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완성검사(SCT)는 임상, 상담을 통틀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투사 검사 중 하나로 비대면으로 실시할 수 있는데다 무엇보다 수검자의 심리 상태를 언어 내용으로 분석할 수 있어 심리학자들이 선호하는 검사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MMPI-2/A, TCI와 같이 해석 기준점이 명확한 검사가 아니다보니 상당한 해석 경험이 쌓여야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기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마스터하기 까다로운 검사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2016년의 저는 선별심리평가에서 문장완성검사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포스팅(
'선별심리평가 시 문장완성검사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강경한 입장은 아니어서 저도
'익명 심리평가'에서 문장완성검사를 사용하고 있지만요. 분명히 문장완성검사를 꼭 실시해야 하는 상황도 있거든요(
'문장완성검사 실시가 꼭 필요한 평가 상황')
게다가 참고할만한 자료나 서적 자체가 매우 부족한 것도 문제인데 현재까지 학지사에서 나온
'SCT 문장완성검사의 이해와 활용(2018)'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었는데 거의 지침서 같은 책이라서 현장 전문가에게 마음놓고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닙니다.
그동안 문장완성검사를 미니 강의 주제로 해 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았고 실제로 강의안도 준비하고 있지만 그 미니 강의는 항상 그렇듯이 실전 해석을 위주로 진행할 예정이어서 입문자가 참고할 만한 추천 서적을 여전히 목마르게 찾고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 드디어 나왔습니다.
이흥표 선생님은 항상 시의적절하게 필요한 책을 내 주셔서 감사한데 특히 글솜씨까지 좋으셔서 선생님의 책은 읽는 맛도 좋은 것이 강점입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오규원 시인의 시, '한 잎의 女子1'를 은유적 해석에 기가 막히게 활용하고 있더군요.
그러면서도 '문장완성검사 개요', '문장완성검사의 신뢰도와 타당도', '문장완성검사의 실시와 채점 및 양적 분석' 등 문장완성검사를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모든 내용을 알차게 정리해 놓았고 후반부에는 많은 평가자들이 궁금해 할 '은유로써의 문장(질적 분석의 필요성, 압축으로써의 문장, 은유로써의 문장)', '문장완성검사의 정서적·역동적 해석(정서적 해석, 역동적 해석, 역동적 통합: 영역 간 다리 잇기)'로 선생님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펼쳐놓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한지 마지막 장, '정서적, 역동적 분석 사례' 편에서는 5개의 실제 사례를 제공하고 있는데, 주요 우울 장애, 강박 증상이 수반되는 불안 장애, 외상 후 성장, 청소년 우울 장애, 틱 증상을 보이는 아동 등 상담 현장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장애 및 문제와 성인, 청소년, 아동의 분배에 이르기까지 정말 빠짐없이 꼼꼼히 챙긴 흔적이 역력합니다.
문장완성검사 공부를 위해서는 이 책부터 읽어야 하고 사실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충분한 수준입니다. 그 다음에는 정리, 연습, 정리, 연습의 반복이죠.
이 책에는 제가
'문장완성검사(SCT)의 내용을 타이핑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인적으로 별로 추천하지 않는 Sacks의 채점 체계에 의한 분류가 많이 등장하지만 이흥표 선생님의 해석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이렇게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착각이 절로 들 정도로 역동적 해석이 탁월합니다. 정말 부러운 실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오탈자와 띄어쓰기 오류가 생각보다 눈에 많이 띈다는 것인데 이건 출판사 측이 꼼꼼히 교열하지 않은 잘못이니 저자를 탓할 문제도 아닙니다.
이 책을 구매했을 때 260페이지 분량에 18,000원으로 정가가 책정되어 있길래 시중에 문장완성검사 관련 서적이 아예 없기는 해도 살짝 무리 아닐까 싶었는데 읽어보니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현장 전문가라면 꼭 읽으셔야 하는 책이고 문장완성검사는 워낙 자주 사용하는 검사이니 최대한 빨리 읽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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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상담에서 많이 사용하는 자기보고형 심리검사도구에는 TCI/JTCI, MMPI-2/A, SCT가 있습니다. 이 중 SCT는 (반)투사 검사이므로 구조화된 검사 도구인 TCI, MMPI를 중심으로 수검자가 응답 내용을 수정한 걸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해석하는지 포인트를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이를 위해서는 결과지를 분석하기 전에 답안지를 먼저 살펴보는 습관부터 들여야 합니다. 많은 임상가들이 TCI, MMPI를 사용할 때 코딩을 마치고 나면 결과지만 살펴보느라 바빠 답안지를 무시하는데 그러면 안 됩니다. 답안지야말로 수검자의 응답 경향성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원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MMPI-2/A에서 살펴봐야 할 응답 경향으로는 응답을 번복한 경우가 있습니다. 1~2개 정도야 무시해도 상관없지만 응답을 번복한 문항 수가 많은 경우는 Y -> N와 N -> Y로 번복한 문항들을 방향에 따라 각기 모아서 내용 분석을 해 봐야 합니다. 특정 문항에 대해서만 이런 응답 번복이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이런 경우는 특정한 cluster 별로 문항들이 묶입니다.
다음으로 MMPI-2/A와 TCI/JTCI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응답지 수정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이것도 앞선 해석과 마찬가지로 응답을 수정한 문항의 수가 많아야 합니다. 1~2 문항 정도를 수정한 것은 굳이 해석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먼저 답안지를 작성하는 중간 중간에 수정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때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하는 건 '충동성'입니다. 특히 응답 속도가 빠른 경우가 그렇습니다. 당연히 TCI/JTCI의 자극추구기질 중 충동성 하위차원이 유의미하게 높은지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충동적으로 수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정액이나 지우개를 사용하기 보다는 사용하는 필기구를 이용하여 그 자리에서 곧바로 수정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와 달리 일단 모든 문항에 대한 응답을 마치고 나서 한꺼번에 수정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때는 완벽주의 경향이나, 강박성 기질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충동적인 문항 수정과 달리 전반적인 응답 속도가 느리며 수정액이나 지우개를 사용해 꼼꼼히 고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충동성과 완벽주의 경향 모두를 의심해야 하는 응답 경향성이 있는데 답안지를 사용하지 않고 우선 검사지에 체크한 후 나중에 답안지에 몰아서 옮기는 수검자의 경우입니다. 완벽주의 경향과 충동성은 반대되는 개념처럼 보이지만 충동성이 주의력 부족(작업기억 상의 문제)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답안지를 사용하라는 지시문을 주의깊게 읽어보지 않고 검사지에 곧바로 답을 적은 다음에 나중에 답안지에 옮길 때 꼼꼼히 살펴보는 수검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수검자가 답안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수정 행동도 해석할거리가 있기 때문에 평가자는 이러한 부분도 꼼꼼히 체크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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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완성검사는 종합심리평가에 포함된 심리검사 도구 중 가장 홀대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종합심리평가가 국내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지 몇 십년이나 지났는데 최근에 와서야 표준화된 버전이 나왔을 정도니까요. 그런 실정이니만큼 공부를 하려고 해도 참고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습니다.
문장완성검사도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미니 강의안으로 만들까 고민하던 차에 학지사에서 이 책이 나왔다기에 참고하려고 구입해서 읽어 봤습니다.
이 책은 서울 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우경 선생님이 쓰신 것인데 인싸이트와 손을 잡고 본인이 개발한 문장완성검사를 소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문장완성검사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보다는 새로 나온 문장완성검사의 지침서나 메뉴얼 같은 느낌의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목차도,
Part I. 문장완성검사의 이론적 배경
1장. 검사의 역사 및 발달
2장. 검사의 특징
3장. 이론적 근거
4장. 검사의 종류 및 채점 체계
5장. 심리측정적 특징
Part II.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개발과 적용
6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개발 개요
7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유형과 특징
8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실시와 채점
9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분석 및 해석
10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사례
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두 개의 파트 중 하나가 온전히 새로 개발한 문장완성검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Part I은 문장완성검사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문장완성검사에 대한 감을 잡기 위해 한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래와 같은 내용인데,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문장완성검사에서 긍정적인 자기 개념과 자기 평가 내용을 더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적 장애가 아니라 방어적인 응답 경향을 보이는 수검자들이 긍정적인 내용을 보고하는 경우가 더 많죠.
특히 문장완성검사의 장점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는 데 1) 다른 투사검사에 비해 검사 실시와 해석에 걸리는 시간이 더 짧다, 2) 수검자가 검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자유롭게 반응할 수 있다, 3) 실시나 해석에 특별한 훈련이 요구되지 않는다, 4) 문항 반응 내용 분석만으로도 정신병리 선별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처럼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습니다.
이 책과 별개로 이번에 개발된 인사이트의 문장완성검사는 어떠냐 하면, 꽤 괜찮은 편입니다. 성인용, 청소년용, 아동용 3개의 버젼으로 나왔으며 문항의 내용이 현장에서 임상가들이 필요한 내용을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내용 및 주제 분석을 위한 '분류표'를 제공하는 점은 실망스럽고요(이와 관련해서는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타이핑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포스팅 참조).
또 한 가지 실망스러운 점은 저자인 이우경 선생님이 임상심리전문가이고 그동안 계속 병원 장면에서 일을 하셔서 그런지 해석을 위해 정신병리적 지식이 필요하거나 임상 쪽 전문가여야 한다는 식으로 임상 편향적인 주장을 계속 하시는 겁니다. 사실 임상에서는 문장완성검사를 별로 중요한 검사 취급도 안 하거든요. 그저 관례적으로 종합심리평가에 포함시킨 것 뿐이죠. 임상 편향적인 시각으로 봐서인지 10장에서 각 장애 별 문장완성검사의 사례 분석한 걸 보면 우울증이라고 진단한 사례부터 제가 볼 때는 진단이 틀렸습니다. 전형적인 Delayed PTSD 같거든요. 4번의 ADHD 진단 아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볼 때는 기질 상의 취약성과 부모-자녀 관계 문제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미 ADHD로 가정하고 분석했더군요.
그래서 문장완성검사를 공부하기 위해서, 특히 문장완성검사에 익숙하지 않은 임상가들이 이 책을 읽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 책이 도움이 될 분들은 이미 문장완성검사에 어느 정도 숙달되어 있는데 이번에 출시된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를 도입하기 위해 지침서 형태로 살펴볼 분들 뿐입니다. 이 경우 Part II만 읽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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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완성검사를 사용한 연구(Rohde, 1957)에서는 1) 반응 속도, 2) 무응답 항목, 3) 문장완성의 길이, 즉 방어적 반응을 의미하는 긴 반응, 4) 수정을 하거나 내용을 바꾸는 것, 5) 사용된 언어의 강도, 정서적 언어 표현의 사용 혹은 강한 정서적인 색채 항목에서 성차를 비교하였으며 연구 결과 반응 속도나 무응답 항목 등에서는 성차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반응 내용에서는 성차가 드러났다.
* Sherman은 반응 내용(contents) 요인보다는 형식적인(formal) 요인이 감별 진단에 더 도움이 될 거라는 가설을 검증하였다. '형식적' 요인은 표현 행동, 즉 반응 양식, 태도를 의미하며, '내용' 요인은 문장완성검사 상에서 표현된 것이 무엇인지를 의미한다.
* 1인칭으로 시작되는 자극이 3인칭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반응을 유도한다. 3인칭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사용하였을 때의 장점은 아버지나 권위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와 관련된 반응이 현저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 레빙거의 자아 발달 이론과 머레이의 욕구 이론 뿐만 아니라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 이론도 문장완성검사 해석에 적용이 가능하다.
* 심리치료 장면에 오래 남아 있는 사람은 문장완성검사 상에서 개인적 감정을 더 많이 드러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더 많이 개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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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검사는 상담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심리검사도구 중 하나입니다. 로르샤하 검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익히기 쉽고 검사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 편이라서 상담 회기 중에도 상담 도구의 일종으로 가볍게 활용할 수 있죠. 특히 언어적 자극을 사용하지만 문항의 의도가 쉽게 드러나서 방어가 쉬운 문장완성검사에 비해 시각적 자극을 사용하는 보완적 성격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방어가 쉽지 않아 상담자들이 선호하는 검사 도구이기도 합니다.
임상 장면에서는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주된 이유가 변별 진단이기 때문에 MMPI나 로르샤하, 지능 검사에 비해 살짝 홀대받는 검사였고 병원에서 수련받을 때는 저도 그림 검사의 진가를 몰랐지만 막상 상담을 하면서 심리평가 결과를 적용해보니 그림 검사를 통해 드러나는 내담자의 역동이 만만치 않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별심리평가를 활용할 때 저는 TCI/JTCI+MMPI-2/A(구조화 검사)-SCT+그림 검사(투사검사) 조합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네 검사의 케미가 가장 잘 맞거든요.
그림 검사를 이야기할 때 보통 HTP와 KFD를 구분해서 이야기하곤 합니다. 임상에서는 아동에 특화된 셋팅이 아니라면 대개 HTP를 그림 검사라고 부르고 상담에서는 가족 역동을 탐색하기 위해 KFD만 실시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항상 HTP와 KFD를 함께 실시할 것을 권장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첫째, 상담에서는 가족 역동을 살펴볼 필요가 없는 내담자의 수가 극도로 적기 때문입니다. 현 가정 내 갈등이든, 원 가족 갈등이든 가족 문제가 없는 내담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차피 HTP를 해야 한다면 KFD도 함께 실시하는 편이 낫습니다. 수검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KFD를 추가 실시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이니 기왕 HTP를 하신다면 KFD도 함께 실시하는 편이 수검자에도 도움이 됩니다.
둘째, 그렇다면 가족 역동만 탐색하고 싶은 내담자에게는 KFD만 실시해도 되지 않냐는 반론이 가능할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KFD의 실시 진술문만 들어도 수검자는 가족 구성원의 관계와 친밀도를 확인하려는 검사의 의도를 간파하기 때문에 방어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KFD에 앞서 HTP를 실시하면 집, 나무, 사람을 순서대로 그리면서 그리는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족을 그리게 되고 방어 수준도 KFD만 단독으로 실시할 때에 비해 낮아집니다. 게다가 KFD 내용은 HTP의 집 그림과 연계하여 살펴볼 수도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그림 검사를 실시할 때는 HTP와 KFD를 연속해서 한꺼번에 실시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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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증 척도(Pa, Paranoia)는 원래 편집증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변별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MMPI와 마찬가지로 MMPI-2, MMPI-A에서도 40문항이 변화없이 거의 그대로 유지될 만큼 구조가 안정된 척도입니다.
측정하는 내용은 관계 사고(idea of reference), 의심, 피해 의식 등이라서 이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한 경우 우선 정신증을 변별해야 할 것 같지만 그건 병원 장면에서의 이야기고 상담에서는 '배신 경험 (지각)'을 탐색하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특히 상승한 소척도가 무엇이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 소척도가 의미하는 바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Pa 척도 해석 시 빠지기 쉬운 함정으로는 편집성 성격 장애 진단이 있습니다. Pa 척도에 포함된 문항은 대부분 문항의 의도가 드러나는 명백 문항이기 때문에 사람을 믿지 않고 의심이 많은 편집성 성격 장애 환자들은 Pa 문항에 곧이곧대로 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척도가 상승하지 않죠. Pa 척도가 상승한 경우 오히려 편집성 성격 장애는 아닐거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합니다.
오히려 Pa 척도가 극단적으로 낮을 때(30T에 근접할 때) paranoid한 것으로 해석할 때 들어맞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임상 척도는 낮은 수준일 때 해석하지 말 것을 권고하지만 예외인 척도가 몇 개 있는데 Pa 척도가 그 중 하나입니다. 물론 단순히 Pa 척도가 낮다고 무조건 paranoid한 것으로 해석하는 건 아니고 CYN(A-cyn) 내용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하는지(특히 CYN2, A-cyn2 소척도가 상승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상승했다면 역방향 해석에 좀 더 무게를 둘 수 있죠.
또한 Pa 척도가 상승하는 내담자는 투사(projection) 방어 기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으니 상담자라면 상담하실 때 주의를 기울여야겠지요. 그 밖에 분노나 적대감을 감추기 위한 합리화 때문에 상승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이 누구인지 탐색하는 것도 상담할 때 도움이 됩니다.
Pa(6) 임상 척도에 포함된 3개의 소척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 Pa1(피해의식, Persecutory Ideas)
* Pa2(예민성, Poignancy)
* Pa3(순진성, Naivete)
각 소척도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 Pa1(피해의식) : 이 소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수검자는 세상을 위협적인 곳으로 보고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른 경우 관계 사고나 피해 망상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상 피해/편집 사고를 측정하는 유일한 소척도로 Pa 모척도가 유의미하다고 해도 이 소척도가 상승하지 않았다면 paranoid하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이 소척도가 상승한 경우 실제이든 수검자의 지각이든 간에 배신 경험(지각)을 탐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 Pa2(예민성) : 이 소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수검자는 매우 예민한 것이 특징입니다. 남들에 비해 쉽게 상처를 받기 때문에 해를 끼칠 대상과 의도를 탐지하려고 온통 신경을 쓰고 있죠. 일종의 감시 레이더가 예민한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Pa1 척도와 동반 상승하면 피해 경험이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작업 기억이 저하되거나 기타 다른 심리적 문제를 수반할 수 있습니다.
* Pa3(순진성) : 이 소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수검자를 보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1) 근거없는 낙관주의, 2) 이분법적 사고 경향. Pa1과 Pa2 소척도가 상호 관련성이 높은 것에 비해 Pa3 소척도는 인지 왜곡에 가까운 구성 개념을 갖고 있어서 별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는데 방향성도 다르기 때문에 Pa1, Pa2, Pa3 척도가 일제히 상승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까 Pa1, Pa2 소척도가 상승한다면 Pa3는 낮게 나오는 것이 보통이죠. 반대로 Pa3 소척도가 상승한다면 혼자서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Pa3 소척도를 어느 방향으로 해석해야 할 지는 다른 검사 결과도 살펴봐야 하는데 문장완성검사(SCT)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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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의는 선별심리평가의 개념을 정리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것으로 아직까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선별심리평가 도구인 MMPI-2/A와 SCT를 중심으로 심리평가란 무엇인지, 심리평가의 실시 이유와 실시 순서, 심리평가 보고서의 기본 양식까지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됩니다.
MMPI-2/A와 SCT의 개관에 해당되는 내용 뿐 아니라 해석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3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밀도 있는 강의입니다.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선별심리평가의 이해(MMPI-2/A, SCT를 중심으로)
* 다루게 될 구체적인 내용
- 심리평가의 정의
- 심리평가의 실시 이유
- 심리평가의 실시 순서
- SCT 개관
- MMPi-2/A 개관
- Screening Test의 실시 및 해석
* 일시 : 2018년 10월 28일(일) 15:00~18:00(3시간)
* 장소 : 서울 신도림역 인근 월든3 아카데미
* 인원 : 선착순 8명
* 비용 : 1인 당 4만 원(음료, 주차권 포함)
* 특징 : 강의 내용 녹음 가능, 제약없는 예약 취소(언제든 조건없이 100% 환불, 불이익 없음)
# 정원이 미달되는 경우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단 예약한 인원이 강의 전 모두 취소하고 1명만 남더라도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선별심리평가를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2.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수련생(학회에 수련 등록 필수)
3. 국가공인 자격증(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졸업 후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청소년상담사 2급 직무자격연수에서 제 강의를 들은 선생님들은 이 강의를 안 들으셔도 됩니다. 내용이 동일합니다.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gmail.com)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충족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 선착순으로 정원 안에 들어온 분들께는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덧. 이 포스팅에 앞으로 듣고 싶은 강의 주제나 일시(예; 평일 낮 등)를 덧글로 남겨 주시면 향후 미니 강의 주제 및 일시 선정에 적극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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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우울을 호소하나 Delayed PTSD를 의심해야 하는 수검자의 MMPI-2/A 양상'이라는 포스팅에서 Delayed PTSD의 원인이 되는 trauma 중 애착 외상을 꼽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해바라기 센터와 같은 성폭력 전문 기관이 아닌 일반 상담센터에서는 성폭력 외상보다 애착 외상으로 인한 Delayed PTSD 내담자를 만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래서 앞서 포스팅에서도 애착 치료와 관련하여 읽어보셨으면 하는 서적을 일부러 추천드린 것이고요.
저는 애착 외상이 의심되는 내담자를 만나면 가능한 한 주 양육자인 부모(대개는 어머니)를 대상으로 선별심리평가(TCI, MMPI-2, SCT)를 꼭 실시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도 원 가정에서 입은 애착 외상으로 인한 Delayed PTSD로 고통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대체 이 불쌍한 내담자를 이렇게 학대, 방임하다니 어머니가 psychopathy가 틀림없구만'이라고 단정짓는 건 섣부릅니다. 어머니도 Delayed PTSD인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러니까
어머니가 원 가정에서 애착 외상을 입고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까닭에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아이는 낳았지만 그 아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게다가 어릴 때 받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계속 고통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애착 외상이 대물림되는 겁니다.
심하게는 내면 아이의 발달 지연으로 인해 가정을 꾸린 뒤에도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관심을 남편의 애정으로 대치하여 갈구한 나머지 자신의 딸을 무의식 속에서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질투하고 학대하는 불쌍한 어머니도 꽤 많습니다.
그래서 심리평가 협조가 되는 경우(대개 주 내담자가 청소년일 때) Delayd PTSD가 의심되는 내담자의 어머니도 꼭 평가 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놀라실겁니다.
제 경험으로는 어머니도 자녀와 별개로 애착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덧. 그래서 저는 아무나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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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과 공급의 법칙에 따라 상담자의 공급이 수요 폭증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담 현장은 점차 단기 상담이 기본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도 이미 체계화된 상담 현장(대학, 청소년 등)에서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죠.
단기 상담의 시간적 한계(내담자의 심리적 상태와 특성을 알아내기 위한 최소 회기 수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심리평가를 도입할 수 밖에 없고 심리평가의 실시 시기를 결정하는 상담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도 문제지만 임상 현장처럼 무조건 초기에 실시하는 routine system의 도입이 더 큰 문제입니다.
많은 대학의 학생상담센터에서 내담자가 방문하면 접수 시 선별심리평가(MMPI-2, SCT)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담자를 배정하는 시스템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때 기계적으로 MMPI-2에서 상승한 임상 척도가 많을수록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정해 supervisor급 상담자에게 배정하고 상승한 임상 척도가 별로 없으면 문제가 경미하다고 잘못 판정해 인턴 supervisee에게 배정합니다.
하지만 이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나 통하는 판정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상담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정신장애로 진단받을 정도의 문제를 가진 내담자보다 기질/성격 상의 문제를 가진 내담자가 더 많이 방문하고 자아 동질성이 강한 성격 장애일수록 MMPI-2와 같은 구조화된 검사에서 심리적 불편감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수하게 MMPI-2의 임상 척도만 높게 상승한 경우는 심리적 불편감을 적극적으로 호소하기 때문에 라포를 형성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예후도 좋은 편입니다. 결코 지도 교수급 상담자의 능력이 뛰어나서 쉽게 호전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MMPI-2에서 별다른 척도 상승이 없는데 상담자가 강렬한 전이-역전이를 경험하거나 투사, 반동형성, 조종 등의 방어 기제에 노출됨으로써 정서적 소진을 경험하고 상담이 조기 종결되는 건 이 내담자가 기질/성격 상의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큰 것이지 인턴 선생님이 무능해서가 아닙니다.
그러니 선별심리평가를 routine하게 실시하는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겠으면 최소한 선별심리평가에 TCI라도 추가하기 바랍니다. 적어도 상담자 배정이 반대로 되는 것만이라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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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리평가 결과를 가능한 한 수검자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류 상담계와는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걸 미리 말씀드리고 이 포스팅을 시작해야 할 것 같군요.
저는 해석 상담 시 심리평가보고서는 물론이고 전문가에게 리딩을 받으라고 꼼꼼히 주의 사항을 일러준다는 전제 하에 심리평가에 포함된 모든 자료(심리평가보고서, 심리검사 결과지 뿐 아니라 원 응답지까지)를 수검자 본인에게 모두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것과 관련된 제 생각은 다음의 포스팅들을 참고하시고요.
* 심리검사 원자료는 의무기록인가?
* 부모가 아동/청소년의 심리평가 원자료를 보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 피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를 보겠다는데(혹은 갖겠다는데) 그걸 왜 막나
이 포스팅에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하는 내용은 해석 상담 시 수검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처럼 원자료를 활용하는 경우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한 원자료를 해석 상담 시 사용해도 됩니다. 그 두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자료의 내용이 결과 해석에 곧바로 연결되는 검사가 아니어야 함
2. 원자료 노출이 이후 검사(예; 재검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함
이 두 가지 조건을 적용할 때
해석 상담에서 원자료 노출을 피해야 하는 대표적인 검사는 HTP, KFD와 같은 그림 검사입니다. 결과 해석의 근거로 수검자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서 구조적 해석을 하게 되면 이후 수검자가 검사 결과의 해석 논리를 알게 되어 나중에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거나(선무당 효과) 재검사 때 수검자의 반응에 영향을 주게 되어 이전 검사 결과와 비교 분석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언어적인 자극을 사용하는 검사 중에서는 문장완성검사(SCT)가 대표적인 예인데 해석 상담 시 평가자는 각 문항의 의도를 수검자에게 알려주면 안 됩니다. 표준화된 문장완성검사가 별로 없다고 해도 몇 개의 버전으로 거의 정리되어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라 수검자의 나중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두 조건을 적용했을 때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검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상대적으로 지능 검사의 결과표를 활용한 해석과 MMPI-2/A의 척도 해석,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을 활용한 해석 등은 괜찮습니다. 원자료의 내용이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수검자가 짐작할 수 없고 해석 근거가 되는 점수를 안다고 해도 이후 검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데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 시 해석 근거로 원자료를 사용할 때 그림 검사, 문장완성검사, 로르샤하 검사의 card pull을 활용한 해석 등은 하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가끔 수검자가 요구할 수 있지만 이후 재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저는 오염이 된다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해서 수검자에게 설명합니다) 안 된다고 설명하시면 대개는 이해합니다.
좀 더 안전하게 한다면 모든 심리검사의 원자료를 해석 상담 시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결과 자료만 사용하라는 말)입니다. 평가자가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원자료와 해석 결과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는 수검자도 분명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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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완성검사는 반 투사 검사이기 때문에 각 문항의 의도가 수검자에게 읽힐 수 있다는 약점이 있고 이로 인해 응답 내용을 왜곡, 윤색, 조작할 수 있어서 결과 해석 시 평가자의 노하우가 많이 필요한 검사입니다.
따라서
'선별심리평가에서 문장완성검사(SCT)를 먼저 해석하면 안 되는 이유'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구조화된 검사의 실시를 통해 교차 검증해야 안전합니다.
그렇다면 문장완성검사는 약점도 많고 노하우도 많이 필요한 불완전한 검사이니 가능하면 실시하지 않는 것이 나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은 것이 문장완성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언어 장애나 학습 장애 가능성을 탐지할 때입니다. 쓰기 장애나 읽기 장애가 있어도 지능 검사 결과로는 변별이 쉽지 않지만 의외로 문장완성검사에서 눈에 띄일 정도의 두드러진 오류 양상을 나타내기도 하기 때문에 언어 장애나 학습 장애 가능성을 의심하는데 문장완성검사가 더 유용합니다. 물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 검사의 추가 실시가 필요하지만요.
또한
지적 제한이 있는지를 찾아내는데도 문장완성검사는 유용합니다. 지능 검사를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실 수 있지만 지능 검사는 2시간 이상의 수행 시간 뿐 아니라 평가자, 수검자의 에너지를 많이 요구하는 대표적인 heavy test이죠. 물론 정확한 지적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능 검사를 해야겠지만 그 전에 선별평가 과정에서 문장완성검사 결과를 통해 지적 제한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단순한 내용으로만 일관한다든가, 너무 쉬운 맞춤법이 틀린다든가 하는 부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죠.
그 밖에도 쉽지는 않지만
조현병을 변별하기 위해 문장완성검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조현병 환자들은 사고 장애를 갖고 있고 내용 분석을 통해 사고 내용 상의 장애인 망상을 확인할 수도 있고 관계 사고나 연상의 이완, 우원증 등 사고 과정 상의 장애 양상을 문장완성검사를 통해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고 장애 양상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어야겠지요.
문장완성검사에는 제한점도 있지만 다른 검사 도구가 갖고 있지 않은 독특한 장점 또한 있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평소에 자주 실시해서 익숙해지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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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본적으로
심리평가 실시의 타이밍과 검사도구의 선정을 평가자가 수검자와 상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지만 현재의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지 않아서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진단을 위한(엄밀하게 말하면 약물 치료를 위한) 심리평가의 조기 실시와 병원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개발된 battery 체계는 그야말로 병원 장면에서나 필요한 것이고 정작 수검자의 사정(경제적이든 심리적이든)을 고려한 것이 아닌데 상담 장면에도 충분한 고민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그런 결과로 심리평가에 대해 문외한인 수검자가 이 검사를 받겠다고 '찍어오면' 평가자는 그대로 실시해야 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빼거나 꼭 필요한 검사를 추가하도록 검사 과정을 manage할 수 있는 권한도 시간도 없으며, 심한 경우는 심리평가를 받는 수검자와 검사를 실시하는 임상가, 심리평가를 의뢰하는 접수자가 아무런 의견 조정도 없이 기계적으로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이런 '엉터리' 심리평가의 수효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참으로 큰일입니다.
너무도 중요하기에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조직의 효율성을 우선하는 시스템은 절대로 수검자에게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얼핏 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이더라도 전담 상담자가 수검자와 상의해 어떤 심리검사를 실시할 지, 언제 실시할 지를 신중하게 고려하는 게 정답입니다. 시스템에 의해 당사자인 수검자와 상담자가 배제되는 시스템은 그야말로 시스템을 위한 시스템일 뿐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상담자가 심리평가의 실시 타이밍과 실시할 검사도구 선정의 권한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어떤 심리검사도구의 조합이 수검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제안하려 합니다.
검사도구의 조합은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선별심리평가와 종합심리평가가 그것입니다.
종합심리평가는 의뢰 사유가 주요 정신 장애의 변별 진단과 그에 수반되는 약물 치료까지 고려해야 할 때 주로 시행합니다. 주요우울장애, 조현병,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이 종합심리평가가 필요한 대표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별심리평가는 즉각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때 대략적인 심리상태를 살펴보고자 할 때 진행하며
일반적으로 MMPI-2/A, SCT 조합을 많이 사용하지만 저는 TCI/JCTI, MMPI-2/A, SCT 조합을 더 많이 사용하고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상담 현장에서는 기질/성격 상의 어려움을 가진 내담자가 많이 방문하는데 MMPI-2/A, SCT 조합만으로는 이를 감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굳이 빼야 한다면 차라리 선별심리평가에서 SCT를 빼는 게 낫습니다. 이건 이제부터 말씀드리려는 교차 검증의 중요성과도 관련이 있는데 간혹 본인에게 익숙한 문장완성검사나 그림 검사(HTP, KFD 등)만 단독으로 실시해도 되지 않냐고 물어보는 선생님이 계신데 그렇게 실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문장완성검사는 반 투사 검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수검자가 자신의 의도에 따라 응답 내용을 왜곡, 윤색, 조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림 검사는 어떨까요? 그림 검사 역시 로르샤하 검사처럼 중립적인 자극을 사용하는 완전 투사검사가 아니라는 약점도 있고 무엇보다 상당한 경험을 쌓지 않으면 구조적 해석이 쉽지 않다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또한 비구조화된 검사의 특성 상 평가자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결과만 선별적으로 선택할 위험성도 있기에 문장완성검사나 그림 검사와 같은 투사법 검사는 반드시 MMPI-2/A와 같은 객관적인 검사와 함께 실시하고 의뢰 사유에 대한 교차 검증을 실시해야 합니다.
수검자가 실시 검사가 많아지는 것에 부담을 느껴 거부감을 표시한다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TCI/JTCI, MMPI-2/A 조합을 먼저 실시하고 문장완성검사나 그림 검사는 차후에 다시 실시하거나 상담 회기를 활용하여 추가 실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면 투사법 검사만 단독으로 실시하지 마세요. 반드시 구조화된 검사 결과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이는 심리평가 초심자이든 충분한 경험을 쌓은 전문가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자만심에 의한 오해석은 오히려 심리평가 실시 경험이 많은 고수에게 더 흔히 일어난다는 걸 감안하면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든 주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보고 신뢰도를 확인할 수 없는 TCI/JTCI도 충분한 검사 라포를 형성했다고 확신할 수 없는 한 단독 실시하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 MMPI-2/A에서 K, S 척도 상승으로 방어적인 경향성이 나타난다면 TCI의 결과도 충분히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특히 성격 차원). 그러니 TCI/JTCI도 MMPI-2/A와 함께 실시하는 게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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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선별심리평가를 할 때 문장완성검사(SCT)를 추천하지 않는 몇 가지 이유에 대해 설명드린 바가 있고 앞으로는 MMPI-2/A, TCI/JTCI 조합으로 점차 대체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현장에서 MMPI-2/A, SCT 조합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이 두 가지 검사의 해석 순서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늘
검사 실시 순서와 해석 순서를 일치시키는 것이 해석 노하우를 가장 빠르게 습득하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리는데 종합심리평가를 기준으로 설명드리면,
TCI/JTCI -> MMPI-2/A -> SCT -> BGT -> 지능 검사 -> HTP(KFD) -> 로샤(TAT/CAT)
의 순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실시 시간도 가장 절약되고 해석도 용이합니다. 이렇게 조합해서 배열하는 기준으로는,
1) 자기 보고형 검사 -> 대면 검사
2) 구조화된 검사(객관적 검사) -> 비구조화된 검사(투사 검사)
3) 의식 수준 -> 무의식 수준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할 때는 MMPI-2/A를 먼저, SCT를 나중에 해석하는 것이 좋은데 상담 현장에 계시는 임상가 선생님들의 경우는 상담 업무에 익숙하기 때문에 내담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통해 먼저 파악하고 그 다음에 MMPI-2/A 결과로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각종 척도와 수치가 난무하는 MMPI-2/A보다는 언어적 반응이 주를 이루는 SCT의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고 해석하기에도 부담이 덜하니까요.
하지만 그래서는 안됩니다.
문장완성검사는 각 문항에 검사자의 질문 의도가 어느 정도 드러나는 반투사 검사이기 때문에 수검자가 얼마든지 반응 내용을 왜곡, 윤색, 조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내용에 입각해 수검자의 문제를 가설로 만들면 MMPI-2/A의 결과를 교차 검증할 때도 이미 갖고 있는 해석틀에 맞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선택함으로써 틀린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타당도 척도를 통해 수검자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고 평가자의 주관적 해석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MMPI-2/A 결과를 통해 우선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SCT를 통해 교차 검증하는 편이 오류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물론 MMPI-2/A의 수많은 척도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항상 구조화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구조화된 검사 결과를 교차 검증하는 편이 주관적 해석 오류의 가능성(때로는 수검자 이해에 치명적일 수 있는)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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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일이지만 아동/청소년 상담에서 부모-자녀 관계가 건강하기 때문에 아무런 개입도 필요없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단순한 부모 교육이나 당부 등으로 개입 수준을 한정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심하면 현재 가정의 부모-자녀 문제 뿐 아니라 부모 각자의 원가정에서부터 문제가 있고 그것이 현재 가정에 대물림되어 재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누구의 잘못을 따질 것도 없이 이미 부모-자녀 관계가 너무 심하게 악화되어 있어서 상담자가 곧바로 개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담자는 일단 아동/청소년이 상담을 받으러 오면 부모-자녀 관계 갈등도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없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지요.
많은 경우 부모-자녀 관계 갈등이 폭언이나 폭행 등으로까지 나타나면 심각도는 높지만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기는 상대적으로 쉬운데 현장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건 대화가 단절되어 아동/청소년과 부모의 보고가 상반되기 때문에 상담자가 감을 잡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그래서 제 경우는 상담 초기부터 아동/청소년에게는 실시 가능한 범위 내에서 JTCI, MMPI-A, SCT를, 부모에게도 각자 TCI, MMPI-2, SCT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부모-자녀 관계 역동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하고 상담 목표를 설정하곤 합니다. 이 작업만 충실하게 해도 상담 회기의 수를 많이 줄이고 실제 개입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거든요.
심리평가를 통해 아동/청소년과 부모의 기질/성격, 정서 상태, 대인 관계 양상을 파악하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건 당연히 도움이 되는데 그 밖에 부모를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바로
부모-자녀 관계에서 부모가 아동/청소년을 대하는 언행 패턴을 상담 장면에서 상담자가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상담을 받으러 부모가 자녀를 끌고 상담실로 오는 경우라면 이미 자녀의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개인적인 결론을 내린 경우가 많고 MMPI-2 등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자신의 문제를 faking good하거나 방어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모의 변화를 유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자녀에게 어떻게 대해왔는지 그 패턴을 알게 되면 상담자는 그 잘못된 패턴을 피할 수 있고 아동/청소년과 조금 더 쉽게 라포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일반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상담자가 부모를 파악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부모를 변화시키기 위해서가아니라 상담자가 부모와 달리 행동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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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병원이나 클리닉에서 심리평가를 하는 임상심리학자들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문제지만 상담 현장에 있는 임상가들은 심리평가를 언제(타이밍이 아닌) 해야 하는지가 상당히 고민되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상담 시스템에서는 심리평가를 위한 별도의 시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건 상담 업무가 주가 되는 시스템 상의 문제 때문인데 어쨌거나 상담자가 심리평가를 하려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상담 회기를 쪼개어 심리평가를 해야 합니다.
그나마 자기 보고형 검사처럼 실시할 수 있는 TCI, MMPI-2/A, SCT 등은 상담을 마치고 옆 검사실에서 작성하고 가도록 하거나 집에서 작성한 뒤 가져오도록 편법을 동원해 실시하고 있으나 문제는 대면 검사입니다.
그래도 HTP, KFD, BGT 정도의 검사들은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상담 시간 내에 충분히 실시 가능하죠. 하지만 상담 1회기 내에 끝내기 어려운 검사들이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능 검사이고 로샤나 TAT도 검사 실시에 익숙하지 않은 상담자에게는 1회기 내에 끝내기에는 만만치 않은 부담을 줍니다.
가뜩이나 단기 상담 위주로 재편되는 상담 시스템 내에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상담 회기를 심리검사 실시에 할애한다는 건 결코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심리평가를 활용하는 것이 상담에 큰 도움을 준다는 걸 알면서도 가능한 한 검사 실시를 꺼리거나 미루게 되고 정작 심리검사 도구를 선택할 때도 상담 회기 내에 실시 가능한 것들에 국한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지능, 로샤, TAT 처럼 중요도가 높은 검사를 실시하지 못함으로써 실질적인 종합심리평가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점점 더 종합심리평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게 되고 자기 보고형 검사로 구성된 선별심리평가에만 의존하게 되어 상담자 입장에서는 큰 무기를 잃게 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각 회기 내에 소수의 검사만 실시가 가능하다보니 여러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경우 여러 번의 상담 회기를 잡아먹게 되어 깊이 있는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운데다 검사를 실시하는 interval도 늘어나게 되어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 맨 처음에 실시한 검사 결과(예를 들어 MMPI-2/A)와 맨 마지막에 실시한 검사 결과(예; HTP, KFD 등)가 서로 상응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리평가를 위한 별도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많은 상담 기관에서 심리평가 실시를 위한 시간과 장소를 구조화하는 것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심리평가 후 해석 상담은 상담 회기 중에 할 수도 있지만 심리검사의 실시 만큼은 반드시 충분한 별도의 시간을 확보하여 평가자와 내담자 모두 심리검사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공간도 상담실과 구분되는 별개의 검사실로 확보해야 하고요.
가장 최적화된 상담 시스템은 상담자가 상담 회기 수와 심리평가의 실시 시점, 검사 도구의 종류 등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인데 최소한 상담 회기 중에 시간에 쫓기어 부랴부랴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것만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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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장면에서는 아직까지 TCI를 적극 도입/실시하는 곳이 많지 않지만 상담 장면에서는 TCI를 사용하는 곳이 계속 늘고 있고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병원 장면에서는 성격 장애를 제외하면 TCI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변별 진단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기존의 종합심리평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상담 장면에서는 아직까지도 특별히 진단을 내리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상담만 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내담자들이 많은데 설명이 어려운 영역을 TCI를 통해 가려낼 수 있어서 TCI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MMPI-2와 SCT로 구성되어 있는 선별심리평가 도구에 TCI를 routine하게 실시하도록 추가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예산 확보 문제도 그렇고 검사 도구가 추가되면 내담자에게 동의를 구하기도 한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MMPI-2와 SCT 조합을 MMPI-2, TCI 조합으로 갑자기 바꾸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고요(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선별심리평가도구를 TCI, MMPI-2 조합으로 구성하는 걸 적극 추천합니다).
그래서 보통 접수 시 routine하게 MMPI-2와 SCT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종합심리평가를 비롯한 추가 검사 실시를 고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TCI의 추가 실시를 고려해 봐야 하는 상황이란건 대체 어떤 걸까요?
개인적으로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 보라고 제안드립니다.
1. MMPI-2의 FBS 척도 단독 유의미 상승
: FBS 척도가 단독으로 상승(타당도 척도 중 혼자만 70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했을 때의 의미는 이전에 한 포스팅(
'MMPI-2 FBS 척도의 이해')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임상 척도로 지지되는 문제로 인한 이차적인 이득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경우 어떤 임상 척도가 상승했냐와 상관없이 성격 상의 문제 및 이로 인한 대인 관계 갈등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TCI 결과를 살펴보는 것이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상담 목표를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2. 주 호소와 MMPI-2 임상 척도 양상이 맞지 않을 때
: 내담자가 주로 호소하는 증상과 MMPI-2 임상 척도가 서로 많이 어긋날 때 이러한 증상의 원인이 기질이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나 서로 연관성이 별로 없고 결정적으로 MMPI-2에서 신체화 관련 척도의 상승이 두드러지지 않을 때, 이는 단순한 신체화 기제가 아닌 histrionic trait의 소유자가 보이는 관심 끌기 행동의 일환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TCI를 통해 어떤 기질과 성격 유형의 소유자인지 확인하는 것이 이 간극을 설명하게끔 도와주기도 합니다.
당연히 두 조건 각각을 충족하는 것보다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가 TCI 추가 실시로 도움을 얻을 확률이 커지겠죠.
둘 다 중요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FBS 척도가 단독 상승했을 때 TCI를 추가 실시하는 것이 더 유용했다는 것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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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나 증상이 인지 능력 부족으로 인한 것(대표적인 것이
청소년의 등교 거부 및 집단 따돌림 등의 학교 부적응 문제)으로 추정되는 경우 내담자의 인지 기능을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표준화된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죠.
하지만 지능 검사 도구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일선 현장도 많은데다 무엇보다 단순한 추정만 갖고 심리검사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지능 검사를 매번 실시한다면 폭주하는 업무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선별평가 결과를 통해 지능 검사의 추가 실시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죠.
현재 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선별심리평가의 조합은 MMPI-2/A와 SCT입니다.
MMPI-2/A로 낮은 지능을 예측하는 법에 대해서는
*
MMPI-A 내용 척도와 보충 척도로 낮은 지능 예측하기
*
MMPI-A의 타당도 척도로 낮은 지능 예측하기
와 같은 포스팅을 이미 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문장완성검사(SCT)로 낮은 지능을 예측하는 데 있어 점검해 봐야 하는 포인트를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없다', '모르겠다', '아니다' 반응 패턴
: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건 '없다', '모르겠다', '아니다' 등의 반응이 다수를 이루는 겁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하는 건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방어적 경향성과 구분하는 것이죠. MMPI-2/A와 같은 구조화된 검사 결과와 교차 검증을 해 보는 방법도 있고 무엇보다 지능이 낮은 경우는 자신이 답할 수 있는 문항에는 어떻게든 답을 쓰는데 반해 문항의 의미 자체가 이해되지 않거나 정말 모르는 경우에만 '없다', '모르겠다', '아니다'와 같은 단순한 반응으로 응답하게 됩니다.
2. 시제, 가정법 이해 불가
: 문장완성검사에는 가정법이 동원된 문장이나 과거 또는 미래 시제로 답해야 하는 문장들이 다수 있습니다. 지적 능력이 부족한 수검자는 이러한 문장에서 시제를 일치시키지 못하거나 가정법 문장에 맞는 답을 하지 못합니다. 시제와 가정법을 이해해 적절한 답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지적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3. 맞춤법 오류
: 지적 능력이 많이 부족한 경우(IQ 70미만)에는 맞춤법 오류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적 제한이 심할수록 누구나 알 수 있는 아주 쉬운 맞춤법도 제대로 알 지 못합니다.
4. 한자어, 영어 미사용
: 3번과는 반대로 경계선에서 평균 하 수준에 해당하는 수검자의 경우 문장완성검사의 반응 내용이 단순하고 구체적인 단어 이상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적 능력이 부족한 수검자의 경우 추상적인 한자어나 영어 단어 사용 빈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한자어나 영어가 하나도 없다면 지적 능력 부족을 의심해보시기 바랍니다.
5. 글씨 흘려쓰기
: 지적 능력이 부족한 수검자 중에 유독 글씨체를 흘려쓰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이중 자모음을 써야 하는 경우(특히 받침) 악필이 의심될만큼 갈겨 씁니다. 읽는 검사자야 문장의 맥락을 알고 읽기 때문에 무슨 내용을 쓰려고 한건지 짐작할 수 있지만 맥락 없이 수검자의 반응만 떼어놓고 다시 읽어봤을 때 대체 뭐라고 쓴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중 자모음을 모른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흘려쓰기 한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6. 성적이 아닌 공부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 노출
: 검사 동기가 낮지 않은데도 공부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일관되게 보고하는 경우 낮은 지능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성적이 아닌 공부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표현했는지의 여부입니다. 학력지상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성적이나 타인의 기대에 대한 심적 부담을 느끼지 않는 청소년은 거의 없으니까요. 다시 말씀드리면 성적에 대한 염려가 아니라 공부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지 확인해보셔야 합니다.
이상으로 낮은 지능을 예측할 수 있는 문장완성검사의 점검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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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청소년의 경우 자발적으로 도움을 받으러 온 경우보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의뢰된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담이나 심리평가에 의뢰되었기 때문에 자발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요즘 상담 기관들이 대부분 단기 상담 위주로 재편되는 분위기이고 그러다 보니 핵심 문제 파악 및 상담 목표 설정을 위해 선별심리평가를 routine하게 실시하는 곳이 많습니다.
문제는 충분한 검사 라포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선별심리평가(JTCI, MMPI-2/A, SCT)를 실시할 경우 저항이 심하거나 방어적으로 나오면 해석을 하기에 부적합한 결과를 얻기 쉽다는 겁니다.
이런 어려움을 예방하기 위해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할 때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MMPI-2/A를 예로 들어 설명드리자면,
1. 실시하는 검사 도구의 목적과 유용성에 대한 충분한 orientation
: 이 검사가 본인이 감추고 싶어하는 문제를 까발려서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검사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 그것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정 하기 싫으면 언제든 검사를 거부할 권리도 있다는 점 등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2. 검사 태도에 대한 orientation
: 신뢰로운 결과 해석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검자가 솔직하고 정직하게 답하는 겁니다. 자신의 문제를 과장해도, 있는 문제를 없다고 방어해도 결과를 해석하기 어려워집니다. 기껏 아까운 시간을 내 어렵게 한 검사 결과를 해석도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게 되는 일이 없게끔 검사 실시 전에 검사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게 실시한 검사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지도 못하고 사장시켜야 할 수 있으니까요.
3. 잘 모르면 아무거나 찍지 말고 그냥 가져오라고 orientation
: 지능이 낮거나 지적 자원이 부족한 경우 MMPI-A의 문항에 포함된 단어 뜻을 모르면 그냥 찍는 청소년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해 봤던 다른 많은 설문지들처럼 말이죠. 이 경우 VRIN 척도가 상승하거나 TRIN 척도가 F방향으로 상승하게 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 전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아무거나 찍지 말고 그냥 놔 두도록 orientation을 해야 합니다. 무응답 문항은 나중에 상담자와 함께 채우면 되니까요.
MMPI-2/A와 같은 구조화된 자기 보고형 검사 도구의 경우 청소년 수검자에게 실시할 때 사전에 제대로 orientation하지 않고 실시했다가 채점 후 결과를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orientation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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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Hypochondriasis라는 어려운 용어로 불리던 건강 염려증은 DSM-5로 넘어 오면서 Illness Anxiety Disorder라는 보다 직관적인 용어로 간판이 바뀌었습니다.
참고로 예전의 신체화 장애 진단은 DSM-5에서 Somatic Symptom Disorder로 바뀌었는데요. 이 두 장애는 건강에 대한 염려는 둘 다 있으나 구체적인 신체 증상 호소가 있느냐의 여부(Somatic Symptom Disorder가 있음)로 구분합니다.
다시 말하면 건강에 대한 염려는 둘 다 기본적으로 있는 것이죠. 신체화 증상을 호소하거나 신체화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 내담자를 만날 때 직접적인 신체 증상 호소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염려가 있는지를 미처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잊지 말고 체크하셔야 합니다.
서론이 길었고요.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건강 염려가 심한 경우, 즉 Illness Anxiety Disorder로 진단할 수 있는 정도의 내담자도 굉장히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양상으로 구분된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경우는 관심이나 지원을 받기 위해 건강에 대한 염려를 하는 내담자입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함으로써 주변 사람의 우려와 걱정을 유발시키고 이렇게 끌어들인 관심을 통해 자신이 안전하다는 확인을 받는 사람이죠. 주변에 이 내담자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특징적이고(특히 희생 정신이 강한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신을 도와줄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고 의심합니다.
두 번째 경우는 주변 사람 누구도 나를 챙겨줄 수 없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 몸이 중요하고 그러니 큰 병이 걸리거나 하지 않도록 평소에도 조심하고 미리미리 챙겨야 한다고 믿는 내담자입니다. 앞의 경우와 반대로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별로 없으며 가족 친지들마저도 냉담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내담자를 챙기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경우를 어떻게 구분할까요? 당연히 전자의 경우가 임상적으로 더 흔히 볼 수 있으며 신체화 증상 호소를 동반하는 일이 많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신체화 증상 호소가 드뭅니다. MMPI-2에서 신체증상호소, 신체화 장애 척도가 상승하지 않으며 SCT에서도 건강에 대한 염려는 보고되는 반면 통증을 비롯한 신체 증상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로샤 검사에서도 AN 반응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히려 TCI에서 위험회피기질이 상승하거나 MMPI-2에서도 불안 수준이 높은데 비해(특성 불안, 상태 불안 모두 상승) 일반적인 건강 염려 소척도만 단독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장완성검사의 내용도 미래에 대한 불안, 혼자 외롭게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보고하는 빈도가 높고요.
상담 장면에서도 첫 번째 경우는 끊임없이 상담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경우는 신체 증상을 그다지 호소하지 않으며 설사 신체 증상이 있다고 해도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trust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상담자가 자신을 지지할 것이 확실한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testing하려 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경우는 내담자가 호소하는 신체 증상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신체 증상으로 얻게 되는 이차적 이득을 탐색하고 이를 건강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낫습니다. 반면에 두 번째 경우는 내담자의 건강 염려에 일부러라도 초점을 맞추고 무조건적인 수용과 공감적인 경청,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두 번째 경우의 내담자는 아무도 자신의 걱정과 염려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상담자 또한 그럴 것으로 생각하기에 초기에는 상담자의 의도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동일한 Illness Anxiety Disorder 내담자라고 해도 양상에 따라 초기 접근법이 정반대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양상의 내담자인지 심리평가 결과를 통해 어느 정도 규명하고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달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전자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후자의 경우는 드문 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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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임상에서 수련을 마치고 상담 영역으로 처음 넘어와서(?)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던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문장완성검사(SCT)의 내용을 일일이 타이핑해서 정리하는 거였습니다.
상담 내용을 녹음한 verbatim을 축어록으로 푸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임상 심리학 분야에서는 아무도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타이핑하지 않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고 다른 한 편으로는 '도대체 저런 짓을 왜~'하는 당혹감이 들었죠.
어쨌든 저는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타이핑 해서 정리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정확도가 떨어진다
: 보통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은 '개인', '성', '가족', '대인 관계'의 네 가지 범주로 구분해 정리하는데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각 범주 안에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5~6개의 하위 범주가 더 있습니다. 문제는 이 범주에 따라 문항을 나누는 기준이 어떤 근거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죠. 센터마다, 기관마다, 학교마다 제각각입니다. 10년도 더 전부터 이 기준의 근거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있지만 대충이라도 제게 알려준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위에서 시킨대로, 과거에 해 오던 관례대로 구분한다는 답만 들었습니다(혹시 근거를 알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이 참에 제보 부탁합니다). 만약 과거 누군가(일종의 선구자)가 주먹구구식으로 나눈 기준을 지금까지 검증도 하지 않고 적용해 사용하고 있다면 엉터리로 내용 분석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실제로 수많은 버젼이 존재하는 청소년용 문장완성검사는 말 할 것도 없고 어느 정도 50문항 버젼으로 통일된 성인용 문장완성검사도 가이던스에서 판매하는 것과 시중에서 흔히 복사해서 사용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문항의 내용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기준도 사람마다 제 각각, 사용하는 문장 완성 검사의 유형도 제 각각이므로 정확도가 높을 수가 없죠.
제 이야기가 믿기지 않는 분들은 다른 기관에서 일하는 동기나 선배에게 연락해서 그 기관의 내용 분석 틀을 구해보세요. 동일한 종류의 문장 완성 검사 문항조차도 미묘하게 다른 범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아실 수 있을 겁니다.
2. 정성적 자료가 누락된다
: 문장완성검사는 내용 분석만 할 수 있는 심리검사 도구가 아닙니다. 필압, 필압의 변화, 맞춤법, 띄어쓰기 등의 질적 분석도 내용 분석만큼 중요합니다. 오히려 우울 장애, 불안 장애, 학습 장애, ADHD, 지적 장애, 강박 장애 등의 병리적 문제를 변별하기 위해서는 내용 분석보다 질적 분석이 더 유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이핑을 하게 되면 질적 분석을 위한 정성적 자료가 몽땅 날아가게 됩니다. 꼼꼼한 평가자라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의 오류까지 그대로 옮길 수 있을테지만 아무래도 수검자가 직접 작성한 원자료의 정보가를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필압 같은 건 타이핑을 해서 옮길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3. 비효율적이다
: 그렇지 않아도 할 일이 많은 상담 분야에서 문장완성검사 내용의 타이핑은 업무량을 쓸데없이 가중시키는 일입니다. 축어록 풀랴, 가족력, 발달력 조사하랴, case formulation에 필요한 자료 모으는 것도 엄청난 일인데 거기에다 심리검사 자료까지 타이핑 하는 건 불필요한 시간 낭비입니다. 처음 타이핑한 자료를 보고 저는 제가 학부 때 강의 내용을 한자 섞어서 손으로 노트 필기한 뒤 제출하라고 했던 구닥다리 교수들 생각에 몸서리가 쳐지더군요. Siri와 대화하고 말로 동작 명령을 수행하는 시대에 이게 무슨 쓸데없는 짓입니까. 그럴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문장완성검사지를 20번 차근차근 정독하는 게 훨씬 더 낫습니다. 수검자의 입장에 서서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수검자의 의도가 눈에 들어오고 내용의 흐름이 보이게 됩니다. 그게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죠.
4. 기계적 분석이다
: 문장완성검사의 문항들은 각기 나름의 의도를 갖고 있고 당연히 정서를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문자완성검사에는 비슷한 내용의 문항이 반복되죠. 예를 들어 성인용 문장완성검사 50문항 version의 경우 2번 문항과 50번 문항에서 아버지에 대해 묻습니다. 그런데 수검자가 2번 문항에 답할 때 아버지에게 느끼는 감정과 문장완성검사를 거의 마친 마지막 문항에서 아버지에 대해 답할 때의 감정은 당연히 같을 수가 없습니다. 보통은 아버지에 대한 공감이나 측은지심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분노, 냉소, 거리감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죠. 이럴 때 아버지에 대한 문항을 한 곳에 모아놓으면 수검자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미적지근한 물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문장완성검사는 수검자의 눈높이에 맞춰 펄펄 뛰는 감정선을 따라 이해해야 진가를 발휘하는 대표적인 심리검사도구인데 이런 식으로 기계적으로 분석하면 안 됩니다.
문장완성검사 내용이 타이핑 된 자료를 볼 때마다 저는 온전한 사람을 조각조각 분해한 뒤 얼기설기 재조립한 프랑켄슈타인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모습을 대충 갖추고는 있지만 그건 진정한 인간과는 거리가 멀죠. 거기에는 수검자 본인의 생생한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문장 완성 검사의 내용을 타이핑하는 것에 대해 재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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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선별심리평가의 심리검사도구 구성하기 : TCI/JTCI와 MMPI-2/A 조합'이라는 글에서 SCT보다는 TCI/JTCI를 더 추천한다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TCI/JTCI의 장점을 중심으로 설명을 드렸는데요. 엄연히 SCT도 종합심리평가 도구 중 하나로 널리 사용되는 검사인데다 실제로 대부분의 임상, 상담 현장에서는 여전히 MMPI-2/A, SCT 조합으로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왜 SCT를 추천하지 않는지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해 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별심리평가를 할 때 SCT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표준화된 검사가 아니기 때문
: MMPI-2/A는 정식으로 표준화되어 도입된 검사인데 그와 짝을 이루는 문장완성검사는 표준화된 검사가 아닙니다. 우후죽순 격으로 손으로 만들었는지 발로 만들었는지 모르게 남발되는 청소년용 문장완성검사 뿐 아니라 그나마 통일되어 사용되는 50문항의 성인용 버전과 33문항의 아동용 버전도 표준화된 것이 아닙니다. 50문항으로 구성된 성인용 버전마저도 가이던스에서 나온 것과 복사해서 사용되는 것의 문항 구성이 약간 다를 정도입니다. 검사 도구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표준화된 해석 방식 또한 없으니 해석자의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납니다.
-> 물론 한국심리주식회사에서 표준화한 Forer의 문장완성검사 2가 있습니다만 100문항이라는 터무니없는 문항 수도 그렇고 한국심리주식회사는 제가 신뢰하지 않는 회사이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 수검자의 의도에 따라 조작이 쉽기 때문
: 타당도 척도를 통해 보고 신뢰도를 검증할 수 있는 MMPI-2/A와 함께 실시하기는 하지만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보면 수검자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특정 영역의 문항 내용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습니다. 수검자가 전반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이고 싶거나 반대로 엄청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이고 싶을 때에는 이러한 응답 경향성이 MMPI-2/A의 타당도 척도 분석을 통해 충분히 드러나겠지만 특정 영역에 대해서만 이런 의도를 갖고 있다면 타당도 척도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내용을 물어보는 문항에 대해서만 "그런 거 없음"이라고 답했다면 L, K. S 척도가 상승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특히 MMPI-2/A 결과가 clear하지 않게 나온 경우에는 해석이 더 어렵습니다. 물론 TCI를 실시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MMPI-2/A 결과와 상반되게 나온 문장완성검사 결과를 얻은 평가자는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 반투사 검사이기 때문
: 두 번째 이유와도 관련이 있는데 문장완성검사가 선별심리평가에서 널리 사용되는 심리검사도구로 채택된 이유 중 하나는 MMPI-2/A와 SCT 모두 자기보고형검사이면서 동시에 MMPI-2/A가 구조화된 검사인 반면 SCT는 투사법 검사이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문장완성검사는 엄밀히 따지면 로샤와 같은 완전투사검사가 아니라 특정한 내용에 대해서만 답을 요구하는 반투사 검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 이유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문항의 의도가 수검자에 의해 읽힐 수 있고 당연히 방어 기제가 작동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 방어 기제가 무엇인지를 읽지 못하는, SCT에 익숙하지 않은 평가자에 의해 오독될 위험성이 큰 것이죠.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저는 선별심리평가에서 SCT 사용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당장 저부터도 이미 MMPI-2/A, TCI/JTCI 조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현장에서는 MMPI-2/A, SCT 조합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문장완성검사의 이러한 한계 때문에 점점 이를 대체하는 TCI와 같은 검사의 사용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장에서 선별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들께서는 SCT를 계속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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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라면 상담자가 심리평가를 실시해야 할 일이 생기면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임상심리사에게 넘기거나 외부 기관의 임상심리학자에게 refer했겠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가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미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에 선별심리평가까지 그렇게 처리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미 MMPI-2/A, SCT 조합 또는 MMPI-2/A, TCI 조합의 선별심리평가는 대부분의 상담 현장에서 상담자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앞으로는 종합심리평가까지 상담자들이 해야 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상담에 도움이 될 정보를 끌어내기 위해 심리평가를 한 것 뿐이니 보고서 따위는 안 쓰고 그냥 말로 때울래'와 같은 접근이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원래 선별심리검사만 실시했어도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맞죠. 대충 말로 때우면 안 됩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심리평가에 응한 내담자를 기망하는 직무 태만 행위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상담자가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유의해야 할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봤습니다. 이 중 몇몇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이미 소개한 바 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각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1. Reason for Referrals(의뢰 사유) 작성 시 평가 의뢰 사유를 항상 염두에 둘 것
: 임상 전공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담 전공자들은 상담 의뢰 사유만 생각하기 때문에 심리평가 의뢰 사유를 별도로 상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기분이 너무 울적해서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눈물만 나오는 문제로 내방한 것이 상담 의뢰 사유라면 우울 장애 변별이 평가 의뢰 사유라고 할 수 있겠죠. 아예
의뢰 사유 영역을 작성할 때 상담 의뢰 사유와 평가 의뢰 사유를 구분해서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관련 포스팅 :
'상담 의뢰 사유와 심리평가 의뢰 사유를 구분할 것 : 상담자용'
2. 검사 sign으로 지지되지 않는 내용은 (절대로) 쓰지 말 것
: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 중 하나는 '소설처럼 (생동감있게) 쓰되 소설을 쓰지는 말 것'이라는 원칙입니다. 수검자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은 좋으나 사실이 아닌 평가자의 주관을 사실처럼 써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죠. 소설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철저히 심리검사 sign에 의해 지지되는지를 검증하면서 써야 합니다. 즉 앞서 든 예에서처럼 '수검자는 현재 우울한 정서 상태'라고 쓰려면 우울하다는 걸 지지하는 검사 sign을 찾아내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보고서에 기술하는지의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물론 초심자는 개별 검사 sign을 일일이 보고서에 명기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검자를 묘사하는 어떤 내용을 보고서에 썼을 때 이를 지지하는 해당 검사 sign을 말할 수 없다면 그 문구는 빼야 합니다. 평가자의 지나친 과잉 해석에서 비롯된 잘못된 결론일 수 있으니까요. 명심하세요. 검사 sign으로 지지되지 않는 문구는 쓰지 않는 게 옳습니다. 그러니 상담 전공자는 임상 전공자보다 심리검사 도구와 검사 sign에 대한 공부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죠.
3. '빼는 방식'이 아닌 '넣는 방식'으로 쓸 것
: 상담 전공자가 심리평가보고서를 망치는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각 심리검사 결과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추려냅니다. MMPI-2/A에서는 68 또는 70T가 넘는 지표, 로샤에서는 별이 뜬 지표, 지능 검사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는 지표와 소검사 등등. 그 다음에는 각각의 해석집을 뒤져서 내용을 스크랩한 뒤 보고서의 해당 영역에 붙여 넣습니다. 그 다음에 자신의 수검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빼는 작업을 합니다. 문제는 일단 유의미한 결과라고 해서 몽땅 붙여 넣은 뒤에는 노력이 아깝게 여겨지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빼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그냥 모두 살리는 방향으로 가게 되고 실제 수검자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내용의 보고서가 됩니다.
무엇보다 빼는 방식의 보고서는 군더더기가 많고 지저분하며 자칫하면 앞뒤가 모순된 내용이 들어갈 위험성도 있습니다. 그저 분량이 많아서 내용이 충실해 보이는 착시 효과만 있을 뿐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는 넣는 방식으로 써야 합니다. 수검자를 기술할 내용을 하나 찾으면 해당되는 검사 sign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서 교차 검증을 해 보고 이를 통과한 내용만 넣어야 합니다. 당연히 이 방식은 처음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번거롭습니다. 다 써놓고 보면 분량이 적기 때문에 부실해 보이기도 하고 통 마음에 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수검자에게 정확히 적용할 수 있는 핵심 내용만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오류가 없고 심리치료나 상담을 할 때 시작점이 되는 핵심 문제가 담겨 있어서 곧바로 치료로 연결하기도 편합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좀 어렵더라도 처음부터 '빼는 방식'이 아닌 '넣는 방식'으로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 관련 포스팅 :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 : 빼지 말고 넣는 방식으로 쓸 것'
4. 상담이 이미 진행중인 내담자의 경우 상담 내용을 넣지 않도록 주의할 것
: 상담 현장도 점점 단기 상담으로 재편되면서 상담자에게 배정되기 이전부터 선별평가를 실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그래도 상담 도중에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상담자가 평가자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 거지요. 이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건
상담 동안에 형성되었던 내담자에 대한 인상과 가설을 심리평가 동안에는 잠시 덮어둬야 한다는 겁니다. 이 개인적인 주관과 선입견의 영향력은 의외로 심리검사 해석에 자신이 없는 상담자의 눈을 흐리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마땅한 검사 sign을 찾지 못하는 경우 상담한 내용에서 그 근거를 가져와 보고서에 대신 넣는 것이죠. 보고서를 읽다가 관련 근거를 대지 못하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다면 상담 내용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하고 그런 경우 원칙적으로 빼야 합니다. 상담 내용으로 수검자의 모든 문제를 알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애꿎은 내담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강요한 꼴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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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 분위기가 단기 상담, 구조화된 상담 위주로 바뀌는 추세이기 때문에 덩달아 심리평가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물론 여건 상 종합심리평가를 하지는 못하고 MMPI-2/A, SCT 조합으로 구성한 선별심리평가 결과를 상담 전에 routine하게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담자를 배정받은 상담자는 자신과 상관없이 실시된 선별심리평가 결과를 손에 쥐고 상담을 시작하게 되는데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심리검사 실시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이 때 주로 활용하는 검사는 HTP이며 심리검사에 익숙한 상담자의 경우 로샤, TAT 등을 추가로 실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로샤 검사의 경우 Exner 방식의 구조적 요약 해석에 익숙한 상담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반응과 inquiry에 입각한 내용 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해석합니다.
문제는
비구조화된 검사 결과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가설을 설정, 검증, 채택/기각하는 과정 대신 배경 정보나 상담 내용 등과 일치하는 내용만 선택적으로 활용하게 되어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상담자가 맥락 정보를 다루는데 익숙해질 수 밖에 없는 훈련 과정 때문인데 선입견과 편향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구조화된 검사 활용에 치중할 필요가 있고 특히 구조화된 검사의 대표격인 MMPI-2/A의 결과 해석 공부에 주력해야 합니다.
투사법 검사를 공부하는 것, 특히 로샤의 구조적 요약 해석을 공부하는 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만큼 객관적인 검사의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숙지하는 것도 상담자에게는 중요하다는 점을 아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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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완성검사는 종합심리평가(Full Battery) 뿐 아니라 선별심리평가를 할 때에도 MMPI-2/A와 조합으로 사용될 만큼 활용 빈도가 높은 심리검사도구입니다.
완전한 형태의 투사법 검사는 아니지만 자기 보고형 검사로 사용할 수 있어 대면 검사 시간과 평가자의 심리적 부담을 모두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심리평가 대상에 따라 성인용, 청소년용, 아동용으로 나눌 수 있으며,
성인용은 '한국 가이던스'에서 나온 상업용 버전(50문항)과 50번째 문항이 '나의 능력은~'으로 시작되는 버전이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몇 가지 변형된 버전이 존재하지만 거의 이 두 가지 버전으로 통일된 상태이며 다른 버전의 성인용 문장완성검사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두 번째 버전은 월덴 3의 자료실에서도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성인용 문장완성검사를 다운로드 받으실 분은
클릭!
아동용 버전은 마지막 문항이 '내가 만일 동물로 변할 수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33문항 버전이 가장 많이 사용되며 역시 이 버전으로 통일된 분위기입니다. 다른 버전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있다 하더라도 워낙 조악한 형태라 이 버전과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아동용 문장완성검사도 월덴 3 자료실에 있습니다. 아동용 문장완성검사를 다운로드 받으실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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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청소년용 버전인데 33, 37, 38, 40, 42, 47, 50, 100문항에 이르기까지 변형된 버전이 다수 존재합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내용이 엉터리라서 문제입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제작자의 주관이 개입된 문항이 많고, 특정 반응을 유도하는 문항이 포함된 버전도 많습니다. 게다가 내용분석을 할 때 흔히 사용되는 네 가지 영역으로 분류하기 애매한 문항들이 섞여 있어서 평가자의 골머리를 썩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청소년용 버전을 과감히 포기하고 초등학생까지는 아동용 버전을, 중학생 이후로는 성인용 버전을 사용합니다. 중학생에게 성인용 버전을 사용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성'에 대해 묻는 2문항 정도인데 해당 사항이 없거나 불편한 건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고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거친 후 실시하게 하면 거부감 없이 작성합니다.
지적 장애가 의심되거나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해 성인용 버전을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아동용 버전을 사용하면 됩니다.
청소년에게 딱 들어맞는 버전이 새롭게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에 아동용과 성인용을 청소년에게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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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병원 장면에서는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변별 진단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은데다 증상이 심각한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그렇죠.
그런데 상담 장면에서는 처음부터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할 정도의 심각한 내담자가 아직까지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죠(물론 앞으로는 점차 양상이 바뀔 겁니다).
이런 경우 종합심리평가 대신 선별심리평가를 먼저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종합심리평가의 나머지 검사를 실시하거나 선별심리평가만으로 검사를 종결하기도 합니다.
대개의 선별심리평가는 검사의 편이성과 비용, 양쪽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 보고형 검사도구를 주로 사용하죠.
지금까지는 MMPI-2/A, SCT가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도구였습니다. 둘 다 자기 보고형 검사라서 내담자가 집에서 미리 해 올 수가 있고 비용도 저렴한 편이니까요.
그런데 상담 장면에서는 임상적인 문제 뿐 아니라 대인 관계 갈등이나 역동적인 문제가 궁금한 경우가 많고 성격적인 양상을 살펴보고 싶은 내담자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별심리평가 도구 중 하나로 TCI/JTCI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문장완성검사(SCT) 대신 TCI/JTCI와 MMPI-2/A 조합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둘 다 상용화된 검사 도구라서 내담자에게 검사 실시에 대한 orientation을 할 때도 편하고 둘 다 결과 프로파일이 산출되는데다, 무엇보다도 TCI/JTCI는 기질과 성격을, MMPI-2/A는 심리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궁합이 잘 맞습니다.
문장완성검사도 내면의 역동을 잘 보여주는 검사이기는 하지만 네 가지 영역의 내용 분석 범주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해석 기준이 없는 반 투사검사라서 경험이 많고 내공이 쌓인 평가자가 아니라면 해석하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죠.
그래서 TCI/JTCI와 MMPI-2/A를 선별심리평가에서 우선 활용하고 그 결과에 따라 문장완성검사를 포함한 나머지 검사를 추가하는 방식을 추천 드립니다.
몇 번만 사용해 보시면 제가 추천하는 이유를 금방 아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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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4일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입니다.
이날 강의는 8시간 Full-Day Workshop이었는데 오전 4시간에는 MMPI-2/A, SCT를 중심으로 한 심리평가의 해석 및 적용에 대해 다루었고,
오후 4시간 동안에는 심리평가의 실시 및 보고서 작성법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MMPI-2/A, SCT를 활용한 선별평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월덴 3에서도 몇 차례 소개하고 다양한 버전의 자료도 올려드렸지만 심리검사 실시 및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에 대해 정리한 자료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심리평가의 이해
2. 심리검사의 실시(검사 전, 중, 후)
3.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4. 심리평가보고서의 내용
5. 해석 상담 및 보관, 제공
포함되어 있는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종합심리평가란
* 종합심리평가의 대안?
*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상담자가 명심할 점
* 정보 확인 : 검사 전
* 가설을 세우는 이유 : 검사 전
* 가설 설정 시 점검 사항 : 검사 전
* 그래도 가설 설정이 어렵다고? : 검사 전
* 검사 전 준비 : 검사 전
* 검사 전 준비물 : 검사 전
* 검사실 준비 : 검사 전
* 검사실의 물리적 환경 : 검사 전
* 검사실 집기 : 검사 전
* 검사 중 행동 관찰 : 검사 중(대면 검사)
* 검사 순서 : 검사 중(대면 검사)
* 부모가 아동/청소년을 관찰, 평정하는 검사
* MMPI-2/A의 직관적 이해
* 자살 위험성 평가
* S척도 상승의 의미
* SCT
* BGT
* 지능 검사
* HTP, KFD
* 로샤
* 검사 중 호칭 : 검사 중(대면 검사)
* 검사 후 면담 : 검사 후
* 면담 시 염두에 두어야 할 요점 : 검사 후
* '왜 지금 오셨나' 질문의 중요성 : 검사 후
*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목적
*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의 대원칙
*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의 세부 원칙
* 현장에 따른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 제공 대상에 따른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검사 sign 선별 단계
* 그래도 어렵다면 '의외성'에 주목하자
* 개인 정보
* 의뢰 사유(Reasons for Referral)
* 실시한 검사(Administered Tests)
* 행동 관찰(Behavioral Observation)
* 검사 결과 기술의 일반 원칙
* 인지 기능(Cognitive Functioning) 기술 순서
* 지각 & 사고
* 성격 & 정서(Personality & Emotion)
* 요약 및 제언(Summary & Recommendation)
* 작성자의 확인
* 해석 상담
* 심리평가, 보고서, 해석 상담은 한 세트
* 심리평가보고서의 제공
* 심리평가보고서의 전송
* 심리평가보고서 및 원자료의 보관
오전 강의와 연결하기 위해 자료의 앞부분이 살짝 중복됩니다만 중복되는 부분이 많지는 않습니다.
원래는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만 다루려고 했습니다만 준비를 하다 보니 결국 검사 전, 중, 후에 챙겨야 할 내용 뿐 아니라 최종 결과물인 심리평가보고서의 제공, 전송, 자료 보관까지 다룰 수 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슬라이드의 양이 생각보다 많아졌습니다.
아래는 같은 날 오전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자료입니다. MMPI-2/A와 SCT를 중심으로 한 심리평가 해석에 대한 자료는 몇 차례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이 자료가 가장 comprehensive한 겁니다. 임상심리평가에 대한 이론적인 소개나 심리평가의 활용 부분을 빼고 순수하게 MMPI-2/A, SCT에 대해서만 다룬 약식 버전을 원하는 분들은
'심리검사 결과의 해석 : MMPI-2/A & SCT를 중심으로(아동/청소년용)' 포스팅에 링크된 자료를 다운로드 받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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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에 있는
'[발표자료] 심리 검사 결과의 해석 : MMPI-2/A & SCT를 중심으로(아동/청소년용)' 자료를 업데이트하였습니다.
내용이 많이 바뀐 것은 아니고 강조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선별해서 사용하실 수 있도록 새로운 version을 업로드하였습니다. 임상심리평가의 이론적인 부분과 활용 부분이 빠진 대신 MMPI-2/A의 내용을 보강한 version을 추가하였습니다.
comprehensive한 걸 원하시는 분은 기존의 자료를 사용하시면 되고, compact한 걸 원하시는 분은 추가한 자료를 다운로드받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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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분위기가 점차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임상현장이라면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MMPI-2/A와 SCT를 갖고 일단 선별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담을 진행할 지, 병원 등에 의뢰해 종합심리평가를 추가로 실시할 지 결정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MMPI-2 결과 해석에서 자살 사고 척도(DEP4)만 유의미한 수준까지 상승하면 이 수검자의 자살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죠.
임상 척도, 재구성 임상 척도 뿐 아니라 DEP 내용 척도와 4개의 관련 소척도가 모두 상승했다면 해석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간혹 임상 척도, 재구성 임상 척도, DEP 내용 척도, DEP4를 제외한 나머지 3척도 모두에서 의미있는 상승이 관찰되지 않을 때가 꽤 많습니다. 그러니까 자살 사고(Suicidal Ideation)를 반영하는 DEP4만 상승한거죠.
그런데 자살 사고 척도가 상승했다고 무조건 자살 위험성이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왜냐햐면 최근에 자살을 생각한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죽겠다고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죽고 싶을만큼 괴롭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살 사고 척도가 상승한 수검자를 그냥 내비둬도 상관없냐 하면 그건 아니죠.
그래서 자살 사고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기준점 65T,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70T)까지 상승했을 때 함께 뜨면 자살 시도 가능성을 높이는 내용 소척도 몇 개를 정리해 봤습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각 소척도들이 포함된 내용 척도의 다른 소척도는 유의미하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폭발적 행동(ANG1)은 의미있는 수준까지 상승해야 하고 성마름(ANG2)은 상승하지 않아야 조합 해석이 가능합니다.
* 폭발적 행동(ANG1)
* 염세적 신념(CYN1)
* 반사회적 행동(ASP2)
폭발적 행동(ANG1) 척도는 용어 그대로 폭발적 행동과 발끈하는 성질을 측정하기 때문에 함께 상승하면 충동적 자살 시도 위험성을 증가시킵니다. 손목을 긋는 등의 방식은 덜 위험하지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달리는 차에 뛰어드는 등의 치명도(fatality)가 높은 방식을 택하는 경우 자살 성공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위험하죠.
염세적 신념(CYN1)은 사실 저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상승 조합입니다. 왜냐하면 이 척도가 측정하는 건 다른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믿고 자신의 복리에만 관심이 있다는 내용이라서 오히려 자살 위험성을 낮출 것 같거든요. 하지만 경험적으로 CYN 내용 척도에서 대인적 의심(CYN2)가 의미없고 염세적 신념 척도만 상승했을 경우는 자살 위험성이 현저히 높아지는 걸 자주 봤기에 일단 주의하며 보자는 척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척도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나 지지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상승 관계가 생기지 않았을까 추론하고 있습니다.
반사회적 행동(ASP2)은 반사회적 행동이나 법적 문제, 물질 남용 문제 유무를 측정하는 내용 소척도지만 경험적으로 이 척도 역시 상승하면 자살 시도 가능성을 증가시킵니다. 아마도 성을 잘 내고 충동적이고 쉽게 분개하는 특성을 측정하기 때문에 동반 상승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리해 보면 자살 사고(DEP4)척도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상승하였을 때 폭발적 행동(ANG1), 염세적 신념(CYN1), 반사회적 행동(ASP2) 소척도가 모두 상승되어 있다면 충동적인 자살 시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셔야 하고 좀 더 깊은 수준의 자살 위험성 평가를 하셔야 합니다.
이런 조합 해석 시 먼저 충족되어야 할 조건으로는,
1. 우울 장애 등 자살 위험성이 높은 전형적인 주요 장애가 아니어야 함
2. 위에서 언급한 4개의 내용 모척도와 다른 하위 내용 소척도가 모두 의미있는 수준으로 상승하지 않아야 함
덧. 이 포스팅은 내용 소척도만을 이용해 '비전형적인 자살 위험성'을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성격 병리 척도 중 DISC의 상승도 충동적인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척도이니 염두에 두고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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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검사를 실시하다보면 유독 HTP, 로샤와 같은 비구조화된 검사(SCT도 일부 포함)에서 제대로 반응을 못하고 억제하는 수검자를 만나게 됩니다.
검사 시작 전부터 긴장되어 보이는데다 검사자와 눈도 잘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위축되어 있거나 혹은 평가 불안이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검사에 들어가는데 이게 웬일? 지능 검사 같은 구조화된 검사에서는 그런 반응 억제가 나타나지 않는데다 가끔은 오히려 경쟁적으로 더 열심히 하는 수검자도 있죠.
특히 지능도 양호한 수준인 경우라면 낮은 지능이나 평가 불안에 의한 수행 저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비구조화 심리검사에서 반응 억제가 나타나는 수검자에게는 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걸까요?
몇 가지 가능성을 가설로 염두에 두고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rigidity 문제인데요. 틀에 박힌 생활에 젖어 있고 실패를 두려워 해 문제가 될 만한 낌새가 느껴지는 상황 자체를 피하면서 살아온 회피적인 수검자의 경우 연상에 의해 다양한 반응이 가능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합니다. 인지 구조가 너무 rigid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구조화 심리검사에서 얼어붙는(freezing)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그나마 순수한 rigidity 문제라면 괜찮은데 두 번째 가능성과 결합되어 있는 문제라면 좀 심각합니다.
넓게 보면 애착 문제와도 관련이 있겠습니다만 가정 불화가 있는 가정에서 양 부모가 서로 아이를 맡지 않으려고 toss한 경우, 즉 굉장히 불확실한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적응하며 살아온 아이는 답이나 결과가 분명하지 않은 것에는 철저히 반응 억제하는 것을 유일한 대처 방법으로 고집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틀릴지언정 확실하지 않은 것은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것이죠. 그래야 중간이라도 가고 실패해서 버려질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양 부모가 서로에게 양육을 toss하는 환경에서 자란 자녀가 rigid한 사고 및 행동 패턴을 내재화하게 되면 구조화된 심리검사와 비구조화된 심리검사의 반응 패턴이 극명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reference는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각자 검증해 봐야 합니다만 구조화된 심리검사에 비해 비구조화된 심리검사에서 현저한 반응 억제가 나타나는 경우 성장 환경을 체크해 보시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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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동/청소년 심리평가를 할 때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수검 아동/청소년의 부모 모두 MMPI-2와 SCT와 같은 자기 보고형 검사지를 작성토록 하는 겁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많은 기관에서 부모 심리검사를 생략하거나 실시한다고 해도 엄마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엄마만큼 아빠도 아동/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거든요. 부모, 특히 아빠에 대한 정보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책은 이러한 제 평소 소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여실히 증명해 주는 책입니다. 누다심 심리학 아카데미로 유명한 심리학 전도사 강현식 선생님이 쓰셨고요. 그동안 꽤 많은 책을 내셨는데 사실 이 책이 제가 읽은 이분의 첫 책입니다. 심리학 대중화를 위해 애쓰는 분이라 독자 대상이 일반인이겠거니하고 생각해서 그동안 굳이 찾아서 읽어볼 마음을 먹지 않았는데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선물로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으로 기대 이상의 책이고 일반인 뿐 아니라 임상/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 임상가들도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특히 예비 아빠를 포함해 아빠 역할을 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이 책은 자녀 양육은 생물학적, 심리학적, 또는 그 어떤 이유에서든 엄마가 하는 것이 맞고,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엄마가 잘못 키워서 그런 것이라는 일반 대중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편견이자 고정관념이라는 전복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생계를 부양하고 엄마는 자녀를 양육한다는 이분법적 구도는 산업화 때문에 생겨난 20세기 패러다임이고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패러다임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죠.
무엇보다도 대다수의 아빠들이 양육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는 건 생물학적으로 부족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단지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아빠는 준비된 양육자이며 오히려 엄마보다 자녀에게 더 큰 영향(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이고 게다가 자녀 양육을 통해 아빠 자신도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반인들을 위해 쓴 책임에도 이 책은 1960년대에서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논리를 전개합니다. 당연히 참고 문헌을 나중에라도 찾아볼 수 있도록 책 뒤에 싣고 있고요.
제가 읽으면서 인상깊게 생각했던 내용을 아래에 정리해 두었으니 일단 그걸 읽어보시면 강현식 선생님이 이 책을 통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쓴 책임에도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읽히는데다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편한 책입니다. 글을 참 읽기 쉽게 쓰시네요. 즐겁고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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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아빠가 자녀 양육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저 아이와 행복하고 즐겁게 함께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남편의 호르몬은 아내의 출산이 아닌, 아내의 호르몬에 따라 변화한다. 이는 남편이 아내를 통해 임신과 출산을 간접적이지만 실제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 태교는 아이에게 좋은 성격과 똑똑한 머리를 준비시키는 일종의 선행학습이 아니라 '부부'를 '부모'로 준비시키는 예비교육인 셈이다.
* 20세기 대부분 동안 행동과학 분야에서는 아빠를 연구 대상에서 배제함으로써 연구 자체가 드물었다.
* 자녀를 돌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성별이 아니다. 부모 자체의 특성이다.
* 아빠가 친부이든 계부이든, 인종이 어떠하든지 상관없이 아빠가 양육에 많이 참여할수록 자녀의 문제행동은 낮은 경향을 보였다.
* 비행 청소년이 경험했던 아빠와의 분리는 물리적이고 신체적이기보다는 심리적인 측면, 즉 아빠로부터 거절당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 자녀의 정신병리 중 겉으로 드러나는 외현화 문제(ADHD, 품행장애, 비행 등)가 심리적으로 겪는 내현화 문제(우울, 불안 등)보다 아빠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 자존감은 아빠와의 친밀감과는 상관이 없었고, 엄마와의 친밀감과 상관이 있었다. 아이들의 자존감은 어린 시절 타인의 반응에 근거한다. 따라서 자존감은 아이에게 칭찬하거나 혼을 냈던 엄마, 그리고 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던 엄마의 영향일 수 있다.
* 집에 와서 잠만 자는 아빠들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예 집을 떠나버린 아빠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 아이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자녀 양육에 관심이 없는 아빠라면 오히려 집에 없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 http://walden3.kr/1932 참고
* 아빠 양육의 양적 측면이 아닌 질적 측면이 자녀의 적응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즉 함께 보낸 시간의 양이 아니라 어떻게 보냈는지의 질이 더 중요하다.
* 엄마가 직장에 나감으로써 야기되는 자녀에 대한 시간적 소홀함은 아동 발달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 3~5세 아동은 부모가 자신 때문에 이혼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그 이상 연령의 아동들은 부모의 성격차이 같은 요인이 이혼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 부부 관계는 엄마-아이 관계보다 아빠-아이 관계에 더 체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아빠와 달리 엄마는 부부 관계에서 부정적 변화를 경험할수록 아이에게 보다 긍정적이 되며, 아이 역시 긍정적으로 엄마에게 반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엄마가 아빠의 부정적 영향력을 상쇄하고자 보상적으로 아이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 엄마가 아빠의 양육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할수록, 아빠의 양육 참여에 대해서 만족할수록 아빠들의 양육 참여가 높았다. -> 이거 중요!
* 아빠의 따뜻함은 자녀의 가치관 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엄마의 따뜻함은 자녀를 가족의 의사결정에 보다 많이 참여하게 만듦으로 자녀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아이들이 어릴수록 부모의 싸움으로 인해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으며, 아이들 앞에서 싸웠다면 아이들 앞에서 화해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 http://walden3.kr/2492 참고
* 아빠가 아들과 따뜻하고 온화한 관계를 맺을수록 그들의 문화가 가지는 표준적인 성역할에 순응하게 된다.
* 아빠가 양육에 참여할수록 아들의 인지적 능력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여자 아이들은 전체적으로나, 사회계층별로 구분했을 때 관계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 품행 장애 아동 중 아들은 아빠와, 딸은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 말러는 대략 만 2세가 되어야 유아가 한 인격체로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폭식증을 경험하는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어린 시절 아빠에게서 거절(특히 방임과 거부)을 당했다고 더 크게 지각하고 있었다.
* 부부 갈등이 발생했을 때 아들은 부모 모두에게 느끼는 친밀감이 낮아지지만, 딸의 경우는 이런 경향이 엄마보다는 아빠에 대해 더 많이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부부 갈등으로 아빠-딸의 관계는 심하게 손상되기 쉽지만 엄마-딸의 관계는 회복되기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 중요한 것은 '활동'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하는 것' 그 자체다. -> 이거 중요!
* 남편으로서나 아빠로서 만족한다면, 직장에서 만족하지 않아도 심리적 어려움을 상당히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으로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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