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채식을 시작하기 전부터 워낙 '빵돌이'라서 비건이 되고 난 이후에도 빵 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비건 베이커리가 없었다면 채식 베이킹을 어떻게든 배웠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제가 채식을 시작했던 2011년에도 유당불내증, 알러지, 아토피, 글루텐 민감증 때문에 우유, 달걀, 버터가 안 들어간 건강한 빵을 찾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흔치 않았지만 그래도 채식 베이커리가 몇 군데는 있었고 덕분에 좋아하는 빵을 계속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채식을 하는 분들도 많이 늘어나 대기업에서도 식물성 밀키트를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성산동 해밀 베이커리는 평소에도 자주 이용하지만 연말이 되면 비건 크리스마스 케익을 예약해서 23일 쯤에 픽업해 오곤 했습니다. 평소에는 건강식을 먹긴 하지만 연말 치팅데이에는 케익도 먹고 와인도 마시곤 하거든요.
올해는 생크림 케익과 초코 케익을 예약받기에 저는 초코 케익으로 예약했습니다. 사이즈는 2호이고 가격은 4만 원입니다.
이미지 출처 : 비건 베이커리 해밀 인스타그램
제가 주문한 초코 케익입니다. 데코레이션이 인스타 각은 아닌데 저는 아예 저런 장식도 뺐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아 사람들이 싫어하겠지요.
장식을 다 떼어내면 이런 모양입니다. 겉보기에는 느끼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조각 케익으로 잘라보면 4단 빵에 초코 크림으로 겹겹이 채웠습니다. 빵의 식감은 매우 폭신하고 크림은 전혀 느끼하지 않으며 고급스러운 단맛입니다. 당연히 커피 한 잔하면서 먹으면 더 풍미가 좋지만 케익만 먹어도 일반 생크림 케익과 달리 질리지 않으며 먹고 나서도 속이 느글거리거나 부대끼는 게 전혀 없습니다. 동물성 재료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으니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유와 생크림이 잔뜩 들어간 옛날 케익을 좋아하는 집안 어르신도 드셔보더니 맛있다고 극찬하시더군요. 데코레이션만 더 고급스럽게 하면 선물용으로도 그만인 케익입니다.
꼭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해밀'의 케익은 워낙 건강하게 맛있기로 유명하니 한번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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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건강하게 살 빼는 법' 포스팅에서 16:8 간헐적 단식을 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서 다음 날 오전 11시 30분까지 16시간을 공복 유지하고 11시 30분에 점심, 오후 5시 30분에 저녁, 이렇게 1일 2식을 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걸 제외하고는 간식도 거의 먹지 않고 모든 음식은 8시간 동안의 두 끼에 몰아서 먹습니다.
'건강하게 살 빼는 법' 포스팅을 한 것이 2020년 1월이니 이제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결과는 그야말로 대만족입니다. 곧 2021년 건강검진 결과를 포스팅할테니 직접 보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처음에는 이걸로 부족할 것 같아서 1일 단식을 추가하려고 했는데 당분간은 이 정도만 유지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비건의 흔한 점심 루틴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항상 점심 메뉴가 비슷합니다. 저녁은 한식 도시락을 먹으니 반찬이 매번 바뀌지만 점심은 거의 비슷해요. 이렇게 2년 째 먹고 있는데도 질리지 않고 매 끼가 맛있으니 그것도 참 신기합니다. 하루에 두 번 밖에 음식을 먹지 않으니 모든 음식에 진심이고 다 맛있습니다.
2019년 버마 여행 때 현지 학생들이 들고 다니던 도시락통이 마음에 들어 찾아보니 국내에도 태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이 들어와있길래 냉큼 샀습니다. 3단 도시락도 있지만 저는 2단 도시락으로 구입했습니다. 두 개의 스테인레스 통을 포개서 들고 다니는 방식인데 저는 도시락 가방에 넣어서 다닙니다(우리나라에서 저걸 들고 다니면 아무래도 이상할 것 같아서;;;;;)
한 통에는 샐러드, 한 통에는 과일을 담아 옵니다. 과일은 가능하면 다양한 종류로, 제철 과일이 꼭 포함되도록 구성합니다.
처음에는 바나나를 2개씩 먹었는데 지금은 점심에 하나, 저녁에 하나 먹고 있습니다. 바나나는 과일식을 하는 사람에게는 주식과 같은 필수 과일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부족한 마그네슘을 다량 함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이 무려 400mg 이상 들어있어서 짜게 먹는 문화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혈압 조절을 위해 꼭 필요한 과일입니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 과일을 먹는데 이 사진에는 사과, 키위, 체리, 곶감이 있네요. 무화과와 배, 포도가 포함될 때도 있고 오렌지나 자몽, 홍시가 포함될 때도 있습니다. 다양한 채소를 먹는 게 좋은 것처럼 과일도 다양하게 먹는 게 몸에 좋습니다.
과일도 많이 먹으면 혈당을 올리기 때문에 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헛소리입니다. 과일의 과당도 단순당이기는 하지만 정제 설탕이나 인공적으로 만든 액상과당과 달리 과일은 식이섬유가 혈당 상승을 지연시키거든요. 게다가 풍부한 영양소와 항산화물질은 덤이죠. 제가 이 식단을 시작하기 전 당화혈색소 수치가 5.8로 경계 수준이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5.0으로 떨어진 것이 그 증거입니다(이것도 2021년 건강검진결과 포스팅 때 보여드리겠습니다)
보통 과일은 후식으로 먹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식사를 끝내고 과일을 먹으면 다른 음식물 때문에 과일이 위에서 정체되면서 부패되어 몸에 좋지 않거든요. 먼저 먹어서 빨리 소화시켜 위를 비우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과일 -> 지방과 단백질 -> 탄수화물 순으로 먹는 게 좋습니다. 이게
'물을 어떻게 마셔야 하나'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거꾸로 식사법'입니다.
과일을 먹고 나면 다음은 요거트입니다. 과일로 식이섬유를 섭취했으니 그걸 먹이로 하는 유산균을 넣어주는 게 좋거든요.
'비건이 장내 환경을 챙기는 방법' 포스팅에서 만든 요거트를 베이스로 아가베 시럽 약간, 아로니아 파우더, 계피 가루를 섞어서 먹습니다. 계피 가루의 효능에 대해서는 나중에 포스팅하겠지만 혈당이 높은 분들은 꼭 드시기 바랍니다. 커피에 넣어서 마시기도 하는데 저는 요거트에 넣어서 먹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 다음에는 샐러드를 먹습니다. 양상추나 양배추, 파프리카, 토마토, 홍당무, 오이를 기본으로 푸른 잎 채소를 추가합니다. 거기에 다양한 견과류(호두, 아몬드, 캐슈넛, 피칸,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를 얹은 뒤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뿌려서 먹습니다. 현미 채식을 주창하는 황성수 박사님 같은 경우는 견과류를 먹을 필요 없다고 하시지만 저는 좋은 지방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가능한 유기농) 견과류를 먹으려고 합니다. 함유하고 있는 영양 성분이 견과류마다 다르거든요. 작년에는 셀레늄 때문에 브라질 넛도 한 개씩 챙겨 먹었는데 종합비타민을 먹고 나서부터는 브라질 넛은 견과류에서 뺐습니다.
마지막으로 빵 두 쪽으로 탄수화물을 흡수합니다. 빵은 망원동에 있는 비건 베이커리 '해밀'에서 공수한 흑미 식빵입니다. 항상 식빵만 먹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우유와 달걀이 안 들어간 비건빵만 먹습니다.
양이 좀 많기는 하지만 어차피 두 끼 밖에 안 먹고 섭취하는 칼로리도 많지 않기 때문에 위나 췌장에 부담을 주지는 않습니다. 운동도 매일 하니까요.
결과적으로 과일(식이섬유) -> 요거트(유산균) -> 샐러드(지방과 단백질) -> 빵(탄수화물)의 순서가 됩니다. 양이 많아도 과일과 요거트는 빨리 소화되어 위에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에 속이 편안합니다. 식사 후 곧바로 뛰어도 될 정도지요.
건강한 식습관을 찾는 분들은 거꾸로 식사법을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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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오랜만에 하는 채식 식당 포스팅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바빴고 그만큼 먹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다는 이야기지요. ㅠ.ㅠ
비건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어라운드 그린'에 다녀왔습니다.
예전에 소개드린 비건 베이커리 '더 브레드 블루'가 상호를 '해밀'로 바꾸고 신촌에서 망원동으로 이사갔거든요. 사장님과 파티쉐(이사님 직함의) 두 분 모두 해밀로 옮기셨기 때문에 저희도 더 이상 브레드 블루로 가지 않습니다. 아침 식사를 빵과 샐러드로 하기 때문에 2주에 한번씩 '해밀'에 가서 2주치 빵을 싹쓸이 해 오곤 합니다.
이번 주 휴일에 해밀에 갔다 오는 길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근처에 있는 어라운드 그린에 들렀습니다.
어라운드 그린은 '옹달샘 어린이 공원' 바로 앞에 위치하는데요. 정확한 주소는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 포은로5길 47'이고 연락처는 '02-6080-9797'입니다. 12시가 넘어서 문을 열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위해 방문하시면 안 됩니다.
외관은 얼핏 보면 작은 카페나 소품을 파는 가게처럼 보입니다.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처음에는 알아보기 힘들죠.
사실 어라운드 그린의 주력은 요리가 아니라 베이커리입니다. 우유, 버터, 계란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베이킹으로 만든 머핀, 스콘, 케이크 등이 주 메뉴이죠. 보니까 베이킹과 쿠킹 클래스도 하는가 봅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심플하고 간결합니다. 테이블이 많지도 않아서 4인 이상 테이블 1개, 2인용 테이블이 3개 정도 밖에 없는 작은 가게죠. 붐빌 때 가면 웨이팅을 해야 합니다. 저희는 5시쯤 갔는데도 이미 두 테이블이 차 있더군요.
식사 메뉴입니다. 라이스, 파스타/리조또, 샌드위치, 피자로 구분되어 있고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나름 구성이 알찹니다.
일단 오늘은 야채 카레와 블랙빈 스테이크를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음료는 비건 딸기 쉐이크와 레모네이드로 주문했고요.
음식은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금방 나왔습니다. 푸짐한 편은 아니지만 깔끔합니다. 비주얼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직접 농사지은 검정콩으로 만들었다는 블랙빈 스테이크(13,500원)입니다. 콩고기는 일반적으로 퍽퍽한 식감이 대부분인데 이 스테이크의 콩고기는 촉촉합니다. 예전에 잡식을 할 때 먹었던 함박 스테이크와 식감이 비슷하네요. 함께 나온 현미밥도 고소하지만 구운 감자와 샐러드도 맛납니다. 샐러드에는 수제 유자 소스를 뿌렸다고 합니다.
토마토를 베이스로 오랫동안 뭉근하게 끓인 야채 카레(11,000원)입니다. 브로컬리와 버섯도 듬뿍 들어가 있고 무엇보다 단호박과 연근을 큼지막하게 썰어넣은 것이 특징입니다. 질척거리지 않고 담백한 맛이라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맵기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하는데 별 말 없으면 거의 맵지 않은 수준으로 나오니 매운 걸 좋아하는 분들은 조금 맵게 해 달라고 주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피자를 비롯해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네요. 양이 조금 부족한 게 흠이지만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라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해밀'에 빵 사러 갈 때마다 들르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레모네이드와 비건 딸기 쉐이크도 맛있었어요. 가격은 좀 있지만 제 값 합니다.
첫 방문이라 주차가 불가능한 줄 알고 망원동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분 넘게 걸어갔는데 가게 앞에 2대 정도는 바짝 붙여 주차할 수 있으니 더 자주 가게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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