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제가 버마 여행을 하면서 느꼈거나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한 내용입니다. 2주 동안 여행을 했다고는 하나 현지에서 오래 산 것도 아니고 그저 스쳐지나가는 여행자의 주관적인 시각으로 본 것을 정리한 것 뿐이니 버마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음식
: 지금까지 여행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음식 중 가장 친숙한 맛이었습니다. 짜거나 지나치게 맵지 않으면서도 담백한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고수가 들어간 음식도 향이 강하지 않아 그다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우리나라 한상차림 같은 백반 같은 음식이 있는데다 꼭 나물 반찬 같은 음식도 많습니다. 특히 샨족 반찬 중에 우리나라 김치 같은 음식도 있어서 우리나라 멸치국수에 김치 얹어 먹듯이 샨족 국수(샨 누들이라고 부르는)와 함께 먹을 때 궁합이 정말 잘 맞았습니다. 버마 여행을 하면서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버마도 불교 국가이기 때문에 채식 인구가 많아서인지 어디를 가도 vegetarian 옵션이 있고 채식 전문 식당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대만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채식인들이 여행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 종교
: 거의 90%에 이르는 국민들이 불교 신자라고 하니 가히 독실한 불교 국가(개인적인 수행을 강조하는 소승불교)라고 불러도 되겠지만 제가 볼 때는 글쎄요. 그들의 신앙심이야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지만 소위 '낫'이라고 부르는 토착 신앙도 믿고 사당마다 지폐를 주렁주렁 걸어놓은 것도 그렇고 불상에 금박을 덕지덕지 붙이는 모습도 그렇고 사원마다 커다란 시주함을 여기저기 배치해놓고 시주를 독려하는 걸 보면 제게는 거의 기복신앙처럼 보였습니다. 종교에 대한 제 편견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수 있으니 여행가시는 분들은 직접 보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 버마 사람들
: 뭐랄까요. 처음에는 표정이 별로 없으면서도 빤히 쳐다보는 모습에 속을 잘 알 수 없었지만 먼저 인사를 하거나 무엇을 물어보면 금방 환하게 웃으면서 친절 모드로 바뀝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아직 많이 개방되지 않은 나라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선량하고 때가 묻지 않은 느낌입니다. 먼저 다가와서 친절을 베푸는 살가움은 없지만 은근히 낯가림이 심한 저로서는 그게 더 편하고 좋았습니다. 물론 양곤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민족이 섞여 살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만달레이나 바간, 인레 쪽으로 나가면 선량하다는 제 말이 어떤 느낌인지 대번에 와 닿으실 겁니다. 여행 중에 사기 당할까, 호객 당할까 긴장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호객을 해도 질척거리지 않으며 거절하면 쿨하게 물러납니다.
* 인터넷 환경
: 제가 묵은 숙소가 대부분 고가의 숙소여서 그랬는지는 몰라서 숙소 내 무선 인터넷 환경은 괜찮은 편입니다. 물론 넷플릭스 동영상 재생과 게임을 두 개의 기기로 한꺼번에 하면 속도 저하가 확 느껴지는 수준이지만 간단한 검색이나 블로그 서핑 등을 하는데는 별 지장이 없었습니다. 시내에서도 대부분의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에서는 무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고 양곤에서는 백화점 등에서도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길을 다닐 때는 포켓 와이파이나 유심칩을 사용해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게 빠르고 편리합니다. 저는 '도시락' 와이파이를 신청해서 갖고 다니면서 구글맵이나 '해피 카우' 같은 비건 레스토랑 앱을 사용했습니다.
* 치안
: 론플에서도 소개되어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안전한 수준입니다. 여성 혼자서 여행을 다녀도 염려할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전력 사정이 좋지 못해 밤길이 좀 어둡다는 걸 제외하면 사람을 두려워할 일이 없어서 여행 내내 편안한 마음으로 다녔습니다. 소매치기나 기타 강도 등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 환전
: 버마 여행 중 가장 불편했던 부분이 바로 환전인데 현지에서 사용하는 '짯'으로 바꾸려면 100불짜리 미화 신권을 가져가야 합니다. 아무리 깨끗한 돈이라도 구겨지거나 접힌 흔적이 있으면 환전을 거절당할 수 있고 제 경우는 완전히 빳빳한 새돈인데도 발행년도가 2016년이라고 환율을 1불 당 50짯이나 덜 쳐줬습니다(영어도 안 되는데 욕 할 뻔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호텔에 묵으면서 아예 달러로 결제를 하거나 한국에서 떠날 때 완전 빳빳한 100불 신권으로만 가져가셔야 손해보거나 거절당하지 않고 환전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내의 사설환전소가 까다롭고 양곤 시내의 은행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 이 점도 참고하시고요.
* 동물
: 선진국을 가면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견주를 흔히 볼 수 있지만 버마에서는 반려동물의 개념이 별로 없는 것 같고 그냥 같이 사는 느낌입니다. 거리에 개도 많고 고양이도 많고 사원 근처에는 원숭이, 까마귀, 다람쥐도 많지만 아무도 해코지 하지 않고 어디나 동물들이 먹을 수 있는 밥과 물을 준비해 놨더군요. 대부분의 동물들이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삽니다.
* 흡연
: 흡연은 자유로운 편이어서 길을 다니면 담배 연기를 완벽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실내는 대부분 금연이라서 우리나라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다닐 만 합니다.
* 교통 사정
: 만달레이, 바간, 인레처럼 지방 뿐 아니라 양곤에서도 교통 체계가 엉망입니다. 양곤의 경우는 워낙 차량과 오토바이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교통 신호가 보행 신호로 바뀌어도 좌우 회전 차량이 그대로 진입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좌우를 살피지 않고 길을 건너다가는 차에 치이기 쉽습니다. 또한 현지인들은 아주 넓은 도로가 아니면 교통신호 상관없이 그냥 길을 막 건너다니기 때문에 교통 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아주 많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양곤에서는 대부분 일방도로라서 차량의 흐름을 읽기 쉽다는 게 다행일 정도입니다. 양곤에서 특히 길 건너실 때 조심하세요.
* 전력 사정
: 아직 전력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지 양곤 같은 대도시에서도 정전이 잦은 편입니다. 실제로 여행 중 정전을 자주 경험했고 그 때마다 상점이나 레스토랑에서는 자체 발전기를 가동하는데 이런 발전기의 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한번 정전이 되면 시내 곳곳에서 발전기를 가동하는데 사용하는 기름 냄새와 소음으로 난장판이 됩니다.
* 의사 소통
: 저 같은 여행자들은 주로 관광지를 중심으로 돌아다니고 현지인과 대화를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의사 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문제는 영어를 좀 하는 현지인들도 발음이 아주 독특하기 때문에 알아듣기가 정말 힘듭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T발음과 R발음을 뭉개면서 발음하기 때문에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리만으로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단어 수준에서도 못 알아들은 적이 많아서 다시 확인해야 했습니다. 나름 큰 호텔의 리셉션에 있는 직원들도 대부분 그런 걸 보면 제 귀가 이상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보통 여행 초반에는 갑자기 영어를 알아들으려니 귀가 익숙하지 않아 그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버마 여행에서는 2주 내내 계속 귀를 쫑긋 세우고 긴장해서 들어야 했으니까요.
* 날씨
: 건기에는 비가 한방울도 안 내리는 것 같습니다. 2주를 여행하는 동안 비는 커녕 흐린 날 조차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버마 지도를 놓고 보면 양곤은 남부에 위치해서인지 낮 최고 기온이 33도까지 올라갔고 습도도 높아서 낮에 돌아다닐 때는 손풍기를 사용할 정도로 더웠습니다. 양곤 공항에 내리자마자 모기가 달려들더군요. 양곤에서는 모기 퇴치제와 전자 모기향이 필요하니 준비해가세요. 하지만 바간, 특히 고지대인 인레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져서 춥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기온차가 크니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여름에 여행하시더라도 긴팔옷과 바람막이 등을 잘 챙겨가셔야 합니다. 낮에는 햇볕이 강하니 선글래스와 모자, 썬크림도 꼭 가져가시고요.
* 신발
: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도 그렇지만 버마에서는 사원에 들어갈 때 예외없이 무조건 맨발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헐벗은 복장도 입장 불가입니다. 입구에서 '롱지'를 빌려주는 사원도 있지만 위생 상태를 보장할 수 없으니 여성분들은 그냥 바지나 긴 치마를 입으시는 게 마음 편합니다. 사원마다 다르지만 입구에 신발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을 두거나 유료로 맡기는 시설이 있는 곳도 있지만 가능하면 신발주머니를 하나 가져가서 자기 신발을 직접 들고 다니는 걸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버마 사원은 보통 동서남북으로 입구가 뚫려 있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다른 방향으로 나오게 되거든요. 그러면 신발을 맡긴 입구를 찾아서 다시 들어가야 합니다. 당해보면 아시겠지만 이거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신발은 플립플랍 같은 가볍고 쿠션이 있는 샌들 종류를 가져가시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사원 안에서는 맨발로 다녀야 하고 사원 밖에서는 오래 걸을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무거운 신발을 가져가는 게 의미없고 짐만 됩니다.
* 공항 발권
: 양곤 국제공항은 아니지만 지방 국내공항으로 가면 미리 종이에 리스트를 적어두었다가 본인임을 확인하고 출력해 둔 항공권을 나눠주는 방식이라서(단말기가 없습니다;;;) 그냥 e-ticket을 출력해서 가져가는 것이 확실한 방법입니다.
* 공기질
: 앱으로 검색해 봐도 지방은 공기질 측정을 하지 않는지 양곤을 벗어나면 공기질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는데 일부러 들고 간 휴대용 공기질 측정기로 다니면서 수시로 측정을 해 보니 양곤과 인레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만달레이와 바간은 보통 '나쁨' 수준이고 식사 준비를 위해 나무를 때는 지 아침, 저녁으로는 항상 '매우 나쁨'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셔야 하고 실제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금방 목이 칼칼해집니다. 지방은 포장도로도 많지 않고 건기에는 비도 내리지 않으니 공기가 좋을 수가 없습니다.
* 가난
: 동물에게도 먹을 것을 아끼지 않고 베푸는 버마 사람들이기에 가난하다고 해도 거지는 없을 것 같았는데 양곤을 벗어나 시골로 내려가면 길가에서 차가 지나갈 때마다 무기력하게 서 있으면서 손을 벌리고 구걸하는 사람들(대부분 노인들)이 많아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런 식으로 하루종일 서 있다고 해도 도움을 받을까 싶은데도 뽀빠산으로 가는 길에 제가 본 것만 줄잡아 수 백명은 되어 보였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빈곤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것 같습니다.
* 도로 사정
: 양곤 시내는 도로 포장이 잘 되어 있고 외곽 도로도 포장 도로가 꽤 많은 편입니다. 물론 아직 포장이 안 된 흙길도 많지만 계속 포장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서 앞으로 점점 도로 사정이 좋아질 겁니다. 다만 충격적인 건 도로 포장을 모두 사람 손으로 합니다. 롤러 정도를 제외하면 중장비가 전혀 없습니다. 흙과 자갈을 나르는 것, 아스팔트를 녹여서 섞는 것, 그걸 바르는 걸 모두 여성 노동자들의 손으로 직접 합니다. 독한 연기가 나는데도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도 꽤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 교통 수단
: 양곤을 비롯해 어느 곳에서건 호텔에서는 택시를 불러서 이동하는 게 가장 편리(대신 가장 비쌈)하고 길을 거닐 때에는 '툭툭'을 흥정해서 타는 게 여행자들이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입니다. 도시 간에는 시외 버스를 타면 되고(저는 그냥 국내 항공으로 이동했지만) 지하철이나 트램 등은 없습니다. 양곤에서는 시내 버스가 있지만 외곽 지역으로 나가면 픽업 트럭을 개조해서 짐칸에 사람이 차면 출발하는 현지인 전용 교통 수단이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여행자가 타기에는 의사 소통도 안 되고 무엇보다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이용을 말리고 싶습니다. 보통은 택시를 불러서 타거나 '툭툭'을 흥정해서 타고 다니게 되실 겁니다.
* 물가
: 예를 들어 외국인들이 주로 묵는 호텔 바로 옆의 레스토랑이나 바, 카페의 물가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지만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식당 등의 물가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쌉니다. 예를 들어 양곤 시내에서 우리나라 타임스퀘어 같은 '정션 시티' 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려면 우리나라와 똑같은 금액을 내야 하지만 현지인 식당에서 음식 3개, 밥 추가, 음료까지 모두 합쳐도 우리 돈으로 5천 원이면 먹을 수 있습니다. 배낭 여행자가 돈을 아껴서 여행하려고만 하면 굉장히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 버마입니다. 그야말로 돈 쓰기 나름인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위생
: 론플도 그렇고 한글판 가이드북도 그렇고, 버마를 다녀온 여행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길거리 음식을 조심하라는 겁니다. 딱 봐도 위생 상태가 아니올시다입니다. 다 먹은 그릇을 설거지할 때 구정물 수준의 물로 씻은 뒤 깨끗한 물로 헹구는 걸 한번도 못 봤습니다. 게다가 나름 비닐장갑을 끼고 과일을 만지는 행상도 그대로 돈을 주고 받은 뒤 다시 그 손으로 과일을 만집니다. 나중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버마의 지폐는 정말 더럽기 때문에 그 돈을 만진 손으로 음식을 만지는 걸 보면 있던 입맛도 뚝 떨어집니다. 론플에서는 카페에서도 찬 음료를 먹을 때 얼음을 빼라는 주문을 하라고 할 정도입니다. 얼음의 위생 상태도 믿을 수 없다는거지요. 현지인 식당을 가실 때에도 비교적 깨끗하고 평이 좋은 곳으로 가시고 길거리 음식은 아예 제외하는 게 안전합니다.
* 돈
: 예전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동전을 사용하지 않고 지폐만 사용합니다. 단위는 '짯'이고 환율은 제가 여행하던 당시 1,000 짯이 750~800 원 수준이었습니다. 지폐는 50, 100, 200, 500, 1,000, 2,000, 5,000, 10,000 짜리가 있습니다. 500 짯 이하는 주로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단위이고 외국인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폐는 1,000 짯 짜리입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만큼 많이 돌아다녀서인지 소액 지폐의 상태가 아주 좋지 않습니다.
* 시차
: 우리나라보다 2시간 30분 정도 느리기 때문에 시차 적응에 아주 유리합니다. 현지 시간으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시간인 7시나 8시 쯤이면 한국은 9시 30분이나 10시가 되기 때문에 슬슬 졸릴 시간이죠. 씻고 바로 자면 숙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6시나 7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지기 때문(한국 시간으로 8시 30분이나 9시이니)에 일찍 움직이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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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제 삶의 방식이 여행 스타일에도 묻어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누구나 하는 걸 가능한 한 피하는 편이라서 여행지를 선택할 때도 가능하면 사람이 없고 남들이 잘 안 가는 곳을 선택하곤 합니다.
동남아시아라고 하면 예전부터 많이들 찾는 태국이나 베트남, 필리핀도 있고 한 때 유행이었던 라오스도 있고 요새 조호바루로 뜨고 있는 말레이시아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버마(미얀마)를 동남아시아의 여행지로 고려하는 분들은 아직까지 많지 않은 것 같더군요. 그래서 더 가고 싶었습니다. 예전에 '꽃보다 청춘'으로 라오스가 망가지기 전에 다녀온 게 신의 한수였던 것처럼....
결과적으로 보면 버마를 선택지로 고려하고 계신 분들께는 최대한 서둘러서 빨리 다녀오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아직까지는 덜 망가졌거든요. 대한항공 직항편이 개설된데다 2018년 10월 1일부터 일년 동안 유지되던 비자 면제 정책이 연장되어 2020년 11월 30일까지는 별도의 비자 발급 없이 입국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지금까지 여행했던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동양인, 특히 중국인이 없는 나라여서 여행하기 쾌적했습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왜 그런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까지 의문입니다.
버마(바뀐 국호는 미얀마지만 저는 버마라고 부르고 싶어서 여행기 내내 버마라는 호칭을 쓸 겁니다)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로 우리나라의 3배 면적에 이릅니다. 인구도 6천만이 넘으니 우리나라보다 많습니다. 고대 왕조의 찬란한 문화 유산을 지금까지 잘 간직하고 있는데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거치면서 받은 영향도 만만치 않고 전 국민의 90%가 독실한 불교도인 소승 불교의 나라인만큼 불교 문화의 특징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 나라입니다. 거기에 각자의 언어와 문화적 전통을 잘 유지하며 살아가는 135개에 달하는 소수 민족의 영향도 만만치 않죠. 이유야 어쨌든 굉장히 매력적인 나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여행하면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같은 느낌도, 네팔의 바간 같은 느낌도, 태국의 방콕 같은 느낌도, 쿠바의 아바나 같은 느낌도 받았습니다. 꽤 복잡한 매력이 있는 나라였지요.
단체 투어도 그렇고 자유 여행도 그렇고 버마만 2주를 여행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을텐데 그래서 한층 여유롭게 양곤, 만달레이, 바간, 인레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버마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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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덴지기가 강추하면서 소개드린 바 있는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2004)'의 저자 아잔 브라흐마 스님이 7년 만에 쓰신 '성난 물소 놓아주기(The Art of Disappearing, 2011)'를 북 크로싱합니다.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가 일반인들을 위한 책이라면 이 책은 불교와 명상의 근원에 조금 더 다가간 듯한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제도 안내에 있는 내용대로 제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북 크로싱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북 크로싱 신청을 하시기 전에 반드시 경고 제도를 숙지하세요!
* 신청자 명단(2014년 11월 24일 22:21 현재)
- 류다님(독서 완료 & 보관 중) : 10월 31일(신청), 11월 3일(배송), 11월 5일(독서 시작), 11월 24일(독서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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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시작하면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도시 생활자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밖에서 음식을 사 먹게 되는 매식이 가장 힘듭니다. 그야말로 먹을 게 없는 상황을 자주 만나게 되죠.
바쁜 생활에 매번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채식인은 채식 전문 식당이나 채식 베이커리, 카페 등의 정보를 모으고 공유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아승지는 채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잘 알려진 사찰음식전문점으로 스님들이 드실 수 있는 음식만 팔기 때문에 불교에서 음욕과 화기를 불러 일으킨다고 해서 금하는 향신료인 오신채(
마늘·파·부추·달래·흥거)와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습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음식점이라기보다는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매장처럼 보입니다. 물론 친환경식품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아승지'는 한량없는 끝없이 많은 수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무량대수라고 할 수 있겠죠.
사진의 홈페이지 주소로는 접속이 되지 않습니다. www.aseungji.co.kr로 접속하셔야 합니다.
아승지의 가장 큰 단점은 평일(토, 일 휴무. 공휴일은 영업을 안 한다고 함) 12시에서 3시까지만 영업을 하며 그것도 예약 손님만 받는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직장인들은 맛 보기도 어렵다는 말씀. ㅠ.ㅠ
예전에 리뷰한 블로그들을 보면 점심 정식의 가격이 12,000원이었는데 언제 올랐는지 요새는 15,000원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메뉴는 일체 없습니다. 아마도 예약 손님만 한정해서 받는 이유는 제철 음식으로만 상을 차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부 전경으로 평범합니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데 칸막이가 있어서 일행끼리 조용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사찰 음식을 드시러 온 수녀님이 보이네요. 생경하지만 왠지 훈훈합니다. ^^
예전에는 뷔페식이었다는데 코스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나중에 식사를 할 때에만 차려진 상에서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게 해 놨습니다. 지금까지 세 번을 갔는데 세 번 다 나오는 음식의 종류가 꽤 많이 다르더군요.
아래 음식 사진은 올 7월에 갔을 때 찍어 놓은 것들입니다.
자리에 앉으면 민들레 뿌리 끓인 물을 가져다 줍니다. 쌉쌀하고 맑은 맛입니다.
흑임자죽입니다. 보기에는 좀 거시기하지만 고소합니다. 양이 좀 많은 것이 흠이라면 흠...
재료가 묵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겨자 소스를 새콤하게 만들어서 뿌렸는데 이 때에는 좀 매웠습니다. 다음에 가서 먹을 때에는 괜찮았고요.
유부초밥과 각종 버섯구이입니다. 간간하고 맛있습니다. 버섯향이 좋더군요.
새싹 샐러드가 좀 나중에 나왔습니다. 사과 뿐 아니라 견과류가 많이 뿌려져 있어 몸에도 좋겠지요?
모밀메밀(모밀은 고어이고 메밀이 표준어라는 제보를 받았습니다)국수입니다. 양이 많아 보이지만 2인분이니까요. 자극적이지 않고 깊은 맛이 납니다.
연잎에 싼 연잎밥입니다. 촛점이 잘 안 맞아서 흐립니다. 죄송~
들깨 미역국입니다. 그야말로 구수합니다.
더덕생채입니다. 아삭하는 식감도 일품이지만 뭐에 무쳤는지 느끼하지도 않고 고소하니 맛있습니다. 그날 먹은 것 중 백미~
요리는 다 나왔고 식사는 음식점 한 켠에 마련된 식사 코너에서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으면 됩니다. 장아찌가 다섯 종류 준비되어 있습니다. 경고문(?)대로 정말 짭니다.
밥은 곤드레 나물밥하고,
오곡밥(맞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쌈도 준비되어 있고요. 물론 고기는 없습니다;;;
위에 보이는 건 시래기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중요한 건 아래에 보이는 '감태'입니다. 저도 아승지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감태는 가시파래를 부르는 다른 말로 서남해안의 오염되지 않은 청정갯벌에서만 자라는 해초입니다. 간장이나 그런 거 없이 그냥 김처럼 밥에 싸 먹습니다. 근데 김보다 훨씬 더 고소하고 풍미가 있습니다.
김보다 좀 비싸기는 하지만 요오드, 칼슘 뿐 아니라 채식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B12와 같은 영양분도 풍부해서 좀 사가려고 했는데 갈 때마다 품절이어서 아직도 집에서 못 먹고 있습니다. ㅠ.ㅠ
물김치입니다. 젓갈류나 파, 마늘을 전혀 쓰지 않아 담백하고 시원합니다.
후식으로 나온 유자차입니다. 말린 대추를 띄워 내왔네요. 많이 달기는 합니다만 시원합니다.
각종 소스와 장아찌도 살 수 있습니다.
한 켠에는 각종 친환경 건강식품이나 식재료가 전시되어 있어 식사를 마치고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걸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공간이 협소하고 위치도 대로변이라 별도의 주차 공간이 없습니다. 차량을 갖고 오신 분들은 근처의 공영주차장을 이용해 줄 것을 당부하시네요.
아승지의 주소는 네비게이션에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23-17호'라고 찍으시면 됩니다.
상세한 약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예약을 위한 전화 번호는 02-836-8442, 02-832-7595입니다.
음식 대비 가격은 적절한 것 같은데 대표로 계신 비구니 스님의 자부심이 지나쳐 다소 거만해 보이는 응대가 아승지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손님이 몰라서 물어볼 수도 있는 건데 당연한 걸 모른다는 식의 면박은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고 해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더군요.
대체적으로 음식의 맛이 좀 강한 편이지만 그건 제가 채식을 해서 맛을 민감하게 느껴서 그럴 수도 있으니 직접 맛 보고 평가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때나 드나들 수 있는 식당은 아니지만 접대를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이용하면 좋습니다. 어른들을 모시고 가도 대체로 만족하시더군요.
위치가 좀 애매하기는 한데 대중 교통을 이용하신다면 택시 기사님께 '사러가 쇼핑센터' 근처로 가 달라고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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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한번도 월덴 3에서 드러내놓고 밝힌 적은 없지만 저는 신앙인이면서 동시에 무교회주의자입니다. 내가 믿는 신이 교회라는 공간 안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만 임하는 편협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교회가 오히려 신의 뜻을 역행하는 짓만 골라하면서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전락했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보니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제 생각이 옳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의 김상구 사무처장이 쓴 이 책은 이미 권력화한 종교계가 우리사회를 얼마나 뿌리깊게 좀먹고 있는지를 낱낱이 고발하는 책이며 동시에 종교 법인법 제정을 통해 종교인들이 자성하고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거듭날 수 있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제공하고 있는 소중한 책입니다.
에어장, 기저귀 목사, 빤스 목사 따위의 찌질한 가십거리들과는 차원이 다른, 종교계가 우리 사회에 저지르고 있는 대표적인 악행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1995년 3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이 법률 제 3조 1항에 명의 신탁을 금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 종교계는 유지 재단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부동산 실명제를 위반하고 있다.* 극소수의 자발적 납세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조세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승만 정권에서 일제의 종교 관련 적산을 개신교에 편파 불하함으로써 정교 분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위반하였고 이는 종교의 권력화를 낳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 유관순 영웅 신화 조작을 비롯해 친일파를 항일 투사로 둔갑시키는 등 역사를 조작함으로써 진실을 감추고 혹세무민하고 있다. * 1,404가지 종류의 직업 중 유일하게 여성이 될 수 없는 단 하나의 직종인 종교 전문가를 공고하게 유지함으로써 공공연히 성차별을 하고 있다.
그 밖에 교회를 기업 취급 해 신도 수와 교회 크기를 담보로 은행이 대출하는 문제라든가 종교 단체 기부가 탈세, 비자금 세탁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라든가, 학위 장사를 하는 문제 등이 비일비재하고 종교와 권력의 야합으로 인한 특정 종교의 공휴일 지정과 군종 제도 등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잘못된 제도입니다.
상대적으로 개신교가 저지른 악행이 더 많아 개신교를 타겟으로 쓴 책처럼 보이지만 제가 볼 때 불교, 가톨릭도 도찐개찐입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추악함을 고발했던
'삼성을 생각한다(2010)'에 버금가는 책이라 개인적으로 별 다섯 개로 평가했습니다. 다소 문체가 감정적이기는 합니다만 모든 내용이 치밀한 자료 조사와 고증으로 뒷받침되어 있고 종교계(특히 개신교)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어 개인적으로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으로는 18,000 원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책값인데 각 장마다 빼곡하니 붙은 주석과 참고 문헌을 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지실겁니다.
그래도 부담스러운 분들은 월덴 3의 북 크로싱 제도를 통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덧2. 종교 법인법이 하루빨리 제정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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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석학인 버트런드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2005)'를 북 크로싱합니다.
사실 이 책은 더 오래 전에 나온 책이지만 국내판이 2005년에 개정판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 해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책 제목에서부터 기독교가 대표로 욕 먹고 있지만 사실 버트런드 러셀이 공격하고 있는 대상은 신이 아니라 종교입니다. 버트런드 러셀은 무신론자가 아니라 불가지론자이거든요.
저는 신의 존재를 믿지만 종교의 해악에 대해서는 버트런드 러셀의 주장에 동의하기 때문에 일부러 이 책을 찾아서 읽었습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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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입밖에 내면 반드시 시끄러워지는 몇 가지 주제가 있습니다.
종교, 남녀차별, 군대 문제가 그것이죠. 정치야 입밖에 내지 않아도 항상 시끄러운 주제이니 통과.
그런 나라에서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다니 출판사가 논란을 정면돌파하기로 작심을 단단히 했거나 아니면 관심있는 사람들만 읽으라고 틈새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었을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신의 존재는 믿지만 기독교가 우리나라를 이 꼴로 망쳤다고 생각하는 제 입장에서 버트런드 러셀의 이 책은 언젠가는 꼭 한번 읽었어야 할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러셀은 서문에서부터 "나는 세계의 모든 위대한 종교들 - 불교, 힌두교, 기독교, 회교, 공산주의까지 - 에 대해, 진실이 아닐 뿐 아니라 해로운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종교가 진실하지 못하다고 굳게 믿는 만큼이나 해롭다고 확신하는 바이다"라고 못을 박고 있습니다.
러셀은 사실 무신론자라기보다는 불가지론자에 가깝습니다. 신을 알 필요가 없다는 쪽에 가깝지요. 다만 유신론자들의 종교가 이 세상을 파괴하는 부분은 적나라하게 성토하고 있습니다. 러셀의 공격 대상은 신의 존재가 아니라 이 세상의 종교입니다.
러셀의 주장이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쳐 있다고 본 온라인 서평이 있던데 저는 별로 그런 느낌이 없었습니다. 너무 공감되어 그랬을까요?
러셀이 주장하는 종교의 해악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종교에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여겨지는 믿음의 성질에 좌우되는 것입니다. 반대 증거가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 도덕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죠. 다시 말해 반대 증거로 인해 의심이 생기면 그 증거를 억압하는 것이 바로 해악입니다. 다른 하나는 믿고 있는 특정 신조들에 좌우되는 것인데 대부분의 종교들에는 뚜렷한 해악을 저지르는 특정한 윤리적 교의들이 존재합니다. 가톨릭의 산아제한 금지라든가 힌두교의 재혼금지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지나온 세계역사를 돌이켜보면 러셀이 주장한 것처럼 인간의 정서적 발전, 형법의 개선, 전쟁의 감소, 유색 인종에 대한 처우 개선, 노예제도의 완화를 포함해 단 한 걸음이라도 도덕적 발전이 이뤄질 때마다 세계적으로 조직화된 종교 세력의 반대에 부딪히지 않았던 경우가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요? 제가 보기에도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종교는 문명에 공헌하였는가', '인간은 죽은 뒤에도 존재하는가', '하나님은 존재하는가', '종교는 우리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와 같은 도발적인 소제목들이 난무하지만 결국 러셀이 종교를 비판하는 잣대는 진실성과 유용성에 달려 있습니다. 각 종교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진실이라고 볼만한 과학적, 합리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종교들 간에도 합의된 진리가 없다는 것이고 유용성의 측면에서도 종교는 자신의 기득권을 보전하기 위해 자유와 진보를 박해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속세의 기득권 세력과 결탁하게 되므로 민중의 정신을 현혹하고 인권을 억압하기 때문에 해롭다는 것(역자 후기 중)이죠.
자신이 유신론자이든 무신론자이든 불가지론자이든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단, 얇고 가벼운 책이지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니 감안하세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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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을 강조하면서 기독교 윤리는 스스로를 철저하게 개인주의화시켰다. 수많은 세월 기독교가 군림해오면서 생겨난 실질적인 결과는 사람들이 자연이 준 본성 이상으로 이기적이 되고, 자기 속에 갇혀 살게 된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 종교에서 구현되는 인간의 세 가지 충동은 공포와 자존심과 증오라고 할 수 있다. * 행복이 진정한 행복일 수 있는 건 그것에 끝이 있기 때문이며, 사고나 사랑이 영원이 지속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들이 제 가치를 잃는 것도 아니다. * 훌륭한 삶이란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이다. * 신학적 미신보다 훨씬 더 해로운 것이 바로 국가주의의 미신, 즉 자기 나라에 대한 의무만 있을 뿐 다른 나라들에 대한 의무는 없다는 미신이다. * '정의'란 모든 인간의 동등한 권리에 대한 인정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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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머리'를 열심히 굴려가며 잘 살아보고자 애쓰는 세상과는 정반대로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생각을 버림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책 '생각 버리기 연습(2010)'을 북 크로싱합니다.
마음 챙김 명상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내용이 상당히 친숙함을 느끼실 겁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책입니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세요. 삶의 균형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좋은 책입니다. 베스트셀러 중 모처럼 만나는 괜찮은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제도 안내에 있는 내용대로 제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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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자 명단(2016년 3월 5일 23:55 현재)
- 싱크로율님(독서 완료) : 3월 25일(신청), 3월 26일(배송), 3월 29일(독서 시작)
- Ojy님(독서 완료) : 6월 5일(독서 완료), 7월 10일(배송)
- 퓨리시드님(독서 완료) : 3월 4일(신청), 7월 10일(배송 중), 7월 12일(독서 시작), 8월 11일(독서 완료)
- 아줌마님(독서 완료) : 7월 23일(신청), 8월 12일(배송), 8월 13일(독서 시작), 8월 15일(독서 완료)
- 리미님(독서 완료) : 10월 15일(신청), 11월 9일(독서 시작), 12월 11일(독서 완료)
- 별사탕님(독서 완료) : 1월 5일(신청), 3월 4일(독서 시작), 3월 14일(독서 완료)
- 벨라님(독서 완료) : 8월 4일(신청), 8월 11일(배송), 8월 14일(독서 시작), 8월 20일(독서 완료)
- 월덴지기(보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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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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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생각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고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놈의 '생각' 때문에 행복한 인생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게다가 너무 많이 생각해서 문제가 되는 일이 날이 갈수록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저자인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은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생각을 버림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 챙김 명상에서 배운 것들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생각을 멈추고, 말하기, 듣기, 보기, 냄새맡기, 먹기, 쓰기 등 'here & now'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죠. 이 책을 읽고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마음 챙김 명상을 접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아 보이거든요.
이 책에는 단순하지만 아주 중요한 개념이 또 하나 계속해서 소개됩니다. 바로 솔직하자는 것이죠. 제가 도박 중독자와 상담할 때 강조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좋아보이고 이득이 되는 것 같아도 솔직하지 않으면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그 사람을 덮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하지 않은 상태에서 얻은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행복을 가져오지 않습니다. 그저 마취시킬 따름이지요.
저는 요새 사람들에게 선택하기 어려울 때에는 머리에 묻지 말고 마음에 물으라고 합니다. 우리의 머릿속에 쌓여 있는 많은 생각 중 대다수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불필요하게 오염된 정보이고 현명함이나 지혜와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마음은 아직까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도와줍니다. 그저 하고 싶은대로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솔직함으로 무장하고 솔직하게 물어봐야 합니다. 이건 해 봐야 압니다. 순수한 마음의 힘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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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원인은, 과거로부터 엄청나게 축적되어온 생각이라는 잡음이 현실의 오감을 통해 느끼는 정보를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 불교에서 권하는 대처 방법은 억압과 발산이라는 길이 아닌 제3의 길, 즉 '응시'이다. 이 때 우리가 응시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이다. 만일 화가 치민다고 생각되면, 이 "화가 치민다"를 따옴표로 묶어 버린다. 그 다음 '나는 "화가 치민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한다. * 불교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상대방에게 의미가 없는 것은 모두 쓸데없다고 보면 된다. * 어떤 의미에서 보면, 걱정이란 자기 맘대로 즐기는 취미활동 같다. 진정 상대를 위한다기보다는 자기가 걱정하고 싶으니까 걱정하는 것이다. 보통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 걱정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불안과 동요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이다. 불쌍한 것은 이 사람이지, 내가 아니다. 큰일난 사람도 이 사람이지 내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걱정함으로써 자신의 불안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을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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