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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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했다고 하는 안톤 후쿠아 감독의 2016년 작입니다. 명절이라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 뻔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피하고, 어르신들 취향 영화 피하다보니 남은 게 이거라서 어쩔 수 없이 봤습니다.
사실 큰 기대를 안 하고 타임 킬링하려고 봤습니다만 감독이 안톤 후쿠아였다면 안 봤을 겁니다. 덴젤 워싱턴과 크리스 프랫, 에단 호크(이병헌 출연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 개인적으로 안 좋아합니다) 얼굴만 보고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폭탄 맞았습니다.
안톤 후쿠아 감독의 작품 중 제가 처음으로 본 건 마크 월버그 주연의
'더블 타겟(2007)'이었습니다. 이 영화까지는 그런대로 볼 만 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볼 때도 액션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가장 중요한 '킬러의 고뇌'가 없는 게 내심 불만이었거든요. 이 감독이 철학도 없고, 생각도 없고 그냥 때려부수는 거 위주로 만든다는 걸 알게 된 영화가 그 다음에 본
'백악관 최후의 날(2013)'이었습니다. 제라드 버틀러와 모건 프리먼, 아론 에크하트라는 명배우들을 그냥 갈아 넣었던 망작이었죠.
그 이후로는 안톤 후쿠아 감독의 영화는 안 본다고 결심했는데 제가 제 발등을 찍었네요. 이 영화는 감히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했다고 하면 안 되는 졸작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감독은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 보여주었던 '악당 물량 공세'를 이어갑니다. 대충 200명 정도는 그냥 이리 죽이고 저리 죽이고 마구 죽입니다. 사람 죽이는 거 참 쉽게 생각하는 감독이에요. 게다가 장면 장면마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널부러져 있는 걸 가감없이 카메라로 잘도 잡아 냅니다. 나중에는 애들이 화살 맞고 죽은 악당 시체를 건드리려는 (쓸데없는) 장면까지 씬에 넣었어요. 제가 아는 동,서양 감독을 통틀어서 사람 죽는 걸 가장 (쓸데없이) 디테일하게 다루는 감독 중 하나입니다.
그러면서도 개연성은 여전히 어디에 두고 나왔는지 이해가 안 되는 장면 투성이입니다. 이 무모한 싸움 제의를 덴젤 워싱턴이 왜 주저하지 않고 곧장 수락하는지만 맨 마지막 장면에서 다루었을 뿐 나머지 6명은 대체 왜 합류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악당의 악명까지 잘 알고 있음에도 별다른 고민없이 덜렁 수락하고 그 다음부터는 그냥 끝까지 갑니다. 카사노바 도박꾼에 현상범에 인디언 헌터에 실제 인디언까지 합류했는데 그냥 모두들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칩니다. 멤버들 사이의 갈등도 전혀 없어요. 그래서 긴장감이 하나도 없습니다.
액션씬도 허무맹랑한 것이 마지막 전투씬에서 분명히 마을 곳곳에 사람들을 단단히 숨겨서 배치했을 것이 분명한데 무슨 중세 기마대도 아니고 그냥 말타고 마을로 돌진해오다 폭사하고 퇴로를 막혀 갇힌 채 죽습니다. 거의 다 전멸하고나서야 개틀링 건이 등장하는데 처음부터 개틀링 건으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다음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게다가 주인공들이 쏘는 총알은 무슨 합이라도 맞춘 듯 귀신같이 적을 쓰러뜨리지만 적의 총알은 주인공들을 잘도 비껴갑니다. 덴젤 워싱턴은 가장 위험한 곳만 골라서 나타나는데 흠집 하나 나지 않는 비현실감을 보여줍니다.
이병헌은 언급하기가 창피할 정도입니다. 두 줄 이상 이어지는 영어 대사가 거의 없는 것도 부끄럽지만 여전히 닌자스러운 칼잡이로 설정되어 이제는 좀 지겨울 정도입니다. 주연이라기보다는 헐리우드의 다인종 출연 조건때문에 캐스팅 된 것이 아닌가 싶은 수준이에요. 계속 이렇게 암살자 이미지로만 소모되면 헐리우드에서 버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출연 배우 중에서 그나마 연기가 괜찮았던 건 크리스 프랫이었고 눈길이 가장 많이 간 배우는 엉뚱하게도 유일한 여배우로 나온 헤일리 베넷이었습니다. 은근히 눈길을 끄는 배우였는데 아직은 그렇게 주목받을만한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어서 앞으로 필모그래피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악평하면서 왜 별 2개로 평가했냐 하면 별 1개로 평가한 백악관 최후의 날에 비해서는 조금 낫거든요. 안톤 후쿠아 감독 작품 중에서 별 2개에요;;;;
안톤 후쿠아 감독의 팬에게만 추천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나머지 분들에게는 비추입니다. 저는 영화비가 아까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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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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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마블 시리즈를 영화화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입니다. 보통의 마블이라면 선과 악의 대결을 기본으로 하고 그 중심에 메인 히어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분량의 차이는 좀 있지만 어느 하나가 메인 히어로라고 하기에는 팀의 비중이 더 큰 느낌입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선을 대표하는 것도 전혀 아니고;;;;;(거의 현상 수배자 집단;;;)
이 영화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캐릭터의 참신성이죠. 1980년 대의 지구에서 납치된 지구인(나중에는 아닌 걸로 밝혀지지만), 유전자 조작 실험의 희생자인 너구리, 함께 다니는 휴머노이드, 젠 후버리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이자 우주 최강의 여성 암살자, 온몸 문신 작렬의 괴력 외계인으로 구성된 희안한 팀 컬러가 매력적입니다.
외모와 능력도 다양하지만 나름 개그 코드도 있어서 가끔씩 나오는 어두운 장면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타임 킬링용 영화입니다. 그래봤자 SF 모험 영화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는 흥행에 참패했습니다만(안습~).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입니다.
샌디에고 코믹콘 2013에서 공개된 설정화는 보시는 것 같은 분위기라서 영화에서 보여지는 코믹한 모습들과 차이가 좀 있습니다;;;
주인공 스타로드 역할을 맡은 크리스 프랫은 요새 헐리우드에서 가장 뜨는 배우 중 하나인데 개인적으로는 아직 매력 포인트를 못 찾았고 오히려 암살자 가모라로 나오는 조 샐다나가 넘치는 매력을 뿜어 냅니다. 조 샐다나는 '스타 트렉 : 더 비기닝'과 '아바타'에 이어 3연속 SF영화에서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죠.
유전자 변형 너구리 로켓의 목소리 연기는 브래들리 쿠퍼가 담당했고 휴머노이드 그루트의 목소리는 빈 디젤이 담당했는데 안타깝게도 그루트의 대사는 "나는 그루트다" 밖에 없단 말이죠. ㅡ.ㅡ
B급 냄새 물씬 풍기는 우주 웨스턴 풍의 영화인데 개그 코드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맨 마지막 장면의 '손에 손 잡고'는 원래 좀 비장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장면인데 일본 특촬물의 영향인지, 편집이 어설퍼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이 장면에서 빵 터지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포인트가 확실히 다릅니다.
어쨌거나 1970년대를 풍미했던 올드 팝이 시종일관 화면을 흐르는 통(중요한 소품 중의 하나이니)에 눈도 즐겁고 귀도 즐거운 모처럼의 SF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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