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도움을 받지 않고 모든 걸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는 게 마치 어른으로 인정받는 전제 조건인 것처럼 인식되곤 합니다. 때로는 모든 사람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필요할 땐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도움을 청할 수 있고 설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해도 효율적인 일처리를 위해 스스럼없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건강한 겁니다. 도움을 주고 받는 것 모두 숨쉬듯 자연스러워야 하는 거지요.
중요하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건 내 주변 사람들의 모든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믿음(구원자 환상) 만큼이나 정신 건강에 해롭고 심각한 문제입니다.
남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건 주로 두 가지 문제 중 하나 때문에 나타나는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EP(Effortless Perfection) 때문입니다. 이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완벽해야 한다는 신념입니다. 남들처럼 밤을 새우지 않아도 반에서 1등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며 운동도, 노는 것도, 연애도 동시에 잘 해야 한다는 거죠. 그야말로 엄친아여야 한다는 건데 이런 엄친아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건 안 될 말입니다. 남이 나에게 신경을 쓰게 한다는 건 완벽함이 깨지는 그야말로 가오 상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체력이든 지능이든, 하다 못해 시간의 제약이란 게 있습니다. 무한대의 자원이란 건 없거든요. 그래서 도움을 받는 걸 끝까지 거부하면 결국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 때 치러야 할 댓가는 어마어마하지요.
둘째, 역의존(Counter-Dependence) 때문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역의존은 의존하고자 하는 개인적 욕구를 거부하는 걸 의미합니다. 역의존을 유발하는 심리적 기제의 뿌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이고 다른 하나는 치명적 결함(Fatal Flaw)입니다. 전자는 '내가 너무 대단한 사람인데 어찌 열등한 다른 인간에게 의존한다는 말인가'에 가깝고, 후자는 반대로 '나는 뭔가 치명적인 하자가 있는 인간이라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테니 괜히 민폐끼치지 말자'에 가깝습니다.
읽으면서 느끼셨겠지만 EP와 역의존 모두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치료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힘들어도 다른 사람(부모님, 형제, 친지, 베프, 연인 등)에게 도움을 청하는 걸 절대로 못하는 분이 계시다면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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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정신의학자인 Yudofsky 박사의 책, '치명적 결함(Fatal Flaw, 2005)'을 북 크로싱합니다.
연극성, 자기애성, 반사회성, 강박성, 편집성, 경계성, 분열형, 중독성 성격장애를 다구고 있는데 전문적인 내용의 유익함보다는 들고 있는 사례의 흥미진진함 때문에 읽게 되는 책입니다.
그만큼 임상/상담 대학원 졸업반 학생들이 성격장애 부분을 가볍게 정리할 용도로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이나 일반인들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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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장애에 대한 책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장 전문가를 위한 전문 서적과 일반인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볼거리 위주로 가볍게 쓴 책이죠.
이 책은 현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쓰여졌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들이 너무 극적이다보니 그만큼 읽는 재미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만큼 유용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일반인을 위한 책이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반인들이 편하게 보기에는 전문적인 내용이 너무 많거든요.
이 책의 저자인 Yudofsky 박사가 사실 특수분야(?) 중 하나인 신경정신의학(Neuropsychiatry) 분야의 임상가이기 때문에 과연 이 분이 성격장애 치료의 대가일까 하는 의구심부터 들었습니다. 실제로 책 내용 중에 성격 장애의 유전학적, 뇌영상 연구 결과 소개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거든요. 494p에는 '분열형 성격 장애의 결정적 요인 중에는 뇌와 관련된 것이 있을 것이라고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라는 단정적인 말까지 나오죠.
Clonninger 교수의 TCI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뭔가 시사점을 많이 던져줄 것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그렇게 깊이 고민한 것 같지는 않고 성격 장애를 이해하는 하나의 tool 정도로 가볍게 보고 만 것도 실망스러웠습니다.
또한 서두에 주변 사람들이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는 성격 장애가 의심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를 알려줄 것처럼 소개했지만 실상 대처 방법은 그저 확인했으면 피하라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도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이 책에는 연극성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 반사회적 성격장애, 강박성 성격장애, 편집성 성격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분열형 성격장애, 중독성 성격장애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좋은 분들은 일반인도 아니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가도 아니고 정신병리학 기본 수업을 들은 심리학과 대학원생 정도입니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었는데 맨 마지막에 실려 있는 중독성 성격 장애(DSM으로는 진단되지 않는 성격장애)에 대한 부분은 제게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역시나 'Addiction-prone Personality'에 대한 논의에서 별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행위 중독보다는 약물 중독에 대한 예만 다루고 있어 제 입장에서는 좋다 말았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현장 임상가들은 굳이 읽으실 필요 없는 책이고 수련을 앞두고 있는 대학원 졸업반 학생이라면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쉬엄쉬엄 한번 정도 읽으면 좋습니다.
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 준 부분도 별로 없어서 '월덴지기가 흥미롭게 읽은 구절들'도 작성하지 못했네요;;;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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