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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일까? 심리학, 좋은 남자를 말하다!'라는 띠지가 무색하게 저는 이 책을 심리학 서적이 아닌 일반 서적 범주로 분류합니다.
이 책을 출판한 원앤원북스는 심리학 분야의 책으로 특화된 '소울메이트'라는 출판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심리학 분야 책은 대부분 소울메이트에서 출판이 되겠지요. 그런데 이 책은 이상하게도 원앤원북스에서 출판이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도 이 책이 심리학 책이 아니라고 판단한걸까요?
사실 이 책은 지인에게 선물받지 않았으면 제가 읽을 일이 거의 없는 책입니다. 저는 평소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는 책은 읽지 않는데 그건 '정신과 의사'가 '심리학을 팔아서' 쓴 책입니다. 바로 하지현 선생의
'도시 심리학(2009)'을 읽은 뒤로 세운 독서 기준인데 그런 류의 책은 선물을 받았거나 소개를 부탁받은 경우에만 읽습니다.
게다가 이 책은 제가 아주 싫어하는 분야인 연애 상담을 다루고 있어서 더더욱 읽을 일이 없었을 책입니다. 연애 상담은 대부분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그 자리에는 있지도 않은 사람과의 관계를 가정해 충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연애 상담이라는 건 시작부터 제대로 된 상담이 되기가 어렵지요.
이 책이 빠진 함정이 바로 이겁니다.
이 책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23개의 '나쁜 남자' 예시가 나오는데 각 예시마다 '약점은 있어도 콤플렉스는 없는 남자'와 같은 제목과 Q&A가 소개됩니다. 그 다음에 그런 남자와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설명되고 그런 사람을 만나면 어떤 일들이 생기는지 제시됩니다. 그리고는 그 사람의 어린 시절이 어땠을 지에 대한 추론이 뒤를 잇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처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 뒤 저자의 조언으로 끝을 맺는 방식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관계의 문제를 보지 못하고 남자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어차피 이런 사례를 정리해서 책으로 묶어 내려고 할 정도면 다양한 경우의 수를 저자는 모두 알고 있을테니 이런 상담을 의뢰한 여성의 성격과 둘 간의 역동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했으면 훨씬 더 나을 뻔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관계의 문제는 상호 작용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예를 들어 '착취하는 남자'를 다룬 118p에서 저라면 상담을 의뢰한 여성들이 과거에 만났던 남성들이 어떠한 사람들이었는지도 다룰 겁니다. 착취하는 남자들은 희생적인 성향의 여성들에게 꼬이는 법이니까요. 단순히 착취하는 남자들에 대한 지식만 알려주는 것 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죠.
게다가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어릴 때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것으로만 설명하려고 하는데 접근법이 단편적인 것이야 책의 구성을 일관되게 유지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원인 귀인을 과거에만 맞추다보니 현재의 해결 방법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결국은 받아주거나 헤어지라는 극단적인 조언에 이르고 맙니다.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두 가지 기준으로만 분류해 보시면 크게 벗어나는 조언이 없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죠. 융통성이 없는 남자와 함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176p)을 보면 1)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2) 상대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과 내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을 파악해야 합니다, 3) 대화로 풀어보세요입니다. 2번은 그런대로 참신하다고 해도 1, 3번과 같은 조언이 과연 융통성 없는 남자와 사귀는 여성에게 도움이 될까요?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은 우리가 일상 생활이나 임상 장면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성 관계 문제를 정리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 뿐입니다.
몇 차례 소개를 드린 적이 있지만 내용이 조금 무겁고 어렵기는 하지만 Barbara De Angelis의
'당신이 나를 위한 바로 그 사람인가요?'를 읽으시는 것이 훨씬 더 낫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남자의 문제 뿐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까지 관계 차원에서 성찰하고 싶은 여성분께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중독'을 권해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은 북 크로싱을 기다려주세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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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인 하지현 선생이 쓴 '도시 심리학 : 심리학의 잣대로 분석한 도시인의 욕망과 갈등(2009)'을 북 크로싱합니다.
개인적으로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와 쌍벽을 이루는 책으로 평가합니다. 읽는 재미는 쪼~금 위입니다만...
심리학도의 입장에서는 거의 시간낭비 수준이었지만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읽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분들도 계시니 심리학 비전공자들에게는 어떻게 읽힐 지 내심 궁금하기도 합니다.
과연 심리학 카테고리로 분류해야 하는지를 잠시 고민했던 책입니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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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인터넷 방송 프로그램 중에
'아지트'라고 있습니다. 이여영(이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책을 통해 소개하겠습니다) 프리랜서 기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 내용이 생각보다 알찹니다. 고정 시청자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도서평론가가 나와 2010년 출판계의 트랜드를 소개하는 걸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이 분의 책 취향이 마음에 들어 방송 중에 추천한 책을 몇 권 wish list에 넣어 두었다가 나중에 구입했습니다.
책을 손에 넣은 날 이 책의 뒷면에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쓴 김혜남 선생의 추천글이 눈에 들어오길래 순간 '아뿔싸~' 했습니다만 때는 늦었지요.
일단 심리학도의 입장에서 총평을 하자면 내용이 상당히 어거지스럽습니다. 사회 심리학 개론을 배운 심리학도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cognitive dissonance', 'attribution theory', 'compliance' 등 아주 기초적인 개념을 차용했지만 도시인의 심리(솔직히 그냥 현대인이지 도시인으로 특정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를 설명하기 위해 억지로 꿰어맞춘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1장. 소통의 부재에 묶인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소통이 아닌 통보의 커뮤니케이션', '가성 친밀감', '타자에 대한 거부감', '잊을 수 없는 대양감', '열등감과 공격성'이라는 거창한 부제를 달아놨지만 그냥 personal space를 확보하려는 심리로 설명하면 해결되는 문제들입니다. 굳이 전문용어를 동원할 필요가 없거든요.
2장에서는 personalization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사람들이 스타벅스도 좋아하지만 믹스 커피를 받아들이는게 취향을 숨기고 소통을 선택하는거라고 설명했던데 그건 선택의 여지가 믹스 커피 밖에 없을 때라는 제한 조건이 필요하지요. 그럼 커피 대신 현미녹차를 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소통을 거부한 건가요?
솔직히 말해서 블로그나 여성잡지에 기고한 칼럼들을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나름 '소통의 부재', '자아의 두 얼굴', '욕망의 가속도', '관계의 소용돌이'라는 거창한 구분으로 묶었지만 내용의 연결성이 거의 없습니다.
차라리 그냥 에세이로 내놓았으면 재미있는 시각이네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자신의 설명만이 옳은 양 심리학 개념들을 동원해 호도하는 것을 보면 심리학도의 입장에서 참 화가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을 하나라도 준 이유는 그래도 글솜씨는 좀 있어서 읽으면서 지루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화입마라든가, 청룡도와 장팔사모라든가 하는 가벼운 비유는 오히려 글의 무게감을 떨어뜨려 거부감만 줍니다.
이 책을 읽은 감상 세 줄 요약
1. 정신과 의사들은 이제 제발 심리학은 그냥 내버려두고 정신의학을 팔아먹기 바람2. 심리학자들도 좀 각성할 필요가 있음. 대체 글 잘 쓰는 심리학자들은 다 뭐하고 있는건지...3. 앞으로 정신과 의사가 쓴 "~심리학"류는 절대로 보지 않을 것임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읽고 '이건 좀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분들에게는 비추천인 책입니다.
'나는 재미있었는데' 하시는 분들은 한번 try해 보심도...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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