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톨렌(Stollen)은 독일의 전통 케이크로 속에 말린 과일이나 으깬 견과류로 만든 반죽(Marzipan)을 넣어서 만들고 겉은 설탕 가루로 덮습니다. 주로 크리스마스 때 먹는데 몇 년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택배를 열어보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풍기는 박스가 들어 있습니다.
비건 슈톨렌에 대한 설명문과 함께 종이 완충재로 감싼 슈톨렌이 보입니다.
랩으로 칭칭 동여맸는데 이건 겉에 뿌린 가루 설탕 때문입니다. 보통 슈톨렌은 손으로 반죽해 만든 투박한 모양의 타원형으로 흰 가루는 중세 시대 수도사들이 걸쳤던 망토 위에 눈이 쌓인 모습이나 아기 예수를 형상화했다고 전해집니다.
완성된 후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강해지는데 그래도 2주 이내에 다 먹으라고 권장합니다. 먹는 방법은 가운데를 썰어서 먹고 단면을 붙인 뒤 다시 랩으로 말아서 공기에 노출되는 게 마르는 걸 막아서 풍미를 유지하는데 좋다고 합니다.
베지앙의 슈톨렌은 파주 DMZ 백강밀, 유기농 밀가루를 베이스로 해서 4가지 럼에 절인 크랜베리와 건포도, 건살구, 레몬필, 오렌지 필이 피스타치오 마지판과 함께 들어갑니다. 이걸 무첨가 두유와 비건 버터에 여러 번 담그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유기농 코코넛 슈가를 뿌려 완성하는데 이 때문에 칼로리가 엄청납니다.
빵이라기보다는 떡에 가까운 묵직한 식감에 럼에 절여 쌉쌀한 건과일 맛과 고소한 마지판이 어우러져 풍미가 엄청납니다. 하지만 설탕 가루가 너무 달기 때문에 커피나 홍차와 함께 먹어도 2조각 이상은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다이어트의 강력한 적이기 때문(한 입만 먹어보면 위험하다는 경고 신호가 강하게 머리를 때립니다)에 자주 먹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신기한 먹을거리를 경험해 본 것으로 만족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720
저는 채식을 시작하기 전부터 워낙 '빵돌이'라서 비건이 되고 난 이후에도 빵 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비건 베이커리가 없었다면 채식 베이킹을 어떻게든 배웠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제가 채식을 시작했던 2011년에도 유당불내증, 알러지, 아토피, 글루텐 민감증 때문에 우유, 달걀, 버터가 안 들어간 건강한 빵을 찾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흔치 않았지만 그래도 채식 베이커리가 몇 군데는 있었고 덕분에 좋아하는 빵을 계속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채식을 하는 분들도 많이 늘어나 대기업에서도 식물성 밀키트를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성산동 해밀 베이커리는 평소에도 자주 이용하지만 연말이 되면 비건 크리스마스 케익을 예약해서 23일 쯤에 픽업해 오곤 했습니다. 평소에는 건강식을 먹긴 하지만 연말 치팅데이에는 케익도 먹고 와인도 마시곤 하거든요.
올해는 생크림 케익과 초코 케익을 예약받기에 저는 초코 케익으로 예약했습니다. 사이즈는 2호이고 가격은 4만 원입니다.
이미지 출처 : 비건 베이커리 해밀 인스타그램
제가 주문한 초코 케익입니다. 데코레이션이 인스타 각은 아닌데 저는 아예 저런 장식도 뺐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아 사람들이 싫어하겠지요.
장식을 다 떼어내면 이런 모양입니다. 겉보기에는 느끼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조각 케익으로 잘라보면 4단 빵에 초코 크림으로 겹겹이 채웠습니다. 빵의 식감은 매우 폭신하고 크림은 전혀 느끼하지 않으며 고급스러운 단맛입니다. 당연히 커피 한 잔하면서 먹으면 더 풍미가 좋지만 케익만 먹어도 일반 생크림 케익과 달리 질리지 않으며 먹고 나서도 속이 느글거리거나 부대끼는 게 전혀 없습니다. 동물성 재료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으니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유와 생크림이 잔뜩 들어간 옛날 케익을 좋아하는 집안 어르신도 드셔보더니 맛있다고 극찬하시더군요. 데코레이션만 더 고급스럽게 하면 선물용으로도 그만인 케익입니다.
꼭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해밀'의 케익은 워낙 건강하게 맛있기로 유명하니 한번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455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 슬하에서 자랄 때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트리를 만들었던 건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아주 어렸던 시절 잠깐이었고 머리가 어느 정도 굵어지고 난 뒤에는 제게 크리스마스는 성탄절이랍시고 교회에서 연극 공연이나 합창 발표 연습을 했던 추억을 제외하고는 그냥 휴일이었습니다.
특히 성년이 된 이후에는 크리스마스 캐롤마저도 시큰둥하고 군 복무 이후에는 눈이라도 오면 길이 얼거나 질척거리는 게 신경질이 나서 푸념이나 하는 무신경한 어른이 돼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가 올해 집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웠습니다. 북유럽처럼 숲에 가서 전나무를 캐와서 직접 만드는 수준은 당연히 아니고 트리와 장식물을 따로 사 와서 조합했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것도 저것도 다 귀찮아서 미루고 산다면 나는 대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고 있는건가'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트리를 세우고 싶었습니다. 정말 뜬금없이요. 거실 한 켠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전구가 깜박이고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으며 케익이라도 먹으면 즐거울 것 같았습니다.
집이 좁기도 하거니와 장식물을 너무 휘황찬란한 것으로 하면 고양이들의 사냥감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에 수수하고 깔끔한 것들로 골랐죠.
트리 색깔이 짙은 녹색이 아니기에 가능하면 빨간색 장식물도 뺐습니다. 튀기만 하고 촌스러울 것 같아서요.
거실의 에어컨 앞에 90cm 크기의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불을 켜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납니다.
주로 밤에만 켜 두는데 가끔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가려고 거실로 나오면 한쪽 구석에서 깜박이는 꼬마 전구의 불빛이 차가운 집에 온기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깜박이는 순서가 프로그램 되어 있어서 마지막에는 미친듯이 깜박이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만족합니다.
앞으로도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이벤트나 인테리어는 누리면서 살려고 합니다.
세상 얼마나 산다고 삶의 즐거움을 미루면서 참고 살겠어요.
사는 게 힘들고 버거운 분들도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작은 탁상용 크리스마스 트리라도 세워서 저처럼 작은 즐거움을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크리스마스잖아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