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자가 이제는 도박을 끊겠다고 장담을 해도 정작 도박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를 알 길이 없는 가족 입장에서 도박 중독자가 나아지고 있다고 믿을 만한 행동은 대체로 도박과 상관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매일 도박하느라 외박하고 집을 비우던 사람이 일찍 일찍 들어오고,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주말에는 가족과 외식도 하고, 집안일도 솔선수범해서 도와주는 것들이 바로 그런 행동들이죠.
그런데 도박과 상관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가족들의 마음에는 흡족한 행동을 하는 도박 중독자가 있다면 그가 도박에서 확실히 벗어났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도박을 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족이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는 이런 행동들이 유일한데 과연 바른 행동을 하는 도박자는 도박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일까요?
도박 중독자는 도박에 빠져서 다른 모든 것을 잊어버린 사람들이죠. 바꿔 보면 도박 중독자가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 바로 도박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제외한 어떤 행동이든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유지하지 못합니다.
도박자가 가족의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가 상황에 따라 바뀌지 않고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는지만 유념해서 보시면 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는 도박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다고 봐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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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신체 질환과는 달라서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듯이 도박 생각이 나지 않게 할 수도 없고 치료의 과정이 구조화되어 있어 1단계를 마치면 2단계로 넘어가고 그 다음에 회복 과정으로 들어가는 식으로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치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너무 많기 때문에 입구와 출구가 하나라고 해도(그렇지도 않지만) 동굴 안의 갈림길이 무궁무진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많은 상담자가 필요하고 그러한 상담자라도 자만하지 않고 항상 겸허한 마음으로 상담에 임할 필요가 있죠.
이처럼 도박 중독 치유 과정이 변화무쌍하기는 해도 도박자에게 꼭 필요한 두 가지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도 있고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는 데 그건 바로 '후회'와 '부러움'입니다.
'후회'는 과거를 정리하는 데 필요한 마음이고 '부러움'은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데 필요한 마음입니다.
미련과 한탄, 아쉬움을 동반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후회입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인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이죠. '아,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깨달음에서 나오는 후회는 그 때까지 계속 질질 딸려오던 미련과 집착을 끊어낼 결단력을 도박자에게 줍니다.
집착을 끊어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도박 생각이 안 나는 것도 아니고, 도박 충동이 올라올 때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어떻게 살고 싶다는 계획과 희망, 설레임이 없다면 강을 거슬러 보트를 저어 올라가듯이 조금만 힘이 빠지거나 게을러지면 다시 뒤로 후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러움이 필요합니다. '나도 저렇게 웃고 싶다', '나도 저렇게 마음편히 살고 싶다'는 바램을 만드는 감정이 부러움이죠. 도박자가 과거를 잊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러움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과 상담자까지 먼저 행복해질 필요가 있는 겁니다. 도박자에게 부러움을 느끼게 만들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도박 중독자가 치유되는데 꼭 필요한 두 가지 마음, '후회'와 '부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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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도박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나름의 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서라든가, 잃어버린 돈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든가, 한번만 크게 따서 자신이 가족들에게 입힌 피해를 조금이라도 보상하고 싶어서라든가 등등.
그런데 도박의 목표에 대해 물어보면 제대로 답을 하는 도박 중독자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10억을 모으려고 한다든가, 우리나라 바카라 최대 승률 기록을 세우려고 한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도박자는 없죠. 왜냐하면 도박이라는 게임 자체가 목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세우려고 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승부의 결과에 돈을 걸게 되면서 목표가 흐려진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겁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도박 중독자는 목표 중심적으로 도박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과정 지향적인 사람들입니다. 물론 과정을 즐기는 사람들은 아니고 순간 순간의 목표 달성에 목숨을 걸기 때문에 그 순간 순간을 연결해 보면 과정 지향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에 불과하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를 치료하는 임상가들은 목표 지향적인 부분보다 과정 지향적인 것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12주 동안 CBT를 활용해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교정하겠다는 식의 목표 중심적이고 구조적인 방법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오히려 치유 과정에서 그동안 한번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무장해제를 시키고 도박 및 도박과 관련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고 좀 더 나아가 사는 의미, 자신이 꼭 지키고 싶은 가치관, 이런 의미와 가치관에 도박이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도박에 빠졌던 과정과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도박 중독 치료는 목표 지향적인 것보다는 과정 지향적인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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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상담,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제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왜곡된 supervisor-supervisee 도제 제도의 정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기 위해 지도 교수의 권위에 굴종하고 비합리적인 처사에 굴복하는 걸 습성화했던 패턴이 전문가 수련제도에도 그대로 답습되어 supervisor는 어디까지나 supervisee가 향후 적절히 기능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support하는 사람에 불과한데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심한 경우 수련 과정에서 탈락시킬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학회가 방임해왔죠.
결국 그 결과로 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뒤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임상가들의 자존감이 처음부터 바닥인데다 몇 년이 지나도 도무지 자신감이 올라갈 생각을 안 합니다. 저는 이게 다 무조건 혼내기만 하고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학문적으로 토론하고 임상적으로 숙의하기는 커녕 무조건 깔아뭉개기만 하는 못된 supervisor들과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수련 제도의 시스템 문제라고 봅니다.
이야기가 곁길로 많이 빠졌습니다만 그래서
자존감이 낮은 상담자들이 상담을 하게 되면 상담의 결과에 일희일비하게 됩니다. 내담자가 좋아지는 것 같고, 상담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나오고, 명절이 되면 간단한 선물이라도 챙겨오면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상담에 자꾸 빠지고, 연락이 잘 되지 않고, 그러다가 임의 종결이라도 하게 되면 자신의 무능을 확인이라도 한 것처럼 우울에 빠집니다.
내담자의 회복과 치유, 성장을 바라는 마음은 좋습니다. 하지만 상담은 내담자와 상담자가 모두 함께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일방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에요. 밝게 웃으면서 꼬박꼬박 상담 시간에 참석하는 내담자의 모습이 자기의 진정한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의 발동일 수도 있고 말없이 상담에 불참한 내담자가 사실은 상담의 효과로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나 상담자에게 종결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러워 차마 연락을 못하는 속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내담자가 진정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회복하고 성장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스스로 알게 되겠지요.
그럴 때까지
상담자가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는 내담자의 회복이 곧 나의 실력이라는 식의 단선적인 결론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고 내담자를 통해 배운다는 겸허함입니다.
그러니 상담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내담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상담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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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도 아라타의 역작 '영원의 아이(永遠の仔, 1999)'를 북 크로싱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심리 문제를 다룬 소설 중 단연코 최고라고 생각하는 책입니다. 하드 커버로 된 두 권짜리 소설인데 분량이 어마어마하지만 굉장히 빠르게 읽히는 책입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속도감있게 다루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은 보기 드문 작품이죠.
부모-자녀 관계로 상처받은 분들과 이런 분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임상가들은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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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월덴 3의 새 책 북 크로싱은 '사람은 왜 아픈가 : 상처, 치유 그리고 관계의 이야기(2012)'입니다.
지금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고 꾸준히 내담자를 만나고 계신 이흥표 선생님이 상담과 관련해 처음으로 쓰신 책입니다.
상담을 하면서 상담자가 겪게 되는 감정과 역전이들이 날 것 그대로 생생하게 느껴지는 좋은 책입니다. 상담자나 심리치료자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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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충동을 통제하는 힘을 기르는 것은 단도박 유지 뿐 아니라 재발 예방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치유 과제입니다.
바꿔 말하면 도박 충동을 통제할 수 없으면서 도박 중독을 치유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게다가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원인이 도박자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 중독자에게 중요한 원인을 찾고 그 원인에 맞춘 조절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 중에서 특히 중요한 두 가지가 바로 '가족 갈등(부부 갈등)'과 '재정적 어려움'인데 이 두 가지 원인에 의해 야기되는 도박 충동을 다루는 방법은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신세 한탄을 하면서 도박 중독자인 남편의 과거 행동을 탓할 때와 수입이 일정치 않아 이자 납부가 늦어져서 전화로 채권 추심을 당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죠.
어느 것이 더 강한 도박 충동을 야기하느냐를 구분하는 것보다 충동을 통제하기 위한 접근법이 다르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상황에 대한 통제 권한이 자신에게 없어 노력에 의해 바뀌기 힘든 상황일수록 대체로 충동이 잘 줄어들지 않습니다. 위의 예에서는 배우자와 말싸움하는 상황보다 빚 독촉을 받는 상황이 도박자의 통제 권한이 더 적습니다. 부인의 마음을 달래주거나 대화로 감정이 더 격화되는 건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이자를 내지 않는 이상 빚 독촉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통제력(controllability)은 도박 중독자에게 특히 중요한 문제로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마저도 어떻게든 해 보겠다고 매달리다가 높아진 도박 충동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대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원인 중 객관적인 상황 자체를 바꿀 수 없는 경우에는 수용(acceptance)과 내려놓기 혹은 바라보기 같은 기법을 활용하도록 guide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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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계속 치유의 길에 들어서는 걸 주저하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 자신의 도박 문제를 진정으로 깊이 들여다보고 도박과 이별하고자 결심한 상태라면 그 방법이 상담이 되었든, 단도박 모임이 되었든, 신앙 생활이 되었든 간에 걸리는 기간의 차이는 있더라도 결국 도박자는 도박에서 빠져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도박으로 점철된 삶을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질수록 치유 속도는 빨라져서 가끔은 가족이나 상담자가 놀랄 정도로 빨리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도박 중독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빨리 나아지는 도박자도 있는 반면 시간이 갈수록 상대적으로 더 힘들어진다고 느끼는 가족들도 많습니다.
대체 왜일까요?
치유 초반에 기대했던 것처럼 도박자가 도박만 하지 않으면, 성실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던 굳은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온통 초조함과 짜증, 불만만 가득하게 되니 말이죠.
그건 역할 변화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중독이든 중독 상태에서 건강한 상태로 바뀌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일단 바뀌기 시작하고 속도가 붙으면 굉장히 쉬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자의 역할과 도박 중독자가 아닌 역할이 너무나 극명하게 구분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도박 중독에서 가족들이 맡았던 감시자의 역할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 아닙니다. 도박 중독자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 떠맡겨진 것이죠. 내 옷이 아닌 옷을 입은 것처럼 껄끄럽고 그렇다고 안 입을 수도 없는 그런 역할입니다. 그걸 억지로 하다보니 이제 슬슬 몸에 익을 때쯤 되었는데 그걸 갑자기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도박 중독 치유를 위해서는 감시, 관리, 통제하려는 마음과 의도, 행동을 모두 내려놓아야 하거든요. 도박 중독에 대응하기 위해 움켜쥐고 있었던 유일한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뜻이죠.
가족들이 그걸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앞으로 감시자의 역할이 아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분명한 모델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은 것이죠.
그래서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새로운 역할을 정립하느라고 시간이 들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쉽지 않다보니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생각보다 쉽게 적응하는 도박자에 비해 가족들은 역할 변화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는 겁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적응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좀 더 마음을 편히 가지고 시간의 힘을 믿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시간이 모든 불협화음을 정리해 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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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받는 도박자들이라고 해도 모두 동일한 치유 과정을 거치거나 똑같은 치유 단계에서 시작하는 건 아니라서 상담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믿거나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걸 알아도 너무나 재미있는 유흥 도구이기 때문에 상담을 받아서 조절 능력을 획득하게 되면 나중에 나이들어 은퇴한 이후에 소액으로 즐기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렇게 호되게 당해서 그만큼 피눈물을 흘렸으면서도 도박의 무서움을 잊고 다시 손을 대려는 도박자를 보면 도박 중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교통 사고를 당해 뼈가 부러지고 오랜 입원과 재활 기간을 거쳐도 일단 몸이 낫고 나면 다시 차를 몰고 다니듯이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 치유에서만큼은 그렇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도박은 마약 중독자에게 쥐여지는 마약보다 해롭고 횃불을 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다이너마이트보다 위험합니다.
한번 데었다고 다시 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었다고 내성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도박 중독은 항체가 생기지 않는 병과 같아서 도박에 더 취약해질 따름이죠.
도박으로 다시 돈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겨도, 언제든 원할 때 일어설 수 있는 조절 능력을 얻었다고 생각해도, 도박으로 돈을 따게 되어도 절대로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도 그건 도박자의 머릿속에서만 가능한 소설입니다.
아무리 근사하고 멋져보여도 그건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죠.
그리고 그 소설에 해피엔딩이란 절대로 없습니다. 주인공의 파멸로 끝이 나는 새드엔딩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한번이라도 도박에 중독되었던 도박자라면 도박과 관련된 어떠한 소설도 구상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도박자에게 필요한 건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진솔한 체험 수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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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 나쁜 사람은 도박에 중독되지 않는다"
물론 역으로 모든 도박 중독자가 머리가 좋다는 말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박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도박은 대체로 예상과 추리, 과감함과 결단력, 승부욕과 근성, 집중력 등이 총동원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볼 때 머리가 좋은(속된 말로 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도박에 일단 중독된 다음에는 빠져 나오기가 더 어렵기도 합니다.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차라리 돈을 딸 수 있다는 증거를 찾겠다고 그 좋은 머리를 낭비하거든요.
그런 패턴에 익숙해진 도박자는 도박이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뒤에도 여전히 주저앉아 생각과 계산만 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내가 도박 중독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어쩌지, 지금 사귀고 있는 이성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가계부를 쓸까 말까, 도박 빚의 내역을 오픈해야 할까 말까 등등...
이제는 생각을 그만해야 합니다. 생각만으로는 도박 중독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선택을 할 지 모르니 좀 더 신중히 예상되는 결과를 따져봐야 한다고요? 그건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본인이 경험해 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본다고 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경험많은 상담자와 한시라도 빨리 상의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러니 이제 생각은 그만하세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두렵고 치유를 주저하게 됩니다.
지금은 행동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일단 치유의 길로 한 걸음 들어서고 나면 계속해서 걸어갈 용기가 생겨나게 됩니다. 생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일단 해버린 행동은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거든요.
그러니 일단 치유의 발걸음을 내딛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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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임상가 중 한 명인 Irvin D. Yalom의 고전 '실존주의 심리치료(Existential Psychotherapy, 1980)'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박하게 평가했냐 하면 번역으로 '똥망'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월덴 3의 심리학 카테고리에 있는 책들은 이렇게까지 엉망인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이 책은 2008년 8월에 소개한
'프로이드와 인간의 영혼(2001)'보다 더 형편없습니다. 그 때도 엉망진창인 번역 때문에 제가 게거품을 물었는데 이 책은 그보다 한술 더 뜹니다. 제가 웬만하면 분노를 잘 안 느끼는 편인데 이 책의 번역가는 정말 밉더군요.
아주 대놓고 직역의 진수를 보여주는데 얄롬이 다른 저작에서 얼마나 글을 쉽게 써왔는지 아는 저로서는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수준입니다. 얄롬이 쓴 책들은 월덴 3에서도 자주 소개했으니 한번 확인해보세요.
게다가 이 책은 실존주의적 접근을 따르는 임상가들은 반드시 봐야 하는 책인데 이런 책을 망쳐놨으니 이걸 대체 어떡해야 합니까?
실존주의 심리치료에서는 죽음, 자유, 소외, 무의미, 이 4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그러다보니 현재가 되어가는 미래(future-becoming-present)를 주요 시제로 다룹니다.
특히 얄롬은 죽음의 의미에 주목하면서 죽음을 불안의 가장 근원적인 요소이고 정신병리의 주된 원천으로 보았습니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은 '삶의 우선권을 재조정'하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 자유'를 누리며 '바로 지금이라는 삶의 향상된 감각'을 느낍니다. 얄롬은 죽음을 직면하게 된 사람들이 보이는 치유의 힘을 깨달았던 것이죠.
죽음과 삶은 상호보완적인데 인간은 보통 죽음을 직면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억압합니다. 죽음의 육체적 성질은 우리를 파괴하지만 죽음에 대한 사상은 우리를 치유할 수 있다고 얄롬은 보았죠. 그는 죽음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면 삶의 관점에 대한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오며, 더 본질적인 삶의 유형으로 이동하게 되기 때문에 죽음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개인적으로 몇 안 되는 죽마고우 중 하나인 술 친구를 잃었던 경험과 제가 상담하던 내담자가 충동적으로 자살했던 경험을 하고 난 뒤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 저로서는 기존에도 실존주의적인 접근에 끌렸지만 이후로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실존주의적 접근에 대해 다룬 좋은 자료가 있으면 자주 소개하겠습니다.
제게는 너무나 필요한 책이었는데 원서로 다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을 계획이 있는 분들께도 원서 강독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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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vin D. Y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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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초기에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사실 딱 하나입니다. 도박자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을거라는 보장이죠. 단도박만 가능하면 그동안 도박자가 가족들 뒤통수를 쳤던 것, 거짓말 했던 것, 무책임하게 행동해서 실망했던 것들 모두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게 그렇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자신의 도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하고 이번에는 확실히 도박을 끊어보겠다고 결심한 도박자는 나름 열심히 노력합니다. 상담도 열심히 받고, 단도박 모임도 빠짐없이 나가고, 일도 열심히 하고, 집에서도 그동안 가족들에게 상처준 것을 보상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가족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미흡하고 부족하게만 느껴집니다. 치유 초기에 도박자는 도박 생각과 충동과 맞서 싸우는 것만 해도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도박으로 돈을 딸 것 같은 착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데다 경제적인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한번만 크게 따서 조금만이라도 힘들이지 않고 복구하고픈 유혹과도 싸워야 합니다. 게다가 환경 조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도박을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계속 연락이 오기도 하고 도박 관련 스팸 문자도 쉴 새 없이 날아드니 하루에도 몇 번씩 도박에 손을 대고픈 충동을 억눌러야 합니다.
그런데 가족에게는 도박 충동과 싸우는 도박자의 노력이 잘 보이지도 않는데다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가족의 입장에서는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생활이기 때문에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요. 게다가 도박자의 행동만 믿으라는 이야기를 계속 듣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도박 충동과의 싸움이 얼마나 처절하고 치열한지 가족들이 알아차리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대부분 빚을 갚기 위한 도박자의 계획과 노력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제로 얼마나 진척이 되었는지, 출, 퇴근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지, 가사 분담을 얼마나 잘 하는지, 용돈을 사용하는데 있어 현금 출납부를 얼마나 꼼꼼하게 기록하는지 등을 보고 도박자의 치유 노력을 평가하려고 합니다.
물론 치유 작업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가면 가족들이 원하는 가시적인 행동 변화도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치유 초기에는 도박자가 이 모든 걸 동시에 다 잘 할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박 충동과 싸우는 것만 해도 힘에 부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도박자와 가족이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이 치유의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의 차이와 갈등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족들은 이런 생각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허심탄회하게 도박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중재가 필요하면 상담자나 치료자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치유 초기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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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 초에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도박 중독자가 명심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쓴 글이 있습니다. 그 중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투명성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지요.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투명해야 하는 것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도박자도 있습니다. 원칙적으로야 당연히 모든 면에서 투명함을 유지해야 하지만 실제로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선의의 거짓말도 하지 않으려면 상당히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너무 힘들 수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최소한 다음의 경우만큼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완벽하게 투명함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가족이 도박자에게 물어보는 사항이죠.
그게 도박과 관련있는 돈, 거취와 같은 사안에 대한 질문이든, 얼핏 보기에 도박과 아무런 상관 없어보이는 것에 대한 질문이든 따지지 말고
가족이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하게 솔직히 진실되게 대답하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는 겁니다.
그 상황에서 그것이 도박과 관련된 것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입니다. 가족들도 사실 잘 모르고 질문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가족이 인식을 하고 있든 하지 않고 있든 간에 가족이 물어보는 사항은 최소한 어느 정도 중요도를 갖게 된 것이니 그것만큼은 속이거나 둘러대지 말고 무조건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좋습니다.
설사 도박이나 치유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질문이라고 해도 가족이 자신에 대한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니 이것 저것 가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가족이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완벽하게 투명하게 대답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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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가족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왜 이 사람이 도박에 중독되었는가'이듯이 치유의 길에 들어선 도박자도 내심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이 도박에 빠진 이유입니다. 정신없이 도박을 할 때에는 몰랐지만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잃은 돈을 복구하고 빚을 갚기 위해서 혈안이 되었던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 이유만으로 도박에 집착했던 것 같지는 않거든요.
또한 기왕 도박 중독을 치료하겠다고 결심한 거 왜 도박에 빠졌는지를 알아내면 좀더 쉽게 앞으로 도박을 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스스로 열심히 찾아보기도 하고 상담자에게 묻기도 하는 등 원인 찾기에 몰두합니다.
상담자와 함께 하는 도박 중독 치유 과정에서는 어차피 재발 예방 부분에서 다루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도박중독의 원인찾기를 치유 초기에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치유 초기에 도박중독의 원인찾기가 해로운 이유는 그 과정에서 도박 충동이 자극되기 때문입니다.
언제 처음 도박을 시작했는지, 처음에 도박을 하러 갔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얼마를 잃었는지, 언제부터 베팅액수의 제한이 되지 않고 고삐가 풀린 것처럼 마구 추격매수를 했는지 등등을 생각하면 할수록 도박과 관련된 기억, 감정 등이 쏟아져 나오고 이것이 연결된 도박 충동을 자극하기 때문에 도박 충동이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박 자극과 관련된 기억, 감정 등에 자꾸 접촉하는 건 아직 뇌관이 제거되지 않은 폭탄을 주물럭거리는 것과 같습니다.
치유 초기에는 도박 충동을 다루기 위한 기술도 부족하고, 도박 충동이 자극되는 상황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도박 충동이 자극될 수 있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박중독의 원인을 찾는답시고 호신술 도장을 다닌 지 일주일 밖에 안 되는 초심자가 자신이 왜 과거에 불량배에게 두들겨 맞았는지 알아보려고 제발로 불량배를 찾아가는 일만큼은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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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도박 중독이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병인데다 치유의 길로 들어서기 전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거짓말이 이미 도박자의 뼛속까지 배어들어 있어 스스로도 무엇이 거짓말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운 상태인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도박과 관련된 거짓말 만큼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기도 합니다만 결국은 모든 거짓말이 도박 중독과 관련됨을 깨닫게 될 뿐입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은 그것이 도박과 관련이 있든 없든 따지지 말고 어떠한 거짓말도 하지 않겠노라고 결심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투명성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가족과 주변 사람을 속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매사에 투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먼저 두 가지에 주력해야 합니다.
바로 거취와 돈의 흐름입니다.
거취와 돈의 흐름이 중요한 이유는 도박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인들이기 때문이고 가족들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돈의 흐름에 대해서는 수입만 open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용돈의 지출 내역과 시간, 빚을 갚아나가는 과정 등 돈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투명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가계부 내지는 현금 출납부는 반드시 써야 하고요.
거취는 출, 퇴근 시간을 비롯해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는지를 가족이 궁금해하거나 물어보기 전에 도박자가
자.발.적.으로 먼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공개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스러울 수 있지만 그것이 신뢰의 기초가 된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그리고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지출과 만남은 아예 할 생각을 마세요. 그런 생각에서 재발이 시작됩니다.
다시 한번 정리해봅니다.
1. 치유의 길에 들어선 이후로는 어떠한 거짓말도 하지 않겠노라고 결심하고 실천할 것2.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투명성을 지속하는 것에 매진할 것3. 투명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거취와 돈의 흐름 두 가지에 주력할 것4. 모든 것은 자발적으로 시키기 전에 먼저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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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와 가족이 도박 중독의 치유 과정에서 궁금해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왜 도박 중독에 걸렸느냐'는 도박 중독에 걸린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과연 도박 중독이 치료될 수 있느냐'는 치유 가능성이죠.
그런데 사실 이 두 가지가 상담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도박 중독의 원인은 매우 다양할 뿐 아니라 하나의 단일 요인이 아닌,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도박자가 왜 중독되었는지 정확하게 알아내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치료자들은 도박 중독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재발을 유도하는 위험 요인들을 찾아내는데 더 주력하는 편이죠.
도박 중독이 치료될 수 있느냐는 답하기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은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치유 과정에 얼마나 순응하고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자 하는지, 재발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얼마나 꼼꼼하게 다루고 예방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왜 도박자가 도박에 중독되었고, 도박 중독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경험많은 치료자도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도박 중독이라는 병은 들어오는 길도, 나가는 길도 제각각이지만 머무르는 동안에는 똑같은 길을 간다는 겁니다.
본전(과거)에 집착하는 것도, 혹시라도 크게 한번 딸 수 있다면 가족들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도, 혼자서 도박을 자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도, 나중에 치유가 어느 정도 완결되면 조금씩 통제하면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모두 똑같습니다.
그러니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다르다고 해서 자신은 여느 도박 중독자와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머무르는 동안에도 다른 길을 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도박 중독에 머무를 때 다른 길을 가야 진정한 치유의 길로 나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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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든 타의든 도박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한 도박 중독자가 치유 과정 초기에 잘 빠지는 함정 중 하나가 약속을 남발하는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인 도박은 어차피 할 수가 없는 상태이고 지금은 지긋지긋하기 때문에 안 할 수 있지만 가족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도박을 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 상처받은 가족들에게 뭔가 점수를 딸 요량으로 이런저런 약속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담배를 끊거나, 술을 줄이거나, 정기적인 운동을 하겠다거나, 집안일을 돕겠다는 등의 약속이 등장합니다.
가족들이 그런 노력을 보여달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강요하는 것도 사실 문제입니다만) 단도박 의지를 보여주겠노라며 스스로와 약속을 하는 건 좋지만 가족과 지인들에게 공공연히 약속을 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도박 중독 때문에 의지력이 한껏 약화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단순해보이는 행동 변화도 이루기가 쉽지 않거든요. 도박까지 못하는데 친구들과 만나서 회포를 푸는 술자리의 횟수를 갑자기 줄이는 게, 도박을 그만둔 지금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달래주던 담배까지 끊는다는게 과연 생각만큼 쉬울까요?
결과적으로 상당수의 도박자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약속을 어기게 되는데 이런 약속 위반은 가족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주게 되고 도박자의 단도박 의지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갈등이 더 심해지게 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킬 수 있을지 확실하지도 않은 공약 남발이 아닙니다. 정말 가족들에게 신뢰를 주고 싶고 자신의 변화 의지를 보여주고 싶다면 약속하지 말고 묵묵히 실천으로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도박자에게 필요한 건 약속이 아니라 실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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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게 된 도박자가 곤혹스러워하는 가족들의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당신, 앞으로 도박 안 할거지?"
치유 과정에서 뭐든지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된 도박자는 이 질문에 흔쾌히 답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도박 생각도 별로 없고 도박을 할 마음도 없지만 앞으로의 일은 자신도 알 수 없으니 자신도 모르는 미래의 일에 대해 장담하는 것 자체가 거짓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인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는 이런 질문에도 머뭇거리게 되고 그런 머뭇거림이 가족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곤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가족은 그 사실을 몰라서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요?
천만에요. 가족들도 잘 압니다. 도박 중독이라는 것이 평생 안심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왜 모르겠어요. 그런데도 가족들이 도박자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당신은 언제나 내 편을 들어줄거지?"라고 묻는 아내가 있다면 그건 사안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아내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무조건 그렇다고 대답하는 건 사실상 거짓말을 하는 것이니 "그거야 상황에 따라 다르지"라고 어리석게 답하는 남편이 있을까요?
그런 남편은 아마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아내가 요구한 건 사실 여부가 아니니까요.
이와 마찬가지로
가족들이 원하는 건 바로 도박자의 굳센 각오와 결연한 자세입니다.
가족들은 도박자가 포기하지 않고 도박 중독과 계속 열심히 싸울 자세와 각오가 되어 있느냐고 묻는 겁니다. 그 싸움에서 승리할 것인지 패배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죠. 또 그걸 미리 알면 뭐하겠어요.
그러니
"다시 도박을 안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일거야"라고 대답해주세요.
그게 바로 가족이 원하는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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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빚을 갚는 것이 먼저인가 생활비 마련이 먼저인가'라는 글에서 생활비부터 먼저 확보하고 남는 돈으로 도박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럼 생활비를 확보하고 난 뒤에는 무조건 도박 빚부터 먼저 갚는 것이 최선책일까요?
이율만 생각한다면 도박 빚을 하루라도 빨리 털어내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치유와 회복까지 고려한다면 무조건 도박 빚부터 먼저 갚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도박 빚을 갚는데 있어서 함께 고려해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언제든지 현금화 할 수 있는 비상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재정 전문가들은 가계 수입이 완전히 끊긴다고 해도 2~3 달은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현금을 항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월 200만 원이 필요한 가정의 경우 최소한 400~600만 원의 현금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재정 긴축을 하고 남는 돈을 도박 빚을 갚는데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비상 자금이 전혀 없으면 집에 재정적인 문제가 생길 때(큰 병에 걸린 가족이 생기거나 화재 등으로 인한 재산 손실 등) 크게 당황해서 대처 능력이 급감하게 됩니다.
둘째. 일정한 목표를 위해 저축하는 목적 자금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도박 빚의 이율이 년 10%이고, 정기 적금의 시중 금리가 년 4%인데 도박 빚을 갚지 않고 적금에 투자한다고 해 보죠. 앉아서 대략 6%를 까 먹는 것이니 그야말로 바보짓이라고 욕 먹을 입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 치유와 관련해서는 그 바보짓이 꼭 필요합니다.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재산을 도박 빚을 갚는데 집중해서 5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기간을 4년 6개월로 단축했다면 6개월의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작 빚을 다 갚고 나면 6개월을 단축한 기쁨보다는 도박빚을 갚느라 허송세월(도박자와 가족은 허송세월이라고 지각합니다)한 4년 6개월이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마이너스 인생에서 이제서야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니 플러스 인생을 위해 이제부터 또 뛰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원망스럽고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그래서 이율의 손해를 보더라도 도박 빚을 갚아나가는 동시에 목표가 분명한 계정을 만들어 돈을 모으는 재미 또한 느껴야 합니다.
기왕 이율의 손해를 보면서 돈을 모으려면 무조건 돈을 모으지만 말고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모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1년을 모아 단도박 1년 기념으로 가족들과 해외 여행을 간다든가, 2년을 모아 결혼 이후 처음으로 낡은 침대와 소파를 바꾼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3년을 모아 차를 바꾸는 것도 좋겠지요.
항상 말씀드리지만 돈은 쓰기 위해 버는 겁니다. 모으기 위해 버는 것이 아니고요. 그러니 도박 빚을 갚는 과정에서도 어떻게 하면 돈을 치유적으로 쓰고 그러기 위해 어떻게 돈을 모을 것인가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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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화에서 출판되는 자기 계발서의 문제점은 지나치게 '독립'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려 하거나 다른 사람의 인정과 승인을 갈구하는 사람을 몰아부쳐서 오롯하게 혼자 서라고 push하곤 하죠.
그에 반해 우리나라 저자에 의해 출판되는 자기 계발서 류의 책들이 강조하는 핵심은 대개 '관계 맺기'입니다. 시작이 어떻게 되었든 결국은 관계 맺기를 통해서만 진정한 치유가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저는 그런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관계 맺기가 근본적인 치유 방법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관계 맺기에 대한 집착이 더 큰 상처를 입히고 건강하게 살 수 있었던 사람들까지 멍들게 하고 있다고까지 생각합니다.
물론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관계 맺기가 치유의 수단이 될 수 있으며 관계 맺기 자체도 아무런 무리 없이 잘 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건강하니까요.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굳이 관계 맺기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며 관계 맺기를 통해 더 행복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깊고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지나친 관계 맺기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관계 맺기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공감, 배려만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냉정한 자기 돌아보기, 타인의 평가, 기대의 조정과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도 함께 전달하는데 그들은 그걸 감당한 힘이 아직 없습니다.
심리적,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혼자서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관계 맺기를 통한 해결책을 강요하면 지나친 의존이 발생하거나 희생과 착취의 악순환 고리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허물어지기 일보직전의 진흙성이 과연 강철 교각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목표가 진정한 독립이든, 자존감의 회복든, 행복 찾기이든 간에 해결책은 온전한 '자립'이지 '관계 맺기'가 아닙니다. 관계 맺기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립이 우선입니다.
사실 관계 맺기를 악용하는 상담자, 종교인, 멘토들부터가 더 문제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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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도박 중독이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도박 중독은 분명히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병이고 치유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당뇨병처럼 평생을 조심하며 살아야 하지만 결코 불치병은 아닙니다.
그러니 도박은 손목을 잘라도 못 끊는다는 일반적인 속설이나 어디서 주워들은 주변 사람들의 실패 경험만 믿고 도박 중독은 가망이 없는 병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비전문가들의 말은 전혀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도박 중독은 과연 불치병인가'라는 글에서 강조해서 말씀드렸듯이 도박 중독이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에게 더 이상의 해악을 끼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이 바닥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그런 약해빠진 정신 상태로는 도박 중독과 싸울 수 없으니까요.
어느 정도 도박 충동과 싸우는데 익숙해지고 일상 생활도 복구가 된 도박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지?'
치유되지도 않았는데 혼자 착각해서 상담을 중단했다가 재발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렇다고 평생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언젠가는 상담을 종결해야 하는데 대체 그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가족들이라면 도박 중독의 가장 큰 특징 두 가지인 '거짓말'과 '무책임'이 도박자에게서 사라져서 매사에 진실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어느 정도 도박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걸 알 수 있겠지요.
그런데 도박자에게도 그걸 알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첫째. 도박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도박 중독은 도박자의 기억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도박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도박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것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대신
도박 생각을 유발하는 도박 관련 자극이 없으면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상태는 가능합니다. 상담을 종결하고 몇 달 만에 추후 상담을 받으러 온 도박자는 그 동안 전혀 도박 생각이 나지 않다가 상담 예약한 날짜가 되니 도박 생각이 나더라고 보고하곤 합니다.
둘째. 도박에 심하게 중독되었던 당시에는 도박 생각이 나면 도박을 하고 싶은 강한 갈망에 시달리고 그 갈망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도박을 하곤 했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도박 생각이 나더라도 충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갈망이 생겨도 아주 손쉽게 이겨낼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도박을 할까 말까 하는 갈등이 생기지 않는 것이죠.
셋째. 치유 이전 혹은 치유 과정 중에 있는 도박자라면 가족의 의심이나 잔소리, 간섭에 의해서도 감정이 쉽게 흔들리고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의심받으면서 사느니 차라리 도박을 하면서 내 맘껏 살아보자 하는 고민을 잠시라도 하겠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어떤 말과 행동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초연합니다.
세 가지 기준 모두 마음의 평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세요.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도박 충동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가족의 의심이나 간섭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도박 중독 치유의 기준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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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의 가족을 가장 심하게 괴롭히는 것 중 하나는 '대체 무슨 이유로 이 사람이 도박에 중독되었을까'하는 의문입니다.
도박에 중독되기 이전부터 돈에 대한 관념이 희박하거나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도박자들은 승부욕이 강하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것을 못 참기는 하지만 대개는 집중력이 강하고 한번 일을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실력으로 인정을 받곤 합니다. 게다가 착하고 성실한 사람도 많아서 가족들의 고민이 더 크죠.
도박에 중독될 성격이 아니라면 개인적인 요인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인데 그렇게 찾자면 잘못된 양육에 의해(부모의 내부 귀인), 살면서 내조를 잘못해서(배우자의 내부 귀인)와 같이 도박자가 아닌 외부 환경,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게 그 탓을 돌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예전에
'적절한 죄책감과 부적절한 죄책감'이라는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부적절한 죄책감이 생기게 되어 자괴감에 빠지거나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는데 가족의 지원이 간절한 도박자에게도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은 하나의 단일 원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병입니다.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모든 원인을 다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고 설사 모두 찾아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도박 중독 재발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걸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도박 중독의 원인을 찾으면서 오히려 더욱 감정이 상하거나 자칫하면 번지수를 잘못 짚어 엉뚱한 이유를 원인으로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도박 중독의 원인 찾기는 도박 중독 치유에 별로 도움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치유 과정에서, 혹은 재발을 예방하는 과정에서 도박자 개인에게 중요한 요인들이 부각될 수 밖에 없는데 그러한 요인들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불필요한 원인 찾기를 그만두고 도박 중독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찾기를 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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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도박 중독자라는 사실을 내면에서부터 인정하고 치유 과정을 시작하는 도박자가 거의 없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중독이 그렇지만 도박 중독은 특히 이런 병식의 부족이 심한 편이죠. 겉으로는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있다고 시인하지만 속으로는 이를 인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여러가지 이차적인 이득을 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치유가 상당히 더딘 편이죠.
저는 요새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에 푹 빠져 있는데 개인 상담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치료적 역동을 체감하면서 전율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다음의 내용은 몇 주 전 집단 상담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한 것으로 도박자들이 치유되면서 상담에 임하게 되는 자세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증언한 내용입니다.
1단계는 가족에 의해 억지로 끌려서 오는 단계입니다. 도박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하고 있지만 가족들이 극성을 부린다고 생각하며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면 도박을 끊거나 조절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진정으로 상담을 받아 치유되고픈 마음이 거의 없습니다. 상담을 받지 않으면 이혼하겠다는 배우자의 협박이나 노부모의 간절한 애원에 못 이기는 척 오곤 합니다. 물론 상담이 제대로 진척될리가 만무하죠.
2단계는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고 가족과의 갈등이 격화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는 단계입니다. 당장 도박 빚 독촉이라든가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심해져서 스트레스가 급증하고 이를 해소할 마땅한 방법도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담자의 도움을 받기 위해 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도박 문제가 이 모든 결과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인정하지 않으며 표면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상담을 종결하려고 하거나 자신이 다 나았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제가 볼 때 대부분의 실수(slip)나 재발(relapse)은 2단계와 3단계 사이에서 나타나는 것 같더군요.
3단계는 상담자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고맙고 좋아서 오는 단계입니다. 도박 충동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고 가족 간 갈등도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그럼에도 아직은 상담을 종결할 자신이 없는 도박자가 이 단계에 많습니다. 사실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마음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나 사람이 주변에 없죠. 가족에게 이야기 해 봤자 가족을 걱정하게 만들거나 반대로 핀잔이나 듣기 일쑤라서 도박자를 지지적으로 대하는 사람은 상담자가 유일하다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상담자는 항상 준비되어 있지만 이전 단계에서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느라고 그런 상담자가 보이지 않을 뿐이죠. 상담자와 깊은 유대 관계를 맺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4단계는 자신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지 상담자에게 자랑하러, 상담자의 인정을 받고 싶어 오는 단계입니다. 그동안 상담자가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삶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되돌아보게 되고 이제 자신이 상담자의 도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구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단계이죠. 도박자가 이 단계에 이르면 상담자는 다소의 섭섭함을 느끼는 한편 상담 종결을 준비하게 됩니다.
상담을 받고 있는 도박자라면 본인이 어떤 단계에 속해 있는지 한번쯤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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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은밀한 중독'이라 불리듯이 도박 중독은 모든 걸 감추고 숨으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치유 과정에서 가족들이 대위 변제를 하지 않고 버티는 것도 뒤로 숨어서 남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고 무조건 의지하는 도박자를 책임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함이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박 문제를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도 문제를 감추고 자신이 모든 것을 뒤에서 조종하고자 하는 도박자의 시도를 무력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치유의 모든 것은 도박과 관련된 모든 것을 투명하고 떳떳하게 드러내는 것에 방향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더 이상 감추지 않고 부끄럽더라도 꿋꿋하게 이겨내겠다는 자세로 버티기 시작할 때 전환점이 생깁니다.
단도박 모임(GA)에 나가고 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는 건 도박자에게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닙니다. 어둠에서 사는 것에 익숙해 있는데 시간만 되면 억지로 햇볕에 노출시키는 것과 같은 불쾌감을 유발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도박 중독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는 기미를 보이면 도박자는 상담 기관이든 단도박 모임이든 나가는 것이 꺼려집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이런 꺼림칙한 마음과 싸울 수 있을까요?
자신의 회복을 자랑하러 나가세요. 자주 나가는 단도박 모임의 협심자를 부러워하게 만드세요. 상담자를 경탄하게 만드세요.
절대로 도박을 끊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내가, 절대로 변화하지 못하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못 나올 것 같았던 내가 이렇게 다시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시동을 걸었노라고, 아직은 미약하지만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노라고 자랑하세요.
진정한 치유는 내면에서 시작되지만 자랑은 진정한 치유를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입니다. 거기에서부터 회복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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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상담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 몇 가지 깨달음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선택과 책임의 중요성입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어른이 되라는 말을 자주 하거나 듣곤 합니다. 주로 철없이 구는 사람들에게 쓰는 말이죠. 그런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법에서 정한 성년이 되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어르신들 말씀처럼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아님 주민등록증이 나오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우리가 어른이 된다고 말할 때에는 그런 외형적인 부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겁니다. 어른스럽게 행동하라는 것이죠. 그럼 어른스럽게 행동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어떻게 행동해야 어른스럽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저는 선택과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어른스러운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결과를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신중하게 선택하고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이를 몸과 마음으로 책임지는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어른스럽다고 하지 않나요?
제가 어른스럽다는 말을 앞에서 계속 했던 이유는 선택과 책임이 도박 중독 치유에 있어서도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하겠다는 선택만 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부정적인 결과(도박 빚, 신뢰가 깨지는 것, 법적 문제 등)는 책임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도박자가 도박에 따르는 부정적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돕는 것이 치유의 제 1원칙이라고까지 하겠어요.
그런데
가족들은 반대로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도박의 결과를 도박자 대신 책임지는 것만 합니다. 물론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도박자가 채권자들에게 협박당하지 않게 하려고, 직장에서 쫓겨나는 것을 막으려고, 신용불량자가 되면 안 되니까, 감옥에 안 보내려고, 혹시라도 절망에 빠져 목숨을 버릴지 몰라서 등등. 하지만 결국 가족의 이러한 선택은 그 결과까지 심사숙고해서 나온 행동이 아니며 선택 없는(희생하는) 책임지기에 불과합니다.
도박자가 회복되려면 결국 자신의 도박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치유에 임하고 다시는 도박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가족 또한 도박자가 이러한 결심을 지킬 수 있도록 대신 책임지는 것을 중단하고 도박자가 치유의 길을 나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도박 중독자와 가족 모두 선택과 책임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 둘의 균형을 맞추는 것, 그것이 치유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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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 빚은 어떻게 갚은 것이 좋은가, 한꺼번에 혹은 조금씩?'이라는 글에서 돈이 생길 때마다 그 때 그 때 갚아야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도박 빚을 갚는데 있어 도박 중독 치유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갚는 법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믿거나 한번만 크게 따면 그만둘 수 있다고 착각하는 도박 중독자는 땀흘려 일해서 도박 빚을 갚는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하기 때문에 이미 도박 빚을 자신의 힘으로 노력해서 갚겠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치유의 진전이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 중독자는 도박 빚을 갚을 때 한번에, 최대한 빨리 갚겠다고 서두릅니다.
도박 중독 치유에 도움이 되는 도박 빚 갚기의 원칙은 일반적인 도박 중독자의 생각과 정반대로 하는 겁니다. 즉 최대한 천천히 생길 때마다 갚는 것이죠.
첫째 원칙은 도박 빚을 가능한 한 천천히 갚는 것입니다. 평생 갚을 수 있다면 더 좋고요.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평생 실감할 수 있다면 그만큼 확실한 제동장치가 없을테니까요. 물론 도박자는 도박으로 인해 생긴 부정적인 결과에 직면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갚은 뒤 잊어버리고 싶어하지만 그건 그다지 치료적이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자는 도박의 무서움을 충분히 실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천천히 갚아야 치료적이라고 무조건 오래 끌기만 하면 인생 전체가 도박에 의해 사로잡힌 것처럼 느껴져서 그야말로 살 맛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두 번째 원칙이 필요한 것이죠.
둘째 원칙은 돈이 생길 때마다 그 때 그 때 갚는 것입니다. 도박 빚이 생길 때 일단 빚이 생기면 그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어 빚이 급속도로 불어나듯이 그 반대 방향으로도 돈이 생길 때마다 갚아서 원금이 까이기 시작하면 붙는 이자가 줄고 그렇게 속도가 붙으면 빚을 갚아 나가는 것도 속도가 붙습니다. 그래서 대개 처음에 목표했던 빚 청산 시기가 예상보다 당겨질 수 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원칙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도박자의 심적 부담이 줄고 어느 정도 균형점을 찾게 되죠.
그래서 원금과 이자를 합쳐서 장기간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방법이 가장
'치료적으로' 도박 빚을 갚는 방법입니다. 도박자는 이율이 낮은 대출을 일으켜 이율이 높은 빚을 한꺼번에 갚는 걸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으니) 도박으로 인해 생긴 빚 자체가 합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박 빚은 합리적으로 갚는 것이 아니라 치료적으로 갚아야 합니다.
중요한 원칙들이니 다시 한번 정리합니다. 도박 빚은 돈이 생기는 족족 그 때 그 때 갚아나가되 가능한 한 천천히 갚도록 하세요. 언뜻 들으면 모순되는 말처럼 들리지만 두 가지 모두 중요한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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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도박자를 만나는 상담자들은 도박 중독이 '거짓말병'이고 '무책임병'이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치유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일체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도박 충동이 거짓말을 먹고 자라니까요. 도박을 끊는다면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도박자는 도박 충동이라는 맹수를 방안에 몰래 숨겨두고 먹이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간혹
도박과 관련해서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만 도박과 연관된 것이 아니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도박자가 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제목에도 쓴 것처럼 도박 충동은 거짓말의 종류를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도박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야말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 온 도박자 중 더 이상 도박을 하지 않고 진실되게 살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전혀 거짓말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닌데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이 튀어나가는 것을 보고 놀란 경험을 보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거짓말이 몸에 밴 것이지요.
사실 일상 생활에서는 수시로 거짓말을 하면서 도박과 관련된 부분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소위 말하는 '잔머리'를 계속 굴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거든요. 그러니 아예 모든 것에 대해 일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는게 낫습니다.
또
거짓말에는 속이려는 의도 자체가 목적인 적극적인 거짓말과 정보를 누락하거나 말하지 않는 소극적인 거짓말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속이는 거짓말만 거짓말이 아닙니다. 소극적인 거짓말도 분명히 도박 충동의 먹이가 되는 거짓말입니다.
그러니 도박자는 아예 거짓말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완전히 지우고 모든 것에 거울처럼 투명하고 진실할 각오로 살아야 합니다. '이건 꼭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겠지', '이런 것까지 곧이곧대로 이야기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난 것이 아닌 도박 충동의 꼬드김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도박 충동은 거짓말의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거짓말은 도박 충동의 먹이가 됩니다. 도박 충동이라는 맹수가 자꾸 커지면 언젠가 그 놈이 주인을 잡아 먹는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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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때문에 그 고초를 겪었으면서도 재발로 악몽과 같은 순간을 반복하는 도박자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말은 안 하지만 마음 속에 '만약'이라는 조건을 항시 걸어놓고 있다는 것이죠.
'만약 가족이 이 빚을 해결해준다면'
'만약 도박에 대한 통제력을 다시 갖게 된다면'
'만약 도박으로 잃었던 돈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된다면'
'만약 혹시 은퇴하고라도 도박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만약 ~한다면'이라는 가정을 품고 사는 도박자는 결코 현재 이 시점에서 치유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지 않습니다. 그저 그 조건이 이루어진 뒤에 올 꿈같은 착각에만 빠져 있을 뿐이죠.
도박자가 항상 '만약'을 생각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자신이 외면해도 되었던 절박한 현실과 드디어 직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자꾸 회피할 곳을 찾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자가 배수진을 치고 자신의 앞에 놓인 거대한 적과 한 판의 일전을 벌이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만약'이 만들어 놓은 구멍에 반드시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구멍의 끝은 또 다른 절망의 시작일 뿐입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만약'이란 없습니다. 현재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그러니 마음 속에서 '만약'이란 단어를 아예 지워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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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편집장 출신이자 공정 여행 사회적 기업인 '트래블러스 맵'의 여행 기획자였던 권혁란의 '트래블 테라피(2011)'
를 북 크로싱합니다.
여행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가이드 북도 아니고 여행지의 감성을 담아내는 여행 에세이도 아닌 이 책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치유력을 발견하고 절망의 골짜기에서 빠져나온 한 여성의 고백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행은 즐거움도 주지만 사람에 따라 마음을 치유하는 강력한 효과도 있거든요.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리고 정화하는 효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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