제 지은이 후쿠오카 켄세이 (달팽이, 2004년) 상세보기 느리게 살기에 관한 책입니다. 웰빙을 실천함에 있어서는 편안함만 기다리는건 아니죠. 스스로 살아가는 ..
'소유의 소비'와 '체험의 소비'의 구분은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스캇 펙이 한 것을 본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처음 접했을 때 인상에 많이 남아 언젠가는 나름대로 정리를 해 봐야지하고 벼르던 내용을 포스팅 해 보려고 합니다.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돈을 버는 목적은 쓰기 위해서죠. 버는 것도 쉽지 않지만 정말로 어려운 것은 쓰는 것이라는데 이의가 있는 분은 없을 줄로 입니다(아닌가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올바로 쓰는 것이 가장 어렵죠.
소유의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비교'의 잣대를 버리지 못합니다. 이들이 소비하는 이유는 상대방과의 비교를 통해서 우월감을 만끽하기 위해서입니다. '명품'을 사더라도 자신의 쓸모에 맞는지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비싼 지, 희귀한 것인지를 주로 따집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것을 자신이 소유함으로써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양 착각(자기고양)을 할 수 있으니까요. 소유의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만족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왜냐하면 항상 비교의 기준을 갖고 소비하므로 항상 자신보다 소비력이 왕성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이들은 아무리 소비해도 항상 목마릅니다. 그래서 미친 듯이 사 모으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낍니다.
이와 달리 체험의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주관적 만족'이라는 기준으로 소비합니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한 접시 사먹더라도 떡볶이 떡의 쫄깃함과 매콤하면서도 얼얼한 맛, 그리고 북적거리는 포장마차의 활기를 온 몸으로 경험하면서 행복감을 느낍니다. 이들은 남들이 오뎅을 먹든, 튀김을 먹든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입 속에서 헤엄치는(^^;;;) 떡볶이를 음미하고 즐길 따름이지요. 체험의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쓰기 때문에 소유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소유의 소비와 체험의 소비는 칼로 자르듯이 명확하게 나눌 수는 없으며 중복되는 부분도 많지만 무엇을 주로 하느냐에 따라 삶의 만족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지금 소유의 소비를 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체험의 소비를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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